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미스터리 소설만 주야장천 읽어오다가 최근 SF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후 되도록 많은 작품들을 읽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스터리와 달리 SF는 그 분야가 세부적으로 나누어 보았을 때 워낙 다양하기도 하고 또한 여러 작품들, 그중에서도 소위 고전 SF으로 통하는 작품들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얻을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기에 아무래도 다른 장르에 비하여 SF에 대한 기본서 및 안내서를 많이 찾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창규 작가님과 박상준 작가님의 SF가 세계를 읽는 방법은 이러한 SF 관련 서적들 중에서 가장 독특한 형식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바로 SF를 현실과 접목시키는 한편으로, 그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각 주제와 연관된 SF 단편 소설들이 실려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SF를 어렵게 느끼는 독자들 또한 이 책만큼은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부분은 SF가 세계를 읽는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SF가 세계를 읽는 방법 속 단편들이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책 속에 수록된 대부분의 단편들이 맛보기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책을 한 권의 단편집으로 생각하고 구매를 고려하고 계신 분들께서는 이 책의 세부 내용을 한 번쯤 확인하시고 구매하실 것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책들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이 [ SF가 세계를 읽는 방법 ]에 집중했습니다. 이 책으로 우리의 미래를 그려보고 또한 어떻게 준비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이 책은 1장에서부터 우리의 미래를 점쳐보고 어떤 급격한 변화가 스멀스멀 찾아오고 있고 이미 준비되어 있는지도 알려주네요.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얼마나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크게 두지 못했던 '인공지능'의 발전 과정, '빅데이터'의 영향력, '사물인터넷'이나 '가상화폐'가 얼마나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찾아들었는가 등등의 내용에서 과학이 낳은 새 기술력이 지금의, 그리고 미래의 우리 인간의 일상을 큰 변화로 일구어내고 아마도 내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을 눈치채게 합니다. 이름하여 '테크노컬처'라고 이제는 뇌리에 박히게 되고요. 이렇게 눈부시게 변화와 발전을 급속도로 진행하는 시대이다 보니, 인간이 미래의 기술 발전에 의존하게 되는 성향이 또한 점점 커져서 자칫 과학 기술력에 인간이 설 자리를 빼앗기지는 않을까를 생각하고 대비하도록 인간의 경각심도 자극하는 책 [ SF가 세계를 읽는 방법 ]이 되니까 더 짜릿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공상과학영화에서 자주 출현했던 '기계 몸체'를 갖는 인간, 혹은 '반인공지공 결합 시술'이나 우생학이라고도 불리우며 '유전자 편집 가위' 에 대한 염려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더불어 이제는 낯설지 않은 우주개발의 시대인 만큼 우주개발을 위한 산업에 매진하는 것의 가치도 생각해보도록 이 책 [ SF가 세계를 읽는 방법 ]이 유도합니다.
SF가 세계를 읽는 방법 : 김창규 X 박상준의 손바닥 SF와 교양 (2020년 초판)
저자 - 김창규, 박상준
출판사 - 에디토리얼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26p
앞으로 다가올 실현 가능한 세계로의 초대
우리가 SF를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막연한 미래세계에 대한 호기심? 아니면 무수한 갈래의 미래중 가장 안전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현재의 준비를 위해? 뭐가 됐던 지금도 시간을 흘러가고 있고 우리가 상상했던 미래의 이미지들은 하나, 둘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SF전문출판사 에디토리얼에서 앞으로 다가올 실현 가능한 세계를 미리 가정하고 그에 대한 사고실험과 사유를 풍부하게 전하는 흥미로운 SF칼럼이 출간되었다. 한국SF의 대표작가 '김창규'와 SF아카이브 대표를 역임중인 '박상준'님이 함께 한 이 작품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경향신문에 격주로 실린 칼럼으로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독자가 현실과 앞날을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할 기회를 제공 할 것.'이란 주제로 쓰인 마흔 편의 칼럼이 실려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느끼겠지만 우리가 SF라고 하면 떠올리는 우주전쟁, 외계인, 디스토피아 등등의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다음 세대 혹은 지금 당장 진행되고 있는 예민하고 첨예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 자율주행이 완벽히 자리를 잡은 시대에서는 사람의 직접 운전이 오히려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더 많은 보혐료를 낼 수 도 있다?
2. 현재의 아내에 권태를 느낀 남편이 연애 초기의 아내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이식하여 인공지능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아니러니한 사건.
3.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맞춤 아기들이 만연한 시대에서 부모의 소신으로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차별 당하는 사회.
4. 모든 네트워크가 국가에 의해 은밀하게 감시 당하는 빅브라더와 같은 사회.
등등등등...... 언젠가 한번쯤 SF소설에서 봤을법한 설정(인공지능 등), 또는 지금 이순간에도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도청, 감청 등), 또는 이제 막 초기 기술이 개발되어 진입하려는 단계(유전자 조작 등) 등 이 책에서 다뤄지는 40가지 세계들을 보고, 말미에 '김창규' 작가와 '박장준' 대표님의 날카로운 현실적 상황과 비전을 보고 있자니 더이상 SF로 치부하기에는 시대가 너무나 촉박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시금 두 분의 안목과 세계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에 놀라게 됐다.
말그대로 세상은 시시각각 격변하고 있다. 역병의 창궐로 바이러스 아포칼립스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지금도 이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여 바이오 산업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사회와 정치, 경제가 대응하는 속도는 과연 알맞은 보폭으로 따라가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이같은 속도를 우려하는 사례도 책에 여려건 소개되고 있는데, 몇몇 악한 인간들이 이 간극, 헛점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기에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시대가 변해가는 도중이라 그런 거야. 지금 당장은 법으로 타고난 능력을 향상시키는 시술은 못하게 돼 있지. 그런데 어기면 어떻게 될까. 원상 복구시킬수는 없어. 사람 능력을 저하시키는 시술도 불법이거든. 남는 건 적지 않은 벌금인데, 얼마가 됐든 내고 전과가 남아도 상관 없고 언론에 나가도 상관없다잖아. 비용까지 생가갛면 이토록 뻔뻔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건 저런 자들밖에 없겠지. 지금은 그래."
_106p
각 챕터 말미에 칼럼과 대응되는 SF소설을 추천하기도 한데, 실제로 읽으면서 수십편의 SF소설들과 영화들이 떠오르는 즐거운 칼럼이다. 한, 두 페이지 분량의 엽편SF를 보는 기분이랄까. 딱딱한 칼럼을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내겐 무려 마흔 가지의 흥미로운 SF단편이 실린 최고의 SF 단편집이었다.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언젠가는 다가올 세계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길잡이이자 교양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