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월의 세 번째
조조 모예스 "호스 댄서 "
프랑스 소뮈르의 젊은 기병 장교중의 최고의 기수였던 앙리.. 기수로서의 최고의 영애인 '위대한 신'으로서의 장래를 뒤로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영국의 평범한 시민으로 정착한 앙리..
뒤늦게 얻게 된 손녀 사라와 사라의 분신과 같은 말 부셰.. 그러나 그들의 삶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앙리의 뇌졸증과 가난으로 균열이 이루어지고 결국 사라는 위탁 가정에 맡겨지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사라를 맡게 된 너태샤와 맥.
그들은 현재 아직 이혼 서류에 도장만 찍지 않은 부부.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그들이지만 사라를 통해 자신들의 관계를 회복하고 서로에 대해 몰랐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들을 확인해 나간다. 미비포유 이후의 조조 모예스 작품을 꾸준히 읽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글을 통해 다양한 인간 관계 특히 가족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점점 가족 구성원이라는 것이 정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다양화 되고 있는 요즘 구성원의 다양함도 그 기저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신뢰,경청 그리고 진심이 바탕이 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게 된다.
그녀의 후속작중 아직 미비포유를 능가하는 것은 없는 듯 하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말들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천성적으로 겁이나 걱정이 많고 성질도 까다로운 단점이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해주느냐에 따라 정직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린 아이와 마찬가지로 상대에게 또 한 번 기회를 주는 것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개들이 두들겨 맞은 후에도 저항하지 않고 다가와 주인에게 돌아가는 것과는 달리 말들은 토라지면 결코 쉽게 다가오게 놔두지 않는다. (p55)'
'말을 온당하게 이끌 수만 있다면 말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동작을 수행할 수 있어요. 닫혀 있는 문을 열어서 무한한 능력을 들어내도록 하는 거예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원해서 하게 해야하죠. 바로 그때 그 말은 최고가 되는 거예요. (p289)'
'어떤 동물이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장 불합격 판정을 내리는 것은 불합리하다.
뭐든 처음에는 부족하기 마련인데, 그것은 능력이 아니라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크세노폰, [기마술] (p335)'
#조조모예스 #호스댄서 #JojoMoyes #TheHorseDancer #살림출판사
조조 모예스의 소설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알게 해준 책. 68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에 이걸 언제 다 읽나 살짝 걱정은 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오히려 그 긴 이야기 내내 얼마나 많은 감정을 소모할지를 걱정하는 게 옳았다. 너태샤와 맥이 여러 가지 일로 부딪히거나, 할아버지가 쓰러진 후 사라의 처지가 나빠질 때마다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을 넘어서면 그보다 더한 위기가 찾아왔다. 마찬가지로 인물들 간의 갈등이 조율되고 희망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장면 역시 '이대로만 행복해지면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 보고 있으면 그다음에는 더한 기쁨과 더 커다란 희망이 등장하곤 하니 행복과 위기 사이의 한도가 어디까지 일지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강도가 점점 커지는 위기와 행복이 번갈아 오거나 동시에 진행되곤 해서 그 낙차에 휘둘리는 게 정말 즐겁기도 했지만 다 읽고 난 후의 피로감이 의의로 상당했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음껏 휘둘릴 작정으로 단번에 읽어버리길 추천하겠다.
소녀와 말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 책은 부모와 아이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매컬리 부부의 사이가 소원해진 이유 중 너태샤의 반복된 유산이 언급되고, 너태샤의 새로운 연인 코너와의 관계에서도 코너의 두 아이가 등장하며 "너태샤, 당신은 아직 자식이라는 존재를 잘 몰라" 라는 코너의 대사가 나오고,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을 변호하는 너태샤의 업무, 아이들에게 휘둘리는 너태샤의 언니 이야기, 사라에게 좋은 보호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너태샤와 맥의 다양한 시도,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에 찾아온 선물 같은 아이 등등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야기되는 경우는 몇 번 없지만, 이야기 전반에 걸쳐 성장 도중의 아이들의 미숙함과 그 미숙함을 감당하고 보살펴줘야 할 어른들의 의무, 그 피로감과 특별함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말과 아이들이 겹쳐 보일 때가 꽤 있었다. 기본적으로 돌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부분이 그랬고, 말에 대한 여러 가지 묘사와 말을 돌보거나 훈련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들(예를 들어 앙리 할아버지가 사라에게 가르쳐주는 표현이나, 각 장의 본문이 시작되기 전 작은 글씨로 쓰인 크세노폰의 『기마술』의 내용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데 필요하고 주의해야 할 점들과 그리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 사람과 말의 관계, 혹은 그저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서로의 신뢰관계를 쌓는 과정은 비슷하다. 서로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며 온전히 상대방을 믿을 수 있는지 가늠해보는 것이다. 누군가를 온전히 믿고 자신의 문제나 비밀을 전부 털어놓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책에선 아이들이 자신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리란 착각에 빠지거나, 타인에게 말했을 때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거란 불신감에 의지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게 아이들만이 가진 모습일까. 많은 어른들 역시 자신의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려 들고 타인에게 쉽사리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다만 조금 더 살아온 만큼의 경험과 지식과 경제력이 쌓여서 아이들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진정한 어른들은 그 약간의 차이로 아이들을 도우려 한다. 책을 읽고 나서 문득 나는 자라면서 가족 혹은 누군가에게 나의 문제를 온전히 털어놓고 믿고 기댄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제법 나이를 먹은 지금 내게 모든 문제를 말해주며 온전히 자신을 기대어온 사람이 있었는가도. 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답이 "있었다"라면 있었다면 그 누군가는 아마도 가족이었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사라가 너태샤와 맥에게 쉽사리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무모한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이 안타까웠고, 할아버지의 병실을 사라와 부의 사진으로 가득 채워준 맥의 상냥함이 좋았으며, 말투가 냉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그 모습도 나다움이란 걸 깨닫고 사라에게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도움을 받으라 말을 건네는 너태샤의 당당함이 멋졌고,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고 많은 일들을 겪은 후에야 너태샤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눈물을 흘리는 사라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말과 기수가 한 몸이 되어 완벽하고 멋진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말을 훈련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족이나 사람 간 관계에 있어서 서로에게 더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14살 사라의 삶에 중요한 것은 할아버지 캡틴과 말 부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삶의 두 축이 한꺼번에 무너지려 하고 있어요. 공원에서 부와 함께 훈련 후 돌아오던 길 할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버렸거든요. 부에게 축사를 제공하던 친절한 존 아저씨는 축사를 팔고 시골로 내려가려고 준비 중이구요. 새주인은 말로는 괜찮다, 할아버지가 깨어나면 돈을 주면 된다고 하지만 다가오는 손짓이 섬짓섬짓 합니다. 존이었다면 시일이 얼마가 걸리든 임대비와 사료비를 독촉하지 않았겠지만 새주인은 글쎄요.
그런 때에 사라와 너태샤가 만나게 된 거였어요. 병원과 학교와 축사를 오가며 저녁을 쫄쫄 굶고 정신이 반쯤 나가서는 돈이 주머니에 있는지 손에 쥐어져있는지 다른 어떤 곳에 떨어트렸는지 분간도 못할 때였어요. 멍한 정신으로 피시 핑거를 들고 아마 계산도 없이 마트를 나가려했던가 봐요. 사라는 좀도둑으로 오인받았고 경비원에게 붙들려 해명했지만 말이 먹히지 않았습니다. 가난하고 후미진 동네라 워낙 절도 사건이 많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라 주머니에 돈이 없었거든요. 사라는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눈물이 핑 돌 정도였지요. 너태샤는 너태샤대로 그 밤은 멘붕 상태. 별거 중이던 맥이 집이 공동재산임을 명시하며 짐을 싸들고 들어왔거든요. 이제야 맥을 잊고 새로이 애인도 사귀고 삶의 궤도를 좀 수정해보려던 터에 얼굴만 봐도 상처에 고름이 솟고 피가 나는 것 같은 남편과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에요. 내가 그간 당신을 배려해 나가 살았으니 이 상황이 불만이거든 집이 팔리기 전까지 당신이 나가 살아줘 라는데야 너태샤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할 말이 없어서 더 열 받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그 심정. 너태샤 힘내라ㅠㅠㅠㅠ
이 세 사람이 어떻게 함께 살게 되었는지 저는 그 과정을 다 목격했으면서도 여전히 어리둥절한 마음이에요. 너태샤 입장에서 보면 남편을 피해 우유를 사려고 평소보다 좀 멀리, 아니 아주 멀리 있는 마트에 갔다가 만나게 된 아이가 사라거든요. 그것도 상냥하고 친절하고 예의바른 아이가 아니라 좀도둑으로 몰린 아이, 도와줬지만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쌩 하고 가게를 나가 버리는 아이, 이름을 속이고 친근해지려는 기색도 없이 묵묵부답 입을 꾹 닫고 있는 아이요. 저 같으면 너무너무 부담스러워서 얼른 자리를 피해버렸을텐데 너태샤는 어른이었어요. 맥과 상의 후 사라를 임시보호 하기로 하거든요. 그녀가 사라와 비슷한 아이들을 변호하는 직업이라서 그럴 수 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너태샤와 맥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라 그런거지. 물론 중간중간 내가 미쳤지, 내가 왜 그랬을까, 이 애는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 라고 후회할 때도 있지만요. 어쨌거나 사라가 완벽하진 못해도 훌륭한 어른들에게 맞겨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함께 하는 동안 세 사람은 내내로 진력이 납니다. 말을 안해요 말을. 사춘기 아이는 아이대로 입은 뒀다 국 끓여먹으려는지 좁은 시각 안에서 좁은 해결법을 찾아 혼자 다 처리하겠다며 난리구요. 어른은 어른대로 몇 년 더 살았다고 한치 앞은 안다고 자신하잖아요. 분란이 생길 것 같고 자존심이 상할 것 같은 일에서는 먼저 발을 빼버리거나 회피하거나 입을 닫죠. 그럴 수록 문제만 더 커지는 그런 경험, 그럼에도 말하기 싫은 그런 마음 모르지 않음에도 답댑이 답댑이 말 좀 하고 살자 싶었습니다. 툭 터놓고 말을 안하는 인물들 때문에 읽는 내내로 답답하고요. 읽어도 읽어도 줄지 않은 페이지가 초반엔 살짝 부담되기도 합니다. 성장소설이니 기껏 삼, 사백쯤 되겠지 하시겠지만 자그마치 687 페이지 대벽돌이에요. 하지만 걱정마시라. 작가는 책 속에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신발을 숨겨놓은 게 틀림없습니다. 어마어마한 분량이 어느 순간부터 나는 듯이 넘어가요. 사라 할아버지 캡틴의 선택과 후회, 축사 주인 조의 바람, 너태샤와 맥의 재회, 가출 청소년의 모험기에서 빠질 수 없는 사라의 가출, 모든 이들의 화해와 새롭게 만들어지는 가족을 들여다보며 문득 행복해집니다. 조조 모예스 작가의 명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책, 강력추천이오~
조조 모예스, 호스 댄서로 성장하다
며칠 돌아다닐 일이 많아 사흘 동안 "호스 댄서"를 들고 다니며 읽었다.
640쪽의 이 글은 정말 읽다가 끊어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술술 읽히고 흥미롭고 전개가 궁금했다.
프랑스의 승마학교 카드르 누아르에서 여자 기수를 받는다는 소식에
할아버지는 자신의 결혼 시계를 팔아 손녀인 사라에게 기회를 주기로 한다.
그들은 딱히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사이였다.
'말'이라는 공통된 관심사가 그들을 더 끈끈하게 했다.
사라는 생존하고자 싸우는 작은 말과
무언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것을 느꼈다.
첫눈에 호감을 느껴 몇 시간만에 연애를 결정한 변호사 너태샤와 사진작가 맥.
하지만 연애는 달콤했을지라도 결혼생활은 상처투성이였다.
너태샤는 모든 걸 통제하는 스타일이었고 결혼 후에도 승승장구했지만
맥은 무척 느슨한 데다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결혼 후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자가 끊이지 않았다.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세 번의 유산을 거치는 동안
맥은 너태샤의 상황과 심정을 전혀 이해해주지 않았다.
너태샤는 맥에게 배신감을 느꼈고 분노를 삭이지 못했으며 냉정하게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둘 사이는 더 이상 친밀하지 않았다.
그때와 이후로 너태샤는 함께 일하는 동료 코너와 많은 시간을 공유했고
맥은 자기 주변의 끊이지 않는 여자들에는 별 가책을 느끼지 못한 채
너태샤와 코너의 관계에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그들은 서로에게서 마음이 떠났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그랬을지도...
그래서 별거가 시작되었다!
그들의 별거는 1년 동안 지속되었고 이후 맥이 일자리를 런던에 구함으로써
이혼 직전 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사라도 함께였다. 집이 팔릴 때까지라는 단서가 붙었다.
자신이 필요할 때 함께 있어주지 않아서 화가 났고,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삶을 다짐하고 있는 이 때에 다시 나타넛
간신히 다져놓은 둑을 무너뜨리려고 해서 화가 났다.
마음이 격양된 상태에서는 절대로 말을 다루어선 안 된다.
분노와 초조, 두려움 등 불안정한 인간의 감정은
말과의 효과적인 소통을 발해할 뿐이다.
-기마술, 크세노폰
본문 구석구석 크세노폰의 "기마술" 속 문장을 인용해
말을 다루는 일이나 사람과의 관계를 다지는 일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드러내는 조조 모예스.
우리나라의 빠름빠름에 익숙한 나로서는
영국의 현실 생활이 이렇게 예스럽고 지루할 정도로 느리고
한편으로 엄청 시골스럽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베스트셀러에 영화로도 히트한 "미 비포 유"로
로맨스의 여왕이라 불리는 조조 모예스가 그린 주인공들의 성장 소설.
쉬이 변하는 사람의 감정은 함께하는 순간에는
어느 게 진심이고 어느 게 포장된 마음인지를 잘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기도 하는데
남의 눈에는 제법 구체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소설이다.
조조모예스는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 "미비포유"로 무척이나 유명한 작가이다. 그 당시에 인기가 너무 많은 책이어서,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는 것일까 궁금해서 찾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던 내가 후속작인 "애프터 유", "스틸 미"까지 찾게 읽게 된 데에는 사실 소설 원작보다는 영화의 영향이 크긴 했지만, 아무튼 그 후속작까지 모두 찾아 읽은 사람으로써 조조모예스의 신작이 나온다는데 무척 읽어보고 싶었고, 읽어봐야 할것 같았달까. 그리고 그것보다 더 이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던 것은, "상처받았다고 해서 모두를 밀어내버려선 안 돼."라는 홍보문구였다.
호스 댄서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뜻인가 싶었다. 그러다 표지를 보게 되었는데, 호스 댄서가 무슨 뜻인지 한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말을 의미하는 호스였던 것이다. 그리고 책의 두께에 무척이나 놀랐는데, 책이 거의 700쪽이다. 너무 두꺼워서 살짝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달까. 그렇지만 책을 한두장 넘기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점점 고조되어 감에 따라, 조조 모예스 특유의 이야기와 분위기에 녹아들어 어느새 마지막 장을 읽고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설 자체가 가지고 있는 흡입력도 흡입력이었지만, 가족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한사람으로써의 내 자신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무거운 무언가를 남겨주는 책이어서 너무 좋았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미 비포유"못지 않은 명작이 될 것 같은데.
살림 / 호스 댄서 / 조조 모예스 장편소설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자신의 결정인 안락사를 실행해 독자들을 가슴 아프게 했던 <미 비포 유>를 탄생시킨 '조조 모예스' 작가의 신작 <호스 댄스>,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 소녀와 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번 작품은 흔치 않은만큼 어떤 감동을 선사해줄지 기대되었다.
1700년대부터 존재해왔고 프랑스 엘리트 기수들이 다니는 '카드르 누아르' 출신인 앙리는 주변의 우려에도 연례행사 핵심 역할을 맡아 열심히 노력했고 사랑하는 애인 플로렌스가 보는 앞에서 행사를 펼치던 중 동료의 방해로 인해 행사를 망치게 된다. 그리고 일년에 한번 열리는 '카드르 누아르' 행사를 망친 치욕감에 자신을 방해했던 동료와 싸우게 되고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러 할아버지가 된 앙리는 손녀 사라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적도 없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허락하지 않을만큼 말에 대한 기술을 가르치는 일에 열중했던 할아버지였지만 사라는 자신에 대한 할아버지의 애정을 충분히 느낄만큼 잘 자라주었다. 하지만 4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할아버지는 의욕을 잃은 듯 보였고 이제는 축사에 나가지 못할만큼 몸상태가 안좋아진 할아버지는 급기야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혼자 남겨진 사라는 아동전문 변호사인 너태샤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생각지도 않게 같이 살게 된다.
아동전문 변호사로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너태샤, 여느날과 다를 것 없이 바쁜 출근길에서 너태샤는 소녀와 말이 있는 비현실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그렇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채 우연찮은 만남이 계기가 되어 사라와 함께 살게 된 너태샤는 학교에도 가지 않고 반항적인 기질을 뿜어내는 사라와의 동거가 고민스럽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입원과 마구간 주인이었던 카우보이 존이 다른 사람에게 마구간을 팔게되면서 사라에게 연이은 시련이 찾아오게 되고 갈 곳 없는 자신에게 살갑게 대해주는 너태샤와 맥의 배려에도 그들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은 점점 쌓이기만하는데....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땐 소녀와 말과의 교감을 7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어떻게 담았을까 꽤나 궁금했더랬는데 이혼을 앞두고 있는 변호사 부부와 함께 살던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위탁가정에 맡겨질 위기에 처해진 사라, 아동전문 변호사답게 너태샤가 맡고 있던 아동들의 험난한 상황들은 그 상황만으로도 가슴 짠하고 갑갑해져 아이들이 받을 상처가 고스란히 전해졌던 것 같다.
너태샤 부부에게 말할 수 없이 쌓여만 갔던 사라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말과 소녀의 우정과 사랑이 담겨 있을거란 희망의 소설일 줄 알고 덤벼들면 생각외로 감수해야할 아픔이 깊이가 있음에 한방 먹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럼에도 평소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를 통해 각기 다른 그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바로 이런 것이 위대한 열정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 p. 280
미 비포 유로 유명한 조조 모예스의 호스 댄서! 믿고 보는 작가의 영미소설이라 기대가 되었는데요. 방황하는 청소년 사라와 몇 차례의 유산으로 인해 이혼의 위기 앞에 있는 너태샤와 맥이 서로 얽히며 성장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사라에게는 특별한 비밀이 한 가지 있는데요. 이 비밀도 기대되고 이혼을 앞둔 부부의 관계가 사라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도 궁금해지더라구요. 읽다보니 호스 댄서라는 제목을 연상시키는 유연하고 절제된 멋진 장면도 나와서 영화를 읽는 것 같기도 했어요!
기술적인 문제가 전부가 아니거든요. 말과 나, 두 마음과 두 심장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기도 해요. - p. 288
변호사라는 직업도, 런던의 부유한 거주지와 같이 겉보기에는 순탄한 인생으로만 보이는 너태샤지만 사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엉망진창이기만 합니다. 몇 차례의 유산으로 인해 남편과의 관계도 원활하지 않고, 이혼을 앞두고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와도 관계가 단단하지 않은 게 주된 이유인데요. 일년 동안 별거하던 남편이 공동명의인 현 거주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집에 살 권리를 내세우면서 일상이 좀 더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런 와중 슈퍼에서 곤경에 처한 사라를 도와주게 되면서 좀 더 이야기는 꼬이고 읽는 우리는 좀 더 재미있게 되는데요. 그저 어린 소녀를 홀로 집에 보내기가 껄끄러워 집에 보내다가 사라의 가정사와 곤경을 알게 되고 그냥 지나쳐버리지 못하게 되어버린거죠.
말을 온당하게 이끌 수만 있다면 말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동작을 수행할 수 있어요. 닫혀 있는 문을 열어서 무한한 능력을 드러내도록 하는 거예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원해서 하게 해야 하죠. 바로 그때 그 말은 최고가 되는 거예요. - p. 289
하루만 재워주고 복지시스템에 맡기면서 자연스레 마무리되는 줄 알았던 이 해프닝은 학교의 수업까지 빼먹으면서도 이유를 말하지 않는 외출시간의 비밀 덕분에 위탁가정에서 몇 번이나 나오게 된 사라가 맥과 함께 지내고 싶다고 연락을 하게 되며 복잡하게 흘러가는데요. 위탁가정이 되어주기 위해서는 결격사유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졸지에 전남편이나 다름없는 맥과 화목한 부부를 연출해야 하는 신세가 된 너태샤도 신경이 곤두서게 되죠. 과연 그 비밀이 무엇이고, 방황하는 사라는 너태샤부부와 새 형태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너태샤부부의 관계는 회복이 될 지, 안 될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게 되던 조조 모예스의 호스 댄서. 여러 형태의 가족이 늘어나고 있고, 돌봐져야할 수많은 아이들과 만족스럽지 않은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가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네요.
처음 만난 '미 비포 유'가 강렬하게 자리잡아서인지 조조 모예스에게 기대하던 이미지가 있었다. 그래서 다른 분위기의 작품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생소하기도 했지만 여러 작품들을 읽어가면서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조조 모예스만의 감성적인 이야기가 참 좋아졌다.
그냥 조조 모예스의 작품이라 읽고 싶었던 이 작품은 700쪽에 다다르는 벽돌두께를 자랑한다. 긴 얘기가 지루할지 혹은 감사할지 모를 책은 누군가의 과거 이야기를 시작으로 바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들려지는데 단숨에 빠져들었다.
잘 나가는 아동변호사인 '너태샤'는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인기많은 남편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고 노력했던 아이를 네번이나 유산한 것도 아픔이며 그런 자신을 제대로 위로해주지 못했던 남편 '맥'에게 실망해 별거 중이다. 그렇게 1년을 헤어져 살면서 각자의 연인과 각자의 삶을 살고있던 중 맥은 사정상 집이 정리될 때까지 머물겠다는 제안을 하고 두 사람은 오랫만에 다시 한 집에서 마주보는 생활을 시작한다.
우연히 마켓에서 물건을 훔친 소녀 '사라'를 도와 물건값을 대신 치러주고 집으로 데려다주던 너태샤는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가 뇌졸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홀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사라 혼자 둘 수 없었던 너태샤는 맥과 함께 도움의 방법을 찾아주고 그 작은 손길은 결국 '사라'를 너태샤와 맥의 집에 머무르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프랑스의 유명한 국립승마학교에서 전설적인 기수였던 할아버지에게 엄격한 승마교육을 받으며 지냈던 사라는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말 '부'를 돌보는 일은 혼자의 몫이 되어버린다. 자신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열 네살의 어린 소녀 사라는 할 수있는 최선으로 부를 돌보지만 한계에 다다르고 부를 지키기위해 쉽지 않은 방법을 선택하는데...
너태샤와 맥은 사라를 통해 대리부모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경험해보고 두 사람의 공통 관심사가 된 사라 덕분에 화해하게 된다. 아동변호사로 일하며 사라와 같은 아동들을 많이 봐왔던 너태샤의 업무나 찰나의 순간을 아름답게 남기는 사진작가인 맥의 직업은 작품 속에서 적절히 활용되어 더 큰 의미를 부여해준 것 같았다.
내보이지 못한 감정을 쌓아 둔 너태샤와 맥이 어떻게 화해해가는지, 말을 사랑하는 소녀가 어떻게 자신의 말을 지키며 꿈을 찾아가는지 그 결말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내내 궁금했고 겉으로 보이는 온도차이는 있었지만 끝까지 사라를 믿어주고 책임을 다한 너태샤와 맥의 배려, 부를 향한 사라의 애정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용기 그리고 할아버지와 사라의 말하지 않아도 통했던 교감은 감동적이었다. 말이라는 소재로 또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다니...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