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화가들>은 전시 해설가이자 스타 도슨트로 명성이 자자한 정우철 작가가 화가와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써 들려주는 책이다. 독자는 청자가 되어, 책을 읽으면서도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예술에 대한 접근을 어렵지 않게, 흥미를 갖고 이해할 수 있도록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훌륭히 이끌어 준다.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고 정답이 없다. 잘 알지 못하니 답답하고 어렵게만 느껴질 때, 그림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실제로 저자 자신도 적용하는 방법으로,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인생을 먼저 들여다 보는 것이다.
어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서 볼 수 없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어떤 예술가에게서 나온 작품이라는 결실은 산고의 고통으로 비견될 만큼 그것을 만든 작가, 그 자신이라고도 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 '그림을 보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이것만큼 더욱 고무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이를테면 작품을 읽는 방법일 테고,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인 태도의 접근법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실은 그림이란 알면 알수록 많은 것이 보이고 재미있어 진다는 것이다.
여기, 작가가 엄선하여 '사랑한 화가들'이라 칭한 열한 명의 화가가 있다. 모두 각자의 강렬하고 빛나는 예술혼을 불사르고 감동적인 작품들을 남기고 떠났다. 3장에 걸쳐 사랑, 자존, 배반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드라마에 귀를 기울여본다.
1장 사랑, 오직 이 한 가지를 추구했던 화가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의 방식이 존재한다. 그것은 연인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자신의 삶이나 민족, 혹은 좋아하는 어떤 대상이 될 수도 있다. 1장에서 소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보면 그들에게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나는 나의 세계, 나의 삶, 내가 사랑했던, 꿈꿨던,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을 그렸다."
한 사람을 만나 평생동안 깊이 사랑하는 운명을 만나는 것은 기적에 비유되곤 한다. 누구나 진실된 사랑을 원하지만 모두가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쉽지 않기에 '사랑'이라는 모티브는 세대를 거처 끊임없이 예술의 소재가 되어 왔다.
마르크 샤갈은 '사랑의 화가'라고 칭해진다. 그가 그림에서 표현하는 주제와 소재는 사랑, 벨라에 대한 사랑이었다. 굴곡 많고 고통 받았던 삶을 살면서도 그 안에서 절망이 아니라 사랑을 볼 수 있었던 태도의 이유는 그가 했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기쁨도, 슬픔도, 실의에 빠진 감정조차도 사랑을 통해 승화시켰기 때문에, 샤갈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진다.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1869-1954)
"내가 꿈꾸는 미술이란 정신노동자들이 아무 걱정, 근심없이 편안하게 머리를 누일 수 있는 안락의자 같은 작품이다."
삶의 기쁨을 마티스만큼 제대로 즐기고 표현한 화가가 또 있을까? 야수파로 불리던 미술 사조의 대표적인 작가로도 꼽히는 앙리 마티스는 "지치고 낙담한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평화와 고요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의 바람처럼 밝고 따뜻한 색채로 마술처럼 다가와 우리에게 위로를 건낸다.
마티스의 유명한 작품인 '춤'이라는 그림을 보면 중력이 사라진 듯 떠다니며 덩싱덩실 춤을 추는 사람들의 흥겨움과 즐거움이 느껴진다. 단순하지만 생동감이 가득하다.
"춤은 삶이요 리듬이다." 라고 생각했던 그의 메세지가 그림에서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하다.
예술가마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일을 겪는지에 따라 화풍이 달라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화가의 인생을 알고 그림을 보면 좀 더 풍부하고 밀도 높은 감상을 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화가의 인생과 가치관을 이해하고 공감하다 보면 눈앞에 놓인 그림뿐 아니니라 그림 너머의 작가와도 교감하게 되지요. p45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 (1884-1920)
"행복은 우울한 얼굴의 천사이다."
좋아하는 작가 모딜리아니. 하지만 그의 삶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늘 가난하고, 아팠고, 살아서는 큰 성공을 누리지 못했다. 운명적인 사랑이자 뮤즈인 '잔 에뷔테른'은 만난 것이 유일한 행복처럼 보이는데 그 마저도 순탄치 않다.
모딜리아니는 어릴 적부터 조각에 관심이 많았다. 브랑쿠시라는 조각가의 영향을 받아 한때 조각 작품에 심취하는데 건강의 악화로 그만두게 되고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 시절 아프리카 조각들의 단순하면서도 주술적인 형태와 분위기에 매료되어 깊이 영향 받는다. 그것은 그가 그린 인물에 독특한 특색이 되어 드러나게 되는데 긴 얼굴과 목, 아몬드 같은 눈이 바로 그것이다.
어떠신가요? 모딜리아니의 예술과 잔을 향한 절절한 사랑이. 저는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볼때면 우수에 가득찬 눈빛과 특유의 분위기에 뭔가 가슴을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그의 인생을 알고 그림을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사랑이라는 말이 한없이 가벼워진 시대에, 여러분에게 사랑이란 과연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지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왕이면 모딜리아니 그림을 감상하면서요. p87-88
알폰스 무하 Alphonse Maria Mucha (1860-1939)
"거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전시장이 될 것이다."
솔직히 알폰스 무하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했다. 물론, 그의 작품들은 너무 유명하고 특색이 있어서 자주 보았지만 말이다. 영롱하고 아름다운 '아르누보' 작품 스타일을 가지고 있던 그가 자신의 민족인 슬라브 민족을 위해 남은 여생을 바쳐 예술의 성취를 이루어 냈다는 사실이 새삼 감동적이었다.
2장, 자존,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모든 시련을 감수한 화가들
세상이 제시하는 평범한 길이나 방법, 유행을 거부하고 고유한 자신의 세계를 지켜내고자 했던 화가들이 있다. 그들은 외롭지만 꿋꿋이 홀로 나아갔고, 후대의 찬사와 공감을 얻게 된다.
프리다 칼로 Frida Kahlo (1907-1954)
"나는 아픈 것이 아니라 부서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살아 있음이 행
복하다."
프리다 칼로. Freedom 자유를 뜻하는 프리다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이지만, 끔찍한 고통과 아픔으로 얼룩진 그녀의 삶을 보고 있으면 그저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면의 어떤 힘이 힘겨운 삶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이끌었을까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어릴 때 척추성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절게 되었고, 끔찍한 교통 사고를 당해 다리와 척추 등 온 몸이 바스러지는 지경이 되지만 오랜 수술 끝에 살아나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 때부터 병상에 누워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주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멕시코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하지만 디에고의 끊임 없는 불륜으로 결혼 생활마저 순탄치 않고, 정신적인 고통이 되어 상처를 받는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처절히 무너지지만 그림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일어서게 된다.
"내 그림은 고통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그림은 삶으로 완성된다. 나는 세 아이를 잃었지만 그림이 모든 것을 대신해 주었다." p130
일상에서 힘들다고 투덜대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올 때, 생생한 고통 자체였던 그녀의 인생이나 그림을 떠올려 본다면, 오히려 용기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일기장에 적혀 었었다는 문장들이 나의 가슴을 울린다.
"나는 1년을 앓았고, 척추 수술을 일곱 차례나 받았다. 자주 절망에 빠진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다." p140
"날 수 있는 날개가 있는데 두 발이 왜 필요하겠어." p141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1862-1918)
"나라는 예술가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나의 그림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황금빛의 화가'라고 불리는 클림트는 너무나 유명해서, 드물게 생전에 부와 성공을 누렸던 화가라고 알고 있다.
그는 성공이 목표였고 성공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이른 나이에 빈에서 주류 화가로서의 명성을 떨친다. 그러나 깊은 슬럼프와 가족의 죽음을 겪은 후에는 세상이 요구하는 예술이 아니라 자신의 예술에 충실하기로 결심한다. 실험 정신이 강한 '빈 분리파'를 결성하여 기존의 예술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유를 추구하고자 했다. 클림트는 비잔틴 제국의 모자이크에서 큰 영감을 받아, 평면성과 황금빛 장식이라는 표현법을 자신의 작품에 적용하고, 유명한 '키스'라는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클림트는 시대가 원하는 흐름이나 유행을 따르기를 거부하고, 비로소 자신 내면의 솔직한 울림을 따라 예술로 표현해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툴루즈 로트레크 Toulouse-Lautrec (1864-1901)
"인간은 추악하지만, 인생은 아름답다."
신체적 장애와 핸디캡을 자신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가지고 있는 툴루즈 로트레크. 그는 '물랭루즈의 작은 거인'이라 불리웠다.
귀족의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불행하게도 유전병으로 장애를 가지게 되고, 잦은 골절로 다리의 성장이 멈추고 만다. 미술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법으로 물랭루즈의 포스터 화가로서 입지를 다진다. 삼십대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스트레스로 인해 알코올 중독과 정신병에도 시달린다.
로트레크는 전통적인 회화의 구도를 탈피하고 원근법을 무시하는 등 새롭고 창조적인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신체적인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항상 당당하고 유머를 즐겼기에 그의 그림은 풍자와 유머가 가득하다. 남들과 다른 독특한 분위기는 이런 태도 때문인지도 모른다. 귀족이었던 주류에서 벗어나 비주류의 세계-물랭루즈에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예술성을 발휘했던 툴루즈 로트레크.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감각을 믿고 나아갔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을 알아챌 것, 그리고 삶 자체를 만끽할 것.'로트레크의 그림 앞에 설 때마다 생각합니다. 그는 오늘날까지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이 메세지를 전하고 있을 거라고요. p189
케테 콜비츠 Kathe Kollwitz (1867-1945)
"이 시대에 변호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한 가닥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싶다."
저자는 케테 콜비츠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중요한 미학적 담론 하나를 언급한다. 예술을 논할 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한 '예술이란 무엇인가?'이다.
독일 표현주의에 속하는 케테 콜비츠는 1, 2차 세계 대전이 있던 시대에 활동했던 작가이다. 그녀는 아름다움만을 추구한 유미주의적인 미술의 역할에 반감을 가지게 되고, 예술의 존재 의의를 사회 참여에서 찾고자 했다.
우연히 노동자들의 비참함과 착취를 담은 '직조공'이라는 연극을 보고 엄청난 영향을 받은 후,그녀가 고민했던 예술의 역할을 실현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치열한 현실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던 작가이다. 색을 거의 쓰지않는 모노톤, 판화의 기법이 가진 단순한 선과 강렬한 느낌으로 노동자들의 진정성을 담아낸다. 결코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여 약하고 소외받고 도움이 필요한 영혼들의 편에서 세상에 대한 메세지를 전한다.
개인적으로 크레용으로 그려진 그녀의 자화상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느꼈다. 빛과 어둠의 강렬한 콘트라스트 안에서 정면을 바라보는 눈빛을 주시하게 된다. 그 눈빛은 삶의 애환과 슬픔, 자조 같은 감정이 느껴진다. 두 번의 전쟁으로 사랑하는 아들과 손자를 모두 잃은 어머니와 할머니의 얼굴일 수도 있으나, 뒤안 길에서 자신의 삶을 고요히 바라보는 한 여자의 진실된 얼굴이기도 하다. 그녀의 지친 영혼은 어디서 위안 받았을까?
3장, 배반, 세상의 냉대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화가들
유명한 예술가들을 삶을 살펴보면, 순탄하게 잘나가고 쉽게 성공하는 스토리가 많지 않다. 우리는 펑범하고 역경 없는 삶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인생의 성공 스토리에 감동 받는다. 어쩌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갔던 예술가들의 불굴의 의지에 위로 받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폴 고갱 Paul Gauguin (1848-1903)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위대한 예술가와 오만한 괴물사이. 고갱을 표현한 문구에 공감이 간다.
고갱이야말로 3장의 주제에 제대로 어울리는 화가가 아닐까. 사람들이 자신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뿐, 자신의 그림에는 문제가 없고 오히려 혁신적인 작품이라는 자신감으로 가득찼던 그였지만, 자신을 알아주지 못하는 세상에 지쳐 타히티로 떠난다. 타히티에서 그린 작품으로 드디어 자신의 색을 찾고 예술을 인정받는다.
베르나르 뷔페 Bernard Buffet (1928-1999)
"인생이 만약 멋진 것이라면 예술가로서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뷔페는 저자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유난히 의미가 있는 화가라고 알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뷔페의 이야기를 읽고 그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시대가 원하는 감각과 개성있는 표현 방법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았던 베르나르 뷔페는 데뷔 하자마자 엄청난 성공과 사랑을 받는다. 의도해서 이루어진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의의가 있다. 단숨에 부와 명예, 사랑까지 얻게 되어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의 삶에도 1960년에 들어서자 비평가들의 비판과 따돌림으로 명성이 추락한다. 그런 때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렸고 끝까지 자신의 예술을 추구했던 삶을 살다 갔다.
"나는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한 척의 작은 배와 같다. 파도는 계속해서 덮쳐오고 또 밀려가기를 반복한다. 나는 그 파도에 휩쓸려 때로는 부딪치고 다시 일어나면서 간신히 조종간을 잡고 있다."p266
에곤 실레 Egon Schiele (1890-1918)
"예술가를 억압하는 것은 범죄다. 태어나는 생명을 죽이는 것과 같다."
너무 짦았던 생. 천재적인 재능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요절한 화가.
에곤 실레의 드로잉이나 회화는 요즘말로 너무 힙해서 한 때 그의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독특한 구도와 스타일, 유려한 선의 맛이나 컬러가 풍기는 아우라, 다소 강렬하고 거침없는 신체 표현조차도 모던하고 감각적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대중이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엔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그저 변태적이고 왜곡된 에로티시즘 정도로 치부되기에 적당했던 것이다.
실레는 자신의 작품이 탁월하다는 것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고, 타인의 시선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았던 자존감이 높은 작가였다. 세상의 냉대와 비웃음에 무릎을 굽히지 않고, 자신의 예술 세계를 꿋꿋히 지켜가고자 했던 그는 결국 스물여덟의 나이에 스페인 독감으로 생을 마감한다. 빛나는 재능과 예술성도 가난과 질병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예술의 진정한 원동력은 정말 고통과 가난일까? 변치않는 동반자처럼 항상 그렇게 짝지어진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하기에 예술을 보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수 밖에 없다는 공식을 결국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때로 시대를 너무 앞서간다. 동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이해받지 못하고 외면받다가 사후에 추앙받는 예술가들이 지금껏 얼마나 많은지....
위대한 예술가나 천재, 거장들의 삶에는 평범한 삶을 사는 남들과는 다른 시련이나 고통이 더 크게 있기 마련이다. 그 장애를 넘고 이겨내어 작품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고 후대까지 기억되고, 귀감이 되는 이유일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취해 내었던 치열한 과정과 기질. 그것이 시사하는 바에 우리는 늘 감동하고 박수를 치게 된다.
이 책은 잘 알지 못했던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배우고 알 수 있는 기회를, 이미 알고 있었던 작가나 작품이라면 새롭게 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쉽게 따라 올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친근한 문체로 쓰여져 있기에 현학적이거나 어렵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야기가 마냥 가볍지만도 않다. 핵심을 정확히 찝어 포인트를 알려주고, 생각해 볼 만한 심도 있는 질문도 던져준다. 바로 이런 점들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되었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그 누구에게나 유익한 지점을 선사하는 선물 같은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입문자에게 매우 추천하고,
설명히 쉽게 되어 읽는 내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강연도 온라인에서 같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화가의 삶을 통해 그들만의 큰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았어요
화가들만의 강력한 에너지가 있는거같아요.
특히 강연과 연동해서 필요한 부분은 책에 노트에서 복습하기 좋았고
무엇보다 작품과 화가의 삶을 연계해서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스타 도슨트와 함께하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지적인 예술 탐험"
미술관 관람을 좋아하고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책도 재미있게 읽은 터라 이 책도 즐겁게 읽기 시작하였는데, 실제로 도슨트와 함께 미술관에 걸린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다정하게 설명하는 도슨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쓰여진 책이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화가들의 새로운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평소 몰랐던 화가들의 인생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여러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만의 길을 가는 화가들이 인상깊었다. 총 32회의 수술을 받았고 인생의 절반 이상을 침대에서 보냈던 프리다 칼로, 장애로 인해 소외되어본 경험으로 인해 최하층민의 일상을 소재로 삼았던 툴루즈 로트레크, 질투로 인해 외면받았지만 그것이 자신을 더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시켜주었다고 말하는 베르나르 뷔페. 나는 나약한 사람이라 작은 고난에도 크게 낙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붓을 들었던 화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반성을 하기도, 한편으로는 응원을 받기도 하였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 책에서 본 화가들의 작품을 언젠가 미술관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들의 생애와 함께 작품의 의미가 더 깊이 와닿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내가 사랑한 화가들 / 정우철
.
#예스24북클러버 활동을 위해 친구와 함께 읽은 책.
방구석미술관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당연히 좋을거라고 생각하며 읽었고 실제로 좋았다.
문학작품을 접할 때 작가의 삶을 알게되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림 또한 화가의 삶이 녹아 있어 그림을 보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보게 된다는 서문을 읽고 더욱 마음이 갔다.
.
책은 사랑, 자존, 배반이라는 주제로 나누어 11명의 화가를 소개한다. 삶과 작품을 소개한 후 각 장의 마지막에 화가의 삶에서 도슨트가 찾은 삶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구성이다. 개인적으로 도슨트의 시선이 참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
11명의 화가의 삶은 시대가 시대인지라 다양한 고난의 시간이 있었지만, 그와중에 각자의 것을 찾으려는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예술은 결국 나만의 것이 있어야 시대가 흘러도 인정받고 작품과 이름이 남게되는구나 생각했다. 책에 실린 화가의 삶과 작품을 살펴보면 결국 창조는 경험, 아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자신의 뿌리에서 영감을 얻거나(전통적인 것), 경험 그대로를 화폭에 옮긴 것들이 특별함을 인정받고 오래 남게되는 것 같다. 방구석 미술관2를 읽으며 한국적인 것을 잘 융화시켜 인정받은 화가들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
.
몇몇 화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더 나은 곳에 쓰고자 한 태도도 인상 깊었다. 그런 의미에서 알폰스 무하, 케테 콜비츠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고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과 삶도 기억에 남는다.
알폰스 무하의 전시회를 다녀온 적 있는데 예쁨과 화려함에 반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음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케테 콜비츠는 하층민의 삶에서부터 아들과 손자까지 전쟁에서 잃고 사회 참여가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하며 꿋꿋하게 엄마이자 예술가로서 활동한 것에 감명받았다. 마지막으로 베르나르 뷔페는 처음 접한 화가였는데 특징이 뚜렷한 작품도 좋았고 ‘천재는 노력을 하고 세상은 질투를 한다’, ‘좋은 사람이 좋은 결말을 맞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부분에서 마음이 갔다.
.
결국 중요한 것은 ‘아는 것’과 ‘그것을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느냐’인 것 같다. 이 책은 두 가지가 잘 묶여있어 좋았다. 정보를 주면서 그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서 여러 화가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예술에 조금 더 쉽게 마음을 열 수 있게 도움을 받은 느낌이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저자는 최고의 도슨트로 그림과 친해지는 쉬운 방법으로 화가들의 인생을 들여다 보고 있다.
마르크 샤갈, 앙리 마티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알폰스 무하, 프리다 칼로, 구스타프 클림트, 툴루즈 로트레크, 케테 콜비츠, 폴 고갱, 베르나르 뷔페, 에곤 실레의 삶을 그들의 작품과 함께 소개한다.
잘 알고 있는 화가들뿐 아니라 생소한 화가들까지 역경과 찬란한 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그림을 다시 보게된다.
오랜만에 미술관을 찾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한 때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했다. 미술에 딱히 조예가 깊지 않아도, 유명한 그림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잘 보이지 않아도, 멀리서 온 고갱의 그림이나 인상파의 화려한 풍경 그림들,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그림을 보고 그들의 사연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때로는 여름 휴가 삼아 시원하고 재미있는 전시가 많은 예술의 전당에서 여러 개의 전시를 몰아서 보고 맛있는 것을 먹기도 했다.
<내가 사랑한 화가들>은 도슨트 정우철이 풀어주는 화가들의 인생 이야기에 그들의 그림이 어우러진 책이다. 미술관에 가는 것 못지 않은 경험이었다. 전시회에서는 그 수많은 그림을 다 꼼꼼하게 보고, 설명을 듣거나 쓰여 있는 설명을 일일이 다 읽지 못한다. 그러다가는 한 세월이 다 가도 미술관에서 나오지 못한다.
그러나 책상에 앉아 정우철의 설명을 가만히 읽다 보면 그 화가가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하게 되고, 화가의 미술 세계관 속으로 조금이나마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그림을 감상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책이라는 매체이지만, 미술관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장애가 있어 거동하기 힘들었던 툴루즈 로트레크가 그린 그림에서는, 그 자신이 신나게 춤을 추고 싶은 욕망을 물랭루주의 댄서들을 그리며 풀고, 달리는 말을 그리며 애환을 달랜 것이 느껴졌다. 역동적이고 힘차 보이는 그의 그림의 이면에는 장애가 남긴, 해갈되지 않은 욕망이 있었던 것이다.
케테 콜비츠의 현실을 직시해 그렸던 그림 역시 인상적이었다. 전후 배고픔에 시달리던 아이들을 그린 그림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의 간절하고 순수한 눈망울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미술은 아름다운 것만을 그린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현실을 그대로 화폭에 담은 그는 역사가였다.
이 책을 통해 이미 전시회에서 보았던 그림은 조금 더 깊어진 이해로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으며, 접해보지 못했던 화가들의 그림도 나름대로 감상하고 그들의 마음 속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미술에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꼭 예술가라거나 화가가 아니더라도, 엔지니어도, 회계사도, 간호사도, 미술 작품을 보고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은 그런 욕망을 해소시켜 주고 그들을 미술관으로 이끈다. 도슨트 정우철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적어도 삶의 행복한 쉼표 하나를 가질 수 있으리라.
우리가 모르는 미술세계...
알고보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다는것을 정우철 도슨트님 도슨트진행을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문한 도서 내가 사랑한 화가들...
화가들의 또다른 이야기 들이 담겨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도슨트님의 시선에서 왜 그 화가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주니 더 없이 공감이 됩니다.
한권은 현장에서구매 한권은 추가로 선물하려고 예스24에서 추가주문했어요~ 너무 좋은 책 꼭 한번 읽어보면 좋으르 책인것같습니다.
중학교때부터 미술전공하고 대학생때 전시 도슨트(해설가)도 봉사활동해본 사람으로서 전시 작품들을 설명하려면 작가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해야하는지 안다. 그래서 더더욱 정우철 도슨트님의 책이라니 믿고 볼 수 있다!
흔히 아는 샤갈, 앙리 마티스, 알폰스무하, 프리다 칼로, 클림프, 고갱, 에곤 실레부터해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로트레크, 콜비츠, 베르나르 뷔페까지 11명의 화가들을 재밌는 주제로 나눠 설명해주신다.
내가 21살때 전시보고 반해서 도록까지 구매한 알폰스무하, 그리고 올해 다이어리 표지로 한 앙리마티스 작품을 좋아한다. 알폰스무하는 개인적으로도 좋아해서 아르누보 예술들이나 작가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좀 아는데 마티스는 전혀 몰랐다가 이 책으로 자세히 알게돼서 너무 반가웠다. 섬유가게가 앙리마티스에게 영감이 되고 변호사 자격증도 있었다니! 작가에 대해 알게되고 작품을 보면 너무 재밌다 ㅎㅎ 프리다칼로는 나도 그렇고 친구도 좋아해서 워낙 많이 들었는데 이 책에 작품 사진 옆에 그 당시 작가의 상황이 자세히 하나하나 묘사되어있어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그림을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다면, 전시보고싶은데 어떻게 감상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작가를 들여다보고 그 작가가 어떤 심정일때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알면 훨씬 공감도 되고 이해도 잘된다. 그래서 방구석미술관같은 책을 여러번 돌려보는데 또 계속 주기적으로 읽을 만한 책이 생겼다!
정확히 알았다! 나는 화가의 생애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 작품이 가지는 작품성이, 가치가, 돈이든 명예로든 매겨질 때 나는 그 작가가 어떤 마음과 생각과 관점으로 어떤 배경에서 이 그림을 그려냈는지가 정말 재밌다. 특히 고전미술은 대부분 이미 유명해진 채 우리에게 암기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 뒷배경을 이해할 때에 오는 지적인 쾌감이 있는 것 같다.
정우철 도슨트의 이야기가 그래서 사랑 받는구나, 너무 재미있었다. 특히 첫 부분에 '샤갈'의 작품과 생애가 나와서 왜 이 작가의 이야기를 맨 처음으로 택했을지 궁금했는데, 그의 스토리를 읽는 동안 드라마 한 편 본듯 눈물날 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던 그림체였음에도 그의 사랑과 따뜻함, 절망 등 다양한 감정이 읽히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가 동유럽으로 이주한 유대인의 후손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냥 러시아 작가로 남아있을 뻔 했다. 러시아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뉴욕으로...전쟁과 히틀러의 등장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곳 저곳 옮겨갔고, 또 사랑을 위해서 파리에서 명성을 얻고자 청혼만을 약속하고 파리에서 다시 러시아로 왔던 엄청난 대장정..그 과정에서 그려낸 그림들이 다 하나같이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알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