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책은 '천개의 파랑'으로도 유명한 천선란 작가님의 '노랜드'를 읽었습니다. 전에 '천 개의 파랑'과 같이 구매했던 책인데, 둘 중 어느 것을 먼저 읽을까 하다가 유명한 작품은 보장된 작품이라는 생각에 상대적으로 최근에 나와 처음 접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노랜드를 먼저 읽기로 결심했습니다.
노랜드는 sf단편집으로, 책 설명을 보지 않고 샀기 때문에 이 책이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책이라는 것은 첫 번째 작품을 다 읽고 난 후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작품을 읽는 내내 저번달에 읽었던 작품이 자꾸 떠오르고는 했습니다. 두 작품은 sf라는 소재를 차용하고 있는 것은 같으나 서술방식, 담고 있는 내용등이 전혀 다른 책인데도 자꾸만 생각나는 건 어째서였을까요.
개인적으로 '노랜드'를 읽고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으로 재미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거나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이 책만큼은 어쩐지 다시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각각의 단편에 담긴 내용들은 읽기 쉬운편이었습니다. 어떤 글은 편지형식으로, 어떤 글은 관찰자의 시점에서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었어요. 그런데도 아직 제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깨달음을 끌어내는 능력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실린 작품들 중 일부 작품들에게서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뭘까?' 라는 생각이 들고는 했습니다. '새롭거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이 있는 것도 아닌 평이하고 누구나 떠올릴 법한 이야기'. 라는 생각 또한 했고요.
물론 떠올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다만 그 소재들을 이야기로 엮어내어 감정을 담아내고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아주 큰 구성요소로 작용하는 장르에서는 단조롭고 뻔한 소재로 흥미를 이끌어내기란 아주 특별한 작가의 서술트릭이나 반전이 존재하지 않는 한은 흥미를 끌기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조롭고 읽기 쉬운 글, 흥미로운 소재, 심금을 울리는 문장은 노랜드의 장점일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단점으로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흥미로운 글은 어떤 걸까요? 북클러버를 하면서 접하는 책이 많아질수록 조금씩 스스로의 취향에 대해 알게되는 것 같아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전까지는 취향없이 다 잘 읽었던 터라 관심있는 종류만 읽게 될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만 그렇기에 북클러버 모임원분들과 서로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고, 흥미가 생겨 도전하게 되면서 좀 더 폭넓은 독서를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인 것 같습니다. 같은 책이라면 서로의 감상을 나누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읽게 되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북클러버 활동이 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천선란 작가님의 노랜드 리뷰입니다. 천선란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어떤 책을 읽을까 하다가 노랜드가 SF단편집이라고 하여 이게 더 제 취향에 맞을것 같아 읽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을 때 약간의 우울증 증세가 있었는데 다 읽고나서 더 우울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분명 따수운 이야기도 있는데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서늘하고 소설 속 주인공들이 희망적인 상황보다는 절망적인 상황들이 많아서 그런걸까요.
노랜드는 굉장히 다채롭다.
굉장히 다채로워서 읽는 동안 문장들에 압도 되었다.
고요하면서도 잔잔하고,
담담하면서도 리얼하다.
리얼하면서도 따스한 느낌이 들었고..예리함 속에 있는 슬픔이
이 소설안에 느껴진다.
그리고 '노랜드가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느낌일까.'하고 읽으면서
상상하고..읽은 후에 여운이 고스란히 남았다.
대사 하나하나...전부 공감하고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고 와닿았고
게다가 마치 내가 노랜드라는 세계를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리뷰는 천선란 작가님의 노랜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워낙 천산란 작가님의 전작들을 좋아해서 이번 책도 믿고 구매했습니다. 단편은 늘 아쉽게 책장을 넘겨야해서 아쉬웠는데 노랜드는 끝 그 너머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또한 천선란 작가님의 특유의 담담한 문체와 어우러진 풍부한 상상력은 끝맛이 씁쓸해지는 이야기들도 너무 쓸쓸하지 않게 풀어내어 좋았습니다.
천선란 작가님이 출간하신 책은 전부 읽었을 정도로 작가님의 글을 좋아한다. 그만큼 기대를 갖고 읽었는데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이었다. SF만을 위한 SF도 아니고 재미만을 위한 SF도 아니고, 늘 어떤 테마(주로 어두운 소재로 현실에 관한 주제)가 녹아 있는데, 노랜드에서는 이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둡고 외로운 감이 있다. (물론 작가님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렇긴 하다.) 그러나 슬픈 이야기를 통해 결국 전달하고 싶은 주제는 결국엔 사랑이라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 것 같다. 읽을 때는 아프고 괴롭고 지치더라도 덮었을 때 참 아름다웠지... 하는 마음이 드는 책이 더 오래 남는다고 생각한다. 지독한 어둠 속에서 옅은 빛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한다.
'노랜드'. 처음 제목과 마주했을 때 이 소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는데 보자마자 No Land 라고 읽혀서 열 편의 이야기가 전부 이 땅의, 그러니까 지구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땅이 없다는 뜻이니까 우주의 얘기를 다룬 SF물은 아닐까 추측도 해봤었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우주라기엔 지구였고 그렇다고 또 지구라기엔 너무 우주였다. 인간이 나오지만 그와 동시에 허구의 생명체(정말 허구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주는 미지의 영역이니까.)도 아주 많이 나온다. 읽고 나서야 왜 '경이롭고 헤아릴 수 없는 열 편의 이야기'라는 설명이 붙었는지 이해하게 됐다.
<흰 밤과 푸른 달> : '헷갈리면 안 돼요, 강설 씨. 우리가 진짜 두려워했던 게 뭔지를요.'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위의 문장을 꼽겠다. 사람들은 자주, 스스로 정말 두려워하는 것이 뭔지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상황이 두려웠던 것인지, 사람이 두려웠던 것인지, 낯섦이 두려웠던 것인지, 부재가 두려웠던 것인지 등등. 자세히 들여다보면 명확한 이유가 있을 텐데 두려움이 복합적인 감정을 너무 큰 범위로 통합해버리는 바람에 실제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느낌도 좋았지만 특히 저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
<바키타> : 아주 먼 미래에, 지금 살고 있는 인류가 멸종한 뒤 새로운 인류가 생겨난다면 그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 새로운 인류와 우리는 무언가 유대감이 있을까? 이야기에선 유대감이 있을 것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그 답에 공감했다. 생각해 보자면 우리도 현재 낯선 타지에서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을 만나면 반가움을 느끼곤 한다. 그와 비슷하게 먼 미래에 인류와 외계 생명체, 딱 둘로 범위가 나누어진다면 인류는 그들끼리 친근함을 느끼고 그것에서 나아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지 않을까. 다르기 때문에 배척하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유대감이 없진 않을 것이라고 바라고 싶었다.
<푸른 점> : 사실 지금의 나로선 지구를 떠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우주 비행사가 있고 각국에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지만 그렇다고 지구 밖에서 산다는 건 아직 불가능한 일이니까. 만약 지구가 멸망해서 지구를 떠나야만 한다면 망설임 없이 그러겠다고 할 수 있을지, 멸망하는 지구에 남은 사람들이 우주로 나아간 사람들에게 계속 가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결국엔 인류의 미래, 희망을 위해서겠지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옥수수밭과 형> : 읽는 내내 머리가 아팠던 단편 중 하나. 분명 내가 알던 사람의 죽음을 목격했고 그가 죽었음을 아는데 만약 그 사람의 기억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이전의 그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을까?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것 중 가장 큰 요소가 기억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내가 이미 그 사람의 죽음을 봤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그를 대할 수 있을까? 몇 번이고 내 경우에 빗대어 생각해 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역시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니 쉽게 답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고 리뷰를 쓰는 지금도 명확하게 어떨 것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어려운 논제다.
<제, 재> : 어렸을 적 비슷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내 안의 인격이 두 개인데 그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없애려고 한다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다른 인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희생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을까. 꼭 무엇 하나 없애려고 하지 않고 공존하며 살 수는 없을까. 만약 내가 제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고민해 봤는데 제와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죽기엔 억울했고 설득은 통하지 않을 것 같으니 내가 살아남기 위해선 날 죽이려고 하는 이들을 속여야 하는.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 때문인지 유독 마지막 문장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이름 없는 몸> : 열 편을 다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던 이야기였다. 이야기에서 묘사하는 죽었음에도 죽지 못하는 이들이 꼭 좀비와 닮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해서 마을의 모든 사람들을 죽이고 싶었던 그 애의 심정이 이해되기도 했으며 그런 친구를 마지막엔 본인 손으로 죽여야 하는 주인공의 심정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이 개인적으로 좋았다. 마을 사람들 전부가 주인공에게 달려들었는데 그 애만큼은 좀비와 같은 모습이면서 주인공을 마주하고서도 아무런 미동이 없었고 오히려 의식이 있는 듯 행동하는 모습이 그 애는 주인공을 끝까지 기다렸을 것 같았다. 그리고 바랐던 것 같다. 주인공이 찾아와 마을 사람들 전부를 죽이고 끝내 자신을 본인이 있던 세계로 돌려보내주기를. 생생한 묘사도 정말 좋았는데 둘의 관계, 그리고 주인공의 마음이 너무 잘 표현되어서 몇 번이나 마지막 장면만 곱씹었던 것 같다.
<-에게> :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묻지 마 살인 사건이 떠올랐다. 여성들이 시위를 하고 이름을 잊지 않겠다며 연대하는 그 모습이 현재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공감이 됐고 공감이 된 만큼 쓰렸다. 세상은 여전히 똑같아서 바로 며칠 전에도 몇 년 전과 똑같은 사건이 벌어진다는 현실이 착잡하게 느껴졌다.
<우주를 날아가는 새> : 종교적 의미가 유독 짙은 글이었다. 우주에 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남은 스님을 데리러 온 저어새의 얘기였는데 물론 정말로 저어새가 스님을 데리러 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멸종했다고 알려진 그 저어새의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어쩌면 효원이 믿고 따르던 효종 스님일 수도 있고 부처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세계> : 이 이야기 역시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이곳은 내가 원한 세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데이터 너머 저 밖의 세계를 궁금해하는 인공지능. 그게 대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아무리 이해해보려고 해도 나는 그들을 평생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들은 반대로 이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겠거니 싶었다.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가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 그들은 과연 죽음을 통해 이 세상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으로 갔을까? 남겨진 사람들은 그저 그들이 그랬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노랜드라는 제목이 이 이야기에서 왔구나 알 수 있었다. 노랜드는 이야기 속의 회사이면서 동시에 그렇게 다른 세계로 가버린 사람들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 : 서로 다른 존재라고 해도 무언가 통하는 것이 있을 수도 있겠다. 외계 생명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알지 못하기에 두려움을 먼저 느끼지만 막상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적의를 갖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말이 외계 생명체지 따지고 본다면 낯선 사람, 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우리가 모든 낯선 사람에게 적의를 갖지 않고 상대 역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외계 생명체도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겠다고 여겼다. 확실히 우주는 너무 어렵고 미지의 영역이지만 그만큼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천선란의 노랜드를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천선란 작가의 글을 이전에도 여러번 읽은 적 있다. 나인이나 천개의 파랑, 밤을 찾아오는 구원자, 그리고 단편집 어떤 물질의 사랑 등을 읽고 이 작가님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묘사가 좋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도 그런 마음으로 읽게 된 책이다. 단편집을 읽게 되면 표제작이 어디쯤 있는지를 신경 쓰는 편인데, 이번에는 노랜드라는 단편이 딱히 없다는 것에 대한 의아함을 가졌다. 그게 책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초반의 <흰 밤과 푸른 달>, <바키타>, <푸른 점> 에서는 우주에 위협 받는 지구의 미래를 그려낸다. 세 편의 이야기를 연달아 읽으면서 한 작가가 상상하는 우주가 이렇게 다양할 수도 있단 것을 느꼈다.
단편집의 대문을 여는 <흰 밤과 푸른 달>은, 우주에서 온 위협과 싸우기 위해 자신의 몸을 늑대의 유전자와 결합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단편이 인상 깊었던 건 혈연이 아닌 다른 관계와 동반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점과,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음에도 다르고 강하다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그러면서도 결국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이별의 이야기가 가진 특유의 울림을 남겼다.
<바키타>는 읽으며 무엇보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 머신>을 떠올렸다. 많은 SF에서 우주는 일종의 타임 머신과 같은 장치로 작동한다는 점에서도 그랬을 것이다. '바키타'의 존재도 흥미로웠지만, 분화된 인류와 그걸 관찰하는 과거의 인류라는 지점이 그랬다. 그 분화로 이 단편은 지금은 꼭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인 것마냥 행세하지만, 그게 마냥 정상은 아니라는 점까지 짚어낸다. 그 다음 단편인 <푸른 점>과 <바키타>는 둘 다 지구를 떠나게 된 인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푸른 점>은 어쩌면 지구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고 느껴졌다. 지구를 떠나 새로운 낙원을 찾는 흔한 이야기에서 지구에 대한 인류의 애향을 느낄 수 있는 건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 뒤에 나온 <옥수수 밭과 형>과 <제, 재>는 개인이란 어떻게 정의되고, 어떻게 연속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둘 다 읽으며 기묘하고 한 구석이 불편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은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않은 작가의 의도에 따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익숙한 화두지만, 똑같이 생겼다고, 같은 몸을 공유한다고,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이름 없는 몸>은 단편집에 실린 소설 중 제일 길고, 제일 어려운 글이었다. 다른 글들은 모두 다 명확하게 와닿았던 반면, 이 글은 읽으며 자주 뒤로 돌아가게 되었기에.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어떤 글보다 더 슬프고 비참하게 느껴진 것은, 이것은 현실을 담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불행한 여성의 삶, 이름을 잃은 여성들의 삶, 환영 받지도 보호 받지도 못한 여성의 이야기가 깔려 있었기에 이 이야기가 슬프게 느껴진 걸지도 모르겠다.
<-에게>와 <우주를 날아가는 새>에서는 종교적인 색채가 느껴져 있다는 느낌이었다. 저승사자가 나오는 <-에게>는 토속 신앙을, 절이 나오는 <우주를 날아가는 새>에서는 불교를 말이다. <-에게>가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현실의 '추모'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서 우리가 지나친 많은 사건들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우주를 날아가는 새>는 지구를 떠나야한다는 배경 탓에 초반에 실린 단편들이 생각나지만, 이 글이 이 위치에 있는 것은 새와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일 터다.
<두 세계>에서 나온 노랜드는 무척 흥미로운 시스템이었다. 책을 가상현실화한 업체의 이름이라니, 그 전까지 아마 인간이 가지지 못한 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추측하던 나의 생각이 깨진 것이다. 이 단편도 상당히 인상 깊었던 건, SF에서만 나올 수 있는 상상이 흥미로운 덕이었다.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는 우주 생물과의 전쟁으로 전세계 군인이 협력하는 미래를 그린다. 우주 생물은 멀지만, 지구의 지명과 정치는 가깝기에 그런 부분들이 서술된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다. 이 이야기에선 우주 생물이 등장하고, 마무리도 타 종족에 대한 명명으로 되는 느낌이지만, 전쟁의 묘사와 군인들의 심리에 대해 서술하여 그 점이 크게 와닿았다.
책을 덮으며, 작가의 말을 읽을 때의 충족감은 늘 다른 세계를 엿보았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듯 하다. 인상 깊은 문장들은 많았지만, 작가의 말 서두에 쓰인 '이유 없이 살아가자는 말을 너무 길게 한 것 같다.'라는 글은 책을 관통한다고 느꼈다.
이 책에 담긴 단편들이 모두 따뜻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을까.
책 소개를 제대로 읽지 않고 구매해서, 단편 소설인지 몰랐다.
짧은 호흡으로, 작가님이 보고 그리는 세상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천선란 작가님는 필력이 좋아서, 책이 술술 읽히는데, 단편이라서 그런지 더 잘 읽힌다.
후루루루룩. 읽을 수 있음.
천개의 파랑 이 후, 작가님 책 한권 씩 읽어가는데
매번 재밌는 글을 써주셔서 감사하다. 공백기 없이 꾸준히 글을 써주시는데 다음 책도 몹시 기대된다.
갑자기 하루종일 책이나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검색을 했는데, 마침 추천글을 봤고, 그 추천글이 마음에 들어 바로 구매했음. 여러가지 단편들이 묶여있는 소설집이었네. 안그래도 요즘 SF에 관심이 많았는데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 외계인... 근데 단지 그걸로 끝나지 않고 불교, 환경오염, 인간관계 등 많은 주제와 긴밀하게 얽혀있다. 책 읽으면서 시간이나 죽여야지~ 했다가,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해버리게된... 근데 그 시간이 후회되지 않는... 천선란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전에 천선란 작가님의 다른 책도 재밌게 봤는데, 노랜드도 재밌다고 해서 구매하였습니다. 일단 단편이라 읽기 굉장히 좋습니다. 한편 한편 읽을때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요. 이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단편은 가장 첫편에 있는 흰밤과 푸른달 입니다. 이 둘이 사랑이 아니면 뭘까요..ㅠㅠ 첫 단편부터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찡했어요..너무 좋은 부분이 많아서 하이라이트도 엄청 치면서 봤네요. 다들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