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아들 ],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등등 인간 세계를 냉철하게 꿰뚫어보고 예리하게 분석한 글을 많이 쓰신 이문열 작가님이 선별한 단편들이 모인 [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 ] 이 재출간되었다. 대중적일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주제의식도 가지고 있는 이문열 작가의 작품들은, 한때 큰 히트를 쳤었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었었다. 이번 세계명작 산책 중 [ 죽음의 미학 ] 은 바로 " 죽음 " 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때론 불길하게 때론 어둡고 공포스럽게 여겨지는 죽음, 그러나 빛과 어둠처럼 인간의 삶을 논할 때 이 " 죽음 " 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 죽음의 미학 ] 에서는 어떤 작품들이 독자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을지 사뭇 궁금해졌다. 언젠가는 우리가 필시 만나게 될 " 죽음 ", 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톨스토이의 [ 이반 일리치의 죽음 ]
이 작품은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한 톨스토이의 생각을 잘 드러낸다. 그는 작가라는 제 삼자의 눈으로 평범한 한 인간의 생애를 관찰해가면서 그의 평온했던 삶을 “ 죽음 ” 이라는 것이 어떻게 산산조각을 내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반 일리치는 판사로 재직하면서 평탄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내는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고 아이들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물론 아내와 약간의 다툼이 있긴 했으나 살아가면서 약간의 불행의 요소들은 참아낼 수 있었다.
“ 그들은 그렇게 살았고, 이렇다 할 변화도 없이 모든 게 순조롭게 돌아갔다. 인생은 즐겁게 흘러가고 있었다 ”
그러던 어느날 이반 일리치는 옆구리에 원인모를 통증을 느끼고 입에서 알 수 없는 끔찍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인생의 정점에서 더 이상의 행복을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하던 순간 갑자기 그에게 다가온 고통이라는 낯선 방문객. 그는 하루하루 병이 깊어감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하지만 그가 병으로 조금씩 죽어가자 사랑하는 가족들은 모두 그를 외면한다. 마치 투명인간을 대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는 충성스런 하인 한 사람 밖에는 없다.
“ 그는 자기가 그들에게 성가신 존재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 이런 거짓말 - 죽음을 앞둔 그에 관해 날조된 거짓말, 죽음이라는 무섭고도 엄숙한 행위를 사교적인 방문이나 커튼이나 만찬 때 먹는 철갑상어 수준으로 타락시키는 거짓말 - 이 이반 일리치에게는 지독한 고통이었다 ”
단편 [ 이반 일리치의 죽음 ] 은 고독하게 죽어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반 일리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질병의 고통 때문에도 힘들어하지만 사람들의 외면과 차가운 위선 ( 그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위선 ) 을 목도하는 것이 더욱 더 괴롭다. 이 뿐만 아니라 이 단편은 인간이 “ 죽음 ”을 대할 때 거치는 과정을 이반 일리치의 모습을 통해 잘 보여주는 듯 하다.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의 단계를 힘겹게 거치는 이반 일리치. 죽음까지의 여정은 힘겨웠으나 결국 죽음을 맞이한 이반 앞에,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구원인가?
“죽음 대신 그 자리에는 빛이 있었다. 죽음도 끝났어. 이젠 죽음도 없는 거야 "
스티븐 크레인의 [ 구명정 ]
스티븐 크레인의 단편 구명정은 그야말로 인생의 축소판과 같은 소설이다. 구명정을 타고 있는 4명의 남자들은 그야말로 망망대해에 떠 있다. 선장, 기관사, 요리사 그리고 신문사 특파원으로 구성된 그들은 조그만 구명정이 파도에 뒤집히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그들이 발견한 육지에 다다르려 노력한다. 하지만 암초에 의해 번번히 해변에 도달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방해를 받게 된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이 생생한 노력 와중에 그들의 슬픔과 공포, 좌절 그리고 절망감이 가감없이 느껴져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자연은 그들에게 무심하고 자신들은 바다에 버려진 먼지 같다는 느낌 그리고 신이나 그 누구에게도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이 그들의 마음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 만약 내가 물에 빠져 죽을 거라면........ 내가 만일 물에 빠져 죽을 거라면....... 내가 만일 물에 빠져 죽을 거라면, 바다를 지배하는 미친 일곱 신의 이름에 걸고 묻겠는데, 도대체 왜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해서 모래와 나무를 살펴볼 수 있게 했단 말인가? 내가 막 삶의 신성한 열매가 내뿜는 향기를 맡으려는 바로 이 순간에 내 코를 억지로 돌려놓기 위해, 단지 그러기 위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왔단 말인가? “
내 생각에 크레인은 우리로 하여금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길 원했던 것 같다. 우리는 왜 사는가? 만약 인간이 어파치 죽어야 한다면 애초에 인간은 왜 사는가? 인간 존재는 이 우주에서 중요하기나 한건가? 우리가 이렇게 의미없는 존재라면 우리의 인생은 어떤 중요성을 띄고 있는 것일까? 필연적인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희망을 품는다는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결코 닿을 수 없는 해변을 그냥 보는게 나을까? 아니면 해변에 닿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죽는게 나을까? 그리고 생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왜 어떤 사람들은 ( 그들의 선함과 악함에 상관없이 ) 살아남고 다른 사람들은 결국 사라지게 될까?
해변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하다하다 지치고 또 지쳐 무표정해진 사람들 속에서 신문 특파원은 문득 한 구의 시를 떠올린다. 그는 자신이 이 시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을 정도였지만 갑작스럽게 시가 그의 뇌리를 스친다.
외인부대의 한 병사가 알제에서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네.
돌보는 여인의 손길 하나 없었으며, 여인의 눈물 한 방울도 없었다네.
하지만 전우가 그의 옆에 다가와 섰고, 그는 그 전우의 손을 잡고는 이렇게 말했다네.
” 나는 내 고향, 내 고향 땅을 다시는 못 볼 거야 .“
처음으로 그는 시 속의 군인을 하나의 사람으로, 외딴 곳의 해변에서 죽어가는 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된다. 자신과 똑같은 상황에 놓인 한 인간으로, 그리고 그는 시 속의 군인과 동질감을 느끼고, 죽을 수 밖에 없는 모든 인류와 동질감을 느끼고 가엾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그는 자신이 개별적 존재라기 보다는 필연적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인류의 한 부분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한없이 추상적으로 들리는 " 죽음 " 이 생생하게 다가올때 비로소 인간은 겸허해지는 것 같다. 신에게 분노하면서 종주먹을 들이대다가도 그것이 운명이라면 ( 여러 과정을 거치지만 ) 결국 " 죽음 " 을 받아들이게 되는게 인간인 듯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기에. 결국 " 죽음 " 을 아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없지 않은가? 이런 명작들을 통해서나마 간접 체험을 하면서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책을 읽는 동안 안타깝고 슬프고 우울하다는 느낌이 계속 있었긴 했지만 정말 훌륭한 작품들로만 모아놓은 단편집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못 읽어본 나머지 단편들도 빨리 읽어보고 싶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죽음의 미학
인간이 느끼는 모든 두려움의 원천은 ‘죽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생물은 ‘죽음’이라는 두려움의 근원을 의식하면서 살아갑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에 모든 생물은 이 두려움에 순종하여 ‘죽음’이라는 것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인간 역시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강력한 두려움은 죽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다른 생물들과 다른 점은 자연의 법칙이라 할 수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에 저항하여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죽음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죽음을 선택하고 죽음의 방법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진 이러한 특이한 성격, 즉 죽음이란 모든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인간은 이를 거스를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인문학에서 죽음이라는 소재는 빠질 수없는 것이고, 그 양태도 동일 것이 없습니다.
루블 출판사에서 출간된 ‘죽음의 미학’은 이문열 작가가 세계 고전중에서 선별하여 엮은 책입니다. 이문열 작가는 자신의 기준으로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 중 소설의 전범으로 삼을 만한
작품을 뽑아 이 책을 엮었습니다.
이책에는 다양한 죽음의 형태가 등장합니다. 9개의 작품을 통해 인간이 죽어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자의 심경의 변화, 그리고 죽음의 여러가지 형태를 보여줍니다.
평범한 가장이 갑작스런 통증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죽음에 이르기 위해 거치는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 7살짜리가 동생에 대한 질투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작품,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죽음보다 고통스러울 것 같은 삶을 끝까지 살다가 죽는 노파등 이책 ‘죽음의 미학’에는 다양한 죽음이 있습니다.
어떤 죽음 앞에서는 지금 순간을 최선을 다해 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죽음을 대하면서 인간에게 죽음이란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죽어가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촛불이 꺼져가는 동안만 타오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죽음을 너무 두려워 한 나머지 죽음에 대한 것은 금기시 되어, 죽음이 삶이라는 것의 다른 쪽면임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닐 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무려 1996년에 출간된 도서가 새로운 모습으로, 보다 읽기 편한 현대적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사실 이런 책이 출간된 줄도 몰랐는데 시대가 변해도 작품의 가치는 변하지 않겠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 변하니 어떻게 보면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적절한 변화를 준 책이라고 볼 수도 있을것 같다.
수록 작품 수의 변화도 있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초판의 서문과 개정판의 서문이 동시에 실려 있어서 처음 책을 엮었을 당시의 이야기를 읽는 것도 묘미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문호들의 여러 작품들, 특히 중단편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참 좋은데 그 작품들이 평소 많이 접해 본 작품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던것 같다.
이 책의 소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록된 작품들은 '죽음'을 키워드로 하고 있는데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는 이반 일리치는 상당히 야심가이다. 흔히 성공의 사다리를 향해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한데 설령 자신의 존재는 잃더라도 권력에서 오는 부를 통해 그것을 상쇄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부상 이후 자신이 그토록 추구하던 것들을 상실해가는 모습은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중요시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외에도 미국 출신의 스티븐 크레인의 『구명정』은 제목 그대로 해난사고를 그리고 있는데 난파선의 구명정에 처음엔 4명이 있었으나 결국 그중 3명이 구조되는 골자를 가지고 있다. 재난 사고에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죽거나 하는 것은 아니기에 다소 죽음의 미학이라고까지 하기 어렵지만 또 어떻게 보면 죽음의 위기에서 생에 대한 생생한 갈망을 극명하게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는 죽음이 가진 의미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잭 런던의 『불 지피기』는 정체성이 모호해 보이는 사나이라 불리는 한 남자가 추운 겨울 날 길을 떠났다 결국 동사하는 이야기를 그렸고 마르셀 푸르스트의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에서는 죽음을 목전 둔 인물의 회상기라고도 할 수 있을것 같다. 사실 마르셀 푸르스트라고 하면 대작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먼저 떠올리게 되어 그런지 이렇게 단편으로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것 같다.
셔우드 앤더슨의 『숲속의 죽음』은 한 노파의 죽음을 담담한 필체로 그리고 있다. 어쩌면 특별할것 없는 한 노파, 그의 죽음은 상당히 외로워 보이기까지 하는데 죽음 이후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도 소개되는데 솔직히 제목이 낯설다. 『크눌프』는 그동안 헤세가 그의 작품 속에서 자신을 반영한 성장소설을 많이 보여준 것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중편에 가까운 분량으로 충분히 다른 유명한 작품들과 함께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보면 뗄래야 뗄 수 없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은 누군가의 삶 속에 신이 존재하는가, 그런 경우 죽음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수록 작품 중 가장 적은 분량이였던 샤를 루이 필리프의 『앨리스』는 보통 동생이 태어났을 때 아이가 보일 수 있는 두 가지 반응(동생을 너무 좋아하거나 부모의 사랑을 뺏어가는 존재로 질투하거나) 중 질투를 하는 반응이 지나쳐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해 굶어죽는 이야기로 파격적이라든가 충격적인 면모에서는 전체 작품 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
정말 단순한 스토리와 구성이나 인간에게 있어서 질투란 실로 누군가의 목숨,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질 수 있구나 싶어 가장 놀라웠던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에 나오는 바이올렛 헌트의 『마차』는 삶에 대한 애착보다는 죽음에 더 관심을 둔다고 해야 할 인물의 이야기이며 역시나 처음 접해보는 작가의 글이라 이런 기회를 통해 다소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던 데에 감사함을 느낀다.
시리즈는 전체 10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현재는 1, 2이 출간된 상태인데 익숙한 작가들의 익숙하지 않은 작품들, 낯선 작가의 새로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던것 같아 나머지 시리즈들도 함께 읽어보고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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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 2 _ 죽음의 미학]
세계명작산책, 제목이 참 거창하다.
하지만 이 제목은 참으로 적절하다.
톨스토이, 스티븐 크레인, 잭런던, 셔우드 앤더슨,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모두가 하나같이 세계적인 명품 작가들이다. 사실 이 책은 대학 다닐 때 읽었던 작품들이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고 책의 장정이 바뀌어 다른 책인 줄 알았는데, 작품을 읽으면서 전에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는데, 어느 순간, 내가 전에 읽었던 작품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때는 특정 작가의 특정 작품만을 읽었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른 작가의 작품들도 제대로 읽으면서 이 책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이들 작가들이 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고, 이들의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구에 회자되면 세기를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읽히고 또 읽히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잭 런던의 <불지피기>란 작품만 놓고 보더라도, 정말 강렬하다는 생각과 뛰어난 수작(秀作)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엄청난 작품을 쓸 수 있었는지, 작가의 재능이랄까, 능력이 무척이나 놀라웠다. 아마도 일찍 요절만 하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많은 수작들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 시리즈는 1996년 살림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오고 나서 지금까지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출판되면서 독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이토록 오랜 시간 독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다는 건, 재미와 작품성이 모두 다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문열 선생의 작품을 보는 안목이 얼마나 대단한지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그가 읽었던 작품을 나도 읽게 됨으로써 존경하는 작가와 같은 작품을 읽었다는 뿌듯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사실 이문열 작가의 글은 중학교 다닐 때 <삼국지>를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는데, 비록 평역 이였지만, 가독성이 엄청 좋았다. 10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삼국지>를 몇 달에 걸쳐 완독을 하였다. 이 책을 통해 소설가 이문열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의 여러 작품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유명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책과 영화로 모두 보았는데, 정말 잘 쓰여진 작품이었다. 이 책을 통해 힘과 권력이 어떻게 국민들을 탄압하고 억압하며 통제해서 독재로 나아가는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은 정말 대단한 작품집이다.
이 책은 작가 이문열을 만든 서양의 최고 중단편들을 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설이란, 문학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마디로 이 시대 최고의 명작들을 모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책의 장정 또한 대단히 우아하고 고급스러운데,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은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죽음의 미학>에서는 인류 존재의 본질이자 문학에서 빠지지 않고 다루어지는 문학의 가장 진지한 주제인 죽음에 대해 이 시대의 대문호들은 인간의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소설에 녹여 썼는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반 일리치는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줄곧 절망에 빠졌다. 마음 속 깊은 속에서는 자기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이 생각에 익숙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해할 수도 없었다.(87면)
코와 뺨은 벌써 얼고 있었다. 온몸의 피부는 혈색을 잃은 채 얼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목숨은 안전했다. 그저 발가락과 코와 뺨 정도가 혹한에 노출되었던 것일 뿐이고, 이제 불이 활활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는 뺨과 코가 금방 얼어가고 있다는 걸 알고는 놀랐다. 정말 손가락이 마비되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잔가지를 잡을 수 없었다.(209면)
명작은 괜히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레프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재 런던의 불 지피기, 셔우드 앤더슨의 숲속의 죽음,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등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어느 작품 하나 명작 아닌 작품이 없다. 명작답게 가독성이 매우 좋고, 일단 한번 펼치게 되면 내용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주제의 세계 명작들의 내용도 대단히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 책을 통해 한국 최고의 작가 이문열을 사로잡았고 종내 엔 이문열을 작가로 만들었던 세계의 중단편 명작들을 만날 수 있다. 톨스토이,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세계적인 명품 작가들의 주요 단편들을 읽는 순간, 작품 속으로 깊이 빠져들 것이다.
[도서지원]
이문열의 세계명작 산책 두 번째 시리즈 '죽음의 미학' 앞 권인 '사랑의 여러 빛깔'다음으로 읽으니 기분이 묘하다. 사람에게 사랑 이라는 감정외에도 죽음을 향한 그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이 쉽지 않는데 오늘 [죽음의 미학]에서는 여러 형태의 죽음을 보았다. 다소 무거울거라 생각했기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겁을 먹었던 것일까? 비록 죽음을 면치 못하는 이들이 등장하나 죽음 그 자체는 보지 않고 이들이 죽음을 향해 가는 그저 한 인생을 보았을 뿐이고, 문득 죽음을 비유한 표현이 이렇게나 많구나 했다. 생각을 해 보면 자면서 죽는 것이 좋다고 하지 않던가? 이 책에서 등장하는 죽음은 그렇지 않았다. 왜 인간은 태어날 때와 다르게 생을 마감해야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계속 해서 따라다녔다.
첫번째 단편은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판사인 이반이 고통속에서 죽었다. 동료들은 이 죽음에 안타까워 하기 보단 그저 '내 일이 아니다' 라는 한결같은 이런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이반 역시 이런 죽음을 맞이할 거라 생각했을까? 평범하게 태어나 부모님 말씀대로 공부하고 판사까지 되었던 이반 그리고 아내를 만나 살고 인생에 헛점이라고 없을 정도로 공과사는 구부하면서 생활을 했다. 우연히, 이사할 집에서 옆구리를 다친 후 몸에 마비 증사이 오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을 보면 이반은 자신에게 오는 죽음과 싸우다가도 아무도 자신을 걱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또 아내와 딸은 이반이 거의 죽어가는데 관심이 없었다. 다만, 아들만이 이반의 죽음을 감지했다.
마지막 고통의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이렇게 질질 끄는 것은 가족들에게 미안함 뿐이라는 것...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오히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니 죽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던 이반 일리치. 그런데, 이반의 죽음은 누구나 이런 상황이 되면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더 살고 싶고 더 성공하고 싶은 순간에 죽음으로 가야한다는 사실이 두려움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구명정을 타고 육지를 찾아가는 네 명의 사람, 극단의 추위에서 추위를 얕잡안 본 한 남자의 죽음을 서서히 보여주고 있고, 한 자작이 죽음과 삶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한 소년이 옆에서 지켜보는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등 소개된 단편들은 하나같이 죽음을 보여주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중에 가장 짧은 단편인 '앨리스'는 태어난 동생를 질투해 7살 나이고 죽은 소녀이야기로 아직 성장하 못한 한 영혼이 질투로 생을 마감한다. 황당한 소재로 당황스럽긴 하나 바로 이런 모습이 인간이다. 질투로 미쳐버린 사람의 모습 말이다. 또한 헤세의 크눌프 역시 소개 되고 있는데 한 인간이 방황하고 죽음으로 향해가는 과정에서 마지막 신과의 대화에서 고통이 자신에게 왔던 이유를 묻는 크눌프...헤세의 특유한 고요하면서도 강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또, 숲속의 죽음에서 가련한 한 노파의 죽음은 인생의 허무함을 보여주었다. 고아로 자라 우역곡절 끝에 남편을 만났으나 남편과 아들은 이 여인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고 여인은 오로지 부자와 동물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살았다. 마지막, 노파가 개들에게 음식을 주기 위해 가지고 오는 도중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은 아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숙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모습이랄까...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누군가를 먹여 살리다 죽을 수 밖에 없었나..어떤 한탄 보다는 그저 죽음 그자체를 보여주는 소설같다. 발버둥이 아닌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거 같아 왠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단편 이었다. 죽음을 두렵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인간의 다양성을 본 단편 [죽음의 미학] 책을 덮고서도 그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켜봐야하는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 죽음의 미학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실려 이었고,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이 있었다. 각각 구매하기도 번거롭고 내가 좋아하는 이 책만 구매하고 싶은 못된 심보가 있었다. 그러던 중 두 작품이 함께 실린 선집이 있다니, 그것도 죽음이라는 이름 아래. 이 책을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책을 주문하고 받는 순간 악 소리가 절로 난다. 표지부터 너무 고급스럽다.
PU(인조가죽) 소재에 박으로 명암을 만들었다. 앤티크하고 고급스러운 책자. 톨스토이의 대표작 '이반 일리치의 죽음'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은 이미 소개했지만, 그 외에도 마르셀 프루스트와 헤르만 헤세, 잭 런던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건 맹장이나 신장의 문제가 아니야. 이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야. 그래 나는 떠나는 삶의 발목을 붙잡을 수가 없다. 그래, 나 자신을 속여봤자 무슨 소용이야.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건 모두 알고 있잖아. 나만 빼고는 누구한테나 명백한 사실이야.
이반 일리치의 죽음 중에서
'죽음도 끝났어.'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이젠 죽음도 없는 거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명백한 죽음.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인간. 이반 일리치라는 인간을 통해 정제된 언어로 톨스토이는 죽음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냉정하고 객관적인 죽음. 이 죽음이 무엇보다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모두가 겪게 될 하나의 의례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마지막의 죽음을 서술하는 담담한 문장. 담담한 죽음.
이반 일리치의 인생은 너무나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너무나 끔찍했다.
타인의 생을 통해서 도돌이표처럼 돌아오는 나의 삶, 나의 인생.
죽음은 또 하나의 성장,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끝
헤르만 헤세, 크눌프
"그래, 이제 더 탄식할 것이 없는가?" 신의 음성이 물었다.
"없습니다." 크눌프는 머리를 끄덕이며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그러면 모든 것이 양호한 거지? 제대로 잘 된 거지?"
"네, 모든 게 제대로 잘 되었습니다." 크눌프는 끄덕였다.
크눌프 중에서
기대했던 두 작품도 대단했지만, 내 마음을 찌른 한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이 작품이다. 이 책을 생의 전반을 다루고 있다. 방황하는 젊은 날과 종말을 이야기하는 마지막까지. 죽음을 앞두고 신과 크눌프가 나누는 대화는 구원의 어떠한 한 장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신기하게도 그 제목은 '종말'이었는데 말이다. 이 종말 편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생은 항상 미숙하고 부족하기만 했다. 신은 그 안에 채워진 가치를 보라 말한다. 죽음의 종말이 기다리는 가운데 우리의 생은 왜 떠나고 또 떠나는가. 그리고 왜 우리 모두는 죽음이란 목적지로 향하는 것인가.
신이 없는 죽음, 가장 현실적인 죽음의 이야기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세상 전체를 합친 것만큼이나 드넓은, 그리고 거대하고 드높은, 햇빛을 받아 믿을 수 없을 만큼 하얗게 빛나는 킬리만자로의 네모진 정상이었다. 순간 그는 자기가 향해 가고 있는 곳이 바로 저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킬리만자로의 눈 중에서
조용필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모델이 되는 작품. 그 도입의 가사가 어디서 나왔는지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킬리만자로의 눈 처음을 보면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높은 정상에서 얼어붙은 표범으로 시작해서 끊임없이 먹이를 찾아 울부짖는 하이에나로 끝난다. 가수 조용필처럼 어느 것의 되고자 그 가치를 긍정하지 않는다. 심장이 뛰는 우리네의 삶은 어차피 하이에나의 삶을 닮아 있기에.
많은 이들이 헤밍웨이를 낭만적인 서사를 그리는 작가로 알고 있으나,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그는 무엇보다도 현실적으로 세상을 그려내는 작가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크눌프 두 작품 모두 죽음에 대한 낭만성을 가지고 있으나, 킬리만자로의 눈에는 신이 등장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고통과 하지 못한 일들의 아쉬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군인으로 전쟁에 참여했고, 많은 죽음을 본 작가는 죽음에 대해 무엇보다 현실적이다. 이 소설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소설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킬리만자로에 대해 계속 곱씹게 된다. 작가의 많은 작품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꿈과 이상이 있는데, 여기서는 그 킬리만자로가 그러한 이상향인 걸까. 그래서 표범은 죽더라도 고귀한 가치를 위해 킬리만자로 그 정상에서 얼어 죽었던 것일까. 알면서도 알 수 없는 부분은 직접 책에서 찾아보길 권한다.
여기에 실린 작품 중 작품 해설이 가장 멋졌던 작품이기도 하다. 제목부터 '신이 없는 죽음과 감추지 않는 주저 흥'이라니 표현 보소.
절판된 도서를 다시 다듬고 다듬어 낸 재판, 구관이 명관이라고 그 사이 고전들은 더욱 가치를 인정받아 공고해졌다. 재판이 되면서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이 빠졌다고 한다. 이해가 되면서도 아쉬운 일이다.
죽음은 비극이 아닌 미학이 될 수 있는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흐름이 아닌 인간이 연출하는 가장 신성한 의식이 될 수 있은가. 나는 이 책에 실린 내용을 전부 받아들이진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좋은 책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양상과 죽음의 받아들이는 태도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를 가진다. 고마운 일이다.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은 총 10개의 주제로 그에 맞는 작품들을 실어서 기술하고 있다고 한다. 1편은 사랑, 2편은 죽음이었는데 사랑이란 주제가 그다지 와닿지 않아 보지 않았으나, 기회가 된다면 1편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145086590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시, 소설, 영화, 음악, 미술 등 수 많은 존재에 걸쳐 그 이야기를 연결지우게
된다.
그야말로 우리 사람의 삶이 걸쳐져 있는 그 모든 장르를 불문하고 죽음은 그렇게 삶과 대등한
무게감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기에 작품이란 대상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삶 만큼 죽음 역시 매력적으로 서술하고 표현하고 싶은 주제라 할것이다.
소설가로서의 이문열은 그 명성 만으로도 우리 소설사에 기라성 같은 모습을 회상하게 되는
존재이다.
그의 지난날 펼쳤던 삶의 과정에서 쓰여졌던 세계 문학 100선의 시대에 맞는, 또는 합당한 이유에
걸맞는 의도를 가지고 새롭게 발간된 책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세계 문학속의 이야기들을 만나 본다.
이 책 "죽음의 미학" 은 현대소설의 전범(典範)으로서의 선집으로 여러해 저자의 야심에 찬 기대를
모은 세계명작 단편 선집의 대학 강의안을 책자로 발간해 낸, 그러면서도 저자 자신이 수 많은 세계 문학 선집들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 했는지, 선정의 객관성에 기대를 가질 법도 하지만 저자 자신의
독서 체험으로 축소한 선정 범위에 부합하는 선집이라 각기 이 선집을 접하는 이들의 위치에 따라 그 효용은 달라질 것이라 판단할 수 있는 책이다.
죽음의 미학 편에서는 죽음을 미학적으로 바라보는 9편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작가 마다의 작품 스타일, 분위기 등이 다르고 나라 마다의 문화적 차이에 기인하는 뉘앙스도
다르기에 각기 색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는 '죽음'에 대한 미학이다.
인간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 또는 인간 스스로가 다가가는 죽음 그 어느 상황이 되었든 죽음에 대한 의식은 인간에게 그 어떤 의미로 전달되는것 같다.
죽음에 대해 많은 미사여구를 붙인다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죽음 그 자체만으로
더이상 아무것도 없음으로 단정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소설의 선집에서 소개하는 각각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도 분명 우리 역시 삶의 뒤안길에서 마주하고 보며 느껴 보았음직한 이야기들임을 판단하고 생각해 보았을 때 우리는 비로서 자신이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떤 존재로 받아들여야 할 지를 조금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느낀다.
크눌프에서 보여주는 신과 더불어 삶을 구하는 구절이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볼 수 있는 부인,
타협, 체념, 친화 등의 심리적 모습은 동일한 맥락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해 보게 된다.
죽음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하기에 죽음을 맞든 또는 죽음을 찾아가든 모든 사람들의 의식속에는 이러한 심리적 관찰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볼 때 그 죽음을 성찰하는 우리의 마음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든 현실의
삶을 등한히 하고 사는 이상 죽음에 당도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답지는 동일하리라는 생각에
멈춘다고 하겠다.
짧은 소설 선집들을 통해 죽음에 대한 의미있는 성찰을 해 보고 삶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이런 작품들을 앞으로도 꾸준하게 만나 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전해 본다.
** 네이버 카페 컬쳐블룸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너무자도 멋진 작품들이 들어있어서 소설세계를 확장시켜준 책이죠.
더군다나 그 작품을 선정한 사람이 이문열 작가님입니다.
자신의 소설세계에 영향을 준 작품들이라고 소개되어있죠.
이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읽기 시작했던 작품입니다.
90년대에 나온 구판과 2020년에 나온 신판 비교입니다. 구판 전집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찐팬 인증~ ㅎㅎ
그런데 구판은 아무래도 90년대에 나온 책이다보니 오래된 감이 있었죠...
제가 집에 소장하고 있는 책들도 살림출판사에서 나온 구판입니다.
이문열님의 얼굴이 표지에 큼지막하게 찍힌... 정말 열심히 읽었었지요.
2000년도에 양장본이 나왔지만, 내용은 똑같았기에 굳이 새로 구매하지는 않았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판본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것도 표지만 바꾼 것이 아니고
내용도 전면 개정되었다고 해요. 작품이 바뀌고 번역도 새로 했다고 합니다.
비장하면서도 간결한 문체.
이 책은 이문열님이 국문과 교수가 되어 교양 수업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해외명작 단편산책 수업 강의를 하면서 엮었던 단편들이라고 합니다.
대단한 시도이긴 합니다. 국문과에서 해외 단편소설을 다루는 수업을 하다니요.
당시에도 별난 강좌로 소문이 났다고 하네요. 에너지가 대단합니다.
전체적인 인상은 가죽장정인 듯한 느낌을 줍니다. 더 쫀득한 재질이랄까요?
고루한 느낌이 아니고, 컬러풀한 색감을 줬어요. 색도 너무 예쁘고 고급스럽습니다.
아마도 10권 모두 다른 색깔로 만들 것 같아요. 소장하고싶은 뽐뿌를 넣는 책입니다.
표지는 주제에 따라 음각을 했는데요. 수록된 10편의 작품과 작가로 타이포셔너리를 했네요.
너~무~ 예쁩니다. 글자에 넣은 색깔도요. 그 색깔이 속지에 이어집니다... 무블 출판사 정체가 뭐죠??
뒷표지를 보면, 작품속 글귀가 음각되어있어요. 굿즈를 받은 줄 알았습니다...
표지디자인부터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어요.
작품 내용과 관련있는 일러스트입니다. 작품마다 다 달라요.
그러면 101개의 일러스트를 제작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이게 얼마나 공을 들인 책인지 직감할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정말 겉부터 속, 내용까지. 멋진 책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뿜뿜 뿜어져나오는 책입니다.
책의 내용은 말할 것도 없이 좋습니다.
2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고 재출간 요청을 받은 책.
저도 이사갈때마다 버리지 않고 모아둔 전집.
중고매장에서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고 파는 책.
주변에 책을 추천받으면 흔쾌히 추천해주었던 책입니다.
가볍게 읽기도 좋습니다. 호흡이 긴 작품도 있고 무척 짧은 작품도 있어요.
읽다보면 깜짝 놀라는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시간가는줄 모르는 작품들이 많아요.
소설 작법을 공부한다면 필수적으로 읽어봐야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특히 1,2,3권은 여러번 읽었었거든요. 그런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
100개의 작품이 있기 때문에 작품 하나하나가 생각이 잘 나지 않기도 해요.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또 새롭게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습니다.
이 작품 재미있었지! 이런 기억만 남은 작품들이 있어요.
그러면 읽으면서 또다시 재밌게 읽는 거예요. 더 자세히, 여유롭게 읽으면서요.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아마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거예요.
예쁜 표지부터 깊이있는 내용까지,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문열이라는 우리나라 대표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각 주제별로 세계 중,단편 문학을 직접 뽑아 전집으로 냈는지 알지 못했다. 벌써 25년이나 된 일이란다. 어떻게 보면 그저 이름을 빌려주어 잘 팔리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싶기도 한데 초판 서문이나 개정판 서문을 읽어보니 나름의 분명한 의도가 있어보인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소설을 공부하려는 누군가나, 습작을 위해 책을 선택하려는 누군가, 그도 아니라면 그저 좋은 작품을 골라 읽고 싶은데 어떤 작품을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나 같은 이들에게는 아주 좋은 전집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10권의 세계 명작이 이번에 새로운 옷을 입고 몇 편의 새로운 선택으로 바뀌어 출판되었다.
지금까지 다양한 전집을 읽어보긴 했다. 대부분의 중, 단편은 작가별로 구분되어 있다. 물론 한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는 작가에 대한 이해와 같은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많은 작품들 중 선별해서 읽어야 한다면 주제별로 읽고 싶었다. 몇몇 주제별로 엮인 책들도 보긴 했지만 그 주제가 너무나 뻔한 몇 권이 아닌,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그 어떤 것이었으면 했다. 이번에 출판된 <이문열의 세계 명작 산책> 10권 중 먼저 나온 두 권의 주제 중 "죽음의 미학"을 먼저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너무나 흔한 듯한 "사랑의 여러 빛깔"보다 흔치 않아서.
2권 <죽음의 미학>에는 총 9편이 수록되어 있다. 레프 톨스토이, 잭 런던, 마르셀 프루스트부터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유명한 작가들의 "죽음"의 미학이 담긴 주요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많이 들어봤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나 "크눌프", "킬리만자로의 눈"까지 아직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 이 한 권 속 한 편 한 편이 가슴에 새겨질 만큼 좋았다. "죽음"이라는 주제 앞에 좋았다는 표현이 이상하긴 하지만, 이렇게 의미있게 읽은 책이 아주 오랫만이다.
올해 엄마와의 경험을 겪지 않았다면... 아마 다르게, 그다지 의미있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 같다. 거의 1년을 엄마 곁에서 죽음이라는 것을 가까이 했고, 엄마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지켜보았고, 엄마를 보내고 다시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그동안 하게 된 다양한 생각들이 겹쳐 지금의 내가 <죽음의 미학>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특별했다. "이반 일리치"의 외로움이, 고독이, 절망이,"발다사르 실방드"의 처절한 질투와 애통함이 절절하게 이해된 이유이다. 그 외 잭 런던의 "불 지피기"는 같은 작가의 <야성의 부름>과 겹쳐지며 또다른 감동을 불러왔고 "크눌프"의 크눌프와 친구의 서로 다른 가치관 토론이나 마지막 신과의 대화도 그 어떤 작품보다 의미있게 읽혔다.
이 책 한 권을 너무나 좋게, 잘 읽었기에 나머지 9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젠 대놓고 믿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가죽 느낌의 정말 예쁜 표지도 한 몫 한다. 한 권 한 권 모아 책꽂이에 꽂아두고 시간 날 때마다 꺼내 소중히 읽고 싶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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