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책을 읽으면서
며칠 전에 서점에서 구입한 책 이지만
나름대로 잼나게 읽고 있다.
예전에 구입해서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 보니 새롭기만 할 뿐이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책을 읽는 순간에
자기의 삶을 확실하게 만들어진 글 같았다.
지혜와 의미 그리고 용기가 담아 있는 철학적인 소설인 듯 싶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책을 읽으면서
좋은 생각만 하게 될 듯싶다.
늘 많은 책들과 접하기는 하지만
이 책은 정말로 잊을 수 없을 듯 싶다.
비행기를 탄 사람은 스튜어디스 몇 명과 호박에 낙엽이 든 가방에 치즈를 들고 있는 저밖에 없었습니다. 잠시 후 비행기가 이륙했고, 기내는 곧 어두워졌습니다. 스튜어디스들마저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기내가 쥐 죽은 듯이 고요했습니다. 바로 그때 제 안에 있던 뜨거운 열정이 발동했습니다.
저는 비행기의 가운데 자리로 가서 팔걸이를 모두 치우고는 낙엽을 꺼내 좌석 위에 좍 깔았습니다. 그리고는 호박을 꺼내 좌석 한가운데에 놓고 빵 두 덩어리와 치즈는 양쪽에 놓은 다음, 스튜어디스 호출 버튼을 눌렀습니다. 피곤에 지친 얼굴의 스튜어디스가 음료를 부탁하려는 거겠지 하는 표정으로 느릿느릿 걸어왔습니다. 제가 대뜸 말했습니다.
“이것 좀 보세요!”
그랬더니 그녀가 ‘어머나!’ 하는 비명을 지르면서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얼굴이 점점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환해지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어서요. 저는 충분히 감상했으니, 괜찮으시다면 다른 스튜어디스들에게도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그녀가 ‘잠깐만요!’ 하고 사라지더니 곧바로 동료들을 모두 데리고 왔습니다. 그들은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멋진 와인 잔에 따라서 전부 돌렸습니다. 그날 시카고에서 로스엔젤레스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매년 가을마나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끝났을 수도 있는 여행을 마법으로 둔갑시킨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러분도 마법을 부릴 수 있습니다. 삶의 현장 곳곳에서 마법을 시험해보십시오. 광기가 발동할 때는 억누르지 마십시오. 단 한번만이라도 맘껏 표현해보십시오. pp.105-106
*낙엽, 호박 빵 그리고 치즈 중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 책을 처음 발견한 곳은 다름아닌 아빠의 책장에서였다. 딱딱한 전공서적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제목이었는데, 평소 아빠가 보여주는‘엄격함(지금은 아빠와 농담도 할 수 있지만, 어린 시절 그리고 꽤 성장한 후에도 나는 아빠를 어려워했다)’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문장이어서 더욱 그러했던 듯 하다. 그렇게 호기심에 펼쳐든 책을 나는 완독했고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바로 위에 적은 글이다.
위스콘신 주에서 수녀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마친 후 낙엽(낙엽이 아름답다 했더니 수녀님들이 가방에 낙엽을 한가득)과 호박(이렇게 큰 호박은 처음 본다고 하자)과 빵(너무 맛있어서 눈물을 흘렸더니)과 치즈(음..이번에는 수녀님들께서 그냥 챙겨주셨군요)를 선물로 받아 비행기에 오늘 저자가 비행기 좌석에 낙엽을 깔고 빵과 치즈 그리고 와인으로 작은 파티를 열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 이야기.
책에서 이 장면을 만났을 때, 저자의 엉뚱함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내 낙엽이 깔린 비행기를 떠올리며 미소지었던 기억이 있다. 밤비행기를 탔다 했으니 까만 밤하늘을 나는 울긋불긋한 양탄자 같겠다는 생각도 했더랬다. 그리고 이후에도 가을이 오면 가끔씩 낙엽 깔린 비행기와 맛있는 빵과 치즈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이 생각나곤 했다. 이 책에 실린 다른 이야기들은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한데 (솔직히 지금은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장면만은 또렷이 기억나는 것이 때로는 신기하기도 하다.
북클럽 도서들을 넘겨보다가 ‘100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출간이라는 소개가 적힌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나는 오랜만에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페이지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나를 미소 짓게 하는 문장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처음 이 장면을 본 스튜어디스가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어서 다행이라는 점(그렇지 않았더라면 "뭐하시는 거예요? 당장 낙엽 치우고 좌석 팔걸이도 원래대로 해놓으세요!"하고 화를 냈을지도), 그리고 나중에 기내 청소를 하면서 혼나지는 않았을까? 하는 정도ㅎㅎ. 어쩌면 저자가 말한 마법이 조금은 내게 닿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저자의 조언에 따라 나의 일상 곳곳에서 마법을 시험해 보기로 다짐해 본다.
여러분도 마법을 부릴 수 있습니다. 삶의 현장 곳곳에서 마법을 시험해보십시오. 광기가 발동할 때는 억누르지 마십시오. 단 한번만이라도 맘껏 표현해보십시오. pp.105-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