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자의 일기(엘리 그리피스 글, 박현주 옮김, 나무옆의자 펴냄)’를 다 읽고 나니, 작가가 이같은 구성을 선택한 것이 가장 작가다웠다는 생각이 든다. 17~18세기 영국 고딕 소설을 연구하는 교사의 일기로 시작하여, 총 3명의 여자들의 시선에서 주변 환경과 사건, 인물들을 소개하고 설명한다. 주변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부터 의심하기 시작하여, 각자가 범인일 수도 있는 사소한 이유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다는 것은 추리 소설의 정석일 것이다. 누가 범인인지, 연쇄 살인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고 설득 당하고 싶어서 단숨에 읽었는데 뒷맛이 아쉬운 것은 ‘심신미약’을 싫어하는 내 탓이겠거니 한다.
낯선 자의 일기
엘리 그리피스 지음
나무옆의자
작가의 '엘리 그리피스'라는 이름이나 책표지는 분위기 상으로도 낯익은 듯 싶어서 아무런 갈등없이 이 책을 선택했는데, 이 책, 『낯선 자의 일기』가 처음 소개되는 엘리 그리피스의 작품인 듯 하다. 점점 감을 잃어버리고 있는 나 자신… 이제 감 따위는 의존할 수가 없다니… 살짝 서글퍼진다.
이 책, 엘리 그리피스의 『낯선 자의 일기』는 2020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소설상 수상작으로 원제는 'The Strange Diaries'이다. 오랫만에 읽어보는 영국미스터리인 셈이다. 영국 남부 서식스의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클레어 캐시디는 열다섯 살 딸 조지아와 하얀 푸들 허버트와 가족을 이루고 있다. 40대 중반이라는 나이이지만 커다란 키에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이기도 하고 항상 우아하고 단정한 그녀는 밤이면 일기를 쓰며, 빅토리아시대의 고딕 소설 작가 R.M. 홀랜드의 전기를 준비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작가 홀랜드가 생전에 살던 집이 마침 그녀가 근무하는 학교의 별관으로 쓰이고 있어서 이 모든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클레어 캐시디와 살인 사건의 담당 형사인 여경 하빈더 카우어, 클레어 캐시디의 딸인 조지아 뉴먼 세 사람의 시선으로 구분하여 각 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형사 하빈더는 예전에 이 학교의 학생이었고 동성애자로 클레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어쩌면 운명처럼 홀랜드를 연구하며 교사로서 성실히 살아가던 그녀의 삶은 가까운 친구이자 동료인 엘라 엘픽이 살해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엘라 엘픽의 시신 옆에는 의문의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연쇄살인범이 범행 현장마다 남기고 간 쪽지는 바로 “지옥은 비었다.”라는 문구로 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자 작가 홀랜드의 작품 중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단편 소설 「낯선 사람」의 중요 구절이기도 하다.
또한 클레어의 일기 끝자락에 누군가 “안녕, 클레어. 당신은 나를 모르죠.”라고 써놓은 글씨와 연쇄살인범의 쪽지는 필체가 같은 것으로 드러난다.
홀랜드의 소설 「낯선 사람」에서는 세 명의 대학 신입생은 세 명의 선배들을 따라 입단식을 치르러 폐가에 가고, 거기서 두 명이 먼저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에 기이한 죽음이 연이어 일어난다. 독자는 3의 법칙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일을 예측하고, 거기서 문학적 전율을 느끼게 된다.
『낯선 자의 일기』의 메인 플롯도 역시 이 3의 구조를 형식적으로 따르고 있다. 40대인 클레어, 30대인 형사 하빈더, 클레어의 십대 딸 조지아, 세 사람의 관점이 소설 속에서 교차된다.
엘라 엘픽의 살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릭 루이스도 살해되고 이어서 클레어의 전남편인 사이먼 뉴턴도 공격을 받았다.
지극히 비문학적인 내게는 다소 버거운 부분도 있고, 또 어느 순간에는 어설픈 부분도 있어서 그닥 흡족한 소설은 아닌 것 같지만, 다행히 그닥 분량이 많지 않아서 크게 힘들지 않고 읽어낸 듯 싶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대충 넘어간 부분도 있으니 양해를 구해야 할 듯 싶다.
2021.12.16.(목) 두뽀사리~
영국 남부 서식스의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며 빅토리아 시대 고딕소설 작가 R. M. 홀랜드의 전기를 집필 중인 40대 여성 클레어 캐시디는 어느 날 친한 동료 교사 엘라가 무참하게 살해됐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습니다. 담당형사인 하빈더 카우어에게 조사를 받은 클레어는 얼마 전 교사 연수에서 엘라와 충돌했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일기장을 폈다가 깜짝 놀랍니다. 누군가 그날의 일기 밑에 소름 끼치는 메모를 남겨놓았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 메모의 필체가 살해된 엘라 곁에서 발견된 (범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포스트잇의 필체와 똑같다는 점입니다. 이후 연이어 클레어 주위의 인물들이 공격을 받자 하빈더는 안 그래도 못 마땅히 여겼던 클레어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정통 영국 미스터리와 고딕 스릴러의 조합은 개인적으론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 장르입니다. 제목과 표지 역시 개인적인 취향과 거리가 먼 이 작품의 성격을 대변하고 있었는데, 딱 100페이지까지만 가보자, 라며 어렵게 첫 페이지를 펼쳤습니다.
젊은 시절 읽은 단편 ‘낯선 사람’에 반한 뒤 R. M. 홀랜드의 일생과 비극적인 가족사에 관심을 갖게 된 클레어는 현재 그의 전기를 집필중입니다. 마침 그녀가 근무하는 고등학교 탈가스 하이의 별관이 과거 그의 저택이었고, 그곳엔 그의 서재가 고스란히 보존돼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유령 목격담이 끊이지 않았던 그 건물은 클레어에겐 마치 성지와도 같은 곳입니다. 그야말로 고딕의 정취가 클레어 주위를 감싸고 있는 셈입니다.
한편, 클레어 주위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들은 명백히 현실의 일이지만 왠지 R. M. 홀랜드의 단편 ‘낯선 사람’을 연상시키는 괴이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피살자 곁에서 발견된 포스트잇에 적힌 “지옥은 비었다.”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의 유명한 구절이자 동시에 R. M. 홀랜드의 단편 ‘낯선 사람’의 중요한 인용구이기도 합니다. 또 사후에 새겨진 시신의 양손바닥의 자상은 마치 성흔(聖痕)과도 같아 보여서 수사진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사건의 중심부에 놓인 클레어, 인도계 영국인인 담당형사 하빈더, 그리고 클레어의 15살 딸 조지아 등 세 여성이 한 챕터씩 번갈아 화자를 맡습니다. 피해자인 듯 가해자인 듯 애매해 보이는 클레어는 사건 정보 전달과 함께 고딕 스릴러로서의 이 작품의 정체성을 독자에게 수시로 각인시키는 인물입니다. 반면, 첫눈에 클레어가 못마땅해진 하빈더는 일련의 사건들이 클레어의 일기장과 밀접하게 연관된 게 확실해지자 다소 편견에 사로잡힌 수사를 벌이지만 끝내 미스터리의 마지막 퍼즐을 풀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역할을 맡습니다. 비밀리에 미스터리 작가의 꿈을 키우던 조지아는 본의 아니게 엄마 클레어가 연루된 사건에 휘말리지만 침착하게 대처하며 자신만의 성장을 이루는 인물입니다.
(애초 ‘100페이지 계획’을 넘어선 지점이지만) 1/3쯤 됐을 때 중도포기를 진지하게 고민한 게 사실입니다. 우려했던 대로 정통 영국 미스터리와 고딕 스릴러의 조합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고, R. M. 홀랜드가 맡은 ‘과거의 고딕’과 영어교사 클레어가 맡은 ‘현재의 고딕’이라는 투 트랙 설계는 어딘가 억지로 갖다 붙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특히 이런저런 사족들(고딕 분위기를 고양시키기 위한 묘사들, 군살처럼 느껴진 가족-과거-주변 인물들에 대한 부연설명들)이 차지한 과도한 분량은 지루함만 더했을 뿐 조금도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욱 아쉬웠던 건 작가가 나름 열심히 구축한 ‘영국 미스터리+고딕 스릴러’라는 밑바탕에 비해 허무할 정도로 단순했던 범인의 정체와 동기입니다. 따지고 보면 굳이 빅토리아 시대 고딕소설가를 소환할 이유도 없었고, 클레어로 하여금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고딕 분위기를 고조시킬 필요도 없어 보였습니다. 외피는 거대했지만 실상 그 안의 알맹이는 너무 빈약했다고 할까요? 다른 독자들의 서평에서도 이런 지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비혼 여성형사, 이민자, 성 소수자로 설정된 형사 하빈더 카우어를 주인공으로 한 후속작이 이미 출간됐다고 합니다. ‘하빈더 카우어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고딕 스릴러를 추구할지는 알 수 없지만, 혹시 그렇다면 독특한 매력을 지닌 형사 하빈더를 다시 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국에선 아직 낯설지만 다수의 시리즈를 출간했을 정도로 꽤 깊은 내공을 지닌 작가인 만큼 ‘고딕이 아닌 하빈더 카우어 시리즈’라면 한번쯤은 재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각각의 상황이 다른 세 여성의 시선으로 읽는 공포물.
영미권에서는 이런 형식이 소설이 너무 많은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아.... 내가 이런 식으로 된 것만 골라 읽는건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분위기의 음산함이 꽤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액자소설처럼 책 속에 등장하는 작품과 그 배경이 되는 소설 속 배경.
매력적인 소재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낯선 자의 일기'는 '2020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소설상 수상작'입니다.
'저자'인 '엘리 그리피스'는 '영국'에서 인기 있는 '작가'던데요..
이번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듯 합니다..
그동안 여러 '시리즈'를 쓰셨던데..
'낯선 자의 일기'는 '하빈더 카우어'경사를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시리즈'며
후속편인 '포스트 스크립트 머더'도 나왔다고 하네요..
조만간 만나볼수 있으려나요??
소설의 시작은 '고딕소설'작가로 유명한 R.M. 홀랜드의 단편소설
'낯선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이 됩니다.
혹시 실존하는 작가인지 '검색'해보니 정보가 전혀 없네요..
아무래도 가상의 작가인듯..
그리고 'R.M.홀랜드'의 전기를 쓰는 사람이 있으니..
첫번째 '화자'인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클레어 캐시디'입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고딕소설'과 '낯선 사람'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데요..
그녀는 이혼한후, 딸 '조지'와 함께 '탈가스 하이'로 왔는데요..
'탈가스 하이'의 '별관'은 과거 '홀랜드'가 살았던 집으로서 '홀랜드 하우스'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홀랜드'의 '전기'를 쓰는 그녀
그런데 그녀의 '동료'이자 '절친'인 '엘라'가 살해당한채 발견이 되고..
그녀는 '충격'을 받는데요..
'엘라'의 죽음의 '충격'이 끝나기도 전에
'클레어'는 또다시 '충격'을 받게 되는데요..
거기다가 누군가가 그녀의 '일기'에 글씨를 써놓았는데요
'안녕, 클레어, 당신은 나를 모르죠'
두번째 '화자'인 '하빈더'경사는 '엘라'살인사건의 '담당자'입니다.
동료인 '닐'과 함께 '엘렌'과 '절친'이였다는 '클레어 캐시디'를 찾아가는데요..
그런데 '하빈더'는 '클레어'를 보자말자 그녀가 싫습니다...
키 크고 아름답고 '모델'같은 '미모'에.....
'엘라'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가고..
그리고 '클레어'의 차가운 태도와 뭔가 '비밀'을 숨겨고 있음을 알자..
점점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요.
세번째 '화자'는 '클레어'의 딸 '조지'입니다.
'조지'라 그래서 '아들'인줄 알았는데..
원래 이름은 '조지아'인데요
'조지아'에게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녀는 '책'을 쓰고 있었는데요..
그녀가 '책'을 쓸수 있도록 지원해준 사람이 바로 '엘라'였기에
그녀는 '엘라'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습니다.
전혀 '살인사건'과 관련 없을꺼 같은 그녀..역시
어쩌다보니 '사건'에 깊이 관여하게 되는데요
소설은 '엘라'의 죽음을 두고
세명의 '여성'이 '화자'로 등장합니다..
'클레어','하빈더','조지아'
그리고 연이은 '죽음'과
'사건현장'에 남겨진 '낯선 사람'의 '구절'
그리고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와 '반전'은 좋았는데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개였는지라...
저는 이 작품을 왜 '고딕호러'로 착각했는지 말입니다..
'고딕호러'소설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소설인데 말입니다.
이런 스타일 좋아하는지라 ㅋㅋㅋㅋ
넘 잼나게 읽었던 '낯선 자의 일기'였고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국내에 소개되면 좋겠습니다.
정말 세상에는 읽고 싶은 작품들이 너무 많습니다..
남편과 이혼 후 살고 있던 런던을 떠나 시골에 자리를 잡은 클레어, 탈가스 하이라는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딸 조지아와 함께 살고 있는 삶에서 그녀의 주 관심사는 학교 건물에서 실제로 살았으며 살았을 때 사용하던 물건도 그대로 있었던 R.M 홀랜드로 아내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죽고 딸마저 실종되는 불운을 가진 작가의 전기를 쓰는 일이었는데 도입부부터 수업 시간에 이 기묘한 작가의 이야기와 학교의 공간이 이 작가와 실제로 연관 있다는 전개는 금방이라도 작가의 유령이 튀어나올 법한 으스스함을 던져주고 있다.
그런 이곳에서의 생활에서 그녀와 함께 학교에 채용되어 다른 동료보다 끈끈한 유대를 가졌던 엘라가 수차례 칼에 찔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하빈더가 등장한다. 엘라의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며 묻지 마 범죄가 아닌 아는 사람에게 살해를 당한 거라고 말하는 하빈더 형사, 평소 엘라의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며 남자친구에 대해 묻지만 클레어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대답을 한다. 그 이면에 엘라는 학교 부장교사 외 다른 교사와도 불륜 관계를 저지른 부도덕적인 인물이지만 공공연한 비밀을 형사에게 발설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던 차에 일어난 두 번째 살인사건,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났을 때와 두 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살해장소에서 발견된 문구는 클레어가 전기를 쓰고 있는 R.M 홀랜드의 인용문구로 하빈더는 이러한 정황 속에서 클레어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게 되고 클레어의 일기 속에서 낯선 필체의 글을 발견하게 된다. 범인인 듯한 자가 남긴 필체, 클레어의 필체가 아닌 낯선 자의 필체는 도대체 누가 쓴 것인지 의문만 들며 범인의 실체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낯선 자의 일기>는 클레어와 딸 조지아,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하빈더 형사의 관점에서 이어지고 있다. 클레어가 연구하는 홀랜드라는 인물이 이 소설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란 의문은 초반부터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현재 벌어진 두 살인 사건과의 관계가 이 인물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란 추리를 거듭하게 만들지만 결말로 치달을수록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그저 놀랍게 다가온다.
초반부터 이어지던 으스스한 분위기는 소설 전반부를 지탱하지만 심장 쫄깃할 정도로 가슴을 옥죄는 전개보다는 인물의 내면을 관찰하며 전개되는 방식이 더 크게 다가와 조용히 각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만드는 소설이라 고전 스릴러에서 풍기는 느낌을 물씬 받게 되는 소설이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 '클레어'를 중심으로
형사 '하빈더', 클레어의 딸 '조지아' 세 사람의 시점이 등장합니다.
첫 도입부에 나오는 고딕 단편 소설 <낯선 사람>부터 미스터리한 기류가 흐르더니
대학 신입생 입단식에서, 클레어의 절친 여교사 '엘라'를 시작으로
또 한 명의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엘라를 죽인 자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가서 찔렀고,
이는 냉혹하고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란 뜻이다.
아니면 엘라와 잘 아는 사이든가. _138p
기묘한 2명의 죽음은 소설 속 클리셰 '3의 법칙'처럼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상한 죽음으로 이어지죠.
<안녕, 클레어. 당신은 나를 모르죠.>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범인은 누군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소설에 등장하는 고딕풍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범인이 진짜 진짜 의외였다는 사실... 이랄까
생각 못 했던 인물이라 마지막엔 몰입해서 읽었습니다.ㅋㅋ
처음엔 시점이 약간 헷갈리기도 했지만요.
<그저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썼어.>
클레어의 일기장에 적힌 낯선 글씨!
소설을 봤다면 이 부분을 기억하실 텐데요
전 읽으면서 소름이 쫘악 끼쳤어요 ㅋㅋ
이때부터 결말까지 후다닥 몰아봤습니다.
고전 소설의 인용구가 곳곳에 등장하기 때문에 재밌기도 했고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 라던가 맥베스도 나오고
이런 부분에서 고딕스러움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소설 자체는 공포스럽고 잔인하다기보다는
책장 어딘가에서 우연히 꺼내든, 누군가의 일기를 읽는 기분이었어요.
분량이 생각보다 두툼하기 때문에 급하게 읽기보다는
의문의 죽음이라는 소재 자체를 즐기면서 봤습니다.
여유롭게 읽은 만큼 제대로 읽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참고로 이 소설은
2020년 에드거상 최우수 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추리소설 베스트셀러를 찍은 이유 중에, 범인의 정체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라는 점이 많은 호응도를 얻은 모양입니다.
이런 추리 소설은 범인이 너무 뻔하면 김빠지는데
마지막까지 예상치도 못한 인물을 범인으로 끌고 가는 힘이 있어요.
작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내공이 상당합니다.
범죄 소설 시리즈 13권 이상 시리즈를 계속 냈고
<루스 갤로웨이> 시리즈는 영국에서 1백만 부 이상 팔린 데다 13개 언어권에서
번역 출간되었다고 하니 다음 작품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시리즈 전부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 무서운 거 잘 못 보는 분들도, 무난하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리스릴러 소설, 정말 좋아합니다.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한 건 초등학생때입니다. 셜록홈즈와 루팡에 매료된 후로 아가사 크리스티, 앨러리 퀸,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섭렵했고 성인이 되어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우타노 쇼고, 스티그 라르손, 요 네스뵈, 존 르 카레, 마이클 코넬리, 헬렌 코벤...국적을 가리지 않고 마구 읽어댔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 인문서적을 읽으면서 예전만큼 추리스릴러물을 즐기진 못하고 있는데요. 그럼 관심이 완전히 사라졌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수시로 서점의 신간 코너를 보면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나 흥미로운 책을 메모해두곤 하는데요.
얼마전엔 표지가 아주 인상적인 책을 봤습니다. 붉은 보름달이 뜬 깊은 밤에 이층집이 그려져 있는데요. 2층 방에 켜진 전등 불빛과 양옆의 어둠, 책상 의자가 순간적으로 투구를 쓴 무사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리고 그 집을 감시하기라도 하듯 정체를 감추고 있는 검은 그림자 넷과 그 집을 향해 털을 잔뜩 곤두세우고 울부짖는 덩치 큰 개(?) 한 마리. 대체 저 이층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거기다 ‘에드거 상 수상작’ ‘빼어난 고딕 스릴러’와 같은 띠지의 문구가 더해지니 안 읽을 수가 없더군요.
“괜찮으시면,” 낯선 사람이 말했다.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고 싶소.” - 11쪽
<낯선 자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어떤 남자가 기차여행 중에 만난 이에게 자신의 젊은 시절 얘기를 해주겠다며 말문을 여는데요. 이야기가 막 흥미로워지기 시작하자마자 금방 끊기고 맙니다. 문예창작반 수업을 위해 「낯선 사람」이란 작품의 도입부로 선생과 학생들은 질문과 답변, 유추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는데요. 공교롭게도 「낯선 사람」을 쓴 R.M.홀랜드의 집이 바로 그 학교 건물이었고 수업을 진행한 선생은 그 홀랜드의 전기를 집필 중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곧이어 그 선생, 클레어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같은 학교 동료이자 절친인 엘라가 “살해당했다”는 것. 어때요, 이것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지요? 홀랜드의 생전 집이자 학교에 감춰진 비밀은 없는지, 엘라는 무슨 이유로 살해당했는지, 이런 모든 일이 클레어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건지. 풀어야 할 의문, 속된 말로 떡밥이 한두 개가 아닌 거죠.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하는 건? 피해자의 주변 인물 탐문부터 하지요. <낯선 자의 일기>도 마찬가집니다. 엘라에게 불쑥 두 명의 형사(하빈더 카우어와 닐 윈스턴)가 찾아옵니다. 젊고 체구는 작지만 강한 카리스마의 하빈더는 클레어에게 엘라에 대해 묻는데요. 형식적인 것 같은 질문 속에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하빈더와 다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클레어. 하빈더는 이런 클레어에게 반감을 갖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엘라의 페이스북에 있는 ‘C는 알고 있다’는 글과 시체에서 발견된 쪽지에서 「템페스트」의 인용구 “지옥은 비었다.”는 모두 클레어에게 의심의 눈초리로 향하게 했는데요.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건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시간만 흐르던 어느 날, 클레어는 자신의 일기장에서 낯선 필체의 글을 발견합니다. ‘안녕, 클레어. 당신은 나를 모르죠.’
소설은 클레어와 하빈더, 그리고 클레어의 딸 조지아 세 명이 차례로 주된 화자가 되어 진행됩니다. 엘라를 중심으로 해서 사건 전후로 세 명의 인물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들 각자의 관점으로 풀어가는데요. 사람들은 하나의 일을 동시에 겪어도 저마다 생각과 기억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친이라 해도, 부모자식간이라도 마찬가진데요. 그렇게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에서 사건의 의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드러나는 최대의 반전... 대체 엘라를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요?
주된 화자인 클레어가 책을 쓰는 작가여서인지 본문 곳곳에는 여러 책이 언급되는데요. 낯선 책도 있었지만 <흰옷을 입은 여인>으로 단박에 애정작가가 된 윌키 콜린스를 만나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궁금했던 건 바로 ‘R.M.홀랜드’는 대체 누구지?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나? ‘고딕 스릴러’는 뭘까? 궁금했는데요. 중세의 건축물 특유의 폐허와 같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거기에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어두운 심리가 더해진 소설을 고딕문학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500쪽에 이르는 두툼한 책은 생각보다 금방 읽힙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몰입해서 읽을 책을 찾으신다면, <낯선 자의 일기>를 들춰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