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미리보기 공유하기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창작과 소설 읽기의 전범이 될 현대소설의 백미!”
작가 이문열을 사로잡았던 세계의 명작, 작가를 꿈꾸는 이들의 필독서!

1996년 처음 출간된 이래 이십여 년간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이 새로운 판형과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독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간 변화해온 시대와 달라진 독서 지형을 반영해, 기존에 수록된 백여 편의 중단편 중 열두 편을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고, 일본어 중역이 포함된 낡은 번역도 새로운 세대의 번역자들의 원전 번역으로 바꾸어 보다 현대적인 책으로 엮었다. 바뀌거나 더해진 것이 3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새로워진 개정판이 되었다. 여기 세련된 장정과 판형으로 소장가치까지 한층 높였다. 지난 이십여 년간 그래왔듯이, 이번 개정판도 수많은 독자들을 세계명작의 산책로로 안내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엮은이인 이문열 작가는 초판 서문에서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속에 다양하면서도 잘 정리된 전범(典範)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주요 문학잡지의 해외 특집란을 검토해 추린 후, 주제별로 세계의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엮어내고 각 작품에 대한 해설을 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는 별수 없는 미진함이 남을지라도(혹은 그런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작가는 이 선집이 작가 자신의 문학 체험의 한 결산임을 분명히 밝히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학 체험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창작의 한 전범이자 기준이 될 것이며, 소설 연구자들에게는 주제별 비교가 가능한 텍스트로서, 그리고 대중 독자들에게는 수준 높은 세계명작들의 풍성한 세계를 접하는 첫 책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수록된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세계 수준의 문학 교양을 쌓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우선 1권과 2권이 동시 출간되었다. 2권 “죽음의 미학”은 죽음을 주제로 한 중단편 9편을 모았다. 죽음은 우리 모두의 중요한 관심사이다.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닥쳐오기 때문이다. 또한 바로 그런 이유로 죽음은 삶을 삶답게 하는 전제가 되는 법이다.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이 모든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다만 모두에게 다른 것은 죽음을 대하는 태도일 뿐이다. 우러를 것인가, 예비하고 다가갈 것인가, 혐오하고 두려워할 것인가, 할 수 있는 한 기피할 것인가. 우리 삶의 무수한 선택이 죽음에 대한 이 선택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좋은 소설은 자주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워 삶을 이야기한다. 2권에 수록된 9편의 중단편을 통해 문학이 다루는 “죽음의 미학”을 살펴보는 것은 인간 삶의 가장 본질적인 순간들을 체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스티븐 크레인의 <구명정>과 마르셀 프루스트의 <발다사르 실방드르의 죽음>을 새로이 번역해 실었고, 기존에 중역했던 헤르만 헤세의 중편 <크눌프>는 원전을 재번역해서 수록했다. 그 외에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잭 런던의 <불 지피기>, 셔우드 앤더슨의 <숲속의 죽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 샤를 루이 필리프의 <앨리스>, 바이올렛 헌트의 <마차>와 같은 세계적 문호들의 작품을 문장을 다듬어 새롭게 소개하고 있다. ‘죽음’과 ‘삶’이라는 거대한 주제가 거장들의 손길을 거쳐 독자들에게 ‘미적 체험’으로 다가오는 독특한 순간들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세계명작산책』 개정판을 내며
『세계명작산책』 초판 서문
머리말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한 속인을 통한 죽음의 성찰

스티븐 크레인
구명정
죽음과 맞서는 인간의 태도 또는 자세

잭 런던
불 지피기
관념이 배제된 죽음의 과정

마르셀 프루스트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삶이 죽음의 일부인가, 죽음이 삶의 일부인가

셔우드 앤더슨
숲속의 죽음
삶을 인상적으로 진술하는 방식

헤르만 헤세
크눌프
삶의 최종심

어니스트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신이 없는 죽음과 감추지 않는 주저흔

샤를 루이 필리프
앨리스
독점욕이 빚어낸 특이한 죽음의 양상

바이올렛 헌트
마차
염세적 세계관을 배음背音으로 한 기상곡

저자소개 (17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 다만 철저하게 무관심할 뿐인 자연의 여신 앞에서
―장경렬 서울대 명예교수, 스티븐 크레인의 ?구명정?이 말해 주는 것

만 29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생애를 보냈지만, 스티븐 크레인(Stephen Crane, 1871.11.1.~1900.6.5.)은 미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장?단편소설과 시를 창작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다. 일찍이 윌리엄 포크너는 마크 트웨인을 현대 미국문학의 할아버지라고 한다면 크레인은 아버지라고 말한 바 있거니와, 바로 이 말에서 우리는 크레인의 문학사적 존재 의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정규적인 학교 교육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크레인은 1891년 6월 만 20세가 되기 전의 나이에 대학을 중도에서 포기하고 신문 기자와 작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1893년 장편소설 ??거리의 소녀 매기 Maggie: A Girl of the Streets??를 발표했는데, 비록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 작품은 오늘날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효시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어서 1895년 또 한 편의 장편 소설 ??붉은 무공 훈장 The Red Badge of Courage??을 발표함으로써, 크레인은 대서양 양안―즉, 미국과 영국―에서 주목받는 저명한 작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이처럼 젊은 나이에 저명한 작가가 된 크레인은 1896년 12월말 한 신문사의 요청에 따라 그 무렵 스페인의 압제에 항거하여 진행되고 있던 쿠바 독립 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플로리다로 떠난다. 쿠바에 잠입할 목적으로 그는 12월 31일 저녁 선원 자격으로 플로리다의 잭슨빌에서 출항하는 증기선 커머도어(Commodore)에 승선한다. 전쟁 물자 및 쿠바 독립군 자원자를 싣고 출항한 이 배는 항구를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모래톱에 얹히고 만다. 모래톱에서 끌어내어 물에 띄우려고 하는 가운데 배는 부분적으로 파손을 당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이틀 후에 마침내 침몰하고 만다. 배에 있던 모든 구명정이 동원되었으며, 크레인은 다른 세 사람과 함께 작은 구명정에 오른다. 파도와 힘겨운 싸움을 하던 네 사람을 태운 채 대략 30여 시간 동안 바다에 떠 있던 이 구명정은 마침내 데이터나 비치의 해안 가까이(약 800미터 전방)에 이르러 파도에 뒤집히고 만다. 마지막 사투 끝에 네 사람 가운데 세 사람은 살아남고 한 사람은 죽음에 이른다.
크레인은 이때의 경험을 기록하여 1897년 1월 6일 ?스티븐 크레인 자신의 이야기 “Stephen Crane's Own Story”?라는 제목으로 신문사에 보낸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후 당시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단편소설 ?구명정 “The Open Boat”?을 창작한 다음 이를 ??스크리브너즈 매거진 Scribner's Magazine??에 발표한다. 크레인의 단편소설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위기에 직면하여 인간과 인간이 서로에게 느끼는 진정한 동지애와 신뢰감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울러, 이 소설은 자연이란 인간에게 잔인하지도 자비롭지도 않으며, 그를 배반하거나 그의 앞에서 현자인 척하지도 않은 채 다만 무관심할 존재라는 깨달음으로 독자를 이끌기도 한다. 물론 자그마한 구명정에 몸을 싣고 있는 네 사람은 때때로 절망하기도 하고 때때로 자연의 여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힘을 합하여 모든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독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자연과의 싸움에서 인간이 동원할 수 있는 인내력과 잠재력이 얼마나 무한한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신문사 특파원은 크레인 자신의 소설적 형상화로 추정되며, 기관사와 함께 구명정의 노를 젓는 일을 맡아 한다. 그는 또한 많이 생각하고 깊이 느끼는 그런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신문사 특파원이라는 직업의 영향으로 그는 인간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지니고 있었지만, 배 안에서 싹튼 동지애를 감지하고 이로 인해 인간에 대한 따뜻한 감정을 일깨워나가게 된다. 구명정에서 사람들과 함께 보낸 고난의 시간이 그에게 “생애 최고”의 경험으로 이해됨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또한 여러 번 자연에 대한 원망과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마침내 자연이란 인간에게 철저하게 무관심한 존재임을 생생하게 깨닫는다.
증기선 커머도어가 침몰할 때 부상을 당한 선장은 조용하고 침착한 성격의 소유자로, 배 안의 모든 사람들은 신중하고 주의 깊은 그에게 절대적 신뢰와 존경의 마음을 보인다. 이야기 속 대화의 분위기로 보아 그는 배에 함께 있는 다른 세 사람보다 나이와 경륜이 한결 높은 사람으로 추정된다. 그는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나머지 세 사람에게 이러저러한 지시를 내리기도 하고, 또 배의 항로를 결정하기도 한다. 비록 배의 안전을 위해 육체적으로 기여하는 바는 없지만, 그는 결코 잠에 빠져들지 않은 채 항상 배의 안위에 주의를 기울인다.
기관사인 빌리는 자기에게 주어진 바의 일을 끈기 있고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다. 커머도어가 침몰하기 전 기관실에서 이중 당직 근무를 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그는 누구보다도 피로에 지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인 노 젓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묵묵히 주어진 바의 일에 충실했지만, 그는 해안에 거의 다 이르러 죽음의 길을 걷는다. 이처럼 자연은 인간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요리사는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으로, 소설 속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떤 면에서 볼 때 ‘어린아이답다(childish)’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항상 모든 일이 밝은 쪽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또 그런 생각을 수다스럽게 입 밖으로 표현한다. 모든 사람들이 위기감에 젖어 긴장해 있지만 그런 순간 엉뚱하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파이에 대해 생각할 정도로 현실 감각이 모자라는 사람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배 안으로 들이닥치는 바닷물을 퍼내는 일이다.
어찌 보면, 위의 네 사람은 서로 다른 개성의 소유자로, 인간 사회의 한 단면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험난한 바다를 배경으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소설은 단순한 모험담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아울러, 인간과 자연과의 싸움을 냉정하고 절제된 필체로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빌리의 죽음을 통해 인간사란 결코 교과서적인 해답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그 무엇임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요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사실 광포한 바다로 대표되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대결을 다룬 이 소설에는 두드러진 플롯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며, 극적인 반전을 통해 읽는 사람들을 특별히 긴장케 하는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절한 문학적 비유와 상징 및 생생한 정황 묘사를 통해 이야기의 생동감과 현장감을 잘 살리고 있다. 아울러,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자연과의 대결 속에서 절망에 빠져들기도 하고 희망을 갖기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깊고도 뛰어난 문학적 호소력은 결코 소홀히 여겨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역자는 이 소설을 해양 전도와 온갖 해양학 표본이 있는 서울대학교 해양학 실험실에서 번역을 시작했으며 또 그곳에서 번역을 마쳤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건물 개축 공사로 인해 잠시 연구실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자연대학 교수 한 분의 배려로 해양학 실험실 가운데 하나를 연구실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번역 도중 미국으로 건너가 태평양 연안에서 얼마 동안을 보내기도 했는데, 그때 역자는 자주 들르던 바닷가 어느 주점의 발코니에서 파도와 갈매기와 펠리컨에 우두커니 눈길을 주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이 소설의 번역을 계속하기도 했다. 우연이긴 했지만, 이처럼 역자는 광포한 바다와 인간 사이의 싸움을 다룬 이 소설에 대한 번역을 바다와 깊은 관계가 있는 곳 또는 바다와 가까운 곳에서 진행했다. 해양학 실험실의 분위기와 태평양 연안의 바다는 이 소설을 번역하는 역자에게 실로 각별한 감흥을 불러일으켰으니, 번역을 하는 동안 내내 역자는 소설 속의 정경이 시시각각으로 현재화되어 역자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끝으로 제목 번역과 관련하여 한 마디 하는 것으로 짤막한 소개의 글을 마치기로 한다. 이는 너무도 유명한 소설이기에 작품 자체에 대한 번역이 시도된 바도 있지만 미국문학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제목만 따로 우리말로 번역하여 소개된 적도 여러 번 있다. 이를 검토해 보면, 이 소설의 제목은 ‘난파선’이나 ‘무갑판선’으로 번역되어 있기도 하고, 또는 ‘구명선’으로 번역되어 있기도 하다. ‘오픈 보트(the open boat)’란 갑판도 없고 햇빛이나 비바람을 피할 보호막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배, 그러니까 아무 설비도 없는 일종의 거룻배를 말한다. 물론 소설 속의 ‘오픈 보트’는 배가 조난을 당했을 때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작은 배를 말한다. 이런 점에서 ‘난파선’이라는 번역은 적절한 것이 아니다. 인명 구조를 위한 작은 배 자체가 난파선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무갑판선’이라는 번역은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동시에 그 의미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구명선’이 가장 적합한 번역일 수 있겠다. 하지만, ‘구명선’의 ‘선’(船)은 배를 지칭하는 일반적 표현이라는 점에서, 소설에 등장하는 아주 작은 배의 느낌을 전하기에는 이 역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구명정’으로 번역해 보았는데, ‘구명정’의 ‘정’(艇)은 ‘작은 거룻배’를 뜻한다는 점에서 원래 제목의 의미를 가장 잘 전하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배에 설치된 구명정들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구명정과는 느낌이 다른 것일 수 있다. 이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뾰족한 묘안이 없어 그냥 ‘구명정’으로 옮기기로 한다. 보다 더 적절한 우리말 번역이 있다면 역자에게 깨우침을 주기를 독자 여러분께 부탁한다.

■ 죽음은 변덕스러운 삶의 가장 강렬한 체험
-김다은 추계예술대 교수

죽음을 앞둔 한 친척을 관찰하는 소년의 시선과 그 죽음을 실제로 겪는 발다사르 자작의 내면적 변화를 극명하게 변주한 작품이다. 어릴 때부터 천식 발작으로 병과 죽음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프루스트 특유의 감수성이 잘 나타난 작품으로, 이 단편소설은 후에 프루스트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위해 꼭 필요했던 ‘습작’이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죽음을 앞둔 당사자와 그것을 바라보는 소년의 변덕스러운 심리 변화에 대한 묘사가 이 소설을 읽는 재미라 할 것이다. 특히 소년 화자가 어른들의 죽음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언젠가 자신도 겪고 될 운명임을 깨닫고 죽음의 망령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무들과 산에 은둔을 시도하지만, 곧 어머니의 품에 안겨 천진난만한 소년의 세계로 돌아가는 모습은 코믹한 슬픔을 자아낸다. 반면에 자작은 자신이 곧 죽으리라고 생각했으나 한동안 회복의 기미를 느끼자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에 날카로운 불안감을 느낀다. 죽음에 대한 욕망이 다시 일기 시작하고, 죽음을 기다리며 절망하던 그 동굴의 시간을 도리어 그리워하기까지 한다. 그것도 잠시 다시 병이 깊어지자 피할 수 없는 죽음에 절망하면서도 질투와 열정 그리고 자작이라는 귀족 신분의 자존심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데 인간의 가장 변덕스러운 일면이 아닐 수 없다.
이 소설의 백미는 자작이 죽는 장면의 묘사이다. 의사가 “돌아가셨습니다!”라고 선포하는 순간, 지인들이 일제히 자작 곁으로 모여든다. 사람들의 눈에 자작은 이미 죽었지만, 자작은 그 순간에 많은 것을 보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키스해 주던 어머니, 저녁에 그를 자리에 눕히고 그가 잠들지 못할 때면 곁을 떠나지 않고 발을 덥게 해주던 어머니, 누이가 노래 부르던 정원에서의 저녁들, 그가 장차 위대한 음악가가 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던 가정교사의 말, 그 아래서 약혼식을 올렸던 큰 보리수, 그리고 첫 약혼이 파혼되던 날도 눈앞에 보였다. 늙은 하녀에게 키스하고 처음 바이올린 음악을 듣던 생각도 났다. (…) 이 모든 것이 마치 들판 쪽의 창문으로 저절로 들어오듯 그는 (…) 아련하게 보고 있었다.”

죽는 ‘순간’에, 죽음이 선언되고 2초가 지나가기도 전에, 자작은 생의 중요한 순간들이 들판 쪽 창문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펼쳐지는 현상을 경험한다. 이는 심장이 더 뛰지 않아 피가 돌지 않는 신체 내의 생물학적 변화라고 하는데, 예술작품에서 자주 다뤄지는 소재이기도 하다. 특히 프루스트의 시간에 대한 천착과 함께 이 생리학적 현상의 문학적인 의미를 질문하게 만든다. 인간은 왜 이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일까.
인간은 나이와 함께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흘러감을 느낀다. 젊었을 때 시간을 길게 느끼는 것은 처음 경험하거나 낯선 것 그리고 중요한 것을 매우 집중해서 경험하기 때문이고, 나이가 들어 반복 경험으로 뇌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시간이 사라진다고 한다. ‘죽는 순간’은 전 생애를 통해 처음 마주하는 낯설고 가장 강렬한 체험일 수밖에 없다. 뇌가 더없이 집중하기에, 몇 초에 전 생애가 영사막처럼 펼쳐지는 모양이다.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생전에 7편 5권 중 4편까지 발표했지만, 나머지는 유작으로 완간되었다. 1927년 『되찾은 시간』이 간행됨으로써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작업이 완성된다. 죽음의 순간에 삶의 일생을 돌아보아 완성하는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의 방식과 유사하다.


■ 너무나 단순하고 평범한, 너무나 끔찍한 -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의 인생은 너무나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너무나 끔찍했다.” (p41)

이반 일리치는 러시아 제정시대의 부패한 관료사회에서 신분 상승을 지상 목표로 하는 야심찬 법관(판사)다. 그의 야심 탓인지, 본래 천성인지 소위 ‘상류사회’라고 하는 것은 그에게 입던 옷처럼 잘맞았다. 그는 쾌락과 정욕, 허영에 몸을 맡기면서도 업무적인 능력을 증명할 정도의 열정을 갖고 있었고, 사교계에서도 재미있고 재치 있는 인물로 통했다. 업무적인 권한과 사람들의 경외심을 함께 즐겼고, 자신이 응당 누려야할 자리라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치고 올라갔다.

“말하자면 그는 평생 동안 유능하고 쾌활하고 싹싹하고 사교적인 남자, 하지만 자신의 의무로 여기는 일은 엄격하게 실행하는 남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의무로 여기는 일은 높은 양반들이 그의 의무로 생각하는 일, 바로 그것이었다. 소년 시절에도, 어른이 된 뒤에도 그는 결코 남에게 아첨하는 일이 없었지만, 파리가 빛에 끌려들 듯 지체 높은 사람들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 그의 천성이었다.” (p42)

훌륭한 관리라는 평판 속에 승승장구하던 이반 일리치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적당히 좋은 가문에 약간의 유산, 못생기지 않은 편인 외모를 갖춘) 배우자를 만나 결혼해 가정도 이룬다. 하지만 부부관계는 곧 서로에 대한 원망과 간섭으로 점철되고, 가정은 그저 더 많은 연봉과 더 큰 집을 강요하는 빚쟁이에 지나지 않는 곳이 된다. 하지만 뜻밖의 기회를 잡아 그는 만족스러운 연봉을 보장하는 새로운 직책을 따낸다. 더불어 그와 아내의 허영에 걸맞는 집을 찾아 대대적인 수리에 들어간다.

“사실, 그 집의 실내장식은 그다지 부자도 아니면서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재산이 많지 않으니까 독특한 멋은 부릴 수 없고, 따라서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흉내 내는 데만 성공할 뿐이다. 그들의 집에는 어김없이 다마스크 천으로 만든 시트와 식탁보, 흑단 목재, 화분, 깔개, 둔탁한 빛을 내는 청동 제품 따위가 갖추어져 있다. 이런 것들은 어떤 계층의 사람들이 같은 계층의 사람들과 비슷해지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두는 것들이다. 이반 일리치의 집도 다른 사람들의 집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비슷했지만, 그의 눈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집처럼 보였다.” (p60~61)
이반 일리치는 다시 만족스럽고 충실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무도회를 열어 상류층 명사를 초대하고, 유력인사나 젋은이들의 방문을 받으며 과시하는 번지르르한 삶.
“그들은 그렇게 살았고, 이렇다 할 변화도 없이 모든 게 순조롭게 돌아갔다. 인생은 즐겁게 흘러가고 있었다.” (p66)

하지만 집 수리 중 사다리에서 삐끗하며 부딪힌 옆구리 통증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유명하다는 의사의 진료를 받고 꾸준히 약을 먹었지만 이제 고통은 업무를 지속할 수 없을 만큼 그를 힘들게 하고 만다.

“하루하루가, 아니 순간순간이 그에게는 고문이었다. 하지만 그를 이해해주거나 동정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누구의 이해나 동정도 받지 못한 채,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혼자 그렇게 살아야 했다.” (p79)
“주위 사람들이 그의 죽음이라는 엄숙하고 무서운 행위를 (마치 누군가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객실에 들어온 것처럼) 우발적이고 불쾌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사건 정도로 끌어내린 것을 그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원흉은 바로 그가 평생 동안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온 바로 그 예의범절이었다. 이반 일리치는 누구 하나 자기를 동정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도 그의 처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99)

그는 병마의 고통에 시달리며 무력감과 절망 속에 천천히 죽어간다. 죽음을 앞둔 환자의 심리가 그렇듯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등을 들쭉날쭉 오가며 살고 싶다는 욕망에 발버둥친다. 그럼에도 그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져 배변을 남의 손에 맡겨야 했고, 젊은 하인의 어깨에 다리를 올려놓지 않고서는 잠도 자지 못하는 지경이 된다.

“요즘 들어 그는 자신이 직접 꾸민 객실?그가 사다리에서 떨어진 바로 그 객실?에 자주 들어가보곤 했다. 그때 창문 모서리에 부딪힌 것 때문에 병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객실을 위해 그는 목숨을 바친 셈이었다(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p91)

그가 이처럼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는 동안 그의 가족과 친구들의 관심은 다른 데 쏠렸다. 그의 죽음 이후 벌어질 일에 대한 계산에 분주할 뿐, 시시각각 이반 일리치의 목을 조아오는 죽음의 그림자와 끝없는 고통에 무심했다. 그의 죽음을 앞두고도 가족과 사윗감은 화려한 옷차림으로 오페라 극장에 나서고, 그 젊음과 생명감에 대비되는 자신의 고통 속으로 그는 더 큰 절망에 빠진다.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서서히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반 일리치가 병을 앓은 지 석 달이 지나자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그가 법관 자리에서 곧 물러날 것인가 어떤가에만 쏠리게 되었다. 그의 아내와 딸, 아들, 친지들, 의사들, 하인들도 그것을 알아차렸지만, 누구보다도 가장 민감하게 알아차린 사람은 바로 이반 일리치 자신이었다. 그가 언제쯤이면 세상을 떠나 그의 존재가 야기하는 불편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을 마침내 해방시켜주고, 그 자신도 고통에서 해방될 것인가가 다른 사람들의 유일한 관심사였다.” (p93)
“자신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게라심이 옆방으로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어린애처럼 울기 시작했다. 자신의 무력함, 끔찍한 고독, 인간의 잔인함, 신의 잔인함 그리고 신의 부재를 한탄하며 흐느껴 울었다. “주여, 왜 이런 짓을 하십니까? 왜 나를 이 세상으로 데려왔습니까? 왜,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나를 이토록 괴롭히십니까?””(p115)
“상상 속에서 그는 즐거웠던 인생에서도 가장 좋았던 순간들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즐거웠던 인생의 좋았던 순간들 가운데 어떤 것도 이제 와서는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즐겁거나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몇몇 기억들을 제외하고는…….” (p116)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이 년이 지나고,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났건만, 그 모든 것은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지겨워질 뿐이었다. ‘나는 위로 올라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실은 그동안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던 모양이군. 아니, 그런 모양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어. 사람들 눈에는 내가 위로 올라가고 있었지만, 그만큼 생명은 썰물처럼 나한테서 멀어져가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이제 생명은 다 끝났고, 남은 건 죽음뿐이야.’”(p117~118)
““그게 우리 탓인가요?” 리사가 어머니한테 말했다. “꼭 우리 탓인 것 같잖아요! 아빠가 가엾긴 하지만, 왜 우리가 고통을 받아야 하죠?” (p124)

이반 일리치는 끝없는 고통에 시달리며 후회와 상념, 원망과 분노에 빠진다. 그리고 체념과 화해, 용서로 승화되다 다시 분노 속으로 내동댕이 쳐지기를 반복한다. 드디어는 죽음에 대해 묻고 스스로 답하기 시작한다. 또한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전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되던 일, 즉 자기가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결국 옳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지위 높은 사람들이 좋게 생각하는 것과 맞서 싸우려고 애쓴 적도 몇 번 있었지만, 그런 노력은 겨우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미미한 것이었다. 어쩌다 한 번씩 그런 가벼운 충동을 느껴도 당장에 억눌러버리곤 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미미한 노력과 가벼운 충동만이 진짜이고 나머지는 모두 가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직무도, 생활도, 가족에 대한 약속도, 사교상의 관계는 물론 업무상의 관계도 모두 가짜였을지 모른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을 변호하려고 애썼지만, 자기가 변호하고 있는 대상이 얼마나 허약한가를 불현듯 깨달았다. 변호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반듯이 누운 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는 아침에 먼저 하인을 보았고, 다음에는 아내를 보았으며, 다음에는 딸을 보았고, 그다음에는 의사를 보았다. 그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간밤에 그가 깨달은 무서운 진실을 뒷받침해주었다. 그것들 속에서 이반 일리치는 자기 자신, 즉 그의 인생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순전히 가짜이며, 삶과 죽음을 덮어버린 무섭고도 거대한 기만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 이러한 자각은 육체적 고통을 열 배나 가중시켰다. 그는 신음하며 마구 뒹굴었고, 숨이 막혀서 옷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아내와 딸과 의사를 증오했다.” (p125~126)

마지막 사흘간 계속된 고통, 그 끝에 그는 깨닫는다. 그의 여윈 손에 입맞추며 기도하는 막내아들을 보며 구원의 희망을 발견한다.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인다.

톨스토이가 58세(1886년)에 발표한 단편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대작들 대비 짧지만 대표작 목록에 반드시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혁명 전 러시아의 부패한 사회에 대한 톨스토이의 가장 강력한 비판이 담겼다는 평가가 많다.
해설에서 작가 이문열은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이 캐릭터, 스토리, 진행 모두 사실상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두 작품 모두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작가 톨스토이는 도스토옙스키와 더불어 러시아 문학의 양대 거봉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정신사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다. 거기다가 80세의 고령을 누리면서 남긴 문화적 유산과 일화도 많아 그를 짧게 요약하기는 불가능하다. 톨스토이에 관해 알고 싶으면 역시 시간을 따로 내기를 권하고 싶다”고 덧붙인다. (p134)

☞ 메멘토 모리의 훌륭한 전통 안에 자리 잡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에 대한 생각 때문에 세속적인 것보다 영적인 것을, 휘스트 카드놀이와 저녁 파티보다 진실과 사랑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의 저자, 인생학교 설립자)

☞ 톨스토이의 작품 중 가장 예술적이고 가장 완벽하며 또한 가장 정교하다. - 블라지미르 나보코프 (『롤리타』의 저자)


■ 간결한 죽음에의 과정 - 잭 런던 「불 지피기 To Build a Fire」
한 사내가 영하 80도의 맹추위에 유콘강을 따라 길을 나선다. 봄이 오면 상류에서 통나무를 베어 강으로 옮기는 경로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거리는 한나절 걸으면 되는 정도, 그는 비스킷 빵을 점심 삼아, 늑대개를 동행 삼아 길을 나섰다.

“몸을 돌려 길을 계속 가다가 그는 얼마나 추운지 알아보기 위해 침을 뱉었다. 침이 날카롭게 파열음을 내며 얼어붙어 그를 놀라게 했다. 다시 침을 뱉었다. 그러자 채 눈에 떨어지기도 전에 침이 공중에서 얼어붙었다. 마이너스 50도에서는 침이 눈 위에서 얼어붙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공중에서 얼어붙는 것이었다. 마이너스 50도 이하는 분명했지만 정확히 얼마나 추운지는 몰랐다.” (p197)

그는 소위 ‘체카쿼’라고 불리는 신참일 뿐 바보가 아니었다. 빈틈없고 재빠른 ‘빠릿빠릿한’ 사내다. 다만 경험이 부족하고 ‘영하 80도’라는 것에 대한 실감이 없었다면 설명이 될까. 이미 추위에 감각 없는 광대뼈와 코를 문지르면서도, 뱉은 침이 떨어지기도 전에 얼어붙는 것을 보면서도 그저 대단한 추위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입김이 얼어 수염에 고드름처럼 늘어져도.

“확실히 추운 날씨라고 그는 생각했다. 설퍼 수로 쪽에서 온 노인이 이 지방엔 때때로 무시무시한 추위가 온다고 했는데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당시에 그는 노인을 비웃지 않았던가! 이는 아무도 세상일에 대해서 지나치게 확신하지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알려주었다. 분명한 사실이었다.” (p205)

영리하게도 사내는 이런 추위에도 제대로 얼지 않은 강의 위험을 잘 피해 점심 무렵까지도 무사히 일정을 소화했다. 쉴 틈 없이 강 주변의 지형과 위험, 특이점을 살피며 꼼꼼히 기억해두면서. 하지만 대개의 사고가 그렇듯 미숙함과 부주의가 불운의 시작이었다.

“불은 잘 탔다. 이제 안전했다. 설퍼 수로 쪽에서 온 노인의 충고를 기억하고는 미소를 지었다.이 노인은 아무도 마이너스 50도 이하의 기온에서는 클론다이크 지방을 혼자 여행해서는 안 된다는 철칙을 매우 진지하게 세워놓았던 것이다. 그래, 그가 사고를 당하기도 했지만 여기 살아 있다. 혼자이지만 목숨을 건진 것이다. 저 노인네들 가운데 적어도 몇몇은 여자 같은 겁쟁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라면 겁을 내지 말아아 한다. 그리고 그는 멀쩡했다. 정말 사내대장부라면 혼자서 여행할 수 있어야 한다.” (p209)
“그러나 그가 신발 끈을 자르기 전에 일이 벌어졌다. 자신의 잘못 아니면 실수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전나무 밑에서 불을 피우지 말았어야 했다. 나무가 없는 빈터에 불을 피웠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숲에서 잔가지를 끌어다가 불에 직접 던지기가 훨씬 쉬웠다. 그가 나무 아래에서 불을 피웠는데, 그 나무는 그 큰 가지 위에 눈을 이고 있었다. 몇 주일 동안 바람 한 점 불지 않았기 때문에 눈이 잔뜩 쌓여 있었다. 잔가지를 끌어모을 때마다 진동이 생겨 약간씩 나무가 흔들렸다.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주 미세한 진동이었지만, 문제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진동이었다. 저 높이 있는 나뭇가지에서 눈이 쏟아져내렸다. 이 눈이 그 아래쪽의 나뭇가지에 떨어졌고 그 여파로 거기에 있던 눈도 또 쏟아져내렸다. 이러한 과정이 계속되었고 결국에는 나무 전체로 퍼지게 되었다. 결국 눈사태처럼 커지면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 사나이와 불을 덮쳐버렸다. 불은 꺼지고 말았다.” (p210)

어떻게든 저녁식사 전에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도착하려는 사내는 점심 때 잘 피운 불을 서둘러 버리고 길을 재촉하다 젖은 군화를 깨닫는다. 다시금 얼어가는 손으로 어렵게 불을 지피지만 눈 쌓인 나무 밑인 탓에 결국 반쯤 녹은 눈을 뒤집어쓴다. 불은 꺼지고 이제 몸에는 감각이 사라졌다. 성냥을 켤 수 없을 정도로 얼어 감각이 사라진 손으로 간신히 켠 성냥은 기침에 꺼지고, 다시 붙인 군불은 부주의로 또 꺼졌다.

“사나이는 조심스럽지만 둔한 동작으로 불을 간수했다. 불은 생명을 뜻하기 때문에 꺼지지 않게 해야 했다. 몸 표면에 피가 없어 그는 오한이 났고, 그래서 동작이 더욱 둔해졌다. 꽤 큰 새파란 이끼 덩어리가 작은 불 바로 위로 떨어졌다. 손가락으로 이끼를 꺼내려고 했으나, 몸이 떨렸기 때문에 이끼에서 빗나갔고, 그 결과 그나마 작은 불 한가운데를 헤집어놓고 말았다. 타던 풀과 작은 가지가 이리저리 흩어졌다. 다시 이것들을 집어 모으려 했으나 아무리 애를 써도 나뭇가지들은 다시 모을 가망이 없을 정도로 산산이 흩어졌다. 하나씩 연기를 피식 내고는 나뭇가지의 불이 꺼졌다. 불을 제공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p215)
“개를 보자 야만적인 생각이 들었다. 눈보라를 만났을 때 소를 죽여서는 그 사체 안에 기어들어가서 목숨을 구한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개를 죽여서 따뜻한 몸 안에 손을 묻으면 손의 감각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고 나면 새로 불을 피울 수도 있을 것이다.” (p216)
“그러나 개의 몸통을 두 손으로 잡고 앉아 있는 것 이외에 사나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개를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죽일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무력한 두 손으로는 칼집에서 칼을 빼서 손에 쥘 수도 없었고 개의 목을 조를 수도 없었다. 그가 개를 놓아주자 개는 꼬리를 다리 사이에 감추고 계속 짖어대면서 미친 듯이 튀어 달아났다. 마흔 걸음쯤 물러나서는 멈춘 다음 두 귀를 쫑긋 앞으로 세우고 호기심을 갖고 사나이를 관찰했다.” (p217)

이제 사내는 자신이 불을 다시 켤 수 없으리라는 걸 알았다. 개를 죽여 몸을 덥히려는 참혹한 생각까지 했지만 역시 그 몸으로는 어림없는 일. 추위에 노출된 얼굴과 손을 시작으로 감각이 사라지고 몸속의 피가 점점 느리게 흐르는 느낌이 그를 엄습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희미하긴 했지만 죽음에 대한 중압적인 공포가 사나이에게 다가왔다. 이번 일이 단순히 손가락과 발가락이 언다든지 혹은 손발을 잃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죽을 가능성이 높은 생사의 문제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공포감은 더욱 커져갔다. 그러자 그는 힘이 빠졌다. 방향을 틀어 수로 바닥을 넘어 오래된 희미한 길을 따라 뛰었다. 개가 합세하여 그를 따랐다. 평생 몰랐던 공포를 느끼며, 아무런 의도도 없이 맹목적으로 뛰었다.” (p218)

그는 달리고 있다, 그것도 꽤 빠른 속도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이미 관속에 들어가 앉은 상태였던 그다. 달리기로 몸의 피가 빨리 돌기보다 오한이 덮쳐오는 게 더 빨랐다.

“이번에는 그에게 오한이 좀 더 빨리 닥쳤다. 동상과의 싸움에서 지는 중이었다. 동상은 사방에서 그의 몸으로 기어들고 있었다. 이런 생각 때문에 다시 달렸지만, 100피트 정도 달리고는 멈추었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다가 앞으로 곤두박질쳤다. 최후의 고통이었다. 숨을 제대로 쉬고 자제력을 회복했을 때, 그는 앉아서 죽음을 당당하게 맞이하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다른 식으로 다가왔다. 그에게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니라 목이 날아간 채 뛰어다니는 닭처럼, 바보 같은 자신의 모습이었다. 글쎄, 어쨌든 얼어 죽을 수밖에 없으니 그 사실을 점잖게 받아들여야 마땅하리라. 이렇듯 새로 찾은 마음의 평화와 함께 처음으로 희미한 졸음이 다가왔다. 그의 생각으로는, 자다가 죽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마취당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얼어 죽는 것이 사람들 생각처럼 나쁘지는 않았다. 더 험하게 죽는 방법도 많지 않은가.” (p220~221)

공포와 환각, 그리고 쏟아지는 졸음, 그렇게 끝이다.

““노인장 말씀이 옳았소. 당신 말씀이 옳았던 것이오.” 사나이는 노인에게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사나이는 평생 맛본 가운데 가장 편안하고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개는 그를 쳐다보면서 앉아 기다렸다. 짧은 낮이 거의 끝나면서, 긴 황혼이 서서히 다가왔다.” (p221)

종이책 회원리뷰 (23건)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 - 죽음의 미학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명*********마 | 2020.11.2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 사람의 아들 ],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등등 인간 세계를 냉철하게 꿰뚫어보고 예리하게 분석한 글을 많이 쓰신 이문열 작가님이 선별한 단편들이 모인 [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 ] 이 재출간되었다. 대중적일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주제의식도 가지고 있는 이문열 작가의 작품들은, 한때 큰 히트를 쳤었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었었다. 이번 세계명작 산책 중 [ 죽음의
리뷰제목

[ 사람의 아들 ],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등등 인간 세계를 냉철하게 꿰뚫어보고 예리하게 분석한 글을 많이 쓰신 이문열 작가님이 선별한 단편들이 모인 [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 ] 이 재출간되었다. 대중적일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주제의식도 가지고 있는 이문열 작가의 작품들은, 한때 큰 히트를 쳤었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었었다. 이번 세계명작 산책 중 [ 죽음의 미학 ] 은 바로 " 죽음 " 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때론 불길하게 때론 어둡고 공포스럽게 여겨지는 죽음, 그러나 빛과 어둠처럼 인간의 삶을 논할 때 이 " 죽음 " 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 죽음의 미학 ] 에서는 어떤 작품들이 독자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을지 사뭇 궁금해졌다. 언젠가는 우리가 필시 만나게 될 " 죽음 ", 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톨스토이의 [ 이반 일리치의 죽음 ]

이 작품은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한 톨스토이의 생각을 잘 드러낸다. 그는 작가라는 제 삼자의 눈으로 평범한 한 인간의 생애를 관찰해가면서 그의 평온했던 삶을 “ 죽음 ” 이라는 것이 어떻게 산산조각을 내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반 일리치는 판사로 재직하면서 평탄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내는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고 아이들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물론 아내와 약간의 다툼이 있긴 했으나 살아가면서 약간의 불행의 요소들은 참아낼 수 있었다.

“ 그들은 그렇게 살았고, 이렇다 할 변화도 없이 모든 게 순조롭게 돌아갔다. 인생은 즐겁게 흘러가고 있었다 ”

그러던 어느날 이반 일리치는 옆구리에 원인모를 통증을 느끼고 입에서 알 수 없는 끔찍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인생의 정점에서 더 이상의 행복을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하던 순간 갑자기 그에게 다가온 고통이라는 낯선 방문객. 그는 하루하루 병이 깊어감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하지만 그가 병으로 조금씩 죽어가자 사랑하는 가족들은 모두 그를 외면한다. 마치 투명인간을 대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는 충성스런 하인 한 사람 밖에는 없다.

“ 그는 자기가 그들에게 성가신 존재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 이런 거짓말 - 죽음을 앞둔 그에 관해 날조된 거짓말, 죽음이라는 무섭고도 엄숙한 행위를 사교적인 방문이나 커튼이나 만찬 때 먹는 철갑상어 수준으로 타락시키는 거짓말 - 이 이반 일리치에게는 지독한 고통이었다 ”

단편 [ 이반 일리치의 죽음 ] 은 고독하게 죽어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반 일리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질병의 고통 때문에도 힘들어하지만 사람들의 외면과 차가운 위선 ( 그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위선 ) 을 목도하는 것이 더욱 더 괴롭다. 이 뿐만 아니라 이 단편은 인간이 “ 죽음 ”을 대할 때 거치는 과정을 이반 일리치의 모습을 통해 잘 보여주는 듯 하다.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의 단계를 힘겹게 거치는 이반 일리치. 죽음까지의 여정은 힘겨웠으나 결국 죽음을 맞이한 이반 앞에,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구원인가?

“죽음 대신 그 자리에는 빛이 있었다. 죽음도 끝났어. 이젠 죽음도 없는 거야 "



스티븐 크레인의 [ 구명정 ]

스티븐 크레인의 단편 구명정은 그야말로 인생의 축소판과 같은 소설이다. 구명정을 타고 있는 4명의 남자들은 그야말로 망망대해에 떠 있다. 선장, 기관사, 요리사 그리고 신문사 특파원으로 구성된 그들은 조그만 구명정이 파도에 뒤집히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그들이 발견한 육지에 다다르려 노력한다. 하지만 암초에 의해 번번히 해변에 도달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방해를 받게 된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이 생생한 노력 와중에 그들의 슬픔과 공포, 좌절 그리고 절망감이 가감없이 느껴져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자연은 그들에게 무심하고 자신들은 바다에 버려진 먼지 같다는 느낌 그리고 신이나 그 누구에게도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이 그들의 마음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 만약 내가 물에 빠져 죽을 거라면........ 내가 만일 물에 빠져 죽을 거라면....... 내가 만일 물에 빠져 죽을 거라면, 바다를 지배하는 미친 일곱 신의 이름에 걸고 묻겠는데, 도대체 왜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해서 모래와 나무를 살펴볼 수 있게 했단 말인가? 내가 막 삶의 신성한 열매가 내뿜는 향기를 맡으려는 바로 이 순간에 내 코를 억지로 돌려놓기 위해, 단지 그러기 위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왔단 말인가? “

내 생각에 크레인은 우리로 하여금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길 원했던 것 같다. 우리는 왜 사는가? 만약 인간이 어파치 죽어야 한다면 애초에 인간은 왜 사는가? 인간 존재는 이 우주에서 중요하기나 한건가? 우리가 이렇게 의미없는 존재라면 우리의 인생은 어떤 중요성을 띄고 있는 것일까? 필연적인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희망을 품는다는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결코 닿을 수 없는 해변을 그냥 보는게 나을까? 아니면 해변에 닿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죽는게 나을까? 그리고 생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왜 어떤 사람들은 ( 그들의 선함과 악함에 상관없이 ) 살아남고 다른 사람들은 결국 사라지게 될까?



해변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하다하다 지치고 또 지쳐 무표정해진 사람들 속에서 신문 특파원은 문득 한 구의 시를 떠올린다. 그는 자신이 이 시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을 정도였지만 갑작스럽게 시가 그의 뇌리를 스친다.

외인부대의 한 병사가 알제에서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네.

돌보는 여인의 손길 하나 없었으며, 여인의 눈물 한 방울도 없었다네.

하지만 전우가 그의 옆에 다가와 섰고, 그는 그 전우의 손을 잡고는 이렇게 말했다네.

” 나는 내 고향, 내 고향 땅을 다시는 못 볼 거야 .“

처음으로 그는 시 속의 군인을 하나의 사람으로, 외딴 곳의 해변에서 죽어가는 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된다. 자신과 똑같은 상황에 놓인 한 인간으로, 그리고 그는 시 속의 군인과 동질감을 느끼고, 죽을 수 밖에 없는 모든 인류와 동질감을 느끼고 가엾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그는 자신이 개별적 존재라기 보다는 필연적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인류의 한 부분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한없이 추상적으로 들리는 " 죽음 " 이 생생하게 다가올때 비로소 인간은 겸허해지는 것 같다. 신에게 분노하면서 종주먹을 들이대다가도 그것이 운명이라면 ( 여러 과정을 거치지만 ) 결국 " 죽음 " 을 받아들이게 되는게 인간인 듯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기에. 결국 " 죽음 " 을 아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없지 않은가? 이런 명작들을 통해서나마 간접 체험을 하면서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책을 읽는 동안 안타깝고 슬프고 우울하다는 느낌이 계속 있었긴 했지만 정말 훌륭한 작품들로만 모아놓은 단편집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못 읽어본 나머지 단편들도 빨리 읽어보고 싶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포토리뷰 죽음의 미학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지* | 2020.11.1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죽음의 미학 인간이 느끼는 모든 두려움의 원천은 ‘죽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생물은 ‘죽음’이라는 두려움의 근원을 의식하면서 살아갑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에 모든 생물은 이 두려움에 순종하여 ‘죽음’이라는 것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인간 역시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리뷰제목

 

죽음의 미학

인간이 느끼는 모든 두려움의 원천은 ‘죽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생물은 ‘죽음’이라는 두려움의 근원을 의식하면서 살아갑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에 모든 생물은 이 두려움에 순종하여 ‘죽음’이라는 것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인간 역시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강력한 두려움은 죽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다른 생물들과 다른 점은 자연의 법칙이라 할 수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에 저항하여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죽음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죽음을 선택하고 죽음의 방법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진 이러한 특이한 성격, 즉 죽음이란 모든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인간은 이를 거스를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인문학에서 죽음이라는 소재는 빠질 수없는 것이고, 그 양태도 동일 것이 없습니다.

루블 출판사에서 출간된 ‘죽음의 미학’은 이문열 작가가 세계 고전중에서 선별하여 엮은 책입니다. 이문열 작가는 자신의 기준으로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 중 소설의 전범으로 삼을 만한

작품을 뽑아 이 책을 엮었습니다.

이책에는 다양한 죽음의 형태가 등장합니다. 9개의 작품을 통해 인간이 죽어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자의 심경의 변화, 그리고 죽음의 여러가지 형태를 보여줍니다.

평범한 가장이 갑작스런 통증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죽음에 이르기 위해 거치는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 7살짜리가 동생에 대한 질투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작품,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죽음보다 고통스러울 것 같은 삶을 끝까지 살다가 죽는 노파등 이책 ‘죽음의 미학’에는 다양한 죽음이 있습니다.

어떤 죽음 앞에서는 지금 순간을 최선을 다해 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죽음을 대하면서 인간에게 죽음이란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죽어가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촛불이 꺼져가는 동안만 타오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죽음을 너무 두려워 한 나머지 죽음에 대한 것은 금기시 되어, 죽음이 삶이라는 것의 다른 쪽면임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닐 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포토리뷰 죽음에 관한 9가지 이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주*베 | 2020.11.1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렇게 한 가지 주제로 엮인 단편집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각 단편을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님은 '작가들을 위한 단편소설 전범'을 염두에 두시며 이 책을 엮으셨다고 했는데, 전범으로서 가장 좋은 양식 또한 한 가지 주제나 테마로 여러 단편들을 엮은 책이다. 같은 주제를 어떤 식으로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지, 어떤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또는 어
리뷰제목









이렇게 한 가지 주제로 엮인 단편집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각 단편을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님은 '작가들을 위한 단편소설 전범'을 염두에 두시며 이 책을 엮으셨다고 했는데, 전범으로서 가장 좋은 양식 또한 한 가지 주제나 테마로 여러 단편들을 엮은 책이다. 같은 주제를 어떤 식으로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지, 어떤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또는 어떤 상징들이나 표현 방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지 등등을 책장을 앞뒤로 넘기며 손쉽게 비교할 수 있기 때문.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내가 만약 죽음에 대한 소설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쓸까?' 하는 생산적인 고민으로까지도 이어질 수 있었다.

한 가지 예로, 「이반 일리치의 죽음」,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킬리만자로의 눈」은 형식이 비슷하다. 주인공에게 점점 죽음이 다가오고, 그는 변덕적이고도 심술궂은 심리(부인, 분노, 타협, 체념, 친화)를 느낀다. 셋 모두 내게 죽을 때 사람이 느끼는 심리를 보다 생생하게 경험하게 해주었다는 데서 의미가 있었지만, 신기한 것은 셋 모두 죽음에 대한 시각이나 서술 스타일이 다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는 죽음을 허무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면,  「킬리만자로의 눈」에서는 죽음의 긍정적인 인상도 보여준다. 한편, 잭 런던의 「불 지피기」나 샤를 루이 필리프의 「앨리스」가 죽음에 대한 관념적인 서술 없이 투명한 이미지로만 전개되고 있다면, 나머지 소설들은 죽음에 대한 관념적인 서술들이 소설에서 비중 있게 나온다.

조금 더 현대 소설에 가깝다고 느끼는 것은 「불 지피기」와 「앨리스」였다. 특히 「앨리스」는 죽음을 이용한 이야기 자체의 위트가 뛰어난데, 계몽주의적이고 관념적인 문장이 많이 등장하는 소설에 비해 '젊은 소설'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불 지피기」도 마찬가지였다. 사나이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사나이의 생각이나 죽음에 대한 사유들은 일제히 제거된다. 그의 동작 하나하나를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살고 싶어 하는지, 죽음이 그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 죽음이란 무엇인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의 아쉬운 점을 얘기하자면, 각기 뛰어난 단편들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죽음을 다룬 소설의 전범'으로 삼기에는 소설들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모두 '죽음'을 실제로 경험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곁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지 않더라도, 꼭 팔다리 어딘가가 아프지 않더라도, 충분히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 부분을 집어낸 소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 만날 수 없어서 아쉬웠다. 또, 앞서 얘기했듯 젊은 소설보다는 조금 올드하게 느껴지는 소설이 대부분이었다. 꼭 작가 이름이나 소설이 집필된 시기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소설이 좀 옛날에 쓰였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여성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나 토마스 만의 소설에서 봤음직한 20세기 초 독일문학의 특징이라든지, 그런 요소들이 원인이었다. 머리말에서 동서양의 죽음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고 언급되었는데, 막상 동양의 소설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쉬웠다. 서양에서 죽음을 굉장히 진중하고 엄숙하고 무서운 것으로 묘사한다면, 동양에서는 죽음은 어쩔 수 없는 것, 피할 수 없는 것, 그래서 무서워할 필요 없으며 즐겨야 할 것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긍정적이고 밝고 가벼운 죽음에 관한 소설이 읽고 싶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포토리뷰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죽음의 미학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북*더 | 2020.11.1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무려 1996년에 출간된 도서가 새로운 모습으로, 보다 읽기 편한 현대적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사실 이런 책이 출간된 줄도 몰랐는데 시대가 변해도 작품의 가치는 변하지 않겠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 변하니 어떻게 보면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적절한 변화를 준 책이라고 볼 수도 있을것 같다.  수록 작품 수의 변화도 있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초판의 서문과 개정판의 서문이
리뷰제목

 

무려 1996년에 출간된 도서가 새로운 모습으로, 보다 읽기 편한 현대적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사실 이런 책이 출간된 줄도 몰랐는데 시대가 변해도 작품의 가치는 변하지 않겠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 변하니 어떻게 보면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적절한 변화를 준 책이라고 볼 수도 있을것 같다.

 

수록 작품 수의 변화도 있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초판의 서문과 개정판의 서문이 동시에 실려 있어서 처음 책을 엮었을 당시의 이야기를 읽는 것도 묘미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문호들의 여러 작품들, 특히 중단편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참 좋은데 그 작품들이 평소 많이 접해 본 작품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던것 같다.

 

이 책의 소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록된 작품들은 '죽음'을 키워드로 하고 있는데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는 이반 일리치는 상당히 야심가이다. 흔히 성공의 사다리를 향해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한데 설령 자신의 존재는 잃더라도 권력에서 오는 부를 통해 그것을 상쇄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부상 이후 자신이 그토록 추구하던 것들을 상실해가는 모습은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중요시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외에도 미국 출신의 스티븐 크레인의 『구명정』은 제목 그대로 해난사고를 그리고 있는데 난파선의 구명정에 처음엔 4명이 있었으나 결국 그중 3명이 구조되는 골자를 가지고 있다. 재난 사고에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죽거나 하는 것은 아니기에 다소 죽음의 미학이라고까지 하기 어렵지만 또 어떻게 보면 죽음의 위기에서 생에 대한 생생한 갈망을 극명하게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는 죽음이 가진 의미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잭 런던의 『불 지피기』는 정체성이 모호해 보이는 사나이라 불리는 한 남자가 추운 겨울 날 길을 떠났다 결국 동사하는 이야기를 그렸고 마르셀 푸르스트의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에서는 죽음을 목전 둔 인물의 회상기라고도 할 수 있을것 같다. 사실 마르셀 푸르스트라고 하면 대작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먼저 떠올리게 되어 그런지 이렇게 단편으로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것 같다.

 

 

셔우드 앤더슨의 『숲속의 죽음』은 한 노파의 죽음을 담담한 필체로 그리고 있다. 어쩌면 특별할것 없는 한 노파, 그의 죽음은 상당히 외로워 보이기까지 하는데 죽음 이후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도 소개되는데 솔직히 제목이 낯설다. 『크눌프』는 그동안 헤세가 그의 작품 속에서 자신을 반영한 성장소설을 많이 보여준 것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중편에 가까운 분량으로 충분히 다른 유명한 작품들과 함께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보면 뗄래야 뗄 수 없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은 누군가의 삶 속에 신이 존재하는가, 그런 경우 죽음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수록 작품 중 가장 적은 분량이였던 샤를 루이 필리프의 『앨리스』는 보통 동생이 태어났을 때 아이가 보일 수 있는 두 가지 반응(동생을 너무 좋아하거나 부모의 사랑을 뺏어가는 존재로 질투하거나) 중 질투를 하는 반응이 지나쳐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해 굶어죽는 이야기로 파격적이라든가 충격적인 면모에서는 전체 작품 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

 

정말 단순한 스토리와 구성이나 인간에게 있어서 질투란 실로 누군가의 목숨,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질 수 있구나 싶어 가장 놀라웠던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에 나오는 바이올렛 헌트의 『마차』는 삶에 대한 애착보다는 죽음에 더 관심을 둔다고 해야 할 인물의 이야기이며 역시나 처음 접해보는 작가의 글이라 이런 기회를 통해 다소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던 데에 감사함을 느낀다.

 

시리즈는 전체 10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현재는 1, 2이 출간된 상태인데 익숙한 작가들의 익숙하지 않은 작품들, 낯선 작가의 새로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던것 같아 나머지 시리즈들도 함께 읽어보고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이문열세계명작산책2, #죽음의미학, #이문열, #톨스토이, #스티븐크레인, #잭런던, #마르셀프루스트, #셔우드앤더슨, #무블출판사, #고전문학,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죽음의 미학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공*안 | 2020.11.1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 2 _ 죽음의 미학]   세계명작산책, 제목이 참 거창하다. 하지만 이 제목은 참으로 적절하다. 톨스토이, 스티븐 크레인, 잭런던, 셔우드 앤더슨,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모두가 하나같이 세계적인 명품 작가들이다. 사실 이 책은 대학 다닐 때 읽었던 작품들이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고 책의 장정이 바뀌어 다른 책인 줄 알았는데, 작품을 읽
리뷰제목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 2 _ 죽음의 미학]

 

세계명작산책, 제목이 참 거창하다.

하지만 이 제목은 참으로 적절하다.

톨스토이, 스티븐 크레인, 잭런던, 셔우드 앤더슨,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모두가 하나같이 세계적인 명품 작가들이다. 사실 이 책은 대학 다닐 때 읽었던 작품들이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고 책의 장정이 바뀌어 다른 책인 줄 알았는데, 작품을 읽으면서 전에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는데, 어느 순간, 내가 전에 읽었던 작품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때는 특정 작가의 특정 작품만을 읽었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른 작가의 작품들도 제대로 읽으면서 이 책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이들 작가들이 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고, 이들의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구에 회자되면 세기를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읽히고 또 읽히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잭 런던의 불지피기란 작품만 놓고 보더라도, 정말 강렬하다는 생각과 뛰어난 수작(秀作)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엄청난 작품을 쓸 수 있었는지, 작가의 재능이랄까, 능력이 무척이나 놀라웠다. 아마도 일찍 요절만 하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많은 수작들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 시리즈는 1996년 살림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오고 나서 지금까지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출판되면서 독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이토록 오랜 시간 독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다는 건, 재미와 작품성이 모두 다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문열 선생의 작품을 보는 안목이 얼마나 대단한지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그가 읽었던 작품을 나도 읽게 됨으로써 존경하는 작가와 같은 작품을 읽었다는 뿌듯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사실 이문열 작가의 글은 중학교 다닐 때 삼국지를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는데, 비록 평역 이였지만, 가독성이 엄청 좋았다. 10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삼국지를 몇 달에 걸쳐 완독을 하였다. 이 책을 통해 소설가 이문열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의 여러 작품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유명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책과 영화로 모두 보았는데, 정말 잘 쓰여진 작품이었다. 이 책을 통해 힘과 권력이 어떻게 국민들을 탄압하고 억압하며 통제해서 독재로 나아가는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은 정말 대단한 작품집이다.

이 책은 작가 이문열을 만든 서양의 최고 중단편들을 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설이란, 문학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마디로 이 시대 최고의 명작들을 모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책의 장정 또한 대단히 우아하고 고급스러운데,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은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죽음의 미학에서는 인류 존재의 본질이자 문학에서 빠지지 않고 다루어지는 문학의 가장 진지한 주제인 죽음에 대해 이 시대의 대문호들은 인간의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소설에 녹여 썼는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반 일리치는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줄곧 절망에 빠졌다. 마음 속 깊은 속에서는 자기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이 생각에 익숙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해할 수도 없었다.(87)

 

코와 뺨은 벌써 얼고 있었다. 온몸의 피부는 혈색을 잃은 채 얼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목숨은 안전했다. 그저 발가락과 코와 뺨 정도가 혹한에 노출되었던 것일 뿐이고, 이제 불이 활활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는 뺨과 코가 금방 얼어가고 있다는 걸 알고는 놀랐다. 정말 손가락이 마비되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잔가지를 잡을 수 없었다.(209)

 

명작은 괜히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레프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재 런던의 불 지피기, 셔우드 앤더슨의 숲속의 죽음,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등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어느 작품 하나 명작 아닌 작품이 없다. 명작답게 가독성이 매우 좋고, 일단 한번 펼치게 되면 내용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주제의 세계 명작들의 내용도 대단히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 책을 통해 한국 최고의 작가 이문열을 사로잡았고 종내 엔 이문열을 작가로 만들었던 세계의 중단편 명작들을 만날 수 있다. 톨스토이,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세계적인 명품 작가들의 주요 단편들을 읽는 순간, 작품 속으로 깊이 빠져들 것이다.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구매 파워문화리뷰 죽음의 미학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모* | 2020.11.17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도서지원]이문열의 세계명작 산책 두 번째 시리즈 '죽음의 미학' 앞 권인 '사랑의 여러 빛깔'다음으로 읽으니 기분이 묘하다. 사람에게 사랑 이라는 감정외에도 죽음을 향한 그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이 쉽지 않는데 오늘 [죽음의 미학]에서는 여러 형태의 죽음을 보았다. 다소 무거울거라 생각했기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겁을 먹었던 것일까? 비록 죽음을 면치 못
리뷰제목


[도서지원]


이문열의 세계명작 산책 두 번째 시리즈 '죽음의 미학' 앞 권인 '사랑의 여러 빛깔'다음으로 읽으니 기분이 묘하다. 사람에게 사랑 이라는 감정외에도 죽음을 향한 그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이 쉽지 않는데 오늘 [죽음의 미학]에서는 여러 형태의 죽음을 보았다. 다소 무거울거라 생각했기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겁을 먹었던 것일까? 비록 죽음을 면치 못하는 이들이 등장하나 죽음 그 자체는 보지 않고 이들이 죽음을 향해 가는 그저 한 인생을 보았을 뿐이고, 문득 죽음을 비유한 표현이 이렇게나 많구나 했다. 생각을 해 보면 자면서 죽는 것이 좋다고 하지 않던가? 이 책에서 등장하는 죽음은 그렇지 않았다. 왜 인간은 태어날 때와 다르게 생을 마감해야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계속 해서 따라다녔다. 


첫번째 단편은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판사인 이반이 고통속에서 죽었다. 동료들은 이 죽음에 안타까워 하기 보단 그저 '내 일이 아니다' 라는 한결같은 이런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이반 역시 이런 죽음을 맞이할 거라 생각했을까? 평범하게 태어나 부모님 말씀대로 공부하고 판사까지 되었던 이반 그리고 아내를 만나 살고 인생에 헛점이라고 없을 정도로 공과사는 구부하면서 생활을 했다. 우연히, 이사할 집에서 옆구리를 다친 후 몸에 마비 증사이 오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을 보면 이반은 자신에게 오는 죽음과 싸우다가도 아무도 자신을 걱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또 아내와 딸은 이반이 거의 죽어가는데 관심이 없었다. 다만, 아들만이 이반의 죽음을 감지했다. 


마지막 고통의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이렇게 질질 끄는 것은 가족들에게 미안함 뿐이라는 것...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오히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니 죽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던 이반 일리치. 그런데, 이반의 죽음은 누구나 이런 상황이 되면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더 살고 싶고 더 성공하고 싶은 순간에 죽음으로 가야한다는 사실이 두려움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구명정을 타고 육지를 찾아가는 네 명의 사람, 극단의 추위에서 추위를 얕잡안 본 한 남자의 죽음을 서서히 보여주고 있고, 한 자작이 죽음과 삶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한 소년이 옆에서 지켜보는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등 소개된 단편들은 하나같이 죽음을 보여주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중에 가장 짧은 단편인 '앨리스'는 태어난 동생를 질투해 7살 나이고 죽은 소녀이야기로 아직 성장하 못한 한 영혼이 질투로 생을 마감한다. 황당한 소재로 당황스럽긴 하나 바로 이런 모습이 인간이다. 질투로 미쳐버린 사람의 모습 말이다. 또한 헤세의 크눌프 역시 소개 되고 있는데 한 인간이 방황하고 죽음으로 향해가는 과정에서 마지막 신과의 대화에서 고통이 자신에게 왔던 이유를 묻는 크눌프...헤세의 특유한 고요하면서도 강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또, 숲속의 죽음에서 가련한 한 노파의 죽음은 인생의 허무함을 보여주었다. 고아로 자라 우역곡절 끝에 남편을 만났으나 남편과 아들은 이 여인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고 여인은 오로지 부자와 동물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살았다. 마지막, 노파가 개들에게 음식을 주기 위해 가지고 오는 도중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은 아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숙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모습이랄까...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누군가를 먹여 살리다 죽을 수 밖에 없었나..어떤 한탄 보다는 그저 죽음 그자체를 보여주는 소설같다. 발버둥이 아닌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거 같아 왠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단편 이었다. 죽음을 두렵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인간의 다양성을 본 단편 [죽음의 미학] 책을 덮고서도 그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켜봐야하는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 




댓글 0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포토리뷰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 죽음의 미학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s****2 | 2020.11.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 죽음의 미학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실려 이었고,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이 있었다. 각각 구매하기도 번거롭고 내가 좋아하는 이 책만 구매하고 싶은 못된 심보가 있었다. 그러던 중 두 작품이 함께 실린 선집이 있다니, 그것도 죽음이라는 이름 아래. 이 책을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책을 주문하고 받는 순간 악 소
리뷰제목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 죽음의 미학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실려 이었고,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이 있었다. 각각 구매하기도 번거롭고 내가 좋아하는 이 책만 구매하고 싶은 못된 심보가 있었다. 그러던 중 두 작품이 함께 실린 선집이 있다니, 그것도 죽음이라는 이름 아래. 이 책을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책을 주문하고 받는 순간 악 소리가 절로 난다. 표지부터 너무 고급스럽다.

PU(인조가죽) 소재에 박으로 명암을 만들었다. 앤티크하고 고급스러운 책자. 톨스토이의 대표작 '이반 일리치의 죽음'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은 이미 소개했지만, 그 외에도 마르셀 프루스트와 헤르만 헤세, 잭 런던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건 맹장이나 신장의 문제가 아니야. 이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야. 그래 나는 떠나는 삶의 발목을 붙잡을 수가 없다. 그래, 나 자신을 속여봤자 무슨 소용이야.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건 모두 알고 있잖아. 나만 빼고는 누구한테나 명백한 사실이야.

이반 일리치의 죽음 중에서

'죽음도 끝났어.'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이젠 죽음도 없는 거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명백한 죽음.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인간. 이반 일리치라는 인간을 통해 정제된 언어로 톨스토이는 죽음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냉정하고 객관적인 죽음. 이 죽음이 무엇보다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모두가 겪게 될 하나의 의례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마지막의 죽음을 서술하는 담담한 문장. 담담한 죽음.

이반 일리치의 인생은 너무나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너무나 끔찍했다.

타인의 생을 통해서 도돌이표처럼 돌아오는 나의 삶, 나의 인생.

죽음은 또 하나의 성장,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끝

헤르만 헤세, 크눌프

"그래, 이제 더 탄식할 것이 없는가?" 신의 음성이 물었다.

"없습니다." 크눌프는 머리를 끄덕이며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그러면 모든 것이 양호한 거지? 제대로 잘 된 거지?"

"네, 모든 게 제대로 잘 되었습니다." 크눌프는 끄덕였다.

크눌프 중에서

기대했던 두 작품도 대단했지만, 내 마음을 찌른 한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이 작품이다. 이 책을 생의 전반을 다루고 있다. 방황하는 젊은 날과 종말을 이야기하는 마지막까지. 죽음을 앞두고 신과 크눌프가 나누는 대화는 구원의 어떠한 한 장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신기하게도 그 제목은 '종말'이었는데 말이다. 이 종말 편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생은 항상 미숙하고 부족하기만 했다. 신은 그 안에 채워진 가치를 보라 말한다. 죽음의 종말이 기다리는 가운데 우리의 생은 왜 떠나고 또 떠나는가. 그리고 왜 우리 모두는 죽음이란 목적지로 향하는 것인가.

신이 없는 죽음, 가장 현실적인 죽음의 이야기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세상 전체를 합친 것만큼이나 드넓은, 그리고 거대하고 드높은, 햇빛을 받아 믿을 수 없을 만큼 하얗게 빛나는 킬리만자로의 네모진 정상이었다. 순간 그는 자기가 향해 가고 있는 곳이 바로 저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킬리만자로의 눈 중에서

조용필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모델이 되는 작품. 그 도입의 가사가 어디서 나왔는지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킬리만자로의 눈 처음을 보면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높은 정상에서 얼어붙은 표범으로 시작해서 끊임없이 먹이를 찾아 울부짖는 하이에나로 끝난다. 가수 조용필처럼 어느 것의 되고자 그 가치를 긍정하지 않는다. 심장이 뛰는 우리네의 삶은 어차피 하이에나의 삶을 닮아 있기에.

많은 이들이 헤밍웨이를 낭만적인 서사를 그리는 작가로 알고 있으나,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그는 무엇보다도 현실적으로 세상을 그려내는 작가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크눌프 두 작품 모두 죽음에 대한 낭만성을 가지고 있으나, 킬리만자로의 눈에는 신이 등장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고통과 하지 못한 일들의 아쉬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군인으로 전쟁에 참여했고, 많은 죽음을 본 작가는 죽음에 대해 무엇보다 현실적이다. 이 소설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소설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킬리만자로에 대해 계속 곱씹게 된다. 작가의 많은 작품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꿈과 이상이 있는데, 여기서는 그 킬리만자로가 그러한 이상향인 걸까. 그래서 표범은 죽더라도 고귀한 가치를 위해 킬리만자로 그 정상에서 얼어 죽었던 것일까. 알면서도 알 수 없는 부분은 직접 책에서 찾아보길 권한다.

여기에 실린 작품 중 작품 해설이 가장 멋졌던 작품이기도 하다. 제목부터 '신이 없는 죽음과 감추지 않는 주저 흥'이라니 표현 보소.


절판된 도서를 다시 다듬고 다듬어 낸 재판, 구관이 명관이라고 그 사이 고전들은 더욱 가치를 인정받아 공고해졌다. 재판이 되면서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이 빠졌다고 한다. 이해가 되면서도 아쉬운 일이다.

죽음은 비극이 아닌 미학이 될 수 있는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흐름이 아닌 인간이 연출하는 가장 신성한 의식이 될 수 있은가. 나는 이 책에 실린 내용을 전부 받아들이진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좋은 책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양상과 죽음의 받아들이는 태도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를 가진다. 고마운 일이다.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은 총 10개의 주제로 그에 맞는 작품들을 실어서 기술하고 있다고 한다. 1편은 사랑, 2편은 죽음이었는데 사랑이란 주제가 그다지 와닿지 않아 보지 않았으나, 기회가 된다면 1편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145086590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포토리뷰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죽음의 미학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n********1 | 2020.11.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시, 소설, 영화, 음악, 미술 등 수 많은 존재에 걸쳐 그 이야기를 연결지우게 된다.그야말로 우리 사람의 삶이 걸쳐져 있는 그 모든 장르를 불문하고 죽음은 그렇게 삶과 대등한 무게감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기에 작품이란 대상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삶 만큼 죽음 역시 매력적으로 서술하고 표현하고 싶은 주제라 할것이다.소설가로서의 이문열은 그 명성 만으로도
리뷰제목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시, 소설, 영화, 음악, 미술 등 수 많은 존재에 걸쳐 그 이야기를 연결지우게

된다.
그야말로 우리 사람의 삶이 걸쳐져 있는 그 모든 장르를 불문하고 죽음은 그렇게 삶과 대등한

무게감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기에 작품이란 대상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삶 만큼 죽음 역시 매력적으로 서술하고 표현하고 싶은 주제라 할것이다.
소설가로서의 이문열은 그 명성 만으로도 우리 소설사에 기라성 같은 모습을 회상하게 되는

존재이다.
그의 지난날 펼쳤던 삶의 과정에서 쓰여졌던 세계 문학 100선의 시대에 맞는, 또는 합당한 이유에

걸맞는 의도를 가지고 새롭게 발간된 책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세계 문학속의 이야기들을 만나 본다.

이 책 "죽음의 미학" 은 현대소설의 전범(典範)으로서의 선집으로 여러해 저자의 야심에 찬 기대를

모은 세계명작 단편 선집의 대학 강의안을 책자로 발간해 낸, 그러면서도 저자 자신이 수 많은 세계 문학 선집들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 했는지, 선정의 객관성에 기대를 가질 법도 하지만 저자 자신의

독서 체험으로 축소한 선정 범위에 부합하는 선집이라 각기 이 선집을 접하는 이들의 위치에 따라 그 효용은 달라질 것이라 판단할 수 있는 책이다.
죽음의 미학 편에서는 죽음을 미학적으로 바라보는 9편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작가 마다의 작품 스타일, 분위기 등이 다르고 나라 마다의 문화적 차이에 기인하는 뉘앙스도

다르기에 각기 색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는 '죽음'에 대한 미학이다.

인간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 또는 인간 스스로가 다가가는 죽음 그 어느 상황이 되었든 죽음에 대한 의식은 인간에게 그 어떤 의미로 전달되는것 같다.
죽음에 대해 많은 미사여구를 붙인다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죽음 그 자체만으로

더이상 아무것도 없음으로 단정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소설의 선집에서 소개하는 각각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도 분명 우리 역시 삶의 뒤안길에서 마주하고 보며 느껴 보았음직한 이야기들임을 판단하고 생각해 보았을 때 우리는 비로서 자신이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떤 존재로 받아들여야 할 지를 조금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느낀다.

크눌프에서 보여주는 신과 더불어 삶을 구하는 구절이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볼 수 있는 부인, 

타협, 체념, 친화 등의 심리적 모습은 동일한 맥락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해 보게 된다.

죽음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하기에 죽음을 맞든 또는 죽음을 찾아가든 모든 사람들의 의식속에는 이러한 심리적 관찰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볼 때 그 죽음을 성찰하는 우리의 마음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든 현실의

삶을 등한히 하고 사는 이상 죽음에 당도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답지는 동일하리라는 생각에

멈춘다고 하겠다.

짧은 소설 선집들을 통해 죽음에 대한 의미있는 성찰을 해 보고 삶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이런 작품들을 앞으로도 꾸준하게 만나 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전해 본다.

 

 ** 네이버 카페 컬쳐블룸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포토리뷰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v*****t | 2020.11.1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 시리즈를 혹시 알고 계신가요?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무척 유명한 책입니다.해외소설은 명작이라고 불리우는 고전소설 이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는데요너무자도 멋진 작품들이 들어있어서 소설세계를 확장시켜준 책이죠.더군다나 그 작품을 선정한 사람이 이문열 작가님입니다.자신의 소설세계에 영향을 준 작품들이라고 소개되어있죠.이 사실만으
리뷰제목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 시리즈를 혹시 알고 계신가요?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무척 유명한 책입니다.
해외소설은 명작이라고 불리우는 고전소설 이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는데요

너무자도 멋진 작품들이 들어있어서 소설세계를 확장시켜준 책이죠.

더군다나 그 작품을 선정한 사람이 이문열 작가님입니다.

자신의 소설세계에 영향을 준 작품들이라고 소개되어있죠.

이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읽기 시작했던 작품입니다.



90년대에 나온 구판과 2020년에 나온 신판 비교입니다. 구판 전집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찐팬 인증~ ㅎㅎ

그런데 구판은 아무래도 90년대에 나온 책이다보니 오래된 감이 있었죠...

제가 집에 소장하고 있는 책들도 살림출판사에서 나온 구판입니다.

이문열님의 얼굴이 표지에 큼지막하게 찍힌... 정말 열심히 읽었었지요.

2000년도에 양장본이 나왔지만, 내용은 똑같았기에 굳이 새로 구매하지는 않았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판본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것도 표지만 바꾼 것이 아니고

내용도 전면 개정되었다고 해요. 작품이 바뀌고 번역도 새로 했다고 합니다.


이문열님의 서문과 머릿말은 역시 멋집니다.

비장하면서도 간결한 문체.

이 책은 이문열님이 국문과 교수가 되어 교양 수업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해외명작 단편산책 수업 강의를 하면서 엮었던 단편들이라고 합니다.

대단한 시도이긴 합니다. 국문과에서 해외 단편소설을 다루는 수업을 하다니요.

당시에도 별난 강좌로 소문이 났다고 하네요. 에너지가 대단합니다.


표지가 너무 멋져요!

전체적인 인상은 가죽장정인 듯한 느낌을 줍니다. 더 쫀득한 재질이랄까요?

고루한 느낌이 아니고, 컬러풀한 색감을 줬어요. 색도 너무 예쁘고 고급스럽습니다.

아마도 10권 모두 다른 색깔로 만들 것 같아요. 소장하고싶은 뽐뿌를 넣는 책입니다.

표지는 주제에 따라 음각을 했는데요. 수록된 10편의 작품과 작가로 타이포셔너리를 했네요.

너~무~ 예쁩니다. 글자에 넣은 색깔도요. 그 색깔이 속지에 이어집니다... 무블 출판사 정체가 뭐죠??

뒷표지를 보면, 작품속 글귀가 음각되어있어요. 굿즈를 받은 줄 알았습니다...

표지디자인부터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어요.


작품이 시작될 때마다 일러스트가 등장하는데요,

작품 내용과 관련있는 일러스트입니다. 작품마다 다 달라요.

그러면 101개의 일러스트를 제작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이게 얼마나 공을 들인 책인지 직감할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정말 겉부터 속, 내용까지. 멋진 책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뿜뿜 뿜어져나오는 책입니다.


책의 내용은 말할 것도 없이 좋습니다.

2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고 재출간 요청을 받은 책.

저도 이사갈때마다 버리지 않고 모아둔 전집.

중고매장에서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고 파는 책.

주변에 책을 추천받으면 흔쾌히 추천해주었던 책입니다.

재미있는 단편들로 이루어진 선집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도 좋습니다. 호흡이 긴 작품도 있고 무척 짧은 작품도 있어요.

읽다보면 깜짝 놀라는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시간가는줄 모르는 작품들이 많아요.

소설 작법을 공부한다면 필수적으로 읽어봐야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저도 상당히 오랜만에 읽어보았는데요,

특히 1,2,3권은 여러번 읽었었거든요. 그런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

100개의 작품이 있기 때문에 작품 하나하나가 생각이 잘 나지 않기도 해요.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또 새롭게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습니다.

이 작품 재미있었지! 이런 기억만 남은 작품들이 있어요.

그러면 읽으면서 또다시 재밌게 읽는 거예요. 더 자세히, 여유롭게 읽으면서요.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아마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거예요.

예쁜 표지부터 깊이있는 내용까지,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죽음의 미학] 이문열 세계 명작 산책 2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지*맘 | 2020.11.0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문열이라는 우리나라 대표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각 주제별로 세계 중,단편 문학을 직접 뽑아 전집으로 냈는지 알지 못했다. 벌써 25년이나 된 일이란다. 어떻게 보면 그저 이름을 빌려주어 잘 팔리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싶기도 한데 초판 서문이나 개정판 서문을 읽어보니 나름의 분명한 의도가 있어보인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소설을 공부하려는 누군가나, 습작을 위해 책을 선
리뷰제목

이문열이라는 우리나라 대표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각 주제별로 세계 중,단편 문학을 직접 뽑아 전집으로 냈는지 알지 못했다. 벌써 25년이나 된 일이란다. 어떻게 보면 그저 이름을 빌려주어 잘 팔리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싶기도 한데 초판 서문이나 개정판 서문을 읽어보니 나름의 분명한 의도가 있어보인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소설을 공부하려는 누군가나, 습작을 위해 책을 선택하려는 누군가, 그도 아니라면 그저 좋은 작품을 골라 읽고 싶은데 어떤 작품을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나 같은 이들에게는 아주 좋은 전집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10권의 세계 명작이 이번에 새로운 옷을 입고 몇 편의 새로운 선택으로 바뀌어 출판되었다. 


지금까지 다양한 전집을 읽어보긴 했다. 대부분의 중, 단편은 작가별로 구분되어 있다. 물론 한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는 작가에 대한 이해와 같은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많은 작품들 중 선별해서 읽어야 한다면 주제별로 읽고 싶었다. 몇몇 주제별로 엮인 책들도 보긴 했지만 그 주제가 너무나 뻔한 몇 권이 아닌,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그 어떤 것이었으면 했다. 이번에 출판된 <이문열의 세계 명작 산책> 10권 중 먼저 나온 두 권의 주제 중 "죽음의 미학"을 먼저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너무나 흔한 듯한 "사랑의 여러 빛깔"보다 흔치 않아서. 


2권 <죽음의 미학>에는 총 9편이 수록되어 있다. 레프 톨스토이, 잭 런던, 마르셀 프루스트부터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유명한 작가들의 "죽음"의 미학이 담긴 주요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많이 들어봤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나 "크눌프", "킬리만자로의 눈"까지 아직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 이 한 권 속 한 편 한 편이 가슴에 새겨질 만큼 좋았다. "죽음"이라는 주제 앞에 좋았다는 표현이 이상하긴 하지만, 이렇게 의미있게 읽은 책이 아주 오랫만이다. 


올해 엄마와의 경험을 겪지 않았다면... 아마 다르게, 그다지 의미있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 같다. 거의 1년을 엄마 곁에서 죽음이라는 것을 가까이 했고, 엄마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지켜보았고, 엄마를 보내고 다시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그동안 하게 된 다양한 생각들이 겹쳐 지금의 내가 <죽음의 미학>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특별했다. "이반 일리치"의 외로움이, 고독이, 절망이,"발다사르 실방드"의 처절한 질투와 애통함이 절절하게 이해된 이유이다. 그 외 잭 런던의 "불 지피기"는 같은 작가의 <야성의 부름>과 겹쳐지며 또다른 감동을 불러왔고 "크눌프"의 크눌프와 친구의 서로 다른 가치관 토론이나 마지막 신과의 대화도 그 어떤 작품보다 의미있게 읽혔다. 


이 책 한 권을 너무나 좋게, 잘 읽었기에 나머지 9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젠 대놓고 믿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가죽 느낌의 정말 예쁜 표지도 한 몫 한다. 한 권 한 권 모아 책꽂이에 꽂아두고 시간 날 때마다 꺼내 소중히 읽고 싶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이문열 #세계명작 #최고 중단편 #죽음의 미학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한줄평 (0건)

뒤로 앞으로 맨위로 aniAla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