예전에 미술관을 갔다
직장에 막 들어갔을 때 입사동기 동생이 미술관을 가자고 한다.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이라는 제목의 전시회였다. 그림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전시회란 곳을 가보지도 못했지만 남자 둘이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미술관에 갔다. 열심히 그림을 보는 녀석에게 샤갈에 대해서 좀 아냐고 물었을때, 쿨하게 "그냥 보는 거지 머"라는 답이 나왔다.
그림에 대해서 모른다고 주눅들 필요가 있을까. 보는 만큼 느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 보다시피 한 때 비난 받았던 그림이 뒷 날 다시 재평가 받는 경우도 종종 있지 않았던가.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분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왕 그림을 보는 것, 그래도 좀 사전 지식이라도 쌓고 이 그림이 어떤 의미가 있고 배경이 있는지 알면 좋겠다 싶다. 그런 그림 문외한 들을 위해서 쿨하게 설명해주는 책이 나왔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만나기"라는 글을 시작으로 서양 미술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이 강점이다. 이 책이 그때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지만 샤갈 퍼즐 하나를 사들고 근처 두부전골집에서 한 끼를 마친 전시회 관람이 그렇게 끝났다.
마음으로 공감하는 미술이 되기를 바랍니다
미술을 함께 보고, 느끼고, 가지고 놀며,
공감하는 책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른 누구의 미술이 아닌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 당신의 미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차갑게 머리로 아는 미술을 넘어
뜨겁게 가슴으로 공감하는 미술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책 머리글에서 글쓴이의 말-
예전 멋 모르고 갔던 미술관을 떠올리며, 이제 다시 이 책을 통해서 "방구석 미술관"을 보려고 합니다.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을 위한 미술이 되기를 바란다는 글쓴이의 말을 시작으로 에르바르트 뭉크에서부터 마르셀 뒤샹까지, 미술의 문외한일지라도 어디선가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화가들과 그들의 그림이 글쓴이의 손을 걸쳐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흡혈귀, 에드바르트 뭉크, 1895, 이 책p19]
"죽음 앞에 절규한 에드바르트 뭉크, 사실은 평균 수명을 높인 장수의 아이콘"란 제목으로 에드바르트 뭉크를 시작으로 방구석 미술관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익살스러운 글이 이 책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서양 미술에 쉽게 다가갈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화가의 특징을 잘 잡아주기도 합니다.
뭉크는 <절규>라는 작품이 유명한데, 붉게 보이는 배경과 귀를 감싸 쥔 해골 얼굴이 죽음앞에서 소리지르는 듯 느껴지는 그림입니다. "자신의 심장을 열고자 하는 열망에서 태어나지 않는 예술은 믿지 않는다"는 뭉크의 말로 시작하는 글은 뭉크가 어릴 때부터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마주치며 성장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의 그런 삶에 따라 그림에도 죽음이 많이 녹아들어갔겠지요. 위의 <흡혈귀>는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에 젖은 뭉크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죽음과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이라, 참 어려운 삶을 살았네요. 그렇지만 또 장수했다는 것이 반전입니다.
[영화 프리다, 2002년 작, 의 한 장면입니다.]
불구가 된 몸으로 힘겹게 그림을 그리는 프리다 칼로의 고집스러운 모습이 잘 나타난 컷에는 <부서진 기둥, 1944>그림이 보입니다. 프리다는 교통사고로 크나큰 고통을 받는 가운데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그림을 그려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프리다 칼로와 바람둥이 예술가인 디에고 리베라의 "막장 드리마"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자기표현"을 그려난 프리다 칼로의 작품은 보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멕시코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예술이 되는데, 역설적이게도 이것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은 디에고였다고 말해줍니다. "알고 보니 원조 막장드라마의 주인공?"이란 제목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막장 드라마에 비유해서 그려낸 글쓴이의 글을 통해서 우리는 프리다 칼로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마리아를 경배하며(la Orana Maria),1891, 폴 고갱, 이 책 p164>
요즘 직장 생활이 힘든 직장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퇴사에 관한 책이 종종 나오는데요, 이 책에서는 "알고 보니 원조 퇴사학교 선배?, 자연의 삶을 동경했던 폴 고갱"이란 제목으로 폴 고갱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위 제목에서 고갱 삶의 큰 특징을 두 가지로 짚어주는데요, 퇴사라는 말에서는 원래부터 화가가 아니었다는 점과 자연의 삶을 동경했던 이라는 말에서는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떠하겠다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처럼 각 화가를 소개하는 제목이 익살스럽지만 그 제목에서 화가의 특징을 잘 잡아낸 것이 이 책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고갱은 페루에서 살았고 답답한 파리 도시 생활 속에서 증권맨으로 생업을 했다고 하지요. 그 와중에 미술품 수집을 시작하고 피사로를 만나 화가의 삶을 이어갑니다. "지금 나는 용기도 재능도 부족하다."는 말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말했던 고갱은 오직 그림을 통해서, 노력을 통해서 그림을 그려나가고 결국 원시와 야생이 살아있는 시골로 주제를 옮겨가게 됩니다. 위의 그림을 보면 원시와 야생이 살아있는 자연 속에서 언뜻 도시 혹은 문명의 모습을 담아낸 듯 하네요.
<까마귀가 있는 밀밭, 1890, 빈센트 반 고흐>
강렬한 노란색이 담긴 그림에는 고흐의 생전 열정이 담긴 듯 합니다. 하지만 반 고흐가 있던 시절은 압생트라는 녹색 술이 있었고 고흐는 이 술로 인해 알코올 중독이 되었다고 하지요. 그래서인지 <붕대로 귀를 감은 자화상>같이 귀를 자른 그림을 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열적인 그림을 그리던 중 도움을 주던 동생 테오가 죽자 결국 압생트의 저주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저렇게 강렬한 노랑이 담긴 그림을 남겼으니 그의 정열적인 예술적 영혼의 극대치를 담아낸 듯 하네요.
<나와 마을, 1911, 마르크 샤갈, 이 책 p274>
오래 전 미술관에서 마주했던 샤갈의 작품이 이 책에서도 나옵니다. "색채의 마술사"라는 제목처럼 입체적으로 해석해서 다양한 색을 입힌 그림이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로운 마음이 들게 합니다. 목을 휘어 키스하는 모습의 <생일>이란 작품도 샤갈의 대표적인 그림입니다. 그림만 볼 때는 재미있고 다양하고 그런 느낌이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러시아의 유대인 마을에서 태어나 힘들게 자라났던 그의 어린 시절 삶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힘들게 살았던 마을이지만 멀리 떠나 있어서인지 <나와 마을>에 그의 어린 시절 마을에 대한 향수를 담아놓았나 봅니다.
이 이외에도 19금 예술을 하고 반항아적 예술을 한 클림트나 그 뒤를 이은 에곤 실레, 로맨틱 풍경화를 그린 클로드 모네와 사과 그림으로 유명한 세잔 등등 이름만 들어도 어릴 적 학교 다닐 때라도 한번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화가들이 등장합니다. 그런 화가들의 작품 세계를 고지식하게 지식백과 보듯 들여다보면 얼마나 머리가 아플까요? 이 책에서는 그런 점을 방지하기 위해서 익살스런 제목에 화가의 특징을 담아내고 그의 일생에서 특징만 짚어서 이야기해줍니다. 제목만 읽어도 벌써 느낌이 오지요. 화가의 이야기가 끝나면 [더 알아보기]를 통해서 화가에 대해서 추가로 설명을 해주고 아래 QR코드를 통해서 팟캐스트를 연결해줍니다. 글쓴이의 목소리를 통해서 다시 한번 화가의 삶과 그림을 마주할 수 있겠네요.
보는 대로 느끼면 되는 것이 그림이지만, 한편으로는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예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 아무것도 아는 것 없이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이라는 제목으로 하던 전시회를 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사전 지식 없이 그저 보고 느끼는 것도 나름 괜찮았던 듯 싶습니다. 그래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화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살짝 엿보고 미술관에 가는 것이 좋겠네요. 재미있는 글쓴이의 해설과 함께 한다면 좀 더 화가들과 가까워지고 그림에 친숙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기본 지식을 쌓고 다시 보이는 대로 마음이 느끼는 대로 그림을 보면 이전과는 또다른 모습으로 그림과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이 다가오겠지요.
나에게 미술이라는 것은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등 다른 예술보다 뭔가 진입장벽이 높았다. 많은 지식이 있어야 미술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작품들을 보면서 심오한 무언가를 느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은 미술에 대한 나의 이런 생각들을 깨부수었다. 미술작품을 보면서 그냥 이런 걸 표현하려고 했구나 정도로만 넘기고 맘에 드는 것은 어떤걸 표현해서 좋았다의 감상이 아니라 색의 조화, 그리는 방식 등의 작품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것들이였다. 이 책은 유명한 작품들을 보여주면서 그 작가의 일생을 이야기해주고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마음에서 이 그림을 그렸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점이 정말 '내가 이 작품을 제대로 보고 있구나' 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어떤 기법인지, 무슨 시대의 작품인지 보다 작가는 어떤 마음에서 이걸 그렸는지 이야기해주면 그 작품이 더 와닿는다는 걸 느꼈고 두 번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회를 가거나 미술 작품들을 접할 때면 작가나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 그저 그림을 바라만 보고 올 뿐이었는데 방구석 미술관을 통해 기본적인 지식들을 쉽고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폴 고갱에 대한 부분이었다.
10년도 더 전에 우연히 전시회에서 고갱의 그림을 본 적이 있다. 그때도 ‘고갱’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타히티에서 그린 작품들을 보며 당연히 타히티 사람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가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페루에서 오랜 기간 살았으며 선원으로 세계 각국을 여행하다 프랑스 증권중개소에서 일했고, 타히티에서 마지막을 보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작가의 생애를 알고 나니 그림이 다시 보였다. 그림도 결국은 작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표현하는 수단이기에 그들의 삶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붉은 들판에서 야곱과 천사가 싸우는 모습을 그린 <예배 뒤의 환상>이라는 작품에서 그의 깊은 고뇌가 잘 드러난다. 보이는 색 그대로를 그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이 느낀 색으로 그림을 그린 고갱은 원시와 야생을 찾아 타히티로 떠난다. 문명에서 벗어나 보다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것을 그리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보다 과감하고 독창적인 그림들을 그려낸다.
폴 고갱 외에도 비극적인 삶이었지만 그림으로 이를 극복한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나, <키스>로 잘 알려진 구스타프 클림트 등 댜양한 작가들의 삶을 작품들과 함께 보니 그들의 생에가 어떻게 그림 속에 반영이 되었는지 당시의 시대상과 함께 잘 녹아들어 더 의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냥 봐도 좋지만 간단하게라도 배경을 알면 조금 더 보이는 것들이 있기에 이렇게 가볍게 훑고 지나가면 도움이 될 것같다.
방구석 미술관... 제목부터 게으른 내가... 미술관에 발품을 팔러 다니지 않아도 될법한 느낌이 퐉퐉 오는 책이다.
미술작품은... 인쇄물로 보는 거랑 직접 터치가 살아있는 작품으로 만나는 그 감동은 무척이나 다르다. 그래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미술관에 간다. 클림트 그림을 보러 갔을 때 그... 충격이랑 내가 알던 금색 찬란의 부티가 덕지덕지 붙은 그림이 아니라... 챙백하고 우울한 느낌이 아련히 도는 사람과 그걸 감싸고 있는 화려힌 금빛... 이 두가지의 절묘한 조화에...
아... 이래서 이긂에 사람들이 열광하는구나를 직접 보고 느끼고 깨닫게 됐다.
하지만 서울에 있을 땐 아이들 키우느라 바빴고, 지금은 시골로 이사와서 동네에 편의점 하나 없는 곳에 살다보니... 문화생활은 영화를 한편보려고 해도 정말 큰맘 먹고 가야하는 연례행사가 되어 버렸다.
집에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 책이 있고.... 아주 옛날옛날에 읽었지만...
흥미위주의 책이 아니라... 내용의 반이상은 이미 휘발되어 날라가 버리고... 중세시대에 참... 종교에 관한 그림이 많구나... 수태고지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린거야... 그러면서 봤던 기억만 아련히 남아있다.
심심해서 밀레의 서재를 뒤지던 중... 내 흥미를 끌만한 책이 방구석 미술관이였다. 이 책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읽어보지 않았고, 나중에 알고 보니 제법 유명한 책이라고 한다.
다들 아는 화가라... 보기 시작했다. 미술사 수업은 들은 적이 없어서... 자세히 알지 못하고 이것저것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들이 하나둘씩 연결이 되면서 정말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이었다.
나오는 작가들은... 다음과 같다.
01. 죽음 앞에 절규한 에드바르트 뭉크,
02. 미술계 여성 혁명가 프리다 칼로,
03. 나풀나풀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 드가,
04. 전 세계가 사랑한 영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05.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그림 '키스'의 구스타프 클림트,
06. 19금 드로잉의 대가 에곤 실레,
07. 자연의 삶을 동경했던 폴 고갱,
08. 그림은 아는데 이름은 모르는 에두아르 마네,
09. 로맨틱 풍경화의 대명사 클로드 모네,
10. 사과 하나로 파리를 접수한 폴 세잔,
11. 20세기가 낳은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
12. 순수한 사랑을 노래한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
13. 최초의 추상미술을 창조한 바실리 칸딘스키,
14. 현대미술의 신세계를 연 마르셀 뒤샹,
밀레의 서재는 몇몇작가들이 빠져 있다. 처음에는 그걸 모르게 왜 책이 이렇게 짧지? 읽다 만것 같은 찝찝함이 들지 했더니... 나중에 판매되는 책이랑 비교해보니 빠져있다. 이런...
다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화가들이고 아니면 한번쯤 다들 봤을 법한 작품들이라 작품과 화가에 대한 삶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 작품이 왜? 이렇게 유명한지... 이유는 모르지만 유명하다니까 그런가 보다 했던 것들을 알게되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작품의 의미를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있던 나의 심미안을...
뿌옇게 막연히 응...좋은 작품인가보다 라고 느끼던 것을...
작품 이해와 관심의 해상도를 높여 좀 더 선명하게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또 부담없이 심심풀이로 읽기 좋다. 어차피 미술사 시험도 안칠껀데...뭐...ㅎㅎㅎ 미술사에 관해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책이다.
방구석 미술관.
책을 읽다보면 항상 자기계발서 위주로 읽게 되고 예술 분야의 서적들과는 거리를 두게 되었는데, 독서모임을 통해 예술관련된 도서를 접하게 되었다. 평소의 나는 미술관 전시회도 잘 안가는 편이었고, 미술에도 큰 흥미가 없었다. 그 이유는 내가 미술 작품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소개된 14명의 예술가들은 살면서 한 번 씩은 들어봤을 법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 화가가 이 작품들을 어떻게 그리게 되었는지, 이러한 기법을 사용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적이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폴 고갱'의 인생과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폴 고갱은 어떻게 보면 지금 현대인들과 다름없는 직장인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으나 정치적 이유로 가족과 함께 페루로 와서 살게되고, 어머니의 친구 아로사를 통해 증권중개소에서 일하게 된다. 아로사는 화가이자 사진가였고 그의 영향으로 고갱은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작품을 수집하게 된다. 그러다 고갱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게 되고, 아로사의 지인들인 여러 인상주의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인상주의 기법을 체득한다. 그는 이후 여러 전시회에 출품을 하는 등 인정을 받게되는데, 여기서 나는 고갱이 증권맨이자, 화가였지만 본업을 핑계삼아 예술에 소홀히 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모습에 인상깊었다. 이후 경기불황으로 해고를 당한 고갱은 프랑스로 돌아가서 최악의 상황을 맞지만, 그는 그림으로 버텼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실재와 상관없이 자기만의 색채로 자유롭게 표현했다. 태초의 '원시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물에 진한 윤곽선, 강렬하고 대담한 색채를 칠했다. 이 발상은 이후 야수파라는 화파가 탄생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나는 폴 고갱의 작품도 좋았지만 그의 인생이 마음에 들었다.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나아가는 그의 한길 인생이 마음에 들었고, 그러한 마인드를 통해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까지 받게되는 예술가가 되었다는 부분에서 내 인생도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새로운 화가를 아는 것도 즐겁지만, 아는 화가의 다양한 뒷이야기를 알아가는 것도 즐겁다. 방구석에 앉아 유럽의 미술관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의 책. 모두 14명의 화가를 소개하는데 와우^^. 다행히 모두 아는 화가들이다. 뭉크, 칼로, 드가, 고흐, 클림트, 실레, 고갱, 마네, 모네, 세잔, 피카소, 샤갈, 칸딘스키, 뒤샹.
이번에 내가 주목한 것은 고흐의 노란색이다. 고흐의 작품 속에 강렬하게 두드러진 색 노랑. 고흐가 새로운 예술을 발견하고자 네덜란드에서 파리로 온 것이 33살. 그때 파리를 접수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녹색 요정이라 불렸던 술 압생트. 이 술은 알코올 도수는 40에서 70 퍼센트에 달하는 독주. 저렴한 가격에 독특한 향으로 당시 파리는 이 신비의 술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이 녹색 요정이 예술가 그룹에 빠질리 없지. 모파상, 헤밍웨이 같은 문인, 피카소, 마네 같은 화가까지. 고흐도 이 녹색 요정의 마니아. 고흐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몰두했고, 더불어 압생트에도 몰두했다고 한다. 1888년 고흐는 이미 알코올 중독이 되어 만신창이가 되었고 이때 남프랑스 아를로 향하게 된다. 녹색 요정 압생트에는 산토닌을 품고 있는데 고흐는 산토닌에 중독된다. 과다 복용 시 부작용이 있는데 바로 ‘황시증’.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것. 고흐의 경우 노란색이 샛노란 색으로 보이게 된 것. 그래서 고흐는 순도 높은 고음의 노란색을 찾아낸다. 그래서 고흐의 그림에는 노란색이 이렇게도 많았다는 사실. 고흐 하면 떠오르는 노란색까지는 좋았는데 그게 고흐를 정신착란과 간질 발작을 일으키게 하는 원인이 되었으니 아이러니하다. 압생트로 인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자 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지금 현재 시중에 있는 압생트는 이름만 같을 뿐 유해성분을 제거했다고 한다. 술이란 것이 참 그렇다. 적당히 마시면 영감을 주는 그 무엇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으니. 그놈의 ‘적당히’가 참 힘들다.
클림트 하면 생각나는 ‘키스’라는 작품. 그리고 그에게 붙은 수식어 중 하나, 바로 희대의 반항아. 그는 19세기 말 오스트리아의 미술계를 완전히 뒤집어버린 반항아라고 한다.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성공에 대한 열정과 천부적인 예술적 재능을 가진 클림트. 그의 초창기 그림을 보면 이게 클림트가 그린 게 맞아? 할 정도다. 오스트리아 최고의 미술 교육을 받고 최상의 실력을 갖춘 클림트. 특히 ‘구 부르크 극장의 내부’란 그림을 보면 클림트의 스타일이 전혀 없다. 하지만 그림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클림트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와 동생의 죽음. 이때 클림트는 삶과 사람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예술까지. 이후 그의 행보는 빈의 미술을 쥐락펴락했던 ‘빈 미술가 협회’에 순응하지 않고 전쟁을 선포하는 것. 분리주의 그룹을 만들어 공격적인 전투를 벌이게 된다. 그가 1894년 빈대학교 강당 천장화를 의뢰받는데 주제는 각각 철학, 의학, 법학이었다. 주제가 담긴 세 점의 연작 그림. ‘인간의 이성이 이룩한 학문의 위대함’에 초점을 맞춰야 했을 테지만, 와우! 우리의 클림트는 연작 중 철학을 선 공개했지만, 완전히 띠로링~~~이 되어 버린 것. 이후 공개된 의학과 법학. 그러나 이 그림은 1904년 철수되었다. 이 작품들이 모두 흑백인 이유는 2차 세계대전 때 소실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본을 볼 수 없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당시 빈 미술계를 테러했던 클림트. 그런 반항적인 행동 덕분에 우린 클림트의 멋진 그림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밖에 19금 드로잉의 대가 에곤 실레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유대인 화가 샤갈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나 그림을 보는 행위. 어떻게 보면 우아하고 고상한 취미 같지만, 예술혼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어서 이런 책이 즐겁다. 아직 나는 내 그림에 예술혼을 불어 넣을 수 없고, 어떤 주제로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모른다.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 붓을 들면 미친 듯이 그려지는 것도 아니기에 그냥 그린다. 내가 즐겁기 위해서. 예술 하는 사람들. 천재적인 재능뿐 아니라 조금의 광기(?)까지 더해져야 이름을 날리고 그림도 남길 수 있는 것일까? 역시 예술의 길은 멀고도 험하구만.
"텍스트는 머리로 설득하지만, 이미지는 마음으로 감화시키죠. 미술의 맛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폴 세잔, p.240)
어렵게 쓴다고 좋은 글이 아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하게 만드는 글 역시 좋은 글이 아니다. 모름지기 글이란 읽기 쉽게, 보기 편하게 쓰는 것이 가장 좋다. 편안하다.
'방구석 미술관'은 그런 책이다. 역사에 이름을 떨친 화가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주의니, ◇◇파니 구분해가며 장황하게 펼치지 않는다. 숨은 뒷이야기(그들도 결국 사람이구나 느끼게 만드는)를 재미있게 섞어가며 작품들을 휘휘 둘러보게 돕는다. 그러다가 '왜 명작이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자칫 지나칠 수도 있는 포인트를 딱 짚어준다. 알아야 보이는 것들이다.
2004년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행지가 파리였고 쥐잡듯이 찾아다녔던 수많은 명소 중 오르세 미술관도 있었다. 기차역이었던 공간에 가득한 명작들 앞에서 넋을 놓고 헤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당시에는 숨겨진 뒷이야기도 몰랐고 그저 유명한 작품이구나, 책에서 배운 작품이구나 하며 기념사진을 찍기에만 바빴던 것 같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꼭 다시 찾아오겠노라 다짐하고 떠났던 배낭여행이었다. 그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여행에서는 오르세 미술관이 꼭 포함될 것이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생생한 붓터치 속에서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오르세 미술관의 편안한 도슨트가 되어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사진 이전에 그림은 시대를 기록하고 남기는 기록을 위한 것이었고, 사진 이후의 그림은 인간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여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화가들은 치열하게 인생을 살면서 살아내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세계를 캔버스에 담았고, 타인들은 그 그림들을 살펴보면서 인간다움이 무엇인가, 세상이 어떠한가를 함께 살펴보았다. 예술은 인간의 마음과 삶에 자리하면서 인간을 향한 고민들을 덜어내는 동시에 더해 주었고 인간이 앞으로 걸어갈 동력이 되어 주었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과정이 미술이라는 것을 어렵고 난해한 것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난해하기도 하고, 미술자체가 워낙에 부자들의 여가생활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더욱 그렇겠지만, 그런데 책은 위대한 화가를 옆집 아져씨처럼 친근하게 소개하면서 왜 그림이 그려졌는지 어떤 생각 속에서 그림이 우리에게 전해졌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익숙하고 유명한 거장들이 옆집 아져씨가 되도록 만드는 책을 통하여 인간을 말하는 그림의 가치를 더욱 숭고하게 만든다.
2권도 나왔다는데 빠른 시일 내에 읽어 봐야겠다.
조원재 작가는 '미술은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모토 아래, 팟캐스트라는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는 화가들의 인생, 사생활과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주고 있다.
이 책 <방구석 미술관>은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방구석 미술관> 팟캐스트에서 소개했던 내용 일부를 책으로 옮긴 것으로, 2018년 출간된 이래 10만 부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모토 그대로 친근하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 큰 인기를 끈 것 같다.
직접 읽어보니 술술 읽혀서 생각보다 빠르게 완독할 수 있었다. 책에 실린 화가 모두가 유명 거장들이다 보니 '이런 인생을 살았어?', '이 작품에 이런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고?' 하며 놀라고, 그것을 계기로 작품을 새롭게 느껴보기도 하는 재미가 있었다.
첫 번째로 소개된 뭉크의 이야기부터 인상 깊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로도 모자라 누나, 남동생, 심지어 여동생까지 줄줄이 병에 걸리게 되어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고, 두려움을 느낀 뭉크... 그는 그러한 자신의 삶으로부터 나오는 경험과 감정에 집중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자전적 표현을 통해 표현주의의 선구자가 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의 인생에 공감하고, 그런 감정을 덧씌운 채로 그림을 감상하니 전과는 다른 시각을 통해 작품을 느끼게 되었다.
진한 눈썹의 자화상으로만 기억하고 있던 프리다 또한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느낀 고통의 감정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안타까우면서도 존경스러웠다.
책을 읽는 내내 느낀 점은 역시 사람의 인생사는 순탄하지만은 않고, 저마다의 굴곡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이의 작품을 통해 감명받을 수 있는 거겠지. 방식과 표현은 다를지언정, 겉 포장지를 헤쳐보면 그 속에 담긴 감정은 과거의 나 또한 느껴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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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문체와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인물사, 팟캐스트의 QR 코드 삽입... 여러모로 현대적이고 색다른 미술 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 작품에 더 가까워지고 싶은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주저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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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6
미술에 대해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이라 추천받아서 구매했습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은 가지고 있으나, 기초적인 지식이 없으신 분들에게는 적합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모를 수가 없는 작가들과 그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설명해나가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습니다. 또한 작가들의 삶과 작품의 뒷 이야기까지 함께 풀어내어 재미있었네요.
하지만 종이책과는 달리 이북에서는 빠진 부분이 있다는 점은 정말 아쉬웠네요.
미술에 대해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이라 추천받아서 구매했습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은 가지고 있으나, 기초적인 지식이 없으신 분들에게는 적합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모를 수가 없는 작가들과 그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설명해나가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습니다. 또한 작가들의 삶과 작품의 뒷 이야기까지 함께 풀어내어 재미있었네요.
하지만 종이책과는 달리 이북에서는 빠진 부분이 있다는 점은 정말 아쉬웠네요.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에 대한 여러 지식들과 관련 내용, 일화 등을 한 책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막연히 예술하면 어렵다, 저 그림은 뭐지 어디서 많이 봤는데..라는 말만 되뇌이며 역시 예술은 어렵구나라고 느꼈던 것이 수십번은 되는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미술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참 친근하고 재밌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방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여러 명화들을 감상하고 그에 대한 부연설명을 보니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나처럼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또한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책이다.
여러분들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원래는 대여북을 샀다가 결국 다시 구입하게 된 방구석 미술관이네요. 미술에 대한 관심은 있는데 쉽게 접하기는 어려운 분야라서 호기심에 구입했고 생각보다는 간략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 눈에 잘 들어오더군요. 초보자들에게 적당한 책인 것 같아요. 작품들에 설명과 함께 작가들의 사연들도 흥미로웠고 좋았습니다. 다만 종이책과는 달리 이북에는 생략된 부분이 있다니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조원재, 『방구석 미술관』, 블랙피쉬
2019.10.18.
‘청춘의 책탑’ 독서모임 2회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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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머리로는 이해한 것 같지만, 정작 가슴으로 공감하는 체험이 없었기 때문 아닐까요?'
- 조원재, 「들어가며」 , 『방구석 미술관』. 블랙피쉬 , 1쪽.
'먼저 반 고흐의 숨소리를 들어보면 어떨까요? 즉, '우리와 작품으로 소통하길 간절히 원했던' 예술가의 숨소리를 먼저 들어보는 거예요. 마치 카페에 반 고흐와 마주 앉아 수다 떠는 것처럼 재밌고 편하게 말이죠. 미술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와 소통하고, 작품과 대화하며 공감해나가는 경험이 하나둘 쌓이다보면 어느새 미술은 소울메이트가 되어 당신 곁에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 조원재, 「들어가며」 , 『방구석 미술관』. 블랙피쉬 , 2쪽.
조원재 작가의 방구석 미술관. 서문에서 저자가 던지는 핵심 질문이 내 머릿속을 관통했다. 예술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삶을 생각하고 화가와 대화하려 하고 있는가.
평소 많이는 아니더라도 가끔 예술관에 가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을 즐기고는 해 왔다. 인상파의 그림을 좋아해 예술의 전당에서 종종 열리는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회에 다녀오기도 했고 특히 학창시절부터 소설가이자 시인이자 화가였던 헤르만 헤세의 팬이기도 해 헤르만 헤세 그림전시회에 다녀오기도 했다. 특히 지난 상반기 대학원의 미술치료 수업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림들이 주는 메세지와 영향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고 상반기에 다녀왔던 한남동 디뮤지엄의 전시회 'I draw' 전시회에서는 여러 화가들의 개성있는 그림들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어 어렵고 진중한 것이라는 미술전시회에 대한 기존의 가치관이 변화되기도 했다. 미술 전시회가 정말로 재미있을 수 있다고.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와 함께, 10월에 독서모임을 통해 읽게 된 이 책은 예술작품 너머 '화가들의 삶'에 대해 새로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했다.
전자책 기준 11명 (저작권 문제로 E-book의 경우 샤갈, 피카소 , 그리고 뒤샹의 이야기가 제외되어 있다.)
종이책 기준 14명의 화가들의 그림 너머에 있는 화가들의 삶과 가치관을 전해주는 화가들이 지니고 있던 핵심적인 삶의 가치관과 더불어 미술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내용들을 전달해 주고 있어 각각의 그림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이 책이 내게 던져 준 중요한 핵심 질문은 바로
'나의 삶에서 포커스를 맞추어야 할(집중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가'
'나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였다.
언뜻 화려해보이는 발레리나의 겉모습 이면의 그들의 고된 현실을 보여주면서 약자들에 연대해 그림을 그려낸 '에드가 드가'
증권회사에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는 직장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기 위해 퇴사 이후 그림에만 집중한 '폴 고갱'
남편과의 틀어진 사이와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프리다 칼로'
귀족집의 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약자에게 공감하며 연대하는가 하면 잘 다니던 직장을 퇴시하고 그림에 몰두하기도 하고 혹은 반 고흐같이 자신만의 색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이 수많은 화가들의 삶을 통해 내가 느낀 바가 있다면
내가 강렬히 소망하는 그 대상을 통해 결국 나의 세계관과 삶에 대한 인식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에 내 삶을 다 바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무엇을 포기하고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무대 위에서는 더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발레리나. 사실 그들의 삶은 매우 고단했습니다. 아니 고통스러웠다고 해야 할까요? (중략) 당시 발레리나는 자기 인생에 대한 선택 권한 없이 발레리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혹한 훈련을 받았죠.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수업을 받고, 그 이후부터는 계속 공연 연습을 해야 했습니다. 한창 사랑받으며 뛰어놀아야 할 소녀는 몸을 90도로 꺾고, 다리를 곧추세우며 몸을 망가트려야 했죠. 이 과정에서 많은 소녀들이 불구가 되기기도 했습니다. 이런 극기 훈련을 버텨야 했던 발레리나는 당연히 귀족들의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파리의 귀부인들은 몸매를 해친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기에게 젖을 물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까지 몸을 사리는데 춤을 위해 몸을 망가뜨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겠죠. 발레는 하루하루 어렵사리 버티는 빈민가 소녀들의 몫이었습니다.
- 조원재, 「에드가 드가」 , 『방구석 미술관』. 블랙피쉬 , 66쪽.
드가는 마치 '발레리나는 나와 같다'는 마음으로 애정을 가지고 그들을 그리고 또 그렸던 것 같습니다. 소녀들도 드가의 그런 진심을 알아주었고, 자신들을 그려주는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합니다. 소녀들에게 드가는 고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발레리노'였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드가는 발레리나 외에 숱하게 그렸던 그 시대의 보통 여성들인 세탁부, 카페의 여가수, 여자 서커스 단원 모두 하는 일은 다르지만, 그들을 바라본 드가의 눈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그의 그림이 따듯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면서도 애처로워 보이는 이유입니다.
- 조원재, 「에드가 드가」 , 『방구석 미술관』. 블랙피쉬 , 78쪽.
굵직한 시대별 거장들의 일생과 대표작들을 무겁지 않은 터치로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빠져들게 할 수 있게끔 지루하지 않게 엮어 놓은 책입니다 몇몇 에피소드는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ㅎㅎ 평균수명이 짧은 시기여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화가들이 지금 기준에서라면 터무니없이 어린 나이에 온갖 풍파와 질병을 겪으며 스려져 간 것을 보면 보면 현대에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도 동시에ㅠㅠ 그림 한 장이 그냥 뚝딱 나오는 게 아닌지라 이렇게 작가의 사상과 성향, 인생을 같이 돌아보는 것이 200퍼센트 흥미와 이해도를 높이면서 작품에 대한 해석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능해지는 것 같네요 읽으면서 한 권이 후딱 지나갔었던, 그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