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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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기분

리뷰 총점 10.0 (1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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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박연준 시인, 시를 읽고 쓰는 마음] 박연준 작가가 시에 대해, 그리고 쓰는 기분에 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시인의 마음이 무엇인지, 나도 시를 쓸 수 있을지 한 번쯤 궁금해했던 우리를 시의 세계로 안내한다. 시인의 다정하고 부드러운 언어로 전하는 시를 읽고 쓰는 기쁨. - 에세이 MD 김태희

“당신에게 '부드러운 용기, 작은 추동을 일으키는 바람, 따뜻한 격려'를 건네고 싶다”

박연준 작가의 신작 산문집 『쓰는 기분』이 출간되었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 그리고 산문집 『소란』,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모월모일』 등 다방면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가 이번에는 우리를 시 읽기, 그리고 시 쓰기의 세계로 안내한다. ‘시가 대체 뭐지? 시는 어떻게 읽지? 시인의 마음이란 무엇일까? 작가는 어떻게 쓸까? 혹시 나도 시를 쓸 수 있을까?’ 이런 생각 앞에서 갸웃거리거나 머뭇거리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쓰는 기분’이 특별한 ‘재능’을 가지거나 ‘선택된’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는 걸, 바로 당신도 누릴 수 있다는 걸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문 ─ 8

1부 우리가 각자의 방에서 매일 시를 쓴다면
당신은 이미 시를 알고 있습니다 ─ 16
쓰는 사람의 마음 ─ 20
시와 슬픔 ─ 24
메타포가 뭐죠? ─ 28
당신의 장바구니에 담긴 것 ─ 38
밤, 촛불, 시, 비밀 ─ 43
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47
시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거죠? ─ 52
시를 읽는 방법 :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 56
칼처럼 빛나는 한 줄 ─ 61
곳곳에 숨어있는 기적 ─ 65
분노도 시가 될 수 있을까 ─ 68
그리움의 무게 ─ 73
시를 가르칠 수 있을까? ─ 77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할 때 그 속에 있는 것 ─ 82
목록이라는 길목 ─ 87
생각하면 좋은 것 ─ 90
눈이 하는 일 ─ 94
무엇을 써야 하지? : 소재에 관하여 ─ 100

2부 작업실
연필 ─ 108
쓸 때 생각하는 것 ─ 113
시적 몽상 ─ 122
몸의 공식 ─ 134
인생 ‘갑’으로 사는 기분 : 창작의 기쁨 ─ 138
순간을 봉인하면 영원이 되나 ─ 146
끔찍한 세상에서 우아하게 말하기 ─ 151
쓸 수 없는 순간들 ─ 155
책점 ─ 161
여류라는 말 ─ 165
‘셋’이라는 불안 ─ 168

3부 시인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등단에 대해서 ─ 174
태어나는 일 ─ 179
순진하게 사랑하는 법 ─ 183

4부 질문이 담긴 과일 바구니
- 쓰는 사람, 당신은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절제에 대하여 ─ 192
시와 눈물 ─ 196
시의 형식 ─ 200
전공자가 아니어도 ─ 203
지하철 시 ─ 207
좋은 시, 나쁜 시 ─ 209
많이 쓴다는 것 ─ 211
시를 쓰는 삶과 쓰지 않는 삶 ─ 214

[부록]
1. 모과나무 ─ 219
2. 시인과의 대화 (with 임솔아) ─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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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부드러운 용기,
작은 추동을 일으키는 바람,
따뜻한 격려'를 건네고 싶다

“나는 읽을 때 묶여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


박연준 작가의 신작 산문집 『쓰는 기분』이 출간되었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 그리고 산문집 『소란』,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모월모일』 등 다방면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가 이번에는 우리를 시 읽기, 그리고 시 쓰기의 세계로 안내한다.
‘시가 대체 뭐지? 시는 어떻게 읽지? 시인의 마음이란 무엇일까? 작가는 어떻게 쓸까? 혹시 나도 시를 쓸 수 있을까?’ 이런 생각 앞에서 갸웃거리거나 머뭇거리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두 팔 벌려 환영한다.‘쓰는 기분’이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거나 소수의 ‘선택된’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는 걸, 바로 당신도 누릴 수 있다는 걸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쓸 때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내가 아니면서 온통 나인 것, 온통 나이면서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나인 것.
쓸 때 나는 기분이 전부인 상태가 된다.
……
시를 쓸 땐,
날개를 떨구면서 날아오르는 기분이 든다.
날개를 버려도 내가 나일 수 있다니, 내가 날 수 있다니!”
--- 『시는 언제나 새 고양이로 온다』 중에서


어느 날 문득 시가 궁금해진 사람을 위한 우아한 실용서!

“쓴다는 건 멀쩡히 굴러가는 삶을 깨트리는 일이다. 깨트린 뒤 다시 조합해 새로 만드는 일이다.”
--- 『시는 언제나 새 고양이로 온다』 중에서

당신은 읽는 사람인가? 쓰는 사람인가? 읽고 싶지만 때때로 어려움에 부딪치곤 하는가? 읽는 자리에 충실히 머무르고자 하는가? 때때로 쓰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하는가? 이미 쓰는 기분을 맛보았는가? 한 번이라도 고개를 끄덕였다면 제대로 찾아왔다. 책의 1부에서 작가는 시에 대해 궁금한 마음은 있지만 친해지는 건 어렵다고 느끼는 자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KBS 라디오 ‘당신의 밤과 음악’에서 독특하게도 ‘라디오 연재’ 형식으로 공개된 글들을 씨앗으로 삼아 이번에는 청취자가 아니라 독자들을 향해 싹을 틔운 꼭지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의 다정한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시 읽기’에 젖어들 뿐 아니라 ‘시 쓰기’라는 세계의 문 앞에 당도한다.

“당신은 직관으로 시가 뭔지 알고 있어요. 시 근처를 서성이거나 ‘시적 기운’에 취해 기뻐한 적 있을지 모릅니다. 시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당신은 자신할 수 있나요?”
--- 『당신은 이미 시를 알고 있습니다』 중에서

2부에서는, 글쓰기와 삶에 대해 쓴 산문들을 ‘작업실’이라는 제목으로 묶어 선보인다. 여기에는 시와 산문을 쓰는 작가의 마음과 자세, 나아가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마치 ‘어떻게 쓸까’를 자꾸 발음하다 보면 ‘어떻게 살까’처럼 들리듯이. 순진하게 사랑할 것, 솔직할 것, 완벽주의에 짓눌리지 말고 편안하게 시작할 것, 자기 사유로 그득해질 것……. 담대하고 열렬하면서도 산뜻한 에너지와 특유의 시선이 박연준 작가의 기존 독자들뿐 아니라 ‘쓰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를 궁금해하는 모든 이들에게 충만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에세이를 쓸 때 ‘어떻게 보일까’를 지나치게 염두에 두면 망한다. 수영 선수가 자신의 영법이 어떻게 보일까 신경 쓰며 대회에 참가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하면? 대회에서 탈락하겠지! 물에 들어갔다면 생각을 버린 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과 속도를 느끼면서. 물 밖의 일은 알 바 아니란 듯이.”
--- 『쓸 때 생각하는 것』 중에서

3부와 4부에는 시인으로 태어나려는 사람(혹은 쓰는 사람)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편지와 Q&A 형식으로 담았다. 아득한 길을 더듬거리며 나아가는 가운데 하나둘 불이 켜지는 따뜻한 여정을 여기까지 함께한 독자라면 당장 오늘 밤, 빈 종이 앞에 앉게 될지도 모르겠다. “연필을 쥔 사람은 자기 삶의 지휘자가 될 수 있다고”(11쪽) 한 작가의 말을 믿고, 밤의 지휘자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나’는 더욱 더 내가 될 수 있다.
후반부의 부록에는 박연준 작가와 함께 시를 쓰고 읽는 ‘모과 모임’ 멤버들의 산문 세 편을 실었다. 누군가 ‘쓰는 사람’이 되는 광경을 목격하면 가슴이 울렁인다. 목울대를 지나 몸속 깊이 담기는 단단하고 따뜻한 세 편의 글은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양쪽 모두에게 함께하자고 손짓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수록된 작가와 임솔아 시인의 인터뷰 파트에서 독자는 시인들, 특히 이 시대 여성 시인들의 대화를 가까이에서 경청하는 관객이 된다. 여성 작가의 시를 둘러싼 납작한 시선과 편협한 해석에 부딪치는 현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여성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대화를 나눈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다.
작가는 이 책이 시에 가까워지려는 자에게 우아한 실용서가 되길 바라며, ‘어느 날 문득 시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 사람’을 열심히 생각하며 썼다고 밝힌다. 시 읽는 재미를 알고 싶다면, 일단 한번 시작해볼 용기가 필요하다면, 거기에 더해 ‘쓰는 기분’을 맛보고 싶다면, 이 책의 특별한 초대에 흔쾌히 응해주기를 청한다. 우리가 각자의 방에서 매일 시를 쓴다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이 책은 당신과 ‘쓰는 기분’을 나눠 갖고 싶어서 썼다. 손끝에서 생각이 자유로워질 때의 기분을 나누고 싶었다. 성급하고 불완전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내 속에서 걸어 나와 흰 종이에 도착하는 과정을 돌보는 일, 손가락이 그를 쫓는 일, 쫓다 멈추는 일, 멈추고 바라보는 일, 바보 같은 일이라고 그를 탓하는 일, 서로 엉키면서 작아졌다 커졌다 반복하는 일, 그러다 드디어 나와 종이 위의 그가 합일을 이루는 일! 이때의 기분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당신에게 ‘부드러운 용기, 작은 추동을 일으키는 바람, 따뜻한 격려’를 건네고 싶다.”
--- 『시는 언제나 새 고양이로 온다』 중에서

종이책 회원리뷰 (17건)

구매 쓰고 싶어지는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갱* | 2022.12.2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나는 원래 서정적인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간혹 산문집이나 수필은 읽기는 해도 시와는 인연이 없다 심지어 특별히 작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한 적도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작가의 문장에 못 이겨 쓰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어졌다 시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글쓰기에 관심이 없더라도 글투에서 느껴지는 평온함과 따뜻함만으로도 충만함이 느껴진다 한번쯤 읽을만하다
리뷰제목
나는 원래 서정적인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간혹 산문집이나 수필은 읽기는 해도 시와는 인연이 없다 심지어 특별히 작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한 적도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작가의 문장에 못 이겨 쓰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어졌다 시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글쓰기에 관심이 없더라도 글투에서 느껴지는 평온함과 따뜻함만으로도 충만함이 느껴진다 한번쯤 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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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글 쓰는 사람을 만드는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민* | 2022.10.09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글 쓰는 사람을 만드는 책 ― 박연준 산문집 『쓰는 기분』 (현암사, 2021)을 읽고   2004년 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박연준 작가는 시집 4권과 산문집 4권을 출판한 이력이 있는 베테랑 작가다. 주문한 책을 받자마자 다섯 시간 만에 완독 한 특별한 책이다. 누구나 글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책 읽기와 쓰기를 부드러운 어조로 용기를 주면서 작가가 되라고 부
리뷰제목

글 쓰는 사람을 만드는 책

박연준 산문집 쓰는 기분(현암사, 2021)을 읽고

 

2004년 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박연준 작가는 시집 4권과 산문집 4권을 출판한 이력이 있는 베테랑 작가다. 주문한 책을 받자마자 다섯 시간 만에 완독 한 특별한 책이다.

누구나 글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책 읽기와 쓰기를 부드러운 어조로 용기를 주면서 작가가 되라고 부추긴다. 글쓰기에 대해 중요한 내용들이 너무 많아 밑줄 긋고, 접고 또 접어놓았다. 모든 순간에 글쓰기를 생각하고, 가볍게 쓰기를 시작하라고 이른다. 글쓰기 강좌를 이끌기도 해서 그 내용도 실려 있다. 자신이 글쓰기를 하는 방법과 효과적인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1부 우리가 각자의 방에서 매일 시를 쓴다면 - 19편의 에세이 수록.

(시에 대해 궁금한 마음은 있지만 친해지는 건 어렵다고 느끼는 자에게 건네는 말이다.)

2부 작업실 ? 11편의 에세이 수록.

(글쓰기와 삶에 대해 쓴 소소한 산문들을 엮었다.)

3부 시인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 3편의 에세이 수록.

(등단에 대하여, 태어나는 일, 순진하게 사랑하는 법)

4부 질문이 담긴 과일 바구니 ? 8편의 질의응답 수록.

시인으로 태어나려는 사람(혹은 쓰는 사람)에게 건네는 이야기를 편지, Q&A 형식으로 썼다.

부록으로 글쓰기 모임 작가들의 글모음 3편과 시인과의 대화가 있다. (임솔아 작가와 대화)

 

이야기가 펼쳐지고, 시가 나온다. 시가 나오고 생각들이 펼쳐진다. 설명하듯 이야기하듯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글쓰기에 도전하라고 속삭인다. 시를 쓰는 사람의 자세나 시를 쓰는 행위, 시작법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아 장마다 밑줄이 그어졌다.

 

, 촛불, , 비밀에서 시를 쓰는 사람은 문장을 믿는 사람입니다. 지우면 사라지고 마는 문장을, 시작하면 순식간에 달려 나가는 문장을. 넘어지는 문장, 피가 나는 문장, 괴물처럼 뭉개지는 문장을요. 시를 쓰는 사람은 문장에 진실을 올려두고 아슬아슬 서 있는 그것을, 바라보려는 사람입니다.” 이 문장 다음에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촛불이라는 책에 실린 글을 인용했다. 어떤 시인이 촛불이 꺼지자 자기 고양이의 눈빛에 기대 시 쓰기를 계속했다는 이야기를 적고 있다. 박연준 시인은 위의 문장 앞에서 얼어붙을 뻔했다고 적고 있다. 나 또한 그런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에서 시를 대하는 태도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시는 이해받고 싶어 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당신이 시를 앞에 두고 이해하고 싶어 하거나 이해할 수 없어 괴로워한다면, 아예 처음부터 다르게 접근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시를 앞에 놓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빵처럼 커피처럼 즐기라고 말하고 있다. 시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감각해야 한다고 알려 준다. 젊은 작가들의 시를 접할 때마다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한 문장, 한 단어들에 너무 마음 쓰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느낌을 받아들이며 읽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시를 읽는 방법에서 시의 언어도 들여다볼수록 눈과 귀가 뜨일 거예요. ‘다르게 말하기를 시도하는 게 시인들이기에 조금은 다르게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시의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가 아니니까요. 그보다 언어로 공중에 머물기, 말 뒤에 숨기, 말을 이용해 다른 몸으로 가기. 이런 쓸데없지만 아름다운 시도를 하는 게 시라는 장르이고, 시인들입니다.”라고 말하며 읽을 때, 이해에 초점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다독이고 있다.

 

칼처럼 빛나는 한 줄에서 시는 감정 탐구서이자 세상 이치를 새롭게 들여다본 관찰기록입니다. 탐구하고 관찰하며 수집하고 기록하는 일은 시인의 특기이죠.”라고 적고 있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것, 정답이 없는 것에 골몰한다고도 썼다. 다르게 보는 연습을 통해 관찰하고 탐구한 내용을 다르게 보여주기의 방식으로 기존의 생각이나 방식에서 벗어나 낯설게 시 쓰기를 하라는 말로 이해되었다.

 

눈이 하는 일에서 누군가 시인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물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좋은 눈. 그게 시의 시작이자 전부일 수 있다고요. 좋은 눈이란 무얼 알아보는 눈, 그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냥 알아보는 눈 말고, 다르게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적고 있으며 세심한 관찰과 상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쓸 수 없는 순간들에서 아름다운 문장은 독자를 감동하게 만들지만, 정확한 문장은 독자를 상처받게 한다. 살리기 위해 내는 상처다. ‘그 장면을 쓰려 할 때마다 내 속에서 일어나는 동요, 허기, 절박함, 떨림, 슬픔의 이유를 알았다. 고발이 아니라, 표현 욕구가 아니라, 나는 떨어내고 싶어서 쓰고 싶은 거다. 쓴다는 건 벗어나는 일, 변태 후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아프고 힘든 주제도 한 편의 글로 써내고 나면 내면의 아픔이 덜어지는 순간들을 경험하기에 공감이 많이 가는 대목이었다.

 

순진하게 사랑하는 법에서 시를 매일 쓰면, 내면의 코어가 강해져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생겨도 그것을 시의 세계로 데려와 해부하고 언어와 상상을 버무려 문자로 바꿔놓으면, 잠시 동안 세상이 종이 한 장만큼 작아지는 기분이 들지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곳에서 아름답게 비틀린 사건들, 불행들, 아픔들, 그것들이 내 두 팔 아래에서 사그라들고, 다른 모양으로 숨을 쉬지요.” 매일 쓴다면, 미친 듯이 시를 사랑하고 미친 듯이 쓴다면 이미 시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임솔아 시인과의 대화에서 다양한 장르의 글을 자유롭게 쓰는 사람으로 사는 것, 창작 열정을 잃지 않는 것, 문학을 낭만에 기대게 하지 않는 것, 자신의 목소리를 자기답게 내는 것, 더 더 프로페셔널해지는 것이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작가의 삶이에요.”라고 작가로서의 자신이 원하는 삶의 자세를 밝히고 있다. 시와 산문을 주로 쓰는 작가가 글쓰기에 대해 깊이있는 생각하고, 펼치는 사유가 얼마나 자유롭고 분명한지를 보여 주는 보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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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어려우면서 즐거운 쓰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n***8 | 2022.05.21 | 추천5 | 댓글12 리뷰제목
            나는 읽을 때 묶여 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    진정한 자유는 ‘창작 행위’에 있다.  (125쪽)      책 제목인 ‘쓰는 기분’은 어떤 걸까. 나도 책을 보고 쓰거나 그냥 쓰기도 하지만 쓰는 기분이 뭔지 잘 모르겠어. 맨 앞에 쓴 것 같은 걸까. 책을 읽을 때 묶였던 마음이 쓰면 풀려나는
리뷰제목

    
 

 

 

 나는 읽을 때 묶여 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

 

 진정한 자유는 ‘창작 행위’에 있다.  (125쪽)

 

 

 책 제목인 ‘쓰는 기분’은 어떤 걸까. 나도 책을 보고 쓰거나 그냥 쓰기도 하지만 쓰는 기분이 뭔지 잘 모르겠어. 맨 앞에 쓴 것 같은 걸까. 책을 읽을 때 묶였던 마음이 쓰면 풀려나는 거. 그 말 맞는 것 같기도 해. 그래도 읽을 때도 재미있어. 아니 다 즐거운 건 아니지만. 하나도 모르는 걸 볼 때는 정말 답답해. 아는 게 하나도 없네 하는 생각도 들고. 모르면 알 때까지 보라고도 하는데, 내가 그런 건 해 본 적이 없군. 그때는 몰랐다가 시간이 흐르고 문득 그때 그건 그거였구나 깨닫기도 해. 난 그런 걸 더 좋아하는가 봐. 모르면 그냥 두고 언젠가 알면 좋고 모르면 마는 거지. 이건 글쓰기에 안 좋은 걸지도 모르겠어.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야 쓴다고 하니. 알고 싶어하는 마음 하니, 과학이 생각나는군.

 

 자신이 늘 생각하고 알고 싶어서 소설을 쓴다는 소설가도 있군. 나도 알고 싶은 거 없지 않아. ‘마음’. 마음을 알아서 뭐 할 건데 하면 대답할 말은 없어. 내 마음도 잘 모르겠고 다른 사람 마음은 더 모르겠어.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더군. 사람 마음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할까.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복잡하다면 복잡한 것 같기도 해. 그런 마음을 쓰면 조금 알 수 있을까. 난 써도 있는 그대로 쓰는군. 은유는 없어. 그런 거 생각하고 쓴 적 있는데. 그건 쓰려고 하기보다 저절로 나오게 해야 할지도. 은유는 어쩐지 폼잡는 것 같기도 해.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니 그런 거 보면 그리 좋아하지 않는가 봐. 그걸 쓴 사람은 그런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텐데. 난 유머도 없어. 재미없는 사람이야. 많은 사람은 말 재미있게 하는 사람 좋아하잖아. 그렇다고 억지로 웃기고 싶지는 않아. 난 나대로 쓸래. 이런 고집 안 좋을까.

 

 몇해 동안 쓰기는 했지만 발전은 별로 없어. 글은 많이 써 봐야 안다 하지만 아직도 모르겠어. 이 책 《쓰는 기분》에서는 시를 중심으로 말해. 이걸 쓴 사람이 시인이거든. 시집은 못 봤어. 시는 학교 다닐 때 국어 글짓기 시간에 처음 써 봤던 것 같아. 시를 잘 모르고 썼지. 지금도 잘 몰라. 앞으로도 잘 모를 것 같아. 그런데도 시 같지 않은 시를 쓰겠지. 얼마전에 정여울 책 《끝까지 쓰는 용기》를 보고 앞으로는 책 좀 잘 봐야지 했는데, 그건 생각만 하고 만 것 같아. 이렇게 말하면 그대로 될지도 모를 텐데. 잘 안 되어도 책을 잘 보고 쓰려는 생각은 갖고 있는 게 좋겠지. 비록 정여울 만큼 애써서 쓰지 못한다 해도. 이건 게을러서 그렇겠지. 아니 게으른 것도 있지만 난 그렇게 괜찮고 놀라운 생각 못해. 아주 가끔 할 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가끔이라도 하면 좋겠군.

 

 

 어떤 일을 오랜 시간 한 사람, 그 일만을 줄곧 생각하는 사람은 그 일이 삶이 됩니다. 열렬히 써본 사람, 쓰는 재미를 알게 된 사람은 결코 ‘읽는 사람’으로만 머무르려 하지 않을 거예요. 시인이나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그는 ‘쓰는 사람’으로 살게 될 거예요.  (213쪽)

 

 

 시를 쓰려는 사람한테 하는 말도 있지만, 그냥 쓰는 사람한테 하는 말도 있군. ‘열렬히 써본 사람’이라는 말은 조금 찔리는군. 난 그렇게 열렬히 써 보지 않았어. 잘 못 써도 쓰는 재미는 조금 알기도 해. 쓰는 재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려워. 이런 물음에 대답이 술술 나와야 할지도 모를 텐데. 쓰는 재미는 뭘까. 쓰기 전에는 쓸 게 하나도 없어도 쓰다보면 쓸 게 조금씩 떠오르기도 해. 많지는 않지만. 잘 몰랐던 걸 알게 되기도 하고, 생각도 조금 정리되는 것 같아. 다른 것도 좀 정리하면 좋을 텐데. 쓰는 재미를 조금 안다고 말했는데, 내가 아는 건 아주 조금인 듯해. 더 알려면 쓰기말고 할 게 없겠지.

 

 난 작가와 시인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나도 ‘쓰는 사람’이고 싶어. 많은 사람이 쓰는 사람이면 괜찮지 않을까. 안 좋은 생각으로 흐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쓰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할 때가 더 많더라고. 어떤 사람도 많은 사람이 쓰기를 바라던데.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얼핏 들은 거야. 그런 건 적어둬야 하는데, 난 늘 지나고 나서 적어둘걸 하는군. 적어두기 잘 안 해. 마음에 담아두기로 할게. 마음에 정확하게 담아두지 못하면서 이런 말을 했군. 들은 거 잘 기억하지 못하면 또 어때. 내가 이렇다니까. 그래도 쓰는 사람으로 살까 해.



희선



 

댓글 12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쓰는 기분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싱* | 2022.02.1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책을 안 읽고 글을 안 쓰지 않지만 전과 다르고 덧없는 방황이 잦다. 어느 날은 걷다가 피식 웃었다. 읽고 쓰는 일에 대한 무용을 파고드는 내게 또 다른 내가 조소를 날린 것이다. ‘네가 하는 일 중 대부분이 무용한 일이었어, 왜 이래!’ 그러고 보니 하루 중, 일주일 중, 한 달 중, 일 년 중 대부분의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유용한 일은 아주 조금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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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안 읽고 글을 안 쓰지 않지만 전과 다르고 덧없는 방황이 잦다. 어느 날은 걷다가 피식 웃었다. 읽고 쓰는 일에 대한 무용을 파고드는 내게 또 다른 내가 조소를 날린 것이다. ‘네가 하는 일 중 대부분이 무용한 일이었어, 왜 이래!’ 그러고 보니 하루 중, 일주일 중, 한 달 중, 일 년 중 대부분의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유용한 일은 아주 조금 하면서 말이다.

 내가 못마땅해 시비 거는 일이 늘자 그 이유를 더듬어 나갔다. 이년 동안 아팠던 몸이 사람의 형상과 기능을 찾아가자, 다시 일을 해야 하지 않냐는 물음이 자꾸 눌러 붙는다. 사실 이것보다는 일을 하고 수입이 있을 때는 읽고 쓰는 일이 덤이었기에 생산적인지 물을 필요가 없었다. 밖으로 쓰는 에너지만큼 채워야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일 없이 읽고 쓰며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저울이 중심을 잃고 요동을 친다. 마치 이런 시끄러운 속을 시험하겠다는 듯 일자리 제안이 들어왔다. 그런데 아직 내 마음이 덜 배고파 하며 움직이질 않는다.

 이주 넘게 책과 글을 대하는 마음이 무거웠다. 혼자서는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지인에게 글을 쓰라고 권한 뒤부터였다. 말을 넣고는 한가한 나 자신조차 어려워하는 짓을 왜 타인에게 권했는지 그만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 안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눈치 챘고, 잘 쓰지 않을 거면 도전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모르지 않는다. 이십년을 알아온 그녀를 글로 만나보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나를 쓰도록 밀어붙이는 힘을 얻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황정은 소설가가 그랬지. 쓰지 않을 때 쓰는 이유를 캐묻고 헤맨다고. 쓰기로 한 글을 미루고 다른 데를 계속 기웃거린다. 다음 주면 어쨌든 그리로 향하고 있을 테지만 지금은 보란 듯이 겉돈다. 자기 확장과 성장에서 돋보이는 작가의 책에, 그 아는 맛에 저절로 손이 간다. 아하, 나도 종이 위에서 뛰고 종이 위에서 넘어지고 종이 위에서 자라는 사람이면 좋겠다(137)!” ‘생각하지 않는 순진한초심을 잃지 않고 싶은 간절함(과연?)으로 박연준의 쓰는 기분을 펴들고 가슴의 현을 튕기는 문장들을 기척으로, 기적으로 받아 적었다.

 

 공책을 열면 어젯밤 덮어두었던 문장들이 깨어날 겁니다. 오늘의 문장을 기다리는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 겁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사람은 더듬더듬 다음 문장을 써나가겠지요. 문장과 문장 사이를 견디며, 언어가 이미지를 실재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믿으며, 나아갈 겁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면 자꾸 하게 되고, 하다 보면 그 속엔 시가 그득해서, 당신은 시를 안 써도 시에 둘러싸이게 될 겁니다. (85-86)

 누군가 보지 못한 걸 본 날은 속이 그득해지거든요. 다르게 보고 정확히 쓰는 일, 그것은 삶을 제대로 사랑하는 일과 연루되어 있습니다. (99)

 내가 생각하는 것을 속이지 않고, 쉽게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몰아세워 표현했는가. (243)

 쓰는 일은 말하고 듣고 생각하기를 동시에 하는 일이다. (121)

 최선best은 모든 선good을 속박한다. 그대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데, 최고로 좋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거나 시작도 못하는 일, 바보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능하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훨훨 쓴 다음, 시간을 들여 마음에 들 때까지 공들여 수정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안목을 믿고, 찬찬히 퇴고해 밖으로 내놓기. 그 과정 역시 즐겨야 한다. (14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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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쓰는 기분] 우리가 모두 시인이라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키* | 2022.02.0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애정하는 박연준 시인님의 책이다. 제목이 <'쓰는' 기분>이라서 글을 쓰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글 중에서도 시 쓰는 일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시 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박연준 시인님의 남편인 장석주 시인님을 비롯해 대학 은사인 김사인(라임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시인님, 저자와 함께 시를 쓰는 동인들, 제자들,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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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박연준 시인님의 책이다. 제목이 <'쓰는' 기분>이라서 글을 쓰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글 중에서도 시 쓰는 일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시 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박연준 시인님의 남편인 장석주 시인님을 비롯해 대학 은사인 김사인(라임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시인님, 저자와 함께 시를 쓰는 동인들, 제자들, 강연에서 만난 - 한때 시인을 꿈꾸었고 지금도 시를 읽는 어르신들... 

 

시를 전혀 쓰지 않고 읽지도 않는 나로서는, 이렇게 시를 쓰고 싶어 하고 계속해서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글 잘 쓰는 사람 중에 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상기하게 된다. 김연수 작가님도 원래는 시인을 지망하셨다고 하고, 어제 읽은 정지돈 작가님도 시를 좋아하신다고 하고, 박연준 시인님은 뛰어난 산문가이자 소설가이기도 하시니. 결국 글을 잘 쓰고 싶으면 시부터 배워야 하는 걸까. 

 

시 쓰는 법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시 잘 쓰는 기술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저자의 시와 저자가 소개하는 시를 읽으니 잘 써진 시들이 공유하는 특징이란 건 분명 있는 것 같다. 무심히 볼 것들을 유심히 보기. 말로 쉽게 내뱉지 말고 여러 번 머릿속에서 굴리기. 더욱더 분명하고 정확한 비유가 없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 그러고 나서 그냥 쓰기.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좋은 시를 꾸준히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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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여전히 시는 모호하지만 모호하게 위로받은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e*******i | 2022.01.0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스물여섯 박연준 시인의 소란을 읽고 크게 소란했었다. 치기어린 첫 탈출을 소란과 했고 아직도 정동진 바닷가에서 떠오르는 해를 달래던 내가 함께 소환된다. 그리고 소란을 잃고 살았다.?최근 들어 자주 찾아오는 소란함을 외면하다 마주하다 외면하고 다시 마주하고 반복했다. 웃긴다. 내가 시라니. 한편으론 시 그까짓 거(가끔은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들기도 하니까) 그냥 쓰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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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박연준 시인의 소란을 읽고 크게 소란했었다. 치기어린 첫 탈출을 소란과 했고 아직도 정동진 바닷가에서 떠오르는 해를 달래던 내가 함께 소환된다. 그리고 소란을 잃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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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자주 찾아오는 소란함을 외면하다 마주하다 외면하고 다시 마주하고 반복했다. 웃긴다. 내가 시라니. 한편으론 시 그까짓 거(가끔은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들기도 하니까) 그냥 쓰면 시인이지 시지. 하기도 했다. 근데 문보영 시인의 강의를 들어도 시집을 펼쳐도 나는 길고양이처럼 자주 도망쳤다. 사람의 온기가 닿을까봐 거부하고 널부러진 음식물쓰레기를 몰래 훔치다 자주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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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자기연민의 진창에 뒹굴다 박연준 시인의 언어가 나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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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좀처럼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시는 모르겠고 시를 보면 자주 아프고 자주 우는 날이 많았기에. 어느 한 문장이 내게 닿아 기생하곤 했다. 그래서 나도 시에 감염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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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생하는 일만을 남겨두었다. 시는 대체 내게 무어라고 자꾸 간절해지는지 모르겠다. 지금 엉망진창으로 흩어진 말들을 누군가는 웃어 넘기겠지. 근데 이 책을 읽으니 되게 용기가 생긴다. 어쩌라고. 쓰는 사람은 그냥 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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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 우리는 시로 무언가를 이룰 수 없습니다. 시는 효용이 없지요. 다만 읽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순 있습니다. 좋은 시는 항상 누군가를 상처 입게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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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다시 시를 쓰는 기분을 찾기 위해...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라**곤 | 2022.01.0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며 일단 사둔 책. 시집보다도 산문집이 끌렸고, 거기에 시를 쓸 때의 내용을 담은 책이라 책을 사둘 수밖에 없었다. 출퇴근 전철에서 좀 읽다 다른 부동산 책들과 서평 도서를 읽느라 띄엄띄엄 읽었지만 시인의 글을 다시 읽을 때면 반갑게 맞이해 주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시에 미련을 두고 있는 사람이기에 읽을 수밖에 없었던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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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며 일단 사둔 책. 시집보다도 산문집이 끌렸고, 거기에 시를 쓸 때의 내용을 담은 책이라 책을 사둘 수밖에 없었다. 출퇴근 전철에서 좀 읽다 다른 부동산 책들과 서평 도서를 읽느라 띄엄띄엄 읽었지만 시인의 글을 다시 읽을 때면 반갑게 맞이해 주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시에 미련을 두고 있는 사람이기에 읽을 수밖에 없었던 책이라 생각한다.

  책은 부록 외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 시를 쓰고 접하는 시인의 기분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면 2부는 창작의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생각들을 만나게 된다. 3부는 R.M. 릴케의 산문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떠오르게 하는 공간이었다. 편지글 형식이 그러했다면 마무리는 일기처럼 자리한다. 4부는 Q&A 과일 닉네임의 질문자의 물음에 저자인 시인이 답하는 형식인데 '지하철 시' 부분을 읽으며 뜨끔하기도 했다. 내 자작시도 승강장 안전문에 쓰여있기에...

  부록에서는 박연준 시인과 '모과'라는 이름의 모임을 하는 이들의 글이 보인다. 나도 그런 합평회를 하던 대학시절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내 시를 잘 쓰지도 못하고, 그렇게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의 자리를 마지막으로 가졌던 게 그나마 학교 동생인 김승일 시인과 함께 했던 광흥창 시학교가 그나마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글을 읽으니 이런 모임의 필요성에 대한 목마름이 생기는 듯하다. 부록 2에서는 임솔아 시인과의 인터뷰가 담겨 있어 시인의 시집을 읽지 않고 시인의 시 세계를 조금이나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시보다는 이렇게 책 리뷰를 주로 쓰는 지금. 역시 끌리는 책을 잘 샀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인의 감성적인 에세이는 분명 내 메마른 감정에 수분을 공급한다. 이 책 또한 그러했다. 그러는 와중에 부드러운 듯 날카롭게도 다가오기도 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책 띠지에 쓰여 있는 "나는 읽을 때 묶여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은 말은 내게도 꽤 통용이 되는 내용이었다.

  작년까지의 목표였던 과제를 마무리했고 이제는 그것을 실제 삶에 활용하는 중이다. 꾸준히 끄적거리고 있기에 그 쓰는 기분을 잘 조절해 시 쪽으로 다시 돌려보는 방안도 생각을 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시와 겨울' 대학시절 썼던 시구가 떠오르는 게 올해는 다시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내 시심을 건드려주는 촉매가 되어준 책이라 전하며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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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글쓰기를 멈추지말아야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h********o | 2021.11.2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두려움이 조금 있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일을 시작 할 때몇 번을 망설이고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다가잘 해내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되면애초에 시작을 하지 않는 편이다. 시작하고 실패했을 때 대미지를 견딜 자신이..그래서 가끔은 일단 저지(?!)르고 보는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다.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글쓰기에는 방도가 없다잘 못 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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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두려움이 조금 있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일을 시작 할 때
몇 번을 망설이고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다가
잘 해내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되면
애초에 시작을 하지 않는 편이다.


시작하고 실패했을 때 대미지를 견딜 자신이..
그래서 가끔은 일단 저지(?!)르고 보는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글쓰기에는 방도가 없다
잘 못 쓰더라도 꾸준함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
조금은 과감해져도 괜찮지않을까, 라는 생각.

그렇게 꾸준히 쓰다보면 언젠가 빛을 발하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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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2021-214] 시의 세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모**찌 | 2021.09.2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굳은 마음, 냉랭한 가슴. 더 이상 흐를 것 같지 않는 눈물. 끔찍한 자기 사랑에, 여전히 고통받는 우리. 바람은 날카롭고 너의 말은 참 매섭다. 사라질 듯한 문장, 희미해져 가는 기억. 시가 필요하다. 온기가 절실하다. 시인은 초대한다. 따뜻한 품 안으로. 섬세한 빛으로 우리를 보듬어 준다. 시가 태어나 시로 존재하듯. 우리도 그대로 사랑받고 감싸 진다. 죽어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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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마음, 냉랭한 가슴.
더 이상 흐를 것 같지 않는 눈물.


끔찍한 자기 사랑에, 여전히 고통받는 우리.
바람은 날카롭고 너의 말은 참 매섭다.


사라질 듯한 문장, 희미해져 가는 기억.
시가 필요하다. 온기가 절실하다.


시인은 초대한다. 따뜻한 품 안으로.
섬세한 빛으로 우리를 보듬어 준다.


시가 태어나 시로 존재하듯.
우리도 그대로 사랑받고 감싸 진다.


죽어있던 문자들이 살아 움직인다.
낯설어 어색했던 시가 살갑게 느껴진다.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시.
때로는 불편하게, 때로는 그리움을 자아낸다.


시를 쓴다는 건 목소리를 내는 것.
표현할 길 없는 것을 고유한 언어로 녹여내는 것.


희망이 없어 어두워 보여도,
가슴 뛰게 하는 문장들로 오늘도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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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당신은 자신할 수 있나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박*선 | 2021.08.19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1. 띠지에 있는 문장, "나는 읽을 때 묶여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에 강렬하게 끌려 이 책을 받아들었는데, 막상 나를 오랫동안 흔든 것은 띠지에 있던 또 다른 문장, "시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당신은 자신할 수 있나요?"였다. 그 문장을 마주한 이래로 나는 이따금씩 시와 나의 거리를 가늠해보려고 애썼다. 대개의 순간 나는 시와 가깝다고 대답하기 어려웠다. 감성과 이성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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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띠지에 있는 문장, "나는 읽을 때 묶여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에 강렬하게 끌려 이 책을 받아들었는데, 막상 나를 오랫동안 흔든 것은 띠지에 있던 또 다른 문장, "시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당신은 자신할 수 있나요?"였다. 그 문장을 마주한 이래로 나는 이따금씩 시와 나의 거리를 가늠해보려고 애썼다. 대개의 순간 나는 시와 가깝다고 대답하기 어려웠다. 감성과 이성이라는 두 개의 영역 사이에서 나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언제나 이성과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시를 필사하거나, 소설을 읽을 때, 어느 날 눈이 마주친 그림 한 점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눌 때면 말랑하면서도 물컹거리는 무엇이 내 안에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게도 됐다. ... 시와 나의 거리라는 게, 애초에 구할 수 없는 값이라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 골몰하는 것도 그랬다. 아, 이렇게 나는 또 뭔가를 '구하려고' 하고 있구나. 수학과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이럴 때만 꼭.


2. 박연준 시인을 좋아한다. <소란>의 따뜻함은 지인에게 여럿 선물하기도 했다. <모월모일>은 제주의 작은 책방에서 사 왔다. 덕분에 제주의 풍경이 한 뼘쯤 더 예뻐 보였더랬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는 이 책 <쓰는 기분>이 제일 좋다. 읽는 시간이면 늘 플래그와 함께하지만, 플래그 붙이는 데 야박한 편인 나도- 이번만큼은 '졌다!'고 생각하며 플래그를 마구 붙였다. (앞 장과 뒷장에 연이어 플래그를 붙이기도 했다. 이럴 거면 플래그가 다 무슨 소용이람! 하고 스스로를 탓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둘 다 놓칠 수 없는데, 어쩌라고ㅠㅠ!) 이 책이 유독 좋았던 것은, '쓰는 일'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실컷 들을 수 있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여기에 더해 '시'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생각들에 '오해'가 잔뜩 끼어있다는 것도 발견하고 슥슥 먼지를 털어낼 수도 있었다. 두루뭉술하게 한 칸에 섞여있던 개념들도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세상에! 이 모든 것들이 단 몇 페이지로 해결되었다니) 그랬더니- 상당히 개운해졌다. 말개진 기분은 아무런 편견 없이, 구속 없이 무엇인가를 그것, 아니 그 이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3. 시인은 '시 쓰는 방법을 가르칠 방법은 없다'고 했지만, 시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다정한 선생님이셨다) 동시에, 시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많은 이들에게도 이 책을 선물하고 싶었다. 시를 써보는 것은 고사하고- 한 편 읽어보는 일도 버거운 우리에게 이 책은 '시'가 얼마나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었던지, '시'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시'가 우리 삶에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그러니까 어떻게 가까워지면 좋을지를 이야기한다.


각설하고, 비밀을 말씀드릴게요. 시는 '소리 내어' 읽을 때 자기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억하세요. 당신이 혼자 방에 앉아, 소리 내어 읽을 때, 시는 얼굴을 보여줄 겁니다. 시인 로르카 역시 이렇게 말한 적 있어요. "시는 입으로 읊는 것, 책 속의 시는 죽은 것." 그러니 여러분이 들고 있는 시집 속 글자들, 책 속에 못 박혀있는 글자들은 잠자거나, 죽은 척하는 말들입니다. 시인이 시를 쓰던 당시엔 펄펄 살아 날뛰던 글자들이었겠지요. 종이에 인쇄된 후 납작하게 눌려 움직이지 못하게 된 글자들을, 소리들을, 아니 음악을 깨워보세요. 깨우려면 당신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입술, 목소리, 숨결로 글자들을 데려가보세요.(본문 중에서, 56-57쪽)


몇 주 전 관람했던 전시의 어느 작품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책 속에 가만 누워있는 글은 쓰이던 때- 쓰는 사람의 생생한 목소리였다고. 책이든, 신문이든, 잡지든 무엇이든- 매체를 타고 전해져 온 텍스트가 독자에게 와서 또 하나의 생명을 얻을 때는 독자가 텍스트의 주인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그러니 그 위에서 실컷 뛰어놀고, 밟아도 보고, 가만히 누워 쉬기도 하면서- 그것들을 느끼고, 대화하고, 사유하는 태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4. 그러고 보면 시는- 눈으로 읽는 것과, 필사하며 읽는 것과, 낭독하며 읽을 때 달랐다. 눈으로 읽을 때 잡지의 가십거리 같았던 시도 손끝으로 읽으면 달리 보였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낭독하며 읽으면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냈다. 시인이 경험에 이스트를 넣고 기다린 뒤,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해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낸다면- 시를 읽는 우리에게도 그와 같은 태도가 필요한 것 아닐까. 시가 끝날 때까지는 시인도 이 시가 어떻게 끝날지, 어디로 갈지, 어떤 힘을 담을지 알 수 없다는데- 그 시가 내게 닿아 어떤 의미를 만들어낼지, 어떤 위로를 안길지, 어떤 에너지를 던져줄지 알 수 없는 건 당연할 테다. 다만, '쓰는 기분'이 그러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우리의 '읽는 기분'에도 그것이 조금은 반영되지 않을까. 반죽이 건강하게 발효되기를 바라는 마음, 정성스레 빚는 마음, 오븐에 넣고 기다리는 마음을 더해 서문의 문장들을 다시 읽는다.


쓸 때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내가 아니면서 온통 나인 것, 온통 나이면서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나인 것.

쓸 때 나는 기분이 전부인 상태가 된다.

현실에서 만질 수 없는 '나'들을 모아 종이 위에 심어두는 기분.

심어둔 '나'는 공기와 흙, 당신의 눈길을 받고 자랄 것이다.

내가 나 아닌 곳에서 자라다니!


쓸 때 나는 나를 사용한다.

나를 사용해 다른 사람에게로 간다.

그건 나를 분사해, 허공에서 입자로 날아가는 기분.


나를 당신에게 뒤집어씌우러 가는 기분.

나를 비처럼 맞은 당신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살피러 가는 기분.

입자로 떠돌며 세상을 구경하는 기분.

그게 다가 아니지.

당신이 쓴다면, 서서 내 쪽으로 보내온다면 나는 당신을 뒤집어써야 할 게다.

그건 읽을 때의 기분.

당신을 뒤집어쓸 때의 기분.

시를 쓸 땐,

날개를 떨구면서 날아오르는 기분이 든다.

날개를 버려도 내가 나일 수 있다니, 내가 날 수 있다니!

('서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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