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기억 몇 가지를 안고 산다. 바쁜 오늘로 인해 잠시 잊고 살지만 잠시라도 짬이 나면 불쑥 찾아오는 잊고 싶은 기억들, 오늘의 일이 나를 힘들게 하면 '만약'이라는 가정법을 동원해가면 그럴 수 있다면 좋을까? 하면서 위로를 찾아 헤매기도 한다.
스쳐지나가는 동네의 눈에 안띄는 도시락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포인트가 쌓이고 그렇게 받아가야만 하는 각기 다른 경품, 뜻밖에도 그들은 그 경품으로 인해 자신이 잊고자 하는 것들을 잊는데 도움이 된다. 원하는 기억을 망각할 수 있다면 그걸로 경품은 제 역할을 다하는 게 아닐까?
도시락을 찾는 사람들은 집에선 밥을 해먹을 수 없다. 좁기도 하고 그 많은 반찬을 만들려면 돈도 훨씬 더 들어가고 버리는 재료도 많다. 그리고 식사를 챙겨줄 가족도 없다. 도시락에도 엄마의 손맛이 들어가야 하는 건데 도시락 가게에도 그 엄마의 손맛이 느껴질까? 한 점의 생선구이와 어묵조림, 우엉조림, 달걀 프라이에서 그런 맛이 날까? 그저 배고픔을 잠재우려는 한끼 식사에 불과한 통과의례 겸 자꾸 발걸음을 잡아채는 그 이상한 도시락 가게에 이끌려 가서 사온 것인데...뭘 샀다고 경품을 주지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친구와의 사이가 틀어진 주먹밥 손님에겐 과자 한봉지가, 엄마의 관계가 소원해진 닭튀김 손님에겐 어머니날 카드가, 그리고 엄마와 살고 있는 김 도시락 손님에겐 고양이 밥이 전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택시기사 손님에겐 물 한병이 해갈에 도움이 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겐 각자의 사연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연의 시발점은 커스터드 도시락점 주인과 그 딸의 이야기이다.
커스터드라고 하면 서양식 빵 사이에 들어가는 달콤한 시럽같은 걸 연상케 하는데 왜 일본식 도시락집 이름에다 붙였을까? 그리고 도시락집 외양이 빵집 같아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사연의 실마리는 책 마지막에 놓여있고 사연을 가진 손님들의 이야기가 눈사람처럼 뭉쳐 끝에 몰려든다. 마치 할머니가 잠 못되는 어린 손녀에게 며칠을 두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반지수 작가가 그린 표지는 이 책을 이해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허투루 그린 게 아니라 책 내용을 꼼꼼히 챙겨서 그려넣았기 때문에 내용중에 도시락점을 묘사하는 부분이 나오면 자꾸 책 표지를 보게 된다. 그 작은 물 한병과 고양이까지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 잘 살고 있는 지 궁금할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누가 좀 인생의 힌트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꿈에서라도,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럴땐 아무 일도 없이 하루를 보낸 것이 오히려 잘 살고 있는 거야 라고 알려주는 게 아닐까 싶다. 소박한 도시락점이 가보고 싶다. 그리고 주인장에게 물어 보고 싶다. 나에겐 어떤 경품을 줄 수 있냐고? 분명 삶의 힌트가 들어있을 것 같아서.
앞으로 다채로운 나날이 펼쳐질 거야. / p.11
대학교 다닐 때에는 학교 식당보다 학교 근처에 있는 도시락 가게를 많이 애용했었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메뉴가 있었으며, 빠르게 먹고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갈수록 도시락 가게를 갈 일이 줄어들었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다시 찾게 되는 중이다. 재정이 더 나아졌는데 도시락 가게를 찾는 이유는 그때의 추억이지 않을까.
이 책은 가토 겐의 장편 소설이다. 표지에서부터 따뜻함을 주었던 책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도서관이나 서점 등 책을 다루는 곳에서 힐링을 주는 이야기들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는데 도시락 가게는 조금 의외이기도 했다. 힐링 소설 자체에 큰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더 망설일 것도 없이 구매했다. 그러나 읽을 책이 많아 그동안 미루다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된 장소는 도시락 가게이다. 예전에는 할아버지께서 운영하신 듯하지만 지금은 젊은 여자가 운영하고 있다. 무심한 표정으로 쿠폰이 다 되었다고 언급하며 도시락과 함께 음료수, 그리고 다른 선물을 손님들께 준다. 처음에는 탐탁지 않았던 손님들은 다른 선물의 정체를 보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떠올리거나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이 풀리는 일을 경험한다.
읽는 내내 미스터리를 느꼈던 작품이었다. 도시락 가게의 이름이 처음부터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도시락 가게의 터를 두고 조금은 특별한 사건이 전개된 듯했다. 고객들의 힐링이나 삶의 나아진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 읽었지만 미스터리 요소가 있다는 점은 조금 독특하고도 신선했다. 개인적인 의견을 하나 붙이자면 주인의 표정이나 말투 묘사가 조금은 시큰둥하거나 정적으로 표현이 되다 보니 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래된 친구를 떠올려 잊혀진 인연을 다시 찾았고, 또 누군가는 사랑을 쟁취했다. 도시락이 다른 사람들에게 양식이 되어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처음에 가졌던 순수한 의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서점과 도서관이 마음의 양식이라면 물질적인 양식은 도시락이나 식사가 될 테니 말이다. 너무 단편적으로 생각을 했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깊게 깨달았던 지점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식사에 큰 의미를 두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별생각 없이 힐링을 찾아 읽었던 책이기는 하지만 작품 안에서 고객들과 주인들의 이야기가 따뜻함을 주어서 생각보다 많은 여운을 남겼다. 주위에 이렇게 영혼의 양식까지 주는 도시락 가게가 있었더라면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던 소설이었다.
인생에서 길을 잃을 때면 이곳으로 오세라는 부제를 가진 책으로 요즘은 왠지 트랜드처럼 표지의 그림이 따뜻한 가게를 표현해 놓았는데 이런 책들을 요즘 거의 다 보고 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독서의 계획을 세우다보니 열심히 책을 읽어 나가고 있는데 거의 표지가 희안하게 비슷하고 그런 책을 내가 다 보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런데 이런 책들이 기대 이상으로 사람의 삶의 따뜻한 이면을 다루고 있어서 읽고 나면 더욱 좋은 것 같다.
케이크 가게처럼 인테리어가 되어 있고 심지어 상점의 이름도 커스터드인데 이 곳에서는 도시락을 판다. 일본의 도시락들은 일드나 애니에서 원체 많이 봐서 잘 아는데 한번 씩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이웃들이 도시락을 사러 온다. 그런데 점주들이 불친절하지만 그래도 그 도시락을 그들은 사러 오고 그 도시락을 사면서 모은 포인트로 그들에게 경품이 지급되는데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 진행되나 싶었는데 그 도시락을 사가는 이들에게 각자의 아픈 스토리들이 있고 그들이 자신들의 아픔과 직면하기 시작하면서 회복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판타지이다. 그럼에도 왠지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다보니 더욱 몰입감이 좋았고 다 읽고 나면 감동이 있는 따뜻하고 좋은 책이다. 그리고 점주의 딸에게 엄마가 해주는 말이 내 심금을 울렸다. "넌 잘못이 없어. 조금도 잘못한 게 없어. 그러니 앞을 향해 살아가렴." 이 말은 지금 힘든 삶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응원의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_日,가토겐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0643268
일본소설이다. 힘겨운 인생길에서 도시락을 사러 간다. 그곳에 포인트가 차면 내어주는 작은 경품들이 받는 사람의 영혼을 움직여준다. 따뜻하다. 그리고 그리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찐빵과 같다.
내일은 다른 내가 될 거야, 진심으로. -P52-
“전성기는 짧은 법이야. 하지만 주인공이던 시절은 분명 있었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도 나무로서의 표정은 사계절마다 다양하잖아. 알아봐 주는 사람만 있으면 그걸로 중분해.”-P122-
어째서 어제까지의 나날이 내일도 계속될 거라 믿은 걸까.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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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중요하거나 아주 가치 있다거나 아주 대단한 게 아닌 것들에서 삶의 위로를 얻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는 설정, 일본 소설 중 한 장르의 특징으로 보인다. 소설의 공간으로는 카페도 있고 식당도 있고 서점도 있고 문방구도 있고... 이 책에서는 도시락 가게다. 원래는 커스터드를 만들어 팔 공간으로 마련했던 모양이지만 주인 쪽에 사정이 생겨 도시락을 판다. 그리고 도시락을 사 먹는 이들이 도시락 덕분에 삶의 의지를 되찾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도 구성도 비교적 익숙한 편이라 나로서는 그다지 새로운 맛이 느껴지지 않았던 작품집이다. 그냥, 소설 속 인물들처럼 무료하고 맥 빠지는 일상이 살짝 힘겹게 느껴질 때 읽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 것도 같다. 사람 사는 모습이 다 비슷하고 사람마다 겪는 어려움의 강도가 대체로 비슷하다고 보면 누구나 이렇게 사는 것이구나 싶은 게 위로가 되고 안도감을 얻는 원천이 되기도 하니까.
모두 5편의 에피소드. 마지막 회에서 가게 이름과 가게 주인들의 사정이 드러나는데 그 내용이 썩 달갑지 않았다. 판타지도 공포도 추리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 굳이 이렇게 몽롱하게 그렸어야 했나 싶어서.
일본에서는 도시락이 음식 메뉴로서는 아직도 대접을 받는 모양이다. 이 또한 일본 음식 문화의 특성 중 하나인 것일까.
인터넷에서 약간의 설명을 본 후 너무 읽어보고 싶어 바로 구매했던 도서인데 표지 일러스트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읽지 않아도 약간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랄까요.
표지처럼 내용도 너무 좋았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별로 끊어 읽기도 좋았고 각자의 사연에 몰입하여 읽으니 더 재미있었습니다.
요즘 이런류의 소설이 참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책을 정말 추천하고 싶을만큼 재밌게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이였던 것 같습니다.
내용이 묵직하고 진지한걸 좋아한다면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한번쯤 이런 가볍게 읽는 책도 경험해보는것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
달콤한 커스터드라니
처음에는 제목과 표지에 끌렸다.
딱 들으면 바로 달콤한 디저트 가게나 베이커리를 연상하게 되는데, 소설 속에서도 케이크 가게처럼 생겼다고 가게의 외관을 묘사한다.
그런데 여기는 도시락을 파는 곳.
대체 무슨 사연일까. 궁금했다.
주먹밥 두 덩이 손님, 닭튀김 도시락 손님, 김 도시락 소녀, 택시기사 손님의 이야기가 한 장 씩 할애되어 있다. 원래 주인이던 할아버지는 어디로 가고 가족인 듯한 조용한 젊은 여자 주인이 묵묵히 도시락을 판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단골이 된 손님들이 (자발적이지는 않지만) 사은품을 받게 된다. 각자 다른.
왜 각자 다른 사은품을 받게 되었는지는 뒤에 밝혀진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비밀.
조금 익숙하지 않은 소재도 있어서 그런지 푹 빠져서 읽지는 못하고 다른 나라 이야기 구경하듯 읽었지만,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고루 재미있었고, 저마다의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살짝 아릿하기도 했다.
과거를 되돌릴 수 있을까? 참 진부한 질문이고, 답은 이미 알고있으면서도 가끔씩 떠올리게 되는 말이다. 하물며 타임슬립과 타임워프를 동시에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만 봐도 현재를 경험한 과거인들은 그 과정에서 과거를 바꾼다는 것은 역사를 바꾸고, 그것은 다시 현재와 미래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고민을 하곤 한다. 그것이 우리가 아는 실제 역사와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말이다.
사실 요즘 이와 유사한 잔잔하게 흘러가는 소설들을 읽을 기회가 많아져 이 책도 그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물론 흐름과 전개는 유사하다. 그렇지만, 유사한 다른 책들과의 큰 차이점 하나가 있다면, 유사한 전개 속에 공통된 한가지 틀이 있다는 점이다. 각자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되돌리고 싶은 시점. 아니 아직 되돌릴 수 있는(?) 시점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 시점은 최근이 아닌 꽤 오래전을 말한다. 그런 사연이 있는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가고 있었다.
읽으면서 당황했던 것은 소설에 특이한(?) 장면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런 장면은 일본 상당히 많은 일본 드라마에서(단골장면이라고 해도 될만큼) 활용되곤 하는데, 그것을 소설 속에서 만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재밌으면서도 상당히 오글거리는 장면.. 음..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자면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일명) 고래타임'을 떠올리면 될 것 같다. 어떠한 사건의 조짐이나 해결책이 등장한 시점 등을 알려주는 포인트 같은거 말이다. 사실 드라마 우영우를 볼 때도 가장 처음에 고래타임이 등장했을 때 적잖이 당황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이런 전개가.. 싶었는데, 회를 거듭할 수록 은근히 기다려지거나 안나오면 서운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썩 좋아하는 전개는 아니다. 이 특이한 장면은 이 소설 속에서는 '포인트 카드'가 대신 한다.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젊은 여직원이 단골 손님에게 "포인트 카드, 오늘로 다 채우셨네요." 라고 하는 말이 바로 그 장면이다. 사실 이 포인트 카드는 순전히 핑계일 뿐 이 카드를 핑계로 도시락 가게 여직원이 우연찮게 발견한 물건을 경품으로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경품들이 누구에게 가서 어떻게 쓰일지는 서로 모른다. 사실 이 도시락 가게의 여직원과 그의 아버지에게는 겉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자칭(?) 영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건네 받은 정말 쓸모 없을 것 같은 이상한 경품들은 그것을 건네받은 도시락 가게의 단골 손님들의 아직은 되돌릴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해 용기를 내게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유사 소설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래서 그런지 뒷심이 좀 약하다고 해야되나.. 만약에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었다면 큰 여운과 함께 꽤 좋아했을 법 싶다. 그런데.. 읽으면서도 다 읽고나서도 여운 같은 것이 없다. 중간에 이 도시락 가게에서 과거 안 좋은 사건이 있었다고 하는 이상한 떡밥 같은 것을 남기고는 그 다음 얘기는 자취를 감춰버려 오히려 왜 이야기를 하다 마나 싶어 엉뚱한 곳으로 궁금증을 갖게 되기도 했다. 자극적인 것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 정반대의 잔잔한 이야기는 참 마음을 편한하게 해준다. 조금은 부족한 듯 싶지만.. 나름 편하게 읽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