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2일,
전역이 믿기지 않아 전날 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을 맞이했다.
후임이 만들어 준 빳빳한 칼주름이 선 전투복을 입고 단정하게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을 보니 울음이 또 터졌다.
지난 2년간 그렇게 많은 눈물을 쏟으며 견뎌낸 시간 후, 남은 것이라곤 고작 이 군복 한 벌이란 게 너무 억울했다.
전역신고를 하면서도, 위병소를 나와 집에 오는 길에서도 내내 울었다. 그리고 그 후론 머릿속에서 금촌역은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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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부족한 놈한테 뭔가 또 한 가지를 앗아가버리면서 그렇게까지 성장을 시키고 싶냐. 이놈의 세상아.(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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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이 흘렀고, SNS의 순기능으로 당시 옆 중대였던 아저씨를 만나러 파주에 갔다.
*육군은 본인 소속 중대가 아니면 다 아저씨로 부른다
짜식 그대로네?ㅋㅋ
기억력이 짱인 그 녀석 덕분에 급기야 야외 훈련 장소와 부대를 가 보기로 했다. #7052
진짜 까맣게 다 잊은 줄 알았는데, 가는 길 하나하나 영화 필름을 돌리듯 추억이 떠오르더니;; 위병소에 다다르자 팔에 소름이 돋았다. 염병 ㅋㅋㅋ 들어갈 순 없어 살짝 아쉬웠던...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나도, 같이 추억하고 다시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말야.
그래도 우리가 제법 괜.찮.은.사.람.이란 의미겠지? 고맙다!
쪼다 같은 놈이라고 생각해도 별수 없다. 자신감 같은 건 이미 방구석에서 먼지에 돌돌 마려 굴려다니고 있었으니 사실 쪼다가 맞기도 하다.(p.140)
엄마에겐 일터가 있는데, 집에 돌아오면 그 집도 일터였다.(p.100)
'도광양회'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사자성어다. // 나 같은 것도 그러고 있으니 말이다.(p.200)
배우 박정민이 극 중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영화 속 연기를 하는데 그도 살아본 인생이 아니기에 최선을 다하여 그럴 듯 하게 비춰지기 위해 애쓴다는 대목이 있다. 배우도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연구하고 흉내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착각을 불러 일으킬만큼 애쓰는 그 찰나를 우리도 삶의 어느 부분에서 애쓰고 있지 않은가. 왠지 오늘 내가 잘 해내지 못한 삶의 한 부분도 내일은 다시 써 내려가고 다시 연기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해 본다.
대학교 입학 면접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작가 박정민씨의 매력이 느껴졌다. 절박하고 절망스럽기도 했을 그때 지나와보니 웃을 수 있는 기억으로 어쩌면 이렇게 찰지게 글을 썼는지 재밌으면서도 진솔한 글이 웃게 했다. 책을 읽어보라고 진부한 권유를 이렇게 재밌게 끌어낸다. 사람이 솔직하니 진심이 닿는다는 이야기가 여기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남들보다 힘든 일도 있고 평범하지 않은 습관이 들러붙어 있을 수 있으며 내 실수가 아녀도 잘못된 일에 얽힐 수 있다. 삶이 그렇고 관계가 그러하다. 작가의 강박증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짐작만 할 뿐이지만 의사 말대로 살면서 도움이 되기도 하는 강박증. 혼자 앓지 않고 세상에 내놓으니 그런 사람이 더러 있고 의외로 많은 것 같기도 하며 이해받으며 또 도움 받으며 사는 것이다.
글을 읽다보면 20대가 느끼고 고뇌하는 일들을 기술한 경우가 있다. 그 나이에 나는 어떤 고민을 하며 삶을 살았던가 돌아보게 한다. 돌아보니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20대. 30대가 되기까지 치열하게 부딪히고 부숴졌던 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중에서 가장 큰 울림이었다.
"결코 그들을 찍으면 간단하게 가격이 매겨지는 바코드로 생각하지 마시길 바란다. 그들이 바코드밖에 못 찍어서 바코드를 찍고 있는 게 아니다."
본문 118쪽 중에서
자신의 전공에 있어서는 관대한 시각을 갖기가 대부분 어렵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자연스레 틈을 찾고 흠을 찾는다.
어쩔 수 없이 그것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본문 123쪽 중에서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어쭙잖게 배운 그 짧은 기간의 학부 때 전공, 때로는 석.박사를 거치기도 하지만 수 십명, 수 십년을 거친 뭔가를 자신의 시간과 잣대로 평가하며 틈과 흠을 찾는다. 그것에서조차 배움을 얻고 다름을 인정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을텐데 인간의 교만이...그러히다.
사람이 누군가를 붙들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건 정답 보다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하는 것이다. 듣는 것에 인색한 우리,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중요한 건 내 입이 아니라 상대의 입을 통해 내 귀로 들어야 현실에서 실행 된다.
그 사회의 다수인 마이너들이 허약하면 그 사회도 그만큼 허약해진다.
1군과 2군의 교집합이 넓을 때 그 팀은 강팀이 되는 거다.
본문 213쪽 중에서
끊임없이 사회적 약자와 비정규직 등을 양산하여 지평을 넓혀가는 것은 피라미드 구조 안에서 소수의 영위를 위한 계급적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는 묻혀서 보이지 않는 나무 뿌리가 워낙 깊고 견고해서 풍성하게 나무 가지를 뻗어가는 것 같아야 한다. 작가의 뼈때리는 마이너 비유는 책을 잠시 덮어두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럴듯한 문장과 서사는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그래도 읽어보시겠다면,
그저,
무심결에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 작가의 말이다. 박정민스럽다.
배우 박정민,
영화 '동주'에서 보고 반했고, '시동'에서 역시~ 했으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이정재, 황정민보다 빛나는 연기력에 감탄했었다.
'출비'에 나왔을 때 수더분한 모습에 눈이 갔었고, 희극인 박지선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빈소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한 영화제의 수상소감에서 그녀를 언급했던 그에게서 사람 냄새를 맡았다. 그런 그의 글 모음집도 참 '그답다'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블로그나 싸이월드 따위에 끄적이는 게 더 어울릴 법한 문구들도 여럿 있었지만, 무심결에 들어 읽어보면 분명 미소가 지어지는 귀여운 책이다.
하나를 보면 나머지가 보인다고, 어쩜 생각하는 거 하나하나 요래 이쁘냐.. 특히 강아지에 대한 마음은 아후야, 옆에 있었으면 머리라도 한번 쓰다듬어 주고 싶은 기분이다. :)
친해지기가 어렵지 한번 친해지면 자기 거 다 퍼주고 생색조차 내지 않을 거 같은, 냉소나 조소보다 딴지걸기나 딴청 피우기가 더 어울리는, 득실을 따져 재는 일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그리고, 제법 많은 나라와 도시들을 다녀본 진정한 여행 마니아.
부럽다, 그의 삶이. 그 삶 속의 결이..
결핍은 어느 한편으론 사람을 단단하게 하지만 그는 결핍이 결핍된 사람인 것 같다. 크게 부족할 것 없는 그의 환경은 그를 모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데 일조했으리라.
적당히 채워지되 넘치지 않도록, 앞으로도 우리 정민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As You Like It~
믿고 보는 배우, 그의 삶을 응원한다.
+) 박정민이 좋아하는 배우라면, 이제훈은 사랑하는 배우다 (사심 그득♡), 이제훈이 환장하는 홍콩이라, 오케이. 그 정보 킵.
[책 속에서]
. 몸에 화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작은 터치에도 고약한 심술이 발동한다. 속에는 욕이 주렁주렁 한데, 그걸 참아야 하니 인맥은 앙상해진다. 때문에 편한 사람들에게 퍼부어버리고, 그때마다 분이 풀리기는커녕 배로 쌓이곤 한다.
. 본 적 없는 그의 과거를 가만히 추측해본다. 당신의 청춘은 어땠느냐고 혼자서 질문을 해본다. 아마도 내가 느꼈던 청춘의 설렘과 고민과 열정과 슬픔이 아버지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졌을 것이며, 무언가에 실패하고 또 성공했을 것이다. 그에게도 꿈이 있었을 테고, 좌절도 해봤을 것이다. 알 수는 없지만 짐작은 가는 아버지의 청춘이 궁금하다.
배우이자 작가인 박정민님이 『쓸만한 인간』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을 보다보면 '이건 연예인이 쓴 책이에요' 라 말하신다. 그런데 필자는 꼭 그 말을 안하셔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누가 썼든 글로 사람을 웃기고, 울리고, 사유할 수있게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박정민님은 그걸 해내셨다. 『쓸만한 인간』은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아프며 적당히 사유하게한다. 뿐만 아니라 문해력이 그닥 뛰어나지 않은 필자가 읽기에 가독성면에서 좋다. 이렇게 쓰면 '박정민 팬' 인가?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팬이라고 하기엔 그를 잘 모른다. 그래서 팬이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그냥 그의 연기가 좋다. 아무튼 그런데 그런 판단은 『쓸만한 인간』을 읽어보신 뒤 하셔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참 괜찮은 책이고 그런 책을 쓴 박정민님도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들게 된다.
『쓸만한 인간』은 글마다 저마다의 주제가있고 저마다의 사연, 즉 그의 이야기가 때론 담담하게 때론 아이처럼 진솔하게 담겨져 있다.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신선하다 혹은 필자를 반성케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나저나 오사카 도톤보리 술집 사장님은 그 어딘가에서 아직 '소야'를 팔고 계시려나? '소야'가 서비스가 아니었다니 ; 마치 서비스 주듯하셔서 필자는 서비스인줄 알았다.
20대 초반 때였던 것 같다. 평소 존경하던 은사님에게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새해엔 복 많이 주는 사람이 되길' ... (생략)... 굉장히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강박적으로 날리던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보다 책임감있고, 굵직한 에너지를 담고 있는것 같았다. .... (생략) ... 그리고 그 다음 해부터 조금은 다른 인사를 한다. '새해에는 조금이나마 복 드릴 수 있는 정민이가 되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필자는 어쩐지 따듯해졌다. '누군가에게 복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말 참 멋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누군가에게 '복'이 되는 사람이 되겠단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설사 해보았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어려운 것 아닐까 필자는 생각했다. 그런데 강아지 이름으로도 드릴 수 있는게 '복'이라니!! 어쩌면 누군가의 복이 된다는건 그리 거대한게 아닐지 모르겠다.
'살아 있다는 건 경험 속에 있다는거다. ...(생략)... 경험하다 보면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다. 새롭게 배우기도 하고 적응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괜찮아지는 것일 테다. . . . (생략) ... 그러니 계속 살아가시길 바란다. 직구만 던지면 얻어맞기 일쑤니, 변화구도 섞어가면서 살아가시길바란다. ...(생략)...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의외로 잘 살아가고있 는 한 사람일지 모른다. 이길때까지 그렇게 계속 살아가시길 바란다. 당신 지금 아주 잘하고 계신 거다.
필자는 이 글 속에서 겨울의 삭풍을 이겨내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완연의 봄을 느끼게 해주고자 하는 듯한 마음을 받았다. 저자가 의도한 바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한동안 이 페이지에 머물렀다.
'아직도 집중 받는 걸 극히 혐오하고, 사람이 많은 공간에 선 숨 조차 제대로 못 쉬는 인간이 연기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서 연기를 합니다." 화도 잘 못 내고, 좋으면 좋은 티도 안내고, 눈치보고, 쭈뼛쭈뼛 전형적인 찌질이의 모습이 싫어서, 연기를 한다고 얘기한다.
무대 위에선, 카메라 앞에선 내가 화내는걸 사람들이 이해해주니까, 내가 웃는 걸 사람들이 건방지다하지않으니까, 그래서 연기를 한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재미있다.
감독님의 "컷!" 소리 후에는 무시무시한 자괴감이 찾아오지만 뭐 그 순간만큼은 즐거우니 더할 나위 없다 하겠다. '(하다 보니 이게 또 늘 즐겁지만은 않다.)
필자도 밖에선 화를 잘 못냈다. 책에서 말하는 찌질이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필자와 다르지 않아서다. 그런데 이게 참 좋지않다. 그 화를 스스로에게 돌리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짜증을 부리게되어서다. 말그대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경우가 생기게 되더라. 그러니 혹여 이 글을 보게 될 당신은 적당한 거절과 적당한 분노는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배우가 아니라서 종로에서 뺨 맞고 참으면 한강이란 무대를 마주할 수 없다. 그래서 애먼 사람을 한강인 줄 착각하고,거기다 짜증을 부리게된다. 필자부터 좀 고쳐야 할 것 같다.
이런점에서 보면, 배우는 참 매력적인 직업인 것 같다. 연기를 핑계삼아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해보고 가끔 하고싶은 말을 할수도 있지않은가, 문득 한 예능 프로에서 모 여배우에 대해 말했던게 기억난다.그 여배우는 화를 단한번도 낸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어디서 풀어요? 하니 연기로 푼다고 했다. 부럽다. 그냥 배우라는 직업이.. 누구가 꿈꿀 수 있지만 아무나 되진 않으며. 또 아무나 될 수도 있지만, 누구나 스타가 되진 않더라도 ...
첫 아르바이트는 과외였다. 운이 좋게 들어간 명문대 타이틀 덕분에 과외 자리를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 (생략) ... 다음은 신문배달이었다. 대리점에서 가장 많은 배달량이 많은 구역을 맡았다. 그리고 점장님 없이 혼자 배달을 시작한 날, 아차 싶었다. 내가 귀신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 (생략) ... 매일 마주치는 순댓국집 자외선 소독기의 보랏빛 공포는 시간이 지나도 적응되지 않았다. 혹시라도 어느코너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소리를 질렀고, 그 사람은 더 크게 소리를 질렀고, 담 너머 개는 미친 듯이 짖었다. 그렇게 몇 개월,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자외선 소독기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다. 라는 생각에 점장님을 찾아갔다. "점장님, 저 일 그만 하려고요." " 안돼" ...(생략) ... 신문을 다 돌리고 난 어느 새벽, 집 앞 놀이터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그리곤 모랫바닥을 굴러다녔다. 그렇게 만신창이 꼴로 대리점에 복귀해선 "점장님. 저 다쳤어요. 오토바이 타다 넘어졌어요. 죄송합니다. 이번달 월급은 안 받을게요." "가 봐" 자외선 귀신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 100만원을 지불했다. ...(생략) ... 두번째 아르바이트는 그렇게 끝났다.
'운이 좋게 들어간 명문대 ' 라니.. 참 겸손한 사람이구나 란 생각이 스친다. 고려대를 운 좋게 가는 사람이 있나. ? 서울대를 가고 싶었으나 운이 나빠 고려대를 간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운좋게 고대 간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운도 실력이다.'
과외 부터 신문배달, 팬시점 아르바이트, 핫도그가게 아르바이트, 건설현장, 보습학원 운전기사겸 총무겸 과학선생님까지 그의 아르바이트 기록을 보며, 참 성실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도 학원, 전단지, 호프집, 팬시점 등의 일도 해봤고, 그가 신문배달에서 받지 못한 100만원처럼 알바비를 정산받지 못했던 곳도 있었다. 필자는 학원이었다. 학원에서 필자는 데스크 업무, 문제 출제, 초등학생 과학수업, 그리고 중학생 영어 수업을 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참 대책없는 시스템이다.
그 원장은 준다준다 하더니 끝내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뒀다. 그런데 하루는 그만 둔 필자를 불렀다. 한글로 수학 공식문제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달란다. 수학 기호 넣는 법을 모른다며; 왜 거절 못하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호구처럼 가서 친히 알려드렸다. 그러니 원장은 급여를 오늘 넣어주겠다고 했다. 안믿었고 역시나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그놈은... 내 급여를 까먹었을것이다.
중고생들이 몰려들 시간이라 죽치고앉았다가 받아올 수도 없었고, 그 원장의 사모님이 하필 필자 학창시절 은사님의 친구였다. 그 은사님을 좋아했던 터라 괜히 그 은사님께 흉한 이야기 들어가는게 싫었다.바보,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같다. 이글을 읽는 분들은 그러지 마시라, 그 이야기가 당신이 받아야하는 권리만큼 중요하지 않다.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휘영해지는 기분이다.
세상을 살아가고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해 갈 수록 깨닫는 것들이 있다. 세상은 날 알아주지 않고 돌덩이는 그저 돌덩이 일 뿐이라는 걸 알게된다. 즉 필자가 세상을, 당신이 세상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견뎌내서 다이아가 되었다면, 그건 당신이 원래 다이아였던 것이다. 필자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말을 한다. '당신 잘 살고 있다. 그러니 힘내라, 다 잘 될 거다.' 허무맹랑하게 다가오던 그 말이 어쩐지 위안이 되는 날이다.
필자는 언젠가 부터 참 비판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쓸만한 인간』은 긍정의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좋은 이면을 보려고해보라는 듯'..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을 하게한다. 그 속에 우습지 않은 재치가 있다. 그러므로써 과거로 회귀하게도 하고 현실에 잠시 위안을 던지기도 한다. 그래서 『쓸만한 인간』은 참 괜찮은 도서다. 사람 냄새 나는 책이랄까.
박정민 배우가 낸 책이여서 호기심으로 책을 읽어 보았다. "topcalss” 잡지에 매달 쓴 글을 책으로 엮었다. 이후 몇년이 지난 시점 다시 증보판을 내었다.
박정민 배우를 알게 된 것은 "동주"에서였다. 책에서도 농담같이 또 친구 역이라고 하지만 동주의 주인공은 송몽규 선생이었고, 이 역을 맡아 나도 드디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변산"에서 주인공을 맡아 다시 나는 확실하게 알게 된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통해서다.
책을 통해서 여러가지 내용을 알게 된다. 특히 놀라는 것은 20대의 잡지에서의 글쓰기다. 아 이렇게 글을 써도 독자는 받아들이고 잡지에 등록되는구나! 젊고 가벼운 문체이다.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다. 진진함에 결여되어 배우에게도 조금 손해를 보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잡지 특성의 지면을 충분하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여러 편의 글을 추가해서 그 부분을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잡지에 연재된 글이어서 시간에 따라 박정민 배우가 잘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 "파수꾼"을 연기하는 시절부터 "전설의 주먹"으로 주목받은 신인배우상 후배가 되는 과정, 그리고 동주에 출연하는 내용 등이 시기적으로 나온다. 자세하지는 않지만 배우의 성장기를 볼 수 있다. 한예종 입학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재수 기간에 엄청난 독서를 한 것으로 보인다.
배우의 삶이 화려할 것 같은데, 유명하지 않는 시절의 흔들리는 청춘 같은 것을 보여 주어서 솔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특히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그리고 주위 친구들에게 좀 뒤쳐지는 그런 느낌도 있다. 같이 연기한 이제훈은 유명해서 잘 되는데 하하 박정민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 하지만 곧 주연배우가 된다. 이것이 잘 생겨 송몽규 선생과 닮아 생긴 운인 것인지, 아니면 연기 잘하는 것이 소문 난 것이지 둘 다인지 일 것이다. 그리고 힘이 있는 것이 "변산"을 캐스팅할 때 지명도가 있는 김고은 배우가 박정민 배우를 보고 OK를 했다고 말해 주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수내동 사람으로 이웃동네 야탑동 사람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 책은 어려운 글이 없는 가벼운 문체이다. 그래서 쉽게 읽힌다. 이것이 한편으로 진진한 배우를 가볍게 볼 수 있는 내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년에 걸친 연재의 글에는 방황하는 진진한 청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박정민 배우에 관심있는 사람으로서 재미있게 읽었다.
상상출판사에서 출간한 박정민 배우, 작가님의 쓸 만한 인간 책을 대여해 읽은 후 작성하는 후기입니다.
우선 에세이의 형태의 글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몇 년 간의 박정민 배우의 삶을 들여다 본 듯한 느낌을 역시 받아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_^
솔직하고 담백한 글을 쓰는 능력이 있으신 것 같아, 정말 하하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며 뭘 해도 괜찮다는 메세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멋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네요..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연예인들이 책을 썼을 때, 그들이 책에서는 전문가는 아일텐데, 연예
인이란 평판을 의지해 출판에 참여한 거 아닌가 편견을 갖던 눈초리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질투가 생겨서 그렇다.
그래도 말이다. 그들은 왜 책을 쓸까? 궁금했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가 책을 쓴 이유를, 그에게 주어진 책을 써야 하는 이유를 알겠다.
배우의 길을 걸어온 그였다. 아파하고 부딪히며 그는 길을 가고 있다.
연기력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앞으로 겪어야 할 일이, 가야 할 길이 더 많은 사람이다.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어떤 일에는 의로운 분노를 내며,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가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주는 메시지가, 누군가에게 그 진심이 넘치고 있기에 그를 전하기 위해 그는 책을 써야 한다.
그가 말하고, 표정을 짓고, 쳐다보고, 웃는 모습을 보아서 그럴까?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짓는 표정, 말투, 상황이 머리속에서 그려졌다.
그건 연기가 아니라 그 모습은 그 사람 그대로였던가?
책은 여과없이(편집이나 퇴고가 당연히 있었겠지만) 정민배우의 모습을 드러냈다.
부모님과, 친구들과, 배우 스텝들과, 감독님과 교수님과 관계를 통해 나타나는 그의 모습은 진솔하면서도, 긴장감 돌게 쫄깃했고, 풍선처럼 펑펑 터뜨려주는 재미도 있었다.
진중하고, 날이 서지 않은 보드라움으로 자신의 주관을 드러내는 생각을 보고 '참(?) 청년이구나' 싶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쫓아 연기를 하고, 겸손하고 매사 진실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다루며, 자신이 매만지고 만들어놓은 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소개하는 그 과정, 그 모습이 멋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 책은 메마른 현실에서 자기의 삶을 지켜내려 분투하는 이들에게 참 위로가 되고 따뜻한 격려가 될 것 같다.
에세이 답게 삶이 담백하게 그려진 모습이 읽기 좋았다. 술술 잘 읽혀서도 좋았다.
그가 계속 글을 썼으면 좋겠다.
배우 박정민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게 영화 <동주>이지 않았나 싶다. 그 전에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성보라의 찌질한 전남친으로 잠깐 나왔지만 말이다. <동주>에서 나는 배우 박정민의 연기에 반하게 되었다. 이어 <그것만이 내 세상>과 <변산>을 연이어 본 것 같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보면서 놀란 게, 물론 영화 <동주>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어쩌면 그렇게 연기를 잘하느냐 였다. 특별히 잘생긴 외모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장애인으로 나와 마치 실제 천재 피아니스트처럼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 놀라웠다.
그렇다고 그가 출연한 영화를 다 본 건 아니다. <변산>에서 김고은과 연기 합을 맞춘 것도 좋았고, <파수꾼>에 이은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에서의 아주 짧은 출연 또한 반가웠다. 그렇게 좋다던 <파수꾼>은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에 개봉하기 얼마전에 관람했었다.
책의 첫장을 열어 첫문장을 읽는데 느낌이 새로웠다. 박정민 배우가 직접 쓴 문장으로 아주 심플하면서도 위트가 있었다. 그만의 경험으로 이루어진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었다. 배우로서, 아들로서, 서른즈음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속엣말을 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 겪어온 이야기들, 느껴온 감정들이었다. 그래서 기분좋은 마음으로 계속 읽어갔던 듯 하다.
무엇보다 글을 참 맛깔스럽게 썼다. 그가 쓴 글을 한번 살펴보자.
누구나 할 수 있는 진부한 말일지 몰라도, 중요한 건 상이 아니고 상을 받아도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는 것일 테다. 만 원 남짓한, 그 피땀 흘려 번 돈을 내고 영화관에 들어오는 관객들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일 테다. 진실된 눈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는 것. 마치 양조위처럼. 그래서 내가 지금 어디냐면. (35페이지)
연기에 대하여 고민하는 흔적들이 보인다. 그래서 그는 영화 촬영이 끝나면 그 인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여행을 다녔다. 에세이의 초반엔 주로 홍콩을 방문했던 것 같다. 영화를 찍을 때 하나의 팀을 이루게 된다. 그는 동료들을 믿고 지금 하고자 하는 일들 모두 이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하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동주>를 찍으며 느꼈던 감정들, 함께 찍었던 배우들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그를 있게 해준 가족이야기를 빠트릴 수 없다. 엄마를 표현한 부분에서 툴툴거리지만 마음 속에 든 감정들을 슬며시 표현하는 부분도 좋았다.
듣는 것에 인색한 사회다. 어쩌면 그런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듣기보단 말하는 것에 익숙한 시대. 들리는 것을 듣는 것조차 원하지 않는 이곳에서 듣고 싶어 듣는 행위는 사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 죽고 싶어
지랄하지 말고 술이나 먹자. (186페이지)
남자로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남다르다. 아버지와 많이 닮은 그는 학창 시절에는 원망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근성' 덕분에 쓰러지지 않았다고 말이다. 자식을 낳으면 그 아이가 아버지의 근성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가족은 애잔한 것같다.
2013년부터 매거진 <topclass>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고, 3년 동안 쓴 칼럼을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3년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나온 책이다. 배우 박정민의 손글씨와 일러스트가 실려 있다. 그가 다시 글을 썼으면 좋겠다. 그래서 책으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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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쓴 책이라고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박정민 배우가 쓴 에세이 집은 그 내용이 충실합니다. 알고보니 박정민 배우는 명문 사립대를 다니다가 연기에 뜻한 바가 있어서 자퇴를 하고 한국종합예술학교 줄여서 한예총으로 다시 대학을 들어간 수재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발간된 책은 종전의 책을 보강한 증보판이기도 합니다. 책은 일기 형식으로 작가가 평소의 생각을 정리한 글들을 토대로 하였습니다. 다소 우스꽝 스러운 내용도 있습니다, 에를 들어 인터뷰어를 인터뷰 한다는 가상의 인터뷰 기사는 정말로 위트가 있는 내용이라고 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박정민 작가가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글솜씨도 훌륭하다는 사실이 대단히 놀랍습니다.
앞서 스탠딩에그의 에세이 리뷰에서 뮤지션의 책을 즐겨읽는다고 말했는데
배우가 쓰는 책도 즐겨읽는 편입니다.
팬심이라는 장벽이 조금 필요하긴 하지만 박정민 배우는 워낙 글을 잘쓴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호기심을 갖고 있던 터라 개정증보판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관심을 갖게되었습니다.
그런데 오오 기대 이상이네요.
웬만한 SNS 작가의 에세이보다 훨씬 좋습니다.
특히 감성 에세이로 몇 백만뷰를 찍었느니, 팔로워가 몇 십만이니 하는
(하지만 나는 늘 그들의 조회수에도 팔로워에도 해당 되지않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누군가보다 훨씬 내실 있는 글들을 담아냈네요.
위트도 있고 새로운 시각도 있고 문장으로 반전의 맛을 줄줄도 아는
재미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쯤 개봉한 영화에서 보니 랩실력도 상당하던데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