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정지인 옮김,곰출판) 2021』는 과학자인 아버지에게 헌정된 룰루 밀러의 논픽션 데뷔작으로 빛을 발하는 것을 향한 인간의 고투를 담는다. 빛을 발하는 것은 별이나 식물일 수도, 물고기일 수도, 고향이나 안식처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특정하지 못하는 모호한 꿈일 수도 있다. 제목의 물고기는 어류인 물고기 자체다. 그래서 결국엔 더 큰 놀라움을 안긴다. 동시에 다양하게 변용 가능한 은유로도 해석할 수 있다. 빛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만만치 않다. 타협할 수 없는 목표를 위해 “지속적으로 오만을 복용”(p.146)한 결과 인간은 어떻게 다른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치밀하게 고발하는 이 책은 위험은 늘, 너무도 가까이 있음을 경고한다. 룰루 밀러는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찬사 일색의 평가와 함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다. 여기에 밑줄에서 밑줄로 옮겨가기 어려운, 하나의 밑줄에 오래 묶어두는 책이라는 평을 더한다. 또한 삽화만 보는 시간을 따로 확보해도 좋을 것이다.
무질서도는 계속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 법칙이라고 알려진 이 명제는 이미 질문이 아니라 법칙이다. 혼돈은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고 이 세계에서 확실한 단 하나이며 “우리 모두를 지배하는 주인”(p.16)이다. 저자는 과학자인 아버지의 이런 주장에 반하는 인물을 알게 된다.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재난에 가까운 혼란을 대하는 방식은 가히 놀랍다. 저자는 조던의 자서전을 통해 그를 추적하게 되는데 형의 죽음과 이 시기 식물의 수집, “승리의 선언이자 통찰의 선언”(p.31)인 라틴어 학명들, 이름들을 강박적으로 수집하며 무력함을 넘어서는 페이지들이 지나간다. 페니키스 섬에서 만나는 박물학자 루이 아가시로부터 “신성한 사다리” 개념(p.44)을 배운 조던은 평생 맞춰야 할 퍼즐이자 반짝이는 비늘로 된 실마리들인 물고기를 처음으로 만난다. 그는 혼돈과 맞서는 자다.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라는 일곱 살 아이의 질문에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p.54)라고 아버지는 대답한다. 설명하고 재차 강조한다. 이제 더 이상 ‘전혀 중요하지 않은’ 그녀에게 혼돈만이 지배자인 이 세상은 친절하지 않다. 아버지처럼 단단하기가 어렵고 가족들이 감당하는 아픔도 상처로만 새겨진다. 그때 인생의 선물과도 같은 만남으로 그녀는 안식처를 찾은 느낌이었으나 오래지 않아 그를 잃고 그를 되찾고 싶다는 간절함만 남는다. 이 여정의 끝은 기대와는 다른 결말이지만 그녀는 이미 성장한 이후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빛과 그림자로부터 시선을 피하지 않은 결과, 끊임없이 고민하고 진실에 닿고자 움직인 결론이다. 아프지만 다행스럽기도, 충격적이지만 귀 기울이면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하나의 마침, 해방에 이른다.
저자는 자전적 이야기의 한 가운데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혁신적 인물을 배치한다. 후회와 고통으로 자책하던 자신에게 실패에도 머뭇거리지 않는 돌진의 아이콘인 ‘조던으로부터 배우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스탠퍼드대학 총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19세기에 활동한 생물학자(분류학자)로 개인적 아픔도 오로지 ‘일’로 이겨낸 “그릿”의 대표주자다. “어느 생물이 어느 생물을 낳았는지에 관한 실마리, 생명이 흘러가는 방향에 관한 실마리, 인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실험에 관한 실마리, 그리고 어쩌면 사람들을 개선하기 위한 비결에 관한 실마리를.”(p.105) 찾는데 온 힘을 쏟았으며 그 생물의 이름을 발음하는 행위는 “새로운 종의 탄생”(p.106) 의식이 된다. 자신이 발견한 포획물들을 전리품처럼 높이 쌓아 전시하는 그는 이미 경계를 넘는다. 또 하나의 바벨탑을 세우며 결국 “우생학”이라는 악의 지대까지 확대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부터 독자를 사로잡는다. 다음 이야기를 곧바로 듣거나 하고 싶게 만든다. 계속 몰입하게 되는 흡인력이 책을 덮지 못하게 한다. 책 속 이야기의 연결과 전환이 매끄럽고 미지의 것을 향한 항해에 동승하는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문장은 명확해서 이해하기 용이하다. 동시에 비유와 묘사가 아름답고 때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질문하는 책이다. 인물에 이입하는 읽기가 어느 시점부터 틀어지고 선망이 실망으로, 오싹한 두려움으로,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하는 안타까움으로, 다른 선택과 경우의 수는 없었을까 하는 두리번거림으로 번져간다. 미처 알지 못했고 그래서 관심이 덜했던 학문의 일면, 슬픈 역사의 한 장을 엿볼 수 있었고 이는 수많은 인용과 주석에서도 짐작 가능한 저자의 열정에 빚진다. 진심은 역시 독자의 가슴도 뛰게 한다. 다만, 결말에 이르자 저자의 탐구 여정과 “혼돈을 이길 방법”이라는 개인적 추구가 하나의 지점으로 모이며 뜻밖의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저자의 환희와 감격이 가히 폭발적이라 독자는 오히려 한 발 뒤로 빼며 박수라도 쳐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잘못된 일들을 저작으로 인해 바로잡을 수 있었다는 건 다행이면서 커다란 성과다. 가능성과 희망, 겸허함과 공존에의 의지, 불확실성의 허용, 불확실성의 확실성을 사유하게끔 하는 책으로 다양한 방향에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지력으로 도저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생태의 복잡성에 대한 이러한 조심스러움과 겸손함, 공경하는 마음은 사실 대단히 오래된 것이다. 이는 때로 “민들레 원칙”이라고도 불리는 철학적 개념이다. 민들레는 어떤 상황에서는 추려내야 할 잡초로 여겨지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경작해야 하는 가치 있는 약초로 여겨지기도 한다. 우생학자들은 이런 단순한 상대성의 원칙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유전자 풀에서 “필수 불가결한” 다양성을 제거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그들은 사실상 지배자 인종을 구축할 최선의 기회를 망쳐버리고 있었던 셈이다.(p.189)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p.227)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우리 발밑의 가장 단순한 것들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p.250)
좋은 책은 입소문을 탄다. 유명한 작가(저자)나 메이저 출판사의 책이 아니더라도, 어마어마한 광고 세례를 퍼부은 책이 아니더라도 잘 쓰인 글은 필히 독자의 마음을 타고 전도되고 확산된다. 때와 대상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양서는 언젠가는 적당한 시기에 필요한 사람의 손에 놓인다. 내가 그간 많은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공식이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도 그 공식을 증명하는 책 중 한 권이다. 현재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제목이 흥미롭다. 마치 시집 제목 같다. 과학 에세이로 분류되는 이 책의 위치를 감안하면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얼지 궁금했다. 이 모호한 호기심이 책의 첫 장을 여는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달음에 달려 읽었다. 책의 막장을 덮었을 때 생각보다 충격이 컸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내게 닥친 충격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겠다. 하지만 제목이 무언가의 시적 표현이나 상징을 내포한 게 아니라 문장 그대로를 의미한 것이라는 사실에 직면할 때쯤 독자는 예상치 못한 반전과 씁쓸한 충격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저자 룰루 밀러의 영혼의 에세이다. 저자의 지적 열정과 호기심, 고뇌와 좌절, 깨달음과 희망의 이야기가 논픽션으로 적나라하게 쓰였다. 사실은 사실대로, 주장은 주장대로, 회고는 회고대로 저자는 자유롭게 시점과 문체를 바꿔가며 단단하고 다채로운 에세이 한 권을 만들어냈다. 독자는 책장을 넘기면서 주요한 대목을 넘을 때마다 혼란함을 겪는다. 이야기 흐름에 큰 전환이 이루어지고 메시지의 전달 방식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전체적 맥락에서 각 대목의 변화와 전환이 저자가 의도한 네러티브적 장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총장이자 어류학자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동경한다. 이에 데이비드의 자서전을 탐독하기 시작한다. 과학자의 집안에서 태어난 저자는 19세기까지 발견된 물고기의 1/5 이상의 이름을 명명한 데이비드의 업적에 크게 도전받는다. 생물학자로서 명성을 떨치던 데이비드에게 1907년 발생한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엄청난 위기였다. 지진 때문에 데이비드가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어류 표본이 든 수백 개의 유리병들이 바닥에 내팽개쳐 파괴되었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고 물고기 하나를 집어 들고 바늘에 실을 꿰어 물고기의 목살에 이름표를 꿰매기 시작했다. 엄청난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데이비드의 모습은 삶의 실타래를 풀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저자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그의 족적을 계속해서 추적하게 만든다.
책의 중반부까지는 한 어류학자를 존경한 저자의 동경기 혹은 그것을 통해 삶의 긍정을 깨우치는 자기계발서처럼 읽힌다. 하지만 중반부터 저자가 그토록 동경해 마지않던 데이비드의 삶에 악랄한 모순이 있다는 점을 발견하면서 책의 내용과 분위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간다. 이야기의 흐름이 완전히 뒤집혀 피의자의 범죄를 추적하는 수사 기록,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역사 기록, 과학의 한 분야를 설명하는 교양 서술, 심각한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르포, 여러 경험을 통해 걸쭉한 사유를 이끌어낸 저자의 성장 기록 등이 펼쳐지며 책이 얘기하려는 본 주제를 도출해낸다. 세상 모든 존재는 서로 완벽히 다르며 그렇기에 개별적으로 모두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을 추천한 유명한 모 유튜버는 "보수적인 입장의 크리스천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책"으로 평가했다. 저자가 지독한 무신론자이고 다윈의 추종자이며 성(性)적으로는 양성애자라는 것을 감안한 코멘트였을 것이다. 책 곳곳에 다윈의 진화론을 절대 진리로 전제하고 보는 저자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주목한 이유가 있다. 명명과 범주라는 잣대로 존재와 세계에 선을 긋고 다양성을 재단하는 행위는 잘못된 것임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다양성의 존중이야말로 인류가 지켜야 할 보편의 가치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아직도 여기저기 수없이 많은 선을 그으며 살아가고 있다. 정치·종교적인 것은 물론 단순한 사적 개성에 이르기까지. 고백하자면 나도 그랬다.
대략 10년 전의 일로 기억한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밀양의 어느 깊은 산속으로 회사 워크숍을 갔다. 회의를 마치고 산장 야외에서 저녁 회식 자리였다. 술이 어느 정도 취한 영업부 막내 사원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과장님은 어떤 사안과 가치에 대해 항상 선을 그어놓고 접근하십니다." 그때는 "무슨 개소리야" 하고 넘겼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그 녀석의 얘기가 내 삶 속에서 자주 복기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다. 나에게는 법칙과 기준이 너무 많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가지각색일 텐데 내 신앙과 신념을 잣대로 선 긋기 하는 태도가 내 언행 속에 크게 존재해 있었다. 나만의 선악의 가치판단이 심했다. 그래서인지 타인과 세계를 좁게 보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많이 나이브 해졌지만 아직도 그 잔존함에 자유롭지 못함은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힐링 서적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종류의 힐링 서적이든 종국적으로 자기계발서와 매한가지라는 독서의 경험적 축적 때문이다. 이 책도 과학 에세이의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메시지 측면에서는 분명한 힐링 서적이다. 저자 자신이 닥친 삶의 위기에서 한두 세대 이전의 과학자 평전에서 답을 찾겠다는 설정 자체가 작위적인 면도 없지 않다. 어떻게 보면 모든 메시지가 저자 개인을 위한 변명이자 수식어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탁월함은 저자의 작위성과는 별개로 내용의 정교한 구성과 저자의 문장력이 진부한 메시지를 압도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있다. 술술 읽히는 매끄러운 번역은 덤이다. 에세이란 장르에서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이 책은 정점의 수준에서 독자에게 보여준다.
서평을 정리하자. 서두에 언급한 대로 좋은 책은 반드시 입소문을 타고 독자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된다. 저자가 국내에 잘 알려진 유명 작가가 아니고 출판사에서 대대적 홍보행사를 한 것도 아님에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다. 환언해서 평가하자면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풍기는 기묘한 호기심만큼이나 매혹적인 에세이다. 기독교인이라 하더라도 메시지를 음미하며 여유 있게 지평을 넓혀 읽으면 충분히 감동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한다.
1. 아무 약속도 존재하지 않는 이 세상에서 희망을 품고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떠올렸을 때 먼저 주인공의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우리는 그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무한한 우주 속에서 티끌만한 존재 즉, 무가치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책 속에서 첫 번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가치는 상대적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셀 수 없는 가치를 가진 사람일 수 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사랑.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기분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살아가게 만든다. 제일 가까운 사이로는 부모님. 혹은 긴밀한 사이의 친구. 혹은 나 자신까지.
두 번째 이유는 세상에는 소중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 때문에 이 세상을 떠날 수가 없다. 사소하게는 새벽의 겨울바다가 만들어내는 파도소리. 혹은 지나가다 마주친 그리운 친구의 인사. 나의 취미. 나의 사람들. 내가 애정하는 것들이 나를 살아가게 만든다.
2. 나는 나를 어떠한 물고기로 분류하고 있으며 우리는 결국 물고기를 버릴 수 있을까?
나는 아가미가 없으면 살지 못하는 물고기. 혼자서는 살지 못하는 물고기. 불완전한 사람. 사람이 물론 완전히 홀로서기를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특히 나는 사람들에게 의존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또 떠오르는 것은 생각이 많은 물고기. 나는 생각 없이는 살지 못하니까. 끊임없이 탐구하려고 하니까. 그런 호칭을 붙일 수도 있지 않을까.
분류는 어떤 것을 깊게 이해하는 것이자 동시에 어떤 것에 대한 편견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기준을 정하고 공통점을 찾아 소속감을 얻는 데에 익숙하다. 우리는 물고기를 버릴 수 있을까? 주어를 '우리'로 단정한다면 절대. 이 질문을 '나'로 바꾸자면 노력은 할 것. 물고기를 버리는 일. 즉, 이 세상에 절대적인 진실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게 요즘 세대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나 또한,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을 부수고 새로운 세상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진실이 없다는 것은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 주인공이 여자에게 느끼는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듯이. 새로운 진실을 받아들이며 우리는 행복을 향해 차근차근히 나아간다.
" 우리가 어류에 대해 해온 일이 바로 이와 똑같다. 수많은 미묘한 차이들을 "어류"라는 하나의 단어 아래 몰아넣은 것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어딘가에 속해 있어야 안정감을 느낀다. 또한 우리 뿐만 아니라 상대방 또한 우리가 우리 마음대로 하나의 특징을 골라잡아 어느 집단속으로 분류해버린다.
책의 구성이 따라가기 힘들어서,, 매우 애쓰면서 읽어야했던 책
"인생의 의미가 뭐에요?" 아버지는 ... 이렇게 단언했다. "의미는 없어!" ...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1억 개의 은하 중 하나인 Milky way의 수 억 개의 별 중 하나인 태양에 붙들려 돌고 있는 지구를 생각하다보면 정말이지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강렬한 느낌에 빠진다. 룰루밀러 또한 이 무섭고 차가운 진실을 갖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일생을 바친 연구가 하루 아침에 무너져도 다시 오뚜기 처럼 일어나 걷기 시작하는 사람이었다. 모든 물고기를 하나하나 담은 유리 단지가 지진으로 모조리 깨져버려도, 사랑하던 자식과 아내가 병으로 죽어버려도 금새 회복하던 그의 힘은 뭘까? 그의 생을 좇던 저자는 데이비드를 이끈 힘이 '나는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환상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흔들리지 않는 환상으로 데이비드가 다다른 악행들, 그로 인해 거세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다다랐다. 나는 중요해라는 신념은 나보다 열등한 타인들,이라는 관념을 달고 다닌다.
분류학으로 어류에 대한 연구로 반짝이는 커리어를 닦은 그가 죽은 후 분류학에 대한 새로운 방식이 생겼고, 이로 인해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새로운 정설이 되었다. 물고기는 물 속에 살기 위해 비슷한 외피를 갖게 되었을 뿐, 실은 포유류와 가까운 장기를 가진 생물들과 양서류에 가까운 생물들이라는 것. 물 속에 사는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가 미끈한 피부를 가졌다고 어류라는 대강의 이름으로 묶여 불렸던 것이다.
우리는 나도 중요하지 않고, 남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살아내야하는 우리는 촘촘한 그물망으로 나와 내 주변 사람을 친절이라는 관계로 잇고 지탱한다. 결국 나아가는 게 삶이 아니라면 그 자리에서 충분히 진동하고 싶다. 가장 큰 폭으로 열심히 느끼고 전율하고 슬퍼하고 행복하게
생태계라는 존재는 이제껏 한번도 주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관심이 가는 존재도 분야도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런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많은 작가님들이 계시기에 이번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알고 그리고 그 이야기에 빠져 들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 이야기는 어려울 듯 하면서도 그리고 심오한 듯 하면서도 독자들에게 곁을 내어주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가 흘러 가듯이 생가하였는데, 그렇지만 마지막에 다다를 수록 결국은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고자 하는 작가님의 이야기에 감탄을 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인간은 자연이라는 거대한 생태계에 마주앉은 작은 생물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말입니다. 그리고 자연의 위대함에 다시한번 아니 새삼 감탄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이고, 읽은 사람들이 극찬을 했으며, 초반에는 어렵지만 후반은 흡입력이 있고 반전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는 스포 아닌 스포를 듣고 이 책을 북클러버 모임 책으로 선정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어려서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업적을 세웠는지에 대한 조금은 어렵고 지루한 초반, 중반을 넘어 서면서부터는 그에 대한 반전들이 이어진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무조건적인 낙천성과 자기 확신은 스스로를 지키는 신념이 되었지만, 그것이 너무 강해 타인을 겨누고 그가 생각하는 "부적합한" 인간들의 불임화의 합법화를 주장한다.
그리고 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일생을 바쳤던 물고기 분류. 그러나 사실은 물고기가 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론으로 그의 연구를 부정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우리는 모두 소중하고 중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는 민들레가 누군가에게는 약재이고 염료인것 처럼.
먼저 이 책의 저자가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저자가 의도한 질서에서의 해방에 다소 어긋나는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그 역시 기쁘게 생각하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저 역시 믿는 열역학 2법칙을 남몰래 딸에게 일러주었으나 역시나 새 생명을 임신시켜 자신이 설파한 절망의 굴레를 물려주려 했던 저자의 아버지처럼요. 혼돈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때로는 기만이라 부르는 낙관에 기대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처럼요.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냉엄한 과학적 결론이지만 결국 이 책에 등장한 실존인물 모두는 그 사실에 각자 다르게 반응했습니다.
이 책은 실재했던 어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반추하는 전기이자 에세이입니다. 데이비드는 19세기 말에 태어나 어류를 분류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학자입니다. 어릴 때부터 별자리를 가늠하고 자신이 사는 마을부터 시작해 전세계의 지도를 그려냈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로는 찾아낼 수 있는 모든 식물의 표본을 수집하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졸업 후 교사로 일하다 페니키스 섬 학습캠프에서 박물학자 루이 아가시를 만난 후 진지하게 어류를 선택해서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루이 아가시는 자연물 속에서 신의 의도와 질서를 파악할 수 있다고 여겼기에 다윈의 진화론을 부정했습니다. 데이비드는 신을 넘어 진화론을 받아들였으나 루이 아가시의 영향을 크게 받아 자연물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정연한 질서를 알아내고자 했습니다. 수백여종의 물고기를 분류하며 스탠퍼드 부부의 관심을 얻고 후원을 받아 스탠퍼드 대학교의 초대총장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연의 질서를 드러내어 견고히 하기를 원했으나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의 풍파는 그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를 병으로 잃게 하며 벼락이나 지진으로 그가 수십년에 걸쳐 분류한 연구들을 부수고 헤집어 놓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지진으로 박살이 난 물고기 표본들을 하나씩 수거하여 다시 이름표를 붙이고 연구에 매달려 수천개의 표본을 복원했습니다.
책의 저자인 룰루 밀러는 과학자였던 아버지에게서 일찍이 열역학 2법칙과 혼돈으로만 흐른다는 자연의 통보를 받습니다. 세상은 무의미하고 절망적이며 누구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나름대로 도덕률을 세운 아버지에게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조언을 듣고 이에 따라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유년기에 남들보다 모자라 보인다고 방황하는 언니를 목격합니다. 자신 역시 남학생들에게 등급을 품평받으며 자해를 합니다. 성인이 된 후로는 남자 애인을 사귀어 7년을 안정적으로 동거했지만 바닷가에서 여자와 바람을 핀 후 이별하게 됩니다. 옛 애인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직업적으로도 불안정한 인생의 암흑기에 룰루는 절망적인 혼돈에 굴하지 않고 질서의 토대를 세우고자 했던 어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서 삶의 확신을 찾고자합니다.
그러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실상은 매우 불쾌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분류학에 몰두한 나머지 우생학에 빠져들어 수많은 사람들을 강제로 불임화시켰습니다. 데이비드가 자연에 질서가 존재한다 믿었고 그것을 수호하고자 했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자신이 경멸했던 후원자 제인 스탠퍼드의 독살 사건에도 연루되었습니다. 그는 다윈의 진화론을 받아들였으나 결국 옛 은사 루이 아가시의 신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다윈은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나 계층을 매기는 기존의 방법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나 데이비드는 자신이 매긴 계층구조에 천착하여 실망스러운 일들을 저질렀습니다. 저자는 미국을 비롯하여 전세계에 성행했던 우생학의 역사를 공부하고 그 실제 피해자에게 찾아가 처참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러나 동시에 가족과 이웃사람을 아끼며 일상을 살아가는 피해자의 모습을 보고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실마리(민들레)를 찾습니다.
데이비드는 그가 저지른 악행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게 숨을 거두었고 어류학계의 거두로 남았습니다. 무신론자로서 그리고 과학을 긍정하는 자로서 절대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정의구현을 믿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러나 한 세기도 채 지나기 전에 저자와 독자들에게 약간의 정의구현적 도취를 느끼게 해줄 사실이 밝혀집니다. “어류(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분기학(분지학)에서 밝혀낸 것으로서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을 어류로 분류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육지에 사는 척추동물이라 해서 인류와 나머지 포유류, 그리고 조류를 함께 묶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육지에서 적응하기 위해 비슷한 일부의 외형을 가졌다고 해서 이들이 결코 유전적으로 가까운 동물이 아닙니다. 그러니 데이비드가 평생을 바친 연구가 무의미한 것이라고는 할 수는 없어도, 그가 그런 식으로 어류를 분류하고 질서와 계층을 매기고자 했던 행위는 진리에서 한참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느끼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봅니다. 어떤 학자는 기뻐하고, 어떤 학자는 분노했으며, 어떤 사람은 연민합니다. 생의 무의미함을 일러줬던 저자의 아버지는 이를 거부합니다. ‘아직 내가 해방되지 않은 것으로부터 해방되기에는 너무 늙었어.’ 모자라다고 고통받았던 저자의 언니는 이를 덤덤히 받아들입니다. ‘인간은 원래 곧잘 틀리잖아.’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열역학 2법칙에 따라 세상은 혼돈으로 흘러갑니다. 인간은 어떤 것에도 질서를 부여할 수 없으며 모든 행위는 혼돈을 늘리기만 합니다. 우리가 자고 먹고 만들고 공들이는 모든 행위는 다른 대상을 부수고 자연의 혼돈을 많이 늘려서 우리의 질서를 조금 연명하는 것입니다. 가해적이면서 소모적인 일입니다. 그럼에도 살아가기에 우리는 저자처럼 삶의 무의미함에 괴로워하거나 데이비드처럼 자기기만적 질서를 상정하고 집착합니다.
우리가 물고기라 불러왔던 어떤 동물들은 우리보다 더 다양한 색을 감지하고 음악을 구별하며 도구를 사용하고 고통을 느낍니다. 그래서 생태학자 조너선 밸컴은 물고기를 그만 먹어야 하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한 그럴 수 없습니다. 저는 조너선 역시 물고기를 먹는 걸 그만두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인간이 삶을 바쳐 세운 질서조차 이 냉엄한 자연의 혼돈 앞에서 가차없이 파괴됩니다. 그럼에도 하나의 질서가 부서질 때 우리는 실존적 변화를 얻게 됩니다. 어류를 부정하는 것은 그것을 오래 연구했던 학자 캐럴 계숙 윤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었으나 그 너머의 지평을 보게 할 것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자의적으로 질서를 세우고 그 과정에서 대상들에게 고통을 준다 한들, 결국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들을 인간 멋대로 자리매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인간의 질서가 부서지고 또 부서지며 더 넓은 우주를 엿볼 수 있게 될 뿐입니다. 그것이 양성애자인 저자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과 학문을 따라간 후 자기 삶과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내린 결론입니다.
혼돈이 증가하는 세상에서 강박적으로 질서를 탐구하는 과학자는 결국 무의미에 대한 공포에 어떠한 위로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애써 세운 질서가 쉽게 부서지는 만큼 그 작은 질서에 자기 자신을 부정당했던 사람들이 조금 더 살아가는 힘을 얻을지도 모릅니다.
한 학자의 일생, 어류학(이제 이렇게 불러서는 안 되겠지만 아주 무의미하지는 않겠지요.)과 과학적/철학적 회의론, 심리학을 넘나들며 실존의 긍정으로 조금 더 발돋움하는 책이었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뷰입니다. 친구가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추천하기도 했고 좋은 책이라고 자주 들어봐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읽을까 했지만 대여 기간내에 백퍼 안읽을 것 같아서 샀어요 ㅎ 솔직히 뼛속까지 문과인 저로서는 과학이 정말정말 먼 분야이긴 한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말했듯이 아무래도 너무 먼 분야이다보니까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은건 아니지만 출퇴근 시간이나 짬 날때마다 읽었더니 금방 읽었어요
룰루 밀러 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뷰입니다. 근래에 읽은 책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책이 아닌가 생각이듭니다. 자연계 이과계열의 책이지만 감성적으로 풀어내서 쉽게 읽을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종이책으로도 가지고 있는데 들고 다니지 않아도 읽을수 있게 이북으로도 구매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랑은 또 다른 감상을 가질텐데 그 모든 생각들이 궁금해지는 저녁입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왜?'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답니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왜? 저는 아쿠아리움을 가는 걸 좋아하고 그 전 날 맛있는 고등어김치찜도 먹었기 때문에 제가 먹고 본 물고기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궁금해졌답니다.
아마... 이런 제목의 책... 제가 자의적인 선택으로는 절대 읽지 않을거 같았습니다.(ㅋㅋㅋ) 그래서 북클러버를 기회로 삼아서 완독하게 되었어요.
평생토록 '그렇다.'라고 말해오며 가끔은 부정한 방법, 옳지 못한 방법을 써가면서까지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라고 할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책 속의 '내'가 롤모델로 삼고 싶었던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걸 한 순간도 의심한 적 없었기 때문에 우월한 유전자를 남겨야하니,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열등하다고 생각해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들을 강제적으로 집행하고, 때로는 사람을 살해하고, 모욕하고.. 자신의 생각이 옳음을 의심하는 자들을 갈대처럼 베어가며 삶의 마지막까지 영광스럽게 마감했습니다. 애초에.. 종의 기원을 읽고 우생학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가 학자를 할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요. 자칫 잘못하면 저도 뫼비우스의 우생학이론에 말려들 것 같아서 적당히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의미없는 삶과 세상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생각이 참 많은 인물이었어요. 아마.. 이런 성격의 사람들이 글을 쓰는 거겠죠. 저였으면 '너는 우주의 먼지같은 존재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오오 우주에 나가보고 싶다.'같은 생각이나 하고 이틀 뒤에는 완전히 잊어버렸겠죠... 아무튼간에 그녀는 생각이 무척 많았고 실패한 인생처럼 느껴져 '그렇다'를 굽히지 않는 완고한 인물을 롤모델로 삼으려했습니다. 하지만 보세요, 지구가 둥글다는 걸 믿었을 때 대항해시대가 열렸고, 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우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인생이란게 난 소중해! 가치있어! 라고 말한다고 해서 살길이 확 펴지고 백만장자가 되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아.. 내일이 오는게 싫다 인생은 가치없는데.. 콱 죽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내일 뭐하지? 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죠.
'나'도 마찬가지예요. 바람을 피우긴 했지만 나의 남자친구가 나를 용서해주고 돌아올것이다라는 헛된 믿음을 버렸고, 집에 틀어박혀 술을 마시는 대신 달리기를 시작했죠. 나는 남자를 좋아하고 내게는 남자가 필요하다라는 마음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새로운 인연을 받아들이기도 했네요. 그냥.. 그런거같아요. 인생에는 최대한 많은 길을 열어둬야한다는 거. 인정할 때는 인정하고 꺾일 때는 꺾이는 거. 아쉽다고, 아깝다고, 내가 맞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번개에 맞고 뚝 부러지겠죠. 적당히 가지를 잘라가며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었어요.
ps) 주인공(ㅋㅋ)이 굉장히... 주체적으로 삶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전문적인 사람들도 많이 만나길래 오오.. 일반인도 만날 수 있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완전한 픽션이 아니었어요. 저는 소설인 줄로만 알고 읽었지 뭔가요.. 그도 그렇게 스스로가 우월하다며 다른 사람을 짓밟는 사람의 이야기가 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잖아요. 그런겁니다.
하지만 역시.. 이 책의 제목이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물고기로 알아가는 인생철학 이었다면 평생 읽을 수 없었겠죠.. 저도 저의 이런 제목 편견을 꺾어야하는데 말이에요.
아주 오래 전부터 읽기 시도를 해왔는데, 완독을 번번이 실패하다가 독서모임으로 책 선정을 하고 나서야 다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 대한 추천을 아주 다양하게 받았는데 가장 읽을 맘이 들게 한 것은 그 어떤 배경지식도 없이 읽어보라는 말이었다. 스포일러 당하기 전에 읽어버려야 할 것 같다는 다짐...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오래걸렸지만.
아무튼! 감상을 한 줄로 꼽자면 그닥 좋은 평이 남지는 않는다. 사랑을 말하기 위해 너무 많은 길을 돌아왔다...정도? 끝까지 읽는 동안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아서... 책의 마지막 이야기가 마냥 즐거울 수가 없었다.
책은 주인공이 마음의 답을 구하기 위해 어떤 남자의 생애를 파헤쳐나가는 이야기이다. 요 한 문장에 내 모든 고통이 담겨있는데, 주인공에게 답을 줄 거라고 생각했던 그 위인은 사실 하자가 많고 다양하게 못된 사람이었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사실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이 아니라 작가가 화자인 에세이였다.
난 못된 사람이 싫고, 이게 소설이라고 생각해서 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걸까 내내 고통스러웠다. 자전적인 이야기인 것을 알았다면 한 걸음 물러서서 볼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생각했다면 이 과학적 기반이 탄탄하게 다져진 인간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응원하면서 볼 수 있었을텐데... 그런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와서 멋진 작가님이란 맘은 들지만.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내가 힘겹든 말든 하이라이트를 많이 그어둔 책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스포일러 없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생선먹기를 그만둬야 하는가?'하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에게 농담하듯 물었다. "하, 이제 모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선 먹기를 그만둬야 하나요?" 그러자 그가 "예"하고 조용히 대답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저/ 정지인 역
당연히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말에 조용히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그게 책의 제목처럼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고, 내가 비건을 지향하는 것과도 통해있어서 잔잔하게 즐거웠다. 누군가는 우스갯 소리로 대하고 비꼬려고도 해도 옳다고 생각하는 길은 정해져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함께 생각이 바뀌어 나가기도 하니까^_^
요 긴 대장정에 길의 끝에 결국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내내 마음이 힘들었지만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이 바뀌어나가고 있다는 현실의 이야기를 읽은 것은 멋진 변화를 새로이 접할 수 잇었다는 것에서 아주 나쁜 경험은 아니다. 그래도!!! 이게 논픽션인 것을 알고 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주변인이 이 책을 읽고 있다면... 부디 논픽션이라는 것을 전하여주세요.
물론 그 많은 각주에도 불구하고 픽션인줄 알았던 내가 이상하기도 한거겠지만...TㅡT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뷰입니다. 워낙에 유명한 책이라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아서 샀어요. 사놓고 미루다 한참만에 읽었네요. 첨엔 이게 무슨 장르인지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카테고리는 또 과학이더라구요 ㅎㅎ 책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과학자의 유년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음.. 과학자 일대기 이야긴가? 하다가 네.. 충격 그자체... 우리 삶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우리의 세계에 대해 고찰해보게 된 책입니다. 꼭 한 번씩 읽어보세요.
안녕하세요 2023년도 10번째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뷰입니다.
YES24 과학분야 베스트셀러이기에 보았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으나, 저자의 부정적인 시각이 조금 묻어나 있는 단점이 있으며,
과학적인 관심이나 지식이 없다면 읽기 어려울 듯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진실이 아닐 수 있다 라는 것을 언제나 알아야 하고,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자세한 개인적인 의견을 아래의 링크로 남겨 두었습니다.
리뷰를 읽으시는 분 모두 다(多)독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자연 속 아주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지던 평범한 소년이 여러 번의 고난을 겪은 뒤에도 승승장구하던 과정, 그리고 자신이 믿는 무언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던 자기 기만의 모습, 그리고 우생학에 깊은 신념을 가지고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조장(?) 했던 이야기.
작가는 그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결과적으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통해 과학적 믿음, 자기 기만의 위험함, 그리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혹은 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을지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대해, 손가락질하고 구분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일침일 수도 있겠다. 물론 그것보단 포괄적인 이야기를 했겠지만,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권총을 끊임없이 생각하는 작가의 모습이 중간중간 그려졌으니 그 지분이 작진 않겠다.
과학자와 과학계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리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끌어내기 위해 상당히 똘똘하게(?) 흐름을 잡고 쓰신듯하다. 누구나 함께 분노하고,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도록.
그런데 대체, 마지막까지 읽고 난 감동, 이런 건 어디 있었을까. 난 뭔가 반전이 있는 줄 알았는데...ㅋㅋ 대체 이런 책에선 어떤 반전이 있을 수 있는지 기대했잖아.
재미있고, 신선했다. 이 책으로 변화도 있었으니 뿌듯하실 듯.!
하지만 갈길이 멀다...
*밑줄
혼돈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하는 시기의 문제다. 이 세계에서 확실한 단 하나이며, 우리 모두를 지배하는 주인이다.
"인간의 육체적 본성이...어류에 뿌리를 두고있다는 것을 모르면, 인간이 얼마나 낮은 곳까지 내려갈 수 있고 도덕적으로는 얼마나 졸렬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가시가 충격적이라고 느낄 만큼 인간과 유사한 어류의 골격 구조(작은 머리, 척추골, 갈비뼈를 닮은 돌출 가시)는 '인간'에 대한 경고였다.
어쩌면 그는 무언가 핵심적인 비결을 찾아냈을지도 몰랐다. 아무 약속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희망을 품는 비결, 가장 암울한 날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비결, 신앙 없이도 믿음을 갖는 비결 말이다.
목적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어쩌면 아무것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아뇨, 존재해요. 아무것이란 것은 존재해요.' 그러고는 의문의 여지없는 현실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더니 의기양양하게 덧붙였다. '예를 들면 호박 같은 것도 존재해요.'"
"무지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학문이다. 아무런 노동이나 수고 없이도 습득할 수 있으며, 정신에 우울함이 스며들지 못하게 해주니 말이다."
"나는 바라는 목표를 향해 끈질기게 일하고 그런 다음 결과를 차분히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졌다. 나아가 나는 일단 일어난 불운에 대해서는 절대 마음 졸이지 않았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지속적으로 오만을 복용하는 것이야말로 실패할 운명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보여주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 점들이 내가 우생학자들에 대해 그토록 격노하는 이유다. 그들은 이런 그물망의 가능성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그들은 애나와 메리 같은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고, 자신들이 받은 빛을 더욱 환하게 반사할 수 있는 이 실질적인 방식들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것은 나에게 경이로운 효과를 발휘했다. 그 상상은 무신론자에게는 가장 금기시되는 판타지로 내 피부를 콕콕 찔러댔다. 어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밖, 혼돈의 차가운 수학 속에 결국 일종의 우주적 정의가 존재한다는 판타지 말이다.
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물고기에 대해 연민이 느껴진다고 했다. 일단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더 이상 그걸 제대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연민이었다.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세계에 관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또 뭐가 있을까? 우리가 자연 위에 그은 선들 너머에 또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 어떠 범주들이 무너질 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