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름 : 감정어휘
???? 책을 고른 이유 :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어휘력을 늘리는 것. 다양한 감정어휘를 배워볼 수 있을거란 기대로 집어든 책. 그런데 생각보다 다채로운 어휘를 소개하는 내용이라기보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에 어휘를 붙여 명명하는 것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어떻게 각 감정에 단어를 붙일 지에 대한 이야기. 기대와 달라 좀 당황하긴 했지만 읽다보니 내 안에 생기는 수 많은 감정을 명명하지 않고 온통 어지러진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책 분야 : 교양심리, 에세이
???? 독서 리뷰(자유형식) :
처음 책을 열어 읽기 시작했을 땐 기대와 달라서 당황했다. 다양한 어휘집 같을거라 생각했는데, 정보성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에세이라니. 나는 에세이를 안좋아하는데...
그래도 마음을 가다듬고 끈기 있게 읽기 시작했다. 에세이를 읽지 않은 습관이 되어 눈에 글이 잘 들어오지 않아 힘들었지만, 읽다보니 감정이 명확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글쓴이가 느낀 어떤 감정의 순간을 풀어내고, 그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감정 어휘(형용사)로 명명하는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어떤 형용사일까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알고 있는 긍정적인 감정형용사들과 그 반대에 있는 감정형용사의 예시를 보여주며 적용해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온도/통각/촉감/빛 . 총 4가지로 표현될 수 있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자. 우리는 좀 더 내 감정을 분명히 해줄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한달안에 읽기보다는 옆에 두고 두고 보며 연습하며 나의 것으로 삼으면 좋을 듯 하다.
이런 책은 구입하여 소장해두는 편!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들장미 소녀 캔디는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다. 참고 또 참는다.
과연 그녀는 몇 살 때까지 참고 또 참았을까? 참고 또 참다가 속 터지지 않았을까?
괴로워 아파 죽을 것 같아도 웃어야 한다. 심지어 괴롭고 울 만한 이유가 충분한 캔디같은 어린아이조차 울면 안되고 웃어야 한다!
감정을 숨기고 조절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문화 속에 살아온 어린이들. 지금 어른이 된 어린이들은 감정을 숨기며 잘 살고 있을까?
“어린아이처럼 굴지마”
“어른이 되어서 그렇게 속내를 드러내면 어떻게!”
“그런 투정을 부리는 걸 보니 너는 아직 멀었다.”
“왜 그렇게 예민해? 그냥 넘어가”
“누구는 화 안 나는 줄 알아? 다들 참고 넘기는 거지”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줄곧 듣는다. 감정을 드러낼수록 돌아오는 부정적인 반응은 타인과 사회에 대한 불신을 심어준다. 감정은 안으로 파고들고 더이상 다른 사람이 공격할 수 없게끔 우리는 모두 달팽이같이 단단한 껍질로 무장한다.
달팽이로 살며 껍데기를 24시간 등에 지고 살다보니 점점 피곤해지고 쉽게 짜증이 난다.
참집게처럼 나이를 먹고 생각이 많아질수록 그것을 덮을 더 큰 껍데기를 찾아다닌다. 나에게 맞는 껍데기 찾기도 힘들다. 소라, 고동 같은 천연 자원은 약삭빠른 참집게가 먼저 차지하고 남은 것은 깡통이나 플라스틱 쓰레기일 경우도 많다. 이 껍질은 내가 선택한 것인가, 남이 억지로 나에게 씌워준 것인가?
껍데이 없는 민달팽이가 부러워지기도 한다. ‘나도 속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있으면….’ 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용기가 나지 않는다.
감정을 숨기고 사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
애당초 감정이란 무엇일까?
감정 : 외부의 자극과 내부의 자극에 대해 마음이 일어나는 반응.
감정은 반응하고 움직이고 변화한다. 또한 돌덩어리처럼 반응이 없고 움직이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것 또한 감정이다.
‘자극을 느끼면 반응한다’ 는 지극히 일반적인 자연의 섭리다.
이런 자연스러운 섭리를 자꾸 꾹꾹 누르려고 하니 해소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인생의 시기별로, 사건별로 자극이 따라온다. 그 자극에 반응하며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인생의 흐름을 따를 수 있다. 그런데 자극에 대해 반응 자체를 하지 않으려니 내 마음이 어딘가에서 뚝 끊기는 것이다.
감정은 숨기고 다스리고 제어해야 할 작은 악마 같은 취급을 받았다.
이러는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자기 삶의 나침반이다. 자신의 감정을 ‘좋다’, ‘싫다’, ‘나쁘다’ 정도로 뭉뚱그리지 않고 기쁨, 슬픔, 분노, 증오, 불안, 기대, 신뢰, 놀람 등으로 구별하고 그에 알맞은 어휘를 붙여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후련해진다. 나아가 나침반이 되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각각의 감정은 내 인생의 징우이며 각기 다른 해석과 해결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느끼고 표출하는 것이 나쁜 것일까?
감정에는 선도 악도 없다. 옳고 그름 역시 없으며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자신이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에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마음의 고통은 감정이 아니라 자신이 생생하게 느끼는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고 부정하는 데서 생겨난다.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한 척.
나는 척척박사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 놀라지 않은 척, 화나지 않은 척, 싫어하지 않은 척, 착한 척, 아무 일 없는 척, 똑똑한 척,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척.
그러다보니 사람들로부터 ‘니가 이해해라’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예전에는 왜 나만 이해하라는 걸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아무렇지 않은 척 때문에 타인들이 반응해 준 것 뿐이었다.
더 이상 척척박사 흉내를 내지 않는다.
모르면 모른다, 화나면 화난다, 슬프면 슬프다 라고 이야기하니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역시 가만히 있으면 꿔다 놓은 가마니가 되는 거다. 무엇이라고 이야기라도 해야한다.
그럼 무엇이라 이야기하면 좋을까?
헐, 대박, 쩔어, 짜증나, 스트레스, 좋다, 싫다, 나쁘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감정 어휘는 빈약하다. 이래가지고선 타인에게 내 감정을 정확히 묘사하기 어렵고, 나 역시 내가 어떤 기분인지 포착하기 어렵다.
이 책은 다양한 감정 어휘를 제시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뭉뚱거리며 지나쳤던 감정들이 사실은 각자 소중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감정 어휘가 빈약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감정 자체가 메마르고 건조했었다. 마치 사막처럼 만들어 어떤 꽃도 용납못하게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하기 위해 모든 자극들에서 최대한 멀어지려 했다.
그러다보니 즐거움, 기쁨, 황홀함, 만족도 사라지고 심지어 뜨뜻미지근함도 사라졌다.
부정적이고 슬픈 단어들은 금방 이해하면서도 긍정적이며 빛이 나는 감정 어휘에 대해서는 어색했다.
동시에 이런 감정 단어들에 얼마나 목말라했는지 느꼈다.
마치 헬렌 켈러가 ‘물’을 느끼며 ‘물’이라는 단어를 배웠듯이 이 책을 통해 내 감정을 느끼며 그 감정 각각에 이름을 붙였다. 즐거웠다.
어떤 단어는 너무 아팠다.
옹이 : 가슴에 맺힌 감정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하나씩 감정들에 이름을 붙이며 내 마음 속으로 들어가다보니 콘크리트 재질로 만든 달팽이 껍데기가 나왔다. 그 껍데기를 똑똑 두드리니 가시가 솟아나왔다. 아, 이게 바로 내 옹이이구나.
한국인은 홧병이 많다는데 이 홧병도 감정을 숨기다보니 생기는 병이다.
감정은 느끼는데 속으로만 삭이다보니 어떤 사람은 그 부분을 얼려버리고 어떤 사람은 열을 가해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경로를 차단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가진 옹이가 있다는 건 확인했는데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첫 술에 배부르랴. 하나씩 감정들을 직면하면서 껍데기가 흐물흐물해지길 기다려야겠다. 그러는 동안 계속 이 책을 읽어가며 옹이의 정체를 스스로 찾아봐야 겠다.
감정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이해하고 제대로 이름을 붙여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어떻게 대처하고 반응해야 할지 길이 보여서이다. 그 길이 인도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누구나 바라는 대로 존재감과 행복을 느끼고 또한 성장하는 것이다.
p.106
인간은 하루에 4만 가지 이상 생각을 한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초 단위로 온갖 생각이 인간에게 들어왔다가 나갔다 한다. 감정도 4만 가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1천 가지는 되지 않을까?
수많은 생각 속에서 익숙하지 않은 감정을 직면하는 것은 방랑자가 길을 찾는 것과 같다.
뚜렷하게 보이는 바위도 있고, 저 멀리 가야할 곳에는 햇빛이 비추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안개처럼 모호하다. 아직도 내 마음에는 모호함과 두려움, 두루뭉실한 장벽에 가려 힘써 발견해야할 감정들이 즐비하다.
어떤 감정은 디딤돌이 될 것이고 어떤 감정은 걸려 넘어질 수밖에 없는 돌부리가 되기도 할 것이다.
감정은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 없다. 그것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며 표출할 것인가.
제일 중요한 것은 타인에게는 내 감정을 속이고 감출지언정 스스로에게는 솔직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이 감정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우리 모두 안개 바다 위를 걷는 방랑자들이다.
모두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날이 오기를.
명확하게 자신의 감정을 명명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책 끝부분에 나오는 시가 인상깊어 여기에도 옮겨 써놓는다.
여인숙
인간이란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받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거나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들을 집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 잘랄루딘 루미
외부 자극과 내부 자극에 대해 마음이 일으키는 반응이 '감정'이다. 우리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 한다. 나는 슬픔도 느끼고 기쁨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냥 두루뭉실하게 알 뿐이다. 예를 들어 실제로 느끼는 감정은 '수치심'인데 우리는 이를 슬픔, 공포, 분노, 증오라고 차착각한다. 또 다른 예로 우리가 '지루하다'고 느끼는 감정도 실은 '증오'라는 감정인 경우가 많다.
'감정'은 우리 삶의 나침판이다. 그래서,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 하면 우리 삶은 길을 잃는다. 분노를 분노로 느끼지 못 하면, 억눌리게 되고, 억눌린 감정은 더 크게 회귀한다. 저자는 우리 감정을 더 잘 느끼기 위해서 감정과 관련된 어휘를 정리했다.
우리가 감정에 휘둘릴 때 그 감정을 정확한 단어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 '감정'으로부터 우리를 객관화할 수 있다. 그 객관화는 억누르거나 평가하는 과정이 아니다. 드러내는 과정이다.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은 없다. 단지 조건에 따라 감정이 일어나 우리는 방문할 따름이다. 우리는 그 손님을 환영하면 된다. 그 환영의 방법 중 하나가 정확한 어휘로 표현하기이다.
사실, 이 방법은 글쓰기에서도 명상에서도 이미 쓰이는 방법이다. 효과가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성실함이 필요할 뿐이다.
읽으면서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사전 읽는 느낌이 났다. 둘은 다양한 감정과 얽힌 작가의 이야기들이 조금은 '계몽적'으로 읽혔다. '계몽적'이라고 한 이유는 독자를 너무 가르친다는 의미보다는 너무 당연한 얘기를 반복한다는 의미다.
그래도, 한번 읽어 볼 필요는 있다. 읽으면서, 정말 나도 다양한 감정들을 너무 두루뭉실하게 알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 속에 들어 있는 단어의 의미를 두루뭉실하게 사용하니, 그 단어를 이용해 나와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도 같이 두루뭉실해 진다. 즉, 나와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너무 자주 감정이 보내는 신호를 잘못 해석해 엉뚱한 길을 갔다.
이 책은 나침반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감정을 구분하고 그에 적절한 어휘를 붙이는 것에 대한 글이다.
“감정은 자극에 대해 마음이 일으키는 반응”이다.
자극에 대해 마음이 일으키는 반응에 분노, 행복, 슬픔, 혐오감, 공포, 놀람 등의 이름표를 붙인 것을 우리는 감정이라 부른다.
아무도 외로움을 반기지 않지만 외로움 역시 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보내는 신호이고 귀 기울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259) 감정은 당장은 시그널이나 기호일 뿐이라 해독이 필요하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기쁨, 슬픔, 분노, 증오, 불안, 기대, 신뢰, 놀람 등을 느끼는지, 또 어떻게 흘러가는지 인지하고 올바르게 표현한다면 우리는 삶의 파도를 예측할 수 있고 믿을 수 없게도 가뿐하게 올라 타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어가 쉽지 않다. 특히 감정을 세세하게 표현하기 위한 어휘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살진 않았었다. 간단히, 쉽게 표현해도 느낌이 그 말을 전달해줬기 때문이었다.
감정의 깊이와 어휘의 맛을 알고 싶어진 것은 글을 쓰면서였다. 처음 글을 썼을 땐 괜찮았는데 갈수록 내 어휘가 풍성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선경 작가의 < 감정어휘 >에 눈길이 간 건 비슷한 맥락 때문이었다. 모호한 감정을 선명하게 밝혀주다보면 내 삶도, 내 글도 한뼘 자라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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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침반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감정을 구분하고 그에 적잘한 어휘를 붙이는 것에 대한 글이다. 감정을 이해하고 인지하기 위해 '감각'을 활용하기로 했다. (작가의 말 중에서)
평안-기쁨-황홀의 감정 어휘를 세세하게 나눠보고, 지루함-혐오-증오를 나눠보는 것. 이 책이 아니었다면 조금은 두루뭉실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언어라는 것은 자신이 아는 만큼 사용할 수 있고, 알더라도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금방 한정적으로 갇히게 된다. <감정 어휘>를 읽으며 내 감정을 돌아볼 수 있는 점도 좋았지만, 풍부한 어휘를 접할 수 있는 점도 강점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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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제 분류를 찾아보니 인문학/언어학/심리학/교양심리학/자기계발로 나뉘는데, 어느 쪽도 아닌 거 같아도 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학이라고 하기엔 책에 실린 어휘가 좀 더 풍부했으면 좋았을 텐데.. 책이 전하고 싶었던 취지는 알 것 같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지울 수가 없다.
'좋다' 등의 감정 어휘를 세세하게 나눠둔 것도 좋았으나, 예문을 보기 불편하게 만든 점이 살짝 아쉬웠다. 그리고 책을 좀 자주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단어들도 많았을 것이다. 물론 사람 머리로 저장하는 것엔 한계가 있기에 한 권정도 소장해서 종종 펼쳐보는 것이 글을 쓸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감정과 관련된 어휘의 깊이를 조금 더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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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 작가의 말 중에서
책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확신하는 것이 있다면 "인간은 결국 감정이 전부"라는 것이다. 그런데 감정은 당장은 시그널이나 기호일 뿐이라 해독이 필요하다.
- p48
욕구가 충족된 데서 생긴 기쁨이라는 감정에서 강한 세기가 '황홀'이고 약한 세기가 '평안'이다. 우리가 종종 망각하지만 걱정이나 탈이 없고 무사히 잘 있다고 느끼면 기쁨의 감정이다.
- p87
아픔은 대게 날카로운 느낌으로 온다. 아픔을 비유하는 어휘를 보면 끝이 뾰족하거나 날이 서 있는 날카로운 도구로 찌르고 쑤시고 후비고 찢는 형세를 취한다.
- p130
해마는 새로운 경험을 언어와 서사의 형태로 저장하는 기억 중추로, 우리가 미처 감정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감정을 주관하는 편도체 옆에 붙어 있다.
- p167
같은 실수나 잘못을 두고 마음결이 부드러울 때는 "그럴 수 있지~" 너그럽고 느긋하고, 마음결이 거칠 때는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옹졸하고 성마르다.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을 수 있다는 소리다.
- p197
모욕을 당한다고 자신의 본질이나 실력이 깎이지 않고 추켜세운다고 올라가지 않는다. 나는 그대로 나이다. 기분만 날씨처럼 나빴다가 좋았다가 할 뿐이다. 그리고 그 기분은 곧 지나간다.
p267
빛나다, 환하다, 밝다의 공통점이 있다. '맑다'와 '투명하다', '산뜻하다'이다. 어떤 사람이나 현상 등에 빛나거나 환하다고 느낀다면 그 성질이나 하는 일이 맑고 투명해서이다.
책만을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감정 어휘
저: 유선경
출판사: 앤의서재 출판일: 2022년 6월5일
생소한 주제였다. 감정 어휘.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작가가 ‘어른의 어휘력’이라는 책을 이전에 출간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에세이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궁금하다면 읽어볼 수 밖에. 조용히 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말로는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자부했다는 것을 기억했다. 하지만 그것은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자면 자기기만에 가까웠다. 사실 나 자신은 수많은 감정 속에서 매일 허우적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감정이라는 것을 결국 술 한잔에 억누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가끔 서점과 카페를 같이 하는 곳에서 식사를 하곤 한다. 책으로 둘러싸인 트인 공간도 좋지만, 북큐레이터가 정성스럽게 적은 추천 글을 읽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책이었음에도 한 두 권 사기도 한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거기서 나는 감정 어휘를 설명하는 북큐레이터의 글을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받은 감정을 두루뭉실하게 표현합니다. 그러고서는 해소가 안된다고 또 다른 고민을 하죠. 이 책에서 작가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적확한 어휘로 표현만 해도 심리, 소통, 관계 등 수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합니다. 모호한 감정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어휘를 소개하고 상황에 맞게 단어를 쓸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거예요.’
사실 책을 사두고서는 한동안 읽지 않았고, 그러다가 문득 사두고서 읽지 않았던 책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북큐레이터의 글을 읽으니, 마음을 다잡고 첫 페이지를 펼쳤다. 감정이란 작가의 말처럼 선과 악도 없고 판단의 대상도 아니다. 고통은 말 그대로 그러한 감정을 솔직하게 대면하지 않을 때 생기는 것이다. 그것을 무시하거나 혹은 억누르거나. 말하자면 적어도 자신의 감정이 솔직하게 어떤 것인지 구분하고 파악할 수 있다면 인생은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다.
작가는 감정을 구분하고 설명하는데 감각을 활용했다. 그래서 온도, 통각, 촉감, 빛이라는 4개의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각각의 구분에 맞는 어휘를 찾아 글을 썼다. 카테고리가 끝날 때마다 감정과 관련된 어휘를 자세하게 서술했다. 우리 언어에 이렇게 자세하고 세세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있었는지. 글을 읽다 보니 놀라웠다. 달리 생각해보면 나는 그러한 어휘를 제대로 다 알지 못했고, 따라서 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 자체를 매우 좁게 만들지 않았나 싶었다.
작가의 따듯한 격려라고 해야 될까? 문득 책에서 읽은 문구가 생각났다. ‘간절히 희망하는 것이 있기에 절망한다. 절망의 고비는 희망을 품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 고비를 넘지 못하고 체념으로 곤두박질쳐 무생물체가 되기로, 심장을 돌덩어리로 만들기로 작정하면 슬픈 일이다.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은 ‘축복’, 밖에서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어떻게든 나를 끈기 있게 축복하는 것이다. 아직 끝장이 오지 않았으니 그토록 열망하던 것을 함부로 폐기처분하지 말자.’라고.
책을 읽으면서 행복했던 것은 공감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다. 브레히트의 ‘무기력한 소년’, 로맹 게리의 ‘벽’의 인용. 니체의 말. 어휘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깊은 내용의 훌륭한 에세이기도 하다. 사실 이 책은 조용한 곳에서 사색하듯이 읽기를 바란다. 작가가 친절하게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걸으면,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현명하게 이를 보듬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당신도 작가의 따듯한 조언을 느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 읽어야 할 책
이 책의 첫인상. 국어사전 같다
감정을 나타내는 온갖 형용사의 사전적 정의를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는데,
비슷한 단어가 많이 나오다 보니 혼란스럽다가
찬찬히 읽다 보면 점점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내가 찾은 감정 어휘는 '무기력함'
무기력하다 : 어떠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다
스스로 육아 우울증이라 느낀 시간이 있었다
마음이 답답하고 이 세상에 나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을 마주했을 때,
왠지 이 감정을 그저 '우울함'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기가 곁에 있다는 게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느껴지는 이 낯선 감정들이 그저 우울하다고 단정 짓기엔 참 복잡 미묘했다
그 순간 내가 느꼈던 감정은 '무기력함'에 가까웠던 것 같다
육아에 진심을 다하느라 '어떠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었다'
항상 잠이 부족해서 피곤에 절었고,
초보 엄마는 모든 게 서툴러서 '이 귀한 아이가 나 때문에 잘못되나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24시간 아이와 함께해야 하는 엄마의 삶에 적응하는 데 많은 체력이 필요했고,
그 와중에 남편과 소통하는 방식에도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시간이 많은 걸 해결해 주었다
초보 엄마는 점차 능숙해지면서 육아에 힘을 뺄 수 있는 요령이 생기고
책을 통해서 오늘 하루를 새로움으로 채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그때는 도무지 알 수 없었던 내 감정이, 시간이 흐른 뒤 선명하게 보인다
내 감정을 마주하고 싶은 순간 이 책을 다시 열어보게 될 것이다
많은 심리학 책에서 말한다 자신의 감정을 싫다 좋다 가 아닌 정확하고 다양한 단어를 통해 말하는게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런 감정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쓰는 걸까 기분이 나쁘다는 것 하나에도 다양한 질감의 감정이 들어있을 텐데 우리는 그냥 단순하게 짜증나 라는 식으로 퉁쳐버린다 자신의 감정은 사실 그런게 아닐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제대로 된 감정 어휘 사전 없을까? 하고 찾고 있던 찰나에 발견한 책이 감정 어휘다 이 책은 나처럼 감정에 사용되는 무궁무진한 단어들이 궁금한 사람들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어른의 어휘력으로 유명한 유선경 작가님의 도서다
작가님의 책은 재미도 있지만 특히나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데 이 책 또한 그런 컨셉의 책이다 감정에 대해 심리학적인 해석을 읽어볼 수도 있고 또한 다양한 감정 어휘들을 공부할 수도 있는 일석이조의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일단 감정 어휘 공부를 위해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흔하게 감정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그 단어의 진정한 의미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감정 어휘에서는 감정을 일단 사전적으로 풀이한다 감정이란 외부의 자극과 내부의 자극에 대해 마음이 일으키는 반응 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작가님은 감정의 최종 목표는 자신의 마음에 가해진것과 같은 크기의 힘을 반대 방향으로 가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극을 더 많이 더 강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예민함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예민하면 자극에 대응하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므로 쉽게 지치고 피로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건 짜증이다
이러한 짜증은 분노에 속하지만 약한 정도의 분노다 한편 예민하면 유입되는 자극을 최소화하는 생활방식을 택하는 이도 적지 않은데 이것은 내향성의 한 가지 이유가 된다 이런식으로 사전적 의미에 더해 다양한 심리학적 해설 플러스 자기만의 논리를 가지고 한국인의 감정 어휘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읽다 보면 참신하고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