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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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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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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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윤혜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쓴 이 책은 돌·물·피·돈·불·발·꿈이라는 7가지 테마로 유럽 도시의 역사를 소개한다. 유럽 도시의 영광스러운 순간만이 아니라 어두운 역사를 조명하며 고대 아테네부터 21세기 밀라노 두오모 성당까지 장구한 유럽 역사를 바라본다. - 손민규 역사 MD

기원전 5세기 아테네부터 2020년 밀라노 두오모 성당까지,
돌·물·피·돈·불·발·꿈 7개 코드로 유럽 도시의 역사를 읽다!


이 책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유럽 도시의 현재와 과거를 들여다본다. 돌·물·피·돈·불·발·꿈 7개 코드를 따라 여행하다가 유럽 역사 속 한 시대 한 공간에 독자를 데려다놓는다. 상징적인 하나의 공간에서 출발해 도시 전체의 역사를 살핀다. 오래된 유럽 도시가 감춰놓은 과거 도시의 기억이 영문학자인 저자를 통해 한 편 한 편 완결성을 갖추며 7코드 7갈래로 이루어진 49가지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유럽 도시의 현재 모습을 담은 아름다운 사진과 과거 역사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담긴 도판이 독자의 눈을 맑게 한다.

독자들은 「코드1 돌」에서 라벤나 산비탈레 교회의 반짝이는 모자이크를 보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코드3 피」에서 아름답게만 생각했던 부다페스트 광장 한복판에 고여 있는 탱크에 맞선 군중들이 피를 떠올리고, 「코드5 불」에서는 드레스덴 폭격의 참혹한 현장을 살펴보며, 「코드6 발」에서는 지금도 바르셀로나의 중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바리 고틱을 걷는다. 코로나 19로 발이 묶여버린 지금,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수치와 영광,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하는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언젠가 반갑게 재회할 순간을 즐겁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여행을 시작하며 | 돌·물·피·돈·불·발·꿈에 담긴 도시의 역사를 따라 걷다

CODE 1 돌
01 (2·16·18세기 | 로마 판테온) 돌들이여 말하라, 신들이 어디 갔는지!
02 (6세기 | 라벤나 산비탈레 성당) 나의 황후를 나를 대하듯 존중하라
03 (12세기 | 볼로냐 두에 토리) 내 이웃은 내 적이다
04 (13세기 | 시에나 대성당) 이 도시를 당신께 바치오니, 우리를 도우소서!
05 (16·18세기 | 런던 서머싯 하우스) 건축자재가 없다고? 교회를 폭파해 그 돌을 가져다 써!
06 (18·19세기 | 바르셀로나 스위터델러) 방벽을 헐자, 치욕을 지우자
07 (3·12·19· 21세기 | 파리 몽마르트르와 노트르담 대성당) 누가 노트르담을 야만스럽다 할 것인가

CODE 2 물
01 (기원전 5~4세기 |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와 피레아스) 남성 시민을 위하여, 오직 그들만을 위하여
02 (13~14세기 | 피렌체 산조반니 세례당) 그곳에 나는 시인으로 돌아가
03 (15세기 |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시민과 도시, 상업과 종교는 한 몸이다
04 (1·17세기 | 로마 나보나 광장) 물만 나오면 다인가, 아름답게 꾸며야지
05 (17~18세기 | 프랑크푸르트 작센하우젠) 독일은 맥주? 프랑크푸르트는 사과주
06 (19세기 | 프라하 블타바 강) 흐르는 강물의 음향은 매 순간 사라지고 다시 태어난다
07 (13·20세기 |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 대홍수에 조롱당한 치마부에의 십자가상

CODE 3 피
01 (기원전 5세기 | 아테네 디오니소스 극장) 피를 보지 않더라도 삶은 충분히 비극적이다
02 (1세기 | 로마 인술라와 콜로세움) 가난한 자들을 물 대신 피로 회유하라
03 (18~19세기 | 파리 콩코르드 광장) 조부가 만든 공원에서 왕의 목이 잘리다
04 (18~19세기 | 런던 스미스필드 축산시장) 도살장의 짐승 피야 어쩔 수 없지 않소
05 (12·18~20세기 | 프라하 유태인 묘지) 이이야말로 카프카적 아이러니 아닌가!
06 (19~20세기 | 부다페스트 벰 광장) 콘크리트와 철근 사이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리다
07 (15·21세기 | 피렌체 산타크로체, 산 타마리아 노벨라, 산스피리토 성당) 세 대가의 세 십자가상이 한자리에 모이다

CODE 4 돈
01 (15세기 | 베네치아 카도로) 우리의 도시를 위하여 나의 집을 짓다
02 (15세기 | 피렌체 산마르코 수도원) 코시모 데 메디치, 빈곤한 당신의 영혼을 위해
03 (14~16세기 |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천 년의 역사쯤은 허물 수 있다
04 (15~16세기 |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 긍휼의 산성으로 고리대금업에 맞서라
05 (16~17세기 | 안트베르펜과 암스테르담) 한 도시는 지고 한 도시는 뜨고
06 (17세기 | 암스테르담 담 광장) 미술도 사업, 동업자끼리는 서로 돕고 삽시다
07 (18~19세기 | 런던 럿게이트 힐과 서더크) 누군가 대신 빚을 갚을 때까지 채무자를 감옥에 가두라

CODE 5 불
01 (14~15세기·20세기 | 프라하 베틀렘스카 예배당) 순교자 후스의 이름으로 도시를 불태워라
02 (15세기 |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 세속의 허영을 모두 불태워도 예술은 계속된다
03 (18세기 | 프라하 스타보보스케 극장과 빈 궁정극장) 참회하라 돈 조반니, 지옥 불이 너를 기다린다
04 (18~19세기 | 런던 블룸스버리) 버려지는 석탄재도 벽돌을 만들면 돈이 된다네!
05 (19세기 | 파리 생라자르 기차역) 여인 뒤의 하얀 연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06 (20세기 | 드레스덴 성모교회) 폭격기에서 내려다보면 도시의 참혹함은 보이지 않는다
07 (15~16·19~20세기 | 피렌체 산로렌초 광장과 아레초 그란데 광장) 비스테카는 센 불에, 트리파는 약한 불에

CODE 6 발
01 (14·19세기 | 바르셀로나 바리 고틱) 앞 못 보는 이들도 냄새로 길을 알더라
02 (4·16~17세기 | 파리 퐁 뇌프 다리) 파리는 가톨릭 미사랑 바꿀 만해!
03 (18세기 |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 고상한 건축물 위에서 나누는 완벽한 사랑
04 (17~19세기 | 나폴리 보메로와 제수 누오보 광장) 윗동네는 공기 좋고, 아랫동네는 맛 좋고
05 (19세기 |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눈길 따라 발걸음을 떼다
06 (20세기 | 로마 아피아 가도) 2,000년 전 그들이 다시 행진하다
07 (18~19세기·21세기 | 니스 프롬나드 데 장글레) 휴양지에서도 빈민 구제는 마땅히 할 일이오

CODE 7 꿈
01 (11세기·13~14세기 | 피렌체 산미니아토 알 몬테) 교회의 발 아래로 도시가 펼쳐지듯
02 (16세기 |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 심판의 날에 저의 죄를 묻지 마소서
03 (18~19세기 | 빈 케른트너토어 극장) 선생님, 연주가 끝났는데요
04 (19세기 | 맨체스터 시청사) 계급 갈등의 산사태를 무엇으로 막을 수 있겠소?
05 (20세기 | 마르세유 시테 라디우스) 균등하게, 반듯하게, 단조롭게
06 (20세기 | 런던 본드 가) 나는 런던 산책을 아주 사랑한답니다
07 (17·21세기 |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전염병에 감금당한 도시들의 하늘 위로

여행을 끝맺으며
참고문헌
도판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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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오래 남아 스스로 역사가 되다”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에 새겨진 2020년의 기억

하늘 위에서 카메라로 내려다본 도시의 골목, 광장, 도로에서 사람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평소라면 인파로 가득 차 생기 넘쳤을 테지만, 지금은 어딜 둘러보아도 정적만 흐른다. 이제 카메라는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을 비추다가 점점 멀어지면서 성당 내부로 화면을 전환한다. 텅 빈 성당에서 [생명의 양식]이 오르간 연주와 함께 흘러나온다.

2020년 4월 12일 부활절을 맞이해 이탈리아 출신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진행한 ‘희망을 위한 음악’ 공연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을 위로했다. 특히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화면을 가득 채운 웅장하고 화려한 자태의 두오모 대성당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앞으로 사람들은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을 보면 2020년 한 해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돌·물·피·돈·불·발·꿈 7코드 × 7갈래로 풀어낸
유럽 도시 역사 속 49가지 결정적 장면들


사람들은 죽고 사라져도 그 자리에 남아 스스로 역사를 증명하는 도시들이 있다. 사람들이 유럽 도시를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곳에서는 도시의 이야기도 단절된다. 하지만 오래된 유럽 도시에는 그 위, 아래, 곁을 떠돌며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는 흔적들이 남아 이야기를 전한다. 이 책은 과거의 역사를 밝혀줄 흔적들을 찾아 기원전 5세기부터 2020년 현재까지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유럽 도시를 여행한다. 이 여행길에서 독자는 영광과 수치, 쾌락과 고통, 아름다움과 추함, 건설과 파괴, 문명과 야만이 만들어낸 49가지의 유럽 도시 풍경과 마주친다.

여행의 발길은 한 시대 한 공간씩 머문다. 특정 장소를 찾아가 현재의 모습을 바라보며 과거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 책의 저자 윤혜준은 이것을 ‘유럽 도시 시간여행’이라 부른다. 독자들은 지금 눈앞에 있는 성당, 교회, 다리, 강물과 거리에서 과거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여행을 이끌어줄 ‘가이드의 깃발’은 불·불·피·돈·불·발·꿈의 7개 코드다. 영문학자인 저자는 유럽 도시 역사의 결정적 장면들을 한 편 한 편의 짧은 이야기로 담아냈고, 그 이야기를 풀어낼 열쇠로 7개 코드를 설정했다. 유럽 도시를 읽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이처럼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방식은 지금껏 없었다.

유럽 도시에서는 발걸음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는 아닐 테니!


[CODE1 돌] 유럽 도시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석조 건물의 우아한 자태다. 철근 콘크리트의 고층 건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한때 로마의 신들이 주인이었으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쫓겨 자리를 내주어야 했던 로마 판테온, 신분을 초월한 황제와 황후의 사랑이 모자이크에 새겨져 1,500여 년간 이어져오고 있는 라벤나 산비타레 성당, 바르셀로나 시민에게 치욕이었으나 지금은 관광 명소로 변신한 스위터델러 공원 등 유럽 도시의 석조 건물들은 수없이 주인과 용도는 바뀔지언정 그 자리에 남아 역사를 기억하게 한다.

[CODE2 물] 물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살아남기 어렵듯 도시 또한 그러하다. 물 하면 떠올릴 수밖에 없는 도시 베네치아에서 상업과 종교의 상관관계, 로마에 그토록 아름다운 분수가 많은 이유, 당쟁으로 망명생활을 떠나 평생 피렌체로 돌아올 수 없었던 단테에게 산조반니 세례당이 갖는 의미를 물과 함께 도시들을 돌며 찾아본다.

[CODE3 피] 산 자들의 몸에는 피가 흐르고 살기 위해 피를 흘리며, 자유와 정의를 위해, 분노와 욕망으로 피를 낸다. 물은 제공할 수 없으니 피로써 민심을 달래려 한 로마의 콜로세움, 가축들의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오물로 가득 찬 런던 시민의 필요악이었던 스미스필드 축산시장, 국가의 폭력에 맞서 싸운 부다페스트 시민들의 피가 스며들어 있는 벰 광장까지 도시의 역사에는 언제나 피의 기억이 존재한다.

[CODE4 돈] 돈과 도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도시에서는 구원조차 돈으로 살 수 있다. 돈을 따라 가면 역사 속 수많은 죄와 벌의 장면들을 엿볼 수 있다. 수도자이자 르네상스 화가였던 프라 안젤리코는 후원자 코시모 데 메디치의 빈곤한 영혼을 위해 피렌체 산마르코 수도원 기도실에 그만을 위한 벽화를 그려놓았다. 15세기 베네치아 귀족 가문들은 엄격한 규율로 뇌물과 사치, 부패와 권한 남용을 금했으나 도시를 아름답게 장식해줄 화려한 저택 건축만은 허용했다. 콘타리니 가문의 ‘카도로’ 역시 한때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났으며 지금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있다.

[CODE5 불] 물이 그렇듯 불도 인간의 생과 사를 좌우한다. 유럽 도시의 역사에서 불은 ‘죽음’에 좀더 깊이 관여했다. 프라하 베틀렘스카 예배당에 가면 교회의 타락을 비판하다가 불길 속에서 한줌의 재로 변한 얀 후스의 흔적을 쫓을 수 있고, 런던 블룸스버리의 거리에서는 19세기에 버려지는 석탄재로 만든 벽돌로 지은 집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석탄재를 마셔가며 벽돌을 만들어야 했던 건 가난한 노동자들이었다.

[CODE6 발] 유럽 도시에서는 발걸음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바르셀로나의 바리 고틱, 파리 퐁 뇌프 다리, 로마 아피아 가도는 천천히 걸으며 과거 그 거리에서 들려오던 소음, 풍기던 냄새까지 떠올릴 수 있는 산책자를 위한 여행지다.

[CODE7 꿈] 도시에서 사람들은 꿈을 꾼다. 산미니아토 알 몬테에서 내려다본 피렌체처럼 소박한 정의가 살아있는 도시를 꿈꾼 단테, 인간 최후의 그날을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 천장에 그려놓은 미켈란젤로, 빈 케른트너토에 극장에서 [합창]을 초연하며 화평한 이상사회의 꿈이 유효함을 선포한 베토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20년 4월 12일 부활절에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에서 전 세계를 향해 희망을 노래한 안드레아 보첼리까지. 사람들은 도시에서 꿈을 꾸고, 도시는 그 꿈을 품는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의 발이 묶인 지금,
도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다. 도시 그 자체다. 오랜 세월 인간의 삶을 지켜보며 간직해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도시의 역사에는 수치와 영광, 추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지만 좋은 것만 보여주지 않는다. 있었던 사실 그대로를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들려준다.

최근 들어 1년 가까이 발이 묶여버린 사람들이 이맘때 나는 어디에 있었는지를 추억하며 개인 SNS에 여행 사진을 올리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여행에서 내가 무얼 먹었고, 어디에 갔고, 무엇을 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당분간 멀리 떠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차분히 앉아 유럽 도시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언젠가 다시 그곳을 찾게 될 때 더 많이 반가워할 수 있도록 말이다.

종이책 회원리뷰 (23건)

주간우수작 지금은 마음껏 꿈꾸어야 할 시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e******y | 2021.01.25 | 추천231 | 댓글218 리뷰제목
유구한 역사를 품고 갖가지 이야기 속에 살아있는 유럽 도시들, 수십 번 수백 번을 다녀본다 한들 결코 온전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깊고 넓게 이 도시들을 알아보려는 시도는 유익하고 즐겁다. 직접 실행하지 못한다면 책으로 해도 된다. 여러모로 잘 만들어진 책『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를 읽으며, 꽉 막힌 하늘길을 뚫어가며 유럽 인문 기행의 마스터 플랜을 짜보
리뷰제목

유구한 역사를 품고 갖가지 이야기 속에 살아있는 유럽 도시들, 수십 번 수백 번을 다녀본다 한들 결코 온전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깊고 넓게 이 도시들을 알아보려는 시도는 유익하고 즐겁다. 직접 실행하지 못한다면 책으로 해도 된다. 여러모로 잘 만들어진 책『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를 읽으며, 꽉 막힌 하늘길을 뚫어가며 유럽 인문 기행의 마스터 플랜을 짜보는 기쁨을 맛보았다. 기원전 5세기부터 2020년 4월까지,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광대한 스펙트럼을 따라 유럽 전역에서 펼쳐지는 이 시간 및 공간 여행은 황홀 그 자체이다. '돌-물-피-돈-불-발-꿈'의 7개 코드로 시공간을 아우르며 여러 도시를 하나의 포맷으로 묶는다. 동시에, 한 도시를 여러 개의 코드로 해독하며 새로운 여러 모습을 발견한다. 장소, 인물, 역사, 예술을 총망라하여 방대한 스케일로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사이, 흥미로운 여행을 한 차례 이루었다. 또 하나의 직접 나서는 여행을 그 어느 때보다 더 확신하게 되었다.

 


 

 

 

제1의 코드 <돌>은 로마의 판테온으로 시작된다. 내가 간직하고 있는 판테온의 모습 중 '돌'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은 밤의 판테온이다. 짙은 오렌지빛 가로등 곁에서 웅장하게 빛나던 판테온은 다른 세상에서 들여온 돌로 만든 작은 성과 같았다. 이 책처럼 낮의 판테온이라면 '화강암 돌기둥 현관'을 통해 내부로 들어설 때 천장에서 쏟아지던 햇빛을 잊을 수 없다. 빛줄기를 따라 하늘로 둥글게 뚫린 천장을 올려다보면 내부 전체를 수놓은 돌들이 눈에 들어온다. 벽을 따라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면 라파엘로의 무덤이다. 안타깝게도 로렌체토의 <바위 위의 성모>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라벤더와 발음이 비슷하여 늘 보라색이 연상되는 도시 라벤나. 피렌체 출신인 단테의 묘소가 있는 곳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드라마틱한 얘기가 남아 있는 '돌'이 있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부부가 '산비탈레 성당'의 벽을 장식하고 있다. 세속적인 여배우가 경건한 기독교인으로 변신한 후, 황후의 자리에 올랐다는 영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계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 대학 이외에 볼로냐에서는 '나란히 기울어져' 있는 '두에 토리 Due Torri (두 탑)'을 찾아야 한다. 높은 데다가 기울어지기까지 했으니 나는 올라갈 엄두를 내지 않겠지만, 두에 토리 중 '아시넬리' 탑을 500여 개의 계단을 통해 꼭대기까지 오른다면 볼로냐 구도시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한다. 시에나에서는 대성당을 찾아야 하고 바닥을 살펴보아야 한다. 하얀 대리석에 홈을 만들고 거기에 채색 돌조각을 삽입해 모자이크 그림을 그려놓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닥', 이런 예술품을 밟고 다닐 수 있을까. 눈을 들어서는 피렌체의 깃대를 찾는다. 피렌체 및 스페인과 얽힌 복잡한 역사가 만들어낸 이 깃대의 범상치 않은 내력을 기억해둔다. 런던에도 '돌'의 사연이 남은 명소가 있다. 고흐와 마네의 명화로 유명한 서머싯 하우스. 옛 부호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바꾸어 놓은 줄로만 알았는데 헨리 8세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의 어두운 그림자가 깔린 곳이다. 2년 전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을 찾았을 때도 박식한 가이드가 아니었더라면 이곳의 암울한 역사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지중해가 아련하게 내려다보이는 낭만적 장소가 아니라 스페인 펠리페 5세의 탄압의 흔적이 서린 곳이다.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에서 시작된 바르셀로나의 구구한 운명, 요새에서 공원으로 변모한 '스위터델러(카스니야어로는 '사우타데아')에 얽힌 사연에 귀 기울여본다. 2019년 TV 화면에서 활활 타오르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분명 돌로 지었을 텐데 어디서 저런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건지 안타까웠다. 현대에 와서는 파리의 랜드마크이지만 12세기부터 숱한 역사의 굴곡 아래 파괴와 남용의 치욕을 겪었다. 파리코뮌 이후 창고처럼 방치되어 있다가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덕택에 복원작업이 급불살을 탔다, 여기까지만 알고 있었다. 이 책은 더 깊이 들어가 몽마르트르와 생드니, 이를 기리는 생드니 성당을 노트르담의 기원으로 이어준다.

 


 

 

 

<물>의 시작은 아테네이다. 아테네가 민주주의의 발상지라는 통념을 깨뜨린다. 알고 보면 소크라테스에게 사약을 받고 억울하게 죽은 것도 직접민주주의 때문이었다. 강력한 해군력을 무기 삼아에 게 해의 다른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아테네, 사실은 착취자의 역사를 만들어나갔고 피레아스 항구를 차별의 현장으로 삼았다. <물>에서 만나는 피렌체의 주인공은 단테이다. 정치적 다툼에 휘말려 추방당한 후 죽을 때까지 피렌체에 돌아오지 못했지만, 항상 자신이 세례를 받은 '산조반니 세례당'으로 돌아갈 것을 꿈꾸었다 (내가 세례 받은 그곳에 나는 시인으로 돌아가 월계관을 쓰리라!). 당연히 피렌체의 아르노 강도 <물>에 등장한다. 다만 낭만적인 물이 아니라 홍수 피해를 일으킨 흑역사를 줄줄이 담고 있다. 아르노 강의 습격으로 산타크로체 성당의 치마부에 <십자가상>은 무참히 무너졌었는데, 10년의 노력 끝에 '일부' 복원된 모습으로 다시 관람객을 맞는다. (13세기 명작의 망가진 모습은 전쟁과 파괴, 소외와 단절로 얼룩진 20세기의 수난을 증언한다. 또한 위로한다)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가 베네치아에서 생겨났다니 금시초문이다. 온 도시가 물로 가득한 베네치아에서는 당시 일반적이던 프레스코화를 그리지 못했고, 무역에 나섰던 갤리선의 돛으로 쓰이는 캔버스를 뜯어 그림을 그렸다. 베네치아에 가면 꼭 가고 싶은 아카데미아 미술관! 세 점의 작품을 찾아봐야 한다. 일단 이 미술관의 마스코트인 다빈치의 스케치 <인체 비례도>를 보고, 젠틸레 벨리니의 캔버스 명작 <산마르코 광장의 행렬>과 <산로렌초 다리의 십자가 기적>도 찾아야 한다. 물에 대한 좋은 기억이라면 당연히 로마의 분수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은 트레비 분수보다 나보나 광장의 '네 강의 분수 (콰트로 피우미 Quattro Fiumi)'를 조명한다. 특이하게도 직사각형을 띠고 있는 나보나 광장이 마차 경기장으로 출발했다는 이야기, 로마 전 지역에 수로를 끌어들이는 과정, 그리고 물만 나올 게 아니라 보기에도 좋아야 한다는 기치 아래 당시 최고의 조각가 '베르니니'에게 분수를 맡긴 이야기 등. 물로 신화적 전설을 덧댄 로마는 21세기에도 건재하다. 독일에서 뮌헨 다음으로 가보고 싶은 도시는 프랑크푸르트. 맥주를 잘 못 마시는 나로서는 이곳이 사과와인 (압펠바인Apfelwein'의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이 반갑다. 부유한 시민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와인산업이 발달했지만, 기후변화로 포도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포도밭 주인들과 와인 장수들의 합작품인 사과와인이 개발되었다. 어떤 맛, 어떤 향기일까. 누런 거품부터 배를 부르게 하는 맥주보다는 더 달콤 쌉싸름하지 않을까. 프라하도 블타바강이 있어 <물>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중세 분위기를 간직한 카를교, 오렌지빛이 도는 붉은 지붕들,동화나라를 연상케하는 프라하성을 배경으로 유유히 흐르는 블타바강, 어느 방향에서 조망하든 기품이 넘친다. 카를교 바로 옆 블타바 강변에 자리한 '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박물관'에서 교향시 <블타바>(사실 독일어인 '몰다우'강으로 알고 있다)를 들으며 프라하의 낭만에 취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독일문화와 체코 문화가 복잡하게 얽혀 있던 프라하의 역사를 안다면 <블타바>와 프라하는 거의 무관하다. 장엄하면서도 섬세한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블타바>는 프라하나 블타바강을 찬양하는 음악이 아니라, 체코적인 정신을 유지하려 애썼던 한 민족주의 작곡가의 애환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피>에 대해서는 상반된 두 도시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민주주의의 산실이라지만 사실은 차별이 난무했던 아테네였지만, 피를 직접 언급하는 일은 삼갔다. 연극의 도시 아테네는 기원전 5세기에도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 비극 경연을 벌이고 있었다. 비극이므로 누군가가 죽기 마련인데, 피 흘리며 쓰러지는 장면을 무대에서 재현하기보다는 처참한 일은 무대 밖에서 벌어진 것으로 처리했다. 반면, 로마는 피를물의 대용으로 적극 활용했다. 잘 발달된 수로를 통해 로마로 풍족한 물이 공급되고 있었지만, 서민용 빌라에 해당하는 '인술라 insula'에는 상수도 시설이 전무했다. 물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관대하게 허용된 것이 있었으니 바로 '피'를 풍족하게 경험할 수 있는 콜로세움의 쇼였다. 입장료와 음식까지 무료로 제공받으며 종일 피 흘리는 광경을 구경하며 환호했다. 이외에도 현재 여행 명소로 이름난 유럽 곳곳에는 피의 역사가 포함되어 있다. 혁명의 이름으로 왕과 왕후를 비롯한 수천 명이 피를 흘렸던 파리 <콩코르드 광장>, 사람들에게 고기를 먹이기 위해 1천 년 가까이 동물들의로 물들었던 런던 <스미스필드 축산시장>, 프라하에 살면서 독일어로 글을 썼던 카프카의 경계인적인 삶을 바라볼 수 있는 프라하의 <유대인 묘지>, 주변 외세와의 충돌과 체제 내 갈등으로 빚어진 혁명으로 많은 시민들이 피를 흘렸던 부다페스트의 <벰 광장>, 십자가에서 피 흘리며 죽어가는 예수를 조각으로 형상화한 세 작품을 볼 수 있는 피렌체의 세 성당(산타크로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산스피리토) 등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유럽 도시에 <돈>이 빠질 리 없다. 집의 파사드에 온갖 금박을 입힐 정도라면 얼마나 부유했을까. 항해술과 해군을 토대로 동방무역을 장악하던 15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곳 귀족들은 상인들과 무역 사업을 벌여 막대한 부를 축적함과 동시에 정치에 참여하는 특권을 누렸다. 그러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했으며 뇌물과 사치, 부패와 권한 남용을 금하는 법 아래에 놓여 있었다. 이들에게 허용된 사치가 단 하나 있었으니 바로 화려한 저택을 건축할 수 있었다. 대운하 한복판에 자리 잡은 '황금 저택' 즉 '카도르'는 현재 금박은 사라졌지만 정교한 대리석 장식만으로도 그 화려함을 짐작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피렌체에는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 부를 일구는데 일가견이 있었지만 예술과 문화를 적극 지원하여 르네상스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코시모 데 메디치가 살고 있던 피렌체에는 '천사 같은 수사' 프라 안젤리코가 있었는데, '돈'의 측면에 있어서 극과 극이라 할만한 두 사람은 '산마르코 수도원'을 통해 연결된다. 뛰어난 화가이기도 한 안젤리코는 수도원 벽에 프레스코화 <수태고지>(성스러운 내용도 감동적이지만, 독특한 원근법을 실현하여 르네상스에 시동을 걸었다는 찬사를 받는 그림이다)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수도사들의 방마다 벽화를 그려주며 아낌없이 헌신했다. 이 모든 비용을 지원한 코시모를 위한 방도 있었는데, 안젤리코는 '영혼이 빈곤한' 코시모를 위해 더욱 정성 들인 벽화를 그려주었다. 관광명소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을 로마의 '성베드로 대성당'이 면죄부를 팔아 건축기금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불편하다. 반면에 시에나에서 출발한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라는 은행이 고리대금업과 맞서는 '긍휼'의 은행업을 시작했다는 이야기에서 다시 평정심을 찾게 된다. 안트베르펜보다 암스테르담이 더 '뜬' 이유도 돈 때문이었는데, 종요 개혁을 비롯한 국제정세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도시 또는 국가가 승자가 된다는 진리를 되새겨준다. 암스테르담의 발 빠른 시장은 화가들과 화풍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길드를 중심으로 하는 시장논리에 따라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화가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산업혁명의 발생지답게 런던의 '돈'은 감옥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했다. 서더크에 남아 있는 '감옥' 박물관은 수감자마저 돈의 원리에 따라 다루어졌던 곳이다. 채무자를 빚을 갚을 때까지 감옥에 가둬두고 그 운영은 개인 사업자가에게 맡겼던 18-19세기 런던의 잔재이다. 영리가 목적이다 보니 채무자 사이에도 경제력에 따라 급이 나누어졌고 감옥 간에도 경제력에 따라 질적 차이가 있었다.

 


 

 

 

<불>은 프라하의 종교적 대립의 상징적 장소인 '스타레 메스토 광장'에서 시작된다. 프라하의 구시가지의 상징인 이 광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첫인상은 '혼란스러움'이었다.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광장을 빙 둘러싸고 있어 무질서하게 느껴졌다. 어디에 눈길을 줘야 할지 난감해하던 순간, 광장 중앙의 검은색 물체가 기묘하게 다가온다. 돌무덤 같기도 한 평평한 받침대 위에 메말라 보이는 자태의 한 남자, 바로 프라하의 영웅 '얀 후스'의 조각상이다. ?후스는 타락한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열정 때문에 로마의 교황과 교회 권력자들에게 이단으로 몰려 화형을 당했다.? 이에 그의 추종자들과 군중들은 거센 반란세력을 이뤄 프라하의 수도원과 교회들을 불태우면서 중세 프라하의 자취를 거의 지워버렸다. 후스 추종세력 안에서도 급진파와 온건파가 대립하는 등 일명 '후스전쟁'은 종교개혁 및 30년 전쟁과 맞물리며 거의 200년에 걸쳐 프라하를 흔들어 놓았다. 후스의 조각상은 바른 종교적 삶을 권고하면서도 엇길로 나간 종교의 폐해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프라하. 이번에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가 초연되었다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스타보브스케 극장'이다. 대본으로나 음악으로나 색다른 면모를 가진 <돈 조반니>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베이스 바리톤이고 2막으로 구성됨) 역시 다양한 인종과 문화로 특이한 분위기를 가진 프라하에서 열광적 인기를 누렸다. 극장에서 가까운 거리에는 <돈 조반니>에서 참회를 촉구하는 기사장 동상을 재현해놓았다. 극장은 곱고 밝은 색이지만, 얼굴없이 앉아 있는 이 조각상은 검은 천을 뒤덮어 쓴 채 여전히 경건한 삶을 촉구한다. 다시 피렌체로 돌아와 시뇨리아 광장에 도달한다. 나에게는 영화 <전망 좋은 방>에서 로맨스가 엮어지는 장소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이 광장은 '사보나놀라'라는 수사가 화형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한때 메디치 가문을 추방시키고 피렌체를 정화시키는 데에 사활을 걸었던 수사인데 교황청의 타락에 맞서면서 궁지에 몰려 비극적 죽음을 당했다. 세속주의에 맞서 허영을 불태우라고 외치다가 자신이 먼저 불길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니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같은 장소 피렌체이지만 한편에는 음식과 관련된 매력적인 불의 이야기도 있다. 피렌체 여행자라면 누구나 티본스테이크를 찾는다. 정식 이름은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bistecca alla fiorentina'로 키아니나 송아지 고기와 참나무나 올리브 나무 숯을 이용한 불이 핵심이다. 탄생 배경과 요리방법을 읽는 사이 군침을 삼키면서 이 요리의 명소 '산로렌초' 동네의 중앙 시장을 기억해둔다. 한편, 소 위장 중 양으로 만든 '트리파trippa'라는 '토종' 토스카나 음식은 처음 들어본다. 약한 불에서 야채와 같이 삶아 내는 요리로서 고기보다 재료의 배합이 관건이라 한다. 제맛을 보려면 피렌체에서 한 시간 기차를 타고 아레초에 가야 하지만, 피렌체에서도 제법 만족스러운 아레초식 트리파를 맛볼 수 있다. 볼 것 많고 할 것 많을 피렌체에서 멋진 요리를 두 품목이나 즐길 수 있다니 도대체 피렌체의 단점은 무엇일까. 버지니아 울프의 흔적을 쫓아 오가던 런던의 블룸스버리, 석탄재를 재활용한 벽돌로 지은 건물들이 남아 있는 역사적 장소라는 사실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산업 혁명에 힘입어 급속한 발전 가도를 달리던 런던은 석탄재 역시 '보이지 않는 손'의 시장 원리에 따라 효율적으로 처리했다. 석탄재를 섞어 값싸고 품질도 향상된 벽돌을 만들어 늘어나는 주택 수요도 맞추고 고질적인 석탄 쓰레기 문제도 해결한 것이다. 모네의 <생라자르역>이 있기 전에 마네도 뿌연 연기가 가득한 <철도>라는 그림을 그렸었다. 19세기 프랑스에 불어닥친 부자 열풍에 따라 철도사업이 돈 되는 분야로 부상하면서 파리 외곽으로 이어지는 철도를 위한 기차역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하지만, 생라자르 역은 원래 수도원이 있던 자리로서 프랑스 혁명의 비극적 행태가 자행된 곳이었다. 마네의 시대에 이미 이 비극적 역사는 부를 쫓는 행렬에 묻혔고, 오늘날도 파리에 대한 핑크빛 로망의 한 부분으로 각인되어 있다. 미술의 도시로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드레스덴. 베를린 및 뮌헨과 프라하를 이어가는 여정의 한 부분으로 간직해왔는데 '성모교회'에 얽힌 전쟁의 비극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런던에 화염 폭탄을 퍼부었던 히틀러의 독일은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성공하면서부터는 폭격을 당할 차례가 되었다. 공업지대와 인접해있는 드레스덴도 집중포화 공격을 당했고 '성모교회' 역시 이 포화를 피하지 못했다. 폭격당한 모습으로 공산주의 동독 시대를 견뎌오다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에야 복원되었다. 놀랍게도, 새로 복원할 돔에 얹을 황금 십자가를 '영국의 시민들과 왕실'의 후원금으로 제작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기막힌 아이러니가 하나 더. 제작과 설치를 영국 회사가 맡았으며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의 아버지는 드레스덴 폭격 당시 폭격기 조종사였다. 돌고 도는 인생사이자 흥과 쇠가 반복되는 역사 아닌가.

 



 

 

<발>은 여행의 가장 믿는 구석이다. 편안한 관광보다 생고생을 자처하는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도 나의 발을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기심과 긴장감을 안고 골목골목을 걸어 다닐 때야말로 여행의 최고의 순간들이 열린다. 발로 속속들이 찾아다닌 장소 중 바르셀로나의 '바리 고틱'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발>도 '바르셀로나 = 안토니오 가우디'라는 공식보다 '바리 고틱 (고딕 동네)'를 우선시한다. 고딕이라면 하늘 높이 뾰족하게 치솟기 마련이지만 바리 고틱의 고딕 건물들은 '옆으로 퍼진 수평적 느낌'을 주며 '늘씬함보다는 다부짐이, 시원함보다는 푸근함'이 느껴진다. 대표적 건물은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으로서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의 교회였다(몬주익에서 돌을 어깨에 이고 나르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성당 대문에 장식해 넣었다). 검은 밤하늘로 희끄무레하게 솟아 있던 '바르셀로나 대성당'도 넉넉하고 듬직한 바르셀로나 특유의 고딕 양식이다. 19세기 산업주의 물결에서 살아남았기에 바르셀로나만의 아름다운 중세 가톨릭 분위기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파리에서는 무조건 '퐁뇌프'를 걸어 보아야 한다. 다리 한편에 우뚝 서 있는 앙리 4세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는다. 파리의 처참했던 종교분쟁의 주인공이면서 왕위에 앉기 위해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인물이다. 또한, 파리 최고의 산책로이자 뷰포인트인 '퐁 뇌프'를 선사한 왕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파리가 퐁뇌프라면 런던은 웨스트민스터 다리이다. 런던 시티와 웨스트민스터로 나누어져 있던 옛 런던 이야기와 연결된다. 런던 거리를 배회하며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기괴한 애정행각을 일삼았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문필가 제임스 보즈웰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빅벤 아래로 줄지어 행군하듯 몰려들던 장면이 떠올랐다. 빅벤이 보수공사이지만 바로 옆의 런던 아이와 바로 뒤편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덕분에 웨스트민스터 다리는 영원히 런던의 심장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사실, 나폴리는 내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라는 명성보다는 지저분하고 무질서하며 소매치기가 득실한 동네라는 소문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사진 한 장, '위'와 '아래'로 나누어진 특이한 분위기(위는 상류 사회, 아래는 가난한 변두리),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로 이어지는 다양한 지배의 역사를 알아가면서 이 도시에 대해 '가고 싶다'라는 의견을 갖게 된다. 얼마나 고급스러운 동네인지 위쪽의 보메로 지역도 다녀보겠지만, 길바닥의 오물과 인파로 출렁인다는 아래의 '제수 누오보 광장'이 더 궁금하다. 이곳의 성당은 '별 장식 없는 검은 돌 벽', 길바닥의 돌들도 검게 얼룩진 상태, 그리고 원조 '나폴리 피자'의 본거지( 이탈리아 왕비의 이름을 본뜬 마르게리타 피자가 나폴리 피자의 원조라 한다. 얇은 도우에 흥건히 녹아있는 모짜렐라와 토마토소스, 그 위 띄워놓은 바질 잎 몇 장).... 푸니콜라레에 의지하지 않고 발로 위와 아래를 걸어 다녀보고 싶다. 마드리드에 갈까 말까. 고민이 필요 없는 이유는 바로 '프라도 미술관'일 것이다. 주로 그림 위주로 전시되어 있고 '길게 뻗어 있는 갤러리 복도를 느긋하게 걸으며 마음껏 명화를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한 줄 평으로 충분히 기대된다. 가장 인기 있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감상하고 더 여유를 챙겨 미술관 곁에 있는 '부엔레티로 Buen Retiro'공원을 산책하면 된다. 가까이에 있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면서 감격에 전율하기 전, 자연이 주는 푸르름으로 감각을 가라앉혀둘 필요가 있다. 로마의 소나무는 특이하게 생겼다. 평평한 텐트를 올려놓은 듯한 모습에 활엽수처럼 보였다. 이탈리아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의 < 로마의 소나무>를 들으면서 '소나무 사이사이에서 날아다니는 작은 새들' '햇살이 소나무 그늘과 숨바꼭질하듯 짧은 음들의 상쾌한 조화' '달빛의 조명을 받는 소나무들의 자태'를 그려보며, 곳곳에 소나무가 즐비하던 로마를 추억한다. 이 교향시의 절정인 4악장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들'에서는 로마 군대의 행진 장면이 연상된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도록!' 유럽을 장악했던 군대의 힘찬 발걸음은 로마 제국의 여러 유적지에도 남아 있다. 로마가 누렸던 과거의 영광은 음악으로 유적으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국의 브라이튼과 프랑스의 니스,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힌트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니스의 해변가의 명칭에 들어있다. '프롬나드 데 장글레'...지중해를 끼고 있는 프랑스 땅 니스에 '영국인의 산책로'가 뻗어 있는 이유인즉, 바닷물의 효능을 믿으며 햇빛을 사랑했던 영국의 상류층 사람들이 대거 니스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이 멋진 길을 닦은 사람들은 물론 이들이 아니다. 얼어 죽을 위험을 피해 따뜻한 니스로 내려온 유럽의 빈민들과 이들을 돕고자 했던 영국인 교회의 합작품이다. 2016년의 끔찍한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 산책로는 누구나 걸어보고 싶어 하는 영원한 명소로 남아있다.

 


 

 

여행의 또 다른 이름은 <꿈> 아닐까. '꿈'의 연장선이 여행이고 여행은 또 다른 꿈을 낳는다. 피렌체를 강렬하게 꿈꾸었던 사람 중에는 단테가 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추방당했지만 고향 피렌체로 돌아올 날을 꿈꾸며 영원한 스테디셀러 『신곡』을 써나갔다. 『신곡』의 연옥편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장소로 나오는 '산미니아토 알 몬테'가 단테의 꿈의 장소이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계속 걸어 돌계단을 거쳐 이 성당으로 오르는 과정을 몸소 실행하며 나의 '꿈'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세상을 사는 날 동안 가장 마지막 꿈은 무엇일까? 바티칸의 시스티나 경당에서 찾아본다. 미켈란젤로는 천장 프레스코화 <천지 장조>를 그린 지 20년 후, 자신도 60세에 접어든 시점에서 <최후의 심판>을 그려놓았다. 종교개혁의 선봉에 섰던 마르틴 루터, 메디치 가문 출신으로 최고의 화려한 삶을 희구했던 교황 레오 10세 및 클레멘스 7세, 그리고 삶의 마지막에 이르러 죽음을 의식하며 이 그림을 그렸던 미켈란젤로 그리고 이 그림을 바라보는 모든 시대의 개개인... 누구든 마지막으로 갖게 될 꿈은 바로 '심판의 날에 저의 죄를 묻지 마소서'아닐까. 오스트리아 빈에서 단 한 곳의 카페만 갈 수 있다면 큰 고민 없이 '카페 자허'를 선택할 것이다. 자허 토르테의 매혹적인 풍미를 즐기며 지척의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을 중심으로 이 동네에 그윽하게 번져있는 예술의 정취에 젖어볼 수 있다. 그러나, 카페 자허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호텔 자허'가 베토벤의 꿈의 장소였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이 자리가 바로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이 초연되었던 '케른트너토어 극장'이 있었던 곳이다. 완전히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도 평생의 꿈을 모아 이 곡을 썼다. 비록 자신에게는 들리지 않았지만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 받았을 때의 그 환희란 분명 자신의 평생 지켜온 꿈에 대한 결실이었을 것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인기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본거지 맨체스터. 짧은 역사를 극복하고 영국 내 유수의 도시 대열에 서고자 했던 도시 전체의 꿈을 실은 '맨체스터 시청사'로도 유명하다. 한편, 19세기 산업혁명의 병폐에 물든 이 도시에서 노동 계급의 투쟁과 혁명을 꿈꾼 자가 있었으니 엥겔스. 아버지가 소유한 이곳의 면직 공장에서 계급 타파를 이룰 사회주의를 꿈꾸었지만, 공장을 물려받아 가만히 앉아 챙기는 수익금 덕택에 험악한 노동 현장에 들어설 필요가 없었다. 고급 와인을 즐기며 공산주의 꿈을 피력한 저서를 썼을 뿐이고, 정식 수입이 없이 동일한 혁명을 꿈꾸던 친구 마르크스에게 한없이 고마운 존재였다. 햇빛이 잘 들고 조망도 좋으며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아파트를 향한 꿈은 오늘날 대한민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세기 초 르 코르뷔지에가 설파했던 꿈이기도 했다. 그는 '하나같이 똑같은 모양으로 60층짜리 직사각형 건물들을' 지으려는 그의 꿈에 '이웃 설계안 Plan Vois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파리에서는 거부당했지만 소련 정부의 대환영을 받았고, 마르세유에서 '유니테 다비시타시옹'으로 실현되었다. 내가 사는 이 아파트도 결국은 르 코르뷔지에의 꿈의 산물인데, 그 당시 시민들은 이 아파트를 '정신이 돈 자의 집 La Maison ju fada'라 비난했다. 유럽 도시들은 구도심의 철거와 재건을 규제하여 이 '정신 나간 집' 아파트를 배격해왔지만, 내가 사는 나라는 이것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조금씩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사는 나라일지도. 여행에 관한 나의 원대한 꿈중의 하나는 버지니아 울프의 명저 『델러웨이 부인』의 주인공 클리리사 델러웨이의 길을 따라나서보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부근에서 출발, 세인트 제임스 공원과 피카딜리 서커스를 거쳐 북쪽 본드가에 있는 꽃집으로 가는 여정이다. 런던에 가로등이 생기고 여성의 참정권이 수립되고 여성들이 편한 복식을 입기 시작하면서 도시는 여성에게도 서슴없이 걷고 싶는 장소가 되었다. 거의 백 년 전 여성들이 '발'의 꿈을 성취해 놓았기에 오늘의 내가 낭만적인 런던 산책을 꿈꿀 수 있는 것이다.

 


 

 

 

2021년 1월 말 현재 나의 제1번 꿈은 유럽여행이다. 이 책은 상당히 절실하게 읽히는데 그 어느 인문기행 또는 예술여행 책과는 달리, 여행을 꿈꿀 수 없는 시기에 내 손에 들려졌기 때문이다. 시간과 돈을 비롯한 제반 여건이 갖추어진다 하더라도 실행 여부를 전혀 장담할 수 없는 유럽 여행, 꿈꾸는 것이 이토록 괴롭고 슬픈 경우는 처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피렌체, 베니스, 로마, 나폴리, 시에나, 라벤나, 볼로냐 등 세상의 진귀한 보석을 가득 지니고 있는 이탈리아 땅이 새삼 부러워진다. 매년 올 줄 알고 마음 편하게 나다녔던 런던과 파리의 구석구석이 그리워 마음이 아려오고 좀 더 자세하게 볼 걸이라는 후회도 막심하다. 늦은 밤 은은한 가로등 불빛 아래 아른거리는 중세의 흔적을 쫓아 여러 번 순례했던 바르셀로나 바리 고틱, 붉은 지붕과 옅은 잉크 빛 물살이 황홀한 여흥을 돋우어내던 프라하의 블타바 강변, 매서운 골목바람을 피해 급히 걸으면서도 집과 집 사이를 돌아 흐르던 물길에 매혹되었던 암스테르담, 상점마다 모차르트의 얼굴이 나붙어 있고 클래식 음악이 일상처럼 들려오던 빈. 여행할 그때는 몰랐던 도시마다의 아름다움이 이 책을 통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언제든지'가 아니고 '언제일까'를 막막히 기다려야 하는 이런 시간이 올 줄도 모르고 여행을 너무 쉽게 대했던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이 여행하기에 적합하도록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이 간절한 꿈, 이 책의 마지막인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을 향해 외쳐본다.

 


 

 

 

밀라노는 코로나-19의 피해가 극심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에 속한다. '밀라노 대역병'이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이곳을 황폐화시켰던 17세기 흑사병에 견줄만한 비극이다. 이미 한차례 경험했기에 지금의 역경에도 밀라노는 꿈을 노래한다. 모두 텅 비어 있는 이 도시의 여전히 인적이 끊긴 두오모 대성당.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의 2020년 4월 12일 공연은 끔찍한 전염병에 떨고 있는 밀라노와 전 세계를 향해 여전히 꿈꿀 수 있어야 한다고 다독인다. '희망을 위한 음악', 이 시기에 이보다 더 절실히 와닿는 제목은 없다. 보첼리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전해져 오는 <아베 마리아>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들으며 지구 반대편은커녕 내 집 문밖으로 나서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한 이 두려움의 시간들을 응시해본다. 공포와 무기력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다 해도 우리는 노래하며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도록 정해져 있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골몰하며 살아가던 코로나 이전의 나날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안에는 절망이 있지만 자그마한 기쁨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여전히 행복을 추구하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 일곱 가지 코드로 안내하는 도시들도 매 마찬가지이다.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도 부흥을 내다보았고 한창 잘나갈 때에도 쇠퇴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여행도 그렇다. 하지 못할 때와 할 수 있을 때는 시간의 간격과 기다림의 강도는 다르더라도 반복된다. 지금처럼 여행이 불가능할 때는 과거의 여행을 소환하고 타인의 여행을 들여다보며 앞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면 된다. 그러므로, 무참한 가운데에서도 감히 꿈꿀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도시들이 한결같이 말해주는 요점이며, 현재 여행을 기다리는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강령이기도 하다.

 

** 이 글은 예스 24 리뷰어 클럽의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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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7개의 코드(돌, 물, 피, 돈, 불, 발, 꿈)로 읽는 유럽 도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e*a | 2023.01.31 | 추천8 | 댓글0 리뷰제목
유럽의 도시를 소개하고 있지만 여행기가 아니다. 하나의 장이 한 도시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여행기가 아닌 이 책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돌, 물, 피, 돈, 불, 발, 꿈’이라는 7개의 주제, 혹은 소재를 두고 장을 구성하고 있고, 그 장에는 여러 도시가 섞여 있다. 시대도 어떤 일관성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곳으로 가면 무엇을 볼 수 있고, 무엇이 좋고,
리뷰제목

유럽의 도시를 소개하고 있지만 여행기가 아니다. 하나의 장이 한 도시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여행기가 아닌 이 책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 , , , , , 이라는 7개의 주제, 혹은 소재를 두고 장을 구성하고 있고, 그 장에는 여러 도시가 섞여 있다. 시대도 어떤 일관성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곳으로 가면 무엇을 볼 수 있고, 무엇이 좋고, 무엇을 먹으면 좋다는 식의 여행 안내서는 아니다. 대신 도시에서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가를 보다 보편적으로 알려준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이 책은 더욱 좋은 여행 안내서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식이다.

를 다룬 3장은 기원전 5세기의 아테네, 1세기 로마의 콜로세움, 18-19세기 파리의 콩코르드광장과 런던 스미스필드 축산시장, 12세와 18-19세기의 프라하 유태인 묘지, 19-20세기 부다페스트 벰 광장이 그 풍경들을 이루고 있다. ‘라는 소재를 통해 유럽의 도시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심란하고도 처절한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 도시를 종적인 역사로 살피는 것이 아니라, 한 주제를 통해 횡적으로 연결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시간만 된다면 이렇게 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 도시를 둘러보고 공부해도 좋겠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7개의 코드와 관련해서 좀 비대칭적인 것은 사실이다. ‘이니‘ ’과 같은 코드와 관련해서는 떠오르는 도시들이 있다. 그리고 나의 어줍잖은 예측이 거의 70, 80퍼센트 정도는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종잡을 수 없었던 것은 이니, ’이니 하는 코드다. 순교자 후스의 도시 프라하, 사보나롤라가 화형당한 15세기의 피렌체 같은 경우는 의 이미지가 선명하고, 드레스덴의 참혹한 폭격도 그럴듯해보인다. 그런데 돈 조반니가 처음 공연된 프라하의 극장, 프랑스에서 초기 기차역이 생긴 파리 생라자르역은 불과 좀 멀리 떨어진 느낌이고, 이탈리아의 음식을 다룬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신선하다. 도시를 인문학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라 생각하면 도전적이면서도 배울 게 많은 시도다.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도 상당히 달라질 듯하다.

 

그런데 한 가지. 저자의 성격이랄까, 지향점이 조금은 마음에 걸렸다. 진보의 야만성이라든가, ‘혁명이 뿌려댄 같은 것에 관한 반복적인 언급은 그가 무엇을 혐오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가 교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은 유럽의 도시가 종교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 서술의 방식을 보면 그가 무엇을 중시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실제 그렇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읽었다).

 

불편하면서도 의미 있는 책. 좀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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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유럽 도시를 구성하는 일곱 요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2***c | 2022.04.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미국의 대도시들이 현대성을 상징한다면 유럽의 도시는 전통성이 혼재된 느낌이다. 덕분에   수많은 도시들이 관광이라는 부가수익을 통해 도시의 우월성을 자랑하기도 하고, 뒤처진  발전성을 숨기기도 한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각 도시들의 방문을 통해 유럽의 역사,  문화, 예술, 사상 등을 현지에서 느끼고 체험하면서 정리한 내용을 7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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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대도시들이 현대성을 상징한다면 유럽의 도시는 전통성이 혼재된 느낌이다. 덕분에  

수많은 도시들이 관광이라는 부가수익을 통해 도시의 우월성을 자랑하기도 하고, 뒤처진 

발전성을 숨기기도 한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각 도시들의 방문을 통해 유럽의 역사, 

문화, 예술, 사상 등을 현지에서 느끼고 체험하면서 정리한 내용을 7개의 공통 요소로 묶어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첫번 째 요소는 각종 건축물을 구성하는 '돌'이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현대 건축물

과는 역사와 전통이 석조 건물 속에 녹여져 있다. 두번 째 요소는 도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물'이다. 베네치아는 바다, 물을 통해 중세 이후 중심 도시로 발전하기도 

했으며 각 도시의 생활의 질을 결정해 주었다. 세번 째 요소는 도시의 역사와 함께 흐르고 

있는 '피'이다. 자유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도시민들은 피를 흘리기도 했고, 분노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피를 원하기도 했다. 네번 째 요소는 도시의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돈'의 

흐름이다. 한때는 도시 혹은 도시민의 죄악도 돈으로 씻어낼 수 있었으며, 도시의 규모나 

생존도 돈의 흐름 속에 이루어져 있다. 다섯번 째 요소는 물과 달리 도시의 어려움을 담당

하고 있는 '불'이다. 불 역시 도시민의 생존과 연결되지만 탄생보다는 죽은과 연관된다. 

여섯번 째 요소는 도시 내부를 연결하고 각 도시를 이어주는 '발'과 길의 흔적이다. 현대 

도시와 달리 유럽의 도시에서의 발걸음은 느려질 수 밖에 없으며 당시의 생활을 느끼며 

방문자들은 관광객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 요소는 도시에서 사는 거주민들이 꾸던 '꿈'의 

이미지다. 어떤 시민은 혁명가가 되어 도시를 바꾸고자 했고, 어떤 이상가가 되어 도시를 

아름다운 꿈의 선택지로 바꾸고자 벽화나 조각을 이용하기도 했다.

 

 우리도 유럽 못지않은 도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각 도시들의 특징을 잘 잡아내어 

대한민국의 도시를 알리고,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정의를 물려 보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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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g*m | 2022.01.0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어려운 시국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여행이라 더 이런 책들이 끌리나봅니다. 유럽 도시들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7개의 코드별로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분류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접근도 꽤 흥미로웠어요. 코드들은 돌, 물, 피, 돈, 불, 발, 꿈 등이고 그에 따라 49개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처음 생각했던 도시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고 분량이 아쉽지만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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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국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여행이라 더 이런 책들이 끌리나봅니다. 유럽 도시들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7개의 코드별로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분류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접근도 꽤 흥미로웠어요. 코드들은 돌, 물, 피, 돈, 불, 발, 꿈 등이고 그에 따라 49개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처음 생각했던 도시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고 분량이 아쉽지만 흥미진진하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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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여러번 읽고 싶은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밀**피 | 2021.10.0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그림, 신화 책을 읽다보면 그것을 품고 있는 도시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는 7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모두 49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49개의 도시가 아니라 49개의 이야기인 이유는, 여러 키워드를 가진 인기쟁이 도시가 있기 때문이다. 피렌체! 도시 전체가, 키워드다. 이 시국에 누구나 그렇듯, 한동안 여행서를 전혀 읽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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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신화 책을 읽다보면 그것을 품고 있는

도시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는

7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모두 49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49개의 도시가 아니라 49개의 이야기인 이유는,

여러 키워드를 가진 인기쟁이 도시가 있기 때문이다.

피렌체!

도시 전체가, 키워드다.

이 시국에 누구나 그렇듯,

한동안 여행서를 전혀 읽지 않았다.

에세이든, 정보서든, 인문서든, 아무 것도.

오랜만에 읽은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는 인문기행서다.

저자의 개인적인 소회는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주제로 삼은 코드에 대한 소신이나 관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으나, 시종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역사적 사건, 인물에 집중한 도서와는 결이 다른

관점으로 풀어내는 도시 이야기가 신선했고

흥미로왔다. 그래서 재미있었다.

여러 번 펼쳐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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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윤혜준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크***스 | 2021.09.1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인문학과 예술, 여행 관련 책을 몇 권 읽은 덕분에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다. 이 책은 여태껏 읽은 책들과는 달리 돌, 물, 피 등의 7가지 주제로 유럽의 도시에 대해 말하고 있어서 색달랐다. 몰랐던 역사가 있었고 비극적인 역사 또한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 아테네는 민주주의의 기원이다. 하지만 오로지 남성만을 위한 시스템이었다. 여자와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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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예술, 여행 관련 책을 몇 권 읽은 덕분에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다. 이 책은 여태껏 읽은 책들과는 달리 돌, 물, 피 등의 7가지 주제로 유럽의 도시에 대해 말하고 있어서 색달랐다. 몰랐던 역사가 있었고 비극적인 역사 또한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 아테네는 민주주의의 기원이다. 하지만 오로지 남성만을 위한 시스템이었다. 여자와 노예는 인간 대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자, 아내는 집에 가둬놓고 자식을 키우는 종 취급을 했단다. 거의 노예나 다름없는 존재였다는 사실이 놀랍고 끔찍했다. 물론 기원전이라는 시대를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조금은 들지만, 그래도 고대 문명의 중심지인 아테네이기 때문에 조금은 다를 거라 생각했나 보다.



 

고대 로마는 문명이 발달하고 화려한 도시였다고 알려져 있다. 건물 벽에 파이프를 묻어 온수를 흘려보내는 보일러 시설을 갖추었기에 겨울에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당연히 부자들만은 위한 것이었다. 노예보다 못한 자유인들은 "인술라(Insula)"라는 주거 공간에서 지냈는데, 이는 한국에서 사용하는 어감상 "연립 주택"과 비슷한 개념이었다. 서민용 빌라인 인술라는 수도 로마에 몰려드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건축가들이 창안한 독창적인 건축 양식이었고, 서민용이기 때문에 당연히 편의성이 있지는 않았다.
서민들은 주거의 불편함을 안고 살았지만 대신 콜로세움에서 무료로 쇼를 즐길 수 있었다. 물을 마시는 것도 어려웠던 주택의 단점을 피가 가득한 쇼로 대신했다는 게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


 

1436년에서 1445년까지 피렌체의 산마르코 수도원에서 생활한 프라 안젤리코는 성품이 곱고 깊은 영성을 가져 동료 수사들이 "천사 같은 수사"라는 뜻의 이름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는 초기 르네상스 화가로 분류되는데, 동료들을 위해 거주하는 방마다 무료로 그림을 그려주었다고 한다. 이 검소하고 청렴한 수사를 위해 그 유명한 메디치 가문의 코시모 데 메디치가 후원을 했다고 한다. 덕분에 프라 안젤리코는 수도원 벽화를 그릴 수 있었고, 메디치를 위해 값비싼 색의 안료를 사용해 기도실에 그림을 그려주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의 드레스덴 폭격에 관한 사실 중 영국인 폭격기 조종사 아버지와 이후 성모교회 복원과 관련된 아들에 관한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경당에 남긴 벽화들, 베토벤 "합창" 연주에 관한 부분 또한 기억에 남는다.



다 읽고 나니 가끔 해당 주제와 맞지 않거나 끼워 맞춘 것 같은 이야기가 더러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읽었고 유익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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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의 문명과 야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i*****e | 2021.07.3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리틀도서관 매주한권 휴먼터치 https://youtu.be/eyiMED7tSsk 이번 책은 [7개의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입니다. 저자는 윤혜준입니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서양의 문학, 철학, 역사를 현지에서 느끼고 체감하고 싶어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유럽 도시들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 유럽의 도시들을 주인공 삼아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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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도서관 매주한권 휴먼터치 https://youtu.be/eyiMED7tSsk

이번 책은 [7개의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입니다. 저자는 윤혜준입니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서양의 문학, 철학, 역사를 현지에서 느끼고 체감하고 싶어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유럽 도시들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 유럽의 도시들을 주인공 삼아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유럽 도시들이다. 기원전 5세기부터 20204월까지 긴 시간을 여행한다. 이 여행길에서 독자는 영광과 수치, 쾌락과 고통, 아름다움과 추함, 건설과 파괴, 문명과 야만이 만들어낸 유럽 도시의 다양한 풍경과 마주친다.

 

저자가 주인공으로 삼은 유럽 도시들이 겪은 산전수전을 보면서 사람들의 애환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럽 도시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곧 우리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도시의 희로애락이 사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도시는 사람을 품어야만 도시가 됩니다. 사람 없는 도시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나와 가장 잘 통할 것 같은 도시를 찾아가며 책을 읽어 나가는 것도 흥미를 더해 줄 것 같았습니다.

 

저자는 일곱 가지 주제 아래 유럽 도시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유럽 여행 길잡이가 되어 줄 일곱 가지 코드는 바로 돌, , , , , , 꿈입니다. 그러니까 저자는 도시에 박혀 있는 돌에서 역사를 읽습니다. 도시의 생명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물에 주목합니다. 피가 스며있고 돈이 얽혀 있는 도시를 파헤칩니다. 불에 탄 상처를 지니고도 여전히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꿈을 품은 도시를 이야기합니다. 도시가 도시인 이상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을 전망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60세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이제는 대학의 울타리 바깥의 독자들에게도 깨달은 바를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 유럽 도시, 서구 문명, 인류 역사에 대해서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유럽 도시들을 핑계 삼지는 않았다. 모든 것은 팩트’, 객관적 역사다. 유럽 도시 인문 기행에 소중한 당신을 초대한다.

 

객관적 역사에 저자의 주관적 해석을 어떻게 얼마나 담았을지 궁금해 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책은 역사적 사실을 현장과 함께 전달해 주니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저자가 들춰내서 보여주는 유럽 도시는 단 한시도 경쟁과 대립을 멈춘 적이 없었습니다. 도시가 건재하다는 것은 어떤 무엇과의 대립 속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대립은 곧 응징할 힘이었고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었습니다. 균형을 잃었을 때 도시의 건물은 파괴되고 시민은 살육 당했습니다.

 

책은 유럽 역사 속에 깃들어 있는 무수한 대립 양상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자면 보수 교황파와 진보 루터파에 대해, 또 공화정과 황제정에 대해 그 성과와 과오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자는 어느 한 쪽을 지지하는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어느 한쪽을 옳다고 단정하지도 않습니다. 저자가 여행을 통해 직접 체득한 치우치지 않은 견해가 바로 저자가 책에 담고 싶었던 진정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리들은 우리들의 교과서가 우리들의 선생님이 우리들의 시대가 우리들의 국가가 주입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세대별로 자신들이 주입받은 역사가 진정한 역사라고 우기기 마련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가 아니면 왜곡된 역사라고 단정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치우친 역사관을 저마다 갖고 있는 독자들을 저자가 속 시원히 대변해 줄 리는 만무합니다. 그 점 때문에 독자들 중에는 저자를 상대 입장 쪽에 치우친 사람으로 규정할 것도 같았습니다. 진보인 독자에게는 보수 저자로, 보수인 독자에게는 진보 저자로 말입니다.

 

저자는 치우치지 않는 설명을 통해 역사는 치우침을 견디지 못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진보이든 보수이든 어떤 한 편으로 치우친다는 것은 파괴와 살육을 예비했습니다. 많은 계층이 어우러져 사는 도시는 치우침을 용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유럽 도시는 보여줍니다. ‘치우침균형잡힘으로 되돌리기 위한 저항은 엄청난 파괴와 무서운 살육이 수반되었다는 역사적 사실로 입증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니 역사에서 배울 점은 견제와 균형의 중요성인 듯했습니다. 역사가 성숙하고 도시가 성숙한다는 것은 치우침을 자각하는 데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깨닫도록 해주었습니다.

 

책은 치우침이 커지기 전에 미리미리 균형점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누구라도 조율하고 감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도록 해줍니다. 치우침이 이미 커져버렸다는 것은 정의보다는 불의의 양이 비대해졌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쌓여진 불의가 커지도록 방치한 대가는 더 혹독한 저항의 불길을 치솟게 했습니다. 그런 사실을 저자는 돌, , , , , , 꿈이라는 7개의 코드에 담아 치우침 없이 실감나게 전달해 줍니다.

 

일곱 가지 코드 중에서 에 대해 거론하는 챕터에서는 신전, 석상, 모자이크 벽화, , 대리석 그림, 석조 건물, 요새, 방벽, 성당의 돌기둥과 돌벽 같은 것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역사적인 돌을 대표하는 유럽 도시에는 로마가 있었습니다. 로마의 역사를 보면 공화정이기도 했다가 황제가 다스리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황제파와 교황파는 서로 흠집을 내며 투쟁을 일삼았습니다. 그러니 비너스가 자태를 뽐내기도 했다가 성모 마리아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기도 합니다. 책은 로마가 그런 역동적인 현장임을 판테온 신전을 통해 다음과 같이 알려줍니다.

 

판테온은 모든 신들을 섬기는 신전이라는 뜻이다. 로마 중심가에서 아직도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고대로마 시대에는 주요 남신과 여신들의 석상이 원형 벽에 빙 들러서 있었다. 신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 자기들과는 달리 불행히도 늙어 죽을 운명인 인간들을 경멸스럽게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4세기에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받아들이자 비너스를 비롯한 판테온 신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서 모조리 쫓겨 갔다. 이제 판테온의 신들이 서 있던 자리는 비어있다. 그 대신 르네상스 화가 라파엘로의 무덤과 16세기 화가 로렌체토의 작품 바위 위의 성모석상이 맞아준다. 비너스가 사라진 판테온에는 마리아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서 있다.

 

저자는 이탈리아 라벤나에서 꼭 만나고 올 두 사람을 추천해 줍니다. 그들은 산비탈레 성당 모자이크 벽화 안에 존재합니다. 벽화 안에 들어있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에게서 갇혀 있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인습적인 틀을 초월한 사랑을 한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황제의 본처는 그들의 사랑 의지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는지 아름다운? 자연도태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도록 해줍니다. 한편 자신의 첩을 황제에게 바쳐야 했던 고위 공직자는 위대한 양보심을 발휘하여 그들의 사랑은 완성시켜 줍니다. 저자는 벽화 속의 두 사람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산비탈레 성당 벽에서 약 1500년째 살고 있는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부부가 그들이다. 황후는 과감한 노출과 농염한 자세가 특기인 인기 여배우였다. 그녀는 무대 밖에서 남자들을 맞아들이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가 연예계를 은퇴하고 고위 공직자의 첩으로 지내던 중 황제를 만난다. 이 무렵 그녀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지극히 경건한 기독교인으로 변신해 있었다.

황제는 본처가 죽자마자 그 즉시 그녀를 황후로 앉힌다. 사람들이 행여나 왕후의 과거를 들먹이며 뒤에서 수근 댈까봐 유스티니아누스는 항상 황제와 황후를 동등한 자격으로 대우할 것을 명했다. 황제의 뜻을 읽어낸 이가 의도적으로 황제와 황후가 서로 마주 바라보도록 벽화를 배치했다. 그 정교함과 정성스러움에 있어서도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 처지지 않는다.

 

일곱 가지 코드에서 물에 속하는 역사로 언급한 것으로는 소크라테스가 받아 마셨던 사약, 아테네의 목숨이 걸려 있던 피레아스 항구, 단테가 물로 세례를 받았던 피렌체의 산조반니 세례당, 베네치아의 운하, 로마 나보나 광장의 분수,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맥주와 사과주, 프라하의 블타바 강, 피렌체의 아르노 강 등이 있습니다. 사약과 술이 물이라는 코드에 포함 된 것이 재미나서 옮겨보기로 합니다.

 

고대 아테네의 영광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기원전 1세기, 로마 제국에 편입된 후로 아테네는 도시국가로 존립하지 못했다. 로마제국 이후로도 비잔티움 제국, 오스만 제국이 차례대로 아테네를 다스렸다. 19세기에 들어와 독립국가 그리스의 수도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아테네의 오늘날 모습에서 고대 유적 몇 개를 빼면, 서구 도시의 원조 아테네의 자취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물론 사상과 철학의 역사에서 아테네는 잊힌 적이 없다. 시민들은 민주적 인민재판을 통해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소크라테스의 재판 과정을 지켜본 플라톤이 소상히 기록해서 후대에 남겼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에게 사약을 마시고 죽게 한 인민재판을 가능케 했던 민주주의를 경멸했다. 민주주의라는 말로 번역된 데모크라티아는 군중의 지배다. 고대 아테네는 토종 남성 군중의 지배였다.

 

유럽 도시치고 술을 즐기지 않는 곳은 없었다. 알코올 성분 음료는 생활의 필수품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제일 싸고 흔한 음료는 맥주였으나 부유한 시민들은 와인을 선호했다. 1500년대가 끝나갈 무렵부터 기후에 변화가 온다. 포도농사를 망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중산층들이 와인 생활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되자 포도밭 주인들과 와인 장수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사과주에서 찾았다. 사과주는 프랑크푸르트의 가난한 서민들이 마시던 술이었다. 와인 장수들은 서민 뿐 아니라 중산층도 즐길 수 있는 고급 사과주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사과주는 이내 포도주가 떠난 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웠다. 프랑크푸르트 사람들의 사과주 사랑은 이렇듯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일곱 가지 코드 중에서 피에 대해 논하는 제3장은 진짜 피범벅을 보여줍니다. 오이디푸스 왕이 자신의 두 눈을 찔러서 흘린 피,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에서 찔려 죽은 사람의 피와 짐승의 피, 파리 콩코르드 광장 단두대가 자른 목에서 나온 피, 사람들이 먹기 위해 도살된 수많은 동물들의 피, 더러운 피로 여겨져야 했던 유태인, 자유를 위해 피를 흘린 부다페스트의 시민, 예수의 옆구리에서 흐르는 피를 보여주는 십자가상을 통해 피로 얼룩진 역사 현장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내용 중에 아테네와 로마가 피를 대하는 방식이 달랐다는 사실이 인상깊어서 옮겨봅니다.

 

기원전 429년에 초연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이 공연된 곳은 디오니소스극장이다. 오늘날에도 망가진 형태로나마 남아 있다. 해마다 디오니소스 극장에서는 비극 경연이 펼쳐졌다. 인간의 인간됨을 온 공동체가 함께 절감하는 도시 축제였다. 비극의 내용은 깊고도 심오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운명의 신에게 농락당한 인간의 가련한 처지에 공감했다. 비극의 주인공이나 주요 인물은 자살이나 타살로 죽는 것으로 끝난다. 죽는 장면을 무대에서 직접 재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배우들이 무대 밖에서 말로 전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아테네를 무력으로 누르고 등극한 로마 제국의 주요 도시들에도 아테네 극장을 모방한 건물들이 들어섰다. 그러나 공연 내용은 너무나 달랐다. 마인들은 무대에서 배우가 실제 피를 흘려야 열광했다. 어차피 죽을 죄수를 끌고 와 무대에서 죽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아테네는 연극 무대에서도 그렇지만 무대 밖에서도 직접 사람의 피를 보는 것을 극히 꺼렸다. 살인자를 처벌할 때도 광장에서 목을 쳐 죽이지 않았다. 아테네는 비극을 사랑했으되 피를 꺼린 도시였다.

 

로마의 상하수도 시설은 부자들을 위한 것이었고, 가난한 이들은 풍족하게 물을 사용할 수 없었다. 다만 물 대신 피를 실컷 즐길 수 있었다. 1세기에 세워진 이 웅장한 원형 경기장은 오늘날 남은 잔해만으로도 그 위세를 짐작케 한다. 콜로세움 경기장 쇼는 아침 일찍 시작해서 하루 종일 이어졌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사람과 사람이 목숨 걸고 싸우는 검투사 경기였다. 그 외에도 짐승과 사람의 대결, 여자 검투사끼리의 대결, 칼을 안 쓰는 권투 경기 등이 골고루 섞여 있었으나 모든 경기의 핵심은 피였다. 칼에 찔려 죽는 짐승의 피, 또는 짐승에게 갈기갈기 찢겨 죽는 사람의 피, 그리고 검투사와 검투사의 피로 범벅이 된 결투.

네로 황제 때는 콜로세움에서 기독교도들을 잡아와서 온갖 창의적인 방식으로 죽이는 것도 고정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콜로세움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인간과 동물들은 로마 외곽에 웅덩이를 파고 뒤죽박죽 내다버렸다. 시체 쓰레기장은 1890년대에 무려 75개나 발견되었다. 발굴당시 2000년의 세월 동안 이 웅덩이들에서 썩고 있던 유기물들은 여전히 지독한 악취를 풍겼다.

 

피는 피를 불러온다는 사실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가 역사로 입증합니다. 헝가리 역사는 근대 이전부터 이미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 양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 헝가리에서 선과 악은 뒤엉켜서 무감각해지고 내편과 내편아님의 이분법적 구분만 무조건적으로 작동합니다. 이성적 판단이 모호해지면 에라 모르겠다식의 짐승적 야만성이 분출할 우려가 있습니다. 식민지와 전쟁을 겪은 대한민국도 이미 친미 친중 친일 친북 성향의 사람들이 복잡하게 어우러진 땅이 되었습니다. 생존에 유리한 줄서기가 점점 애매해져서 호락호락하지 않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런 염려를 야기 시킨 책의 내용을 옮겨봅니다.

 

헝가리는 히틀러 쪽에 서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히틀러의 인종청소에도 적극 가담했다. 헝가리 전역에서 끌려간 유태인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숨을 거뒀다. 부다페스트에서 잡혀가 죽은 유태인만 10만 명이었다.

그런데 전쟁이 독일의 패전으로 끝났다. 소련군이 헝가리를 접수했다. 독재 권력을 위임받은 자는 유태인 공산주의자였다. 그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진전시켰다. 2천명을 처형시키고 10만 명 이상을 투옥시키고 44천명을 강제노동 수용소에 가두고 15천명의 상류층들을 집단 농장에 보냈다. 조금이라도 정부에 도전할 기미가 보이면 비밀경찰이 찾아와 잡아갔다. 체포, 고문, 처형은 일상사가 됐다.

벰 광장에서 청년 학생들은 반 소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저녁 시간이 되자 많은 시민들이 시위대와 합류했다. 일부는 스탈린 동상을 공격했다. 교회 건물을 헐고 세운 25미터가 넘는 거대한 우상은 그날 밤 말끔히 해체되었다. 경찰은 사격으로 시위대에 답했다. 다음 날 시민들은 도시에 나타난 시커먼 소련 탱크를 보았다.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소련 탱크들이 퇴각했다. 시민들과 학생들의 환희는 오래가지 못했다. 소련 탱크들은 다시 돌아왔고 온 도시를 장악했다. 시민들은 서슴없이 자유를 위해 피를 흘렸다. 소련 탱크는 기관총을 난사했다. 그리고 무차별 포격했다. 모든 건물이 표적이었다. 무너진 콘크리트와 철근 사이마다 시민들의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일곱 가지 코드 중에 돈과 관련된 역사로 설명하고 있는 것에는 금박을 입힌 황금 저택 카도르,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부자이자 정치 실세였던 코시모가 이따금 쉬기 위해 들렀던 산마르코 수도원, 면죄부 판매로 건축비를 충당했던 성베드로 대성당. 봉급을 받지 못한 스페인 군인들이 벌인 광기어린 약탈과 학살 등이 있습니다. 책을 통해 베네치아 부자 귀족의 삶을 잠시 엿봅니다.

 

저택 전면에 온갖 금박을 입힌 카도르가 대운하 한복판에 지어진 15세기는 베네치아공화국이 아드리아 해와 지중해를 휘어잡던 전성기였다. 외벽은 정작 실내에서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베네치아 도시를 위한 집을 지은 셈이다.

모든 베네치아 귀족들은 스스로에게 엄격한 규율을 부여했다. 공식적인 행사에서는 늘 똑같은 검은 제복을 입어야 했고 뇌물과 사치, 부패와 권한 남용을 금하는 온갖 법을 족쇄로 차고 다녔다. 화려한 저택 건축만이 유일하게 허용된 사치였다. 이들이 습지의 물을 빼서 터를 잡고 집을 짓는 것은 베네치아의 땅이 늘어나는 것이기에 정부는 적극 장려했다.

 

검소했던 화가 프라 안젤리코와 당대 갑부이자 최고 권력자였던 메디치 가문의 코시모가 산마르코 수도원에서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이 약간 신기하게 여겨져서 옮겨 보기로 합니다.

 

수도자이자 예술가였던 프라 안젤리코가 하느님에게 바친 그의 재능 기부는 오늘날에도 수도원 벽의 프레스코에서 별처럼 빛난다. 같이 지낼수록 빛이 나는 고운 성품과 깊은 영성에 감명 받은 동료들은 점차 그를 프라 안젤리코, 즉 천사 같은 수사로 부르게 된다.

프라 안젤리코는 모든 그림을 무료로 그려주었다. 노동은 하지만 노동의 대가는 돈이 아니라 작품 그 자체였다. 자신의 예술은 하느님께 바치는 예물, 그것이면 족했다. 거액의 수당을 챙길 수 있는 최고의 화가였건만, 그는 수사로서 늘 검소한 절제의 삶을 살았다.

그림제작비를 대준 후원자 중에는 다름 아닌 코시모 데 메디치가 있었다. 그는 수도원의 방 하나를 전용으로 사용했는데 프라 안젤리코는 그 방에도 벽화를 그려주었다. 돈과 권력, 거래와 음모의 때가 덕지덕지 묻은 자신의 영혼을 씻기 위해 코시모는 이따금 수도원에 와서 하룻밤을 지냈다. 자신의 부와 권력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킨 채 산마르코 수도원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 했을 것이다.

 

일곱 개의 코드 중에서 불에 해당되는 내용에는 드레스덴의 성모교회가 받았던 폭탄 세례. 78일 동안 함부르크에 가해진 폭격, 메디치 가문의 권력과 사치를 질타한 사보나롤라가 주도한 허영의 소각, 모차르트가 지옥불로 내던진 돈 조반니 등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야기한 불은 정말 무서웠습니다. 폭격도 무서웠지만 항복하지 않는 것도 무서웠습니다. 시민들이 떼거지로 죽어나가도 굴복하지 않았고 공격도 멈출 줄 몰랐습니다. 그 부분을 옮겨봅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불과 21년 만에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파란 하늘은 전쟁터로 변했다. 하늘 전쟁의 주력 무기는 폭격기였다. 폭격 재미를 실컷 맛본 것은 전쟁을 먼저 일으킨 독일이었다. 히틀러 공군의 표적은 군사시설이나 산업시설에 국한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런던 등 대도시에 폭탄을 투하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었다. 폭격당해 불타는 도시의 처참한 모습에 질려서 백기를 들게 하려는 것이 히틀러의 의도였다.

그러나 세계제국을 운영하던 영국인들이 쉽게 물러설 사람들은 아니었다. 거대한 산업국가 미국이 전쟁에 끼어들자 상황은 반전되었다. 영국은 미국과 합작하여 독일 폭격기에 당한 수모를 갚아주었다.

항구도시이자 군함 조선소가 밀집해 있던 함부르크에 78일 동안 폭격이 이어졌다. 화염은 폭풍을 이루어 시내를 말끔히 태워버렸다. 시민들은 잿더미로 변한 도시를 뒤로하고 피난길에 나섰다. 수도 베를린도 연합군의 폭격에 속수무책으로 파괴됐다. 영국 공군은 군사 시설만 골라내는 번거로움을 간편히 해결했다. 한 동네씩 화염 폭탄을 떨구어 완전히 뭉개버리는 폭격을 이어갔다. 베를린 시민들을 떼거지로 죽이지 않고는 수행할 수 없는 작전이었다.

찬란한 바로크 도시 드레스텐은 공업지대와 인접해 있었기에 집중 폭격은 치명적이었다. 한 도시가 이렇듯 처참하게 폭격을 당한 예는 이제껏 전쟁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도심을 뒤덮은 불길에 건물들은 사라졌고, 시민들은 불에 타 죽었다.

견고한 돌로 지어진 바로크 양식의 드레스덴 성모교회는 17607년전쟁때 폭탄100개를 맞고도 무너지지 않았다. 웬만한 대포알은 능히 견뎌내며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드레스덴 시민들의 사랑을 받던 이 아름다운 교회는 20세기 중반,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 공격은 당해낼 수 없었다.

19452월 성모교회 안에는 300명의 시민이 피신해 있었다. 영미공군의 폭탄이 성모교회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견고한 석주들이 이틀간은 충격을 견뎌냈다. 그러나 폭격 3일째 도시에 떨어진 무수한 화염폭탄이 질러놓은 거센 불의 회오리바람이 교회를 가격했다. 건물의 실내 온도가 1000도까지 올라가자 마침내 돔은 무너졌다. 석주들도 고꾸라졌다. 마침내 외벽이 쓰러지며 산산이 흩어졌다.

성모교회를 복원하는 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에나 가능했다. 2004년에서 2005년 사이에 완성된 드레스덴 성모교회 복원은 독일 안팎의 건축가, 미술사가, 종교인들이 합심하여 이루어낸 놀라운 업적이었다. 제작 및 설치는 맥도널드 회사가 맡았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이 회사 직원이던 앨런 스미스로 그의 부친은 드레스덴 폭격 당시 폭격기 조종사였다. 앨런은 부친의 업적을 참회하기 위해 드레스덴 출장을 자원했다.

 

7개 코드 중에 발이라는 챕터에서 전개되는 내용들에는 냄새와 소리로 발길이 저절로 옮겨질 수 있는 길드의 작업장이 있던 골목길 바르셀로나의 고딕 동네, 개신교에서 가톨릭교로 개종한 앙리 4세가 만든 퐁 뇌프 다리가 파리 최고의 명물 산책로가 된 사연, 런던 거리를 걷다가 사랑을 나눌 수도 있었던 웨스트민스터 다리, 피자맛에 이끌려 지저분한 길도 마다하지 않고 걷게 만드는 나폴리 제수 누오보 광장, 명작과 한적한 대화를 나누며 걷기 좋은 갤러리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모든 길을 로마로 통하도록 만든 아피아 가도, 프랑스 남부 니스 해변에 있는 영국인 산책로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상류층은 위쪽에 살고 서민층은 아래쪽에 사는 나폴리에 대한 부분을 옮겨봅니다.

 

나폴리의 공기 좋은 고지대 보메로에 사는 부자들도 서민층이 사는 저지대의 피자 맛과 냄새에 끌려 케이블카를 타고 제수 누오보 광장으로 내려오곤 한다. 어느 도시마다 부자 동네와 서민 동네가 구별되어 있기 마련이다. 런던은 서와 동으로 부와 빈이 갈리고, 파리는 중앙과 변두리로 부자 도시와 가난한 도시가 나뉜다. 반면에 나폴리는 공기 좋은 고지대에 부자들의 주택가가 들어서 있다. 공기 탁하고 지저분한 아래 도시에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산다. 고지대인 보메로는 나폴리 안의 또 다른 도시다. 이곳 주민들은 스스로를 나폴리 사람이 아니라 보메로 사람이라고 부르고, 아래 도시로 갈 때는 나폴리로 내려간다고 한다.

아래 도시 나폴리의 제수 누오보 광장은 보메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사방에서 뒹구는 쓰레기, 좁은 길에 거주민과 관광객이 뒤엉켜 있다. 보메로에서 산책을 즐기던 한가한 발길로는 이곳 길바닥의 오물과 밀려오는 인파를 피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보메로에 사는 부잣집 사람들도 케이블카를 타고 광장으로 내려와 피자를 먹는다. 더러운 길바닥의 오물을 피해 다녀야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그 맛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일곱 개 코드 중에서 이제 마지막 꿈에 대한 부분이 남았습니다. 저자는 꿈과 관련된 챕터에서 단테가 피렌체를 사랑하며 내려다 봤음직한 산 위 성 미나스 교회 앞 자그마한 광장,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와 벽화를 볼 수 있는 바티칸의 시스티나 경당, 베토벤의 합창이 연주되었던 빈 케른트너토어 극장, 맨체스터 빈민가 여성과 결혼한 엥겔스와 그의 친구 마르크스, 균등과 평등을 추구하여 철근 콘크리트로 쌓아올린 사각형 건물, 남자 보호 없이 여자들도 활보할 수 있게 된 런던 본드가,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서 보첼리가 희망을 노래한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미켈란젤로가 그린 30대와 60세의 작품 속에서 그의 꿈을 상상해 보기로 합니다. 책은 미켈란젤로의 두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교 설명합니다.

 

시스티나에 남긴 미켈란젤로의 걸작, 천장화와 벽화는 같은 화가의 업적이지만 성향과 느낌이 사뭇 다르다. 천장을 뒤덮은 구약 창세기 장면들은 균형 잡힌 신체와 안정된 구도가 돋보인다. 자비로운 노인의 모습을 한 창조주가 건장한 청년 아담을 빚어내고 손가락을 뻗어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금지된 과실을 먹고 낙원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 두 남녀는 슬프지만 차분하다.

그러나 벽화는 전혀 다른 세계를 펼친다. 구원받은 영혼들을 천국으로 끌어올리고, 저주받은 영혼들을 지옥으로 내던지는 예수의 두 팔. 예수의 상체와 하체는 균형을 이루지 않는다. 심판자 예수 곁에 움츠리고 있는 성모는 더 이상 중재자 역할을 포기한 듯 고개를 돌리고 있다.

천장을 그릴 때 미켈란젤로는 아직 30대 젊은 화가였다. 미켈란젤로가 한참 천장화 작업을 하던 1510년 마르틴 루터가 로마를 방문한다. 화려한 르네상스 도시 로마를 보고 루터는 환멸과 분노에 사로잡힌다. 성당을 이교도 신전처럼 지어놓다니! 추기경들은 어찌 저리 거만하고 사치스러울까! 이 짓들을 하려고 면죄부 장사를 한단 말인가? 루터는 결국 그리스도의 교회를 둘로 갈라놓는다.

1527년 로마는 가장 끔찍하고 가장 참혹한 고초를 당한다. 숱한 겁탈과 살육, 방화와 파괴의 연속이었다. 교황이 황제 카를로스5세에게 대든 대가는 혹독했다. 이미 루터의 개신교를 받아들인 황제의 용병들은 로마를 마음 놓고 짓밟았다. 독일 용병들은 교회와 수도원을 파괴하고, 수녀들을 겁탈하고, 귀부인들을 납치해 매춘을 강요했다. 용병들이 떠난 로마의 모습은 처참했다.

로마 약탈의 후유증을 아직 앓고 있던 바티칸에서 얼굴에 겹겹이 주름살이 새겨진 미켈란젤로는 벽화 [최후의 심판]1535년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천장화에 인류 역사의 시작을 그렸던 30대가 훌쩍 지나 미켈란젤로의 나이는 60세가 되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의식할 나이였다.

 

퇴색할 수밖에 없는 60세 미켈란젤로의 꿈과 작품은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60대의 그림이 30대의 그림과 똑같은 에너지와 여운을 가졌다면 오히려 그것은 거짓이고 가장일 것입니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기운만큼 충실하게 또 솔직하게 작품을 남김으로써 죽음의 꿈에 다가설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기운이 덜 충만하다는 것은 치우침에서 저절로 벗어나게 해줍니다. 미켈란젤로의 60세와 저자의 60세가 겹쳐 떠오릅니다. 고집과 교만을 내려놓고 치우침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60세 나이는 더 신뢰받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7개의 코드와 함께 한 유럽 여행을 끝내며 책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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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유럽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마주하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닉**크 | 2021.04.1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사회책에서 배우던 유럽 역사의 이면을 7개코드로 나눠서 볼 수 있었다. 과거 현재 미래가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유지될수 있었던것과 2021년 코로나로 세계 사람들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상황까지. 모두다 과거의 모습과 마주하고 있는 듯 했다. 유럽전역을 다 가볼수는 없지만 여행을 가게된다면 이 책에서 읽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여행해봐도 좋을듯 하다.특히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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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에서 배우던 유럽 역사의 이면을 7개코드로 나눠서 볼 수 있었다. 과거 현재 미래가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유지될수 있었던것과 2021년 코로나로 세계 사람들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상황까지. 모두다 과거의 모습과 마주하고 있는 듯 했다. 유럽전역을 다 가볼수는 없지만 여행을 가게된다면 이 책에서 읽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여행해봐도 좋을듯 하다.
특히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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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7개 코드로 읽는 유럽도시] 2021_026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사*님 | 2021.03.20 | 추천11 | 댓글6 리뷰제목
2021_026   읽은날: 2021.03.1~2021.03.17 지은이: 윤혜준 출판사: 아날로그     들어가며~~   서평단에 신청 했었는데 당첨이 똑 떨어졌던 책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아 1월에 책을 구입할때 바로 선택했던... 그러나 읽지 못하고 있다가 독서습관캠페인 덕분에 바쁜 3월이지만 틈틈히 읽은 덕에 3월의 내돈내산 책 완독의 첫 책이다~~   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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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_026

 

읽은날: 2021.03.1~2021.03.17
지은이: 윤혜준
출판사: 아날로그


 



 

들어가며~~

 

서평단에 신청 했었는데 당첨이 똑 떨어졌던 책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아 1월에 책을 구입할때 바로 선택했던... 그러나 읽지 못하고 있다가 독서습관캠페인 덕분에 바쁜 3월이지만 틈틈히 읽은 덕에 3월의 내돈내산 책 완독의 첫 책이다~~

 

코로나 사태로 모든 도시와 모든 나라가 멈추었던 2020년, 그리고 더 나아진게 없는듯한 2021년... 평소에 여행을 자주 다닌것도 아님에도 (특히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처지는 더더욱 아니지만) 코로나로 인해 더 여행을 못하고 집콕하며 답답한 마음에 여행을 못 가는 아쉬움을 이 책으로 대신하고 싶었던것은 아닐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가지 말라면 더 가고 싶고, 만지지 말라~~ 들어가지 말라 하면 꼭 기필고 만져보고, 들어가봐야만 하는 인간 본성은 어디서 부터 기원하는 걸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우습지만 나도 유럽을 가지 말라고(까지는 아니지만...) 하니 더 가보고 싶은 강렬함이 내 속에서 꿈틀거렸다. 사실 젤 친한 동기언니와 유럽여행을 꿈꾸며 몇년동안 돈을 조금씩 모아두었고 2020년 1-2월에 여행을 가자고 계획을 했었었는데... 그렇게 되었네.. 나만 그런건 아니니 좀 덜 억울하달까~~~

 

아무튼 유럽여행의 계획이 무산되고 집콕하며 제주도 여행도 못했던 2020년의 일상을 잊어버리고픈 마음으로 이 책과 함께 했다.

 

이책을 읽는 동안 독서습관캠페인 포스트를 6개 올렸기에(7개 코드중 6개 코드에서 맘에 드는 것을 골라서 한가지만 소개했었다) 오늘 리뷰에서는 저자의 프롤로그 부분에서와 그리고 마지막 7번째 코드에서 맘에 닿은 부분만 살짝 맛보여 드리려고 한다.

궁금하신 분은 구입해서 또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으시는 걸루요~~~

 

 

 


 

책속으로~~

 

여행을 시작하며

돈.물.피.돈.물.발.꿈에 담긴 도시의 역사를 따라 걷다

 

 

 

이 책은 유럽 도시 여행기도 아니고 역사서도 아니지만, 외형적으로는 여행기나 역사서를 닮아있다. 다만, 여행의 주제는 대한민국에서 떠난 개인이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유럽 도시들이다. 기원전 5세기부터 2020년 4월까지. 고대에서 중세, 근세에서 근대, 현대까지, 긴 시간을 여행한다. 이 여행길에서 독자는 영광과 수치, 쾌락과 고통, 아름다움과 추함, 건설과 파괴, 문명과 야만이 만들어낸 유럽 도시의 다양한 풍경과 마주친다(4-5쪽).

 

 

여행의 길잡이가 될 일곱 가지 코드를 소개한다.

 

돌. 유럽 도시들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역사와 전통이 배어 있는 석조 건물의 우아한 자태다. 철근 콘크리트 고층 빌딩은 전통을 급조했거나 전통이 단절된 도시들의 특징이다. 돌을 따라 먼저 여행한다.

 

물. 물 없이 생명이 불가능하듯 도시 또한 물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피. 산 자들의 몸에는 피가 흐르고 살기 위해 피를 흘린다. 현세의 삶을 위해 가축의 피를 흘린다. 유럽 도시들은 내세의 삶을 위해, 자유와 정의를 위해 흘린 피를 기억한다. 피를 따라 가는 길은 피할 수 없고, 피하면 안될 길이다.

 

돈. 우리의 시대는 도시하면 돈, 돈하면 도시를 떠올린다. 그러나 돈이 이끄는 이 시간 여행에서 돈만 만나지 않는다. 예술과 구원, 죄와 벌의 장면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불. 물이 그렇듯 불 없이 살 수 없다. 물이 그렇듯 불은 삶을 파괴한다. 불과 연기 사이로 열린 여행길은 도시 문명의 심장으로 가는 길이다.

 

발. 유럽 도시들은 걷기 좋은, 걷기 즐거운 도시들이다. 보행자, 산책자의 길에서 '불'로 데워진 열기를 식힐 수 있을 것이다.

 

꿈. 꿈꾸지 않는 사람이 없듯이 꿈꾸지 않는 도시 또한 없다. 도시는 꿈을 이루기도 하고, 꿈에서 깨기도 한다. 꿈의 코드가 열어주는 마지막 길은 지금 여기, 이 책을 쓰는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계인의 발이 묶인 이 순간에서 끝난다.

(5-6쪽)

 

이제 유럽 도시 인문 기행에 소중한 당신을 초대한다.

 

 

초대장이라고 할까?

 

책과 함께 왔던 사진 엽서 (피렌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와 엽서뒤의 초대글 Editor's letter 가 가슴 설레게 해주어서 나만 좋은것 볼 수 없으니 살짝 ~~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의 주인공 도시들은 정적이고 과묵하다. 하지만 도시가 몇 천 년의 세월을 견디며 목도한 인간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영광과 치욕, 아름다움과 추함, 좌절과 승리의 역사를 번갈아가며 치열하게 삶을 이어갔다. 그리고 유럽 도시들은 그 모든 이야기를 다리에, 성당에, 흐르는 강물에 새겨놓았다(Editor's letter 중에서).

 

유럽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교회나 성당에서 가는 성지순례가 아니여도) 여행을 하고 와서 이런 말들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가이드가 내리라고 해서 내리면 성당, 밥먹고 한참 가서 또 내리랬더니 성당.... 성당만 보고 왔다고....

 

나는 가톨릭 신자이고 성지순례로 다녀온 유럽이여도 성당만 가는 그 시간들이 모두 다 좋았지만,  종교가 없는 이들에게 성당만 구경(?) 하고 온 여행에서 어떤걸 얻고 왔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성당이라는 건축물이 주는 웅장함과, 경이로움, 신비로움, 성스러움등등을 넘어선 감정들이 분명 있을것이다. 그러나 눈으로 보고 느끼는 감정 넘어 그 역사를 하나씩 살펴보고 배우고 성당들을 만났더라면 나도 조금은 다른 감정도 느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여행 일정에 단체가 움직이는 패키지 성지순례이기에... 사실 가이드를 통해서 설명을 들으면서 머리에 남아있는건 없는듯 하다. 지금 곧 내려서 도착할 곳의 이름과 간단한 설명, 주의사항, 그리고 포토 존(?), 다시 버스로 모여야 할 시간, 그리고 단체사진... 이런건만 남아있다.

 

그럼에도 난 2019년 성지순례중에 만난 가이드님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미술사(?)를 전공했다고 했던가.. 아무튼 미술을 공부하러 로마에 왔다가 아예 눌러 앉아 결혼도 하고 공부도 하고 또 가이드까지 하고 있는 분이었는데...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 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을 설명해주고 관람하고 관람후에는 또 그림을 보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었다. 그러다 보니... 그때 들었던 설명을 떠오르면서 이 책의 내용을 접하니 더 반갑기도 하고 지금 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CODE 7  : 꿈

 

02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

                        심판의 날에 저의 죄를 묻지 마소서

 

 

천장과 벽을 가득 메운 프레스코 벽화들.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 인간의 손이 만들어낸 작품이 이렇게 장대할 수 있을까? 벽을 바라 본다. <최후의 심판>. 그날에 나는 어디에 있을까? 하늘로 올라가는 저 사람들과 함께? 아니면 지옥으로 끌려가는 무리와 함께? (307-8쪽)

 

<중략>

 

시스티나에 남긴 미켈란젤로의 걸작, 천장 프레스코와 벽화 프레스코는 같은 화가의 업적이지만, 성향과 느낌이 사뭇 다르다. 천장을 뒤덮은 구약 창세기 장면들은 균형 잡힌 신체와 안정된 구도가 돋보인다(308쪽).

 

 

 그러나 벽화는 전혀 다른 세계를 펼친다. 구원받은 영혼들을 천국으로 끌어올리고, 저주받은 영혼들을 지옥으로 내던지는 예수의 두 팔. 상체와 하체는 균형을 이루지 않는다. 심판자 예수 곁에 움츠리는 성모. 더 이상 중재자 역할을 포기한 듯 고개를 돌리고 있다. 상승하는 몸들과 하강하는 몸들. 영생과 영벌이 갈리는 치명적 순간. 자신의 절망적 처지를 깨달은 공포의 표정들(308쪽).

 

시스티나경당에 그려진 천장화 벽화를 실제로 보고 남은 기억, 느낌은 웅장함. 그리고 숨막힘이었다.

웅장하고 가슴을 떨리게 하는 무엇을 있었으나.. 사실 세계모든 나라 여행객들이 빼곡히 모여서 모두가 일제히 천장을 올려다 보고 있으니...

정말.. 숨막히고(미안하지만 그들의 땀냄새와, 거친 숨소리와 진한 향수냄새등등) 더 좋은 자리에서 바라보고 싶어 눈치게임하듯 움직였던 순간들만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바티칸 박물관, 시스티나 경당, 성베드로 성당을 다 둘러 보고 난 뒤에 가이드가 다시 한번 작품을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을 때  그림안에서 표현 하고자 했던 인물들의 표정이라던지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었다.

 

그런데... 이책에서 더 좋은건 이책은 미술만, 건축만을 말하고 있는것이 아니다. 그 역사안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하고 있기에 인문학이 맞는 듯 하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천장 프레스코 작업을 하던 1510년 마르티 루터라는 독일인 아우구스토회 수도사가 로마를 방문하였고 화려한 르네상스 도시 로마를 보고 환멸과 분노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성당을 이교도 신전처럼 지어놓고 추기경들은 거만하고 사치스러울까, 이 짓을 하려고 면죄부 장사를 했던가 하고.. 독일로 돌아간 루터는 1517년 그 유명한 일을 해낸것이다. 종교개혁~!!!

 

여기까지는 예전 학교에서 배웠던 그래서 기억에 아주 쬐금 남아있던 종교개혁에 대한 내용이다.

 

그러나 교황들에 대해 한명한명 다 알수도 없고 배운 기억도 없다(성인품에 오른 몇몇분 빼고는...). 그 시절 로마의 교황은 메디치 가문 출신 교황인 레오 10세라고 한다.

 

 

"하느님이 교황을 시켜주셨으니, 한번 잘 즐겨보세!" 교황에 선출되자 마자 한 말이다. 메디치 교황답게 최고급 예술품을 수집하며 삶을 즐겼다. 그리고 1523년 또다른 메디치 가문의 교황 클레멘스 7세도 "한번 잘 즐겨보세!"의 정신을 멋지게 실천할 참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1527년, 로마는 교황들이 이 도시를 다스린 이후 가장 끔찍하고 가장 참혹한 고초를 당한다. 그해 5월 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어진 '로마약탈'. 숱한 겁탈과 살육, 방화와 파괴의 연속이었다. 교황이 신성로마 제국 황제 카를로스 5세에게 대든 댓가는 혹독했다. 황제의 독일인 용병들을 로마로 진격했다. 이미 루터의 개신교를 받아들인 용병들을 루터를 분노하게 한 르네상스 도시 로마를 마음 놓고 짓밟았다(310쪽).

 

<중략>

 

무너진 교회들과 불에 타 잿더미가 된 저택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메디치가 교황들의 "한번 잘 즐겨보세!"가 통할 르네상스 로마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기적적으로 시스티나 경당은 멀쩡했다. '로마 약탈'의 후유증을 아직 앓고 있던 바티칸에서 얼굴에 겹겹이 주름살이 새겨진 화가는  <최후의 심판>을 1535년 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20여년 전 그는 천장 프레스코에 인류 역사의 시작을 그려놓았다. 역사는 이제 종말에 봉착했다.

미켈란젤로가 제시한 종말의 비전에는 르네상스 로마를 파괴한 '로마약탈'의 악몽이 어른거린다. '한번 잘 즐겨본' 삶에 대한 심판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인간의 모든 성취와 자랑이 무색해지는 마지막 순간. 거대한 벽화 속에 뒤틀리고 뒤엉켜 있는 육체들. 그들은 이 마지막 순간에 르네상스가 탐닉했던 화려함과 쾌락, 허세와 사치가 허황된 꿈에 불과했음을 뒤늦게 깨닫는 중이다(311쪽).

 

<최후의 심판>이란 작품을 보면서 인물들에 대한 설명, 표정, 미술기법에 대한것만 봤다면 아.. 대단한 작품이다. 어찌 이런 작품을 그려냈을까 하는 놀라움과 멋있다라는 단편적인 감정만이 들었을것이다.

그러나 책을 통해서 작품 설명을 넘어서 역사안에서 만난 로마, 로마의 교황, 그리고 무너져 버린 르네상스 로마를 보며 늙어가며 죽음을 앞둔 화가 미켈란젤로의 고뇌를 느낄수 있었다.

한 인간으로소 개인의 삶도 종말, 죽음을 앞둔 미켈란젤로가 바라본 교회, 인류, 종말의 모습이 담겨진 <최후의 심판>이 나에게 묵직함은 또다른 감정이었다.

 

인간의 허황된 꿈과 욕망의 끝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7개의 코드에 각 7개의 장소가 나오기에 총 49개의 내용이다. 하나 하나 재밌기고 하고 아프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만남들이었다. 그중에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 있는 것 몇개만 소개하고 싶다.

(독서습관캠페인 포스트에 올렸던 코드 중에 아직도 마음에 닿은 몇개만 더 소개한다면)

 

 

CODE 3 : 피 

 

06 부다페스트 벰 광장

             콘크리트와 철근 사이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부타페스트의 주요 건물과 도시를 점령한 탱크들,

날이 밝자 시민들은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그리곳 서슴없이 자유를 위해 피 흘리며 쓰러졌다(144쪽).

 


그날 밤, 소련과 라코시 정권은 긴급회의를 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소련 탱크로 당장 제압해!' 다음날 동이 트자, 부다페스트 시민들은 도시의 주요 건물과 도로에 시커먼 소련 탱크들이 들어선 모습을 보았다.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젊은 여인들은 화염병을 만들어 탱크를 막어서고, 젊은 남성들은 무기를 탈취해서 시가전을 벌였다. 시민들을 모조리 학살할 정도로 사악하지는 못했던 헝가리노동당은  10월 28일 휴전을 선언하고, 소련 탱크들의 퇴각을 요청했다.

혁명은 이렇게 승리로 끝난 것인가? 시민들과 학생들의 환희는 오래가지 못했다. 소련 탱크들은 다시 돌아왔다. (중략)

날이 밝자 시민들은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서슴없이 자유를 위해 피를 흘렸다(149쪽).

 

이 내용을 읽었을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유럽의 역사안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했던 역사를 보게 되었다. 무엇이 그들을 뛰어나가게 했을까요? 총과 칼, 탱크도 두렵지 않았던 힘은 어디서 부터 왔을까요?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읽었을때 미얀마의 군부독재와 맞서 민주화를 위해 고통을 격고있는 미얀마 희생된 이들의 피가 느껴져 더 아프고 힘들었다.

이런 역사 안에서 기억되어야 할 것,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보며,

그리고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조용히 머물러 본다.

 

 

CODE 4 : 돈

 

02 피렌체 산마르코 수도원

                           코시모 데 메디치, 빈곤한 당신의 영혼을 위해

 

 


 

노동은 하지만 노동의 대가는 돈이 아니라, 작품 그 자체였다. 자신의 예술은 하느님께 받치는 예물. 그것이면 족했다. 거액의 수당을 챙길 수 있는 최고의 화가였건만, 그는 수사로서 늘 검소한 절제의 삶을 살았다(171쪽).

 

 

인간의 허황된 욕망과는 다르게 자신의 예술을 하느님께 받치는 예물로서 그려낸 화가 프라안젤리코의 그림이 기억에 남는다.

 

 



 

나가며~~

 

여행기가 아님을 책을 덮으며 확신했고, 리뷰를 쓰며 다시 들여다 보니 인문학이 맞는다는 확신이 든다.

 

여기 나온 여러 도시들, 성당(건축물), 다리, 미술작품들, 음식들 안에서 아름다움과 정의로움의 조화라는 이상을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 희생당한 많은 도시, 인류들을 생각한다.

 

어렵지 않고 그렇다고 또 너무 가볍지 않은  유럽 도시의 역사를 배우게 된 그런 책을 만나 감사한 3월을 보냈음을 고백하며 마무리 해본다.

 

 

 

 

 


 

독서습관캠페인 포스트

 

CODE 돌  7개의 코드로 읽는 유럽도시 1

CODE 물 7개의 코드로 읽는 유럽도시 2

CODE 피 7개 코드로 읽는 유럽도시 3

CODE 돈 7개 코드로 읽는 유럽도시 4

CODE 불 7개의 코드로 읽는 유럽도시 5

CODE 발 7개의 코드로 읽는 유럽도시 6

 

 

 

덧...

아.. 근데... 금토일 리뷰 이벤트는 이제 끝인건가요?

아껴뒀다(?)가 주말에 작성했는데.. 이벤트 공지가 없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야~~~

또하나의 깨달음을 준 예스블로그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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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청**구 | 2021.03.14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코로나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좋아하던 여행이 2018년 이후로 멈췄다. 코로나는 2019년 아니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은 2020년부터니까 2019년에는 뭐했는가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 사이 쌍둥이를 낳아서 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아이를 출산하고(물론 내가 낳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가까운 대만이나 일본이라도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코로
리뷰제목

코로나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좋아하던 여행이 2018년 이후로 멈췄다. 코로나는 2019년 아니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은 2020년부터니까 2019년에는 뭐했는가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 사이 쌍둥이를 낳아서 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아이를 출산하고(물론 내가 낳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가까운 대만이나 일본이라도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유행병으로 인해 세계는 여행이 멈춰버렸다. 

 

사실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유럽이다. 나는 휴양보다 역사와 인문이 결합된 여행을 좋아한다. 그냥 유럽 도시의 그 딱딱한 길을 허리 아프도록 걸어도 그것만으로도 좋다. 

이 책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유럽 도시의 현재와 과거를 들여다본다.

돌·물·피·돈·불·발·꿈 7개 코드를 따라 여행하면서 유럽 역사 속의 특정 시대 특정 공간에 우리를 떨어트려 놓는 기분이다. 

상징적인 하나의 공간에서 출발해 도시 전체의 역사를 살펴본다. 

7개 코드로 7가지 이야기를 해서 총 49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럽 도시의 현재 모습이 담긴 사진까지 보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유럽으로 떠나고 싶다. 

 

코드 1은 돌이다.  유럽의 길은 굉장히 딱딱한 돌로 이뤄져 있고, 군데군데 많은 비석이나 기념비, 웅장한 교회, 성당이 있다. 라벤나 산비탈레 교회의 반짝이는 모자이크를 보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코드 2는 물이다. 베네치아의 아카데미아 미술관과 로마 나보나 광장을 통해 유럽에서 물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한다. 

코드 3은 피다. 역사와 피는 거의 불가분의 관계로 전쟁이나 또는 내전 등으로 피가 흐른 역사가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내가 다녀왔던 피렌체의 산타크로체나 산타마리아 노벨라 등 세 대가의 세 십자가상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코드4는 돈이다. 유럽이 어느 순간부터 상업이 발달하고 무역이 발달하면서 도시가 돈으로 넘치게 된다. 

코드5 는 불이다. 드레스덴 폭격의 참혹한 현장을 살펴보면서 불과 화재, 도시를 말한다.

코드6 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발로 걷는 유럽을 말한다. 지금도 바르셀로나의 중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바리 고틱을 걷는다.

마지막 코드7은 꿈이다. 

 

코로나 19로 발이 묶여버린 지금, 나를 비롯해 많은 여행을 좋아한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영광과 고통, 미추가 공존하는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언젠가 반갑게 재회할 순간을 즐겁게 상상할 것 같다. 

 

저자는 연세대 영문과 교수로 인문과 사회가 결합된 연구를 하고 있다. 다시 떠날 수 있을 때까지 이런 책으로 대신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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