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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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리뷰 총점 9.4 (4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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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프랑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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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매혹적인 작은 괴물’ 프랑수아즈 사강을 탄생시킨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_11쪽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슬픔이여 안녕』이 프랑수아즈 사강 15주기를 맞아 김남주 번역가의 유려하고 감각적인 새 번역으로 정식 출간되었다. 『슬픔이여 안녕』은 사강에게 ‘문단에 불쑥 등장한 전대미문의 사건’ ‘매혹적인 작은 괴물’이라는 수식을 안기며 또 다른 천재 작가의 출현을 알린 데뷔작이자 사강 문학의 정수를 이루는 대표작이다. 열여덟 살의 대학생이 두세 달 만에 완성한 이 소설은 프랑수아 모리아크를 비롯한 쟁쟁한 문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비평가상을 받았고 전후 세대의 열광 속에 ‘사강 신드롬’을 일으키며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모리아크가 “첫 페이지부터 탁월한 문학성이 반짝이고 있다”고 평한 이 작품은 아버지의 재혼이라는 사건 앞에서 자기 내면의 낯선 감정과 마주하게 된 십 대 후반의 섬세한 심리를 더없이 치밀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내며 어느새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간명하고 예민한 필치로 보여준다.

책에는 40여 년이 지나 『슬픔이여 안녕』을 쓰던 때를 돌아보며 쓴 사강의 에세이, 사강의 여러 면모를 보여주는 풍성한 사진 자료, 프랑스 비평가 트리스탕 사뱅이 촘촘하게 사강의 삶을 그리는 글을 함께 실어 탐닉과 몰아의 경지에서 자신을 끝까지 불태웠던 한 천재의 다양한 면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부 9
2부 83

에세이: 슬픔이여 안녕 _프랑수아즈 사강 189
옮긴이의 말: ‘사강다움’의 원전, 그 소설 속에서 ‘나’를 만나다! _김남주 215
프랑수아즈 사강의 삶: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_트리스탕 사뱅 231

작가 연보 26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요란하고 화려한 삶 이면의 또 하나의 우주
사강이 ‘평생에 걸쳐 사랑한 그 무엇’, 문학


“문학과 더불어, 단어와 더불어, 문학의 노예이자 대가인 이들과 더불어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었다. 문학과 함께 달리고,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문학을 향해 기어올라가야 했다. 그러니까 그것을, 조금 전 읽고서도 내가 결코 쓰지 못할,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같은 방향으로 달리지 않을 수 없는 그것을 향해.” _프랑수아즈 사강

‘매혹적인 작은 괴물’ ‘문학계의 샤넬’ ‘열여덟 살 난 콜레트’. 사강을 수식하는 수많은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사강은 등장과 동시에 자유로운 성, 속도감과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문장의 아이콘으로, 한 시대의 상징으로 떠오른다. 20세기를 열광시킨 이 작은 괴물은 말년까지도 쉼 없이 작품 세계를 연마하며 열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속도와 알코올, 도박과 약물에 탐닉하는 자유분방한 삶으로도 유명세를 치른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로 집약되는 사강의 삶은 소진과 탐닉으로만 이뤄진 듯하지만, 사실 사강의 삶을 지탱한 것, 사강이 끝까지 고수한 것은 오로지 문학뿐이었다. 그리고 사강이 쓴 모든 작품들의 기원, 사강 문학의 성소가 바로 《슬픔이여 안녕》이다. 문학적 재능이 반짝이는 대담하고 섬세한 심리 묘사와 인간 본성에 관한 치밀한 성찰, 지극히 효율적인 구성, 독특한 인물들은 그 누구와도 다른 사강만의 문학 세계를 잘 보여준다. 특히 ‘슬픔’이라는 삶에서 처음 마주하는 감정에 관한 성찰과, 그것을 받아들이며 어른의 세계로 입문하는 주인공의 내면에 관한 묘사에서 사강의 문학성은 빛을 발한다.

사강 15주기에 다시 만나는 사강 문학의 기원
풍성한 자료와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는 《슬픔이여 안녕》


사강은 1954년의 한 대담에서 이런 말을 남긴다. “작가는 같은 작품을 쓰고 또 쓰는 것 같다. 다만 시선의 각도, 방법, 조명만이 다를 뿐.” 사강이 열여덟 살에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했을 때 사강은 이미 사강이었다. 인간 본성에 관한 간결하고 예리한 고찰, 경쾌하고 우아한 문장, 기성의 도덕과 관념을 향한 냉소, 과감한 구성과 줄거리. 모든 천재의 첫 작품이 그렇듯이 사강의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에는 사강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강 본인이 말했듯 이후 사강이 발표한 수십 권의 작품들은 모두 《슬픔이여 안녕》에서 출발한, 《슬픔이여 안녕》의 다양한 변용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프랑수아즈 사강 15주기를 맞아 아르테에서 정식 출간한 사강의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은 번역가 김남주가 사강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를 세심하게 살려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다. 충실한 번역에 더해 풍성한 사진 자료, 작품의 이해를 돕는 글 두 편도 함께 수록됐다. 《슬픔이여 안녕》이 출간된 지 40여 년 뒤에 사강 본인이 그 시절을 돌아보며 쓴 에세이는 작품에 대한 생생하고 흥미로운 감상을 전하며, 사강의 삶을 출생부터 사망까지 추적한 비평가 트리스탕 사뱅의 글은 문학보다 더 문학적이었던 사강의 삶의 다양한 면면을 소개한다. 새로운 표지,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는 《슬픔이여 안녕》에서 독자들은 여전히 매혹적인 사강 문학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다.

《르 몽드》 선정 ‘세기의 책 100권’
1954년 프랑스 비평가상 수상

종이책 회원리뷰 (33건)

주간우수작 《슬픔이여 안녕》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지* | 2019.10.23 | 추천25 | 댓글20 리뷰제목
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보석 같은 경구를 일부러 읊조리곤 했다. “과오란 현대 사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생한 색깔이다.” 나는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이 말을 금언으로 삼았다.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 이상으로 그 말을 확신했던 것 같다. 나는 내 삶이 이 구절로 대변되고 이 구절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그 구절로부터 도착적인 채색 판화처럼 솟아오를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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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보석 같은 경구를 일부러 읊조리곤 했다. “과오란 현대 사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생한 색깔이다.” 나는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이 말을 금언으로 삼았다.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 이상으로 그 말을 확신했던 것 같다. 나는 내 삶이 이 구절로 대변되고 이 구절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그 구절로부터 도착적인 채색 판화처럼 솟아오를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삶에는 작동하지 않는 시간, 논리와 맥락이 닿지 않는 때, 일상적인 좋은 감정 같은 것들이 있음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나는 저속하고 부도덕한 삶을 이상으로 여겼다.    p.33

열일곱 세실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애인 엘자와 함께 지중해의 한적한 해안가로 함께 휴가를 떠난다. 세실의 아버지는 마흔 살이었고, 십오 년 전부터 홀아비로 지내오고 있었으며, 육 개월마다 여자를 바꿔가며 만나는 유쾌하고 매력적인 남자였다. 세실은 아버지에게 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했고, 그런 상황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엘자는 술집에 나가기도 하고 작은 무대에서 단열을 맡기도 하는, 반쯤은 유흥업계, 반쯤은 사교계에 속한 여자였고, 상냥하고 단순하며 소탈했다. 세실은 해변에서 며칠을 보내고 엿새째 되는 날 잘생긴 대학생 시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휴가는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웠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갑작스럽게 그들의 휴가 여정에 불청객이 끼어들기 전에는 말이다.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옛 친구인 안이 오기로 했다고 그들에게 말한다. 마흔두 살의 안은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세련된 여인이었다. 이혼을 하고 자유로운 상태였지만 연인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세실 역시 이년 전 그녀에게 세련되게 옷 입는 법과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웠던 터라 고마운 마음도 갖고 있었지만, 문제는 안이 떠들썩하고 무절제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우리와는 달리 세련되고 지적이고 신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차분한 성격이었다는 거다. 설상가상으로 안이 와서 함께 휴가를 보내다 아버지가 그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저속하고 부도덕한 삶을 이상으로 여겼던 자유로운 영혼 세실은 아버지에게 실망해 이 결혼을 막기 위해 엘자와 시릴과 함께 모종의 계획을 세우는데, 이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파국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 순간 이유는 모르지만 그 성냥불이 내게 아주 중요한 것처럼 여겨졌다. 안이 갑자기 무관심에서 벗어나 웃음기 없는 얼굴로 나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 배경도 시간도 사라지고 오직 그 성냥개비와 그것을 쥔 내 손가락, 회색 성냥갑과 안의 시선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나는 성냥개비를 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성냥에 불이 붙었다. 내가 불붙은 성냥을 향해 허겁지겁 얼굴을 내밀자, 물고 있던 담배가 성냥개비를 덮쳐 불을 꺼뜨리고 말았다.    p.124~125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을 10년 뒤에, 혹은 20년 뒤에 다시 읽었을 때, 여전히 그 작품이 같은 의미로 다가오는 경우란 거의 없다. 특히나 사강의슬픔이여 안녕은 아주 오래 전부터 다양한 버전으로 출간되었던 작품이라, 나 역시 아주 어릴 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렇게나 시간이 많이 흐른 뒤 다시 만난 이 작품은 내가 읽었던 그 작품이 맞나 싶게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해할 수 없었던 감정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청춘의 대담함이 무모함이 아니라 자유로움으로 보였고, 세실이 경험하는 낯선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줄거리만 보면 통속 드라마의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 보니 굉장히 세련되고, 관능적인 작품이었던 것이다. 가끔 고전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품인데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고 보니, 쉽고도 보편적인 이야기로 바뀌어 읽히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러했다.

열여덟 살의 대학생이 두세 달 만에 완성한 이 소설은 당시 쟁쟁한 문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비평가상을 받았고 전후 세대의 열광 속에사강 신드롬을 일으키며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걸로 유명하다. 이번에 프랑수아즈 사강 사후 15주기를 기념해 정식으로 출간되었는데, 화보, 에세이 등 풍성한 자료와 새 번역으로 만나게 되는 거라 더욱 의미가 있다. 특히나 사강이 40여 년이 지난 시점에 이 작품을 쓰던 때를 돌아보며 쓴 에세이와 사강의 여러 면모를 보여주는 풍성한 사진 자료가 인상적이고, 프랑스 비평가 트리스탕 사뱅이 촘촘하게 사강의 삶을 그리는 글을 함께 실어 작품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러니 오래 전 다른 판본으로 이 작품을 읽었다고 하더라도, 혹은 이미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새로 출간된 이 버전으로 다시 한번 꼭 만나 보길 추천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 20 2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5
구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a*********4 | 2022.03.2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에밀아자르의 책을 읽고 프랑스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프랑스 작가가 쓴 작품들을 몇 권 사보았어요. 슬픔이여 안녕도 그 중의 한권이었습니다. 그치만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요. 이 책은 좀 실망스러웠어요. 스토리 전개보다는 묘사가 많아 집중력이 흐려졌습니다. 주인공의 마음도 공감하기 어려웠구요. 제목은 정말 먹진데, 내용은 글쎄요. 그냥 서둘러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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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아자르의 책을 읽고 프랑스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프랑스 작가가 쓴 작품들을 몇 권 사보았어요. 슬픔이여 안녕도 그 중의 한권이었습니다. 그치만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요. 이 책은 좀 실망스러웠어요. 스토리 전개보다는 묘사가 많아 집중력이 흐려졌습니다. 주인공의 마음도 공감하기 어려웠구요. 제목은 정말 먹진데, 내용은 글쎄요. 그냥 서둘러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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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e*****0 | 2021.08.3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자유분방한 바람둥이 아빠 레몽, 아빠의 젊은 정부 엘자 마켄부르, 지적이고 아름다운 계모 안 라르센, 대학시험에 떨어진 17세 소녀 세실, 세실을 사랑하는 법대생 시릴의 이야기. 지중해의 한적한 해안가에 있는 매력적인 하얀 별장, 그곳에 여자에게 이내 싫증을 내는 아빠와 현재 애인인 엘자, 이 년전 기숙학교에서 나온 세실, 이 세사람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 그 곳에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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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한 바람둥이 아빠 레몽, 아빠의 젊은 정부 엘자 마켄부르, 지적이고 아름다운 계모 안 라르센, 대학시험에 떨어진 17세 소녀 세실, 세실을 사랑하는 법대생 시릴의 이야기.

지중해의 한적한 해안가에 있는 매력적인 하얀 별장, 그곳에 여자에게 이내 싫증을 내는 아빠와 현재 애인인 엘자, 이 년전 기숙학교에서 나온 세실, 이 세사람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

그 곳에서 세실은 법대생 시릴과 사랑에 빠지고, 죽은 어머니의 옛 친구인 안 라르센이 이 별장으로 찾아오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엄마의 죽음이후 형성되었던 둘 만의 세계가 흔들린건 아빠가 젊은 정부를 뒤로 하고 안에게 빠져버렸고 급기야 결혼을 발표한다.

아빠의 무심한 태평함으로 평화로웠던 질서를 안은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시릴과의 관계를 차단하고 대학시험 공부를 시키자 세실은 도발하지만 결국엔 굴복하고 만다.  레몽도 자신의 자유가 이제는 끝이라는 걸 알지만 이 매력적인 여자 안에게 그도 꼼짝하지 못한다. 

아빠의 결혼을 막기 위해 세실은 엘자와 시릴에게 사랑하는 연기를 시키고 이 계획은 성공을 한다. 

이 소설은 그 해 여름을 추억하는 세실의 시점으로 펼쳐진다. 백설공주 번외편 같은 짧은 스토리지만  역시 이 소설은  사강의 문체가 다했다.

안을 잃고 나서 그녀에게 찾아온 슬픔이라는 감정을 마주하는 17세 소녀의 감성이 오롯이 전달된 소설이었다.

나는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p.11

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보석 같은 경구를 일부러 읊조리곤 했다. "과오란 현대 사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생한 색깔이다." 나는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이 말을 금언으로 삼았다. p.33

아버지와 나의 삶이 즐거울 수 있었고, 우리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스스로를 방어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은 서로를 무심한 태평함으로 대해서가 아니었던가.p.77

그 생활에는 생각할 자유, 잘못 생각할 자유, 생각을 거의 하지 않을 자유, 스스로 내 삶을 선택하고 나를 나 자신으로 선택할 자유가 있었다. 나는 점토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어벗다. 하지만 그 점토는 틀에 들어가기를 거부한다. p.80

지금도 성냥개비에 불을 붙이다 실패할 때면 나는 그 기묘한 순간을 다시 떠올린다. 내 행동과 나 자신 사이에 놓은 그 간격을, 안의 눈길에 담긴 무게, 그 주위의 공허, 그 공허의 강렬함을......p.125

우리, 그러니까 아버지와 나는 내적으로 고요해지기 위해 외적인 소란이 필요했다.p.159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이름을 불러 그것을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p.186

내 책이 다시 읽을 만큼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책꽂이에 수많은 다른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 죽을 때까지 읽어도 다 읽지 못할 미지의 책들이 있음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내 책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게다가 나는 이미 그 책을 결말을 알고 있으니)시간 낭비가 아니겠는가!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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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안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n**t | 2021.04.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열일곱살 세실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애인 엘자와 함께 휴가를 떠난다. 세실의 아버지는 마흔 살로 호색한, 난봉꾼이었다. 세실은 이웃의 시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런 그들에게 어머니의 옛 친구 안이 온다. 마흔두 살의 안은 아버지나 세실과 달리 세련된 여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안과 결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어 세실을 간섭하기 시작한다. 세실은 둘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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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살 세실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애인 엘자와 함께 휴가를 떠난다. 세실의 아버지는 마흔 살로 호색한, 난봉꾼이었다. 세실은 이웃의 시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런 그들에게 어머니의 옛 친구 안이 온다. 마흔두 살의 안은 아버지나 세실과 달리 세련된 여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안과 결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어 세실을 간섭하기 시작한다. 세실은 둘의 결혼을 막기 위해 엘자와 시릴과 함께 질투 작전을 펼친다. 안은 단단한 겉껍질이 깨지자마자 가장 먼저 자신을 버리고 만다


나이에 대해 세세하게 알려주는 부분들이 신경쓰였다. #브람스를좋아하세요 의 마지막에서 폴이 "시몬 난 이제 늙었어 늙은 거 같아"라고 절규하던 장면이 연상된다. 안의 간섭이 싫었던 세실이 시릴과 엘자를 이용하는 장면에서는 젊음의 어리석음과 들뜸, 풋내가 느껴졌다. 슬픔이여 안녕에서 슬픔은 나이와도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P.11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슬픔이여안녕 #bonjourtristesse #프랑수아즈사강 #아르테 #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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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정말 좋아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외*섬 | 2021.01.0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세계문학전집에 이 책도 포함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읽어도 몹시 세련된 구성이나 감정서술이 좋구요. 사강 특유의 인물에 대한 시각이나 관계에 대한 몰입 등이 여기서 잘 드러나서 특히 좋아합니다. 19년에 아르테에서 나온 판에는 뒤에 사강의 에세이(?)도 붙어있어서 더욱 좋아해요. 책장에 꽂아놓고 오래오래 잘 간직하고 싶어요. 인물중하나가 죽었냐 안 죽었냐 하는 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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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에 이 책도 포함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읽어도 몹시 세련된 구성이나 감정서술이 좋구요. 사강 특유의 인물에 대한 시각이나 관계에 대한 몰입 등이 여기서 잘 드러나서 특히 좋아합니다. 19년에 아르테에서 나온 판에는 뒤에 사강의 에세이(?)도 붙어있어서 더욱 좋아해요. 책장에 꽂아놓고 오래오래 잘 간직하고 싶어요. 인물중하나가 죽었냐 안 죽었냐 하는 얘기가 있는데 맨 뒷부분 읽어보면 결국 죽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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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슬픔이여 안녕 | 프랑수아즈 사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A***e | 2020.09.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프랑스아즈 사강의 작품은 <슬픔이여 안녕>보다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먼저 접했다. 이전 리뷰에도 작성한 적이 있지만 프랑스아즈 사강은 남성을 다루는데 있어 여성적인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가이기도 하다. 내가 작품에 투영해있다는 자극을 받아서 어떤 한 여성의 삶이 아닌 내 자신의 삶을 되 돌아보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이다.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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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아즈 사강의 작품은 <슬픔이여 안녕>보다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먼저 접했다. 이전 리뷰에도 작성한 적이 있지만 프랑스아즈 사강은 남성을 다루는데 있어 여성적인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가이기도 하다. 내가 작품에 투영해있다는 자극을 받아서 어떤 한 여성의 삶이 아닌 내 자신의 삶을 되 돌아보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이다.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리커버 판이 정말 너무나도 이쁘다. 속지는 매력적인 프랑수아즈의 화보로 감싸고 있다. 고전으로 손 꼽히지만 현대물로도 전혀 손색이 없는 내용들을 보며 인간의 감정은 시간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은 정적 요소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이 감정이 어찌나 압도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 내가 줄곧 슬픔을 괜찮은 것으로 여겨왔다는 사실이 부끄럽게까지 느껴진다. 슬픔, 그것은 전에는 모르던 감정이다. p.11


열일곱 살의 세실은 아버지 레몽과 함께 여름 휴가를 떠나게 된다. 바람기가 다분한 아버지는 여자친구를 자주 바꿨는데 이번 여름 휴가에는 엘자와 함께 하기로 했다. 별장에서 세실은 바로 옆 별장에서 온 시릴을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평화로운 휴가에 별안간 불청객이 등장한다. 죽은 어머니의 친구이자 세실을 잠시 돌본 안이 그 곳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자유분방한 세실과 달린 안은 사회적으로도 성공했고 외모도 세련되고 아름다웠다. 또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이 뚜렷한 여성이었다.


그런데 이 휴가로 인해 아버지인 레몽의 사랑이 엘자가 아닌 안으로 바뀌어 버리고 심지어 둘은 파리로 돌아가 결혼을 하겠다고 세실에게 선포한다. 세실은 자신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말을 함부러 하지 못하게 하는 안이 아버지와 자신의 세계에 들어온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세실은 아버지가 안과 헤어지기 위해서는 엘자와 이어주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엘자, 시릴과 함께 앙큼한 계획을 꾸미기 시작한다. 


나의 삶, 아버지의 삶은 그런 생각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안은 그것을 경멸함으로써 내게 상처를 주었다. 사람은 뭔가 대단한 가치에 목표를 둘 수도 있지만 경박한 가치에 집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안은 나를 생각이 있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게 잘못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갑자기 시급한 일로,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졌다. p.51


먼저 읽었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보다 더 재밌게 읽었던 <슬픔이여 안녕>이다. 제목에서 '안녕'은 'bye'가 아닌 'hello'라고 한다. 여기에 함의된 뜻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인공 세실의 내적 성장인지는 모르겠다. 안을 외부적 압력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자유적인 기질이 방해 받는다고 느껴지지만 한편으로 그런 안의 어른스러운 행동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심리 묘사가 정말 흥미로웠다. 책의 말미에 '슬픔이여 안녕'을 몇 십년 만에 다시 읽고 쓴 에세이가 있어서 이 책에 대한 작가의 직접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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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거기 있었니?_『슬픔이여 안녕』 독서후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m******6 | 2020.09.1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https://blog.naver.com/mate3416/222091024285< 책방 하고 싶은 면서기 >    그래, 먼저 작가에 매료되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셀럽 무관심’이라는 라이프 스타일이 스스로 흡족한 나로서는 기행과 소문 요란한 작가의 흑백사진 한 컷에 사로잡혔다는 것이 적지 않은 당황이었다. 프랑수아즈 사강, 부러 그의 글을 궁금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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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mate3416/222091024285

< 책방 하고 싶은 면서기 >

 

   그래, 먼저 작가에 매료되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셀럽 무관심이라는 라이프 스타일이 스스로 흡족한 나로서는 기행과 소문 요란한 작가의 흑백사진 한 컷에 사로잡혔다는 것이 적지 않은 당황이었다. 프랑수아즈 사강, 부러 그의 글을 궁금해 하지 않았다. 쓸데없고 고약한 자존심.

   정말이지 어디에도 쓸 수 없고, 진정 무엇에도 고약하기만 한 마음을 결국 고쳐먹고 백치의 독자로 돌아와 슬픔이여 안녕을 읽었다. 맙소사, 맙소사.

   맙소사를 뱉어가며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 장까지 읽어버린 날, 오늘 책은 어땠냐는 큰꼬마의 물음에 흥분하고 말았다. “재밌었어, 진짜!”

 

   열일곱의 세실은 대수롭지 않게, 유쾌하고 가벼운 감각으로 사는 아버지 레몽의 라이프 스타일이 편하다. 대학 입시의 낙방도 아버지의 젊은 애인도 무게가 되지 않는다. 세실과 레몽, 레몽의 연인 엘자는 강렬한 여름해를 몸으로 받으며 바다와 술과 게으른 아침커피로 여름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안은 세실 엄마의 친구다. 죽은 엄마의 역할을 종종 대신 하는 그녀는 마침 정확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안은, 용납하지 않는 것들이 있는, 감각으로만 사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안이 그들의 여름휴가에 들어온다.

   세실은 호탕과 방탕의 삶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하고 싶다. 아버지와 행복했으니 계속해 그런 선택으로 살겠다고, 경멸은 부당하다고 공포하고 싶다. 그렇게 안을 밀어내고 싶다. 그리고 복종하고 싶다. 당신의 모습으로 어른이 되고 싶어요, 당신이 재단해준 미래를 선택할게요, 당신과 같이 우아하고 기품있게, 아름답게.

 

   하루에도 수차례 악마와 순종을 오가는 세실의 갈팡질팡을 알겠다. 이제 다른 방식도 괜찮겠지만 아직 젊고 싶기도 한 레몽의 질투도 알겠다. 치밀하게 자기 자리를 잡아가는 안의 침착도, 세실의 치기어린 작전에 충실한 엘자와 시릴(세실의 연인)의 단순도 알겠다. 알겠어서, (아니다. 솔직해지자.) 그 심정들을 나 역시 살아보았어서 맙소사, 맙소사. 이 소설 맙소사.

 

 

   열여덟의 사강이 까페에 앉아 노트 위에 슬픔이여 안녕을 썼다. 1954년의 일이다. 쓸데없이 고약한 전과가 있는 서른여덟의 백치 독자가 이 소설에 빠져든다. 찰나였고, 70여년이 지난 2020년의 일이다.

   어떤 책인지를 묻던 큰꼬마가 사강의 나이가 되고 나의 나이가 되어 이 소설을 읽는다면 아마도 비슷한 무엇을 느끼리라. 그래, 이보다 더 영리하게 슬픔을 정의할 순 없어. 이런 소설을 써냈으니 슬픔은 사강의 것이야. 어쩔 수 없어.

 

   세실은 그 여름을 보낸 뒤 새벽녘의 침대에서 가끔 안의 이름을 부른다. 나직이, 아주 오랫동안. 안을 부르는 내내 세실을 장악하는 무엇으로 사강이 소설을 시작하였으니 마지막 문장을 읽은 독자는 첫문장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돌아왔다면, 당신 역시 나직한 소리로 읽어보면 어떨까. 당신의 리듬에 실린 슬픔을 감각해보시길. 맙소사 맙소사, 뱉게 될 터이니. 이 소설, 그래,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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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감상문 27] 슬픔이여 안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연**밥 | 2020.01.3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그동안 이름만 수없이 들어왔던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소설을 드디어 읽었다.고전소설을 읽을때면 항상 '고전' 또는 '명작'이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견고함이나 경직됨이 있다.그래서 지레 겁을 먹게 된다. 그러나 '슬픔이여 안녕'은 지금 봐도 재밌고 세련된 소설이었다.진지하거나 문학적인 감상을 쏙 뺀다면 마치 막장드라마를 보며 다음 화를 기다리는 듯한 두근거림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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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이름만 수없이 들어왔던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소설을 드디어 읽었다.

고전소설을 읽을때면 항상 '고전' 또는 '명작'이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견고함이나 경직됨이 있다.

그래서 지레 겁을 먹게 된다.

 그러나 '슬픔이여 안녕'은 지금 봐도 재밌고 세련된 소설이었다.

진지하거나 문학적인 감상을 쏙 뺀다면 마치 막장드라마를 보며 다음 화를 기다리는 듯한 두근거림이 있다.

 소설 자체도 길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틀만에 완독했던 것 같다.


 소설 속에서는 양 극단의 성향을 가진 인물들이 충돌한다.

 그러나 그 둘 중 어느 누가 옳다고 말 할 수가 없다. 어느 부분에서는 안에게 공감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세실에게 공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름 휴양지에서의 기억은 그동안 개방적이고 자유롭기만했던 세실에게 '슬픔'을 마주할 계기를 주었다. 그 전까지는 쾌락과 자유로 공허함을 채우던 세실은 여름 휴양지에서의 한 사건을 계기로 어두운 새벽, 홀로 있는 방 안에서 슬픔을 마주하고 그 슬픔을 고요히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로 성장했다.

 고독 속에서 찾아오는 슬픔을 고독 속에서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이 부분에서 세실의 성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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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슬픔이여 안녕]- 열일곱의 여름, 슬픔을 머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c*******1 | 2020.01.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찬바람이 코끝을 시리게 하는 이 계절과 달리, 뜨겁게 타오르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만난다. 작열하는 태양의 계절, 슬픔이란 감정을 알게된 열일곱 쎄실의 이야기이다. 길지 않은 이 책에서 쎄실은 일생일대의 일을 겪는다. 아버지의 사회적 위신이나 평온한 가정생활보다, 현재의 안락함을 더욱 연장하고 싶었던 쎄실의 마음, 그에서 비롯된 사건사고. 큰 일을 겪고서야 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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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코끝을 시리게 하는 이 계절과 달리, 뜨겁게 타오르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만난다.

작열하는 태양의 계절, 슬픔이란 감정을 알게된 열일곱 쎄실의 이야기이다.

길지 않은 이 책에서 쎄실은 일생일대의 일을 겪는다. 아버지의 사회적 위신이나 평온한 가정생활보다, 현재의 안락함을 더욱 연장하고 싶었던 쎄실의 마음, 그에서 비롯된 사건사고. 큰 일을 겪고서야 쎄실은 슬픔이란 감정을 알게 된다.

그것은 한동안 가깝게 지냈던 사람을 잃게 된 데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마냥 어린 소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데서 오는 것일까,

혹은 계절이 끝나가고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데서 오는 의외로 유치한 이유 때문일지도...?

쎄실이 제대로 답을 해주지 않았기에 우리는 어떤 이유로 쎄실이 슬픔이란걸 알고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모른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나는 언제 슬픔을 알게 되었는지 기억해 보려 해도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소중히 여기던 장난감을 잃었을 때 드는 느낌이 슬픔이야.' 뭐 이런 말들로, 감정 또한 주입식 교육으로 터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한 계절에, 슬픔이란 감정을 느끼고 받아들이게 된 과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남길 수 있다면, 평생을 돌이켜 후회가 없을 것이다. 다음 생이란게 있으면 이런 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ps. 그치만 중간에서 농락당한 안은 좀 안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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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슬픔이여 안녕 : 프랑수아즈 사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아*********다 | 2019.12.16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슬픔이여 안녕의 안녕이 오르부아, 안녕이 아니라 봉주르, 안녕이었다니 제일 처음 놀란 부분이고 *세련된 스타일에 또 한번 놀랐다54년 작품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촌스러운 구석이 전혀 없었다 *그 나이에 이렇게까지 미묘한 감정을 포착하고그걸 표현해냈다는 게 대단하다 게다가 재미있고마음을 찡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책도 예쁘다 *도착하고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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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이여 안녕의 안녕이

오르부아, 안녕이 아니라

봉주르, 안녕이었다니

제일 처음 놀란 부분이고

 

*

세련된 스타일에 또 한번 놀랐다

54년 작품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촌스러운 구석이 전혀 없었다

 

*

그 나이에 이렇게까지 미묘한 감정을 포착하고

그걸 표현해냈다는 게 대단하다

게다가 재미있고

마음을 찡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

책도 예쁘다

 

*

도착하고 처음 며칠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우리는 해변에서 여러 시간을 보내면서 열기에 녹초가 되었다. 이윽고 우리의 몸이 건강한 황금빛으로 차츰 그을리기 시작했다. 다만 엘자는 예외였다. 그녀는 햇빛 때문에 피부가 붉어지고 벗겨져 지독한 고통에 시달렸다. 아버지는 돈 후안의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뱃살을 빼기 위해 복잡한 다리 운동을 했다. 나는 새벽부터 물속에 들어갔다. 맑고 투명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지치도록 팔다리를 휘저어대며 파리의 온갖 먼지와 어두운 그림자를 씻어냈다. 모래밭에 길게 누워 손안에 모래를 움켜쥐었다가 손가락 사이로 노랗고 보드라운 모래 폭포를 쏟아내기도 했다. 모래 폭포가 시간처럼 모습을 감추고 있다고, 그건 한가로운 생각이라고, 한가로운 생각을 하는건 기분 좋은 일이라고 느꼈다.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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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리뷰 (4건)

구매 유려한 문장. 정적인 스토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YES마니아 : 로얄 u******4 | 2021.06.0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문장이 정말 물 흐르듯 흘러갑니다. 제목이 나오는 맨 마지막 부분은 정말로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줄거리는 글쎄요. 휴양지에서 보내는 휴가라 함은 밝은 것이 분명한데, 캐릭터들의 갈등이 해가 쨍쨍한 이야기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사랑이 키워드라고 할 수 있으면서 또 마냥 그렇지도 않은. 그래도 좋았어요. 길지 않아 후루룩 읽을 수 있는데, 요즘 날씨와 어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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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정말 물 흐르듯 흘러갑니다. 제목이 나오는 맨 마지막 부분은 정말로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줄거리는 글쎄요. 휴양지에서 보내는 휴가라 함은 밝은 것이 분명한데, 캐릭터들의 갈등이 해가 쨍쨍한 이야기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사랑이 키워드라고 할 수 있으면서 또 마냥 그렇지도 않은. 그래도 좋았어요. 길지 않아 후루룩 읽을 수 있는데, 요즘 날씨와 어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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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작은 괴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R*****^ | 2020.12.1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프랑스 서점 프나크와 일간지 《르몽드》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책 100권'을 선정하려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어떤 책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1위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고, 랭보는 순위에 없었고,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은 41위에 올랐다.이 책은 사강이 1954년 열여덟 살에 발표한 첫 소설이다. 발표하자마자 평단과 독자의 격찬을 받으며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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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서점 프나크와 일간지 《르몽드》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책 100권'을 선정하려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어떤 책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1위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고, 랭보는 순위에 없었고,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은 41위에 올랐다.

이 책은 사강이 1954년 열여덟 살에 발표한 첫 소설이다. 발표하자마자 평단과 독자의 격찬을 받으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천재의 탄생이었다. 책 속에 사강의 사진이 꽤 있는데 예쁘고 어리고 반짝거리는 매력적인 소녀의 모습이다.

열일곱의 '세실'은 아버지 레몽과 아버지의 애인 '엘자'와 여름 휴가를 보내러 바닷가로 떠났다. 세실은 거기서 '시릴'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갑자기 죽은 어머니의 친구 '안'이 등장하고 아버지는 '안'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던 세실은 아버지의 결혼을 막을 방법을 고민한다.

'슬픔이여 안녕'에서 안녕은 헤어질 때 안녕(bye)이 아니라 만날 때 인사 안녕(hello)이란다.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이름을 불러 그것을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작품도 매력적이지만 작가와 그녀의 삶에 더 매료됐다. 나는 작가가 옛날 사람으로만 여겨졌는데 2004년에 타계했다는 것에 당황스러웠다. 너무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됐고, 자동차 속도광이었고, 큰 사고를 당하고, 오랜 진통제 복용으로 마약 중독이 되고, 도박에도 일가견이 있었고, 두 번의 결혼 등으로 세간에 항상 주목을 받아야 했던 삶.

사강을 '인생에 대한 사탕발림 같은 환상을 벗어버리고 냉정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인간의 고독과 사랑의 본질을 그리는 작가' 라고 평하는데, 작품을 읽어봐야 한다. 이런 평으로는 그녀를 알 수 없다. '매혹적인 작은 괴물'이라더니 진짜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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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슬픔이여 안녕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a*****8 | 2020.09.0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프랑수아즈 사강에게 젊은나이에 온갖 찬사와 명성을 안겨준 작품, 슬픔이여 안녕. 아버지의 재혼이라는 큰 사건앞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어찌할 수 없는 10대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었다. 읽다보면 프랑스소설다운 풍부한 감성에서도 느껴지는 쓸쓸한 정취.. 이걸 20대에 썼다니 사강은 천재임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사강이 좀더 성숙해지고 쓰려했으면 절대 못썼을 소설이라고 느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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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에게 젊은나이에 온갖 찬사와 명성을 안겨준 작품, 슬픔이여 안녕. 아버지의 재혼이라는 큰 사건앞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어찌할 수 없는 10대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었다. 읽다보면 프랑스소설다운 풍부한 감성에서도 느껴지는 쓸쓸한 정취.. 이걸 20대에 썼다니 사강은 천재임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사강이 좀더 성숙해지고 쓰려했으면 절대 못썼을 소설이라고 느꼈다. 그만큼 순간 반짝반짝거리는 젊은날의 청춘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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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슬픔이여 안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s*******g | 2020.02.2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17세 소녀의 첫사랑과 첫경험.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사춘기 소녀 세실이 아빠 레이몽과 코트다쥐르 별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겪은 아빠와 아빠의 여자들, 안느와 엘자, 쎄실의 남자친구 시릴르.소녀의 감성과 충동이 이제 어른이 되어가려는 경계선에서 충돌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풋풋하지만 가슴 시린 이야기. 프랑수아즈 사강의 다른 책을 좋아하셨던 분은 역시나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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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소녀의 첫사랑과 첫경험.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사춘기 소녀 세실이 아빠 레이몽과 코트다쥐르 별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겪은 아빠와 아빠의 여자들, 안느와 엘자, 쎄실의 남자친구 시릴르.

소녀의 감성과 충동이 이제 어른이 되어가려는 경계선에서 충돌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풋풋하지만 가슴 시린 이야기. 프랑수아즈 사강의 다른 책을 좋아하셨던 분은 역시나 좋아하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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