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읽을만한 책을 추천해주기 위해서 찾다가 짧은 단편소설이 여러개 있는 이 책은 부담없이 책을 읽어보기에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되어서 구매하게 되었다. 책을 잘 안 읽던 사람에게 책을 접하게 하기위해 구매한 책이였는데 직접보니 생각보다 그런부분에서 더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책을 받은 사람도 내용이 길지 않다보니 부담없이 조금씩 조금씩 읽을수 있어서 만족하는 것 같다
십팔 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였던 고양이 용이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은 작년 1월 초였다. 나는 극심한 슬픔을 끌어안은 채 한동안의 시간을 보낸 다음에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고양이 용이를 닮은 고양이를 찾기 시작했다. 고양이 용이의 실물을 닮은 고양이를 찾기도 하였지만 고양이 용이가 보여주었던 고양이 용이만의 제스처와 뉘앙스를 가진 고양이를 찾기도 하였다.
고양이 용이가 아직 어릴 때, 그러니까 아직 용이가 두 살이 되기 이전의 어느 겨울, 집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골목에서 용이를 닮은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그 무렵 용이는 간혹 집을 탈출하고는 했는데, 조용하게 울며 다가온 그 고양이를 나는 용이로 착각했다. 이렇게 추운데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거의 울다시피 말하고는 롱 코트 안에 그 고양이를 품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집에서 고양이와 나를 맞이한 아내는 어떻게 하나도 안 닮은 길고양이를 용이로 착각할 수 있냐며 어이없어 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용이, 그리고 용이 만큼이나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길고양이 사이에서 나는 한동안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결국 길고양이는 빌라 안의 일정한 공간에 두고 먹이와 물을 제공했는데, 한동안 그곳에서 머물던 길고양이는 날이 풀리자 제 갈 길을 찾아 떠났다.
그러니까 나는 그 고양이처럼 용이를 향한 나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는 고양이를 찾아서 여러 사이트를 헤맸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마음의 구애는 성공하지 못하였고, 용이가 우리를 떠나고 한 달여가 흐른 즈음 다리가 부러진 길고양이를 동생 내외와 함께 구조해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길고양이는 수술과 치료를 무사히 마친 후 결국 우리의 새로운 식구가 되었고 들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렇게 일 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만두라는 고양이는 윤주가 임보하는 고양이와 닮아 있었다. 종도, 성별도 달라서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닮은 부분이 전혀 없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 눈을 감았을 때의 얼굴, 장난칠 때의 표정까지도 비슷했다. 그녀가 올린 글을 모두 읽고 나서, 윤주는 얼굴에 흐른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이 끝이 어떨 것일지를 다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이었다.” (p.20~21, 최은영 <임보 일기> 중)
《공공연한 고양이》는 ’고양이 시점 짧은 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주로 사람의 시점으로 쓴 짧은 소설이다. 최은영, 조남주, 정용준, 이나경, 강지영, 박민정, 김선영, 김멜라, 양원영, 조예은 작가의 글이 실려 있다. 박민정의 <질주>를 제외하면 고양이를 소재로 삼았거나 주인공이 고양이인 소설들이다. 나만 고양이 없어, 라는 칭얼거림이 인구에 회자 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고양이를 키우는데, 작가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책에 실린 작가 중 몇은 고양이 집사이기도 하다.
최은영 외 / 공공연한 고양이 : 고양이 시점 짧은 소설 / 자음과모음 / 189쪽 / 2019 (2019)
주차장에 버려진 고양이의 새주인을 찾아주는 <임보 일기>, 약혼자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고양이가 행방불명되자 결혼을 엎고 홀로 신혼집에 들어가는 <테라스가 있는 집>, 모요시의 백설공주님을 데리고 바다로 떠나는 트럭왕자님과 고양이 파스칼의 해피 로드 <세상의 모든 바다>, 길고양이 밥을 주다 살해당한 언니의 복수를 꿈꾸는 <너를 부른다>, 아픈 고양이들의 수혈을 담당하는 공혈모 장수의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덤덤한 식사>, 영화를 찍는 대학생들의 손에 길거리로 내쫓긴 고양이와 그 고양이의 울음소리 속에서 원치 않게 옷을 벗어야만 했던 문창과 새내기의 <질주>, 남편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아내와 그녀 발밑에 누워 잠이 든 고양이 얌이의 봄날 <식초 한 병>, 어느 날 내 고양이가 인간으로 변신한다면? 고양이와 연애하는 주인의 설렘이 폭발하는 <유메노유메>, 인간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아 이백년 넘게 저승길을 거부 중인 요물 고양이와 차사들의 한담 <묘령이백>, 하루아침에 실종된 내 고양이가 사실은 외계 고양이였다? 별에서 온 고양이 체다의 밤 <유니버셜 캣샵의 비밀> 등 10인의 한국 작가가 모여 쓴 그야말로 공공연한 고양이들과의 만남이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울먹이는 주인 앞에서 우주복을 입고 안녕히 계시오 인사하는 함장 고양이는 어쩜 그리 듬직하고 믿음직스럽던지. 별에서 온 그대 2탄 찍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두근두근 했다. 톨게이트에서 엄마아빠를 기다리는 백설이는 믿기지 않겠지만 <유령>의 작가 정용준의 작품이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에서 사형수 474를 그리며 악의 정체를 되묻던 그가 이번엔 반짝반짝 동화 같이 사랑스러운 단편을 쓴 것이다. 작가님의 인상 깊은 전작 탓에 마지막 줄의 마침표가 등장할 때까지 안심하지 못했다. 이렇게 따뜻하게 끝날 리 없다며 손에 땀을 쥐며 읽었는데 다행히도 백설공주다운 결말을 맞아 행복했다. 인간으로 변신한 암컷 고양이와 주인 미애는 서로를 여보라고 칭한다. 종족도 뛰어넘었는데 성별 까짓,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응원하련다. 대체 고양이가 무엇이기에. 내 고양이가 천년만년 살기를 바라는 주인의 고뇌가 눈물겨운 묘령이백은 이 소설집에서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아마 고양이 집사들 모두가 묘령이백의 존재에 환호하지 않을까? 고양이에게 쏟아진 폭력이 고스란히 여성에게로 이어지는 몇 몇 이야기들엔 속이 쓰렸고 인간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고양이들 앞에선 죄스러워 가슴이 아팠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이 어느 자리에서든 방심하며 살 수 있게 되기를. 최은영, 조남주 등 유명 작가들과 함께 우리의 이웃, 작지만 큰 생명체 고양이들과 친근해지는 시간을 가져보자.
다름 아닌 사랑 과 자유 라는 책을 읽고서 비슷한 시기에 나온 고양이 저서를 넘길 수 없어 구매를 했다.
일단 최애 작가인 최은영 작가의 글도 있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여러 작가들의 고양이게 관한 글들도 나름 재밌게 읽었다.
인상적인 작품들도 있었지만 어쩐지 나는 외계의 행성에서 온 고양이인 치즈태비가 자꾸 입에 붙는다.
그리고 그 검은 고양이 관련 이야기
공조 고양이 이야기.
읽는 것 만으로도 길고양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다가도. 어렵단 생각이 우선이고.
그래도 사랑하고 사랑해서. 소중한 생은 소중히 보내다 갔으면 좋겠다.
너와 나 우리 모두 공공연하게.
이 책은 제목이 눈에 띄었다. 사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부터 동물을 무서워했다. 특히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개와 고양이... 나를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는 동물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띈 건, 고양이 앞에 붙은 "공공연한"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로 "숨김이나 거리낌이 없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나는 잘 모르는, 공공연한 고양이가 무척 궁금해졌다.
그리고 열 편의 짧은 소설을 모은 작품집의 작가진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신진작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최은영, 조남주, 정용준, 박민정 등... 개인적으로 하나의 주제나 소재로 여럿이 뭉쳐 한 권을 이뤄내는, 이런 협업 무척 좋아한다. 역시나 '고양이'에 대한 다양한 관계와 시선이 그 작가만의 문체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고양이가 전면에 드러나기도 하고 뒤로 한발 물러나 있기도 하고, 현실과 상상을 오가기도 한다. '고양이'에 대한 열 편의 이야기라 반복되거나 지루하지 않을까 싶은데 하나의 소재에 대한 주목받는 작가들의 글쓰기가 반짝인다.
이 작고 귀여운 책 <공공연한 고양이> 속에 담긴 고양이에 대한 작가들만의 사소한, 공공연한 고양이 이야기들은 내가 누군가의 작은 이웃, 또는 그 자체로 작은 이웃에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나도 조금... 느슨해진 것 같다.
최은영_임보 일기
모르는 곳에 나왔을 때 얼마나 무섭고 어리둥절했니. 나는 누가 널 버렸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
윤주는 지하주차장 구석 모퉁이에서 크림색 페르시안 장모종 고양이를 발견하고 병원에 데려간다. 3년 만에 팥빵이가 다니던 병원에 데려가고, 팥빵이의 화장실을 꺼내서 모래를 붓고, 팥빵이 전용 그릇에 사료를 붓고 물을 따라 준다. 죽은 팥빵이의 물건들. 팥빵이의 준재가 여전히 붙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윤주는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다. 윤주는 고양이의 사진을 찍어서 전단을 만들고 양해를 구하고 주변에 전단을 붙이고, 고양이 카페와 지역 카페에 가입해서 글을 올린다. 한 달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 동물병원 원장은 실종이 아니라 유기일 거라며 윤주에게 키우라고 권하지만, 윤주는 고개를 저었다. 다시 고양이를 사랑하고 싶지 않았다. 한 달간의 동거엿지만, 이미 고양이는 윤주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다. 고양이는 천성이 다정한 아이였다. 두 달이 지나고, 윤주는 좋은 사람에게 입양을 보내기로 한다. 일주일 후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입양 문의 메일이 오지만, 윤주는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는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임신을 하거나 다른 가족들의 반대에 의해 파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생 아이 없이 살기로 했다는 그녀는 다시 윤주에게 메일을 보내고, 그녀가 예전에 올린 글들을 모두 읽고 나서, 윤주는 남편과 함께 고양이를 보러 오라고 메일에 답을 보낸다. 그녀는 이 끝이 어떨 것일지를 다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려 하는 사람이었다. 윤주는 고양이와 함께할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마음은 아프지만, 행복한 헤어짐도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예감하면서.
김멜라_유메노유메
나와 얘기를 할 수 있어 좋다더니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못 하게 하고. 역시, 인간으로 사는 건 피곤하기만 하다. 크루아상이나 몇 번 더 먹고 고양이로 돌아가야지.
고양이였던 유메는 어느날 사람이 되었다. 유메는 일본에서 태어난 고양이지만 사람이 된 후 한국말밖에 하지 못했고 한국 드라마를 보며 이런저런 호칭을 썼다. 엄마, 언니, 여보... "자기야! 오늘도 힘내!" 알 수 없는 이유로 인간이 된 유메는 밤낮없이 울기만 했고 미애는 유메를 위로해주기 위해 등을 쓰다듬거나 뺨을 어루만져주었다. 사람이 된 유메는 고양이 때와 별만 달라진 게 없었다. 다만 고양이일 때 '미야오, 미야오' 하고 울던 울음소리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하는 투정으로 바뀌었을 뿐. 그리고 그들은 어느새 여자와 여자 사이에서 하는 스킨십의 선을 넘어버린다. "이러면 안 돼." 유메가 고양이였던 시절처럼 미애의 손에 콧등을 부딪치며 품으로 파고든다. 미애는 밖에 이러면 곤란하다며 여자와 여자, 인간의 도덕 법칙에 대해 설명하지만, 유메는 밖에 나가면 여자란 것에 갇혀야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다시 고양이로 돌아가야겠다. 유메가 사람이 되어 좋은 건, 미애를 만질 수 있어서다. 미애의 코에서 나는 따뜻한 숨결을 느낄 수 있다면 인간이 된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유메는 봄이 지나면 돌아가야 한다. 죽은 고양이들이 사는 나라로. "미안해.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애는 몇 번이고 반복해 꾸는 이 꿈의 장면들을 뒤짚어본다. "내 최고의 친구였어. 언제나 나의 엄마, 언니, 사랑하는 여보야. 이제 난 안 아파." 유메는 고양이와 인간을 넘나들며 미애의 꿈에 찾아와 위로했다. 까맣고 말랐던 새끼 시절, 한없이 여린 숨결로 미애의 외로움을 달래주던 그 밤들처럼.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공공연한 고양이>는, 고양이에 대해 따뜻한 시선이 있는 작가 열 명이 '고양이'와 관련한 소재로 쓴 글을 엮은 책이다. <쇼코의 미소> 작가인 최은영과 <82년생 김지영> 작가인 조남주를 필두로 모였는데, 어벤저스 같다. 너무 좋아!
특히 마지막 두 명, 양원영 작가와 조예은 작가는 나의 뇌에 저장 완료!
1. 임보 일기(최은영)
'임보'가 '임시 보호'의 줄임말인 걸 이번에 알게 됐다. 고양이는 처음이라. 윤주가 키우던 고양이 '팥빵이'를 무지개다리 건너로 보낸 후, 우연히 유기된 무기명의 고양이를 임보하며 입양 보낼 사람을 찾는 이야기다.
키우던 반려동물이 떠났을 때 남겨진 주인이 느끼는, 다시는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무거운 감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2. 테라스가 있는 집(조남주)
고양이 '쿠키'를 청첩장 작업 중에 잃고, 파혼한 후 '쿠키'가 좋아할 만한 '테라스가 있는 집'으로 무리한 이사를 한 후 '쿠키'를 기다리는 지나의 이야기.
난 아직 불편한 마음에 <82년생 김지영>을 만나지 못했지만, 이 짧은 글로도 그녀가 얼마나 담담하게 그 예민한 젠더 이슈를 건드릴지 짐작이 돼서 사실 더 무서워졌다.
나이가 들었나 보다. 불편함이 감지되면 피하고 보는.
자식을 잃은 엄마의 마음은 공감하면서도, 반려동물을 잃은 주인은 '너무 과하다'라고 갸우뚱하는 게 일반인의 시선이다. '사람도 아닌 동물'에게 보험 처리도 되지 않는 수술과 입원 치료를 넉넉지도 않은 형편에 해나가는 주변인을 바라보며 속으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동물이지 않은가. 그런데 애묘인의 시선으로 보면,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이상 사람 자식에게 느끼는 같은 무게의 책임감을 느끼고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자식을 둔 부모의 그것과 같다.
3. 세상의 모든 바다(정용준)
지능이 낮지만 동물과 대화할 줄 아는 '설이'가 먼 바다로 엄마와 아빠를 차례로 떠나보내고, 자신을 부모에게 이끌어줄 트럭 기사와 함께 바다로 떠나는 이야기.
4. 너를 부른다(이나경)
심유진, 대학생. 대학에 입학하여 자취를 한 동네에서 유기견들을 중성화해 주는데 그 보답으로 그 동네 신묘한 고양이로부터 매번 감사의 생쥐를 헌납 받는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동생 심유선은 언니의 말을 반신반의하지만, '묻지 마 범죄'에 죽은 언니의 죽음을 4년간 부정하며, 그 고양이에게 이제 그만 언니를 돌려달라고 애원한다.
5. 덤덤한 식사(강지영)
B형 유기견을 살려 내 '우리아이동물병원'에 공혈묘가 있다는 정보를 고양이 카페에 흘리는 수의사가 이 세상에 있으니까 이런 글이 나왔겠지
나도 아이들도 고양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온가족 모두 알레르기성 비염환자들이라 키울 수가 없어서 고양이 동영상이나 친구네집 고양이 사진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곤 했다.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라면 어떤 이야기라도 좋아서 이번 서평단에도 응모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당첨되어서 너무 기뻤다.
한권의 책에 열개의 이야기라니... 그것도 열가지 서로 다른 스타일의 이야기가 모여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러나 작품에 따라 호불호가 정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이야기의 선호도가 달라지니까 말이다.
제목부터가 좀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는데...
네이버에서 "공공연하다"의 뜻을 찾아보니,
"숨김이나 거리낌이 없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라고 한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는 최은영 작가님의 [임보일기], 김멜라 작가님의 [유메노유메], 양원영님 작가님의 [묘령이백]이었다.
[임보일기]는 주변에서 종종 보아왔던 이야기이기도 했는데 유기된 고양이를 정성껏 돌보며 임보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입양보내는 이야기... 정이 들어서 보내기 힘들었을 것 같은 공감이 되는 이야기이다.
[유메노유메]는 처음에 제목이 '유메노유메'일까... 우리말로 '꿈의꿈'이라니 무슨 말인가 잠시 생각하다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야기를 다 읽고나서 '아...!'하고 느낌이 왔다.
유메라는 고양이를 키우게 된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키우던 고양이가 사람이 되어버린 상황이라 재미있게만 읽었는데... 진실이 밝혀지면서 아니, 주인공이 현실을 자각하게 되변서 그 것이 꿈이었다는 이야기인데 난 왜 이렇게 이 이야기가 슬픈지 모르겠다.
사람이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되듯 고양이도 그러한 게 당연한 건데 가족을 잃는다는 슬픔같이 느껴져서 인지... 반려동물을 키우기 힘든 이유중의 하나가 이러한 이별때문 일 것 같다.
[묘령이백]은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너무 슬프게만 느껴진 후 읽어서인지 마음이 좀 편해지고 애교많은 고양이 표현이 많은 작품이라서 미소지으며 읽은 것 같다.
고양이를 너무 사랑했던 로봇공학자 주인이 고양이의 뇌를 로봇에 이식하면서 200년 넘게 살게 된 고양이이야기이다.
아마도 미래에는 가능한 이야기 아닐까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든 고양이든 이별 할 때에는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곁에 있을 때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따뜻한 책 한 권을 읽은 느낌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양이 시점 짧은 소설'이란 부제를 달고 나온 소설 <공공연한 고양이>
고양이 나오는 건 무조건 읽고 본다!
이 소설집에 소설을 쓴 작가들 10명 중 책을 읽어본 작가는 세 명, 그 중 두 명은 관심있는 작가다.
작가 소개를 보니 이 들도 다 집사!!
그저 반갑고, 집사작가라면 고양이에 대해 더 잘 묘사했을거라 기대하고 읽었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10편의 소설이 실린 이 단편집은 200쪽이 채 안된다.
그러니 소설의 분량도 짧아서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을 수 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작가의, 짧은데 많은 소설이 실린, 소설집의 경우
"헷갈린다!"
"뒤섞인다!"
"남는 게 없다!"
같은 하소연이 많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나에게만??
아, 집사들에겐 그럴 것이다!
10명의 작가들 중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또 그럴 것이다!
뭐, 그렇지 않더라도 10편 중 한편이라도 재미있거나 감동을 받았다면 괜찮은거다.
앗, 출판사나 작가는 안 그럴까??
그만 각설하고 책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그동안 고양이 시점으로 쓰여진 소설로 대표작은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다.
이 소설에서도 고양이가 직접 말을 하는 1인칭도 있고 인간의 시점이지만 고양이가 동등하게 주인공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설의 형식이지만 일기같기도 수기같기도 한 작품들도 있었는데 그 이유는, '고양이'하면 숱하게 들어온 사연들이라서 소설같지 않기도 했다.
그중 흥미로운 소재를 사용한 것은 김멜라의 "유메노유메"와 양원영의 "묘령이백"이었다.
"유메노유메"는 고양이가 사람이 되는 이야기다. 사람도 여자, 고양이도 여자인데 여자 둘이 하는 스킨십이 찐하게 묘사된다. 여자사람 입장에선 남들 보는 앞에서 과한 스킨십을 하는 (사람으로 변한)고양이때문에 당황스럽고, 고양이 입장에서는 고양이일때 하고싶어도 못했던 것들을 하는데, 그걸 저지하는 사람이 이상한거다. 그동안 소설에서 사람같이 행동하는 고양이나 사람으로 변신한 고양이를 소재로 한걸 봤지만 이런 전개는 또 첨이라 신박했다.
고양이 입장에서 표현한 문장이 찡했다.
p. 149
사람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미애는 내가 장어덮밥이나 와규 때문에 사람이 된 걸 좋아하는 줄 알지만 사람이 되어 좋은 건 미애를 만질 수 있어서다. 고양이였을 땐 미애의 손길을 기다렸지만 이제는 내가 먼저 미애의 손을 잡고 미애의 발등 위에 내 발등을 올리며 미애의 몸을 느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미애와 마주 보고 누워 뽀뽀하기. 미애의 코에서 나는 따뜻한 숨결을 느낄 수 있다면 인간이 된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나도 우리 냥이의 코에 내 코나 얼굴을 갖다대고 숨결을 느끼는 걸 좋아한다. 특히 루키의 콧김이 가장 좋은데 세마리중 얘만 내게 그 숨을 제대로 전달해준다. 오키는 내가 얼굴 대는걸 허락하지 않고 토르는 아직 숨이 가늘어서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묘령이백"은 가히 드라마 <도깨비>의 고양이 버전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저승사자는 동물을 데려가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 200년째 저승으로 못데려가고 있는 고양이가 바로 주인공 묘령이백이다. 왜냐하면 로봇공학자였던 첫번째 주인이 너무나 고양이를 사랑한 나머지 로봇고양이의 몸에 자기 고양이의 뇌를 이식해서 계속 살아가게 된 것이다. 첫번째 주인이 죽고 그후에 만난 주인들도 묘령이백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죽지않게 된다.
일생이 짧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건 그들과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사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 소설의 소재처럼 자기 고양이가 죽지 않고 계속 좋은 주인을 만나길 바라는 꿈을 꾸는 거다. 비록 자기가 먼저 죽더라도 말이다. 이 짧은 소설은 기발한 환타지라서 재밌었는데 반전까지 있어서 끝까지 웃게 만들었다.
소개한 두 소설 모두 환타지였다. 우리 집사들은 고양이를 세상에서 귀한 존재로 모시며 평생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이런 마음자체가 환타지인걸까?싶기도 하지만... 그들과 좀 더 교감하고 싶고 더 더 많이 사랑하고 싶다.
그런 집사들의 마음을 담은 소설집이라서 읽고 나서도 계속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