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지지 않는 하루 | |
이화열 저
암 투병을 한 저자의 에세이 책이다. 개인적으로 에세이 류의 서적을 잘 읽지는 않지만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님의 담담하고 세련된 필체로 펼쳐진 단문들을 읽는 것이 좋았고, 많은 위로를 주기도 했다. 암에 걸린다면 막막하면서도 우울하고 절망적일 것 같은데 저자의 다양한 생각의 단상과 일상을 읽는 것이 좋았다. |
철학도 가끔은 이론서보다 이렇게 살아 있는 생생한 에세이 형태로 만나 보면서, 특정 상황에서 겪는 타인의 고뇌를 통해, 삶의 방향성과 태도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이는 진정한 철학의 의미와 가치를 음미하고 되새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
<시선을 밖에서 안으로 거두면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져>
팬데믹 시대에도 삶은 이어진다. 밥을 짓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사랑을 하고 헤어진다. 우리가 절망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이 시간 속에서도, 누군가는 인생의 의미를 묻고 다시 일으키는 글을 쓴다.
‘두려움이라는 병을 이겨내면 선명해지는 것들’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 여기에 <지지 않는 하루>라는 제목이니 이쯤되면 글쓴이는 무엇에서 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싶었을까 궁금하다.
어느날 발견된 암 덩어리, 하지만 정작 그녀가 두려운 것은 암이 퍼져 죽게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반짝 거리는 두 아이와 오랜시간 곁을 지켜온 남편, 무슨일이 있으면 달려오는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들이 사라지고, 자신의 부재로 인해 그들이 슬퍼하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가장 두려운 것이 아니었을까.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는 시간 동안 그녀는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일상을 살고, 여행하고, 글을 썼다. 지친 몸과 마음, 치료와 생존률이 주는 숫자의 압박이 불확실한 두려움을 안겨주는 순간에 자신을 돌아보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 속에서 위안을 찾고 힘을 냈다.
에세이 작가와 삶의 궤적이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그의 글에서 받는 울림은 커진다. 나이와 사는 곳은 다르지만, 누군가의 딸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는 한국 여성이라는 점에서 그의 담담한 글을 읽다가도 울컥하곤 했다.
나에게는 인생을 조금 더 살아온 언니가 카페에 앉아 카푸치노를 마시며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는 것 같은 책이었다. ‘얘, 있잖아, 어제 병원에 갔는데…’하면서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언니라는 점, 막내 이모가 아니라 나이 차이가 좀 있지만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언니라는 거다)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
2. 출처를 넣어주세요. ex) 234page, 4번 트랙<사랑해>, <브리짓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의 대사 |
지지 않는 하루라니. 제목이 참 좋은 책 인 것 같다. 나는 맨날 지는 하루를 보내고 있기에 내 마음 속에 더 콕 박히는지도 모르겠다^^;; 나약한 정신의 소유자인 나는 나 자신에게도 지고, 게으름과 귀차니즘에게도 진다. 반성을 해보지만 그 때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언젠가는 맞이할 나의 죽음 앞에서 후회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기에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는 누구나 살기를 꿈꾸는 도시중에 하나인 프랑스 파리에 살며, 끼니때 마다 갓구운 빵을 사고, 가족들을 위해 크래페를 만드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글마다 풍겨지는 이국적인 공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이런 그녀에게 암이라는 큰 위기가 찾아온다. 그전까지의 삶은 참 행복했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게 된 것 이다. '죽음을 떠올린 순간 머릿 속에 스치는 생각이 결국 당신이다'라는 소제목처럼 그녀는 암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괴로워하기 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 동안의 시간들이 행복했기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고백하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굳건하게 치료를 받는다.
암과 죽음은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우리는 암을 두려워한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의 포로로 잡혀 스스로가 생의 의지를 포기하는 반면 저자는 기운 넘치게 치료를 받으며, 남은 시간을 온전하게 즐기려 노력한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녀는 암이 인생에 눈금을 그은 것 처럼 이후의 삶이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내가 가진 것들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진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집중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큰 병으로 그동안 인생의 자잘한 병들과 문제들 또한 사라졌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러니 우리에게도 만족스러운 순간을 놓치지 말고 붙들어서 그 즐거움을 누리며 살라고 강조한다. 죽음의 문 턱 앞에서도 담담하게 인생을 누리는 저자를 보며, 남은 내 인생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지지 않는 하루 : lalilu
책의 표지를 보면 검은 고양이가 밖을 응시하고 있고 제목 왼쪽에는 ‘두려움이라는 병을 이겨내면 선명해지는 것들’이라는 내용을 제공한다. 표지 가장 아랫부분에는 “오늘도 절망과 싸우는 이들에게 이화열 작가가 전하는 영리한 행복!”이라는 내용도 함께 전한다. 과연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두렴과 절망을 이기고 극복할 수 있는지 그 내용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코로나로 전 세계가 삶과 죽음 그리고 바이러스의 전염이라는 문제로 혼란과 혼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암이라는 병 앞에 소환된 삶을 살고 있었다. 이 책은 암과 함께 보낸 일상과 생각의 기록을 담고 있다. 죽음이라는 인간이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과정을 마주하며 과연 어떤 생각과 질문 그리고 답을 얻었는지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저자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보고 깨닫게 된 점이 있다면 삶에 집중하게 되면 그 전에는 결코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그리고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과 철학자들은 죽음의 문제를 생각하며 삶에 집중하여 깊이 있는 사색을 통한 결과물들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시인의 감수성과 철학자의 깊은 사유를 만날 수 있게 된다.
부조리한 삶에서 각자의 즐거움을 연주해야 한다는 것을 저자를 통해 배우게 된다. 일상의 삶에서 과연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면 살아가고 있는지 이 책을 보며 무념무상의 삶에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되었다.
일상의 무너짐을 경험하게 되면 이전의 일상이 얼마나 놀라운 은총이며 하나님의 축복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코로나로 인해 그리고 암이라는 질병과 싸우는 과정으로 인해 건강했던 그리고 자유롭게 만날 수 있었던 흔했던 일상이 특별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일상이 특별한 삶이었고 지금도 우리는 매일 매일 기적을 쓰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느끼게 되었다. 불안과 염려가 우리 삶에 찾아온다 할지라도 여전히 살아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 되었다.
『지지 않는 하루』 제목만으로 끌리는 책을 자주 만나는 편은 아닌데, 움츠러든 마음이 먼저 반응을 했던 것 같다. 두려움이라는 병을 이겨내면 선명해지는 것들이란 부제도 마음에 들었다. 나는 불안도가 높은 편이라 금방 긴장하고 당황하고는 한다. 벌써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임에도 말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살아가며 느끼는 건 나이를 먹는다고 두려움이 소멸되는건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요소들로 인해 쉼없이 불안은 야기된다. 애초에 타고난 성격에 의한 영향이 있겠지만 가끔 수련이 부족한 탓인가 여기기도 한다.
저자의 위로를 받아볼 요량으로 읽기 시작하였는데, 초반에 약간 숙연해지고 말았다. 파리지앵 남편을 만나 파리에 정착한 저자에게 암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자의 풍경은 밝고 활기차다. 심지어 그 삶에는 웃음도 사랑도 존재한다. 입원하고 치료를 받았던 프랑스 의사들과 간호사들조차 낙천적으로 환자를 대한다.
그렇게 슬프지도 억울하지도 않다. 어차피 세상의 아름다운 곳을 전부 여행할 수 없고, 세상의 맛있는 음식을 다 먹을 수 없고, 가슴 뛰는 그 많은 책을 다 읽을 수 없다. 경험의 밀도가 중요할 뿐이다.
영원히 숙성하는 포도주도, 불멸의 인생을 사는 인간도 없다. 적당한 시기에 포도주를 따서 마시고, 햇살을 만끽하는 것 말고 우리에게 다른 선택이 있는 걸까?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들에게 삶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야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질 수 있었던 책이었다. 과연 어떤 불행이 내게 손을 흔든다면 난 그 앞에서 초연한 태도로 있을 수 있을까? 경험하지 않은 일이라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태도로 살고 싶다. 죽음 자체의 고통보다 죽음을 생각하는 고통이 더 큰 것처럼 미래의 엄습할 불행으로 당장 주어진 삶을 버려두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근 1년 동안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책, 『지지 않는 하루』.
가만히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가다 뭔가 울컥해지는 그런 책이였고 참 사랑스러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였고 내 삶과 내 삶 속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였다.
결코 이런 마음을 기대하고 읽은 책이 아니였는데, 최근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것일까? 책을 보면서, 작가님의 항암 치료기, 그러나 정말적이지만은 않은 이야기, 그리고 암울하기만 하지 않은 달라진 상황 속에서도 작가님도 가족들도, 작가님의 주변 이웃들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그것 불쌍하게 보지 않는 그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으로 다가온 책이다.
우연히 발견한 종양. 암이다. 항암 치료를 해야 하고 그 부작용으로 구토와 탈모가 진행된다. 식욕 부진과 구토는 동반되고 이를 억제하고자 약을 먹으면 수면의 늪으로 빠진다. 그리고 머리카락도 빠진다.
단골 미용실의 미용사는 그녀의 항암 치료와 짧아진 머리카락 이야기에 그럼 군인처럼 밀면 되지 않냐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게 냉정해서도 아니고 걱정해서도 아니다. 뭔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녀를 그 모습 그대로 봐주는것 같아 함께 웃게 만드는 힘이 있는것 같다.
집수리를 도와주는 연변 아저씨는 그녀의 바람인것 같은 바닷가에 메종을 지어 고칠 때까지 어딜 가지말고 있어달라는 말에 수리비도 받지 않고 오래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아저씨에게 그녀는 담배 한보루를 사와 선물한다.
빠지는 머리카락에 결국 미용실에서 짧게 자르고 온 날 아들은 어제보다 예쁘다고 말한다. 남편은 식탁 앞에서 구토를 하는 그녀에게 아무렇지 않게 웃어 넘길 수 있는 농담을 한다. 아이가 스팀 다리미를 혼자 사용하려는 모습에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짓지만 아이는 이제 자신은 성인이 되었으니 괜찮다고 걱정말라고 말한다.
엄마인 내가 해주던 것을 아이가 혼자서 하게 되는 어느 날 문득 느끼게 되는 감정... 그게 뭔지 알것 같다. 기특하고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걱정되어서 방법을 가르쳐준답시고 결국엔 내가 혼자 다 해버리곤 이젠 알겠지라고 묻던 나의 모습이 겹쳐진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가족들이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남자와 한국 여자. 정서적 차이는 분명 있을테고 표현의 차이도 분명 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무뚝뚝해보이는 남편 분이나 지나치게 덤덤해보이는 아이들의 말투지만 서로가 주고 받는 말 속에 담긴 따스한 감정,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와 헌신 그리고 믿음이 느껴져 우리 가족도 아닌데 왠지 저자의 이야기에 눈물이 흐르고 감동을 받는다.
병이 지금 자신의 삶을 더 생각하게 만들고 현재를 더 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절로 깨닫게 해주는 것이라는 말... 어쩌면 당연하게 주어지는 시간이라 여겼던 순간들의 소중함, 그리고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즐겁게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만약 힘든 순간에 놓여 있는 분이라면, 헛헛한 마음에 지친 나날을 보내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감히 추천해드리고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처음엔 투병기인줄 알았다.
책 소개글에서 저자가 암투병을 했고, 그때의 일을 담았다고 하길래 당연히 투병기라 생각했다.
암에 걸렸을때의 심정, 큰 병에 걸린 후에 다르게 보이는 세상, 되돌아보는 나의 인생, 삶에 대한 감사와 찬양,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사색, 이런 내용을 상상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달랐다.
처음부터 담담하고 조용하게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본인 소개도 없이 바로 프랑스에서의 일상이 나오고, 남편이라 생각되는 사람의 이름과 주변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국제결혼을 한 사람인가보네.' 라고 추정했다.
그렇게 담담히 진행되다가 발병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이야기의 흐름이나 분위기가 약간 바뀔거라고 생각했다.
역시 그 '투병기'라는 생각에서 크게 못벗어난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대로였다.
처음 책을 펼쳤을때의 느낌 그대로, 큰 굽이없이 그저 강물처럼 조용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는 계속 진행되었다.
투병 이야기가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세세하고 처절하게 묘사되지 않았다.
그냥 일상처럼 평범하게 흘러가고 있어서 일반적인 에세이를 읽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투병이나 죽음 역시도 일상인데 내가 혼자 너무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던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실 엄마가 대장암과 유방암 수술을 했다.
정기검진 중에 대장암을 발견해서 수술했고, 대장암 경과를 보는 중에 유방암을 발견해서 수술했다.
둘 다 초기에 발견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사실 다행이란 말을 쓰는것 자체도 맘에 안든다.) 1년 사이로 받은 두번의 수술로 엄마는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대장암 수술때는 곁에서 잠시라도 간호해드릴 수 있었지만, 유방암때는 코로나 초기 대확산때라 아예 지역을 벗어나질 못했다.
엄마한테 못가봐서 미안하다고, 엄마 아픈데 전염병 핑계대고 가보지도 않는 불효녀라고 했더니 엄마는 "겨우 병원 못와보는걸로 무슨 불효녀야~ 그런거 아니야. 아빠도 있고,네 동생도 있고, 그리고 병원에서 아예 개인 간병인을 못두게 하는걸. 엄마는 괜찮아." 라고 했다.
엄마는 자신의 병에 대해서 딱히 왈가왈부 하지 않았다.
원망도 분노도 후회도 없이 그저 성실하게 치료에 임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걸 했다.
먹으라는거 잘 먹고, 운동하라는거 잘 하고,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는 것 외에는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했다.
하긴 그러고보면 엄마는 늘 그랬다.
부화뇌동 하는것 없이, 그저 덤덤하게 본인이 가야 할 길을 그냥 갈 뿐이었다.
왠지 이 책에서 엄마의 모습이 보인것 같은건 내 착각일까?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
최근 죽음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죽음에 관한 이슈와 사건사고들을 많이 듣다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죽음이 두려워지는 만큼, 죽음의 문턱앞에서도 무너지지않고 그것을 극복해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책을 찾아 읽게된다. 이번에 읽은 책. '지지 않는 하루'도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투병을 하고 있으나 그로인해 찾아오는 공포와 우울에 잠식되지 않고 자신만의 템보에 맞추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자 '이화열' 님의 긍정적 에너지에 큰 힘을 얻었다.
신기한 것은 죽음과 맞서싸우고 있는 저자의 필체가 이상하리만큼 여유롭고 잔잔하다. 덕분에 숨막히도록 자신을 몰아세우며 살아가고 있던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성격도 급하여 인생도 급하게 살려는 나에게 "알았으니까 잠시 진정하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봐요."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바쁘게 살아온 인생, 쉴틈없이 지내온 나날들 속에서 '여유'의 존재를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모두가 다 죽음의 문턱 그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아무도 자신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으니 말이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유리배에 몸을 맡기고 정처없이 항해할뿐이다. 이 배가 가라앉을 때까지..한치앞도 모르는 인생, 결국 우리는 저자와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저자가 앞으로도 쭈욱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금, 그녀의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이 꺼지지않기를 바란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gustn3377/222248446178
이 책을 처음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역시 제목이었다.
'지지 않는 하루'
사실 처음에는 그냥 마냥 어떤 것에든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 읽게 됐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조금 결이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좋은 방향으로.
이화열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파리지앵인 현재 남편을 만나 파리에 정착했다고 한다.
작가는 2019년 갑작스레 직장암판정을 받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며, 그 시기의 생각과 일상을 '지지 않는 하루'에 담았다고 한다.
이 책은 참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의 책이었다. 병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단어들을 중심에 두고 있는 책이기에 따뜻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가 죽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방식, 그녀를 이루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 그들과의 일상들이 참으로 따뜻한 색채와 향을 띄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그녀의 세상이 참 따뜻한 색을 품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다.
인간은 죽음 자체의 고통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받는 고통이 더 크다.
전우치에서 나왔던 대사 하나가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죽음이 두렵나는 말에 '죽음이 두렵다기보다는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두렵다.'라는 대답이 나오는데 여렸을 때 본 영화임에도 이 대사가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사람들은 왜 죽음에 두려움을 느낄까?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너무 막연해서? 남겨질 사람들이 걱정되어서?
혹은 정말 그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서 느낄 고통 때문에?
사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사람은 언젠가 죽어'라는 말로 두려움을 항상 누르고 있지만, 사실 나도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을 정도로 두려움을 가졌기에 죽음이라는 단어를 내 삶에서 멀리 밀어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우리의 정신을 갉아먹는 것은 역시 이 두려움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암이라는 갑작스러운 죽음의 병이 눈앞에 찾아왔음에도 두려움에 잡아먹히지 않았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했고 책과 자연 등의 도움을 받아 끊임없이 답변을 해왔던 것 같다. 그렇기에 죽음에 대해 질문을 하면 할수록 결국 그것을 삶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삶이 있는 한 죽음은 존재하지 않아요. 지금 이 순간을 잘 음미하면 그만이죠. 그렇지 않나요?
내가 아니란 법은 어디에도 없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언젠가는 일어날 일.
그렇기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잘 해소할 수 있는 일은 역시 지금 이 순간을 잘 보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작가가 죽음에 대한 질문이 결국 삶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한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내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죽음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부터 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결국 내 생각 또한 삶으로 다시 돌아왔다. 어떤 죽음에서 어떤 삶으로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즐거운 삶. 가끔은 멈춰서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음미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좋은 작가는 연필로 밑줄을 긋는 짜릿한 기쁨을 선물하는 존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말이 맞는다면, 이화열 작가는 나에게 좋은 작가가 틀림없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문장에 멈춰 섰고 그중 더 마음에 들어온 많은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읽는 동안 아름다운 시선으로 세상을 본 느낌이었고 읽고 난 후 마음이 촉촉해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