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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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혜윤 | 위고 | 2020년 3월 1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7.8 (66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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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메모같이 사소한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질문에 CBS 라디오 PD 정혜윤은 되묻는다. 우리는 항상 사소한 것들의 도움 및 방해를 받고 있지 않냐고. 강아지가 꼬리만 흔들어도 웃을 수 있지 않냐고, 미세먼지만 심해도 우울하지 않냐고, 소음만 심해도 떠나고 싶지 않냐고. 그리고 덧붙인다. 몇 문장을 옮겨 적고 큰 소리로 외우는 것은 전혀 사소한 일이 아니라고. ‘사소한 일’이란 말을 언젠가는 ‘자그마한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것이라고. 『아무튼, 메모』는 메모는 삶을 위한 재료이자 예열 과정이라고 믿는 한 메모주의자의 기록으로, 비메모주의자가 메모주의자가 되고, 꿈이 현실로 부화하고, 쓴 대로 살 게 된 이야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모장 안에서 더 용감해진 이야기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부 메모주의자
메모해둘걸
비메모주의자의 고통
나는 왜 메모주의자가 되었나
메모에 관한 열 가지 믿음
메모는 나를 속인 적이 없다
메모의 부화

2부 나의 메모
10월 6일, 김소연과 오소리의 날
제기랄, 나도 꿈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어떤 노력도 중요하지 않은 세상
지금 어디선가 고래 한 마리가 숨을 쉬고 있다
말과 몸
꼽추의 일몰
나는 당신을 위해 메모합니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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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메모같이 사소한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질문에 CBS 라디오 PD 정혜윤은 되묻는다. 우리는 항상 사소한 것들의 도움 및 방해를 받고 있지 않냐고. 강아지가 꼬리만 흔들어도 웃을 수 있지 않냐고, 미세먼지만 심해도 우울하지 않냐고, 소음만 심해도 떠나고 싶지 않냐고. 그리고 덧붙인다. 몇 문장을 옮겨 적고 큰 소리로 외우는 것은 전혀 사소한 일이 아니라고. ‘사소한 일’이란 말을 언젠가는 ‘자그마한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것이라고. 『아무튼, 메모』는 메모는 삶을 위한 재료이자 예열 과정이라고 믿는 한 메모주의자의 기록으로, 비메모주의자가 메모주의자가 되고, 꿈이 현실로 부화하고, 쓴 대로 살 게 된 이야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모장 안에서 더 용감해진 이야기이다.

슬픈 세상의 기쁜 인간
“나는 너무 후져.” 그리고 어느 날 정말로 ‘갑자기’ 결심했다. 달라지기로. 뭔가를 하기로. 그만 초라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르포 작가가 되고 싶었다. 슬픈 세상의 기쁜 인간이 되고 싶었다. 내가 없으면 볼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현실의 또 다른 측면에 불을 비추고 싶었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나로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었다. 나 자신이 현실을 보는 새로운 눈이 없었다. 내 눈 두 개는 세태에 영합하면서도 아닌 척할 줄 아는 나의 영리하고 쩨쩨한 자아에 깊숙이 물들어 있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메모의 화신’이 되었다. 나 자신을 위한 메모를 했다. 문구점에 가서 가장 두꺼운 노트를 몇 권 샀다. 거기에 책을 읽고 좋은 문장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나에게 도움이 될 생각들을 꿀벌이 꿀을 모으듯 모았다.

메모장 안에서 우리는 더 용감해져도 된다
그때의 노트들은 이제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메모들은 지금의 내 삶과 관련이 깊다. 나였던 그 사람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당시 노트에 쓴 것들이 무의식에라도 남아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어느 날 무심코 한 내 행동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믿는다. 이게 메모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무심코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좋은 것이기 위해서. 혼자 있는 시간에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 그런 방식으로 살면서 세상에 찌들지 않고, 심하게 훼손되지 않고, 내 삶을 살기 위해서.

마음은 어둡지만 미래에 대한 계획은 있다
메모장이 꿈의 공간이면 좋겠다. 그 안에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이 있다면 더 좋다. 그 안에서 나는 한 해 한 해 나이 들고, 곧 잊힐 상처와 결코 잊히지 않을 슬픔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알게 된다. 내가 무엇 때문에 슬펐는지 어떻게 버텼는지 알게 되고, 나를 살피고 설득하고 돌보고 더 나아지려 애쓴다. 반대로 내가 언제 행복한지 언제 심장이 뛰는지도 알게 된다.

종이책 회원리뷰 (41건)

포토리뷰 아무튼,메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p******2 | 2023.01.2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아무튼메모 #정혜윤 나에게 메모하는 일은, 일을 할때 업무 메모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 좋은 문장을 만나 기억하고 싶거나 또는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북토크를 갔을 때 작가님의 말을 기억하고 싶어 메모하는 경우가 있다.   업무 메모는 정말 업무용으로 그날 당일 해야 할 일을 까먹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하니 큰 의미는 없으나, 매주 금요일 한주간의 업무 보고를 작성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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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메모 #정혜윤

나에게 메모하는 일은, 일을 할때 업무 메모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 좋은 문장을 만나 기억하고 싶거나 또는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북토크를 갔을 때 작가님의 말을 기억하고 싶어 메모하는 경우가 있다.

 

업무 메모는 정말 업무용으로 그날 당일 해야 할 일을 까먹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하니 큰 의미는 없으나, 매주 금요일 한주간의 업무 보고를 작성할 때 유용하다. 또 내가 일주일 동안 무슨일을 했었는지 가늠해보기 참 좋다. 이런 장점을 보면, 업무의 메모도 꽤 괜찮은 일이다.

그리고 책에서 만난 나의 마음이 닿은 문장들을 적고 작가님의 말들을 메모하고  있노라면, 눈으로 읽어서 한번 나의 머리에 새기고, 메모를 적으며 되내이며 작성하니 입과 마음으로 다시한번 읽게 된다. 그리고 이 메모들은 분명 어딘가에 고이 간직되어 찾기 어렵거나 사라져 버릴 수 있지만 그 때 내가 작성한 내용들은 나의 무의식에라도 남아 나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것이라 생각든다.

이 이야기는 "아무튼, 메모"의 p36에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가치를 두는 것은 외부를 바라보는 시선뿐 아니라 심지어 우리의 얼굴과 몸짓, 표정, 눈빛마저 바꾼다. 나는 나의 가치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고 살리는 이야기의 질에 달려 있다고 믿고 지금도 믿고 있다"라는 작가님의 말은 너무나 공감이 된다.

삶에서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고 무엇에 가치를 두는 지는, 내가 바라보는 삶의 방향과 사람을 바라는 보는 시선, 그리고 나의 내면/외면을 모두 바뀌게 만든다고 생각된다. 

그런의미에서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과 사람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에 대해서는 늘 고민하고 반성하고 책을 읽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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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아무튼 메모, 인생을 바꾸는 메모에 대하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프**나 | 2022.09.2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나는 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리는 버릇이 있다. 그렇게 서가를 기웃거리다가 괜찮은 책들을 발견한 적이 꽤 많기 때문이다. 서가에서 <아무튼 **>이라는 제목의 책들을 발견했다. 내 관심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제들이라서 그냥 지나쳤는데, 어느 날 블로그를 보다가 아무튼 시리즈 중 한 권의 서평을 보게 되었다.    아무튼 시리즈가 처음인 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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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리는 버릇이 있다. 그렇게 서가를 기웃거리다가 괜찮은 책들을 발견한 적이 꽤 많기 때문이다. 서가에서 아무튼 **>이라는 제목의 책들을 발견했다. 내 관심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제들이라서 그냥 지나쳤는데, 어느 날 블로그를 보다가 아무튼 시리즈 중 한 권의 서평을 보게 되었다

 

아무튼 시리즈가 처음인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아무튼 시리즈는 저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쓴 책이다.

 

그래서 내 관심사 중 하나인 문구에 관한 책, <아무튼 문구를 빌려읽었다. 내용도 무겁지 않았다. 나의 두 번째 아무튼 시리즈는 정혜윤 작가의 아무튼 메모였다. 부푼 기대를 갖고 책을 펼쳤다. 내가 좋아하는 저자가 정혜윤 작가의 다른 책을 소개하며 좋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정혜윤은 CBS 라디오 피디이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그의 슬픔과 기쁨>, <인생의 일요일들>, <뜻밖의 좋은 일등의 책을 펴낸 바 있다.

 

아무튼 메모에는 메모와 관련된 에피소드나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런 글이 들어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 예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지만 결코 가벼운 내용들은 아니었다. 평소 나는 어떤 것들을 메모하나 떠올려 보았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식당 이름이나, 책에서 읽은 좋은 구절. 주로 잊고 싶지 않은 무엇을 적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그것을 발전시킨다고 했다. 그런 걸 메모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런 메모들에 비하면 내 메모는 메모의 본래 기능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고 해야 할까.

 

우리는 과거는 짐스러워하고 미래에는 눈을 감는다. 그러나 메모를 한다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고 그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가장 좋은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다고 믿는다.”(43)

 

정혜윤의 메모를 통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생각들을 읽을 수 있었다. 무엇을 메모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메모는 또 하나의 세상이고, 무엇이든 마음껏 펼쳐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메모장을 하나씩 품고 산다면, 우리의 삶이 어떤 식으로든 좋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 그 메모장에는 나와 관련된 것들이나 잊어도 좋을 시시한 내용들만 적혀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책을 덮을 때쯤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책의 저자가 독자에게 바라는 무언가가 있었다면 나는 저자가 가닿았으면 하는 그 지점에 도착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아무튼 메모를 덮을 무렵, 내가 안고 있는 고민들이 너무나 하찮게 느껴졌다. 쓸데없는 것들에 인생을 낭비하고 있었구나, 내 귀한 시간들을 이런 것들에 허비해서는 안 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메모와 관련된 책을 읽다가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자신이 되고 싶다면,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모두 메모장 하나쯤은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재미, 이해관계, 돈이 독재적인 힘을 갖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아서, 우리 사이의 빈 공간을 아무렇게나 채우고 싶지 않아서, 아무렇게나 살고 싶지 않아서, 좋은 친구가 생기면 좋겠어서, 외롭기 싫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힘과 생각을 키우는 최초의 공간, 작은 세계, 메모장을 가지길 바라 마지않는다.”(55)

 

 

#아무튼메모 #정혜윤 #아무튼시리즈 #에세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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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아무튼 메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컬**드 | 2022.04.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미래에 내가 해낼 일을 기뻐하고 싶다. / p.42   말로 하는 것보다 글로 적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어서 메모는 나와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이렇게 독서 리뷰를 적는 것도 하나의 메모가 되기도 하지만 독서에 관한 많은 내용을 전부 메모로 남기고 있다. 필사도 하고, 별점도 남기고, 느낌을 따로 적기도 하고 그렇다. 심지어 일기의 많은 내용도 독서로 채워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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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내가 해낼 일을 기뻐하고 싶다. / p.42

 

말로 하는 것보다 글로 적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어서 메모는 나와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이렇게 독서 리뷰를 적는 것도 하나의 메모가 되기도 하지만 독서에 관한 많은 내용을 전부 메모로 남기고 있다. 필사도 하고, 별점도 남기고, 느낌을 따로 적기도 하고 그렇다. 심지어 일기의 많은 내용도 독서로 채워지고 있을 정도이다.

 

메모를 습관화하는 일에는 글이 더 편한 것도 있지만 강박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남기려고 하는 것도 있다. 말은 들으면 사라지지만 메모는 내가 버리지 않는 이상 끝까지 가지고 있다. 혹시나 불미스러운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과 더불어 스스로 잊지 않기 위해 메모하는 습관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이 책은 정혜윤 작가님의 메모에 대한 에세이이다. 최근 좋아하는 작가님의 아무튼 시리즈가 나왔다고 해서 구매하면서 아무튼 시리즈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나씩 수집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책이다. 주변에서 다른 시리즈를 추천하기는 했으나 이왕이면 덕질을 하고 있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구입해 읽게 되었다.

 

메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메모에 대한 이야기의 비중이 적어서 당황스러웠다. 분명 처음은 메모로 시작했고, 마지막은 메모로 끝났지만 중간 다리 사이에는 메모가 이용만 당하는 느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아무튼 꿈 또는 아무튼 인간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리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메모보다는 저자의 인생관이나 생각, 저자가 취재한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렸다. 특히, 꿈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이 인상 깊었다. 꿈이라는 주제에 다가가는 이야기부터가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 세월호 유족에게 첫 번째 달력을 받았다고 했다. 보통 달력이라고 하면 24 절기와 국가 공휴일 등이 표시가 되어 있을 텐데 이 달력은 너무나 특별한 달력이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생일이 표시된 달력. 거기에 그들의 꿈 하나하나, 일상 하나하나가 기입이 되어 있었다.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늘 다짐했지만 이 부분이 나를 무너지게 했다.

 

그렇게 꿈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저자는 꿈이 필요한 이유를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낼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심이 흔들릴 때 이것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단어라는 말이 꿈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그런 맥락에서 꿈을 축소시키는 말을 사람을 딱딱하게 만들고, 확장을 통해 좋은 꿈꾸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동생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회복지사를,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를, 장애인들을 위해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들을 통해 자신의 단어를 갖는 일이 곧 좋은 꿈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 공감이 되었다. 나 역시도 어렸을 때 우연한 계기로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서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 이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나온 전쟁범죄자의 이야기는 뭔가 혼란스럽게 했다. 포로를 감시하거나 구타하는 일을 했던 노구치 부대의 조선인들은 전쟁이 끝나자 전쟁범죄자로서 재판을 받게 된다. 조선인만 백마흔아홉 명이었다. 저자는 마지막 노구치 부대원이었던 이학래라는 사람을 만나 취재한다. 조선인 전쟁범죄자의 이야기가 뭔가 감정의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막상 마음으로는 그렇지 않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들었다. 거기에서도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잘못을 덮기 급급한 이들의 참담함을 느끼기도 했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와 별개로 내용만 놓고 본다면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책이었다. 남이 아닌 나의 어제와 비교하고자 하며, 다른 사람을 너무 닮으려고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되, 피해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저자의 인생관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 꿈을 포기하지 않을 용기도 생겼다. 메모로 시작된 이야기였지만 아무튼 인생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게 해 주었던 책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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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쉼* | 2022.04.25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아무튼 시리즈를 여러 권 읽어봤는데, 너무 흡족했다. 간략하면서도 한 주제를 깊이 있고 통찰력 있게 다루고 있어서 맘에 들었다. 작가의 일상과 가치관이 또렷이  보여지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다이어리와 가계부를 20년 이상 쓴 나름 메모 좀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정혜윤 작가는 CBS PD며 책도 여러 권 쓴 나름 경력작가다. 그래서 인지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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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시리즈를 여러 권 읽어봤는데, 너무 흡족했다.

간략하면서도 한 주제를 깊이 있고 통찰력 있게 다루고 있어서 맘에 들었다.

작가의 일상과 가치관이 또렷이  보여지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다이어리와 가계부를 20년 이상 쓴 나름 메모 좀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정혜윤 작가는 CBS PD며 책도 여러 권 쓴 나름 경력작가다.

그래서 인지 좋은 문잡 콜렉터 답게 머리를 띵 때리는 문장들이 많았다.

"두목, 당신이 밥을 먹고 무엇을 하는지 말해주십시오. 그럼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게요."[그리스인 조르바] 이 문장이 원인이었다. 이 문장은 나에겐 해방이었다. 나는 밥을 먹고 하는 일이 없었고 고로 아무도 아니었다.

"우리는 단어를 읽지만 그 단어를 살아낸다."

"어느 날 무심코 한 내 행동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믿는다. 이게 메모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우주 만화]에서 이탈로 칼비노가 말한 것처럼 자기 자신의 변화라는 최초의 진정한 변화가 있어야 다른 변화가 뒤따르기 시작한다.

"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이야말로 현대인에게 가장 부족하다. "

"위에서 오는 빛이 너무 강렬해서 우리는 어두워 질 수 없었다."

"아무도 너를 기억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너를 기억할게"[구덩이]

메모를 통해서 단어와 문장이 모이고 그 모인 문장들은 내가 되고 행동이 되고 미래가 된다.

작은 책자 속에 메모의 우주가 펼쳐져 있어서 여러 곳을 둘러 보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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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에*엔 | 2022.03.12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예스24 북클럽 구독하던 시절 표지만 보고 다운 받아서 읽어보던 책. 활자덕후에세 메모라니, 못참지! 밧뜨,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에게 치이는 덴샤안에서도 뭔가 이북리더기 밑줄을 치면서 읽었던거 같은데 사실 기억이 잘 나지않고, 결국은 다 읽지도 못한채 북클럽을 해지하고 말았다. 기록을 남기는 걸 좋아하면서도, 귀찮아하는 이 모순된 감정을 안고 사는 닝겐에게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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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북클럽 구독하던 시절 표지만 보고 다운 받아서 읽어보던 책.

활자덕후에세 메모라니, 못참지!

밧뜨,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에게 치이는 덴샤안에서도 뭔가 이북리더기 밑줄을 치면서 읽었던거 같은데 사실 기억이 잘 나지않고, 결국은 다 읽지도 못한채 북클럽을 해지하고 말았다. 기록을 남기는 걸 좋아하면서도, 귀찮아하는 이 모순된 감정을 안고 사는 닝겐에게 메모와 관련된 책들은 항상 숨겨두고 야금야금 아껴먹는 맛있는 간식같아. 그래서 다시 참을 수 없어진 마음에 종이책을 구입했다.

정말 생각보다 좋았고,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 마음껏 줄치며 읽었다.

 

#1

어느 날 정말로 '갑자기' 결심했다. 달라지기로. 뭔가를 하기로. 그만 초라하게 살기로. 제일 먼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떠버는 일을 그만뒀다. 누가 나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지 관찰하는 일도 그만뒀따. 남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일도 그만뒀다.

 

엄.. 딱 이구절을 읽었을 때, 본부장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었다.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은 성경에 나오지는 않지만 진리인듯 하다.

이 본부장 그냥 꼰대 수준이 아니다; 처음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들어오고 서류합격 후, 면접 보기전 헤트헌터가 미리 주의를 줬었다. 괴팍하기로 유유명한 분이니 조심하고 설사 뭐라 하더라도 신경쓰지 말라고. 그런데 내 생각이상으로 더욱 괴팍했던 사람. 면접보다 너무 당황해서 울뻔 ㅋㅋㅋ 그런데 지금까지 잘 피하다 입사 3개월만에 본인의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본인이 잘못하고 나에게 똥을 던지니 떨어지니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오더라. 그날 이 구절을 읽으며 책을 읽다가 위로를 받는 다는 말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이해했다. 더불어 예전 상사 한명이 떠올랐다. 이 사람은 괴팍보다 좀 악한 사람이었는데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의자를 집어 던지며, 발로 차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이었다. 당시 우리 팀이 참 무능했는데 어떤 안건 진행이 원활하게 안되니 그 층의 모든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과장들 들으라며 신입사원이었던 나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더라.

' 한번 실수는 용납 되지만 두 번째 실수는 죄야!!' (다행히도 의자는 걷어차지 않았다)

님아,, 죄의 정의가 뭔지 아시나요?

팀의 잘못을 모두의 앞에서 마치 내 죄인양 공개모욕을 당하는데 어찌나 수치스럽던지... 그런데 그 순간 마음에 '저 사람이 모두 앞에서 날 비난하는건 그의 선택이지만, 난 그 비난을 내 속으로 받아들이고 안받아 들이고는 내 선택이다. 당신의 썩은 소리와 의견을 거부한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그 순간 참 신기한 경험을 했다. 마음이 담담했다. 그 층의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 내가 온전히 나를 보호하고 사랑했던 순간이 있나 싶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이날의 해프닝 그리고 책의 한 줄에 내 마음의 탄력성이 바로 회복이 되었다. 상황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똑같은데 내가 어떻게 평가받을지에 마음이 매몰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다시 에너지를 돌려 집중할 수 있게 그 계기를 만들어 준 한 줄, 그 한줄만으로도 이 책은 품고 간다 ㅋㅋ

 

#2

사회가 힘이 셀수록 그저 흘러가는 대로, 되는 대로 가만히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 메모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셈이고 결과적으로 메모는 '자신감' 혹은 '자기존중'과도 관련이 있다. 스스로 멈추기 때문이다. 스스로 뭔가를 붙잡아 곁에 두기 때문이댜.

 

cannot agree more. 가만히 있다보면 사회가, 광고가, 다양한 매체가 주는 메세지에 내 마음이 흘러가고 아무런 저항감없이 그것들이 내 사고에 들어와 내 세계관을 형성하고 내 기호를 휘젓고 돌아다니는 것만큼 수동적인 것이 있을까. 멈추고 메모하고(=생각하고) 주도적으로 살자.

 

#3

세상만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마음의 중심에는 어두움이 있따. 자기 자신에 대해 자기만 아는 것들- 거의 이해하는 것이 없다는 것, 실수했다는 것, 후회스럽다는 것, 말만 앞선다는 것, 유치하다는 것, 속이 좁다는 것. 수시로 자기비하의 유혹에 빠진다는 거, 거의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고 사항받고 싶어 한다는 것, 칭찬에 중독되었다는 것, 중요해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 무조거 이기고 싶어 한다는 것, 돈을 심하게 밝힌다는 것, 남과 비교를 너무 많이 한다는 것, 비판을 감당 못한다는 것, 지나치게 방어적이라는 것,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한다는 것.

우리 안의 어두움이 다 나온다면 세상은 인류멸망의 아침처럼 어두워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슬퍼할 줄 아는 것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P46)

 

슬퍼할 줄 안다는 것은 양심이 살아있다는 것이고, 돌이길 수 있다는 것이며 회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4

그 토대는 자신이 택한 삶의 새로운 원칙과 새로운 '시선'으로 가득 찰수록 좋다 새로운 인간이 된다는 것은 매일매일의 '단련'의 결과다. (P47)

 

'모름지기 영혼은 향이 나야 한다. 모른지기 사람의 눈은 빛이 나야 한다.' (P58)

 

'사람이 딱딱해지면서 벌어지는 불길한 일은? 좋은 생각이 뚤고 들어갈 틈이 없어진다는 점이다'(P91)

 

단 하나의 생각만이 인류를 위하는 것인마냥 목숨을 걸지 않고, 각작의 세계를 인정하고 품을 수 있는 유연한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본질은 타협하지 않고 무릎꿇어야 할 자리에선 얼마든지 경외를 표할 수 있는 온유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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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무튼, 메모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2점 s******3 | 2022.02.0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정혜윤 님이 쓰신 아무튼, 메모를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메모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나 방향성에 관해 쓴 글인 것 같습니다. 나는 업무에서의 메모를 생각했지만, 인생에서의 메모였습니다. 메모는 일기와 같고 내가 생각하는 가치있는 글의 모음이라고 하는 작가님의 생각이 와닿았습니다. 앞으로 메모 혹은 일기를 매일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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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님이 쓰신 아무튼, 메모를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메모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나 방향성에 관해 쓴 글인 것 같습니다. 나는 업무에서의 메모를 생각했지만, 인생에서의 메모였습니다. 메모는 일기와 같고 내가 생각하는 가치있는 글의 모음이라고 하는 작가님의 생각이 와닿았습니다. 앞으로 메모 혹은 일기를 매일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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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무튼 메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g******6 | 2021.12.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글이여서 그런지 읽기에 용이했고 일상생활에서 나름대로 메모를 잘하고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아무튼 시리즈가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을 시작으로 다양하게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짧은 분량으로 쉽게 읽히면서 도움이 많이 되어서 추천 드립니다! 메모 하는 습관을 길러서 조금 더 정신차리고 살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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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글이여서 그런지 읽기에 용이했고 일상생활에서 나름대로 메모를 잘하고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아무튼 시리즈가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을 시작으로 다양하게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짧은 분량으로 쉽게 읽히면서 도움이 많이 되어서 추천 드립니다! 메모 하는 습관을 길러서 조금 더 정신차리고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사회에서 무엇이 중요한 지는 알고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책이 주는 교훈은 정말 무궁무진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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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는 'ㅁ(네모)'이다 - [아무튼, 메모]를 읽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흙******에 | 2021.10.31 | 추천15 | 댓글8 리뷰제목
메모는 'ㅁ(네모)'이다 <아무튼, 메모>를 읽고       "메모 남겨 드릴까요?" 같은 사무실에 동료가 자리를 비웠을 때 그를 찾는 전화가 걸려오면 으레 하는 말이다. 전화를 받는 사람에게는 해야 할 일이, 전화를 건 사람에게는 중요한 일이 메모지에 남겨진다. 그렇다. 메모는 '일'이다. 일하는 직장생활자로서 날마다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어떤 날은&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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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는 'ㅁ(네모)'이다

<아무튼, 메모>를 읽고

 

 

  "메모 남겨 드릴까요?" 같은 사무실에 동료가 자리를 비웠을 때 그를 찾는 전화가 걸려오면 으레 하는 말이다. 전화를 받는 사람에게는 해야 할 일이, 전화를 건 사람에게는 중요한 일이 메모지에 남겨진다. 그렇다. 메모는 '일'이다. 일하는 직장생활자로서 날마다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어떤 날은 카톡 메신저 혹은 예스블로그를 가장 먼저 열 때도 있지만) 메모장부터 연다. 퇴근 전까지 수시로 업무 관련 내용을 일지처럼 기록하기 위해서다. 아주 가끔 메모들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살고, 아니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단어를 읽지만 그 단어를 살아낸다."

-보르헤스 

 

  "아주 좋은 생각(이야기)이에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이 휘발되지 않도록 어딘가에 단단히 붙들어 매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야기에 홀려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 메모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아무튼, 메모>를 쓴 정혜윤 피디는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풍경이 아름다우면 카메라를 꺼내는데 자신은 이미 풍경 속으로 들어가 있기에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마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히말라야에서 찾아낸 전설의 사진 작가가 눈표범을 보고도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고 오롯이 그 순간 속에 머물렀던 것처럼 말이다.

 

"아침볕이 흐릿하게 사라질 때 해변을 걸으며 상상하는 것이 진실"

-휘트먼

 

  저자 역시 좋은 이야기를 마주할 때면 어디든 메모해둘걸 하는 후회를 한다. 곧이어 상실의 고통이 시작되지만 그는 싫어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즐기며 자신의 하루를 심문한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어디가 어떻게 왜 좋았는지를 복기하면서 마침내 이야기와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예전에 스스로를 문장 수집가로 부르며 자기만의 인생을 담아놓을 가치가 있는 문장들만을 쫓았던 그가 현재는 듣는 자이자 이야기 채집가로 살면서 최고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전달하기 위해 메모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메모는 관능적인 일이기도 하다. 내 몸에 좋은 이야기를 붙이고 그 이야기에 몸과 마음이 섞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메모는 좋은 쪽과 한편이 되어 치르는 모험 이야기이기도 하고, 하나씩 하나씩 답을 찾고 그 작은 답을 모아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만들려는 사랑스러운 흔적이기도 하다. 메모는 자기 생각을 가진 채 좋은 것에 계속 영향을 받으려는 삶을 향한 적극적인 노력이다.

(63~64쪽, 「메모는 나를 속인 적이 없다」中)

 

  그에게 메모는 '알'이다. 그 알 속에는 가장 좋은 삶으로 부화될 재료와 준비가 차곡차곡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메모는 '꿈'이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꿈, 누구도 혼자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 꿈에 관한 메모를 수없이 쓰고 지우며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한다. 메모는 나 그리고 우리 모두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각자가 소중히 여기고 싶어하는 가치를 품고 있다고 믿는 저자의 신념은 『새벽 네 시의 궁전』, 『남겨진 이들의 선물』, 『조선인 전범-75년 동안의 고독』 등 여러 편의 라디오 다큐멘터리에서 우리 사회를 향한 고요한 외침이 되어 청취자들에게 울림을 전해준다. 책의 후반부에 '나의 메모'들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직 노래하지 않은 작은 단어들"

-네루다

 

  에필로그에서 앞으로 삶에서 길을 잃으면 메모장을 펼쳐보겠다고 저자는 말한다. 헨젤과 그레텔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뿌렸던 조약돌과도 같은 메모가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일러주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메모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인다. 말 그대로 메모는 '길'이자 '삶'인 것이다. 책을, 아니 메모장을 덮으려는데 문득 오래 전 읽었던, '메모' 하면 퍼뜩 떠오르는 수필 한 편이 생각났다. 어쩌면 <아무튼, 메모>가 메모광의 계보를 잇는 메모주의자의 '메모예찬' 시리즈의 최신작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아직 끝나지 않은 메모에 관한 다음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내 메모는 내 물심 양면(物心兩面)의 전진하는 발자취며, 소멸해 가는 전 생애의 설계도(設計圖)이다. 여기엔 기록되지 않는 어구(語句)의 종류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광범위한 것이니, 말하자면 내 메모는 나를 위주로 한 보잘 것 없는 인생 생활의 축도(縮圖)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하윤作(1958년), 『메모광』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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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싱* | 2021.10.24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나 자신만을 위해서는 울지 않는다.  - 카뮈    <아무튼, 메모>는 놓쳤던 손을 극적으로 다시 잡는 감격을 주었다. 한때 정혜윤 피디의 책과 강연을 찾아 다녔던 시기가 있었다. 기린을 닮은 “이야기 채집가”는 자신의 삶의 미궁과 의문을 고개를 쑥 빼고 세상의 이야기들을 거둬들이며 푼다.    전에 도서관에서 빽빽이 밑줄 그어진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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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만을 위해서는 울지 않는다.  - 카뮈

 

 <아무튼, 메모는 놓쳤던 손을 극적으로 다시 잡는 감격을 주었다. 한때 정혜윤 피디의 책과 강연을 찾아 다녔던 시기가 있었다. 기린을 닮은 이야기 채집가는 자신의 삶의 미궁과 의문을 고개를 쑥 빼고 세상의 이야기들을 거둬들이며 푼다.

 

 전에 도서관에서 빽빽이 밑줄 그어진 아무튼, 메모를 마주친 적이 있다. 정 피디의 말이나 글이 지닌 강렬한 첫인상은 아무래도 무수한 인용들에서 나온다. 어떻게 저렇게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기억하나 싶어 혀를 내두르게 된다. 특정 상황에 착 달라붙는 문학작품뿐 아니라 관련된 누군가의 이야기도 하이퍼텍스트처럼 다채롭게 제시한다.

 

 <메모를 읽다가 주제의 맥을 놓치나 싶은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정리해보자면, 저자에게는 노트에 명문장(:마술적 주문)을 옮겨 적고 주석을 붙이며 사유하는 버릇이 있었다.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을 눈에 띄는 말이나 글을 통해 해독하고 다독이며, 끈질기게 대화하는 노트광이었던 시절이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곱씹으며 머릿속에 저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연스럽게 잘 들리는 말이 있고 흘려듣는 말이 구분되었다.

 

 알다시피 그는 다큐 영상물을 기획하고 취재하는 베테랑 피디이다. 그러려면 사전 메모와 수정이 필수적이다. 메모에 관한 지론이 뻔해지려는 찰나, 저자는 비밀카드를 꺼내든다. 상단에 인용한 카뮈의 말이 나 자신만을 위해서는 메모하지 않는다로 변주되는 놀라운 순간이 온다. 일개 ‘를 위한 메모가 아닌 타인을 살리는 기록이자 역사적 증언이자 고유한 목소리내기로 넘어가버린다. 그는 생명이 숨탄 것들이 내는 소리를 가슴 아린 일로부터 만들어낸 경이로운 이야기”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 “지옥 같은 세상에서 지옥 같지 않은 이야기로 키워낸다.

 

 그가 읽기와 쓰기를 매일 매일의 육체적 정신적 단련으로 여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메모에는 작성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드러나고, 일단 쓴 이후에는 그쪽으로 맞춰가는 걸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메모를 하다보면 내게 좋은 영향을 드리우는 말(최상은 시)로 바꿔보기가 가능해지고, 어느 정도 삶이 질서를 되찾게 된다. 공허하지도 소외되지 않은 채 살아갈 힘이 파생하고,이 세계의 일부라는 소속감과 위안과 도덕심이 뭉쳐진다.

 

 내 생각을 잘 알아야 들리는 말이 있고, 유독 깊게 다가오는 말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팽창하는 자력이 생긴다. 좋은 문장을 받아든 손은 그 자체로 빛이 되어 어쩔 수 없는 어두움조차 밀어낸다. 쓰며 달라지는 변화 속에, 나만이 할 수 있고 반드시 해내고 싶은 꿈과 미래가 분명해진다. 그렇게 확장되며 연계되는 삶은 나의 오늘과 가치의 기반을 견고히 한다.

 

 내가 어떻게든 움직이며 세상을 향한 희망과 빛을 놓지 않을 때 비로소 내 안의 터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외부가 시끄럽고 정신없게 떠들어대는 돈과 건물과 성공의 잣대로 내 인생을 짓밟을 필요는 없다. 저자의 말대로, 모든 것은 유한하다는 데 안도하며 조금 더 밝아지는 쪽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자연이 바꿔놓은 사람 자연의 작품이 되고 싶었다. 더 있는 그대로 감탄하고, 더 소박하게 원하고, 더 섬세하게 염려하고, 더 감사하면서 기쁨을 누리고, 평범하고 흔한 것을 경이롭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으로(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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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정혜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미**빈 | 2021.08.14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나는 메모를 하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야기가 더 듣고 싶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홀려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풍경이 아름다우면 카메라를 꺼내는데 나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이미 풍경 속으로 들어가 있다. 하지만 몇 초가 흐르면 나는 그 좋은 이야기도 잊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초인적으로 노력한다.'   나도 그랬다. 듣는 것에 집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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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모를 하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야기가 더 듣고 싶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홀려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풍경이 아름다우면 카메라를 꺼내는데 나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이미 풍경 속으로 들어가 있다. 하지만 몇 초가 흐르면 나는 그 좋은 이야기도 잊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초인적으로 노력한다.'

 

나도 그랬다. 듣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적는 것을 놓치기 일쑤였다. 학창시절에도 그래서 원치않던 손해를 보는 일도 있었다. 언제였던가 수업시간에 들어와 칠판을 가득채우도록 썼다가 지우고 다시 채우고를 몇번을 하고는 몇마디 없이 나가시던 선생님과 교수님 생각이 난다. 물론 그런 과목들 성적은(도) 바닥이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그래도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다. 여전히 부족하긴 하지만. 메모를 통한 자료수집과 더불어 스마트 워크를 한답시고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에버노트와 원노트 최근에는 노션 덕분에 간혹 칭찬아닌 칭찬을 받을 때면 살짝 부끄럽기까지 했다. 맘먹고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 

 

메모의 가치는 나중에 찾아볼때 있는 것이 아니라 적는 그 순간에 있다. 외부의 자극을 머리속에서 정리해 손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문자화하는 과정 속에 가치가 숨어있는 것이다. 필요할때 찾아보는건 부록인 것이다. 사실 그 필요할때라는게 거의 오지도 않을 뿐더러 대부분의 경우 그럴때도 그때 적은 메모보다는 그런게 있었다는 기억을 바탕으로 다시 찾아보는 것이 더욱 양질의 정보를 발견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간혹 우연하게 지난 메모를 뒤적이다가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이 책은 메모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기 보다는 메모를 소재로한 저자의 에세이이자 그 자체로 메모에 가까워보인다. 저자는 CBS라디오 PD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라디오 나래이션 처럼 술술 잘 읽혔던, 분량도 많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직전에 읽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의 사르트르을 말이 떠오르던 문장을 옮겨본다.

 

오늘의 헛수고

오늘도 나는 다른 사람을 닮으려고 너무 노력했다.

오늘도 나는 다른 사람 마음에 들려고 너무 노력했다.

오늘도 나는 나의 그림자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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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리뷰 (8건)

[eBook] 아무튼, 메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S*********r | 2022.06.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그 동네에 있는 책방을 둘러보곤 한다. 이유야 없지만 그 곳에 동네에서 가장 조용하고 한적하며, 가장 잔잔하게 동네를 즐기는 이들이 모여드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또 굳이 이유를 따진다면, 그 공간이 여행에서 느낀바를 가장 잘 정리하고 메모 하고 올 수 있는 공간이라서다,    어쨋든 여러 이유로 책방을 둘러보던 중에 동네 책방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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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그 동네에 있는 책방을 둘러보곤 한다. 이유야 없지만 그 곳에 동네에서 가장 조용하고 한적하며, 가장 잔잔하게 동네를 즐기는 이들이 모여드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또 굳이 이유를 따진다면, 그 공간이 여행에서 느낀바를 가장 잘 정리하고 메모 하고 올 수 있는 공간이라서다, 

 

어쨋든 여러 이유로 책방을 둘러보던 중에 동네 책방 한켠에 있는 아무튼, OO 시리즈들을 접했고 살짝 훑어 보면서, 이렇게 하나의 주제를 작가의 생각으로 녹여내는 것도 재미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던 중에 E북으로 접하게 된, 아무튼 메모는 이 시리즈가 어떤 시리즈 였나, 하는 것을 떠올리게끔 한다. 메모와 메모에 대한 이점들을 담되, 그 이점을 자신의 메모들과 메모를 시작한 이유를 근거로 올려둔다. 그런데, 사실 읽다가 보면 '이게 메모랑 무슨 상관이 있지?' 싶다가 단락의 끝에 가면 아 메모로 살려둔 기억을 책에 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책은 메모를 가르치지 않는다, 요구 하지도 않는다. 다만 책은 메모를 할 때 가질 수 있는 몇가지 이점과, 메모를 통해서 상실되지 않는 기억과 과거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책은 메모를 잘하기 위해서 읽는 책이라기보다 메모하는 사람이 어떻게 시간을 보존하는가를 보는데 더 큰 도움을 주는 책이 아닐까, 

 

책에 나왔던 몇 구절을 '그대로' 담아놓고, 글을 갈무리 하겠다. :) 

비록 내가 쓴 글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일기도 메모로서 분명히 장점이 있다. 자기 자신을 보게 만든다.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야말로 도덕적인 것의 출발이다. - < 아무튼, 메모, 정혜윤 지음 > 중에서

인간은 걱정, 희망, 욕망, 이 셋 중 하나에는 꼭 사로잡힌다.  인간은 자신감과 두려움, 이 둘 사이를 왕복운동 한다. - < 아무튼, 메모, 정혜윤 지음 > 중에서

메모는 좋은 쪽과 한편이 되어 치르는 모험 이야기이기도 하고, 하나씩 하나씩 답을 찾고 그 작은 답을 모아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만들려는 사랑스러운 흔적이기도 하다. 메모는 자기 생각을 가진 채 좋은 것에 계속 영향을 받으려는 삶을 향한 적극적인 노력이다. - < 아무튼, 메모, 정혜윤 지음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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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무튼, 메모 리뷰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호*이 | 2021.03.0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아무튼, 메모 : 이것을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리뷰 아무튼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으로 내가 구매한 4번째 아무튼 시리즈 이다. 평소에 메모를 잘 하진 않지만 메모의 중요성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 책을 골랐는데... 내가 생각한 '메모'는 약간 가벼운 듯한?느낌이였는데 이 에세이는 좀 철학적이고 무거운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에세이 치곤 읽는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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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 이것을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리뷰

아무튼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으로 내가 구매한 4번째 아무튼 시리즈 이다. 평소에 메모를 잘 하진 않지만 메모의 중요성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 책을 골랐는데... 내가 생각한 '메모'는 약간 가벼운 듯한?느낌이였는데 이 에세이는 좀 철학적이고 무거운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에세이 치곤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린....? 아직 내 독서 수준이 여기까진 아닌가보다. 시간되면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지.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책들에는 늘 영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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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아무튼, 메모-정혜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돼**스 | 2020.08.08 | 추천2 | 댓글2 리뷰제목
일단 『아무튼, 메모』에서 기억할 만한 문장을 적어본다. 네 마음 내 마음 같은 글이었으므로.어느 날 정말로 '갑자기' 결심했다. 달라지기로. 뭔가를 하기로. 그만 초라하게 살기로. 제일 먼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떠보는 일을 그만뒀다. 누가 나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지 관찰하는 일도 그만뒀다. 누군가 나를 좋게 생각한다고 "넌 내게 딱 걸렸어!" 기뻐하는 일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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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무튼, 메모』에서 기억할 만한 문장을 적어본다. 네 마음 내 마음 같은 글이었으므로.


어느 날 정말로 '갑자기' 결심했다. 달라지기로. 뭔가를 하기로. 그만 초라하게 살기로. 제일 먼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떠보는 일을 그만뒀다. 누가 나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지 관찰하는 일도 그만뒀다. 누군가 나를 좋게 생각한다고 "넌 내게 딱 걸렸어!" 기뻐하는 일도, 나쁘게 생각한다고 앙심 품는 일도 그만뒀다. 남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일도 그만뒀다. 삶이 간결해져서 좋았다. 그 대신 앞으론 뭘 할까만 생각했다.


세상만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마음의 중심에는 어두움이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자기만 아는 것들-거의 이해하는 것이 없다는 것, 실수했다는 것, 후회스럽다는 것, 말만 앞선다는 것, 유치하다는 것, 속이 좁다는 것. 수시로 자기 비하의 유혹에 빠진다는 것, 거의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는 것, 칭찬에 중독되었다는 것, 중요해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 무조건 이기고 싶어 한다는 것, 돈을 심하게 밝힌다는 것, 남과 비교를 너무 많이 한다는 것, 비판을 감당 못한다는 것, 지나치게 방어적이라는 것,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한다는 것


한 번 읽은 뒤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말이 있다 보르헤스의 말이다. "우리 인생에는 약간의 좋은 일과 많은 나쁜 일이 생긴다 좋은 일은 그냥 그 자체로 놔둬라. 그리고 나쁜 일은…." 여기서 잠깐 멈추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대체 나쁜 일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쁜 일은 바꿔라. 더 나은 것으로. 이를테면 시 같은 것으로." 이 말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평생 하는 일일 것이다.

(정혜윤, 『아무튼, 메모』中에서)


공책을 사서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연필과 샤프, 볼펜까지. 그걸 사면 대단한 글을 써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언갈 쓸 수 있겠다는 활력을 돈으로 사는 기분이 들었다. 첫 장에는 이름과 연락처를 쓴다.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잃어 버려도 그걸 보고 누군가 찾아주지 않을까 하고. 그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이름과 연락처를 쓴다.


꼼꼼한 사람이 아니고 꼼꼼한 척할 뿐이라서 끝까지 공책을 채우진 못한다. 쓰려는 자가 아닌 쓰는 자가 작가라고 하던데. 나는 매일 쓰려고만 하는 한심한 사람이 될 뿐. 정혜윤의 『아무튼, 메모』의 첫 시작을 읽고 가슴이 두근대서 곧장 잠으로 빠져 버렸다. 이야기의 내용이 꿈에 나왔다. 오랫동안 동경하던 성악가의 공연을 본 아이의 심정을 감히 상상할 수 없어 꿈까지 꾼 것일까.


꿈을 꾸고 메모를 해 놨으면 구체적인 내용을 여기에 썼을 텐데. 그냥 공연을 본 아이가 웃었다는 내용만 기억이 난다. 정혜윤의 안타까움처럼 '메모해둘걸' 하는 마음. 『아무튼, 메모』는 많은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그 책을 읽고 기억나는 문장을 적어놓지 않았더라면 쓸 수 없는 책이다.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나대는 작가의 작품들. 카프카, 보르헤스, 리처드 플래너건, 호치노 미시오, 이탈로 칼비노의 글과 정혜윤 자신의 기억과 메모.


책을 읽는 건 열심히 한다. 책의 밑줄을 긋고 문장을 옮기는 일까지는 아직. 어쩌면 나는 책을 읽는 시간과 문장에서 파생되는 과거의 기억과 부끄러움을 즐기고 있는 것일지도. 꿈의 포기가 아닌 꿈의 추구를 『아무튼, 메모』는 말한다. 꿈을 포기하는 건 쉽고 유혹적이다. 이런 현실에서 꿈의 추구가 가능해?라고 물어온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꿈을 말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죽은 자들의 언어를 빌려 응원한다.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를 좋아하고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삶을 살아내기. 존재하기가 아닌 살아가기로. 나쁜 일은 시 같은 것으로 바꾸며. 아무튼, 쓰는 시간 안에서. 공책을 펼쳐 꿈을 그리는 순간을 즐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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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메모, 기록 꼭 해야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s*******g | 2020.08.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책이 얇고, 글이 짧은데도 마음에 새기고 메모해 두고 싶은 이야기들이 한가득이었다. 독서나 생각노트를 따로 만들고 싶은 욕구 상승. 일단 자극 많이 받았다. -나의 내일은 오늘 내가 무엇을 읽고 기억하려 했느냐에 달려 있다.-당시 노트에 쓴 것들이 무의식에라도 남아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어느날 무심코 내 행동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믿는다. 이게 메모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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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얇고, 글이 짧은데도 마음에 새기고 메모해 두고 싶은 이야기들이 한가득이었다. 독서나 생각노트를 따로 만들고 싶은 욕구 상승. 일단 자극 많이 받았다. 

-나의 내일은 오늘 내가 무엇을 읽고 기억하려 했느냐에 달려 있다.

-당시 노트에 쓴 것들이 무의식에라도 남아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어느날 무심코 내 행동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믿는다. 이게 메모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일 지도 모른다. 무심코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좋은 것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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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무튼, 메모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h****a | 2020.07.1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아무튼, 메모 - 정혜윤 3.5 / 5.0아무튼 시리즈를 훑어보던 중에 제목만 보고 고른 책입니다. 저도 굉장히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 책을 보고 제가 메모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보게 되었어요. 책 중간중간 작가님이 메모하신 내용을 직접 만나볼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우리는 단어를 읽지만 그 단어를 살아낸다”는 보르헤스의 말은 메모주의자들이라면 모두 공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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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 정혜윤 3.5 / 5.0


아무튼 시리즈를 훑어보던 중에 제목만 보고 고른 책입니다. 저도 굉장히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 책을 보고 제가 메모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보게 되었어요. 책 중간중간 작가님이 메모하신 내용을 직접 만나볼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우리는 단어를 읽지만 그 단어를 살아낸다”는 보르헤스의 말은 메모주의자들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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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무튼!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l******5 | 2020.05.0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정혜윤 작가님의 글을 좋아했고 강연도 따라다닐 만큼 팬이었다. 굉장히 특이하고 마이너하면서도 정의롭다고 해야 하나? 무튼 첫인성은 그랬다. 그런 그녀를 만들어준 것이 책과 메모라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기에. 아무튼 메모하고 볼 일이다! 앞으로도 쭉 매모하고 글을 쓸 이유가 생겼다. 불면의 밤을 함께해준 이 책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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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작가님의 글을 좋아했고 강연도 따라다닐 만큼 팬이었다. 굉장히 특이하고 마이너하면서도 정의롭다고 해야 하나? 무튼 첫인성은 그랬다. 그런 그녀를 만들어준 것이 책과 메모라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기에. 아무튼 메모하고 볼 일이다! 앞으로도 쭉 매모하고 글을 쓸 이유가 생겼다. 불면의 밤을 함께해준 이 책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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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eBook] 아무튼, 메모 내용 평점2점   편집/디자인 평점2점 YES마니아 : 로얄 y***4 | 2020.04.20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eBook] 아무튼, 메모정혜윤 저위고 | 2020년 03월여태까지 읽었던 아무튼 시리즈 중에 가장 아무 말.이 책에 대한 감상이 딱 그렇다.진짜... 메모라는 주제에 대한 온갖 의식의 흐름, 아무 말을 옮겨놓은 글(책이 아니다)인데, 이 모든 것에 대한 감상을 한마디로 하자면 '이걸 남의 블로그도 아니고 책으로 돈주고 사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정도다.정말로... 남의 의식의 흐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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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무튼, 메모
정혜윤 저
위고 | 2020년 03월

여태까지 읽었던 아무튼 시리즈 중에 가장 아무 말.

이 책에 대한 감상이 딱 그렇다.

진짜... 메모라는 주제에 대한 온갖 의식의 흐름, 아무 말을 옮겨놓은 글(책이 아니다)인데, 이 모든 것에 대한 감상을 한마디로 하자면 '이걸 남의 블로그도 아니고 책으로 돈주고 사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정도다.

정말로... 남의 의식의 흐름을 돈 주고 읽는 취미가 있으면 모를까, 그런 취미가 없는 나는 글(책이라고 부르기 싫다)을 읽는 내내 당혹스러웠다.


생각해보니 아무튼 시리즈 중에 위고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다 별로였던 것 같기도 하고.

맞아, 이 책을 읽다보니 왜 위고 출판사에서 나온 아무튼 시리즈가 다 별로였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편집을 안하고 쌩으로 내는 것 같아서..

편집자의 손을 거친 책은 대체로 '너가'라는 비문을 '네가'로 정정해주는 최소한의 교정은 할텐데, 이 책은 그런 것 없다. '...'을 '…….'으로 교정하는 최소한의 성의? 그런 것도 없다. 그냥 저자가 쓴 원고 파일 쓱 훑어보고 빨간줄 없는가만 확인하고 출간한 것 같다.

그래서 내용도 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으, 진짜 별로였음. 웬만해서 책 리뷰 열심히 잘 안쓰는데 이 책은 읽는 내내 벙쪄서 어떻게든 이 기분을 리뷰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튼, 메모가 아니라 아무 말, 메모 정도가 맞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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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무튼, 메모 리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심*****임 | 2020.03.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아무튼, 메모 리뷰 - 나는 나를 자기연민에 빠지게 했던 비애. 그것의 정체를 깨달았다나의 비애는 아무것도 안 하고 나를 아주 괜찮은 사람으로 남들이 알아봐주길 원했다는 것이다나의 비애는 스스로 인정하고 존중할 만한 그 어떤 일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이었다이 초라함이 비애의 정체였다. 나는 너무 후져 - 모두들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나는 내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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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리뷰

 

- 나는 나를 자기연민에 빠지게 했던 비애. 그것의 정체를 깨달았다

나의 비애는

아무것도 안 하고 나를 아주 괜찮은 사람으로 남들이 알아봐주길 원했다는 것이다

나의 비애는

스스로 인정하고 존중할 만한 그 어떤 일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이 초라함이 비애의 정체였다. 나는 너무 후져 -

 

모두들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나는 내가 자기연민에 빠진 순간을 때때로 즐긴다

나는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닌데도 그 순간을 즐기므로서 가련한 여주인공인척을 하는것이다.

나는 결심을 해야하고 실행을 해야만 한다

내가 인정하고 내가 자랑스러워할만한 그 어떤것 무언가를 남의도움없이 스스로 성취를 해내야만 한다

 

 

- 제일 먼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떠보는 일을 그만뒀다

누가 나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지 관찰하는 일도 그만뒀다

누군가 나를 좋게 생각한다고 기뻐하는 일도

나쁘게 생각한다고 앙심 품는 일도 그만뒀다

그 대신 앞으로 뭘 할까만 생각했다

나는 더이상 무의미하게 살고 싶지 않다 -

 

사실 남들의 평가와 판단에서 벗어나는 것은 나의 유년을 생각해보았을 때

구할이상의 확률로 불가능한 일이라 할수있다

하지만 나는 섣불리 남들을 평가하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장점이며 강점이다

다만 내가 행하는 일이 나에게 해당되는 일이 되는 것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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