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추리'와 'SF'라는 문학 쟝르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이다. 지금은 국내
작가들의 작품들을 쉽게 검색할 수 있고 출판사들도 하나의 독립 쟝르로 인식해서 출판에
대해 높지 않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해저 2만리", "15 소년 표류기", "80일
간의 세계 일주" 같은 '쥘 베른'의 작품들과 'H. G. 웰스'의 "우주 전쟁"은 대부분의 청소년들
에게는 필독서와 같아서 어린 나이에 쉽게 SF의 매력에 발을 딛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접하게 되는 SF 명작들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관에 갖혀 독자들에
게서 선택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할리우드 영화나 게임 등을 통해 접했던 수많은 작품들
은 영상이 주는 테크놀로지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관객들에게 쉽게 동의 시키면서
쟝르로서의 확장성을 끊임없이 성공시키고 있다.
사실 그런 원작이 주는 부담감, 특히 방대한 길이 ('프랭크 허버트'의 "듄"과 '아이작 아시
모프'의 "파운데이션" 등등)와 심오한 내용 ('테드 창'의 작품들 등등)은 이 책에서 소개한
영상을 기반으로 유명한 작가들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캐머런', '조지 루카스', '리들리
스콧', '데즈카 오사무' 등)이 글로 풀어 내는 작가들보다 친숙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소개된 작가들의 단편을 중심으로 좀 더 넓은 SF의 바다 속으로 깊게 들어가
보고 싶다.
과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sf 장르에 속한 다양한 작품들을 탄생시킨 50명의 작가와 영화감독, 만화가등 다양한 인물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이라면 다양한 작품에 대한 서평을 수록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책의 내용을 읽어보니 그 작품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이런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면 네이버 검색을 하면 쉽게 알아볼 수 있어서 굳이 책을 사야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그들의 배경과 작품에 관한 깊이 있는 평가와 색다른 견해를 알아볼 수 있었기에 책을 구매한 것이 절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특히 어린시절 너무나도 사랑했던 ET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어렸을 때 남동생이 스타워즈의 제다이가 광선검을 휘두르는 것에 감동을 받아 집에서 장난감칼을 휘두르다 내 허벅지를 찔러서 동생에게 강력하게 응징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어릴 적 스타워즈를 봤을 때 누구나 한번쯤 제다이가 되어보길 꿈꿨을텐데, 그저 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다이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세계 곳곳에 있다는 것이 놀랍다.
검도도 하고 펜싱도 할 수 있는데 광선검도 뭐....
그런데 기에 가면 정말 광선검을 잡아볼 수 있을지 좀 궁금하긴 하다.
요즘 반일 분위기때문에 일본에 대해 언급하기 그렇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일본 애니들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미래소년 코난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아톰의 데즈카 오사무는 일본 애니를 좋아하지 않아도 그들의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장들이다.
그들이 작품 속에 담은 미래 문명에 대한 비판과 친환경적 메세지들은 지금 보아도 감동적이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몇 십년 전의 작품인데도 지금 보아도 좋을만큼 퀄리티가 훌륭하고 무척 깊이있고 진중한 메세지들이 담겨 있다.
과거 일본 애니는 정말 훌륭했는데, 현재는 그 때의 그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한 채 몰락하고 있는 거 같아 개인적으로 좀 아쉽다.
SF 장르를 많이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책에서 워낙 유명한 인물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어서 대부분 아는 이름이라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최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테드 창이나 류츠신같은 중국 출신의 작가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에 우리나라 작가가 없다는 점 하나만 아쉬울 따름이다.
부디 언젠간 우리나라 작가들의 훌륭한 작품들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되길 기대해 본다.
저자 - 김보영, 박상준, 심완선
이 책은 총 다섯 개의 챕터로, 50명에 달하는 SF 거장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작가뿐만 아니라, 영화감독이라든지 만화가, 비주얼 퓨처리스트까지, 그야말로 과거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SF를 발전시킨 사람들을 총망라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 작가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대표작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밝히고 있는데, 몰랐던 사실이나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다,
『1장 원형의 태동』은 SF라는 장르를 처음 만든 사람들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메리 셸리’라든지 ‘쥘 베른’, ‘H.G. 웰스’ 같은 작가들이 등장한다. 어릴 때 명작 동화로 만나나 작가들이 많았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인 메리 셸 리가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엄청난 악평을 받았다는 사실은 다시 봐도 마음이 아프다.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여류 화가도 있었다는 기억이 났다. 작품이 명작인데 성별이 무슨 상관이람? 질투쟁이들 같으니라고. H.G. 웰스가 소설 속에서 표현한 미래가 하나둘씩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놀라웠다. 그가 예언한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만들어보기로 한 걸까
『2장 장르의 성숙』은 SF 장르의 기본 법칙을 만든 작가들을 알려준다. 그러니까 제헌 헌법을 만든 초대 국회의원이라고 비유하면 될까? ‘조지 오웰’에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그리고 ‘로버트 하인라인’에 ‘데즈카 오사무’까지! 나만 그럴지 모르겠지만, SF소설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작품은 소설은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으니, 아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접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데즈카 오사무의 ‘우주소년 아톰’은 내 어린 시절 추억 중의 하나다. 또한, DC 코믹스의 ‘슈퍼맨’과 마블 코믹스의 기보를 세운 ‘제리 시걸’, ‘조 슈스터’ 그리고 ‘스탠 리’도 등장한다. 슈퍼맨은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걸 알았는데, 마블도 만만찮게 꽤 길었다.
『3장 변주의 만개』는 다양한 개성을 마음껏 표출한 작가들을 얘기한다. ‘할란 엘리슨’, ‘필립 K. 딕’ 그리고 ‘어슐러 르 귄’ 등등. 이 시대의 작가들은 SF에 심리학과 철학 그리고 인류학과 가상 현실을 연결했다. 그전까지의 범위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아!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낸 ‘론 허버드’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SF 작가에서 종교의 창시자라니……. 뭔가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많이 간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4장 상상의 월경』은 3장의 작가들보다 더 개성적이고 무한한 상상력을 펼친, 정말로 개성적인 작가들을 다룬다. 우선 좀비 영화의 시조인 ‘조지 로메로’를 비롯해 SF 영화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리들리 스콧’ 같은 영화감독이 있다. 또한, ‘미야자키 하야오’와 건담을 만든 ‘토미노 요시유키’ 같은 애니메이션 제작자도 등장한다. 건담은 애니메이션은 보지 못했지만, 프라모델은 많이 봤다. 이어서 ‘마거릿 애트우드’, ‘로저 젤라즈니’ 그리고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등이 등장한다. 제임스 탑트리 주니어에게 벌어진 일은, 100년 전 메리 셸리에게 일어난 사건과 비슷했다. 성별을 밝히지 않았을 때는 좋은 작품이라고 하다가, 여자라고 밝혀지니 재평가해야 한다고 깎아내리는 짓 말이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100년이 지나도 제자리에서 머무르고 있나 보다. 하긴 진화가 그렇게 급속히 일어날 리가 없겠지.
『5장 미래의 현재』는 최근 두각을 드러내는 작가들을 소개한다. 최근이라고 하기엔, 예전부터 유명했던 사람들도 있다. ‘마이클 크라이튼’, ‘더글러스 애덤스’, ‘조지 R. R. 마틴’, ‘코니 윌리스’ 그리고 ‘류츠신’ 등등. 아, 류츠신은 아시아 최초로 휴고상을 수상한 ‘삼체’의 작가이다. 나와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게 궁금하면, 여기에 소개된 작가들의 책을 읽어보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작가나 아직 읽어보지 않은 많은 책에 관해 알게 되었다. 하나하나 적어가면서 다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덕질에는 돈과 시간이 드는 법이다. 하아, 역시 로또…….
예전에는 난해하고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SF 문학을 읽지 않았는데, 요즘은 인터넷서점 장바구니에 SF 문학이 그득하다.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곰곰 생각해보니, 연초에 코니 윌리스의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기억과 테드 창의 <숨>을 읽고 큰 감명을 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만큼 한국 남성 작가들의 책을 읽지 않게 되면서 그동안 무심했던 장르의 책들을 읽을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도 있고...
'기왕 SF 문학을 읽기 시작했으니 제대로 읽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집어든 책이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이다. 이 책은 한국의 SF 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김보영, 박상준, 심완선 세 작가가 SF 문학의 시초로 여겨지는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부터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SF 작가인 테드 창과 코리 닥터로우에 이르는 SF 문학의 연대기를 정리한 결과물이다.
이 책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중에서도 첫째로 들 수 있는 장점은 문학뿐 아니라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불문하고 SF로 통칭할 수 있는 작품들을 폭넓게 선별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어슐러 르 귄 같은 작가들의 이름이 나올 거라고는 짐작했지만, 데즈카 오사무, 미야자키 하야오, 스티븐 스필버그 등의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니 이들만큼 SF에 정통하고 대중들에게 SF를 널리 알린 'SF 거장'이 없는데 이들과 SF를 쉽게 연결 짓지 못한 것을 보면, 나조차도 SF라고 하면 일종의 서브컬처 또는 하나의 장르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이 책은 또한 SF가 비현실적이라는 인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을 펼친다. 이것에 관해서는 김보영 작가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는 과학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현대에는 과학 소설이 사회 소설이며 우리의 현실을 가장 직설적으로 반영하는 문학이다. 많은 SF 작가들이 말하듯이 SF는 미래를 예측하는 문학이 아니다. 이 책이 보여 주듯, 미래를 바라본 그 많은 작품들이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으며,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그에 따라 세상을 바꾸어 간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6쪽, 서문 중에서)
아울러 이 책은 SF의 변화가 시대의 변화, 사회의 변화에 선행한 예를 자세히 보여준다. SF는 여성, 유색인종, 성소수자 등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차별당하는 집단 또는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도구로 자주 활용되어 왔다. 지금처럼 성 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았던 시절에도 메리 셸리, 마거릿 애트우드, 어슐러 르 귄, 코니 윌리스 같은 여성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당하는 억압과 차별을 묘사하고 성 평등이 이루어진 세상을 상상했다. 오랫동안 서구 백인 남성들이 장악했던 SF 문학계에서 여성 또는 제3세계 출신 작가들이 약진하는 현상도 눈여겨볼 만한 흐름이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다.
9.5
정작 SF 소설은 많이 읽지 않으면서 이렇게 SF를 소개하는 책은 많이 읽는 것 같다. 아직도 SF가 내게 낯설기 때문일까? 이 책에는 제목대로 SF계의 거장과 그들이 쓴 걸작을 소개했던 신문 사설들이 수록됐다.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부터 류츠신의 <삼체>까지 살펴보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했거나 혹은 시대에 영향을 끼친 SF 작품들을 다뤘는데 워낙에 저자들이 간결하면서 맛깔나게 소개해 기회가 닿는다면 언급된 책 전부를 읽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막상 읽으면 내 취향 아닐 작품도 꽤 될 텐데. 어쩌면 SF 소개하는 책을 이래서 읽는 게 아닌가 싶었다.
메리 셀리가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이란 캐릭터가 2차 창작을 거치면서 그 존재 의의가 어떻게 오인됐는지에 대해서 얘기한 첫 번째 장부터 몰입도가 높았다. 종이 질감이라든지 첨부된 사진의 퀄리티라든지 저자들 일러스트 등 전반적으로 책의 만듦새가 좋고 SF 전문가인 저자들의 글솜씨도 그에 뒤지지 않았다. 3명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박상준 씨는 예전에 우리 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SF에 관한 강의를 하신 적이 있는데 당시 교수님 강의를 들을 때도 느낀 거지만 이분의 SF에 대한 사랑과 자신이 사랑해마지않는 SF의 매력을 어필하는 솜씨는 정말 보통이 아니다. 이 정도로 애정을 담아 설명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작품을 접한 건지, 또 얼마나 많이 사유를 했을지 생각하면 나도 이렇게 한 분야에 미칠 수 있을까 싶어 일종의 자괴감도 든다. 나도 이렇게 박학다식하고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에 참여한 저자들이나 소개된 작가들이나 다 좋아서 하다보니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이겠지. 본받고 싶은 모습이다.
처음엔 SF 소설가만 소개하는가 했더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나 미야자키 하야오,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와 스탠 리 등도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상적으로 SF 소설가로 분류되지 않는 조지 오웰 같은 작가도 <1984> 같은 작품을 들며 SF적 맥락 안에서 소개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SF라는 장르가 생각보다 동떨어진 장르가 아님을 이해시켜준다.
이름과 작품 제목은 많이 들었지만 오래 전 작품이라 손길이 안 가는 독자들의 심리를 저자들도 아는지 왜 이 작품이 걸작이고 그를 쓴 저자가 거장인지 일목요연하게 소개했다. 원체 'SF 입문용' 책을 많이 읽어서 이번에도 같은 표현을 쓰기 좀 그렇지만;; 이 책이야말로 SF에 입문할 때 이정표로 삼을 만한 책이지 않은가 싶었다. 비슷한 책을 많이 읽었고 그때마다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작품들이 있는데, 이젠 진짜로 그 작품들을 읽을 때가 된 것 같다.
책의 내용이 방대하므로 인상 깊던 부분을 꼽자면 글이 꽤 길어질 것 같으니 그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기억나는 것만 간략히 적어보겠다.
이질적인 존재를 우리 인간은 어느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담긴 <프랑켄슈타인>은 여성 작가가 썼고 너무 시대를 앞섰기에 저평가당했다는 게 해석이 갔다. 후대에 와서도 프랑켄슈타인의 외형에만 주목해 괴물 이야기로만 소비했지, 그 캐릭터의 본질은 깊이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는 게 안타까운 일인데 저자인 메리 셀리가 여성이란 이유로 사회 활동에 제약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 의미심장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여러모로 최초의 SF로 보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난 개인적으로 로봇이 나오는 SF 작품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에 소개된 카렐 차페크의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도 흥미로웠지만 데즈카 오사무의 <아톰>에 눈길이 더 많이 갔다. 우라사와 나오키가 리메이크한 <플루토>로 짧게나마 접한 <아톰>의 세계관이 그렇게 방대하고 심오한지는 알지 못했다. 아울러 일본이 그 작품에 받은 영향도 인상적이었는데, 그 나라가 로봇을 만들 때 외형을 귀엽게 만드는 이유는 인간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로봇이 인간에게 파괴당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란 게 충격이었다. 로봇의 권리의 기준이 어디까지인가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인 듯한데 다른 건 몰라도 이 작품은 반드시 꼭 읽어보고 싶었다.
마거렛 애트우드나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페미니즘 요소 짙게 녹아든 작품도 궁금했다. <시녀 이야기>는 대개의 걸작 SF 작품들이 그렇듯 지금도 시의성이 있는 작품이고 최근에 30년만에 후속작도 나왔다는데 작품을 쓸 때 '역사에 일어나지 않았던 일은 쓰지 않았다'는 작가의 말에 끌려 작품의 내용이 더욱 궁금해졌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거친 남자 스터일의 문체와 작풍을 구사하는데 저자가 실은 여성이라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을 때 문단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체체파리의 비법>이란 소설의 내용을 보니까 대단한 블랙 유머와 극한의 설정으로 당대 현실의 부조리를 제대로 꼬집어서 읽고 싶어졌다. 그나저나 작가가 남자 이름으로 활동한 것부터가 참 씁쓸한 부분이 아닌가...
이 작가를 소개하면서 김보영 작가가 남긴 말이 인상적이었다.
SF와 판타지 소설을 비판하는 이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문학이 세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문학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문학은 세상의 영향을 받지만 또한 세상이 문학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뿐만이 아닌 모든 SF 작품에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SF는 황당무계하단 그 이유 하나만으로 경시되곤 하는 장르다. 하지만 SF는 과학적으로 그럴싸한 황당무계함을 통해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보더 덜 황당무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장르가 아니냐는 게 내가 이 책을 읽고서 품은 생각이다. 사고의 경계를 허물게 만든다는 점에서 SF만큼 의미있는 장르도 없는 것 같다.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은데, 책에서 저자들 소개한 작품을 진정으로 읽고 싶어졌다. 만약 그 책을 읽는다면 이 책으로 다시 돌아와 저자들이 써놓은 감상과 내 감상을 비교해볼지 모르겠군. 그것도 재밌겠다.
인상 깊은 구절
로봇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게 하려면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 로봇이 윤리적으로 행동하게 하려면 우선 우리가 "윤리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 81p
SF와 판타지 소설을 비판하는 이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문학이 세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문학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문학은 세상의 영향을 받지만 또한 세상이 문학의 영향을 받는다. - 274p
읽는 데 일주일이나 걸렸는데 언제든지 이 책 펼쳐보면서 재밌는 SF 추천받을 수 있으니 이제 그만 다른 책을 봐야겠다.
아직 내가 만나지 못한 오래된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의 감상이었다.
내가 만난 거장의 이야기
테드 창. 독서 동아리에서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함께 읽었다. 지금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이전 세대의 과학 또는 상상력이라 할 만한 것들이 실제로 엄격한 법칙으로 존재하는 세계를 만들곤 한다. 그런 '끝까지 밀고 가는' 작품들에서 놀라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대니얼 키스. <앨저넌에게 꽃을>을 친구에게 빌려 읽었다. 장애인에 대해서도 동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미국 전역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고 하니, 사회를 변화시키는 소임을 한 책이다.
팁트리 주니어. <체체파리의 비법>을 홀로 읽었다. 끝없이 이 세계에서 미끄러져 사라지고 마는, 이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성들과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모습에 이입하며 읽었다. 그래, 당신들은 이해하지 못하지, 이 지긋지긋함을.
내가 지금껏 읽어 왔던 SF는 이런 것이었다. 과학법칙을 세워 놓고 설명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인 정합성을 따지는 뇌의 일부를 간질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한편으로는 영미권의, 가장 힘 있고 파급력 있는 세계의 소설들이기에 나는 줄곧 백인의 이야기, 서구의 이야기를 읽어 온 것이기도 하다. 내가 SF 소설을 좋아한다고 할 때 늘 마음속에서 대비되던 반대항은 근대 한국 문학. 구질구질하고 패배감에 절은 한국 남자들의 이야기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내가 아직 알지 못했던 이야기
그러니 앞으로 내가 읽어가고 싶은 이야기는, SF의 연대기를 따라 미래에 놓여 있는 여성과 제3세계의 이야기가 되겠지. 우선은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이야기들을 먼저 읽어야겠다.
스타니스와프 렘: 지긋지긋한 인간중심성. 인간이 되기를 꿈꾸는 A.I.처럼 인간은 모든 것을 인간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늘 불만이었지만, 그것을 벗어난 훌륭한 소설을 찾기 힘들었다. 어쩌면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에 대한 이야기는 반대로 인간인 나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 아닐까. 재미있으면서 납득가능한 이야기를 찾기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스타니스와프 렘에 대한 소개글을 읽으면서 내가 찾아왔던 그 이야기를 영미권을 벗어나면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기대하게 되었다.
류츠신: 중국 SF에 기대를 걸게 된다. 웹진 거울에서 마침 중국 SF특집으로 국내에 소개를 하고 있기도 한 상황이다. 동양적인 세계관, 익숙한 한자어로 직조된 문장들은 그동안 느꼈던 소외감을 반전시킨다. 영어로 읽는 게 더 쉽겠다! 하고 화를 내게 하는 번역문들을 SF 독서의 기본으로 두고 있다가, 이런 단어는 대체 영어로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단어들, 사자성어들을 보며 슬그머니 웃게 되곤 하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의미와 그 심상들에 편안하게 세계관에 진입할 수 있는 특권을 드디어 나도 누리게 되었다는 기쁜 마음이 든다.
(진짜로) 내가 만난 거장들
사실 가장 가까이에서, 쉽게 읽고, 심지어는 운이 좋으면 직접 저자와 의견을 나눌 수 있기까지 한 한국의 작가들이 최근 SF세계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그리하여 SF에 대한 자조적 농담이 점차 희미해지는 오늘날 나는 SF독자로 산다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한국 SF계의 오랜 농담들. 독자가 300명으로 유지된다(자동인형처럼 절로 나오던 말), 지금 사고가 나면 한국 SF는 전멸한다(SF판타지도서관에서 열린 비블리오 배틀 행사장에서), 이런 자조 섞인 한탄을 마지막으로 들은 날이 언제였던가?
내가 SF를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제일 먼저 정말 좋아하는 작가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작가는 김보영 님이었던 기억이 난다. <멀리 가는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읽히기 위해서라면 한국의 테드 창이라고 소개하겠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테드 창이 미국의 김보영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이제는 한국의 SF 독자도 SF를 골라 읽을 수 있는 단계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가 발족하여 계속하여 후속 작가들이 자리잡을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고, 2회의 SF 컨벤션이 열리기까지 그동안 활동을 놓지 않고 있던 활동가(?)들이 있다.
그러니 다음번에는, 한국 SF의 거장과 걸작을 돌이켜 보는 기회가 왔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타트렉이나 마블 유니버스를 주로 접한 나는 SF 장르를 내가 상상하지 못한 신기한 세계, 기술을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는 맛으로 봐 왔다. 여기에 매끄러운 스토리텔링과 그럴듯한 타당성이 합쳐지면 금상첨화였다. 이렇게 스펙터클 위주의 SF영화를 즐기는 나에게 소설책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가장 먼저 손에 든 책이 어슐러 르 귄의 <어둠의 왼손>이었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 채 유명해서 고른 SF소설은 나에게 절망을 안겨줬다. 외우기도 힘든 등장인물들의 이름, 지명, 각종 기술이나 명칭 등이 난무하는 것 덕분에 머리 속으로 세상을 그리려다 포기하고, 책을 앞뒤로 찾아보다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한동안 다시 영화로만 책을 즐겼다.
2019년 가을, 친구의 추천으로 책 한 권을 샀다. SF장르인지도 모르고 산 김초엽 작가의 단편집이었고, 바쁜 와중에도 너무 재밌어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같은 상을 받은 박해울 작가의 작품과 영화로 먼저 접한 테드 창의 소설을 읽었고, 최근엔 마거릿 애트우드의 책을 사뒀다. 이 책이 먼저 와서 SF 연대기를 읽으니 더 기대되고 다른 책도 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익숙하진 않지만 이 책을 통해 익힌 지식을 통해 작가들이 보여주는 세계관을 머릿속에 그릴 힘이 길러지길 바랄 뿐이다.
"내가 지각하는 세상과 실제 현실이 다를 수 있다." 망상 섞인 헛소리로 들릴 지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중략) 다른 감각 능력과 기관을 가진 동물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고 있을 것이다. 딕은 현대 사회가 그의 소설만큼이나 복잡하고 비정형화되면서 널리 공감을 받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세상은 원래 다원적이고 비정형적이었지만, 과거에는 좀 더 많은 것이 통제되고 감추어져 있어서 억지로 단순해 보였고, 지금은 사람들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겠다. p.163
나는 특히 다원적 세상을 보여주는 SF의 모습에 흥미를 느낀다. SF가 단순히 외적인 화려함을 추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관찰한 현실과 과학적 정합성에 기반한 사고실험이라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들 특유의 민감한 관찰력과 뛰어난 상상력이 만들어낸 SF는 단순히 스펙터클만 기대한 나에게 새로웠다. 이 책을 통해 그런 SF의 역사와 첫 시작, 작품 간의 영향력과 작품이 탄생한 시대상, 현재에서의 의미 등을 깨닫게 되었다.
"많은 판타지, SF 작가들은 지난 50년간 소위 '리얼리즘'작가들이 이 상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 다가올 시대에는 현재의 삶에 대한 대안을 볼 줄 알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법을 탐구하며, 진실한 희망을 상상하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원하게 될 것이다. ... 더 큰 현실을 말하는 리얼리스트들을." p.210
어슐러 르귄이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난 소감이다. 자신이 리얼리스트이며, 리얼리스트의 의미를 확장하는 르 귄의 말이 많은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1984>나 <멋진 신세계>를 읽을 때 예언서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에서 이 말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시각에도 SF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있는 힘껏 짜내어 우리에게 내던진다. 항상 문학을 개인적 차원에서만 받아들였는데, 대다수 사람에게 전파되는 콘텐츠의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이 리얼리스트들의 메시지를 단순히 재미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이 책은 작품의 내적인 측면보다 작가와 창작 당시 모습, 그리고 작품의 영향력 위주로 글을 꾸려나간다. 물론 필요에 따라 줄거리나 특징적인 콘셉트는 충실하게 보여준다. SF 작가들이 펼치는 이야기가 현실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고스란히 글에 나타난다.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벌써 이 책을 읽는 일주일 동안 SF 소설책을 네 권이나 샀다. 이제 이 책이 알려준 이야기를 가이드 삼아 내가 작가들과 소통할 시간이다!
*너무 재밌게 읽었지만 단점 하나를 꼽자면 예쁜 디자인 요소로 사진의 주석을 수직으로 꺾어 놓아 읽기가 너무 불편했다. 궁금한데 책을 돌리는 수고를 감당하지 못하고 넘어간 주석이 한두 개가 아니다. 감수하고 읽은 주석이 생각 보다 읽어야 좋은 것들이었지만 말이다. 디자인은 예쁘지만 가독성과 편의성을 생각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을 조심스레 남겨본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테드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SF의 세계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미래를 상상해보고 새로이 창조된 세계를 탐구하는 것이 아주 재미졌습니다.
DOXA라고 하는 독특한 독립출판물을 통해 이산화 작가를 알게 되어 사이버 펑크물이라고 명명한 SF 탐정소설도 신나게 읽었고, ‘다섯번째 계절’ 이라는 휴고상 수상작은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마지막으로 갈수록 몰아치는 서사에 압도되었던 기억이구요, 테드창의 신작 ‘숨’은 놀라움과 경이로움에 숨죽이며 읽었던 기억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계보를 너무 알아보고 싶었던 찰나였습니다.
(계보외우는 것을 좋아해서 메탈리카를 접한 후로 락의 역사를 하드락 레드제플린, 딥퍼블 부터 헤비메탈 메탈리카, 메가데스, 앤스렉스 - 얼터너티브...너바나, 스매싱펌킨스, 등등 뭐 이런식으로 그 시절의 명반과 함께 락의 역사를 이야기하는등... 이건 TMI인가요) 그래서 이런 SF의 명작들을 찾아보는 책을 너무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명작들이 있을지 정말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들었습니다
역시 이곳에도 메탈리카의 블랙앨범, 오지오즈본의 블리자드 오브 오지 같은 명반들같은 명작들이 즐비했습니다. 락 음악도 그냥 듣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음악사랑이 될 수 있지만 비틀즈나 야즈버드부터 시작해서 딥퍼플과 레드제플린, 블랙사바스의 하드락의 세계, 그 후 메탈리카, 메가데스 메탈의 등장과 커트코베인을 비롯한 얼터너티브락의 등장, 우수에 젖는 브리티쉬록 등등 그 세계에 대한 지형도를 머릿속에 그리면 지금 듣는 음악이 더 풍성하고 깊이 와닿을 것입니다.
그렇듯 이곳 SF세계에서도 초보모험가에게 이런 계보와 역사지도가 있다면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이 세계를 여행할 수 있을것입니다.
이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는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독자에게 이 세계의 광활한 지도를 펼쳐줍니다.
프랑켄슈타인으로 시작되는 SF의 태동과 로봇3원칙, 슈퍼맨의 등장, 듄, 아톰, 우주를 향한 동경과 시대상의 반영, 제가 처음 접한 테드창의 소설이 어떤 위치 즘인지, 사이버펑크라는 장르도 언제즘 등장하는지 등등, 광범위한 SF 세계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마치 이거 아주 좋은 락이야 하고 찾아들었는데 막 듣고 보니 귀에 익숙하고 많이 들어본 알게 모르게 주변에서 들어오며 살았던 명곡들처럼, 나도 생각보다 많은 SF를 즐기며 살아온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전 이 책 한권 들고 SF 세계를 여행하는 길잡이 삼아 탐험하려합니다.
다음책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나 류츠신의 '삼채'를 읽어볼까 싶습니다.
읽을 책이 이 넓은 세계의 어디즘인지 어떤 맥락에 놓여있는지를 보며 풍성하게 해석해가며 알아 갈 수 있을 것 같아 더 재밌고 즐거운 여행이 될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세분 저자가 SF세계에 선지자 들이기에 마지막 꼭지에 들어있는 '사사롭게 아끼는 SF'의 이름들부분들은 초입자에게는 좋은 책소개가 될것이며 이미 SF세계 탐험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공감의 무릎을 '탁' 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0년을 맞아 SF 소설이 또다시 재조명 되고 있다. 과거 우리가 미래로 생각한 2020년이 눈앞에 다가왔고 그 미래를 사는 우리. 뭐가 달라졌나
SF 소설이 그렇게 거창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 웹소설, 시간 영행, 대체 역사, 가상 현실, 판타지 등이 섞여 유행처럼 하루에도 몇 천권씩 양산되고 있으니 우리나라 또한 SF 소설의 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 웬지 SF 소설은 조금 묵직해야 된다는 고정관념도 있다-
이 책에서는 SF를 문학으로 한정 짓지 않고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까지 확장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딱딱한 SF 문학에서 조금은 벗어나 ‘아, 맞다. 터미네이터.’, ‘미야자키 하야오 역시 다양한 미래 기구들을 선보였으니 SF 거장이라고 말할 수 있지.’, ‘슈퍼맨과 스파이더맨, 그리고 다양하 슈퍼히어로를 생산한 만화’, ‘조지 로메로, 조지 루카스, 리들리 스콧,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캐머런 등 유명한 영화 감독들.’
그야말로 책은 무척 재미있게 넘어간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 제목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수많은 명작들의 다이제스트와 함께.
1장 ‘SF 원형의 태동기’에서는 SF를 쓴 10대 소녀와 그 유명한 쥘 베른, HG 웰스, 그리고 조금은 낯선 차페크, 헉슬리, 몰라프 스태플든에 대해 이야기 한다. 특히 프랑켄슈타인을 쓴 10대 소녀 '메리 셸리'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2장 ‘장르의 성숙 SF 법칙이 형성되다’ 에서는 그 유명한 조지 오웰의 ‘화성 침공’ 라디오 쇼가 소개된다. 미디어의 힘이 얼마나 크고 위험한가를 느끼면서도 그 소동이 밉지 않는 이유는 그 당시 사람들 모두가 화성인의 존재를 믿고 행동했다는 것. 오늘날 이 소동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마케팅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공포.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SF 장르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3장, ‘변주의 만개’에서는 그 유명한 '필립 K 딕'과 '어슐러 르 귄'이 소개된다. 특히 주목할 작가는 SF 대가이자 톰 크루즈도 믿고 있다는 종교의 교주 ‘론 허버드’.
4장, ‘상상의 월경’에서는 SF 작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영화 감독들이 함께 소개되고 있어 읽기에 좀 더 속도를 더할 수 있다. 좀비, 제다이, 고지라, ET, 스타트렉. 어쩌면 SF가 그 영역을 넓히는데 영화만큼 기여한 분야도 없을 듯 하다.
5장, ‘미래의 현재’에서는 코스모스로 유명한 ‘칼세이건’과 은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로 유명한 ‘더글러스 애덤스’, 쥐라기 공원의 ‘마이클 크라이튼’, 왕좌의 게임으로 사랑받는 ‘조지 RR 마틴’-이 책을 읽으면 ‘와일드 카드’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진다.-, 영화 ‘컨택트’에서 시간의 개념을 확장시킨 '테드 창', ‘삼체’, ‘유랑지구’로 유명한 중국의 '류츠신'으로 마무리 한다.
사실상 SF 연대기를 좀 더 확장시켜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청동거인까지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 도서였지만 100년의 역사 안에서 SF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히 가져다 주었다.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이 책에서 언급된 몇몇 SF 작품들-와일드 카드-도 골라서 읽어 봐야 겠다 다짐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