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작가를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라는 책으로 처음 접했다.
이 책은 총 8편의 단편을 수록하고있는 소설집인데 8편 중 한 편인 프랑스 영화처럼이라는 단편처럼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정말 프랑스 영화같은 소설이었다.
표제작인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는 당연 가장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스테이크라니... 혹시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은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공감하며 읽었던 단편은 나뭇가지에 걸린 남자이다. 처음엔 뭐지 하고 다소 이해가 안됐으나 곧 이 남자가 정말 제목 그대로 나뭇가지에 걸려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정말 술술 잘 읽혔던 소설이다. 그가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그로 인한 결말이 인생을 사는 우리의 모습같아 가슴이 아팠다.
또한 [애심토드]에 번역소개 됐던 <종이비행기> 역시 슬프고 공감되는 내용의 소설이었다. 너무 과도하게 한 여자를 사랑한나머지 그 여자를 접고 모든 것을 접어버린 남자의 이야기.
고요한 작가의 모든 소설에는 근본적으로 외로움의 정서가 짙게 깔려있는듯 하다.
고요한 작가의 다음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라는 책인데 역시나 파격적인 제목의 책이다. 빨리 고요한 작가의 다음 책을 읽어보고 싶다.
{책 리뷰를 하기에 앞서...}
이 책을 읽기 전에 책 표지를 보더라도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나 다정다감한 느낌은 아닐 거 같다고 추측할 수 있는데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메인소설인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는 소재부터
일반적인 소설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신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가지의 이야기가 모두 매력이 있고 전 사실 장편 이상으로 단편소설에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바쁜 직장인이나 책 한 권을 그 자리에 단숨에 읽어버릴 시간을 갖지 못하는 분들에겐
단편소설만큼 숨통이 트이는 이야기도 없을거에요. 한 편을 보는데 몇 분 정도면 충분하니까요.
[간략한 줄거리]
우선 가장 메인소설이라고 생각이 든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를 읽었는데 (가장 첫번째 소설이기도
했고) 길지 않은 단편 소설을 읽었음에도 몇 문장 읽다보니 내 앞에 주인공들이 직접 나타나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마지막 문장까지 다 읽게 된 순간 '장난 아니네' 라는
말이 단박에 튀어나왔다. '고요한' 작가님의 소설이지만 전혀 고요하지 않았고 우리 마음속
위험한 파동을 일으키게 만들어줄 센세이션한 소설들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든다.
책 소개에도 나와있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번역문학
저널 '애심토트'에 소개됐다고 한다. 와.. 한국의 문학이 여러나라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었다는 게 자랑스럽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국의 작가들이 굉장히 재미있게 글을 쓰는구나. 깊게 빠져들다가도 또 핵심을
잘 뽑아내는 구나 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와 동일하게 책에 빠져들어 마지막 장면까지
보게 되었을때 '우와, 장난없네 이거'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느끼니 짜릿하다.
이 책은 고요한 작가님의 단편소설들이 모여있습니다.
총 8가지의 단편소설이 실려있고 이 중 '도마뱀과 라오커피' 라는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이야기들은 이전에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아이를 갖겠다는 욕망에 눈이 멀어 해선 안될 짓을 저지른 남성의 후회,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책 표지엔 와인을 흘려 마치 식탁보에 피가 묻은 것 같아 보이며
고기를 자를때마다 빨간 피가 잔뜩 흐르는 레어스테이크를
어두운 표정으로 먹고 있는 여성의 그림이 있다.
이야기를 읽기 전엔 저 그림의 뒷배경이나 분위기를 대강 느낄 수 있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저 여성의 마음과 왜 이런 분위기의 책 표지를 갖고 있는지
알게 된다.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 저 책표지를 보며 잠시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만약 내가 저 여성이라면 나의 남편을 용서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결국 다른 남성의
아이를 갖으면서까지 가정을 유지해야 하는가 의구심이 들 것 같다.
결국 제임스의 아이를 갖게 된 여자는 그때부터 평소에 먹지 않던 스테이크를
찾게 된다. 남편 역시 스테이크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그 때부터 의심이 든다. 제임스가 스테이크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 그러나 그는 한낱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갖고 싶었다.
그의 아이라 믿고 싶었지만 거의 아닐 가능성이 컸다.
부부는 백화점 건물 맞은편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게 되는데 우연치 않게
제임스가 찾아오게 된다. 주변의 시선과 특히 자신과
같은 회사에 다니는 여직원도 보였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제임스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고..
여기서부터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여자는 제임스에게 자신의 남은 고기를
주며 웃음을 짓는다. 사실 처음엔 당황스럽고 어떻게 보면 이런 직업을
가진 제임스가 더러워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몇 번의 만남을 가진 결과 그녀는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그 역시 그녀를 맘에 두기 시작한다. 남편은 이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그제서야 '아이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 라는 걸 느끼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제임스와 자신의 아내는 몇 시간씩 전화통화를 할 만큼 사이가 돈독해졌고
저절로 남편과의 거리는 멀어지게 된다. 아마 남편은 양수가 터진 자신의
아내를 어떻게 했을까? 그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해 줄 수 있을까?
이미 믿음과 신뢰가 다 없어져버린 부부관계인데 다시 돌릴 방법이 남아있긴 할까?
끝을 달려가면서 결국엔 자신이 한 실수를 돌이킬 수 없던 남성의 고뇌가 떠오르고
그로 인해 자신과 그 주변인이 파멸당하는 모습이 한 순간에 그려진다. 그 표현이 너무 거세서
보면서 '우와 장난없다'를 지속적으로 연발한 것 같다.
2. 그 밖에도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갔던 절에서 아버지가 다른 여성과
부둥켜 안고 있었던 장면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
그 장소가 기억은 나지 않은 채 꿈에서만 나오게 된
그렇게 오랫동안 방황을 하던 남성의 이야기인 '몽중방황'
책 뒷 표지에 김수영 시인의 한 구절이라고 하는
'절망은 끝까지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는 이야기가 퍼뜩 떠오르게 되는
'나뭇가지에 걸린 남자' (이야기를 읽었을 때 남성은 어떠한 희망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신을 찾고 욕하는 것을 반복하지만 결국 자신이 살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 사고를 당해야 하는 끔찍한 또 다른 절망을 얻게 된다. 이건
행복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누군가의 불행이 자신의
행복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그 외에도 사람의 관계와 절망.. 조금 저급한 표현으로 이야기하면
인간의 내면 속 바닥까지 표현한 소설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절망
그리고 앞으로 갖게 될 힘든 고난과 역경을 또 다른 누군가의
희비를 통해서 공감하고 심심찮은 위로를 받을 수 있길 바라본다.
표제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는 아이를 갖고 싶지만 불임인 남편이 대리부를 고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내는 대리부 제임스와 여러 번의 관계 끝에 아이를 임신하게 되지만, 남편은 배 속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 아내가 자신이 아닌 제임스를 사랑하는 것만 같은 느낌에 불안해 한다. 대리부 고용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사람은 남편이지만 제임스의 등장과 아내의 임신으로 판단력과 자제력을 상실해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한 사람의 욕망이 어떤 커다란 비극을 일으킬 수 있는지 감히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이 책에는 총 여덟 개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도트>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번역 소개되었다고 해서 어떤 이야기인지 정말 궁금했다.
'종이비행기'는 아내의 바람으로 인해 버림받은 한 남자가 등장한다. 이 남자는 반지하방에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릴 뿐 별 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노래방에서 일하는 도우미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함께 살자고 고백하지만 그녀는 일본 북해도로 떠난다며 거절한다. 이 순간, 남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가진 것이라곤 자신의 몸뚱이와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릴 수 있는 능력 뿐인데.
남자는 사실 종이만 접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접는다. 종이도 접었고 옷도 접었고 식물도 접었고, 심지어 쥐까지. 그렇다면 남자는 여자를 접었을까? 접는다는 행위는 그 남자에게 있어서 무슨 의미일까? 그 남자는 왜 접을까? 사람의 모든 행동은 특별한 의미가 없더라도 그렇게 한 이유는 있을 텐데, 그것에 대해서 곰곰이 그렇지만 치밀하게 생각해보는 일은 꽤 흥미롭다. 접힌 것은 움직일 수 없다. 그러니까 그 남자가 날리지 않는 이상 꼼짝없이 그 남자의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모든 것을 접는 것은 어쩌면 자기를 떠나지 말라고, 내 옆에 있어 달라는 남자의 애달프고 쓸쓸한 마음이 드러난 행위는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에 동시에 당선돼 문단에 주목을 받으며 등단한 소설가 고요한의 첫 창작소설집. 그의 단편소설 종이비행기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에 소개돼 주목받은 바 있다.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는 제목처럼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남편은 아이에 대한 집착으로 대리부를 고용해 아내와의 잠자리를 계획한다. 진한 쌍커풀 진 눈, 우뚝한 코, 선명한 입술, 180센티미터 키의 영국 유학파였다. 열 살 어린 제임스가 마음에 들었다. 제임스는 유학 중에 좋아했던 스테이크를 주문한다. 남편은 스테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펙에 따라 정자는 A급에서 C급으로 나뉜다. 아내는 반대했지만 백화점 진열된 상품처럼 내가 직접 내 아이의 아버지를 고르는 것이다.
남편은 ‘이 정도 유전자면 A급이지’ 말했다. 세 번만 하면 아이를 갖게 해 준다고 했단다. 아내가 발끈하며 제임스 성격을 아느냐 사이코패스면 어떡하냐고 물었다. 아내의 나이는 마흔이 된다. 불임의 원인도 나에게 있기 때문에 팔 년동안 불임클리닉에 다녀도 아이가 생기지 않고 몸도 마음도 지쳐 갔다. 불임 치료를 받고 있던 남자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일러주어 인터넷 카페에 정자를 제공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아내는 임신이 되었다. 여기저기 축하를 받았음에도 뭔가 찝찝했다. 배 속의 아이는 제임스의 아이였으니까. 아내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고 하였다. 당신은 스테이크를 좋아하지 않잖아?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고 했던 제임스가 레스토랑에 나타났다. 출산용품을 사서 집으로 배달시키기도 하고 냉장고에 스테이크용 소고기가 쌓여 갔다. 스테이크만 구워 먹는 아내를 보면서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지우게 해 주십시오 기도를 드렸다. 한 집에서 따로따로 생활했다. 어둠 속에서 아내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같은 임산부이겠지 생각했다. 아내의 출산이 임박해지고 양수가 터졌다. 휴대폰이 울린 건 그때였다. 액정에 뜬 이름은 제임스였다. 아이를 원하던 남편 이제는 아내와 아이 둘 다 잃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밤마다 아버지를 찾아 병풍 속으로 들어가는 남자가 있다. 보다 못한 어머니는 서재방을 잠갔다. 그는 어릴 적 스님이 된 아버지를 꿈속에서 애타게 찾는 것일까?[몽중방황] 이성을 향한 왜곡된 집착을 종이비행기에 접어 보내는 남자의 기괴한 이야기 [종이비행기] 프랑스 영화라면 셋이 살 수 있다고? 여자 한 명 사내 두 명 말이 되나[프랑스 영화처럼]
눈을 떴을 때 나는 빨래줄에 반으로 접어 널어 놓은 셔츠처럼 나뭇가지에 엎어져 있었다. 기억은 안나는데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한 나뭇가지를 끌어안았다. 오른쪽은 터널이었다. 아파트 사 층 정도의 높이였다. 봉고차는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우회전을 해서 산길을 내려갔다. 휴대폰이 울렸지만 주머니에 없었다. 문짝이 떨어져 앞부분이 찌그러진 차가 나뭇가지에 끼어 있었다. 그 차를 본 순간 기억이 떠올랐다. 조수석에 휴대폰 옆으로 십자가가 보였다. 십자가는 사고 위험에서 지켜 줄거라 믿었는데 사고가 났다. 두 달 사귄 여자와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삼십 분 후면 도착할 겁니다’ 터널로 들어가면서 여자에게 말했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내 서연이 때문이라고 빰을 때리게 되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서연을 때릴 때마다 고백성사를 보았다. 성당에 소문이 나고 끝내 이혼을 했다. 또 벨소리가 울리고 여자는 내가 오지 않자 음식점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전화를 했을 것이다.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지나갈 때 사람 살려,하고 외쳐도 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주님 저 택시 사고 나게 해 주세요” 제 기도를 들어주신다면...택시가 사고 지점에 굴러떨어졌다. 택시 기사는 휴대폰을 귀에 댄 채 위를 쳐다보다가 나를 발견하고 입이 벌어지면서 휴대폰이 떨어졌다. 뒷걸음질을 치다 뒤로 넘어졌다. 내가 한 기도는 단지 사고가 나라는 것이지 누군가의 죽음은 아니었다. 택시기사의 죽음으로 내가 구원을 받는 것일까. 소설에 실린 단편들은 인간의 욕망을 그려낸 우아하고 기괴한 이야기다. 욕망은 반드시 비극을 불러온다는 고전의 법칙을 깨고 더욱 불온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하는 발칙한 작품이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범상치 않은 제목에 고개가 절로 갸우뚱거리면서도 책 속으로 빠져들면 순간 저자가 외국인이었었나 싶을 정도이다.
그만큼 신기하고 기이한 제목만큼 내용 또한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잘 미끄러지는 듯하다.
여덟 개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는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제목과 맞춰) 여덟 개의 단편 중 하나인 「사랑이 스테이크라니」에 대해 간략하게 풀어볼까 한다.
처음은, 아이였다.
오로지 원한 건 아이뿐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은, 아이가 아닌 남자였다.
"…… 스테이크 좋아하세요?"
"스테이크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내는 반대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고 싶은 마음에 남편은 '제임스'란 남자를 직접 만나게 된다.
스펙에 따라 정자는 A급에서 C급으로 나뉘는데, 제임스는 자신이 A급이라 자부했다. 여태껏 이 일을 여섯 번이나 했는데 다 성공했다며 세 번 안에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란 말과 덧붙이며.
남편은 아내의 배란일에 맞춰 집으로 방문하라는 내용을 포함한 계약서를 작성하여 이후 한 장씩 나눠 갖게 된다.
아이 하나 낳겠다고 생판 모르는 남자와 잠자리를 하라니, 그것도 세번이나.
이해할 수 없었고 납득할 수 없었지만 결국 일요일 밤 제임스는 방문 판매원 행세를 하며 집으로 들어왔다.
골목을 삼십 분 넘게 서성이다 집에 들어가니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제임스와 마주쳤고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숙여 인사하고 나갔다.
그가 탄 외제차가 아파트 너머로 사라지니 남편은 오백만 원을 입금했다.
첫 번째 관계, 임신이 되질 않았다.
두 번째 관계, 임신이 되질 않았다.
그리고 세 번째 관계, 임신이 되질 않았다.
임신이 안 되면 어떻게 하냐며 초조해했던 아내는 세 번째 관계에 이르렀을 때는 그 초조함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후두둑 비가 오던 어느 날, 네 번째 관계를 맺는 날이었다. 오르가즘이 임신이 더 잘 된다는 말에 십분을 더 있으라했다.
건넌방에서 깜빡 잠이 든 남편이 눈을 떠보니 어느새 자정을 가리켰다. 곧장 안방으로 갔는데, 갔는데. 개구리처럼 널부러진 제임스가 아내의 배 위에서 자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남편은 이에 격분하며 제임스를 내쫓다시피 했다.
두 달 후, 고양이가 죽은 날 아내는 임신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만 같았다.
임신으로 인해 좀처럼 먹질 못하던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
"스테이크? 당신은 스테이크 좋아하지 않잖아?"
그랬다. 제임스가 핏물이 뚝뚝 떨어진 스테이크를 좋아했으니까. 뱃 속의 아이는 제임스의 아이니까.
남편은 쉽사리 변할 수 없는 식성을 고치기 위해 접시에 고인 핏물까지 긁어 먹으며 스테이크를 덩달아 맛나게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아내와 함께 레스토랑에 갔다. 그 레스토랑은 제임스와 처음 만난 장소였다.
그리고 나타나선 안 될, 반갑지 않은 한 사람이 그들에게 다가왔으니 바로 제임스였다.
레스토랑을 방문하고서부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아내에게 아이를 지우자는 무책임한 말도 내뱉었다. 결국 아내는 작은 방에서, 남편은 안방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매일 밤, 오랫동안 아내와 통화하는 이가 궁금해도 알아내지 못할 정도로 그들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그리고 출산일이 임박한 어느 때였다.
아내가 신음소리를 내며 힘겨워하는 동시에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바로 제임스였다.
처음은, 아이였다.
오로지 원한 건 아이뿐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은, 아이가 아닌 남자였다.
지금 아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그'와 '뱃속에 품고 있는 그의 아이'였다.
책을 읽고 나니, 대상 및 내용의 차이는 분명 있지만 여러 영화와 미드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솔직히 한국영화가 이 소재로 쓰인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드를 보면 대리모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꽤 많다.
대리모와 남편이 사랑에 빠진 이야기부터 부부의 아이를 품고 있는 대리모가 사고로 인해 의식불명 상태에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산모를 구하게 되면 아이를 잃을 수 있는 위험도가 있어 대리모나 아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부부의 이야기까지.
욕심은 언제나 화를 불러 일으키며 비뚤어진, 커진 욕망은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까지 이어진다. 이는 예상된 수순이다.
(소설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아무리 아이를 원한다고 한들, 낯선 남자를 돈 주고 사서 아내와의 잠자리를 갖게 하는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명심해야 한다. 비뚤어진 간절함은 결국 집착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스킨십, 몸을 겹치고 겹치면서도 아내는 싫은 기색이 여전했고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초조함에 발을 동동거렸지만 관계를 맺으면 맺을수록 불안함은 사라지고 점점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듯, 몸으로 관계를 맺고 맺음으로써 그들은 결국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후자는 잘 모르겠지만 전자는 맞다고 할 수 있겠다.
서로 좋아했지만 점점 거리가 멀어지면서 만나는 횟수도, 전화하는 횟수도 줄어들다 희미해지니 자연스레 '헤어짐'을 택하게 되었다.
이후, 우연히 길에서 만났지만 다시 만남 대신 미소와 안녕을 택했다.
짧지만 묘하게 빠져드는 여덟 개의 단편을 읽으며 스토리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홀로 스테이크를 썰고 있고 옆에는 엎어진 와인잔에서 피처럼 쏟아진 와인이 흰 식탁보를 적시고 있다. 어쩐지 혼자 식사를 하기에는 넓은 식탁이다.
나는 고요한 작가를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표지에 여자가 나와서일수도 있고 이름을 '요한'이 아닌 '고요한'으로 인식하는 바람에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책장을 한 장 넘겨보니 건장한 남자가 나와 약간 놀랐다.
"무섭도록 아름답고 잔인하게 슬픈 소설이다."
라는 띠지의 문구 때문에 사실 읽기가 많이 망설여졌던 책이다.
읽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우울해 질 것 같아서. 하지만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저널 <애심토트>에 소개된 이력이 있는 작가의 단편집이라 기대도 되었다.
단편을 좋아하기도 하고 8편의 단편은 무리 없이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몽중방황
나뭇가지에 걸린 남자
프랑스 영화처럼
종이비행기
나는 보스턴에서 왔습니다
도마뱀과 라오커피
오래된 크리스마스
이렇게 8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소설집의 제목인 '사랑이 스테이크라니'의 이야기가 제일 충격적이라고 할까, 기억에 남았다.
대를 잇기 위한 아들을 낳기 위해 대리모를 쓰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대리부라니.
아이를 가지고 싶은 그들의 마음을 이해는 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자은행을 이용하지, 하는 생각도 했다.
어쨌든 이야기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억지로 스테이크를 입에 넣으며 아이가 자신의 아이임을 필사적으로 증명하려는 남자만이 뒤에 남겨진다.
스테이크를 먹지 않으려는 아내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고 아내도, 제임스도, 남편도 다 아는 사실을 부부는 모른 척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결국 아내는 출산을 하게 되는데...
결말이 약간 열린 결말처럼 끝나서 뒤는 독자들이 상상해야만 한다.
'누구의 아이도 아닌 '내' 아이' 라고 말하던 아내를 믿고, 아이와 엄마는 결국엔 해피엔딩일거라 믿기로 한다.
남편과 제임스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는 아이를 지키고, 두 사람만은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갈거라 믿는다.
단편들을 쭉 읽으며 느낀 것은 종교가 참 많이 나오네, 였다.
작가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일까 읽는 내내 궁금했다.
교회나 성당을 다니는 사람들을 희화한 건가 싶기도 하고.
종교가 없는 나는 약간 이해할 수 없는 포인트들도 있었지만 그 이질감이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 읽은 책의 제목은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입니다.
고요한 작가님의 단편소설을 엮은 소설집입니다.
작가님 이름이 생소했는데..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도트, Asymptote>에 소개되어 현대 한국 문학을 동창성을 널리 알린 작가님이라고 띠지에 나와있네요. 와우..
이 소설집에 제목의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를 비롯하여
뭉중방황, 나뭇가지에 걸린 남자, 프랑스 영화처럼, 종이비행기, 나는 보스턴에서 왔습니다.
도마뱀과 라오커피, 오랜된 크리스마스
이렇게 8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는데
이 중 <종이 비행기>가 애심도트에 번역 소개되었다고 하네요.
함께 읽어볼까요..
..음.. 저는 8개의 작품 모두 어머머.. 하며 읽었습니다.
현실에서 있을법하면서도(추상적+ 환상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작가님의 그 놀라운 상상력과 표현력에 감탄하며 읽었네요.
먼저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주인공인 남자는 불임이지만 아이에 대한 집착으로 대리부를 고용하여 아내와의 잠자리를 통해 아이를 얻으려는 사람입니다. 아내는 처음에는 싫다고 하지만 결국 남편의 뜻을 들어주지요. 그들이 고용한 대리부 제임스는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영국 유학파출신의 남자입니다.
임신에 성공한 아내, 하지만 식성부터 달라진 아내.. 각방을 쓰게되고.. 다른 남자와 웃으며 통화하는 소리까지 계속해서 들려오는데...
이 남자는 어떻게든 좋아하지도 않는 스테이크를 꼭꼭 씹어삼키며 받아들이려고 하지만..이 가족 정말 괜찮을까요.
그리고 <종이 비행기>.
이야기의 주인공도 한 남자입니다. 마흔살이구요, 직장을 구하고 있는 백수상태로 아내와 살던 집에서 나와 반지하방에서 홀로 살며 남는 시간동안 종이비행기를 접는 남자이지요. 반지하방 건너편 노래방에서 일하는 여자와 우연히 함께 살게 되며 다시 희망을 찾아보려했지만.. 이 여자 자신의 소원이던 북해도로 떠나겠다고 하네요.
그래서 남자는 접습니다. 여자의 비행기 티켓으로 종이비행기를... 그리고 다른 모든 것들도.
마지막으로 <나뭇가지에 걸린 남자>
이 남자는 자동차 사고로 그야말로 차에서 튕겨져나와 나뭇가지에 걸리는 신세가 됩니다.
곧 구조되겠지..하는 희망도 잠시, 사고가 난 도로는 옛도로라 교통량도 너무 적고 그의 목소리는 누구의 귀에도 닿지를 않지요. 결국 그는 알게 됩니다. 그가 구조되는 길은 ..자신과 같은 방법으로 누군가가 사고를 당해야 한다는 것을요.. 이 남자, 과연 구조될 수 있을까요..
정말 '단편소설은 좀 가볍지..'라는 편견을 저멀리 날려버릴 작품들이었습니다.
단편이지만 장편 못지 않는 흡인력과 몰입감이 있었네요.
띠지에 "무섭도록 아름답고 잔인하게 슬픈소설이다"라는 평이 있었는데..
정말 잘 표현한것 같습니다.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만한 사랑은 사랑인데 아주 잔인하게 슬프고 시리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인생이야기들이었어요.
현대단편문학을 좋아하는 분들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고요한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