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글방을 운영하며 생기는 어피소드와 글쓰기에 대한 어딘님의 생각을 있는 책
이슬아님은 어딘님을 넘어야할 산이자 돌아오고 싶은 언덕이라고 표현하셨고 이길보라님은 어딘님이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에 질문을 던지는 법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려면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의 희망이 될수 있어야 합니다
이슬아, 양다솔, 이길보라, 이다울, 하미나 등을 배출한 글방이 있다니. 대체 이들 모두를 길러낸 스승은 누구이고 특별한 교수법이 있는지 궁금해 읽게 된 책이다. 읽어보니 저자인 어딘글방의 스승 어딘의 책이지만, 어딘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어딘글방과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어딘글방의 시작은 대안학교인 '하자센터'에 '창의적 글쓰기' 수업이었다. 이 수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수업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모여서 함께 글을 쓰고 합평을 하고 토론을 했다.
대체 어떤 식으로 수업을 하기에 TV나 영화, 게임 등 재미있는 것이 널려있는 시대에, 혈기왕성한 십 대 청소년들과 이십 대 청년들이 글을 쓴다고 매주 모였을까. 저자가 묘사한 글방의 풍경을 상상하니 과연 재미있어 보인다. 저자가 주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일주일 동안 한 편의 글을 완성해 가져온다. 이 때의 주제는 일상적인 것부터 성적 취향처럼 남들에게 밝히기 힘든 것까지 다양하다. 한 사람씩 글을 읽으면 다른 사람들은 최대한 솔직하고 정확하게 피드백을 해준다. 이때 좋은 피드백을 받으려면 열심히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재미없다는 말을 안 듣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독자를 웃기고 울리는 글을 쓰는 훈련을, 그들은 이때부터 해온 것이다.
제자들이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작가였고 자신은 마중물을 부었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제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글방에 오기 전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런 그들이 보기에도 어딘은 글을 너무나 잘 쓰는 작가이고, 배울 것이 많은 스승이고, 닮고 싶은 어른이었다. 스승 어딘이 안내하는 대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제자들은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 이상의 역사와 사회, 철학과 사상, 예술과 문학을 학습했다. 이런 가르침과 이런 배움이 가능한 장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있었다니 놀랍고, 학생들이 부럽다.
저자에게 배운 제자들이 차례로 작가 데뷔를 하고 글방을 차렸다는 사실도 신기하다. 글방도 천편일률적인 형태가 아니라 각자의 성격이나 취향에 맞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아마도 저자에게 글쓰기를 배우면서 알게 된 자신의 특장점과 한계 등을 반영한 선택이 아닐까. 진정한 자기 자신을 알게 된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글쓰기는 여전히 가치 있고 충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갓 나온 글이
나누어지는 곳.
글방은 날 것 그대로가
받아들여지는 공간이다.
글을 통해 우리의 존재가 드러나며
열렬한 공감은 우리를 성숙시킨다.
날카롭고 정직한 평가는
우리의 글이 더욱 섬세하게 다듬어지게 한다.
90년대생 젊은 작가들의 글쓰기가 시작된 곳.
이 책은 그 공간과 스승에 관한 이야기다.
이 글방을 통과한 작가들의 공통점은
자신들만의 언어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는 것.
양다솔, 이길보라, 이다울, 이슬아, 하미나..
이들은 '어딘글방'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함께 울고 웃으며 써 내려가는 글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이 교차되고 어우러진다.
이 글방의 스승인 '어딘'은
중요한 글쓰기의 요소와 태도들을 자연스레 나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따뜻한 시선으로
아름다운 글이 탄생하고 영글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쓰고 싶고, 써야만 하는 분들에게
이런 글방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
이슬아의 글을 읽다가 어딘을 알게 됐다. 어딘 글방에서 글을 쓰며 수련을 했다는 이슬아. 매일 한 편의 글을 쓰는 부지런함이 그를 작가로 만들었다. 글을 써본 자는 안다. 첫 문장을 쓰기까지의 숱한 망설임. 쓰면서도 이게 글이 될까 나까지도 의심하게 되는 나날들. 기껏 써 놓고도 부끄러워서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하고 내 문서 폴더 안에 잠자고 있는 글, 글들. 작가가 될 거예요 선언조차 힘이 들어 마음속으로만 간절히 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문청의 옆모습.
김현아가 이끄는 어딘 글방에서는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르는가 보다. 현실의 이름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매주 한 편의 글을 써서 다정한 혹은 혹독한 이야기를 나누는 어딘 글방. 그곳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룬 『활활발발』은 90년 대생들의 글쓰기 스승이 쓴 글답게 쉽고 아름다웠다. 왜 글을 쓰는가. 묻는다면 명확하고 확실한 답을 할 수 있을까. 글쎄요. 어쩌다 그렇게 됐네요 식의 하나 마나 한 대답을 하다가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어딘 글방에 찾아와 글을 쓰고 함께 어울려 밥을 먹는 그들은 글을 쓰게 된 이유를 글을 쓰면서 설명한다. 외국 학교를 다니면서 받은 차별, 가난했던 어린 시절, 학교에서 당한 왕따, 성소수자로서의 시간, 우울증에 빠져 지낸 나날. 처음에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글방의 친구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무람없이 자신의 어려움, 고통, 가난, 두려움을 쓴다. 글쓰기의 이론은 모르겠고 좋은 글의 기준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함은 양날의 검이다. 솔직해서 좋고 싫다. 이 글은 솔직하다고 평가할 때 과연 그 글은 솔직한 걸까. 어디까지 드러내고 감춰야 할까. 매번 실패한 글쓰기를 하는 이유다. 작정하고 솔직하게 쓴다고 할 때 검열관은 나 자신이다. 『활활발발』 안에서 펼쳐지는 글쓰기는 솔직함의 끝판왕이다. 어딘 글방에 모인 그들은 솔직해지기 위한 사명감으로 찾아온 이들 같다. 말로는 할 수 없는 개인사를 고르고 고른 단어와 문장으로 풀어낸다. 어딘은 그들이 써온 글을 읽고 중요한 말을 해준다. 앞으로 글을 계속 쓸 수 있도록 위한.
『활활발발』을 읽는 동안 마음이 뜨거워져 혼났다. 누군가 알아주기는커녕 나조차도 미심쩍어서 그만 둘까 생각하는 글쓰기를 누군가는 이토록 열렬하게 계속하는 모습들 때문에. 의심하며 쓰는 글은 자신을 위로하고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존버는 승리한다를 어딘 글방에서는 몸소 보여준다. 쭈뼛쭈뼛 쓴 글은 혹평과 응원이 모여 책이 되었다. 작가 지망생은 작가가 된다. 어딘 글방에서 글을 쓰던 이들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새로운 글방을 연다. 어딘 글방에서 받았던 위로를 나눠주는 일을 한다.
책 뒤편에는 어딘 글방의 글방러들의 글이 실려 있다. 모든 글이 좋았지만 유독 조개의 글 때문에 심장이 다시 뜨거워졌다.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 주수원 정신과에서 나눈 이야기, 작가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의 혼란, 그러거나 말거나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사는 것의 기쁨. 금요일 저녁, 괜찮아졌던 마음은 불시에 어두워졌다. 원하지 않았는데도 오늘 일어난 일을 복기하면 나 자신을 훼손하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에 밀려오는 열패감을 미리 떠올리기도 하면서.
잡일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주수원 샘의 말을 기억해야겠다. 영어로 잡은 직업이니까. 잡일을 직업의 일로 바꿔 생각하면서 그 일을 하는 나는 직업인이다 의식해야지. 나이 많고 경력 없는데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간혹 연락이 왔던 건 A4 종이 한 장을 가득 채운 자기소개서 덕분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글을 쓸 수 있도록 그냥 쓴다. 쓸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쓰기 위하여. 어딘 글방이 지척에서 열린다고 해도 나는 가지 않겠지. 대신 그곳에서 연마하며 쓴 글이 책으로 나오면 읽는 사람은 되겠지.
작가가 되겠다 하던 마음은 엷어지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 글을 읽고 그 글에 대하여 쓴다. 좋았어. 그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