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얼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억'이 아닐까 싶다.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와 <니시와세다역 B층>에선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기억해내고자 애쓴다. 유골에 남아 있는 DNA를 추출해 신원을 확인할 수 기술이 개발된 세계관으로, ‘일본’이라는 공간적 배경에 발 딛고 있는 두 소설은, 현재와 100여 년 전의 과거를 자유롭게 오가며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우리와 다른 시대에 살던 이들을 sf적 상상력을 통해 지금, 여기로 불러들인다. 역사의 한 사건으로 존재했던 이야기를 개개인의 삶으로 구체화하여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슬픔에 귀 기울이려 한다.
<당신의 기억은 유령> 과 <모멘트 아케이드>는 각각 타인이 느꼈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기술과 타인의 기억을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한다. 우리는 공감을 할 때 추측과 상상의 기제를 사용한다. 그러나 직접 몸으로 타인을 체험할 수 있다면 온전한 공감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집에서 <모멘트 아케이드>가 가장 좋았다.. 돌봄 노동의 고단함으로 인해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언니를 미워했던 '나'는 언니의 기억을 체험하게 된다. 다른 관점에서 과거의 일을 경험하고 오해를 풀어가는 자매의 이야기를 읽으며 왈칵하는 감정이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새로운 세계에서도 놀 수 있다.
황모과 작가의 이야기들은 모두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
현실도 미래도 모두 과거 속에서 움트는 것이기에 이야기들의 과거는 미래와 같은 현실속에서 눈을 뜨게 한다.
이야기의 틀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에서 놀 수 있듯이...
과거 의문사 유족들의 DNA를 통해서 이름모를 유골들에게 이름을 돌려주는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는 그 발상자체로 멋진 이야기였다. 작가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이렇게 잊지 못할 이야기로 남겨주었다.
어딘가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를 알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또는 어딘가에 묻혀서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무연고자들의 넋이 위로받을 수 있을 거 같은 이야기여서 DNA판독기가 정말 개별장치로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탱크맨>에선 작금의 현실이 보여서 등골이 서늘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교화시키려는 세력들에게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기억을 지키려는 사람의 의지.
세상은 그런 사람들의 희생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모멘트 아케이드>의 세상에서 나는 어떤 감정의 순간을 찾게 될까?
가족간에도 같은 상황의 기억은 모두 다르다. 사람의 기억은 늘 자기중심으로 해석되니까.
돌봄받지 못했던 어린시절에서 탈출한 언니.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고 살았던 12년.
엄마와 언니에 대한 원망으로 자기 자신을 죽이며 살아 온 나.
언니의 기억을 체험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사실.
이 모멘트 아케이드가 현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기억을 체험하며 상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깊어 진 감정의 골을 치유할 수 있을테니...
SF 소설이라지만 우주를 유영하진 않는다.
SF 소설이라지만 괴담소설 같다.
아픈 과거사들을 마치 미래로 끌어 온 거 같은 글들 앞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에서 뿜어 나오는 진한 슬픔들을 체험했다.
살아있는 문체가 마치 웹툰을 본듯하다.
무거운 주제를 가뿐하게 이야기 하는 황모과 작가의 필력은 SF 장르를 빌어와 과거와 미래를 하나로 묶어 놓았다.
우리의 미래는 상처 입은 과거를 치유하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외치는 거 같다.
그것이 치유되지 않는 한 상처는 더 많은 딱지와 흉터를 남길 테니...
상상의 힘은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한다.
밤의 얼굴들이 가진 상상의 힘은 치유의 얼굴이다.
이 단편소설집을 하나로 꿰뚫는 가치는 '공감'인 것 같다.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유골에 남아 있는 DNA를 추출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세계에서, 일본의 묘지에 숨어 살던 화자가 마침내 알게 되는 머리카락 부적의 주인과 일제강점기 때의 아픔
36p. 고향에 가고 싶다.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다.
<니시와세다역 B층>
한국인인 나와 일본인인 에즈라가 괴담썰을 확인하기 위해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는다는 것으로 알려진 니시와세다역 B층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알려지는 조선인 생체실험의 민낯
134p. 비참하게 다른 민족을 살육한 과거가 이곳에선 B급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되고 끝난다. 마음이 복잡했다.
<모멘트 아케이드>
치매 엄마를 간호하다 혼자 남겨진 동생이 가상세계, '모멘트'를 떠돌면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부유하다 언니의 기억을 마주하고 깨닫는 다른 방식의 사랑과 희생
185p. 우리가 돌봐야 하는 존재라고, 심지어 누군가는 자원 낭비라고 오만하게 품평했던 존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사람을 돕고 있었다니.
SF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현실에 발 붙이지 않은 이야기가 없었다. 이야기는 짧지만 여운은 오래 갔다. 일제강점기, 죽음, 희생, 사랑, 고통, 가정폭력, 회귀... 작가가 차분하게 그려낸 실제 '있었던', 그리고 '있었을 법한' 이야기에 공감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현실의 주인공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는 필히 공감해야만 했다.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해사한 낮의 얼굴이 아니라 왠지 슬퍼보이는 밤의 얼굴로 다가왔다. 흐릿하고 무언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하지만 외로운 얼굴들.
내 삶과 일절 관계 없는 누군가의 얼굴로 둔갑해 멀어지지 않도록 민감도를 키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6p. 타자를 이해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무관심은 증오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p.s. <투명 러너>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다. 투명한 나의 불사신 친구, 언어적, 비언어적 소통이 모두 가능한 존재. 해산!
안녕하세요 :D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깡꿈월드 입니다!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
그들의 숨겨진 아픔을 함께 나눠줄 책
590. " 밤의 얼굴들 " 입니다.
이 책은 6개의 단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와
"니시다와세다역 B층"에선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기억해 내고,
특정 감각 정보를 통해 타인이 느꼈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모멘트 아케이드", "당신의 기억은 유령"을
써냈다.
나는 그중에서도 정신 병동에 갇혀 지내며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죄를 기억하고자 애쓰는
환자의 이야기인 "탱크맨"을 소개해보려 한다.
나는 하얀 방에서 벽면 전체에 투영된 영상을 지켜봤다.
광장 한복판엔 나물 파는 할머니가 앉아있다.
그런데 할머니의 시선은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내 등 뒤를 향해 고정되어 있다.
그녀는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나는 내가 왜 이곳에 들어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내가 범죄를 저지르고 자해를 시도하다
기억을 잊고 이곳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다.
나는 매일 진실의 늪으로 나를 내던졌다.
어떤 죄를 지었길래,
내가 얼마나 끔찍했길래 모든 걸 지워버린 걸까?
매일 밤 꿈속에서 피에 젖은 남자를 만난다.
다량의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자가 바닥에 누워
나를 올려다본다. 내가 그를 죽인 걸까...?
매일 보는 영상 속 광장이 시간 속에 갇혀 있듯
나는 이 시공간에 완벽하게 갇혀
완고한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며 고개를 조아리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스칼렛 수녀님은 기억나지 않는 내 죄를 두고
매일 고해성사를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에
평안함은 찾아오지 않는다.
잊어버렸던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
기억이 너무 추악해서 다시 잊고 싶어지더라도.
애써 지옥에서 나와 다시 제 발로 지옥으로
들어가는 무한 루프가 될지라도.
기억나지 않는 기억을 찾아 헤매다
나는 결국 지쳐눕고 말았다.
편하게 누운 침대에서 나는 열차가 내 몸 위를
지나가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나는 언제쯤 이곳을 나갈 수 있을까...
복잡한 마음에 다시금 영상을 본다.
할머니의 시선은 여전히 정면을 응시한 채
내 등 뒤를 향해 고정되어 있다.
정지한 영상 속 할머니가 놀란 듯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다.
그제야 알아챘다.
광장 안에서 걸음을 재촉하던 사람들은
단순히 바빴던 게 아니라 위험을 감지한 것이었다.
나는 벽을 향해 몸을 던졌다. 몇 번이고.
머릿속 영상이, 잘려 나갔던 기억이 재생된다.
6월의 이른 여름, 나는 학교 정문을 나섰다.
학생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벌인 민주화 운동은
봄부터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고 군사정권이 강제 해산을
선포했을 때 사람들의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그들은 우리 의지를 비웃듯 발포가 시작했고,
우리를 짓밟기 위해 탱크와 장갑차까지 보냈다.
죄책감의 늪에 빠져 꼼짝 못 했던 몸이
이제야 뜻대로 움직였다. 터질 것 같이 피가 솟구쳤다.
눈을 떴다.
대낮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깜빡 잠에 빠지고 말았다.
오랫동안 앓아온 기면증이다. 짧은 순간 긴 꿈을 꿨다.
나는 마주 앉은 할머니의 눈동자 속에서
무장한 공권력을 보았다. 지체할 수 없었다.
수 천 번도 넘게 반복하고 상상하고 결의했던
순간이기 때문이다.
다시 그 현장에 선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도망치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고 싶진 않았다.
내 심장이 원하는 길은 처음부터 한 가지뿐이었기에.
나는 탱크 행렬 앞에 섰다.
그토록 원하고 기다렸던 순간. 주변이 타오를 듯 환하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온몸에 퍼졌다.
당신도 나처럼 그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가?
당신도 나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 이 책은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밤의 얼굴들>은 제목에 이끌려 집어 든 책이다. 만화가이자 게임회사 직원이었던 작가 황모과가 6편의 단편 소설을 엮어 만든 SF 단편선이다.
SF! 그러나 이 작가가 과학 기술을 이용해 그리려는 이야기들은 다른 SF 소설들과 차이를 보인다. 휘황찬란한 미래 세계나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신기한 개념, 우울한 디스토피아 등에 집중하기보다는 과거의 아픈 역사, 소외된 이들이 과학에 힘입어 어두운 감옥에서 해방된다.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된, 진위가 명백해진 역사조차 다양한 집단의 은폐와 공격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역사의 희생자들은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한다. 황모과의 SF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해 그들을 위한 위로제를 열어준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 앞에서는 어떠한 진실도 은폐될 수 없다. 논란에 종지부를 내리는 과학. 어둠의 장막을 찢는 진실의 검.
그러나 기술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진실이 영원불멸의 석판에 기록되어 있다고 해서 잊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TV 뉴스와 신문에 선명하게 찍힌 사실들이 우리 기억 속에서 풍화되는 속도를 떠올려보자. 황모과의 소설들은 혼돈의 웅덩이에서 진실을 꺼내오는 건 기술이지만 그걸 지키고 기억할 의무는 우리에게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소설의 재미는 그 '착한 의도'에 비례하지 않는다. 솔직히 너무 직설적이다. 너무 명백한 의도가 되레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감상의 묘가 없이 꽉짜인 통조림 같다. 어떤 면에선 너무 착해서 답답하기도 하다. 너무 순진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물론 이는 순전히 개인적 호오에 의한 평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역사의 희생자들을 조명하는 방식은 수만 가지가 있겠지만, 윤리니 도덕이니, 사실이니 아니니를 다 떠나 무엇에서 가장 위로를 받았나 생각하면 늘 쿠엔틴 타란티노가 떠오른다. <바스타즈: 거친 녀석들>이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이 남자가 저지른 일들을 떠올려보자. 이것이 바로 우리, 아니 우리라는 말은 생각이 다른 이들에게 불쾌감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나의 진심'이라고 말하겠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이라면 한 번쯤 히틀러의 대가리에 직접 총알을 박아 넣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지 않을까? 사실 지루하기까지 했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도 디카프리오가 찰스 맨슨 패거리를 화염방사기로 불태워 죽이는 장면에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 민족은 이완용의 무덤을 발로 밟는 것으로 나라를 잃은 한을 풀었다고 한다. 누군가는 그의 무덤을 파헤쳐 매질을 하는 상상을 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윤리와 도덕은 현실의 규칙이지 이야기의 규칙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런 상상을 통해 억눌렸던 욕망을 분출하고, 그렇게 가벼워진 몸으로 현실이라는 짐을 질 수 있는 거 아닐까? 나는 이것이 바로 이야기의 진짜 의미라고 생각한다. 허락되지 않는 상상을 하는 것. 나의 적들을 모두 그러모아 소각장에서 불태워 없애는 것.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개취에 의한 평이다. 취향이 참 이상하네요 라고 말한다면 개취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요? 라고 되묻고 싶다. <밤의 얼굴들>은 착한 의도로 가득한 무자극 SF다. 한 권을 후루룩 읽고 나니 칼칼한 게 땡겨 라면을 하나 끓여먹었다.
- 가까운 미래 소재 SF...
- 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할수 있는 시대이니 모멘트 아케이드시대가 안 온다는 보장도 없을 듯...
- 관동 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중국 민주화운동, 731부대등도 소재로 사용
- DNA의 STR 유전자 좌위 분석 리스트로 학살등으로 버려진 모든 이들의 신원이
밝혀지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 본다...
- 투명러너의 만화이야기도 동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된 듯...
"가이산"를 외쳐 투명러너가 쉴수 있도록 해야...아직도 못 돌아가고 있는 투명러너도
있을 듯...
- 모멘트 아케이트는 비디오대리점 생각이 남...누군가의 체험기억데이터를
사고 파는 날이 언젠가는... 가까운 미래에 올지도...
밤의 얼굴들이라는 제목뒤에 숨은 작가의 숨은 의도가 엿보이는 짧지만 긴 문장처럼 느껴지는 인간 내면의 공포와 불안, 미래와 현재를 공존 시키는 특유의 문체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 오는 책입니다.
황모과라는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는 책으로는 정말 첫 스타트를 멋지게 끊은것 같습니다.
좀 어렵게 느껴지는 흐름을 따라 가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마도 완독을 하고 나면 무한한 질문과 의문을 함께 쏟아낼것 같은 그런 책입니다.
밤의 얼굴들이라는 소설을 만났어요.
황모과 라는 작가의 이름이 무척이나 독특하면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는데요. sf소설이라는 이력도 무척 와 닿더라고요.
요즘은 과학을 접목한 소설도 무척이나 많이 다양하게 나와있고
저도 과학문명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살다보니,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 같아요. 아마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도 더욱 인식하게 되는 것 같고요.
그리고 이다혜기자와 김겨울의 추천작이라는 띠지도 무척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아, 그래? 한 번 꼭 읽어봐야겠다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거든요.
책은 제가 좋아하고 간직하기 좋은 양장본이더라고요.
여러편의 짧은 소설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하나하나 모두 재미있었어요. 상상력은 자극하는 소설이라서
더욱 빠져들면서 읽게 되었는데요.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라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공동묘지의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로 무연고 무덤을 찾아
DNA를 분석해서 유족을 찾아준다는 스토리가 전개되요.
또한 무덤을 관리하던 사람들도 죽은 사람으로 정보를 전해주는 매개체가 되는
반전도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고요.
동아시아 책들중에서 여러장르가 모두 과학과 연관되어 있는데,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분야인 것을 요즘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네요^^
그래서 요즘 이 분야의 소설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
역사의 이야기도 함께 어우러져 더욱 재미가 더했던
밤의 얼굴들은 동아시아 출판사 계열인 허블에서 나왔는데요.
허블도 참 좋아하는 출판사라서 또 다른 허블책을 찾아보게 되네요!
[밤의 얼굴들] 추천 드리고 싶은 책이에요.
옹알이를 배운 한 살짜리 딸아이가 나를 부른다. 매일 밤, 아무리 밀쳐도 다가오던 내 딸. 오늘 기어이 내 품에 와서 안긴다. 순옥아, 내 딸 순옥아···. 고향에 가고 싶다.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다. (p.36)
이해할 수 없는 건 할아버지의 마음뿐만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 자체가 내게는 수수께끼다. 증오하면서 동시에 차마 미워하지 못하는 마음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괴롭고 고통스러우면서 끌어안고 있는 심리란 대체 뭘까? 마음이 슬퍼서 몸이 병들고 마는 이상한 선후관계,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지옥으로 내모는 사람들의 마음이라니. 정체가 파악되지 않는 모호한 것들이 세상엔 너무 많다. (p.61)
눈앞에서 사람들이 탱크에 깔렸다. 도망치며 뒤를 돌아보았다. 등 귀로 사람들이 짓밟혔다. 나는 철강 덩어리보다 무거운 죄책감에 짓눌렸다. 결코 내가 갖는 죄책감을 저들이 강요하는 죄책감으로 혼동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속죄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어떤 시공간에 있든. 내 몸이 어디에 있든. 심장이 천천히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차갑게 식어 있던 심장이 오랜만에 펄떡였다. 죄책감의 늪에 빠져 꼼짝 못 했던 몸이 이제야 뜻대로 움직였다. 땀이 흘렀다. 터질 것같이 피가 솟구쳤다. (p.101)
이야기는 총 여섯 편! 그녀의 작품 중에서 제일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첫 번째 이야기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와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2019년 수록작 <모멘트 아케이드>. 첫 작품은 한국인 여성을 만나게 된 주인공 나가, 그녀의 도움으로 이제껏 영문도 모른 채 소중히 간직해왔던 머리카락 부적이 누구의 머리카락인지 알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로 저자는 나가 잃어버렸던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이 겪어야 했던 역사의 상흔을 함께 드러낸다. 이어서 제일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타인의 기억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모멘트가 개발된 세계관으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타인의 모멘트만 닥치는 대로 체험하는 나는 어느 날 인기 없는 모멘트를 우연히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생의 떨림을 느끼게 된 나는 자신의 지난 삶 속에서도 그런 떨림을 찾기 위해 언니의 모멘트를 체험하기에 이른다. 그러면서 나는 자신이 언니를 오해 왔던 사실을 알게 되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
책은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죽음에 대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얼굴들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 문제, 세대 간 갈등, 국가 간 갈등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서부터 삶과 죽음 같은 철학적인 문제까지 상당히 먼 과거에 벌어졌던 폭력과 죽음에 대한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잃어버린 과거, 겹겹이 씌워진 가면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뒤바뀌는 것처럼 조각조각 나누어지는 이야기들. SF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그 울림이 제법 묵직하다. 잊혀진 역사, 남겨진 우리. 과거에서부터 쭉 이어져 온 우리의 역사와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까지 저자는 오랜 시간 동안 소외당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보다 깊숙이 파고든다. 그 덕분에 독자들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하며 현실인 듯 아닌 듯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헷갈리듯 이어지는 이야기에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 반응을 보인다.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은 소설.
기억과 사람들의 감정. 과거와 미래.
이 소설에서 풀어낸 이야기들은 위 단어들을 색다른 감정으로 다가오게 한다.
SF소설을 좋아한다. 허블로 SF 덕후에 입문해서 믿고보며 나올때마다 읽었다.
그 중 하나인 밤의 얼굴들 또한 내 기대감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황모과 작가님의 문장이 좋았다. 소설집에서 밑줄 그은 문장은 몇 안되는데 이 책에서 문장의 표현과 기억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
특히 첫 스토리 부터,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는 사람들의 그리움과 역사, 그리고 기억 이것들을 잘 풀어낸 이야기이다. 언젠가 일어날 일일거같은, 만나고싶어도 찾고싶어도 찾지 못하는 가족들.
그걸 이어주는 사람과 미래.
마지막에 의문이 풀릴때 찡하면서 내 마음이 동요되었다. (반전은 직접 보는 걸로-)
'당신의 기억은 유령'도 마찬가지로 미래에 이런 일이 일어날수도있겠구나 하면서 상상력을 넓힐 수 있었다.
떠도는 기억 데이터들과 감정을 상대방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이어주는 직업. 공감력이 약한 주인공이 이렇게 누군가를 위하며 다시금 잊지 않도록 해준다는 그 마음이 너무 따뜻했다.
'모멘트 아케이드'도 비슷한 맥락이였는데 기억 데이터를 사고파는 거래소이다.
사람들 서로가 함께 공유하고 존재하는 감정들,경험들을 뭉클하게 풀어내었다.
그때와 다르게 다시금 새롭게 다가오는, 알고보면 그게 아니였던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사실들.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와 '니시와세다역 B층'은 실존하는 분들의 사연을 직접 듣고 작가님이 써내려간 소설이라고 한다. 내게 더 가깝게 다가온 소설들은 작가님의 탄탄한 스토리와 노력이 담겨 더 감정이 잘 전달되는 듯하다.
역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과 그 속에 담긴 감정들을 여섯편의 소설로 풀어낸다.
동시에 그 이야기들을 나도 함께 따라가게되는 이야기들. 나는 어떤 감정으로 어떤 기억으로 사람들을 대하고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6편의 이야기들.
매번 붙잡고 떠오를때마다 꺼내보게될거같다.
타자를 이해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무관심은 증오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시간이 더 지나면 나를 증오하는 시선도, 이유 없이 증오의 대상이 된 나도 사라지겠지.- P16
마음의 병을 다스려야 해요. 누구나 병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마음 단단히 먹고 어떻게든 살아가야 해요.- P87
제 삶의 의미까지 덩달아 부정하는 순간, 제 삶에 말할 수 없는 미안함을 느꼈어요.- P178
황모과 작가님의 밤의 얼굴들입니다. 이전에 여러번 추천을 받았던 책이기도 하고, 재밌다는 얘기가 많이 들려서 구매했어요.
단편집이다보니 이야기가 짧아 그래도 조금 간단하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내용 자체가 계속 곱씹게 되는 내용들이었다. 책을 다 덮고나서도 내용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여운이 길게 남아서 다음에 시간이 되면 또 한번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