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한마디
소설가, 편집자, 독자가 등장하는 추리소설.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가 필연적으로 작가인 그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장치를 설정해두고, 자기 자신과 편집자, 출판사를 대상으로 한 블랙 코미디를 능청스럽게 풀어놓는다. -소설MD 박형욱
나에게 있어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첫째, 내 책장 속에 있는 여러 도서의 저자 중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작가이다.
하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그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그 외의 작품들은 재미를 떠나 일단
거쳐가야할 정거장이 되어 버렸다. 거기에 진짜 직업처럼 느껴지는 그의 집필 속도는
어느 누구도 따라가기 힘들다(아마 미야베 미유키 정도 곁눈질로 따라 붙을 듯).
둘째,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장 많이 헌책으로 팔아 넘긴 작품의 저자이다. 그의 작품들은
여러 면에서 다른 일본 추리작가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다양성을 보여 준다. 다루고 있는
분야도 그렇고 책을 읽은 독자들의 평가도 그렇다(70% 이상의 작품의 평가가 별 하나에서
다섯까지 분포하고 있다). 특히 35년의 편력은 시대별로 작품의 흥미나 재미의 편차를
보여준다. 내가 생각하는 그의 전성기는 아마도 1990년대 말에서 2010년대 초반인데 그
시기에도 작품별 재미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무려 2001년에 나온 작품으로 흔히 말하는 '일본 미스테리
출판계'를 바탕으로 작가, 편집자, 독자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초창기 그의 작품
처럼 가벼운 유머에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다루고 있으니 잠이 안오는 겨울밤, 느긎이 앉아
편하게 읽어 보시길 바랄 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표지에 그의 이름이 적혀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택한다. 경험상 난 그의 책에 늘 높은 만족을 느껴왔고, 이번에도 그러리라는 일종의 믿음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매우 묵직하지도,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도 않은 그의 추리소설은 심오함을 요구하는 이들에게는 적당치 않을 수도 있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또한 전형적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냄새가 났으니, 이제까지 자신의 마음이 그의 작품에 어찌 반응했는가를 곰곰히 살핀 후에 이 책을 읽을지 여부를 결정하면 딱이지 싶다.
터무니 없다는 표현은 작가에게 예의가 아닐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는 왠지 사용해야만 할 거 같다. 단편 추리소설 여러 개가 엮여 하나의 책을 구성했는데, 모든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건 다음 아닌 작가다. 여기서의 작가는 저자 자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어느 쪽이 됐건 글 쓰는 걸 업으로 삼은 이를 약간은 비꼬는 것 같은 인상이 들었다. 어떠한 시도를 하더라도 글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운 현실이 저자에게 자괴감을 준 건가 의심이 가기도 했으며, 그럴수록 글 쓰는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는 게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의 발로 같아 보이기도 했다.
첫작에서 주인공인 작가는 무슨 이유에선가 평소보다 많은 수입을 올렸다. 많이 벌었다면 세금도 그에 따라 증가하는 게 당연한 이치일 테지만 왠지 국가에 돈을 바치자니 억울하고, 결정적으로 세금을 감당할 만큼의 돈이 수중에 없다. 있는 대로 영수증을 긁어 모으고, 지금까지의 소비 내역을 소설에 반영하면서 산골짜기에서 노를 젓는 형국에 이르고야 만다. 어처구니 없어하며 혀를 내두르다가도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선 이와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리라고 생각하니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과계 살인사건은 문과 DNA를 타고난 나로서는 도통 이해가 어려운 작품과도 같았다. 평범한 두뇌, 평이한 삶을 살아온 부류로서는 범접하기 어려운 장르(?)를 이과로 규정하는 일은 실제 이과에 능한 이들 역시도 바라던 바라는 듯, 저자는 이과라는 하나의 집단을 구성하고, 이를 일반 사회로부터 분리해내려는 시도를 소설 속에서 거침 없이 시도한다. 순전히 호기심에 응했다고 하기에 주인공의 집중력이 과하다 했더니 앗!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는 책을 읽지 않은 이들을 위해 비밀로 남겨두고자 한다.
이어진 작품은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도달했다는 일본 사회의 어둔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듯했다. 90살을 넘겨서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이는 소설가의 모습이 멋져 보였으면 좋으련만, 저자는 ‘치매‘라는 끔찍한 병마를 그에게 선사한다. 하필이면 그는 추리 소설을 주 장르 삼은 인물인지라 치밀히애먄 하거늘, 했던 말을 또 하고 자신이 창조한 인물의 이름마저도 헷갈려하는 노작가 앞에서 편집자은 세상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야 만다. 그런 그도 이미 70살을 넘겼으머, 책 안 읽는 사회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독자들의 처지 또한 크게 다르지가 않다. 과연 책은 소멸할 것인가. 작품과는 별개로 출판업계의 미래를 나도 모르게 고민하게 됐다. 아마 우리나라의 사정도 이와 비슷할 듯.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고픈 욕망에 굴복한 결과가 낳은 비극을 다룬 ‘예고소설 살인사건‘이나 내요보다 형식, 그것도 글자수, 두께, 심지어 무게 등에 집착하는 출판사의 현실을 꼬집은 ‘장편소설 살인사건’, ‘독서 기계 살인사건‘ 등도 저자가 몸담은 세계를 여실히 그리고 기발하게 드러냈다.
웃프다. 이와 같은 표현이 정확히 저자의 작품을 수식하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냥 웃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상황이 끊임없이 전개됐다. 차라리 허무맹랑한 소설에 불과하다면 좋으련만, 일정 부분은 현실에 발을 걸치고 있어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니, 그래서 더 몰입해 읽을 수 있었던 것일지도. 이번에도 예상대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훌륭했다.
추리소설가의 살인 사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단편집이라는데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설득력있는 이야기들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장편을 잘 쓰지만 단편도 참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책 제목과 같은 단편인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그 작가만이 써낼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은 그의 에세이집에 나올 거 같은 이야기 인 것 같기도 했다. 그 외에 다른 단편들도 다 재미있고, 생각해볼 거리가 있는 내용들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한다면, 특히 그의 단편을 좋아한다면 곡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얼마전에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왜소 소설》을 만났는데, 이번에 만난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추리소설가와 출판사 편집자가 나오는 게. 이 소설을 먼저 쓰고 ‘왜소 소설’을 나중에 썼다. 지난번에 책 보면서 어이없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까 했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독서기계 살인사건>은 언젠가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 같기도 했다. 평론가나 작가한테 책을 읽고 글을 쓰게 하거나 소설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알려주는 기계가 팔릴까. 팔릴 수도 있고 팔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 같은 기계를 써서 글이 같은 일도 일어났다.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책은 스스로 보는 게 더 좋은데. 그 책을 잘 소화하지 못한다 해도.
책 읽고 평론이나 감상을 쓰는 기계나 소설 쓰는 기계가 나오면 사람은 무얼 해야 할까. 소설이 잘 팔리면 세금도 많이 내야 하는가 보다. 그런 얘기는 만화가가 나온 이야기에서 잠깐 봤는데. 만화와 소설은 팔리는 게 다르지 않을까 싶다. 아주 잘 팔리는 건 어느 정도일까. <세금 대책 살인사건>에서 작가는 다음에 자신이 내야 할 세금을 알고는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소설을 썼다. 소설을 쓰려고 쓴 돈은 세금에서 빠질까. 이런 거 잘 모르는구나. 어쨌든 자신이 쓴 돈을 소설을 쓰려고 쓴 것처럼 하려고 해서 소설이 무척 억지스러워졌다. 그런 소설을 쓸 바에는 안 쓰는 게 낫겠다. 그런 소설 읽는 사람 있을까.
맨 앞에 나온 <세금 대책 살인사건>과 비슷한 건 <장편소설 살인사건>이다. 여기에서는 편집자가 작가한테 원고지 장수를 늘리게 한다. 본래 그리 길지 않았는데, 짧으면 잘 팔리지 않는다면서 억지로 늘리게 했다. 그렇게 늘린 소설은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소설은 더 많이 늘리고 무게까지 나가게 해서 책이 우스운 모습이 됐다. 실제 그런 일 있을까. 짧은 걸 늘려쓰는 일 말이다. 가끔 소설 보다 보면 안 써도 되는 거 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건 늘리려고 한 건 아니고 정보를 주려는 거였겠지. 정보가 없으면 이야기가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난 말이 적어서 문제다). <범인 맞히기 소설 살인사건(문제편 · 해결편)>은 인기 작가한테 원고를 받으려는 이야기로 마지막에는 진짜 살인이 일어난다. 여기 실린 소설은 거의 다 액자 형식이다. 이걸 이제야 말했구나.
소설 속에서 추리소설을 모방한 범죄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예고소설 살인사건>에서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 소설이 그랬다. 그 소설이 화제가 되고 팔렸다. 그 뒤에 범인이 작가한테 전화해서는 자신이 죽이는 사람을 소설로 쓰라 한다. 범인이 전화했다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할 거 아닌가. 작가는 신고하지 않고 소설을 썼다. 실제 그런 일은 없어야 할 텐데. <고령사회 살인사건>은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치매에 걸린 소설가가 소설을 쓰고 치매에 걸린 편집자가 원고를 받는다. 앞으로 책을 읽는 사람은 줄고 나이 많은 사람만 책을 보면 그런 일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마카제관 살인사건(최종회 · 마지막 다섯 장)>은 끝내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건 작가가 갑자기 죽어서다.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겠다.
여기 담긴 소설은 가볍게 봐야 할까, 뭔가 다른 걸 생각해야 할까. 추리소설가나 출판계 책 읽는 사람을 비꼬는 것 같기도 하다. 출판사는 그런 거 안 좋아하지 않을까. 그래도 이렇게 책이 나왔구나. 이 이야기는 진짜와 가짜 사이에 있을지도. 원고 늘리는 이야기 보니, 나도 이런 거 늘리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무슨 말을 더 쓰면 좋을지 모르겠다.
희선
예전에 읽은 '살인 현장은 구름 위'도 그랬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씨의 작품들 중 이런 경쾌한 코믹터치물들은 색다를 재미를 준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이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지금껏 읽은 그의 작품들 중 가장 웃기다. 언제나 진지할 것만 같은 이 작가에게 이런 정도의 유머 감각이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고 신선하다.
특히 이 책에 실린 여덟 개의 유쾌한 단편들 중 '이과계 살인사건'이 가장 압권이다. 이 짤막한 이야기 안에서 능청스럽게 늘어놓은 수많은 과학적 이론들과 깜찍한 반전은 나에게 가장 큰 웃음과 재미를 주었다.
…… 은하계 나이를 결정하는 방법에는 다른 방서성 동위 원소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소. 우라늄과 토륨 등의 현재 상대 존재 비를 통해 은하가 언제 탄생했는지를 구하는 방법이오. 물론 여기에는 별의 폭발로 중원소가 공급되는 시대와 태양계에 들어와 공급이 중지되는 시대를 고려해 원조 전환 과정을 풀 필요가 있지. 이 방법으로 산출한 은하계의 나이는 150±40억 년이오. 역시 허블 상수에 의한 은하계 나이보다 많지.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점에서 나와 이치이시 박사는 의견이 갈라졌소.”
“아, 그랬나요.” 형사는 이미 메모라는 걸 포기하고 있었다. -p.57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2020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5800원
페이지 - 288p
2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신선하다
2001년에 나온 단편집이 왜 19년이나 지나서 한국에 나왔는지 자세한 속사정은 모르겠다. 다만 20년이 지났는데도 세월의 흔적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중심 주제로 빚어낸 8편의 단편들은 진정 이 작가에게 한계란 없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정통 미스터리 였다면 이정도의 충격은 받지 않았으리라. 좋아하지만 쉽게 찾아 볼수 없는 바카미스 라는 장르 안에서 이정도의 코믹과 풍자 그리고 충격을 주다니.... 역시.... 명불허전. 히가시노 게이고구나!
1. 세금 대책 살인사건
한 해의 막바지. 작가의 개인 세무사가 작가가 낼 세금 산출표를 가져온다. 이를 본 작가의 아내는 졸도하고, 작가는 커다란 충격에 빠진다.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사용한 돈을 업무용으로 공제하는 수 밖에 없는 상황. 이에 세금 대책 소설을 쓰는데....
2. 이과계 살인사건
이과 대학생이 우연히 집어든 소설 한 권. 하드sf에 버금가는 이공계 지식들이 망라된 추리 소설에 대학생은 빠져들어 가는데....
3. 범인 맞추기 소설 살인사건(문제편·해결편)
각기 다른 출판사 편집자 4명을 불러들인 인기 작가. 작가는 이들에게 추리 문제를 주고 맞추는 사람에게 신작 장편 원고를 줄거라 말한다. 편집자들은 추리 문제를 풀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는데....
4. 고령화 사회 살인사건
엄청난 고령화가 진행된 사회. 추리 작가도 늙고, 독자도 늙었다. 신개념 고령화 사회 살인사건!
5. 예고소설 살인사건
추리 소설을 연재중인 작가에게 매스컴이 몰려든다. 잡지가 나오고 2틀 뒤 연재소설의 내용 그대로 실제 살인사건이 발생했기 때문. 연쇄 살인마 덕분에 커다란 인기를 누리는 작가에게 전화 한통이 오는데....
6. 장편소설 살인사건
이제 천장 내외 장편의 시대는 갔다. 바야흐로 두께가 작품성인 시대. 추리작가는 편집자의 요구로 5백매 원고를 3천장으로 늘려 쓰기 시작하는데....
7. 마카제관 살인사건(최종회·마지막 다섯 장)
편집자의 요구로 밀실살인을 쓰기 시작한 뒤. 마지막 다섯장을 남긴 추리작가의 절체절명의 심정.
8. 독서 기계 살인사건
이것은 근 매래의 일. 서평을 쓰는 것도, 소설을 쓰는 것도 기계에게 맡겨지는 가까운 미래의 일을 그린다.
단편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황당무계하고 말도 안 되는 트릭을 사용하는 바카미스 장르로 읽힌다. 그중 [이과계]와 [독서 기계]는 SF와 짬뽕되었다. 특히 [이과계]는 하드SF에서 이해 안가는 과학이론을 스킵하는 본인에겐 꽤나 뜨끔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예고 소설]은 단편집중 가장 본격이라 볼 수 있는 단편이다. 초고속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 역시 [고령화]의 에피소드가 웃프다기 보단 두렵게 다가온다. 분량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장편소설]은 본인도 글을 쓰면서 한 번쯤 써먹어 봤던 기술이라 등골이 서늘해졌다. -_-;;; [독서 기계]역시 핵심 단어만 주어지면 단편 소설을 써내는 인공지능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라 웃기면서도 현실적으로 봤달까.
이렇게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코믹함을 깔고 가는데 읽다 보면 뭔가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날카로운 풍자가 덧 입혀있어 단순히 웃음으로 소비할 수 없는 작품들이었다. 황당무게 한데 그냥 황당만 있는게 아니란 말이다. 그렇기에 이 단편집이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추리 소설을 쓴다고 깝죽대는 일인으로서 이런 기발함과 발칙함, 정교한 짜임새, 간결한 문체까지.... 정말 너무나 닮고 싶다. ㅠ_ㅠ
며칠전에 한 서점의 부도 소식을 들어서 마음이 아팠는데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그런 사태를 미리 걱정하고 있었나 봅니다. "추리 소설가의 살인사건"은 추리소설가의 책쓰기가 번뜩이는 영감에 의해서만 쓰여지지 않는다는 걸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쓴웃음짓게 합니다. 뭔가 상황이 어수선하다 싶은 책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기분도 볼 수 있어서 말이죠.
첫 추리소설가의 이야기 "세금 대책 살인사건"부터 작년보다 돈을 꽤 번 추리소설가의 고민이 나옵니다. 경비로 세금을 덜 내기위한 그의 눈물겨운 글쓰기가 시작되는데요. 말도 안도는 예( 작년에 하와이에 갔던 걸 경비로 하기 위해선 그의 책에 하와이가 나와야한다기에 책 속 주인공이 뜬금포 사건에 의해 하와이에 들리는 겁니다.)를 들음으로써 인기 작가의 고민을 볼 수 있습니다.
과학쪽 이야기가 길다싶으면 살짝 건너뛰게 하는 이과계 작가들의 길고 어려운 문장이 만든 추리소설은 어떤지, 전편에서 범인을 맞춰봐라 그러면 다음편으로 범인을 알려주겠다는 작가의 꼼수, 예고살인에 대한 책과 그 내용대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바라봐야하는 작가,장편소설을 만들기위해 철판까지 대야하는 출판사의 노력이 왜 생긴건지, 제대로 써야한다는 압박이 주는 스트레스에 결국 목숨을 잃을 수 밖에 없다던가 책을 읽어주고, 서평도 쓰고,작가들에게 이 부분이 어때야 잘 팔릴거라는 포인트를 짚어주는 기계가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부러워하는 작가들의 책이 그냥 나오는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들도 애써보지만 결국은 시대의 흐름과 출판사의 말없는 압박, 점점 책을 등한시 하는 사람들이라는 삼박자에 맞서기는 역부족이라는 것같은데요.
추리소설가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그의 인간미 보이는 탐정이나 날카로운 사건은 없지만 쓴웃음은 멈춰지지 않습니다. 작가들뿐 아니라 출판사에 대한 비난,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라 추리가 가득할꺼란 생각과 다르다 싶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진짜 마음이 뭔지 궁금한 이들에게는 그를 더 가깝게 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래도 다음에는 그의 주특기 추리를 볼 수 있길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재미가 있기로 정평이 나서 많은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의 대부분의 출간작들이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발간이 되는이유이기도 합니다. 추리 소설가의 살인은 참으로 위트가 넘치는 작품입니다.
마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작품의 주인공이자 화자가 되어 소설 작품속으로 뛰어들어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재미뿐만아니라 기발한 작가의 창의력을 실감케하기도 합니다. 이작품은 여러가지의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장편 뿐만 아니라 장편 소설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할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서 책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민경욱 번역. 소미미디어 출판사. 2020년 10월 28일 출판한 작품. 2020년 11월 24일 구매함.
원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를 좋아하기도 했고 이 때 아마 신간이 연달아 나왔던 것 같다. 단편이라 읽기 편할 거라는 장점으로 구매하게 된 책이다.
블랙 코미디라고 하는데 다른 작품 중 비슷한 장르는 재미없었기 때문에 좀 고민스러웠지 크게 나쁘지 않았고, 최근에는 예전에 발행한 책들을 이름만 제목만 바꿔서 내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 경우도 그렇다고 한다.ㅠㅠ 그래도 이번에 알게 되서 읽게 되었으니 뭐.. 암튼 추리 소설보다는 풍자소설이라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우리나라에서도 너무 유명한 작가라서 자주 책을 접하곤 하는데 책마다 편차가 큰 편입니다. 유명한 책이 안맞기도 하고 오히려 초기 작들이 더 재밌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요. 이번 이야기는 사실 단편인 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한편, 한편들이 다 재밌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머리 복잡하고 어려운 추리가 아닌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가볍지만 잘 읽히고 유쾌한 이야기들이였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의 저자이신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작가이면서, 미스터리 분야에서 그 역량을 인정받은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미스터리 소설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작품을 여럿 읽어왔습니다만, 아무래도 다작을 하시는 작가님이라서 그런가 작품 간의 편차가 좀 심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이라는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살짝 고민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게 되면서 그러한 제 생각은 그저 기우에 불과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요. 그야말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성에 걸맞은 작품이었다고 말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만큼 재미있었던 책이었어요.
히가시노 게이고 라고 하면 웬만한 추리소설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분들이 없을것 같은데요, 이번에 제가 읽은 작품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작품이었습니다.
처음엔 단편인 줄 모르고 샀는데, 읽다보니 단편으로 구성된 책이더라구요.
이 책에는 총 8편의 단편이 나옵니다. 각각의 작품이 전혀 연관성은 없는 작품인데,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와 편집자가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각각의 작품들 모두 기발하고 재미있고, 블랙유머가 풍부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심각하고 트릭이 가득한 추리소설보다는 간단하게 금방 읽기좋은 추리소설쪽에 가까운 작품들이었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대부분 재밌게 읽었지만 단편 소설은 좋아하지 않아서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딱히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로 읽을 수 있길래 부담없이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 실린 8편의 단편은 서로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들이다. 흥미롭게 읽은 편도 있지만 대부분 지루해서 옮긴이의 말이 나왔을 때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 들었을 정도다. 초반부 이과계 이야기와 마지막 편이었던 소설 기계 이야기는 부분부분 건너 뛰어 읽어도 무방하다.
그동안 만났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을 생각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 작품이다. 하지만 추리소설의 재미와 어쩌면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내는 풍자적인 분위기가 더 매력인 소설이 아닐까 싶다.
총 8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기가 막힌 사건의 등장과 그 사건을 해결하는 누군가의 활약을 기대하면서 펼친 책에서, 독자는 오히려 사건 이상의 흥미를 발견한다. 웃기기도 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는 속내에 공감하게 된다. 책을 중심으로 관계된 사람들, 작가, 출판사 관계자, 서평가, 독자 등 책을 앞에 두고 여러 가지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추리 소설가가 어떻게 작품을 만드는지 보여줄 것 같은 기대가 있었는데, 그 기대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있어서 놀랐다.
첫 번째 작품인 「세금 대책 살인사건」은 완전 폭소였다. 많은 직장인의 연말정산 신청 시기를 떠올리기도 했다. 주인공 추리 소설가는 그동안의 무명에 보상받기라도 하듯 올해 처음으로 돈을 많이 벌게 됐다. 룰루랄라. 기분 좋게 인기를 즐기고 실감했다. 그런데 아뿔싸. 돈을 벌고 보니 내야 할 세금이 걱정되더란다. 회계사무소의 친구에게 세금 견적서를 의뢰한 그는 서류를 받고 깜짝 놀란다. 그가 내야 할 세금의 액수가 어마어마했던 것. 게다가 그는 그 세금을 낼 돈도 없다. 잘 벌고 잘 썼으니, 남은 돈이 얼마나 되겠는가. 작가와 그의 아내, 회계사무소 친구는 세금을 줄일 방법을 연구한다.
작가가 글만 잘 쓰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에게 이 작품은 작가에게 닥친 현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보게 된다. 작가에게도 비켜 가지 않을 세금 폭탄 말이다. 연말정산 시기가 되면 온갖 영수증을 확인한다. 물론 미리미리 하기도 할 테지만, 내가 어디에 얼마를 쓰고 어디에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찾아다닌다. 환급을 받으면 더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토해내지 않을 정도면 감지덕지. 작가는 몰랐겠지. 벌어들이는 돈이 많아지니 행복했을 것이고, 생전 처음으로 즐기는 돈 지랄에 즐거웠을 테지. 세금 폭탄으로 돌아올 줄도 모르고 말이야. 막연하게 작가 생활의 상상을 이렇게 확인하니, 물론 사람이 좋아서 하는 일이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겠구나 싶다. 좋아하는 일이면서도 직업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바라봐야 할 문제였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다. 작가는 아내와 함께 무슨 영수증이든 찾아내서 세금을 줄이려는 노력만으로도 독자를 웃게 한다. 영수증으로 만든 추리소설이 산으로 가든 말든, 그에게 지금 중요한 문제는 작품이 아니었으니까. 바로 세금. 돈이었다.
이어지는 작품들 역시 웃음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추리소설의 틀 안에 독자를 둔다. 「범인 맞추기 소설 살인사건」에서는 작가 역시 사람이기에, 아이디어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풀리지 않는 부분이 해결되지 않을 때, 또 다른 아이디어로 작품을 완성하는 재치가 놀랍다. 동시에 정말 아이디어 고갈이 왔을 때 작품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하고 싶은 일일지도 모르는데, 생계와 직결하는 문제일지도 모르는데 선뜻 작품 활동 중단의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쉬울까. 「고령화 사회 살인사건」도 마찬가지. 고령화 사회라는 문제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닐 터.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인구와 고령화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듯하다. 반복되는 구성과 설정이 지루할 만도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내용으로 꾸준히 작품을 쓰는 작가를 탓할 수 없는 이유가 드러난다. 이 단편은 황당하면서도 슬펐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늙어가는 중이니까.
무명작가가 유명해지기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묻기도 하고, 요즘 추세라면서 작품보다는 출간될 책의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편집자와 출판사의 행태도 고발한다. 이 단편을 독자의 시선으로 보기도 했는데, 사실 우리가 어떻게 책을 고르는지 고민하게 한다. 책의 줄거리나 메시지, 장르가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책의 디자인에 혹해서 사기도 하지 않았던가. 물론 예쁘고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이 좋기는 하다. 하지만 영원히 장식용으로 모셔둘 게 아니라면, 더는 책의 외형보다는 내용에 더 마음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표지 예쁘면 한 번 더 본다는 건 안 비밀. ㅠㅠ) 작가 역시 이 단편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할 것 같다. 어떤 작품을 써야 하는지, 작품의 질이 어디서 판가름 나는지 실감하게 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쓰고 싶은 작품과 팔리는 작품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하겠지만, 적어도 무엇이 중요한지 놓치지는 말자.
정말 어이없으면서도 섬뜩했던 작품이 「독서 기계 살인사건」이다. 책을 좋아서 읽어야 하는데, 가끔 그 호감과는 상관없이 읽어야 할 상황이 생긴다. 독자라면 그만 읽으면 될 것인데, 책 읽기가 직업인 사람은 어떻게 할까. 한 서평가가 밀린 책 때문에 머리 아플 때 이상한 기계 한 대를 들고 영업사원이 찾아온다. 책을 기계 안에 넣기만 하면 줄거리 요약은 물론이고 원하는 대로 서평을 뽑아낸다. 이런 신통방통한 기계가 있나! 서평가에게 일은 많아졌고 그 많은 일거리를 수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을 서평가에게만 적용했을까. 작가, 독자, 편집자 등 누구나 원하는 것을 수용할 기계가 등장한다. 자, 이제 책은 어떻게 써지고 독자는 그 책을 어떻게 읽게 될 것인가.
분명 추리소설이고 추리 소설가가 등장하지만, 풍자의 느낌의 커서인지 오소소한 소름보다는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날 때가 많은 작품이다. 그 웃음이 진지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무엇 하나 허투루 보이지 않더라. 한 사람의 삶과 독자가 대하는 책과 세상에 책을 내놓으려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가 너무 솔깃하다. 다양한 추리 소설가들이 겪는 고충을 그대로 담아낸 듯하다. 책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면서도, 책을 앞에 두고 무엇이 우선이고 중요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더라. 추리 소설가가 쓴 추리소설 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보여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