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김누리 교수님 강의를 듣고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싶어서 책을 읽게 되었다. 독일의 교육에 대해서 알게 된 것과 독일 통일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던 부분 등 그동안 틀리게 생각했던 부분들과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나에겐 꽤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의 빈부격차가 심한 것은 알았지만 직접 숫자로 확인해보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위 50%는 자산의 경우 2%만 가지고 있는데, 반해 상위 1%는 무려 26%, 상위 10%는 66%를 갖고 있다니…. 이 통계는 몇 년 전 자료이기 때문에 그 후에 상황이 나아졌다면 다행이지만 더 악화되지 않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 복지국가로서 독일이 보여주는 모습은 부러울 따름이다. 한국의 복지도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상황이지만 여전히 생활고 때문에 벌어지는 슬픈 상황들이 뉴스에서 종종 나온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서 자살한다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그런 일들이 이제는 발생하지 않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내안에 노예감독관과 마주하다<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역적인 한계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영덕에서 TV에 나오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여전히 신기한 일이다. 도서관 인문학 특강을 듣고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의 제목과 푸른 바탕의 표지도 마음에 든다. 강의로, TV프로그램에서 다 담지 못한 내용을 실었다는 말이 기대하게 만든다.
중앙대 독문과와 동 대학원 독일유럽학과 교수이다.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독일 현대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권터 그라스의 문학을 연구하면서 독일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13년 중앙대독일연구소가 독일 정부에서 지원받는 ‘독일유럽연구센터로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 센터장을 맡고 있다. 통찰과 성찰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며 우리가 나아갈 길을 깊이 고민해 왔다. 이 책은 차이나는 클라스의 강의 내용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문제부터 교육, 정치, 경제, 통일에 대한 근원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단순히 문제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까지 찾아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많은 질문, 혼란과 함께 책을 펼친다.
한국인들은 정치의 광장에서는 부당한 국가 권력에 맞서 자기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지만, 일상의 공간에서는 공개적으로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지 못합니다.
민주주의는 단지 정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의 문제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약자와 공감하고 연대하며, 불의에 분노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태도-이러한 심성을 내면화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지 못하는 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독재의 야만으로 추락 할 수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답을 찾은 문장이다. 광장에서 촛불을 든 사람들이 집에서는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람들이다. 한 번도 가정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거나 실천하는 모습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자는 없는 것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며 학습된 무기력처럼 여성들은 당연한 듯 살아낸다.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경상도에서 딸 둘을 키우며 사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이 바쁘다.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사실이다.”-베르톨트 브레히트
‘내안의 파시즘’. ‘아주 일상적인 파시즘’을 냉철하게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 안에 파시즘이 있다고 생각 했지만 이런 생각은 해 보지 못했다. 파시즘과 싸운 자들에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 얼마나 끔찍하고 섬뜩한 표현인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 내가 느끼는 감정, 내가 어떤 대상을 받아들이는 감수성, 심지어 내가 품고 있는 욕망, 내 꿈에서 나타나는 무의식까지 과연 그게 ‘나’의 것일까요? 아니면 나를 노예로 부리는 자의 것일까요? 이 구호가 던지는 물음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만약 나의 사유, 감정, 감수성, 욕망, 무의식이 나의 것이 아니라 나를 노예로 만드는 자의 것이라면, 나는 어떻게 거기서 해방될 수 있을까요?
독일과 유럽을 휩쓴 68혁명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내안의 노예감독관을 깨닫고 자유로운 인간을 추구하는 것. 가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사고의 혁명이 68혁명을 불러 왔으며 현재의 독일을 만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 68혁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그때가 유신체제 시절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강력한 억압으로 국민들이 깨어나지 못한 것이다. 한 번도 인지하지 못했던 내안의 노예감독관을 마주 하자 당연한 듯 생각하고 지내왔던 것들이 낯설다. 무엇이 지배자의 생각이고 내 생각 인 것인지 혼돈의 카오스다. 그러나 뒤돌아보며 후회하는 것을 선택하는 대신 앞으로 나갈 방향을 선택한다. 지금이라도 인지한 것은 정말 훌륭한 일이며, 일상 가운데 하나씩 분리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인간의 삶은 모두 자기 나름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것이기에 유일무이하고 소중합니다. 그들이 잘못된 체제 속에서 곤궁한 삶을 살았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우리의 삶보다 더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풍요를 누리면서도 경쟁의식에 찌들어 살았다면, 그들은 사회주의 속에서 가난하지만 서로 연대하는 삶을 살아온 것입니다.
통일을 말하면서 먼저 이루어야 할 것들을 설명한 부분이다. 남한도 북한도 모두 병든 사회이고 병든 채로 통일을 하면 더 병들 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우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을 말한다. 책의 시작에서 말했던 인간의 존엄이 마지막 통일에서도 이어진다. 결국은 사람에 대한 존중과 존귀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이던지, 행복이던지, 통일이던지....
책을 읽는 내내 힘들었다. 어느 부분은 인정하기 싫었고, 어느 부분은 분노했으며, 어느 부분에서는 스스로 좌절하기도 했다. 희망을 말할 수 없어 더 희망을 소망하는지도 모르겠다.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우리나라의 현실그대로 ‘정상성의 병리성’을 보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정치인들, 경제관료, 대학교수등 소외 지도층이 왜 이런 상태를 방치 하는가 화가 났다. 나는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왔지만 알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한 것인가? 알면서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 이 단순하고 순진한 생각은 마지막 문장에서 답을 찾았다. 당신도 이 책을 통해 답을 찾기 바란다.
“우리가 움직임으로써 새로운 상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바뀌는 상황에 무조건 적응하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 잘못된 상태를 바꿀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실행에 옮길 용기와 비젼이 없을 뿐입니다.”
우리는 너무 역량에 따른 차별을 당연시하며 살고 있음에 소오름.
사회는 보편 복지를 추구하지만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모든 일의 결과는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갑니다. 내로남불을 비롯해서 본인이 태어날 때부터 가졌던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능력주의로 인해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언론의 경쟁적인 비교와 수치화로 인해 능력주의가 더 고착되는 건 아닌지요. 2030세대가 경쟁적으로 자산을 축적하기 위해 영끌 대출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자꾸 사라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무도 Na를 책임져주지 않으니까 두 손 두발 다 걷어붙이고 투자를 향해 도전하는 마음이랄까.
‘차이나는 클라스’를 통해 대중에게 더 알려진 김누리 교수는 한국 정치, 한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한다는 책의 문구처럼 최근 유튜브 채널이나 인터뷰에서도 지식인으로서 일침을 날리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서울대,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했고, 독일 현대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중앙대 독문과와 동 대학원 독일유럽학과 교수이며, 독일유럽연구센터 소장,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러한 오랜 독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독일 사회에 비추어 우리의 정치, 사회, 문화, 교육을 논의한다.
독일 아이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그러니까 글자를 깨우치기 시작할 무렵부터 자기 생각을 글로 쓰는 교육을 받습니다. 국어 교과서를 예로 들었지만 정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해석’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지요. 문학작품을 쓴 작가가 어떤 시대에,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의도로 그런 작품을 썼는지 텍스트를 둘러싼 ‘콘텍스트’ 즉 맥락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이에 대해 자신의 비판적 견해를 표명하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p69
매우 동감한다. 아이들을 키우며 교육시킬수록 우리나라의 교육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못하는 교육을 강화한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든 학원에서든 오직 정답을 찾는 연습만을 시키는 우리의 교육은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게 하고 정답만 찾도록 강요되어진다. 예를 들어, 최근 수능시험에서 언어영역이 어려워지면서 학생들에게 국어를 교육한다. 학생들은 문학, 비문학, 문법 등 방대한 양을 공부하고 배우지만 진정 무엇을 배우는지 모르겠다. 저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였는지, 작품 속에서 어떤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은유와 상징을 배우면서도 거기에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고정된 틀 안에서 모든 학생들이 하나의 정답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교육이 어떻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겠는가? 하나의 작품에 대한 하나의 해석만을 정답으로 삼고 그것만 가르쳐서야 어떻게 개개인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것이 우리 교육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작품에 대하여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고, 새로운 해석을 해낼 수 있는 힘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본받아야 할 대상으로서 독일을 주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패망국으로 일본과 같지만 패전국으로서 과거청산의 모습은 일본과 달랐고, 우리나라처럼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에 의해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는 분단을 겪었지만 자신들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어냈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여 유럽의 중심이 되는 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지만 아시아의 중국처럼 패권주의로 인하여 주변국들이 공포를 가지는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유럽연합의 힘을 결속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이런 점들이 일본, 중국, 한국이 독일의 사례를 함께 연구해서 아시아 평화 공동체를 만드는데 선구자 역할을 해야하는 이유다.
독일은 성공적으로 과거청산을 이루어냈고, 평화적으로 분단을 극복하여 통일을 이루었습니다. 또한 주변 국가들이 독일에 대해 가지고 있던 패권주의에 대한 공포도 상당히 불식시켰습니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그 때문에 주변국들이 굉장한 공포를 갖고 있었는데 그 두려움을 풀어준 것이지요. 이제는 독일에 대한 공포를 가진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이 세가지 문제, 즉 과거청산, 분단, 패권주의의 문제 중에 하나라도 풀리지 않았으면 유럽연합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p85
우리나라는 분단체제 때문에 학교에서조차 총검술, 교련 수업을 해왔고, 반공 교육도 투철하게 시켰다. 저자는 이런 군사교육, 파시즘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우리 세대가 과연 정상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 가능했을까, 성숙한 민주주의자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 라며 회의했다. 독일에서 살면서 왜 우리가 독일과 다를까를 고민했고, 우리 사회의 군사문화가 나를 파시스트로 훈육했고 집단주의와 권위주의가 나의 내면을 불구화시켰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서 우리들이 받은 교육은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것이었습니다. 군사문화의 잔재가 깊게 배어 있는 교육이었고, 인권을 경시하고 끊임었는 경쟁과 희생을 강요하는 교육이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교육이라기보다 ‘반교육’에 가까웠지요. 이런 반교육, 파쇼 교육의 잔재가 지금도 우리 내면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 대다수는 ‘내안의 파시즘’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억압의 문화, 부조리의 상황을 하나의 문제로서 인식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사물의 질서’, ‘세상의 이치’, ‘자연 상태’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에리히 프롬 식으로 말하자면 한국 사회를 특징짓는 것은 ‘정상성의 병리성’이었던 것입니다. p95
그는 소위 말하는 386세대의 성취와 한계에 대해서 논한다. 그 세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만든 주역이고 대한민국은 민주화 운동을 통해 정치 민주화는 이루었으나 사회 민주화, 경제 민주화, 문화 민주화는 이루지 못했다. 20세기 독일의 가장 위대한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동독을 택하면서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고 한다.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p100
이 말은 보편적으로 확장된다. 폭력을 보고 자란 자녀는 폭력적이 되기 쉽다. 이 말은 폭력의 대물림, 미워하면서도 닮아가는 현상들을 대변해주는 말로 통찰력이 있다. 대학시절 내내 군사 파시즘을 경험한 86세대가 부지불식간에 파시즘을 내면화한 것은 아닌지 비판적으로 성찰해보자는 그의 지적이 와닿는다. ‘내안의 파시즘’, ‘아주 일상적인 파시즘’, ‘꼰대론’은 이런 역설적 요소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사회의 기득권 구조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현상도 설명된다. 지배의 주체만 바뀌었을 뿐 사회의 비정상성은 변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정치 민주화를 넘어서 실체적 민주화를 이루어내지 못한 원인으로 저자는 68혁명을 이야기한다. 68혁명이 무엇이지? 저자에 따르면 68혁명은 1968년을 전후한 시기에 유럽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대변혁을 겪었던 시기를 칭한다. 68혁명을 통해 독일은 새롭게 태어났다. 반공 전선의 첨병이던 냉전 국가는 유럽의 평화를 이끄는 탈냉전 국가가 되었고, 경제성장에 치중하던 성장 국가가 사회적 분배를 중시하는 복지국가로 변했으며, 나치의 유산이 썩어가던 ‘청산되지 않은 과거’의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과거청산 국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반공교육, 베트남전의 영향으로 그 물결이 와닿지 못했다고 한다. 새로운 사실이고 놀라웠다. 우리의 근현대사 교육과정에서도 68혁명을 다룬 적이 없는 것 같다. 또한 우리나라가 전 세계가 반대하는 베트남전쟁에 지상병을 파병한 유일한 나라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여러 나라들이 미국의 압력으로 베트남전에 참여하긴 했지만 모두 지상병이 아닌 소수의 비전투병을 파병했을 뿐인데 실제 전투에 참여하는 지상병을 파견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애국, 반공, 친미라는 이념에 휩쓸려 우리는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못했구나. 나는 많은 부분 저자의 생각에 동감했고 그의 통찰력에 감탄도 했다. 다만, 몇몇 부분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 책 덕분에 비판적 사유를 함양한 덕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지금이라도 86세대의 내면에 남아있는 도덕적 정체성이 한국 사회를 개혁하고 변혁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살아나야 한다고 말한다. 86세대가 명백하게 수구 보수 세력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가?
인권감수성이나 난민에 대한 견해도 그러했다. 난민에 대해 독일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서는 환영의 문화가 자연스러웠던 반면 우리는 나이든 사람들이 세계의 흐름과 뒤떨어진 시대착오적인 사회를 만들어 놓아서 우리 젊은 세대가 강팍해졌다고 했는데 이것도 이분법적으로 나이든 세대가 사회를 잘못 만들어놓아서 그렇다는 일방적인 시각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미투와 페미니즘, 성인지 측면도 그러했다. 문제제기와 비판은 있지만 해결책이 없는 느낌이었다. 모든 것을 사회탓으로 돌리거나, 한국의 남성문화를 들어 남성 가해자 몇몇의 도덕성을 비난하고 단죄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충고하면서 그런 남성 지배문화를 개혁해야 할 주체가 한국 여성운동 세력이고 그들의 과제라고 떠맡기는 태도는 어딘지 모르게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가해자의 모습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독일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비판하는 많은 것들에 공감했다. 68혁명의 부재, 독일의 교육에 비추어본 한국 교육의 문제점, 한국의 파시즘적인 문화, 집단주의적 문화, 반쪽짜리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과 원인 분석은 탁월하다. 물론 원인 분석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훌륭하다. 그러나 곳곳에서 보이는 86세대의 미화, 실체적 해결책이 없는 비판이 다소 아쉬울 뿐이다. 제목처럼 “우리의 불행이 당연하지 않습니다.” 라는 단언에 “그러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는 부제를 달고 싶어진다.
"우린 지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우리의 불행은 당현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한 말로 아들의 비참한 죽음의 원인을 쫒으면서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낮설게 보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 정치민주화, 경제성장을 이룬 대단한 대한민국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불행은 날로 커저가고 있다.
- 높은 자살률, 노동시간이 가장 긴 것, 노동자의 죽음이 크고, 아이들이 우울하고, 아이를 가장 적게 낳는 나라이고, 모두가 모두를 불신하는 나라이다.
-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베라드리 책<죽음의 스펙터클>에서 말하는 한국사회의 특징 4가지
첫번째, 끝없는 경쟁
두번째, 극단적 개인주의
세번째, 일상의 사막화
네번째, 생활리듬의 가속화
- 우리는 왜 이렇게 된걸까? 저자는 현대사의 궤적이 유사한 독일을 비교로 하고 '대안모델'도 제시한다.
- 그렇다고 저자는 독일이 유토피아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독일은 인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러기 때문에 저자는 인간을 존중하는 상식적인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한다.
-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용을 살리고, 더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부분을 보충하셨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프롤로그
병든 사회에서 거울보기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 저자는 독일 문학 중 현대소설을 공부했다고 하였다. 소설 <양철북>으로 알려진 귄터 그라스라는 작가를 공부했는데 그 작가가 독일 통일을 반대해서 왜 독일 지식인들이 통일에 반대하는 가에 대한 의문을 품으면서 독일 통일과 지식인에 관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고 밝힌다.
- 독일이 통일이 되던 당시에 독일에 계셨고, 한국은 대통령선거와 공안정국 등 국내 정세가 요동치는 시절이었다고 한다.
-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당시에 동양인들 중 한국인은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 독일을 저자는 요술 거울로 비유한다. 있는 그대로 비쳐줄 뿐인데 일그러져 보이는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거울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 우리사회를 냉정한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본다는 관점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하지만, 독일이라는 거울 앞에 우리를 세워놓고 보면 거리를 두고 우리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 특히, 당연하게 여겼던 우리의 일상을 낮설게 대면해야 한다고 말한다.
- 저자는 독일유학을 가면서 한국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독일과 비교를 할 때에는 당연하지 않다고 여겨지면서 대한민국의 사회를 다르게 느끼게 되었고, 우리의 불행은 당연한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고 한다.
- 한국 사회를 독일이라는 거울에 비춰서 새로운 관점으로 살펴보고자 한다며 첫째로는 한국의 민주주의, 두번째로는 통일에 관련된 이야기를 책에 실었다.
1. 우리의 혁명은 도착하지 않았다.
* 민주주의 1등 선진국, 대한민국 *
- 2019년 현대 민주주의 연구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 받는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수준을 비교, 연구한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은 12위를 차지하였다.
- '30-50 클럽' :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이상, 인구가 5천만명 이상인나라.
* 현재 대한민국은 2020년 기준 GDP 3만 1681달러이고, 2021년 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를 제칠 만큼 성장했다고 한다.
- 캐나다는 인구가 안되고, 중국은 소득이 못미친다고 한다. 30-50클럽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한국이다. 소위 30-50 클럽이 소위 '강대국'이라고 부를 만한데 그곳에 우리나라가 포함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 스웨덴 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중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1등이다. 그 다음 영국, 이탈리아, 독일이 우리 뒤를 이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10년간 대한민국의 변화가 한국이 아래애 있다가 2016년 촛불집회를 계기로 위로 치솟았다고 한다.
* 얼마나 위대한지, 얼마나 취약한지 *
- 독일 지식인들이 즐겨읽는 주간지 <<디 차이트>>에서 '미국과 유럽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 라는 취지의 칼럼이 실리기까지 했다.
- 근대 민주주의 발원지는 유럽과 미국이다. 흔히 민주주의를 이야기 할 때에 미국의 독립선언(1776년), 프랑스의 인권선언(1789년)을 기원으로 삼는다. 그런데 이 곳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고 하니 얼마나 통쾌한 일인지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다.
-2019년 홍콩 시위에서 홍콩 사람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일부는 한국어로 부르고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공부한다고 한다.
- '케이 데모크라시(K-Democracy)' 한국민주주의를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는 것.
- 하지만 저자는 4.19 , 5.18, 6.10 민주주의는 사실 한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군사 쿠테타에 무너지고, 야만적인 학살과 만행에 짓밟히고, 군 출신인 정권에게 넘어가고... 그리고 나서 촛불혁명에 이른 것이라고 한다.
- 촛불혁명도 기무사령관이 쿠데타적인 방식으로 진압하려는 음로를 꾸몄다는 문건이 나중에 발견됬을 정도로 한국민주주의는 군사 쿠테타의 한 역사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 *
-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자 때문에 저자는 한국 민주주의는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나라에서는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가 괴리 되어 있다는 것이다.
- 우리 사회가 일상 민주주의에서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것은 뿌리 깊은 유교 사상, 일본 제국주의 식민 통치와 군사독재 시대가 남긴 집단주의, 군사주의, 병영문화 등 때문이라고 한다.
-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을 감추는 시위를 한다고 한다. 정치의 광장에서는 부당한 국가 권력에 맞서 자기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지만, 일상의 공간에서는 공개적으로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는 광장에서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자들의 연합체이다. 그렇기에 민주주의는 단지 정치 제도의 문제 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의 문제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해야 하며, 약자와 공감하고 연대하며, 불의에 분노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태도 - 이러한 심성을 내면화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지 못하는 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독재의 야만으로 추락할 수 있다. 이것이 광장의 촛불이 내 마음속에서, 우리의 삶 속에서 다시 타올라야 하는 이유다.
[광장의 촛불, 삶의 현장에서 타올라야] 칼럼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2. 빼앗긴 주인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 민주주의는 정치민주화, 사회민주화, 경제민주화, 문화민주화 세분해서 살펴보면 의미있게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 한국은 정치 민주화가 상당히 잘 이루어진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예) 촛불시위
- 사회 민주화 : 일반적으로 각 사회 영역에서 개별 조직 내의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까지 자치적인 운영을 하고, 자율적인 결정을 하느냐의 정도를 의미한다.
예) 대학의 운영구성원이 대학 구성원들이 되는 것
- 경제 민주화 : 여려 견해가 존재, 기본적으로 경제 기구, 특히 기업 안에서 과연 어느 정도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가를 의미한다.
예) 노사공동결정체, 노동이사제
- 문화 민주화 : 인간과 인간이 맺는 관계들의 민주적 변화를 의미한다.
예) 성별수평적관계, 부모와자식간의 수평적관계 등
- 우리나라는 사회 민주화, 경제 민주화, 문화 민주화는 아직 상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회 민주화의 경우 한나라의 고등교육기관에서 그 대표를 이사장 마음대로 임명하는 것, 경제 민주화의 경우 노조 조직률이 10%밖에 없는 사회구조, 문화 민주화는 교수들의 위계질서, 사회적 편견 등을 통해 전체적인 민주화에 대해서 저자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3. 68혁명, 모든 형태의 억압을 거부하다.
*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다. *
- 68혁명이란? : 1968년 5월 프랑 스 파리를 중심으로 거대한 변혁 운동이 일어남. '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 부터 해방'이라는 구호로 변혁 운동이 일어났다.
- 68혁명에서 중요한 말은 '모든' 이라는 말이다. 나의 행동을 알게 모르게 통제하는 사회적인 시선 그 자체도 억압일 수 있다. 이런 종류의 모든 억압으로 부터 해방을 추구하는 운동이 시작되었고, 베를린, 로마,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등 유럽으로 퍼졌다고 한다.
- 68혁명운동이 일어난 계기 : 베트남전쟁과 텔레비전의 보급 , 미국과 소련간에 벌어진 군비 전쟁
- 베트남전쟁의 도덕적 충격, 미소 간의 핵무기 전쟁을 통한 부조리한 세계 체험한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가치 질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고 이것이 68혁명 핵심구호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 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 세계를 뒤엎은 68 혁명 *
- 68혁명은 유럽, 태평양을 거처 도쿄까지 거쳐갔지만 한국에는 다다르지 못한 점이 저자는 아쉽다고 이야기를 한다.
- 일본은 68혁명이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왜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내부적인 폭력사태가 68혁명을 와해시켰다고 이야기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에서 아베정권에게 비판하고, 소위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68혁명을 이끈 세대라고 이야기를 한다.
- 미국 또한 흑인을 해방해야 한다는 운동이 전개 되었고, 프랑스에서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운동이 전개가 되었다.
* 과거 청산과 교양 사회 *
- 독일은 68혁명 이후 과거청산, 복지국가를 실천하였다. 특히, 무상교육은 패전국인데도 불구하고 이룬 업적이다. 60년대 이후는 생활비까지 지원이 되고 있다.
- 하지만, 한국은 어떠한가? 갓 독립한 국가로 어려운 제정에서 출발해서 교육을 사교육으로 맡긴 탓에 이렇게 계속해서 사교육열이 사그러 들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 아우슈비츠와 비판 교육 *
- 독일에서는 자신들의 치욕적인 역사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독일에서는 학교 절반의 역사시간을 히틀러시대, 나치시대에 할애한다고 한다.
- 68세대가 빌리브란트를 통해서 독일을 '과거 청산의 나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 독일교육은 아우슈비츠 이후 교육의 말로 정식화 한 이후 더이상 아우슈비츠와 같은 역사는 나오면 안된다고 하며 교육의개혁이 진행되었는데 독일교육은 사회화가 중점이 아니라 비판교육을 중점으로 둔다.
"내가 하는 말을 믿지 마라. 왜 그런말을 하는지 그 배후를 의심하라. 비판적으로 사유해야 성숙한 민주시민이 된다." 라고
독일 선생님들은 가르친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p.67
- 독일 교육은 문학작품을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권력의 문제를 성찰하고, 정의 권력을 인식하고 필요하면 비판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나, 한국에서는 단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그치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 한다.
- 또한, 권력비판 중 개그를 소재로 독일은 정치적인 권력 소재로 많이 다루는데 있어 한국은 사회적약자를 토대로 한 개그가 많이 나와 안타까워 한다.
- 독일은 주입식 교육을 매우 경계 하는데 이는 파시즘에 바탕으로 한 교육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 부터 자신의 생각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교육을 많이 한다.
- 독일 사람들은 이러한 교육과 생각을 통해 모두의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과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 특히, 최근 난민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독일은 난민을 받겠다고 선언했고, 그걸 신청한 나라이기도 하다고 하면서 이렇게 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독일 헌법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 시민적의식, 독일의비판교육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일 헌법 제 1조
인간 존엄은 불가침하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p.71
*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정치 *
- 독일은 발리 브란트 정부에서 사회적 정의를 추구했지만 한국에서는 사회적 정의는 한번도 말한 적이 없고, 오로지 "경쟁력" 이라는 말로 정치를 이끌어 간다고 한다.
- 독일의 사회적 정의는 대학생 생활비 지원제도 '바푁', 충분한 실업수당, 재교육 프로그램제공, 학비 무료, 생활비제공 등으로 이루어져서 복지국가를 이루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실업자가 되면 전체적인 집 구조가 무너질 정도로 일어서기 어려우며 그래서 자살률이 높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 발리 브란트의 동방정책 : 유럽 사회주의 국가와의 화해와 교류를 추구하는 동방정책으로 소련과의 국교정상화, 교류 활성화로 평화를 증진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동독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정책을 펼쳤다고 한다. 이것을 저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1. 왜 한국에만 68혁명이 없었는가?
* '서울의 봄'이 오지 않은 이유 *
- 전 세계에 몰아치던 68혁명의 폭풍이 우리나라에 다가오지 못하는 이유는 반공국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 결정적요인은 베트남전쟁으로 한국은 전 세계가 반대한 베트남전쟁에 지상병을 파견한 유일한 나라라고 한다.
- 다른여러나라들이 미국의 압력에 의해 참여를 했지만 모두 지상병이 아닌 소수의 비전투병을 파병했을 뿐 우리나라처럼 지상병을 파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 저자의 세대사람들은 베트남전쟁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분에 불과하고 알고있다고 착각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 베트남 전쟁에 대한 책 저자 :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서울대 박태균 교수, 성신여대 홍석률 교수
* 68혁명의 빈자리를 연구하다 *
- 중앙대 독일유럽연구센터 : 일본, 중국, 한국의 독일 연구자로써 독일의 사회를 함께 연구하여 평화 공동체를 만드는 것.
- 2018년 68혁명 50주년
- 학술대회 모임 참가 국가 : 독일, 폴란드, 영국, 일본, 중국 등, 한국은 단 한명의 발표자도 신청하지 않았다고 함.
- 이 연구를 통해 저자가 알았던 사실은 베트남전쟁에서 지상군을 파병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것을 알게 됨.
- 그러나, 파병한 나라가 한 군데 더 있는 데 대만이다. 대만은 미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서 20명을 파병했다고 한다.
- 저자는 우리가 베트남 전쟁에 많은 인력을 보낸 이유를 찾으려면 박정희 대통령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며 한국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인물을 꼽으라면 김일성, 박정희로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 베트남전 파병의 시작과 끝 *
- 박정희는 친일파, 남조선노동당활동, 좌익전력의 사람으로 미국에서 박정희 쿠테타를 보고 좌익 쿠테타로 의심했다. 그래서 한국이 히스테리컬한 반공주의(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것)가 되었다고 한다.
- 박정희는 자신이 좌익이 아님을 확실하게 입증하기 위해서 미국의 파병 제안에 제일 손을 먼저 들었다.
- 베트남전쟁의 장점은 많은 외화를 벌여들었다는 것, 단점은 젊은사람들의 피로 그것을 이룬 것
- 북한은 호찌민과 김일성과 우호적인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 안보문제로 파병을 거절함.
-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하려고 넘어옴. 본격적으로 남한과의 게릴라 전 실시, 이 년도 한 해에만 무려 308회 걸친 무력 충돌이 남북사이에 있었고, 이후 박정희는 '안보문제' 때문에 더 이상 베트남 파병을 하지 못하였다.
* 1968년 대한민국,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다 *
- 더 중요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 박정희의 병영사회 개편 : 주민등록법, 국민교육헌장, 예비군훈련
- 지역감정조장, '부동산 공화국'으로 만든 원조 투기꾼, 과거 청산이 없는 나라로 만든 친일파, 군사독재시대 독재자로 박정희를 평가함.
- 다른 세계적인 흐름은 68혁명을 통해 자유와 민주를 이끌어나가는데 반해 한국은 박정희의 군사적개편과 함께 병영사회로써 억압과 굴종의 한국이 되게 된 것이다.
- 한국인으로써 받는 교육은 파쇼교육의 잔재가 남아 있고, '반교육'에 가까운 것들이 많다.
하지만 한국인 대다수는 '내 안의 파시즘'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억압의 문화, 부조리의 상황을 하나의 문제로서 인식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사물의 질서', '세상의 이치', '자연 상태'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에리히 프롬 식으로 말하자면 한국 사회를 특정 짓는 것은 '정상성의 병리성' 이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p.95
2. 위대하고 위태로운 86세대
* 이 땅의 86세대는 누구인가 *
- 지금 한국사회에서 '86세대'는 한국의 정치적 민주화를 이끌었던 세대로써 1960년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을 다닌 생물학적 세대 전체가 아닌 민주당 계열의 정치적 세대를 말한다고 한다. 또한 공동의 역사적 기반으로 일정한 정치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엘리트 집단을 말한다고 한다.
- 저자는 한국사회에서 86세대가 과잉대표되어 있는 것을 염려하며 20~30대 국회의원 비율이 너무 적은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한다.
- 86세대는 독재자의 정권에 맞선 용감한 사람들이며, 민주주의를 위해서 내 몸 바치겠다는 그런 용감한 분들을 말한다.
* 86세대의 성취와 한계 *
- 86세대의 성취 : 정치 민주화, 군사독재 타도
- 86세대의 한계 : 사회민주화, 경제민주화, 문화 민주화는 이루어지지 않음, 재벌개혁, 노동개혁, 사회개혁, 교육개혁 등 이루어지지 않음.
- 그러나 그들을 탓할 수 없는 이유는 군사독재의 기나긴 게승 과정에서 절망감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위험한 착각 *
86세대가 자신들의 도덕적 결단에 의해서, 또 수많은 희생을 통해서 한국 민주주의를 이만큼 진전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진정한 의미의 상대와 싸워본적이 없습니다. 정말로 자유롭고 정의롭고 평등한 세계를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과는 대결해 본적이 없습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p.105
그들의 상대는 언제나 외세에 기대어 기회주의적으로 사적인 이익만을 탐하는 수구 보수들이었습니다. 도덕적 하자가 너무나도 분명한 수구 보수 세력하고만 경쟁해 왔기 때문에 항상 도덕적으로 우월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p.105
- 저자는 86세대가 자신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진영과 싸워본적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내면에 뿌리깊은 도덕적 우월감을 무능하게 했다고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 촛불혁명을 통해 정말 성숙해졌다고 하는데 기득권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하시며 사회 변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것을 벗어나서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3. 경쟁의 덫에 걸린 한국 교육
* 인권 감수성과 소비 감수성의 부재 *
- 대한민국은 인권감수성이 매우 모자란다. 특히, 난민, 장애인, 문화적소수자, 성적소수자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 대한민국은 소비주의 문화 이다. 소비 문화를 강조하는 사회, 소비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발전하고, 잘사는 나라가 된다고 한다.
- 독일의 경우 난민을 100만명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하고 그해에만 115만명의 난민을 수용했다. 그리고, 소비를 할 때 죄책감을 느낀다고 하는 독일인이 많은데 이는 미래 생명에 대한 책임과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소비는 책임의식이 독일문화에는 뒤따르고 있다.
* 성에 대한 죄책감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
- 우리나라는 성과 관련해서 수치심과 죄의식을 내면화 하고 있고, 성교육 전문가도 없어서 학교에서 성교육을 담당하는 보건 선생님들께서 정보나 노하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독일은 생태 교육과 성교육을 가장 중요시 하며, 초등학교 3학년 때 부터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성교육의 첫번째 원칙은 '성과 관련해서 절대 윤리적 평가를 해선 안된다.' 라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한다. 성을 윤리적으로 비판함으로써 아이들이 죄의식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한다. 성은 생명, 인권과 관련이 있어 충분한 책임의식을 가지도록 해야 하지 죄의식을 생기게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 이렇다고 해서 독일이 성폭력이나 성희롱, 성추행에 대해서 처벌이 적게 내려지느냐?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보다 더 훨씬 더 엄한 처벌이 내려진다고 한다.
- 독일은 성교육을 가장 중요한 정치교육으로 본다. 저자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가지려면 사람들이 강한 자아를 가져야 한다고 독일의 철학자이자 대학교수인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말 "민주주의 최대의 적은 약한 자아." 라고 말하는 것을 인용하여 말한다.
- 강한 자아는 프로이트가 말한 자아(에고)는 초자아(슈퍼에고)와 성본능(리비도) 혹은 무의식(이드) 사이에 존재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그 자아는 불안한 존재를 당연하게 느껴야 하는데 성에 대한 억압적인 사회일 수록 성적 본능을 사회적으로 억압하고 윤리적으로 나쁜 것으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사회가 이런 사회라고 말한다.
- 인간의 성을 억압하면 억압할 수록 그 개인은 권력에 굴종적인 인간이 된다고 하고 이를 '권위주의적 성격 이론'이라고 한다.
- 독일에서의 성교육은 첫번째, 성을 윤리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것 즉, 죄의식을 가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 원샷 사회와 텐샷 사회 *
- 한국은 권위주의 사회로 이것을 사회적 의제로 올라온 적이 없으며, 경쟁은 승자 독식 논리와 연결되어 권위주의 문화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 이에 반해, 독일은 경쟁을 부정적 원리로 보고 경쟁이 나치즘 같은 야만적인 것이 나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등수를 매기거나 우열을 나누지 않고, 시험도 평소에 불시에 본다.
- 또한, 대학 입시가 없으며 모두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 원하는 때에 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비교적 자유롭게 대학과 전공을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인기학과 같은 경우에는 정원 제한 학과라고 해서 정원을 제한 하고 연방 정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주마다 독특한 선발방식을 가지고 있다.
독일은 텐샷(10 Shot) 사회인데 반해, 한국은 원샷(1 Shot) 사회이다. -빈프리트 베버 교수-
독일인에게는 열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한국인에게는 한 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p.125
한국은 기회를 박탈하는 사회일 뿐 아니라,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을 차별하는 사회이기도 하지요.
사람들은 이러한 '이중의 박탈'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도 엄청난 차별과 격차가 존재하지요.
이러한 현실이 우리가 지극히 기형적인 사회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p.125
4. 자기착취와 소외에 병들어가다
* 내안의 노예 감독관 *
- 한국은 자기착취사회뢰 내 안에 노예감독관을 만들어 스스로 착취하게 만든다고 한다. 자기착취가 "자기개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자신을 착취하는 경우에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내안에 죄의식이 생겨난다는 것을 토대로 착취를 당하면서도 착취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 저자는 이 '자기착취' 사회가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의 원인이라고 꼽고 있다.
- 저자는 예시로 커피마시고 있는 순간을 들면서 주위 잠시나마 쉬고 있는 나에게 갑자기 엄습하는 생각들, 나 왜 이러고 있지?, 너무 노는 것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안지낼텐데, 자기개발 안하니까 게을러보이나? 등의 자기 검열을 끝없이 하게 되고, 자기 착취라고 한다.
-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누려도 되는 행복한 권리를 자기 자신이 박탈하고 있는 과정은 저자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개인을 억압하는 잘못된 사회구조 때문에 생기는 온갖 불행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합니다. 정말 이상한 사회 입니다. 개인을 억압하는 잘못된 사회 구조 때문에 생긴 불행의 책임을 개인에게 물으며, 다시 또 개인을 착취하는 이상한 사회가 된 것입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p.128
- 저자는 이 또한 자기착취 사회가 된 것도 우리나라가 68혁명을 제대로 경함하지 못했다고 말을 하면서 68구호 중 가장 유명했던 구호
' 정치 투쟁의 최전선은 내 안에 있다.'
- '내 안에 있다'라는 뜻은 나의 사유, 감정, 감수성, 욕망, 무의식이 나의 것이 아니라 나를 노예로 만드는 '자'의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이해하는 것이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구호도 여기서 나온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저자는 허버트 마르쿠제의 사상을 바탕으로 자유인의 조건을 설명한다.
자유인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노예 상태에 있으면서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p.129
- 노예의 상태에 있다고 하면서 자유롭다는 것은 절대 자유인이 못된다고 하는 것으로 자본이 주입된 논리로 끊임없이 자신을 착취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자기자신이 노예상태에 있다고 하는지 조차도 저자는 모른다고 강조한다.
- 저자는 이제라도 정치투쟁을 해야 하고, 나의 생각, 감정, 감수성, 욕망, 무의식 까지 잘 생각하고 점검해야 하며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고 한다.
- 아프니까 청춘이다, 젋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등의 말은 한국의 청춘들에게 끊임없이 스스로 자기착취를 하게끔 하는데 이것을 성공이 기다리고 있다라는 기만적인 희망을 부추긴다고 저자는 말한다.
- 유럽에서는 50년전부터 이런 생각들을 하고 생각을 공유하고, 학문적으로 토론하고, 일상적으로 실천한다고 하면서 독일 또한 '이 사회가 어떻게 인간을 착취하고 어떻게 지배하는 지'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한다고 한다.
- 이렇게 인식을 공유하기 때문에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이 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 수단에 잡아 먹히다 *
- 68혁명의 부재와 관련해 '소외(Entfremdung)'의 문제도 빼놀 수 없다고 하면서 현대인을 이해하는데 정말 중요한 개념이라고 한다.
- 본래 '소외' 라는 말은 전복에 핵심이 있는 것으로 '배제'보다는 의미가 '전복'에 강한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 '소외'라는 개념은 원래 종교분석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 루트비히 포이어바흐
'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든 것이다.' 라는 명제를 제시하였다.
- 기존의 지배적인 학설 창조설을 완전히 '전복' 한 것이라고 말한다.
신이라는 존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소망, 좌절과 절망을 외부에 투사한 존재인데, 이 신이 인간으로 부터 점점 멀어지면서 어느 순간 낯설어지더니 마치 하나의 독자적인 존재처럼 인간을 지배하고, 역으로 인간이 신을 경배하는 전도된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p.133
어떤 대상이나 현상이 본래는 '나'의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나'의 것이였는데, 이것이 점점 '나'로부터 멀어져 낯설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이제는 역으로 '나'를 지배하고 '나'는 그것에 종속되는 전도 현상 - 이것을 소외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p. 134
- 현대사회에는 완전히 소외가 지배하는 사회로 그 예로 화폐, 미디어 등이 있다고 한다.
- 돈은 분명히 인간에 의해 발명되어 있는 것이지만 이젠 인간이 수단이 되고 돈이 '나'를 지배하게 되었다.
- 미디어는 '인공지능' 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인간의 통제권을 벗어나 인간을 지배하게 되었다.
- 소외 극복을 위해서는 우선 소외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독자는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찰을 하려면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소외를 오나전히 넘어서기는 불가능하지만 극복하려는 인식을 갖는 것과 인식자체가 아예 없는 것에는 차이가 많이 있다고 하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단단한 성(性)의 장벽 *
- 한국사회에서 68혁명의 부재가 얼마나 커다란 문화지체를 낳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 : 미투운동, 페미니즘 운동
- 여성주의 흐름이 대단히 중요한 현상이고, 한국 여성운동이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세력으로 성장하리라 저자는 생각한다고 한다.
- 저자는 유럽과 서구의 흐름을 보면 어느 사회에서나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더 '진보적'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며 이는 여성들이 성적 억압과 사회적 억압, 즉 이중적 억압을 당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 저자는 진보라는 뜻을 정치적 좌우개념을 넘어서 고통과 억압에 대한 민감성이라고 넓게 정의한다.
- 유럽 복지 국가일수록 여성 의원 비율이 높고, 스칸디나비아 국가인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는 여성들의 의원의 비중이 높다고 한다.
- 미투 운동이 용기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로 가해자를 고발했고, 법정 투쟁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그런 성 문화를 낳은 사회, 남성 문화를 잉타핸 구조를 문제 삼은데 까지는나아가지 못했다고 하며 이러한데에는 남성지배 사회시스템이 강해서 라고 한다.
- 저자는 한국 여성운동이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좀 더 조직역량 강화, 한국사회 권위주의 문화 공론화, 전통적인 가부장 지배와 '남성성' 이라는 개념의 시대착오적 성격을 집중적으로 겨눠야 한다고 한다.
- 하지만 위의것들 보다 더 중요한, 근본적인 것을 체계적인 성교육으로 보고 성에 대한 근본적인 교육들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런 교육이 없다면 성인지 교육, 강한 자아를 기르는 교육 또한 불가능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 저자는 자신의 칼럼을 소개하면서 한국은 이중적 성도덕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한다.
- 공식적으로는 너무나 엄숙한 성문화 / 비공식적인 일상에서는 성을 거래하고 착취하는 사회라고 비판한다.
- 이러한 이중적 성도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보고 한국에서 12년 동안 교육 받고, 3년동안 군대 다녀온 남성이 '정상적인 인간'이 되는것이 과연 가능한가? 라는 저자의 생각은 "아니요"라는 것이다.
- 저자는 독일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기회를 갖고 자신을 새롭게 인식했다고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과 관련된 담론이 공론장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국 남성의 왜곡된 성 의식 기원은 어디인지, 성적 대상화의 표적으로서 한국 여성의 일상적 고통은 어떤 것인지, 일상화된 성적 거래와 착취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이런 다양한 현실의 문제들이 텔레비전, 라디오, SNS 등 영향력 있는 공론장에서 대담하게 논의 되어야 합니다.
또 학교에서 체계적인 성교육을 시행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민주주의 교육의 일환으로써도, 인간에 대한 예의와 생명에 대한 존중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으로서도 성교육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저자 김누리 p.140
- 인권감수성이 현저히 낮은 나라, 소비주의, 귄위주의, 자기착취와 소외, 성도덕에 대한 그늘들은 우리나라에 뿌리 깊게 존재하고 이런문제들이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 그렇다면 왜 한국 사회는 다른 나라들 처럼 논의되지 않고 '예외적인' 나라가 되었을까? 저자는 우리 사회가 거쳐온 독특한 역사 경로 때문이라고 말한다.
왜 독일이 거울이 되어야 하나
외국, 그 중에서도 선진국으로 알려진 국가들을 찬양하고,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책들은 꽤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에 1989년 독일로 유학을 떠난 저자가 문제를 ‘상식적으로’ 해결하는 독일을 지켜보며 자신이, 그리고 한국의 문화와 사회 시스템이 ‘이상하다’는 점을 느꼈다고 하니 이 책이 또 하나의 외국 예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정말이지 우리는 참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치 민주화를 이루고, 세상이 놀라워하는 경제 성장도 거두었는데, 우리의 불행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 세계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 세계에서 노동자의 죽음이 가장 빈번한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아이들이 가장 우울한 나라이고, 세계에서 아이들을 가장 적게 낳는 나라이며, 세계에서 모두가 모두를 가장 불신하는 나라입니다. 이쯤 되면 가히 인간이 살 수 없는 지옥이라 불러도 과장이 아니겠지요. 젊은 세대가 ‘헬조선’이란 말을 만들어낸 것은 결코 타박할 일이 아닙니다.” [pp. 4~5]
어디선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한국은 1.1명으로 198위라는 글을 보았으니 세계에서 아이들을 가장 적게 낳는 나라는 맞겠지만,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그린란드고,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멕시코로 알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한국이 추월했나? 어쨌든 이 책이 “JTBC <차이나는 클라스> 131회 ‘독일의 68과 한국의 86’편과 132회 ‘우리의 소원은 통일?’편을 녹취하여 재구성” [p. 7]했다고 하니, 일일이 통계를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정보가 맞으리라 생각한다.
저자의 말대로 한국이 인간이 살 수 없는 지옥이라면, 굳이 독일이 아니라 다른 어떤 나라를 비교대상으로 삼아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독일일까? 저자에 따르면, 독일이 현재 유럽을 굳건하게 이끌고 있는 국가라서 비교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한국처럼 ‘냉전과 분단’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비슷한 규모의 국가이면서 다른 결과물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독일은 우리에게 여러 면에서 비교할 가치가 있는 나라입니다. 우선 현대사의 궤적이 가장 유사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과 분단의 운명을 공유했지요. 국가의 규모도 엇비슷합니다. 통일 이후 독일은 약 8천4백만 인구를 가지고 있고, 통일된다면 한반도는 7천8백만 정도의 규모가 될 것입니다. 통일 이전의 서독과 지금 남한의 인구도 비슷합니다. 우리가 흔히 모델로 삼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인구 5백만에서 1천만 정도의 작은 나라인 점을 상기하면 독일은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한 비교 대상이지요.
독일이 미국 모델에 대한 ‘대안 모델’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미국보다 더 미국적인 나라’ 대한민국을 개혁하려면 미국에 대한 ‘안티테제’로 평가받는 독일로부터 영감을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pp. 5~6]
문제를 상식적으로 해결하는 나라
저자는 독일을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델로 삼자고 하면서도 독일 모델이 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한다. 다만, “독일은 이 문제들을 비교적 ‘상식적’으로 해결하는 나라” [p. 6]라고 얘기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독일이 문제를 상식적으로 해결하는 나라가 된 것은 무엇이 계기가 되었을까? 저자에 따르면 독일에서 이런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은 ‘68혁명’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변혁을 추구하는 움직임이었다. 이 새로운 흐름 속에서 총리로 선출된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1913~1992, 이하 ‘브란트’) 정부는 철저한 과거청산을 했다. 먼저 “학교 역사 시간의 절반을 히틀러 시대, 나치 시대에 할애” [p. 65]하여 비판교육을 했고,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태인 게토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발적으로 무릎 꿇기도 했다. 대개의 한국 정치인들은 정치적 수사로서 무릎을 꿇거나 사과를 하는 경우는 있어도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드물다고 알고 있다. 아마 정치인이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까닭은 그로 인해 현재의 내가 초라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독일에서도 그와 같은 우려 섞인 시선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제2차 중동전쟁의 영웅인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Yitzhak Rabin, 1922~1995) 총리의 도덕성과 진정성이 오슬로 평화협정을 가능케 했던 것처럼, “브란트라는 인물 자체가 반(反)나치 저항 운동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세계가 독일 과거청산의 진정성” [p. 74]을 인정했다고 한다.
우리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그렇다면 한국은 왜 그렇게 되지 못했을까? 저자는 한국이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촛불혁명 등 수 차례 정치민주화를 이룩해놓고도 심각한 불평등 사회가 된 근본 원인이 68혁명의 부재와 기만적인 정치 구조, 맹목적인 야수 자본주의, 분단체제에 있다고 한다.
첫째, 독일은 1968년 파리 시위를 기점으로 전 세계로 확산된 68혁명을 통해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사회적으로 구현했다. 한국은 이와 반대로 박정희 정부가 자신의 전향을 증명하기 위해 베트남에 지상군 파병을 해야 했고, 그 영향으로 본격적인 병영사회로 재편되었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만 억압이 시작되는 예외적인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둘째, 한국은 “’수구’와 ‘보수’가 손을 잡고 권력을 분점해 온 구도” [p. 172]를 유지하면서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고 있는 척하고 있다. 이는 “독일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당인 기민당이 사회적 시장경제를 실행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진보라고 불리는 민주당조차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상황” [p. 186]에서도 드러난다. 이처럼 “한국의 보수는 진보인 척하면서 개혁보다는 기득권 유지에 골몰해 온 세력” [p. 180]이기에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치 지형을 가진 나라” [p. 182]가 된 것이다.
셋째, 독일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자들이 의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국회의원 중 96퍼센트 이상이 자유시장경제, 독일에서는 “자본주의가 효율적인 체제임은 분명한데, 인간을 잡아먹는 양수의 속성을 지녔다” [p. 166]고 해서 ‘야수 자본주의’라고 불리는 체제를 지지하고 있다.
넷째, 수구세력의 존립 명분을 제공하고 국민들을 불안으로 몰아가는 남한과 북한의 냉전체제가 존재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냉전체제로 인해 “군사 주권을 미국에 양도함으로써 한국의 국가 주권을 훼손했고,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치 지형을 조성하여 정치 구도를 기형화했으며, 재벌 독재의 경제 질서를 만들어 경제 정의를 파괴했고, 권위주의적 성격을 심어 한국인의 성격 구조를 왜곡” [p. 199]했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불행은 개인의 잘못이나 역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 시스템과 경제 구조 등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우리의 불행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지금이 86세대에게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재벌개혁, 정치개혁, 교육개혁, 검찰개혁, 사법개혁을 결연히 감행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후세대에게 ‘지옥’을 넘겨주지 않는 것이야말로 86세대에게 남겨진 마지막 시대적 소명”[p. 257]이라고 호소한다. 다만, “새로운 정치권력으로 부상한 86세대가 정치적 비전과 상상력을 결여” [p. 105]하고 있고, 뿌리깊은 도덕적 우월감으로 무능해져 있는 상태이기에 그들이 다음 세대를 위한 역할을 하는 개혁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개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말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그러나 아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당연하고도 일반적인 선언이라고 여길지도 모르는 이 문구를 우리는 다만 불편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적어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에 있는 이 조항은 그저 수사적인 헌법 조항으로만 머물러 있다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2007년 차별금지법이 제출된 이래 수차례 무산됐던 것으로도 모자라 21대 국회에서도 국회 심사기간이 2024년 5월 29일까지 연장됐다. 사실상 폐기나 다름이 없다.
우리는 이렇게 미개한 나라에 살고 있다. 아무도 평등을 실천하지 않으면서(혹은 실천하려는 의지마저 없으면서) 민주주의를 논하고, 대한민국의 인권을 주장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중앙대 독문학과 교수이자 독일유럽연구센터 소장인 김누리 교수가 파헤친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는 사실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독일'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톺아봄으로써 우리의 문제를 독일처럼 '상식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저자의 바람이 책에 담겨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치지형을 가진 나라입니다. 지난 70년 동안 한국 정치는 보수와 진보가 경쟁한 것이 아니라, 수구와 보수가 권력을 분점해 왔습니다. 이것이 한국 사회가 오늘날 정치 민주화와 경제성장,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헬조선'이 된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p.182)
책에서 저자는 촛불혁명을 통한 민주주의 최선봉에 선 대한민국의 실상을, 거듭되는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매년 자살률 1위, 출산율 최하위, 심각한 불평등 구조를 갖게 된 원인을 파헤친다. 저자는 이에 대한 근본 원인을 68혁명의 부재와 기만적인 정치 구조, 맹목적인 야수 자본주의, 분단체제에서 찾고 있다.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주창했던 68혁명이 전 세계를 뒤흔들며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노정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상식적으로' 해결해가는 동안 박정희 독재 정권의 억압 속에 있던 대한민국은 약 50년의 '문화 지체 현상'이 발생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사실 박정희라는 인물이 한국 사회에 끼친 해악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의 기원을 추적해 보면 영락없이 박정희와 만나게 됩니다. 지역감정도 박정희가 만든 작품입니다. 사실 그 이전에는 지역감정이 없었습니다. 윤보선과 박정희가 대선에서 맞붙었을 때 박정희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곳이 호남 지역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박정희가 '농민의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윤보선은 명문 양반 가문 출신이었지요. 이때까지만 해도 영호남 갈등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p.93)
1989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상황을 지켜보았던 저자는 독일 사회에 뿌리내린 민주적 질서(경쟁 없는 학교,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이 무상인 대학, 이사회의 절반이 노동자인 기업 등)를 부러워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복지 정책과 사회적 정의. 타국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본 모국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 저자는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독일과 대한민국의 역사와 교육ㆍ정치ㆍ사회ㆍ문화를 꼼꼼히 비교하며 그 원인을 하나씩 밝혀낸다.
"한국에서는 미국과 갈등이 생기면 수구 세력이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들은 정말 터무니없이 낡고 시대착오적인 냉전 논리로 엄청난 공격을 퍼부어댑니다. 그러면 민주개혁 세력은 그것이 두려워서 끊임없이 뒤로 물러나 수세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이런 관행이 지금까지도 수십 년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관행을 끝낼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p.253~p.254)
지금은 감옥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만 하더라도 정권 초기였던 2008년 1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접했을 당시 "오바마는 시카고의 자동차 업계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는데,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라는 말을 했다가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을 옆에 태운 채 체면 없이 골프 카트를 운전하기도 했던 그는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모든 국가 권력을 동원했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를 추앙하거나 지지하는 국민이 존재한다는 건 우리나라가 얼마나 비민주적인 환경 속에 처해 있는가를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진보를 자처하는 민주당 역시 보수라고 말한다. 소위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수구에 속하는 극우 세력이라고 본다. 그들 간에는 대부분의 정책이 비슷하거나 같고, 다만 대북 통일정책에서만 다르다고 한다. 맞는 지적이다. 그런 까닭에 어느 날 국민의힘 당원이었던 어느 정치인이 민주당 당원으로 탈바꿈하기도 하고, 민주당 당대표였던 자가 국민의힘 화합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념이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사적 이익과 정치적 욕망만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차별금지에는 반대하는 해괴한 현상, 인권을 말하면서도 주 120시간 노동을 주장하는 어느 대선 후보, 제국주의 일본의 만행을 덮어두고 두 나라의 미래만 걱정하는 현실, 권위를 내세우면서 수평적 관계를 말하는 본말전도의 논리, 평등한 교육을 말하면서도 반값 등록금에는 인색한 정치권, 상위 2%의 국민을 위해 종부세를 없애겠다는 어느 언론과 정치인들. 우리는 이러한 비민주적인 잔재 속에서 민주주의를 논하고 있다. 저자 역시 이와 같은 답답한 현실을 높디높은 벽으로 인식하였을 터, 그럼에도 우리는 과거로 회귀하려는 수구 세력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비민주적인 환경을 지속하며 민주적 정권교체만 바라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뉴스를 보지 않은지 한 달이 넘었다. 일상의 변화란 가령 이런 것이다. 저녁 시간에 3사의 뉴스를 보지 않으니 시간이 남아돈다. 뭘 봐야 할지 몰라 5년 전의 드라마를 보고 있다. 분노가 잦아들었다. 각 방송사별 편파적인 뉴스의 논조에 대해 헐뜯지 않아도 되니 화가 나지 않는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사 헤드라인을 읽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일을 하다가도 청소를 하다가도 한숨을 내쉬고 있진 않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 타인의 감정에 동화되지 않고 있다. 뭘 모르니 대체로 일상은 그럭저럭 흘러가고 있다. 다시 뉴스를 봐야 할까. 생각이 들지만 당분간은 좀. 대신 유튜브를 열심히 본다. 집 치우는 거. 집 꾸미는 거. 보고 있으면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 하다가도 힘이 나지 않아 보고만 있는 게 함정.
김누리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는 한 번에 읽지 못했다. 뉴스를 보지 않고 남아도는 시간에 책이라도 열심히 읽으면 생산적인 사람이 될 텐데. 넷플릭스는 많이 재밌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주인공 윤지호는 이런 말을 한다. 애정과 사랑이 있는 결혼은 금수저들만이 하는 거라고. 집이 없는 지호는 집이 있지만 2048년까지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세희와 계약 결혼을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경쟁이라는 걸 한 쪽으로 치워버린 채 살아간 나조차도 이렇게 힘이 든 데. 다른 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무한 경쟁의 압박 속에서. 대학교 갔더니 취업해야 하고 취업했더니 결혼해야 하고. 당연한 수순처럼 그래야만 하는 삶. 가장 확실한 건 부동산밖에 없다고 젊은 애들이 말하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삶.
내 탓이라고만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사는 건. 한 출판사 유튜브를 구독해 보고 있는데. 음. 보고 있으면 뭐랄까. 자격지심의 바닷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때 꿈을 크게 가지고 행동력을 끌어냈더라면 어땠을까. 괜히 후회해 봤자 속만 상하는 거 아는데. 나에게도 기회라는 게 있었다면 어땠을까.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는 나의 피해 망상에 근거를 달아준다.
사실 피해 망상이 아니라고도 해주는 책이다. 개인의 불행에 개인의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라는 것이다. 독일과 한국의 사례를 제시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준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68혁명의 개념과 실체를 들려준다. 정치 민주주의는 이루었지만 사회, 교육, 복지, 일상의 민주주의는 이루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알려준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건. 내가 노력하지 않은 탓이라고. 잘못된 생각이었다. 애초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독일의 경우 대학생이 되면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까지 지원해 준다. 학교 자체에 서열이 없으며 입학시험을 치르고도 사정이 있으면 나중에 가도 된단다. 단답형과 주관식 시험이 없다. 아이들을 경쟁 사회 속으로 밀어 넣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은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으니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드러내고 자격지심을 내보인다. 내가 저기 들어갔으면 저보다 높은 직급이 됐을 텐데. 부질없는 생각에 사로잡혀 꼬여 있다. 우리의 불행이 당연하지 않은 이유를 알고 나니 속이 시원해진 건 아니지만 나의 분노, 나의 망상, 나의 치졸함을 받아들여도 되겠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2022년의 대한민국이 이렇다는 걸 믿기 힘들다.
정신 차리고 1분 괜찮으면 5분,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다시 뉴스를 보긴 봐야 한다. 뭘 모르는 건 나쁜 거니까. 돈 많아서 이민 가지 않은 이상 흉악한 꼴을 계속 봐야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 들어야 하는데. 그런 내 탓이 아니고 사회 구조의 탓이라는 걸 인지하면 고통의 크기는 줄어들 수 있으니까. 기회가 없는 사회에서 기회가 한 번이라도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나를 착취해서는 안 된다. 내가 느끼는 죄의식을 버리면서 가야 한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리뷰
이것은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에 대한 리뷰이다.
저자는 김누리 교수로 독어독문학과 교수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밝힌다. 그리고 독어독문학과 교수인 만큼 독일의 사례를 많이 보여주는 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북으로 소장했는데 아주 후회없는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주변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다. 우리는 불행한가? 행복한가? 우리는 왜 불행을 당연히 여기고 있는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세계에서 노동 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세계에서 불평등이 가장 높은 나라는? 세계에서 아이들을 가장 적게 낳는 나라는? 정답! 한국입니다! 딩동댕동, 네 맞습니다. 지금 우리 나라의 현실이다. 우리는 정말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치 민주화를 이루고, 세계가 놀라워하는 경제 성장도 이루었는데,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부의 불평등, 노동의 불평등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과거에 비해 우리 나라는 살기 좋아졌고, 과거에 비해 풍요롭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아이들이 가장 우울한 나라이고, 세계에서 아이들을 가장 적게 낳는 나라이고 세계에서 모두가 모두를 가장 불신 하는 나라이다. 그래서 '살 수 없는 지옥' 즉 '헬조선' 이라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왜 우리 나라는 살 수 없는 나라인 헬조선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헬조선을 탈출하려고 하는가? 이제부터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는 지금 어떠한가에 대해 점검해보려고 한다. 더 나이가 우리의 불행의 원인과 그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이 책을 쓴 김누리 교수는 중앙대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 독일유럽학과 교수이며, 독일유럽연구센터 소장,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서울대,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독일 현대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작가 귄터 그라스의 문학을 연구하면서 독일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중앙대 독일연구소가 도쿄대, 베이징대에서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는 '독일유럽연구센터'로 선정되었고, 현재 이 연구센터의 소장을 맡아 학술 및 교육, 문화 교류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독일의 정치, 경제, 문화 관련된 내용과 독일 통일 과정이나 특징들이 나오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는 독일의 상황이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고 우리 나라가 배우고 받아들일 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들어가는 말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이룬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나요? 왜 이렇게 비참하게 굴종하며 기어야 하나요? 왜 우리 아이들은 행복해야 할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이렇게 우울하게 지내야 하나요? 무엇이,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그 또한 이런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왔고 결국 독일이라는 거울에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보는 방식으로 답을 구해보고자 했다. 왜냐하면 독일은 우리에게 여러 면에서 비교할 가치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첫째, 우선 현대사의 궤적이 가장 유사하다.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과 분단의 운명을 공유했다. 둘째, 국가의 규모도 비슷하다. 통일 이후 독일은 약 8천 4백만 인구인데 우리 나라도 통일이 된다면 한반도도 7천 8백만 인구 규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쨔, 독일은 미국 모델에 대한 '대안 모델' 이다. 독일 사회가 유토피아의 모습은 아니다. 독일 또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이 문제들을 '상식적' 즉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면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 나라도 인간을 존중하는 상식적인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 책은 '차이나는 클라스' 강연을 풀어 쓴 강연록이다. 131회 '독일의 68과 한국의 86 편과 132회 '우리의 소원은 통일 편을 녹취하여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사실 김누리 교수가 방송에 나와 강연한 내용들을 엮어 다시 책으로 낸 것이다. 그래서 강연을 보고 난 뒤에 이 책을 읽으면 훨씬 정리도 되고 자기 언어화 하기에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강연을 인상 깊게 보아서 책도 구매해 읽었다. 문장 역시 강연하는 어투로 서술해서 읽는 데 부담이 없다. 우리나라 교육의 실태에 특히 공감했고 교육만이 아니라 사회 다양한 방면에서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도대체 내 삶은 왜 이럴까? 살면서 한 번쯤은 고민해 본다. 이다지도 열심히 일하고, 번 돈도 아껴서 가치 있게 쓰고 있건만, 행복한 삶은 항상 먼 꿈일 뿐이다. TV에 나오는 막장 뉴스들을 보며 도대체 우리 사회는 왜 이럴까? 고민해 본다.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많이 일하며, 손꼽히는 경제 강국임에도, 가장 많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사회적으로 불행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몇 번의 투표,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바뀌는 것은 없다. 점점 포기할 것만 늘어간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헬조선’이라고 말한다. 불행은 우리의 일상이다.
여기에 저자는 책 제목으로 답한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급변하는 세상에 잘 적응하는 것 역시 생존에 중요하다. 하지만 늘 적응하기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의 세상은 적응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 방법은 새로운 상황을 창출해내고 주도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 잘못된 상태를 바꿀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필요한 것은 “단지 그것을 실행에 옮길 용기와 비전이 없을 뿐(p.345)”이다. 저자는 그 용기와 비전을 68혁명과 분단체제 극복에서 본다. 여기서부터 우리나라의 잘못된 현실을 인식해나가야만, “현대사회의 초등교육”을 거쳐 새로운 상상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상상력은 무엇으로 이뤄질까. 아마도 민주주의가 아닐까. 촛불혁명도 이뤄낸 대한민국에서 무슨 민주주의를 운운하냐고 할지 모르겠다. 이미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치적 민주주의에 국한된다. 저자의 평가대로 대한민국은 정치 민주화가 잘 이뤄진 나라다. 반면 사회, 경제, 문화 민주화 영역은 여전히 후진국이다. 우리 사회의 여러 병폐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저자는 독일과의 비교를 통해 여러 예시까지 제시해 준다. 우리의 일상에서는 아직도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민주주의는 직장 앞에서 멈춰서고, 약탈적 시장논리 앞에 무력하다. 노조는 악의 축으로 취급받고, 이견을 내고 질문하는 것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파시즘적인 병영문화가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고 스스로를 검열하고 착취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68혁명의 부재와 분단체계의 한계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68혁명의 영향권에 있지 못하다. 이 시기에 한국은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은커녕 가장 억압이 강력해졌다. 분단체계를 골자로 한 반공주의 강화, 독재를 기반으로 한 파시즘적 병영문화는 해방보다 억압의 내면화를 주었다. 주민등록법, 국민교육헌장, 예비군 훈련, 교련 수업들은 한국인들에게 ‘내 안의 파시즘’과 ‘아주 일상적인 파시즘’을 내재시켰다. 그리고 이것들이 한국의 가장 근본적인 생활 문화다. 안 되면 되게 하라. 까라면 까라. 이런 상명하복의 문화가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도 누구나 한국 사람이라면 그렇게 행동하거나 할 수 있다.
이것이 해결 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 바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87체제의 성립이다. 하지만 변화의 주역이었던 86세대는 세대적 한계에 따라 이상 사회에 대한 비전과 상상력의 지평이 협소했고(p.133) 정치 민주화, 즉 지배 세력의 교체만 이뤄냈다는 한계를 지닌다. 분명 그들 탓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쉬울 따름이다. 사회 전반의 권력을 장악한 채, 개혁보다는 정치 게임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386 세대유감>에서 평가한바, 독재를 끝냈지만, 독재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았고, 독재와 싸우다 가장 독재와 닮아버린 세대. 우리는 “3김 시대가 결국 두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나서야 종료된 것처럼, 386 시대가 그들끼리 돌아가며 마지막까지 버티는 것(<386 세대유감> p.424)”을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
저자는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의 능력은 충분하다고,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와 비전이다. 이는 개개인이 민주주의자가 되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이는 개개인이 강한 자아를 가질 때 가능하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 일상에서의 민주주의를 이끌어내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인 상상력, 비전을 획득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누구보다 정치적이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이란 단어는 매우 위험한 단어다. 심지어 욕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정치는 우리의 일상과 매우 관련이 깊다. 현대 사회에서 삶 자체가 정치적이다. 내가 사는 생산품, 내가 보는 글, 내가 말하는 이야기. SNS에 올리는 그 어떤 사진들조차도 정치적이지 않은 게 없다. 다만 우리가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책을 덮고 나니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는 저자의 책 제목은 오히려 역으로 읽힌다. 우리가 비정치, 탈정치를 주창하며 민주주의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분단체제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없다면. 우리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상황을 외면한 채 버티기에만 급급하다면, 지금 이대로 우리가 살아간다면,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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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는 <죽음의 스펙터클>에서 한국 사회의 특징을 네 가지로 짚었습니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p.6)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가 그것입니다. p.7
우리가 이룬 이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나요? ...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p.7
‘인간 존엄은 불가침하다’라는 근대 사회의 ‘상식’을 헌법 제1조로 가진 나라가 바로 독일입니다. 저는 우리가 ‘헬조선’을 벗어나 유토피아로 진입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존중(p.8)하는 상식적인 나라가 되기를 소망할 따름입니다. p.9
촛불집회가 보여주는 것은 이것이다. 한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대한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취약한지,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p.35
이 나라에서는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가 괴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충분히 민주주의자가 되지 못한 거지요. p.37
사회 민주화 ...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사회 각 영역에서 개별 조직 내의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까지 자치적인 운영을 하고, 자율적인 결정을 하느냐 하는 정도를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p.43) ... 구성원들의 의사가 어떻게 민주적으로 모아지는가 하는 것, 즉 조직(p.44)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조직 내부에서 형성되는가 하는 것이 사회 민주화의 요체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사회 민주화의 기본 원리는 ‘구성원들의 자치’입니다. p.45
경제 민주화 ... 기본적으로 경제 기구, 특히 기업 안에서 과연 어느 정도 민주적인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가를 경제 민주화의 기준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 가장 민주화가 안 된 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기업입니다. ... 한국 기업에서는 그 소유자가 그야말로 전제 군주처럼 행동합니다. p.50
“우리 시민들은 국가시민으로서는 의회와 정부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주권을 가진 존재이다. 그러나 경제시민으로서는 노예로 산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볼프강 미슈니크(1976년 노사공동결정제 법안을 대표 발의, 자유민주당(FDP) 원내대표)가 법안을 발의하면서 한 연설 p.57
문화라는 건 인간과 인간이 맺는 관계들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 민주화란 바로 이 관계들의 민주적 변화를 뜻하지요. 남성과 여성,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이런 관계들이 수평적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p.61
베트남전쟁을 보면서 도덕적 충격을 느끼고, 미소 간의 핵무기 경쟁을 보면서 부조리한 세계를 체험한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 전체를 부정하고 기성 가치 전체를 회의하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가치 질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기성세대가 이루어 놓은 것은 기실 거대한 억압의 체계이고, 이것을 혁파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여기서 ‘모든 형태의 억압(p.72)으로부터 해방’이라는 68혁명의 핵심 구호가 탄생하게 됩니다. p.73
권력을 비판하지 못하는 개그가 약자를 공격하는 형태는 그 자체로 한국 사회의 병리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p.89
‘모든 지배적인 지식은 지배하는 자의 지식’이라고 보기 때문에 지식 그 자체보다는 특정 지식이 지배적인 지식이 된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 p.90
많은 미래학자들이 동북아시아가 21세기에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동북아시아의 현실은 어떤가요. 지금 이 지역은 꽁꽁 얼어붙어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봅니다. 일본의 과거, 한반도의 현재, 중국의 미래가 그것입니다. / 일본은 많은 장점을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묶여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시아에서 어느 나라도 일본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일본의 과거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현재’란 금방 이해하시겠지요. 한반도의 분단으로 인해 동북아시아 전체가 물리적으로 소통이(p.107) 안 되는 형국입니다. 중국의 ‘미래’가 뜻하는 것은 미래의 중국이 패권주의로 나아갈 것이라는 공포를 주변국들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p.108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베르볼트 브레히트 p.130
결국 문제는 민주화 이후 86세대가 보인 행보입니다. 그들은 정치 게임에 능한 반면, 사회개혁에 무능했습니다. 이것이 한국의 86세대와 독일의 68세대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p.135) ...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새로운 사회로 변화하지 못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86세대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도덕적 우월감입니다. ... 그들의 상대는 언제나 외세에 기대어 기회주의적으로 사적인 이익만을 탐하는 수구 보수들이었습니다. ... 항상 도덕적으로 우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p.137
68혁명의 부재 때문에 지금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시대착오적인 현상들 ... 첫 번째는 인권 감수성의 부재(p.141) ...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정말 부족 ... 두 번째 현상은 소비주의 문화(p.143) ... 소비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발전하고, 잘사는 나라가 된다는 논리 ... 소비주의와 물질주의 논리만이 전면적으로 지배하는 참으로 놀라운 사회 p.146
민주주의 최대의 적은 약한 자아 테오도르 아도르노 p.148
‘성 정치학’이 탄생 ... 깊은 죄의식을 내면화한 인간일수록 약한 자아를 갖게 되고, 약한 자아를 가진 인간일수록 권력에 굴종적인 인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즉, 죄의식이라는 성적, 심리적 문제가 권위주의라는 정치적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지요. / 이를 요약하면 인간의 성을 억압하면 억압할수록, 그 개인은 권력에 굴종적인 인간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권위주의적 성격’이론이라고 합니다. p.152
세 번째 특징은 한국 사회가 권위주의 사회라는 것입니다. (p.156) ... 살인적인 경쟁은 승자 독식의 논리와 연결되어 권위주의 문화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p.157
교육, 즉 에듀케이트‘라는 말은 ’밖으로(e-) 끌어낸다(duc-)’는 뜻입니다. ... 고유한 재능은 사람 안에 이미 다 들어 있고, 그걸 끌어내는 게 교육이지 ‘지식을 쳐넣는’ 것이 교육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가 한국에서 배운 교육은 사실 반교육에 가깝습니다. p.159
우리 한국인은 경쟁을 마치 정의의 유일한 기준인 양 절대시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정의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정의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여기서 독일과 한국의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독일 사회는 그 구성원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제공하려고 하는 반면, 한국 사회는 그 구성원에게 최소한의 기회마저 박탈하려고 합니다. p.165
한국 사회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자살 사회’로 굳어진 것은 바로 한국 사회가 ‘자기착취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사회적, 심리학적 구조를 정확히 투시해야 합니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 부단히 전가하는 지배자들의 기만적인 논리를 내면화하고 신념화해서는 이 사회를 변혁할 수 없습니다. p.169
소외의 문제(p.176) ... ‘배제’라기보다는 ‘전복’에 그 핵심이 있습니다.(p.177) ... 대상이나 현상이 본래는 ‘나’의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나’의 것이었는데, 이것이 점점 ‘나’로부터 멀어져 낯설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이제는 역으로 ‘나’를 지배하고, ‘나’는 그것에 종속되는 전도 현상 p.178
여성해방 운동과 페미니즘 운동은 68혁명의 중요한 흐름 가운데 하나였는데, 이제야 한국에서 그런 현상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지요. p.181
유럽과 서구의 흐름을 보면 어느 사회에서나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더 ‘진보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여성들이 어느 사회에서나 성적 억압과 사회적 억압, 즉 이중의 억압을 당해왔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고통과 억압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저는 ‘진보’란 정치적 좌우 개념을 넘어서 보다 넓은 의미에서 ‘고통과 억압에 대한 민감성’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겪은 고통과 억압을 보다 민감하게 느끼는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 좌파라는 겁니다. 이에 반해 보수는 대개 고통과 억압보다 권력과 질서에 민감하지요. p.182
한국 사회에서 12년 동안 교육을 받고, 3년 동안 군대를 갔다 온 저 같은 남성이 ‘정상적인 인간’이 되는 게 가능한가? 제 경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p.186
지금까지 인권 감수성에서부터, 소비주의, 권위주의, 자기착취와 소외, 성도덕 문제에 이르기까지 68혁명의 부재가 한국 사회에 드리운 ‘그늘들’을 짚어보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서구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깊이 있게 논의되고 실천적으로 극복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념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비유컨대 한국 사회는 서구 사회가 50년 전에 졸업한 ‘현대 초등학교’를 아직도 마치지 못한 셈입니다. 그들과 반세기의 격차가 생겨난 것이지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가 제기하는 ‘헬조선’ 담론이나 ‘꼰대’ 담론은 바로 우리가 제대로 현대사회의 초등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 그럼 한국 사회는 왜 이런 지체된, ... ‘예외 국가’가 되었을까요? 그것은 우리 사회가 거쳐온 독특한 역사적 경로 때문입니다. 식민 지배와 군정, 분단과 냉(p.188)전, 내전과 반공주의, 군사독재와 민주화라는 격변의 역사 속에서 생겨난, 대한민국만이 거쳐 온, 아주 독특한
역사적 경로가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분단체제는 지난 70년간 우리 사회를 아주 기형적인 사회로 만든 핵심적인 요인입니다. p.189
인류의 역사는 해방의 역사였고, 모든 해방은 자기해방이었습니다. p.215
독일의 가장 우파 정당이 한국의 가장 좌파 정당보다 더 좌파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그 정도로 한국의 정치 지형은 극단적으로 우경화되어 있습니다. p.229
한국은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는’ 사회가 아니라, ‘수구와 보수가 과두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p.234
보수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동체입니다.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것이 보수의 첫 번째 특징입니다. 개인을 공동체보다 더 중시하는 쪽은 자유주의이지요. 그래서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를 구분할 때 결정적 기준이 개인을 우선하느냐, 공동체를 우선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 보수가 공동체를 중시하기 때문에 바로 가장 근원적(p.235)인 공동체로서 민족을 중요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수주의자는 대부분 민족주의자인 거지요. ... 다음으로 보수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역사입니다. 전통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과거에서 배우려는 자세가 보수의 자세이지요. ... 또한 보수주의자들은 문화도 중시합니다. 세련된 언어를 쓰려고 노력하고, 품위와 품격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p.236
수구란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외세와 손잡고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무리들입니다. p.237
고려대 김우창 명예교수는 한국 사회가 ‘오만과 모멸의 구조’로 되어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이 살벌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은 승자는 턱없이 오만하고, 패자는 너무나 깊은 모멸감을 내면화하고 살아간다는 것이지요. p.240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치지형을 가진 나라입니다. 지난 70년 동안 한국 정치는 보수와 진보가 경쟁을 한 것이 아니라, 수구와 보수가 권력을 분점해 왔습니다. 이것이 한국 사회가 오늘날 정치 민주화와 경제성장,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헬조선’이 된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p.245
이 기형적인 국가, 이 부조리한 사회를 만든 것은 바로 남한과 북한의 냉전체제입니다. (p.262) ...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통일이 아니라 냉전체제 극복이라는 얘기입니다. p.263
독일 통일은 흡수 통일이라는 한국인의 잘못된 인식은 언제나 역사를 승자의 관점에서 보는 관성에서 나온 오류입니다. 현재 독일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정치 사회적 변화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오류의 수정이 필요합니다. ,,, 우리가 독일 통일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두 번째 사항은 독일 통일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었다는 주장입니다. p.293
동도의 몰락은 사회주의의 몰락이자, 낙관적 이난관의 몰락을 의미합니다. p.303
세 번째 오해는 독일이 우리와는 달리 통일 환경이 훨씬 우호적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사실 동독과 서독은 서로 통일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습니다. p.305
한반도의 통일이란 지난 100년 동안 있었던 다양한 사회주의의 실험 중에서 가장 권위적인 사회주의 국가와, 지난 세기의 수많은 자본주의 사례 중에서 가장 약탈적인 자본주의 국가가 합쳐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통일은 고질적인 병을 앓고 있는 두 국가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 그래서 저는 한반도의 통일은(p.319) 남북이 자신의 고질병을 치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권위주의적 사회주의를 민주화하고, 동시에 남한의 약탈적 자본주의를 인간화하는 것이 통일의 사회적 실체가 되어야 합니다. p.320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통일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분단체제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전제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p.328) 안 된다’는 공동의 인식입니다. p.329
우리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상상력이 너무도 빈약하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를 종속변수로 보는 태도도 바뀌어야 합니다. 우(p.344)리가 움직임으로써 새로운 상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바뀌는 상황에 무조건 적응하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 잘못된 상태를 바꿀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실행에 옮길 용기와 비전이 없을 뿐입니다. p.345
김누리 교수.
그분의 유튜브와 함께 그분의 강연, 차이나는 클라스의 강의 를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그는 공개강연에서 김누리 교수는 난민 문제로어려울때, 유일하게 난민을 받은 독일을 주목했다. 더불어 독일의 여러 상황속에서 경쟁이 아닌 연대와 평등, 그리고 살아있는 삶을 이야기 하며 그것의 기반과 특징은 바로 교육이라는 점을 말한다.
교육..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뀌지 않는단어. 경쟁이 마치 자연스러운 이사회에, 끝없는 경쟁으로 추락시키는 단어. 그것이 바로 교육이다. 교육을 향한 그 마음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김누리 교수의 이책은 당신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