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하나하나 모두 재밌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우수상 작품인 <블랙박스와의 인터뷰>(김혜윤)였다. 개인적으로는 우수상인 이 작품이 대상작보다 더 좋았다. 작가님이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셨다는데, 문장에서 어쩐지 프로의 냄새가 짙게 났다.
사회에서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소재에서 표현해낸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게 만드는 작가의 문장들이 좋았다. 사람이 어떤 문장을 아름답다고 느끼려면 반드시 그 사람의 공감의 영역을 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의 문장들은 나도 몰랐던 내 내면의 소수자 로서의 감정들을 이끌어내 주었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소설집인데 가격이 저렴해서 겸사겸사 구매 해 본거다.
그러다 넘기게 된 첫장.
이후로 좌라락~
과학소설이다 보니 sf적인게 꽤 나왔다.
그런데 그런 점들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일반 소설집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었다.
올해가 5회째인 듯 한데.
벌써부터 내년도판이 너무 궁금했다.
정말 우리나라에도 재미난 글을 쓰는 작가들이 너무나 많아져서 행복하다.
<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내가 김초엽과 천선란으로 기억된 SF소설에 대해 새로운 작가의 이름을 소개해주는 책이다. 이제 내게 SF는 과거와 달리 전혀 낯설고 이상한 소설이 아니다. 상상하는 멋진 세계, 우주로 나가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안겨준다. 이 소설집을 통해서도 그 즐거움을 가득 느낄 것이다. 작가노트를 통해 작가들이 쓰고자 했던 것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었습니다
진짜 좋은 작품들로 꽉꽉 차 있더라구요,,, 짱 소설집 ! 저는 이 작품집을 2022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입했는데 이제야 시간나서 읽어봤네요 다들 지체말고 빨리 읽으셔야만
저는 작품들 중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혜윤 작가님의 블랙박스와의 인터뷰가 정말정말 좋았어요! 블랙박스와의 인터뷰는 과거 대학시절 구술학 강의와 현재 회사에서 진행하는 콜로니 중력설문이 순간순간 겹쳐지며 진행되는 소설인데 내용도 작가의말도 너무 새기게 되는 소설이었어요
주인공 라나의 어린 시절 부분이 많이 공감되었어요. 로티가 죽길 바란 건 아니지만 그 속에서 점점 지쳐가는 모습, 유령들의 골목이나 다름없는 세상에서 계속해서 다른 세계를 부러워하고 그런 자신을 미워하는 모습. 수명을 다한 로티의 블랙박스를 보며 잠시 안도감을 느낀 자기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는 라나에게서 저의 많은 모습을 생각해본 것 같아요.
과거의 모든 것을 버려두고 왔지만 계속해서 그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까지 소설을 다 읽고도 마음에 남는 것 같아요. 비슷한 부채감을 안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라나의 죄책감은 콜로니 중력안정도 설문조사에서 신체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회사에서는 이를 난리 피운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로지 비슷한 죄책감 비슷한 부채감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는 주변에 신체를 잃은 없는 사람들만이 라나의 인터뷰를 돕습니다.
회사에서 라나에게 유난이라고 하는 부분을 읽을 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에 대해 유난이라고 출퇴근 시간에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준다고 하던 사람들이 생각나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라나의 팀장같은 사람은 생각보다 세상에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장애를 가진 가족은 없지만 사람으로서 장애인들도 편하게 출퇴근하는 세상을 바랐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된 사실들(장애인 콜택시는 3시간 이상 기다릴 때도 있다, 휠체어가 지하철 문사이에 끼이는 공포 등)은 평온하게 살아온 저에게 죄책감일까요? 저도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전장연의 시위를 지지하고 혜화에 있는 시위 포스터를 읽고 그 위에 있는 욕설에 분노한 건 세상을 바꾸자는 대단한 마음이 아니라 소설 속 라나처럼 어떤 감정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별거 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무언가 해야겠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까지 마음에 꾹꾹 눌러담게 되는 소설. 수상했다는 문자에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김혜윤 작가님의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요.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이 남아있는 소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이 나와야한다고 강하게 생각합니다. 꼭 모든 일이 완성된 채로 끝나는 건 아니니까요. 이 소설에 남아있는 무언가가 있기때문에 더 생각하게 되고 나도 이 소설에서 완성하지 못한 무언가를 완성해나가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분들이 ! 이 소설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소설 후기를 쓰라고 했더니 제 얘기로만 가득한 후기가 되었네요 하지만 후기에 쓴 모든 말은 진심입니다. 이 소설을 많은 분들이 읽고 같이 완성해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김혜윤 작가의 작품들을 기대하겠습니다 !! 다음 소설도 기다리고 싶어요
지금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김초엽 작가와 천선란 작가. 이들이 이 자리에 가는데 큰 역할을 했던 한국과학문학상이 2년 만에 재개가 되었고, 그 결과 6개의 작품(과 6명의 작가)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있는 6편 모두 재미있었지만, 아무래도 대상과 우수상을 받은 두 작품이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느껴졌고, 동시에 이들이 왜 높은 상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여기에 있는 작가 분 중에 어느 분이 김초엽 작가와 천선란 작가의 뒤를 이을지 궁금해지면서, 이 분들의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
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루나
나는 니오와 나란히 서서 준비 운동을 했다
선외할동복을 입기 전과 후 부여 할망이 구령에 맞춰
다 함께 준비 운동을 하는게 삼무호의 규칙이다.
도톰한 선외활동복에 주름이 지도록 리드미컬하게 허리를
뒤틀고 있자니 자연스레 창밖에 펼쳐진 우주로 눈길이
간다.
우주를 향하는 해녀처럼 위성을 넘나드는 SF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전 세계의 자산과 권력을 차지한 남성권력자들은 친절하게도 여성들의 할 일을 남겨 주었다. “우리를 돌보라!” 현실의 바다생물을 쓸어가는 거대 원양 해양 업체들은 남성의 일이고, 맨 몸으로 숨을 참는 채집은 ‘해녀’들의 일이다. 우주 바다에서 한국의 해녀들이 유영하며 채취한 희토류는 어느 남성 권력의 연료가 될까.
우주의 시공간을 통과한 조우처럼 1961년의 <솔라리스>가 서윤빈 작가의 <루나>의 세계에 섞여들었다. ‘충격을 받으면 점액질로 환원되는 충격적인 의태와 명멸’, 지구로 보내진 바다의 조각, 위성의 이름을 가진 우주를 떠다니는 존재...
“지구에 가면 네가 찾는 것도 있을 거야. 그가 헬멧을 대고 말하곤 했다.”
왜 구했나 싶게, 태도도 말도 마음에 들지 않은 켈빈을 따라갈 셈이냐고 루나를 말리고 싶어 안달을 내며 읽는다. 역사란 그렇게 돌발 행동을 하는 존재로 인해 풍성하고 다채로워지기도 하지만, 대신 네가 원하는 삶이 있으리란 약속은 믿지 말라고...
“네가 뭘 찾는 진 모르겠지만, 거기엔 없어.”
내 심정을 나눈 듯 명줄이라는 단호한 상징을 버림으로써 진심을 전한 이오가 있다. 전 존재를 건 사랑이 맞다. 불안과 과절과 견딜 수 없는 상실과 외로움, 이오는 루나가 떠나기 전 상상 속에서 이미 고통과 죽음을 맛보았을 것이다. 너무 처절해서 문득 설렜다.
적어도 루나에겐 제안도 삶도 선택할 기회가 있었다. 정말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바다? 엄마? 자신의 시원? 사랑? 혹은 어쩌면 자신의 꿈과 기대가 실재할 지도 모른다는 망상이 채워지는 순간?
루나는 켈빈의 소설을 다 읽지 않고 덮었다. 정해진 결말을 모르고도 괜찮다. 결말이 곧 답은 아닐 수도 있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우연들을 인간은 굳이 서사로 만든다. 인간의 뇌가 그렇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인간이 찾아낸 확률은 확률적 의미가 없다.
작품 속에 머무는 동안 어두운 공간을 들여다보는 벌을 받는 듯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두려웠다. 모두가 미쳐버린 것이 진실일까. 존재기 찰나일 뿐이라면 잠시 떠올랐던 환영이나 망상과는 뭐가 다를까. 무한은 무한한 두려움만을 낳는다.
보이지도 않은 가련한 행성 지구에서 우리가 소속감이라고 부르는 것을 우주 언어로 표현하면 ‘궤도에 들다’일 지도. 잠시 잠깐 유영을 멈추고 어느 궤도를, 궤도 사이를 반복하는 것이... 의식을 가진 생명체들의 사랑이고 삶의 전부일지도.
지구 안에 살면서 지구 밖을 올려다보고, 우주를 상상하며 알지 못하는 것을 그리워하고, 우연과 의미 없음이 우주의 미학인가 보다고, 인간인 나는 기어이 뭐라도 명명하고 싶어진다. 현실보다 아름다운 여성공동체... 달이 없어진 지구가 꾸는 꿈 같아 슬프다.
배운 대로 살 수 없다는 건 아주 오래된 절망이다. 그렇게 사는 이들도 많으니 이건 내 절망이다. 신기하게도 30년 전 만난 경고대로 세상은 망해가고 있다. 존경하는 학자들마다 인간의 힘으로 돌릴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예견하고, 짧게는 5년 남았다고 한다.
보고서와 발표에 충분히 설득되었음에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일상을 유지하는 일에 체력의 대부분을 쓰는 일이다. 이 일상을 바꾸어야 미래가 있다는데, 모순과 이율배반의 날들은 날마다... 고민하는 이들만 상처 입힌다.
인간은 육지에서 살지 말 걸 그랬다. 형제자매를 모두 살해하고, 제 호흡을 넘어서는 욕망을 집어 삼키며, 제 깜냥을 모르고, 인간을 제외한 모두를 제물삼아……. 인간이 바다생물로 살았다면 누구의 삶도 쓰레기로 뒤덮이지 않았을 것이다.
“나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돌아오는 것이다.”
인간은 돌아올 곳이 없다. 이전에 살던 대로 살아 이 모든 문제를 만들었다. 현실의 선택은 과거보다 못하니 기다릴 미래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제 형체를 잃어버리고 빛나지 못할 별이 될 것이다. 한국은 가장 빨리 그 미래를 만날 거라고 영국의 학자는 확언한다.
우주의 시공간 속에 다음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현명하고 지혜로울 수 있기를.
한국 과학 문학상은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SF 신인 문학상 중 하나로, 허블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한국 과학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2016년 이후 매년 발매가 되고 있는 책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김초엽 작가님이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그 유명세를 떨쳤던 제2회 수상작품집을 접하게 된 이후로 매년 챙겨 보는 것에 더하여, 그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는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시리즈까지 모두 읽어 볼 정도로 해당 작품집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요. 작년에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하여 해당 공모전이 취소가 되면서 혹여나 그 명맥이 끊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2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다시 돌아와서인지는 몰라도 올해 같은 경우 굳이 과학 문학상이라는 틀에 가두어 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각 작품들이 보여주는 퀄리티가 뛰어난 한편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꾸며지고 있었다 보니 이번 작품집을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반짝이는 이야기들을 읽다 고개를 들면 정말 글자로 만든 은하수가 아닐까, 저기 보이지 않는 별도 실은 다른 존재의 언어고 나는 또 다른 책의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지를 뻗었다. 스타트렉이, 아이언맨이 그랬듯 이야기 속의 물건들이 시간이 지나면 실생활에 튀어나오는 세상을 살면서 이런 신기하고 멋진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쁘고 처음 사본 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에 만족한다. 내년에도 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