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고 싶게 만드는 책.
사실은 표지에 이끌려서 산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거지만, 책장의 표지도 구매와 직결되기 때문에 꽤나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다고 한다.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르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만족도가 매우 높은 책이다. 원래도 일본 소설을 좋아하긴 한다만 이 책은 마치 내가 생각하는 환상 속의 일본 서점, 마을을 그대로 구현해낸 것 같다.
간략한 줄거리는 주인공인 잇세이가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다니던 서점을 그만두게 되고, 우연히 '오후도 서점'이라는 곳을 맡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함께 여러가지 사건이 동시에 전개되는데, 마치 다 다른 사건인 듯 하지만 이어져있다. 이들 중심에는 잇세이가 자리잡고 있어 어느 부분보다 소설같은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고하고 지극히 현실에서 일어날 것만 같은 이야기이다. 책을 훔쳐가는 아이, 대중의 질타, 책임지고 퇴사하는 직원, 사라져가는 서점과 같은 현실의 쓴 맛이 가득하지만, 그 안에서도 「4월의 물고기」의 흥행, 주인공의 주변인들, 오후도 서점까지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들이 행복의 달콤한 맛을 보여준다.
작은 등불이면 어떨까.
언젠가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날 때는 자기 인생에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어.
-p.83
이 책의 초반부는 유독 시리다. 주인공은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더한 고초를 겪게 되고 종국에는 자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서점일까지 그만두게 된다.
영화 장르 중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히어로물이다. 멋지게 세상을 구하고 영웅이 되고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그런 서사에 익숙해져 있다가 이 문구를 읽었을 때는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내가 나의 행복을 너무 멀리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스스로가 되고싶은 멋진 사람의 기준을 높여놓아서 오히려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는 동안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사랑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챙겨주며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이는 어른들 걱정같은 거 안 해도 돼. 어른은 아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니까.
-p.250
이 소설의 주인공인 잇세이는 어른으로서 본인이 도난 사건의 책임을 지고 서점을 그만두고, 마치 열병을 앓듯이 아이처럼 고통스러워하며 힘들어한다. 이후 불안한 상태의 잇세이가 의지하고 있던 어른인 오후도 서점의 주인을 만나 점차 안정되어가는 게 독자인 나의 눈에도 보인다. 그렇게 잇세이는 곧 불안에 떨고있는 도오루라는 아이에게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운 어른이 되어주며 어른은 강하다고 말해준다.
어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 그 누구보다 어른인 사람을 찾으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나의 부모님이라고 답할 것이다. 내가 어리던 시절의 부모님은 정말이지 태산같았다. 어떤 어려운 일도 척척 해결해줄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
내가 성인이 되고나니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것도,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챙겨드려야지하고 부모님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은 오히려 내 걱정을 하고 있었다. 분명히 당신들도 힘들텐데 타인을 먼저 생각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어른이 되어야하는지, 그리고 그런 분들이 나의 부모임에 감사했다. 나는 누군가의 부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인들에게라도 의지가 될 수 있는 존재가 되고싶다.
그런 잇세이에게 이 서점은 물론 서점과 연결된 사람들이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고 있었던 것이다.
-p.73
그곳을 떠나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된 뒤에야, 아니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안식처였구나.'
-p.179
'안식처'.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느낌을 주는 마법의 단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안식처가 여러곳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이 제일 좋아하는 안식처인데, 내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원래도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제격인 장소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내가 나의 일상을 만들어가는 사실이 꽤 즐겁다는 걸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본가에 가면 마음도 즐겁고 몸도 편하다. 늘 가는 길이지만 비행기를 타러 가는 발걸음은 붕 뜨고 이륙 안내 방송을 들을 때면 설렌다. 어쨌든 자취를 하면 사람을 만날 일이 잘 없어 즐겁게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으로 가는 건 참 좋다. 게다가 내가 나고 자란 곳이다보니, 환경이 주는 편안함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나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까다로운 일인 것 같다. 아무것도 구애받지 않고, 내가 나로 오롯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한 군데라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살아간다는 것.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꿈을 꾼다는 것. 지금보다 나아지길 바라며 고단한 삶에서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 p. 104
만약 세상에 마법이나 신이 존재하지 않고 육체의 죽음과 함께 영혼도 사라져버린다 해도, 기억이나 추억은 무無가 될 수 없다. 하나의 생명이 이 지상에 존재하면서 울고 웃는 날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죽음이라 할지라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것이리라.
-p.263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이야기 속의 소설 「4월의 물고기」의 내용이다. 4월의 물고기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이 책을 읽은 직원들은 하나같이 '삶'에 대한 책이라고 이야기한다. 재밌는 점은 4월의 물고기는 병을 얻어 죽어가는 어머니를 주제로 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 속의 독자들은 이 책이 슬프지만 밝고, 보편적인 것을 전하려하는 듯 한다고 말한다. 언젠가 반드시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세상에 사는 모든 이를 위한, 평범한 삶 속에 반짝이는 순간을 그린 이야기라고 말이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서점을 주제로 하지만 어쨌든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속에서 죽음을 소재로 한 소설을 소재로 썼다는 건 작가가 결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평범한 삶의 소중함이 아닐까 싶다.
근래 들어 평범하게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건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매일매일 같은 하루는 없고, 그 속에서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소소하게 친구들과 대화하며 웃고, 피어난 벚꽃을 보면서 봄이 왔음을 느끼고, 따뜻한 날씨 속에서 산책하는 평범한 행복이 오랫동안 지속됐으면 좋겠다.
잇세이는 초반부에 꽤나 지쳐보인다. 10년을 바친 서점을 떠나면서 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겪는다. 그랬던 그가 오후도 서점을 만나고 사쿠라노마치라는 마을을 만나면서 점차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 독자인 나의 눈에도 선히 보인다. 서점과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상처를 치유해준 것 또한 서점과 사람이다.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책과 서점을 좋아하는 독자, 즉 이 책을 지금 손에 들고있는 여러분을 위해 썼다고 한다. 정말이지 이 책을 읽고나면 당장 아무 서점이나 달려가서 책을 보고싶어진다. 내가 왜 책을 좋았했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되고, 그와 함께 얻을 수 있는 일상의 소중함과 좋아지는 기분은 덤이다. 게다가 이 책은 서점 직원들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꽤 자세하게 설명을 해놔서 무심코 지나치던 서가 평대도 한 번 더 보게 만든다.
이 책을 읽는 시간동안 정말 행복하고 따뜻했다. 특히나 요즘처럼 따뜻해지고 있는 시기에 더욱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중쇄를 찍자>라는 일본드라마를 본적이 있다. 만화출판업계에서 책이 출간, 중쇄를 찍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인데,'책' 한권에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이 가득 들어있다. 드라마는 소박하고 코믹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지만, 책 한권의 탄생은 곧 ‘사람의 일’이기에 벅찬 감동을 이끌어 낸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어떨까? 같은 소재를 다루지만, 좀 더 진중하고 현실감 있는 인물과 이야기로 더 진한 잔향을 남긴다. 책을 판매하면서 책으로 구원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래된 서점의 정취와 그리운 사람냄새가 가득한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읽어보자. 까슬까슬한 책장을 넘길때마다 손끝의 느낌만큼이나 가슴으로 느껴지는 이야기가 있으니.
“살아가는 일을 포기하지 마, 행복해지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포기하면 인간은 그 자리에서 썩어버릴 뿐이야.”
- 시골 마을의 작은 서점과 도시의 오래된 서점,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하는 치유와 감동의 이야기
도시의 긴가도 서점, 잇세이는 그곳의 10년지기 서점원이다. 어릴 때 가족을 잃어 대인관계가 서툰 그는 ‘책’으로 위안을 얻고 서점원이 된다. 그는 자신의 일을 ‘사금을 캐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눈에 띄지 못한 채 사라질 숨은 작품을 찾아 소개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그는 숨은 명작을 찾아내는 재능 때문에 서점원들 사이에서 ‘보물찾기 대마왕’으로 불린다. 그리고 운명처럼 인생의 전환점이 될 ‘보물(베스트셀러)’을 발견한다.
출판사 영원사원은 판매가 보증된 인기작가의 작품을 권한다. 하지만 잇세이는 단 시케히코의 작품을 마케팅 할 것을 주장한다. 단 시게히코는 저명한 드라마 작가였으나, 병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퇴물이다. 하지만 잇세이는 그의 신작 <4월의 물고기>는 틀림없이 ‘보물’이 될 거라 확신한다. 그리고 그 보물을 어떻게 소개할지 열의에 가득 찬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년이 책을 훔치는 것을 발견한다. 겁에 질린 채 울먹이며 도망가는 소년, 잡으러 뛰쳐나가는 잇세이. 그리고 돌연 사고가 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소년은 승용차에 치이고 만 것이다. 그 사건은 연일 화제가 되고, 서점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친다. 잇세이는 동료들에게 자신이 담당했던 <4월의 물고기>를 부탁하며 서점을 그만둔다.
몸도 마음도 상처를 입은 잇세이, 문득 그는 벚꽃마을 ‘사쿠라노마치’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곳은 온라인상의 친구인 오후도 서점 주인이 있는 곳이다. 둘은 책에 관한 이야기로 마음이 잘 맞았고, 온라인상이라 대인관계가 서툰 잇세이도 별다른 부담이 없었다. 그런 그의 블로그에 포스팅이 멈췄고,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긴게 아닌지 걱정되는 마음과 예전부터 그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들었던 터라 가고싶은 마음에서 결정한 일이다.
깊은 산골짜기 푸른 하늘과 연분홍 벚꽃이 가득한 신비한 곳, 그곳의 낡고 작은 서점. 마을에 도착하자, 나이 지긋한 오후도주인이 자신을 대신해 서점을 부탁한다. 주인의 사정을 들은 잇세이는 어쩔 수 없이 서점을 맡기로 한다. 한편 도시의 긴가도 서점 직원들은 잇세이의 부탁을 기억하고, <4월의 물고기>를 접해 그 진가를 알아챈다. 이 숨은 책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작은 '기적'을 꿈꾸는데...
- 막연한 ‘환상’이 아니라, 노력과 열정이 가득한 ‘현실’이 만들어내는 ‘기적’
책을 구원하려다 책으로 치유 받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장인물들은 <4월의 물고기>라는 책을 팔기 위해 노력한다. 각자 POP를 만들고, 띠지를 제작하고, 포스터를 그리고, SNS를 통해 책을 홍보하고 판매한다. 요즘 서점에서 일어나는 서점원들의 일상이다. 떄문에 판타지적이거나 영웅적인 요소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기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단 한권의 책을 위해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마음을 나눈다. 각각의 열정과 간절함이 모여 끈끈한 유대속에 '베스트셀러'라는 작은 기적이 탄생하는 모습은 작가가 독자에게 준 또 하나의 기적이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 인물들은 각자의 시선에서 숨겨왔던 과거와 상처를 돌아본다. 스치는 것도 인연이듯, 인물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는 서로 얽히고 엮어있다. 인물들이 사람이기에 만드는 관계와 인연의 힘은 기적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사람들간의 인연은 위대하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 치유받을 수 있다.' '기적은 신의 '우연'이 아니라 인간의 '노력'이 만든다.' 아마 이 세문장이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픈 메세지가 아닐까?
일본특유의 서정적이고 섬세한, 훈훈하고 뭉클한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또한 이미 책을 사랑하고 함께 하루를 보내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당신이 '애독가' 일지라도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태도가 바뀔 것이니. 아마, 책을 더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일본 특유의 힐링문학이다. 소소하고 편안한 분위기, 일상이 만들어내는 가슴따뜻한 기적이 있다.
잇세이와 두 인물간의 로맨스, 잇세이와 인기작가와의 어릴적,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정, 시케히코의 교훈,
삼색고양이의 과거 등 떄론 따뜻하고, 애틋하고, 아픈, 벅찬 비밀들이 하나씩 풀어지면서 깊이를 더해간다.
벚꽃마을과 오후도서점을 묘사하는 목가적인 풍경, 삼샘고양이의 시선과 앵무새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동화같은 환상은 몽환적이나, 서점원들의 일과 직업정신은 매우 세세하고 생동감있어 현실적이다.
서점에서 나는 냄새가 그리워지는 소설이었다. 요즘은 독서 인구가 줄고 있는데다, 대부분 책을 인터넷에서 쇼핑하고, 전자책으로 읽는 사람들도 많은 탓에 대형서점도 예전 같지 않으니, 하물며 동네서점은 점점 더 사라져가는 실정이다. 자고로 책은 종이를 넘기는 맛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도 서점에 들른 게 언제인지조차 가물가물할 정도이니 말이다. 용돈을 받으면 동네서점에 달려가 읽고 싶었던 책을 품에 안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던 날도 있었는데. 방학이면 늘 도서관에 도장을 찍고, 서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야말로 독특한 냄새에 매료되곤 했었다. 어찌된 일인지 회사에서도 난데없는 자료실 담당까지 도맡게 되었지만 수당도 받지 못하는 가외업무인데도 책을 다루는 일이기에 나름 즐거웠다.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린 소설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읽노라니 자꾸만 옛일이 떠오른다.
도시의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오래된 서점에서 문고본을 담당하는 츠키하라 잇세이는 ‘보물찾기 대마왕’이라 불릴 정도로 숨은 히트작 발굴에 천재적인 촉을 지닌 성실하고 조용한 청년이다. 자신의 서가를 만드는 것이 가장 행복한 그에게 어느 날 먹구름이 뒤덮이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책 절도범을 뒤쫓던 중 차도에 뛰어든 소년이 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다친 소년과 가족이 나름대로의 사연을 밝히며 순순히 사과를 하자 오히려 여론의 화살은 서점을 향한다. 순식간에 악마 같은 가해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잇세이는 모든 비난과 책임을 등에 지고 긴가도 서점을 그만두고 만다. 어린시절의 아픈 과거로 인해 사람들과의 교제가 서툰 잇세이에게 있어 서점은 유일한 안식처이자 삶의 등불 같은 존재였으니, 마음의 상처를 안고 그가 찾아간 곳은 어떤 시골 마을의 작은 서점이었다.
평소 블로그를 통해 친분을 쌓아온 ‘오후도 서점’의 주인이 통 소식이 없는 것에 신경이 쓰인 그는 사쿠라노마치로 길을 떠난다. 이웃 노인에게서 물려받은 앵무새 선장을 길동무로 삼고. 오후도서점櫻風堂이 위치한 고즈넉한 산골짜기 마을 사쿠라노마치櫻野町는 이름처럼 벚꽃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지방이다. 봄이 되면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이 장관을 이루는 작은 마을에 터전을 잡은 단 하나의 서점. 그곳에서 잇세이는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한편, 긴가도서점銀河堂의 직원들은 잇세이가 떠나기 전 찾아낸 ‘보물’ 같은 책 <4월의 물고기四月の魚>가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다. POP, 띠지, 포스터를 만들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입소문을 내기도 하며. 그런 사람들의 마음은 잇세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족이나 친구를 하나둘씩 떠나보내다 보니 참 다양한 모습으로 떠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렇게라도 말할 수 있을 때 잇세이에게 서점을 맡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물론 그렇게 해준다면 말이지만.
p.191
새 책에 둘러져 있는 띠지를 벗기며 늘 이 귀찮은 걸 왜 만드는 걸까 궁금했는데, 실상은 띠지의 홍보효과가 제법 크다고 한다. 띠지를 보고 책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나. 이 소설이 2017년 제14회 서점대상 5위를 차지한 이유는 작품의 완성도보다도 서점인들의 꿈과 노력을 정성스럽게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솔직히 저자 무라야마 사키村山早紀는 아동작가라서인지 전반적으로 동화나 순정만화 같은 느낌이 강하다. 살짝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래도 책으로 가득한 서점의 향기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줬다는 점에서 따스한 마음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 오후도 서점 두 번째 이야기 [별을 잇는 손星をつなぐ手]도 읽고 싶어지는 이유는 시골서점의 부활이 어느 정도 진척될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역시 주인공은 미남미녀가 좋아!
순간 속에 영원이 있다.
만약 세상에 마법이나 신이 존재하지 않고 육체의 죽음과 함께 영혼도 사라져버린다 해도, 기억이나 추억은 무無가 될 수 없다. 하나의 생명이 이 지상에 존재하면서 울고 웃는 날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죽음이라 할지라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것이리라.
이 책을 읽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사랑도 지구에 담겨 우주를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마음과 함께. 수많은 소망과 눈물과 미소와 함께.
p.263
숲노래 책읽기 2021.5.12.
인문책시렁 183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류순미 옮김
클 2018.11.5.
《오후도 서점 이야기》(무라야마 사키/류순미 옮김, 클, 2018)를 읽는 내내 ‘우리나라 마을책집 이야기’를 우리 손으로 쓰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려나 하고 돌아보았습니다. 이곳저곳 조금 다녀 보고서 가볍게 쓰는 사람은 제법 있습니다. 그렇지만 스무 해나 서른 해나 마흔 해나 쉰 해를 고이 책집마실을 이으면서 이 발자취를 차곡차곡 그리거나 펼치는 사람은 몇 손가락으로 꼽기조차 어렵지 싶습니다. 예전부터 이 대목을 느꼈어요. 제가 처음 책집마실을 다닌 때는 또렷하지 않으나 두 가지가 떠올라요. 하나는 우리 언니가 만화책을 사오라고 시킨 적이 있고, 둘은 우리 어머니가 여성잡지를 사오라고 시킨 적이 있어요. 두 때에는 제가 볼 책이 아닙니다. 그러나 오직 저 혼자서 주머니에 돈을 움켜쥐고서 심부름을 했어요. 심부름이지만 혼자 집부터 마을책집까지 갔고, 거스름돈은 잘 챙겼는지, 언니하고 어머니가 시킨 대로 잘 샀는지를 헤아리면서 손바닥이 땀이 잔뜩 났어요. 일고여덟 살이나 예닐곱 살이었을 텐데, 예전에는 이만 한 나이인 어린이도 심부름을 곧잘 했어요. 마을가게를 다녀오는 일이니 모두 이웃이요, 마을길이니 눈에 선하거든요. 다만 언니나 어머니가 손을 잡고 이끌지 않기에 두근두근하지요.
이때부터 치면 제가 책집마실을 다닌 지는 마흔 해가 넘을 텐데, 이동안 들르거나 거친 즈믄(1000) 곳이 넘는 숱한 책집하고 얽혀 ‘우리나라는 일본하고 비슷하면서 사뭇 다른 결’이 있어요. 고장마다 다 다르게 흐르는 책집 숨결이 있습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에 나오기도 하는데, 어느 나라 어느 책집이건 마을에서 함께 나이가 들고 철이 들고 삶이 흐릅니다. 함께 늙고 함께 자라며 함께 노래하지요. 기쁘거나 슬프거나 같이 누려요. 오래오래 흘러 먼지나 더께가 쌓이기도 하지만, 오래오래 흐르기에 외려 반드르르 빛이 나기도 합니다.
이제는 책집을 닫은 숱한 지기님, 어느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숱한 지기님, 이제 막 책집을 연 푸릇푸릇한 지기님, 이러구러 스무 해 남짓 책집살림을 지은 여러 지기님, 이 모든 책집지기님은 마을지기이자 마을이웃입니다. 마을사람이자 마을일꾼이에요. 그렇기에 《오후도 서점 이야기》 첫자락에 나오고 줄거리를 받치는 ‘책도둑’ 이야기를 놓고 그렇게나 많은 이들이 ‘책도둑을 붙잡고서 외려 새뜸(신문)이나 누리집(인터넷)에서 손가락질을 받은 책집지기’를 그렇게 따스하 보듬으려고 하는 눈빛이 흐른다고 느껴요.
책을 훔쳐서 돈을 모으려고 한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뒷삶이 있겠지요. 책을 훔치기까지 해서라도 돈을 모아야 한다고 얽매였겠지요. 그러나 책은 아무나 못 훔칩니다. 책을 읽고 아는 이가 아니고서는 못 훔치지요. 팔아서 값이 될 만한 책을 알아보는 눈이 없다면 책을 못 훔치거든요. 그렇다면 이들은 왜 책도둑이 될까요? 책을 내려놓고서 스스로 살림을 짓는 사랑으로 나아가지 못한 탓입니다. ‘책은 읽었으되 삶을 사랑하는 몸짓’은 기르지 못한 탓입니다. 책을 읽어 ‘좋은 이야기’는 두루 누렸으나 막상 마음으로 하나도 못 삭인 탓입니다.
큰고장을 떠나 시골에서 새롭게 책집지기가 된 젊은이를 그리는 《오후도 서점 이야기》입니다. 끝맺음이 좀 엉성했는데, 이러구러 이 젊은이는 꼭 큰고장 책집지기가 아니어도 좋은 줄 깨달아요. 책집에는 책손이 더 많이 찾아와야 하지 않고, 책집은 책을 더 많이 갖추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아채지요.
마을책집은 큰책집이 아닙니다. 마을책집은 마을책집이에요. 마을사람이 언제든지 가뿐하게 찾아와서 ‘한 자락을 사도 좋’고,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몇 마디 해도 좋’은 쉼터입니다. 책집은 어른한테도 쉼터이지만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더없이 좋은 쉼터입니다. 둘레를 보셔요. 어린이나 푸름이가 마음놓고 찾아갈 만한 곳이 마을에 어디 있나요? 찻집이나 술집이나 밥집은 어린이나 푸름이가 혼자 찾아가서 쉴 만한 데가 못 됩니다. 노래집도 그렇지요. 가만히 하루를 돌아보고 마음을 차분히 달래면서 다리를 쉬고 생각을 가다듬을 싱그러운 쉼터는 바로 마을책집입니다. 이 마을책집 곁에 나무 한 그루가 있다면 아주 좋을 테지요.
ㅅㄴㄹ
책 한 권을 도난당하면 그 책값을 메우기 위해 다른 책을 도대체 몇 권이나 팔아야 하는 것인지. (36쪽)
“그까짓 책 도둑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치들은 상식도 없고 상상력도 없는 멍청이야.” (70쪽)
“내용에 감동받아 이 책을 팔고 싶다고 생각하는 서점 직원이 만드는 띠지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그런 띠지를 보면 소노에는 눈이 부셨다. 손으로 만지면 온기가 느껴질 것만 같았다.” (123쪽)
‘아니다. 책은 서점 서가에 그대로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생물과 마찬가지다.’ (186쪽)
“오후도가 없어져도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살 수 있지만 노인과 어린아이는 그럴 수가 없어요.” (192쪽)
오후도는 손님과 마음을 키우는 서점이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문화를 키우고, 고향 사람들에게 좀더 나은 생활과 행복한 삶을 안겨주고 싶은 바람을 품고 존재하는 서점이었다. (274쪽)
“저는 시간을 들여 조금씩 《4월의 물고기》를 판매할 생각이니 염려 마시고요. 말 그대로 오후도의 명물,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선물’ 같은 책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288쪽)
일단 처음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눈은 따사로운 표지에 쉽게 빠져들지만 책을 여는 순간 조금은
불친절해 보이는 레이아웃과 전번부를 차지하고 있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이 싱겁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을 떠올리게 한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책과 서점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잇세이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서점에서 책 코디네이터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어느 날 책을 훔쳐 달아나는 소년을 쫒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은 사회생활은 서툴지만 책과 서점에
대한 애정은 풍부한 그에게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해준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힐링이 필요한 그에게 시골 마을의 작은 서점 오후도는 쉴 수 있는 안식처이기도
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에 촉매제로 작용하는 것이 이전 서점에서
애정을 갖고 기획하던 "4월의 물고기"라는 책이다. 잇세이가 떠난 뒤 일종의 죄책감에 시달리던
서점 직원들은 "4월의 물고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그들 각자의 재능을 발휘한다. POP, 책띠지,
홍보용 포스터, SNS, 방송 등을 통해 "4월의 물고기"는 잇세이 자신이 위로 받고 새출발 할 수 있는
힘을 얻듯이 그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따스함을 전파해 나간다.
우리나라는 대형서점을 제외한 골목이나 중소도시의 서점들이 힘겹게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물론 온라인 판매가 주는 편리함을 극복할 순 없겠지만 예스24나, 알라딘이 운영하고 있는
중고서점을 방문해 보면 그래도 서점과 책들이 주는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모든 이들에게 오후도 서점과 "4월의 물고기"가 주는 책 표지만큼 따스한 정감을
이 작품을 토해 느껴보기 바란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한 사람도 있겠지만, 난 아주 어릴 때는 책 안 봤다. 이 말 몇번째 하는 건지. 작가라 해도 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아주 없지 않기도 하다. 내가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그런 사람 보면 조금 반가워하기도 하다니. 또 가깝게 느끼는 사람은 어딘가에 가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 작가다. 그런 사람도 얼마 없겠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 그건 무슨 마음일까, 나와 비슷한 사람이 아주 없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하는 걸까. 그렇기는 해도 다들 나보다는 나을 거다. 책을 알게 되고 이것저것 많은 걸 찾아봤을 테니 말이다. 난 책을 알게 되고도 아주 많이 보지도 못하고 그냥 읽기만 했다. 어딘가에 가는 거 안 좋아한다고 한 사람도 아무데도 안 가지 않겠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책 냄새도 좋아하지 않던가. 다는 아니지만 어떤 책은 냄새가 잘 난다. 잡지가 그런데. 오래된 책에서는 바닐라 냄새가 난다고 하던데 내가 가진 것에서 시간이 좀 지난 건 먼지, 습기 냄새만 난다. 그건 내가 책을 잘 두지 못해서겠다. 오래된 책 냄새는 잘 모르겠고 새 책 냄새는 좋다. 그건 책 냄새가 아니고 잉크 냄샌가. 그것 자체가 책 냄새라 해야겠다. 도서관이나 책방에 가도 책 냄새 잘 느끼지는 못한다. 내가 책 냄새를 못 맡아설지도. 그래도 가까이 있는 책 냄새는 안다. 그것도 몰랐다면 창피했겠다. 도서관이나 책방에서는 많은 책을 보고 좋아하는구나. 거기 있는 책을 다 보지는 못해도. 왜 이런 말을 했느냐 하면 이 책이 책이 많은 곳, 책방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여서다. 제목에 책방 이름이 나오는구나. ‘오후도’. 여기뿐 아니라 가자하야에 있는 긴가도(은하당)도 중요한 곳이다.
한국에는 책방이 얼마나 남았을까. 남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구나. 지금은 문 닫은 책방이 더 많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책을 안 보지는 않는다. 책방에 가서 책을 고르고 사기보다 인터넷 책방에서 사면 편하다. 책방에 없는 책도 인터넷 책방에는 있다. 그러니 많은 사람이 인터넷 책방에서 책을 사겠지. 나도 다르지 않다. 내가 사는 곳도 책방 별로 없다. 예전에는 좀 있었는데. 없어진 곳이 더 많지만 새로 생기기도 했다. 그야말로 동네 책방이다. 가 본 적은 없지만 그리 크지 않을 거다. 그 동네 사람은 그 책방이 있어서 좋을 것 같다. 오후도도 시골 마을에 겨우 하나 있는 오래된 책방이다. 츠키하라 잇세이는 자신이 열해동안 일한 책방 긴가도에서 책을 훔친 아이를 쫓다가 그 아이가 차에 치어서 그곳을 그만두었다. 책방 주인이 그만두라 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잇세이를 탓했다. 잇세이는 책을 훔치려던 아이가 긴가도에 와서 기쁘게 책을 사 간 모습을 기억했다. 잇세이는 그런 아이가 책을 훔친 걸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아이를 쫓아갔던 건데. 누가 그걸 알까. 아무도 모르겠지. 세상에는 그런 일이 얼마나 많을까. 그저 한줄로만 말할 수 없는 일.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다른 일로 잇세이가 긴가도를 그만두고 오후도에 가게 해도 괜찮았을 텐데 싶다.
오래전에 책방에서 일 해 볼까 했는데, 못 해 봐서 조금 아쉽구나. 아니 했다면 지금보다 책 안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잇세이는 사람과 아주 친하게 지내지는 않아도 사람을 좋아했다. 난 사람을 무서워한다. 이거 돌려 말한 건지도. 아주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됐다. 그래도 세상에 좋은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여기 나온 사람은 하나 같이 다 착하다. 잇세이가 긴가도를 그만뒀을 때 동료는 모두 안타까워했다. 긴가도를 떠난 잇세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한다. 그건 잇세이가 알리려고 한 책 《4월의 물고기》를 잘 알리는 거였다. 긴가도가 있는 백화점 쪽에서도 그 일을 돕는다. 이 백화점은 호시노 백화점으로 《백화의 마법》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이름이 잘 알려진 작가 요모기노 준야나 아이돌에서 시작해 지금은 배우인 가시와바 나루미도 그 책을 이야기한다.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든 책이 잘 팔리기를 바라겠지만 더 마음이 가고 알리고 싶은 책도 있겠지. 일본 책방은 새로 나오는 책이 있으면 그걸 알리는 글이나 행사를 하는 것 같다. 그런 모습 드라마나 소설에서 봤지만. 한국은 어떨지. 내가 잘 모르는 거고 요즘은 이런저런 행사 하는구나.
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기도 한다. 여기 나온 단 시게히코가 쓴 《4월의 물고기》도 그랬다. 책방 사람을 이어줬다고 해야겠구나. 이 책은 긴가도뿐 아니라 전국 책방에서 찾았다. 실제 책방에서 알리는 책을 많은 사람이 알기도 할까. 잇세이는 숨은 보석을 잘 찾아냈다. 그런 사람이 책 곁을 떠나야 했을 때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잇세이는 자신이 다시는 책방에서 일하지 못하리라고 여겼다. 오후도는 잇세이를 기다린 책방인 듯싶다. 앵무새가 가끔 뜻깊은 말을 한다. 그건 잇세이 옆집 할아버지가 맡긴 거였는데, 그 할아버지는 잇세이 꿈에도 나타나 잇세이가 앞으로 나아가게 등을 밀어준다. 오후도 책방 좋아 보인다. 실제 그런 책방이 있다면 좋을 텐데. 어딘가 시골 마을에 있을까. 마을에 사는 사람이 얼마 없거나 거기에 가는 사람이 별로 없으면 책방은 오래 가지 못하겠다. 오후도도 그런 곳이다. 이야기만 들으면 평화로운데.
잇세이가 오후도를 맡고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오후도가 문 닫지 않고 오후도 주인 손자인 도오루가 자란 뒤에도 있다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까지 하는 거 좀 우스운가. 소설이 끝나도 그다음이 마음 쓰인다. 다음 이야기 있기는 하다. 거기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곧 만나봐야겠다.
희선
■ 시작하기 전에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2017년 14회 서점대상 후보작으로 일본 내 서점 직원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책 5위에 선정된 소설이다. 저자 무랴아마 사키는 아동 문학으로 데뷔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인 <별을 잇는 손>을 발표했고 한국에도 2019년 5월에 출간되었다.
오래된 백화점 내 긴가도 서점 문고본 서가에서 일하고 있는 잇세이는 숨은 명작을 찾아내는 '보물 찾기 대마왕'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날 서점에서 책을 훔치려던 소년의 뒤를 쫓던 중, 도망가던 소년이 그만 교통 사고를 당해버리고 이 사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서점과 백화점을 위해 잇세이는 오래 다니던 서점을 그만둔다. 이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던 사쿠라노마치의 오후도 서점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아픈 자신 대신 서점을 지켜 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게 된다. 고민 끝에 오후도 서점을 운영하기로 한 잇세이. 한편 긴가도 서점의 직원들은 잇세이가 떠나기 전 찾아낸 <4월의 물고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잇세이 또한 오후도 서점에서 그들과 함께 <4월의 물고기>를 알리고 오후도 서점과 사쿠라노마치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원래는 <별을 잇는 손>을 읽으려고 했는데 무심코 블로그를 검색하니 내가 이 책의 리뷰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다시 읽었다. 내용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리뷰를 남길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던 지라 조금이라도 끄적이기 위해 다시 읽었는데 확실히 기분이 좋은 책이었다. 얼른 후속작도 읽어보고 싶다.
■ 책 리뷰
나는 서점을 무척 좋아한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서점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내 책이 아니지만 빼곡히 차있는 책들을 하나 하나 훝다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해진다. 머리가 아플 때 서점에 있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그러나 나는 서점의 직원들이 하는 일을 잘 모른다. 작가별, 분야별, MD별로 책을 정리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일,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일 정도. 주변에 대형 서점에서 일을 한 친구들이 몇명 있기는 하지만 그들에게서 제대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러나 비교적 일본 서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데 아마 소설의 배경으로 서점이 등장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한국도 비슷한 일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 탓인지 어딘지 모르게 서점은 나에게 더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가 되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에 끌린 것도 그 때문이다.
이 곳에 등장하는 서점의 직원들은 서점과 책을 무척 사랑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열정적으로 그곳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잇세이가 긴가도 서점을 떠나게 되는 계기는 꽤 충격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잇세이가 잘못한 것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만약 비슷한 일이 주변에 있다면 나조차도 서점 직원을 쉽게 감싸지는 못했을 것이다. 더욱이 잇세이는 자신이 받는 비난 뿐만 아니라 자신 때문에 비난 받게 된 서점과 백화점을 위해서 과감히 사직을 결정한다. 병으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누나를 교통 사고로 잃고 10년 동안 그의 삶의 지탱이 되어준 서점을 사직한 것이다. 이후 그가 오후도 서점으로 가서 다시 한 번 삶을 부여 잡는 과정은 다양한 감정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매우 담담하고 잔잔하다. 지루하다고 여겨질 수 있을 만큼 사건은 은근 파급력이 크게 흘러가는 데, 잇세이만큼은 조용하고 물의 흐름에 맡긴 듯 인생을 산다. 물론 그 인생은 잇세이가 선택했고, 잔잔해보이지만 결단력과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숨어 있다.
잇세이가 서점을 그만두게 된 계기를 제외하면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무척 조용히 흘러 가지만 무척 판타지스럽다. 실제로 있을 수 있을까? 여러모로 의문이 가득해진다. 아예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 평범함도 숨어져 있지만 솔직히 말해 너무 좋은 쪽으로만 흐른다. 거기에 좌절은 없다. 그러나 대신 열정이 있다. 그래서 판타지스럽지만 글을 읽어가면서 즐거워지고 행복해진다. 일상의 소중함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소소하고 편안한 느낌, 읽으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오면서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선보인다. 울컥 눈물이 쏟아지지는 않지만 감정적으로 부드럽게 상처를 매만져준다고 해야 할지. 다시 읽어도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 점이 무척 매력적인 소설.
오랫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평소에는 추리, 미스테리, 스릴러쪽 작품만 주로 읽었었는데말이죠) 책 표지부터 벚꽃이 화사하게 핀 장면이 뭔가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도시의 오래된 서점에서 일을 하는 잇세이예요. 어떤 사연으로 10년동안 일해오던 도시의 서점을 그만두고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간간히 유지하고 있는 오후도 서점으로 오게 됩니다. 물론 그사이에 많은 에피소드와 감동이 있고요. 요즘처럼 팍팍한 시대에 마음이 훈훈해지는 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추천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잔잔한 소설이거니 했다.
근데 막상 읽다보니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잔잔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수십번은 졌을 것 같다.
서점인으로서, 그리고 서점이란 무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서점 도둑 사건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고 사랑하는 서점을 떠나게 되고, 블로그로 교류하던 오후도 서점으로 가게 되는 과정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지만 그 안에서 살아 숨쉬는 등장인물들이 참으로 매력적이고, 따뜻하다.
오후도 서점에 꼭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라고 해서 빌렸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잔잔한 이야기였어요.
리틀 포레스트처럼 예쁜 풍경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예쁜이야기지만 제 개인적인 취향이랑은 맞지 않아서 중간에 하차했어요. 서점에서 오래 알바해온 주인공의 이야기인데 서점이야기라 그럴까요. 정말 조용한 분위기예요. 주인공 자체도 조용한 사람이라 큰 사건 없이 조용히 진행됩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잇세이는 책을 훔치려던 소년을 쫓다가 그 소년이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모든 비난과 책임을 등에 지고 긴가도 서점을 그만두게 된다.
며칠 뒤 그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찾아간 오후도 서점은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유일한 서점이다. 하지만 서점 주인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에 처해, 대신 잇세이가 그곳을 맡아 운영하기로 한다.
그 무렵 긴가도 서점의 직원들은 잇세이가 떠나기 전 찾아낸 ‘보물’ 같은 책 『4월의 물고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다.
잔잔하면서도 뭔가 가슴 따뜻한 이야기.
끝부분이 왜 이런가 싶었더니...
2편이 나오는구나..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잔잔한 서점 이야기 또 보고싶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무엇보다 좋은 책을 선별해 사람들에게 팔고 싶은 사람. 그 사람들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묻어두었던 작은 꿈 하나가 생각난다. 희망사항이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책과 관련된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예전엔 도서관 사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었고, 최근엔 조그만 동네책방을 하는 사람이 멋지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에 둘러 싸여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생각을 곧잘 한다.
하지만 도서관 사서는 책을 볼 시간이 없고, 동네 책방은 책이 잘 팔리지 않아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으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지 않는가. 그저 책방을 탐방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가.
표지도 예쁘고 서점에 관련된 이야기라 구매한 책이다. 대학다닐때부터 아르바이트 부터 시작해 10년을 서점에서 일한 츠키하라 잇세이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이 있다. 이런 류의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데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이었다.
오래된 백화점의 한 코너에 위치한 긴가도 서점의 문고본 담당 잇세이는 말수가 적지만 책에 관한한 숨은 명작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나 '보물 찾기 대마왕'으로 불린다. 다른 아이들에게 휘말려 책을 훔치던 소년을 쫓다가 소년이 다친 뒤로 사람들의 뭇매를 맞았다. 그 이유로 좋아하던 서점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를 한 사람 중의 하나가 '오후도 서점 주인이었다. 오후도 서점이 위치한 사쿠라노마치 마을의 아름다움과 책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오후도 서점의 블로그의 새글이 올라오지 않아 궁금했고 아프고 난 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어 떠난 여행이었다.
앞서 긴가도 서점의 문고본 담당으로 있을 때 드라마 작가인 단 시게히코의 소설 <4월의 물고기>를 발굴해 많은 사람들에게 팔릴 거라며 책을 알리는 POP를 제작하려고 했고 사인본을 선점하고자 했었다. 잇세이가 오후도 서점의 주인을 만나 그곳에서 일하기로 하며 그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오후도 서점 주인에게 그리움을 안겨주는 잇세이의 외모와 인기작가인 요모기노 준야와 닮은 이유, 서로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블로그를 하며 같은 서점일을 한다는 것으로 친해진 친구의 존재 등, 잇세이는 모르지만 독자들은 알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잇세이가 오후도 서점을 맡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저 흐뭇하게 만드는 이유, 이래서 일본 소설을 읽는 것 같다. 잔잔하면서도 감동이 있는 소설. 더군다나 책이 가득한 서점이야기라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피할 수 없는 주제가 아니던가.
그 다음 이야기 <별을 잇는 손>이 나와 있었다. 오후도 서점을 이끌어가는 잇세이의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제가 좋아하는 일본소설의 취향이 있습니다.
키친,달팽이식당!!
요시모토바나나,에쿠니가오리, 하루키 등 특정 작가도 좋아합니다!
이 책이 제 취향저격을...
큰 사건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잔잔하고 따뜻하고 해피엔딩이고 ㅎㅎㅎ
이 책도 그렇습니다.
거기다 좋아하는 서점이야기(섬에있는서점,모든것은드래곤플라이헌책방에서시작되었다 무지 좋아함)입니다
나름 도시의 큰 서점에서 일하던 주인공이 사건이 생겨 오후도의 서점에서 일하게 되고 판매를 기획했던 책과 동료들... 그리고 반려동물들...
선장!!! 왠지 제 취향...ㅎㅎㅎ 맘에 들어요
아무래도 이책 종이책도 사야할 것 같아요... 일부러 전자책 기다렸다 사서 읽은 건데 말입니다....
책 표지가 예뻐서 이북이 출간되기까지 기다리다가, 출간되자마자 구입한 소설.
단순하게 책 제목만으로 그저 '오후도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의 이야기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소설의 시작은 오후도 서점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서점 이야기라기 보다는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책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랄까요.
특히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이 소설을 작성해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오후도 서점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월의 물고기'라는 책을 팔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하나로 합쳤던 것처럼, <오후도 서점 이야기>라는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작가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힘이 더해진 것 같았답니다. 서점에서 일하면서 겪었던 일들, 자신의 소소한 습관들까지도 작가에게 전해져서 이런 애정들이 모인 것이 바로 <오후도 서점 이야기>가 아니었을지요. 작가의 말을 읽으며 좀 더 이 책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습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하나 더 깨달은 사실은, 아무래도 저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악인이 없고, 무엇인가 하나의 목적을 향해 모두가 힘을 합치는 그런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가 그랬고, <마션>이 그랬지요. 하지만 그런 인물들과 상황들이 현실성이 없다거나 조금 상투적이라 느끼는 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잇세이가 어떤 모습일지, 소노에는 어떤 모습일지 오랜만에 자연스럽게 가상캐스팅을 해보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그만큼 영화화되면 참 좋겠다, 참 예쁘겠다 싶은 작품입니다. 그나저나 소설을 읽으면서,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는데 말이죠. 2편이 꼭 나오길 바랍니다.
말랑말랑한 봄날과 참으로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습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결말로 가는 길이 아쉬워 천천히 읽어보려 했지만, 결말이 궁금해서 어느새 다 읽어버린 소설이었어요.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당신께, 그리고 잔잔한 힐링물을 원하시는 당신께 추천해드립니다.
서점에 진열된 책은 한 권 한 권이 아무렇게나 꽂혀 있는 게 아니다. 출판사별 또는 수준별로 혹은 서점에 따라서는 저자별로 구분하는 것이 아주 당연한 일이고, 신간이 놓인 평대나 그 서점에서 홍보 중인 책, 추천하는 책이 놓인 평대는 서점이나 담당자마다 달라 서점 직원의 열의와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언뜻 평범하게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책에, 책이 놓인 그 위치에, 손님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