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으로 유명한 '토머스 해리스'의 신작 '카리 모라'입니다.
'양들의 침묵'과 '레드 드래건'을 처음 만났을때 완전 충격이였는데요
너무 잼나게 읽었는지라, 완전 대박이였고
그후 영화로도 성공을 했었던 대단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2006년 '한니발 라이징'이후, 아무 소식이 없었는데요..
그러다가 13년만에 돌아온 신작 '카리 모라'는 기대안할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한니발 렉터'를 넘어서는 '괴물'이 등장했다는 말에 기대를 했었는데요..
그런데 사실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 작품의 '살인마'인 '한스 피터'는..
'한니발 렉터'의 발밑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였습니다.
책 제목은 주인공인 '카리 모라'의 이름입니다.
25살의 가녀린 체격의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그녀에게는 감춰진 비밀이 있었는데요..
'카리 모라'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그녀의 미모만 보고 접근하는 변태 살인마 '한스 피터'
'한스 피터'는 여자들을 납치하여 '부자'들에게 팔아먹고
쓸모없어지는 여자들은 '액화 화장 기계'에 넣어 녹여버립니다
그러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기가 막혔는데요..
그런 '한스 피터'가 '카리 모라'에게 집착하는데..
이번에는 상대를 잘못 골랐는데 말입니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한스 피터'와 '한니발 렉터'를 비교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데 말입니다
'한니발 렉터'는 '빌런'베스트에 드는 '살인마'지만.
'한스 피터'는 흔하고 흔한 변태 살인마였거든요...
그에 반해 '카리 모라'는 대단한 여전사 캐릭터였지요
그래서 그녀의 모습이 말 그대로 '사이다'였던..
'카리 모라'시리즈가 계속 나올지 궁금한데 말입니다.
책은 3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이라 금방 읽기는 하지만..
왠지 '양들의 침묵'과 '레드 드래곤'보다는 아쉬운 느낌은 듭니다.
애초에 비교하기에는 넘 큰 작품들인가? 싶기도 하구요..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마이애미 저택에 어마어마한 양의 금괴가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범죄 전문가들이라면 누구나 솔깃한 소문이지만, 집안에 있다고는 하는데 도무지 찾을 수 없고, 발견한다고 해도 특수 제작 금고에 폭탄이 설치가 되어있어 잘못하면 금괴는 물론이고 목숨까지 잃을 수 있었기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거기다 집은 중개인의 관리하에 얼마 동안 대여만 가능했다.
그리고 그 집에는 보안장치와 밤에는 상주하는 관리인 카리 모라가 있었다. 집안에 있는 온갖 이상한 물건들 때문에 그동안 많은 관리인들이 일을 때려치웠지만, 잘못하면 미국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 상태였던 카리는 돈이 너무 필요했기에 그곳이 두렵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에스코바르의 숨겨진 금에 대한 소문을 들은 한스 피터는 영화 촬영을 한다는 핑계를 대고 그 집을 빌린다. 부하들에게는 금고가 어디에 있는지 찾으라고 시키고, 한스 피터는 아름다운 카리를 보며 좀 가지고 놀다가 장기 등을 팔아넘길 계획을 세운다.
카리가 집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경험 때문이었다. 어릴 때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에게 끌려가 온갖 훈련을 받으며 살았고,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한 소년과 도망쳐 살다가 결혼하는 날 끝까지 자신들을 쫓는 그들에게 예비 신랑을 처참하게 잃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은 임시보호 상태라 이민국의 주시를 받고 있었다. 돈이 필요한 불안정한 상황이 카리를 강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그녀를 눈독 들이는 한스 피터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긴 했다. 여자의 장기를 꺼내 팔고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액화 화장 기계에 넣고 녹여 변기에 흘려보냈다. 그 어떤 추적도 할 수 없었기에 한스 피터의 악랄한 행동은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이들 외에 에스코바르의 금을 노리는 "텐 벨스 절도단"이 등장해 카리의 도움을 받았고, 집을 습격당한 경찰 테리 로블레스도 등장했다. 저마다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에스코바르의 집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던 셈이었다.
책 제목이 <카리 모라>라서 당연히 카리를 중심으로 내용이 진행될 줄 알았지만, 온갖 사람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한스 피터는 그렇다 쳐도 텐 벨스 절도단의 몇 명과 중간에 사망한 사람들 두어 명이 있었고, 테리 로블레스의 개인사도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사망한 사람의 변호사의 시점도 등장했다. 읽으면서 이들의 이야기는 왜 하는 건지 의문을 갖게 했다. 각자의 목적이 있고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내용에는 걸맞은 등장이었지만 굳이 한 챕터씩 나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시점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니 굉장히 산만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초반과는 다르게 점점 흥미를 잃어 읽는 동안 딴짓을 좀 하느라 30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소설을 예상보다 오래 읽었다.
결말엔 금괴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이제 나름의 해피엔딩을 맞이하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뒤통수를 치고 그것마저 해결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설마 후속편이 나오나?) 그나마 카리와 한스 피터의 긴박한 상황이 등장하긴 했지만 아주 짧기 때문에 스릴이 있다고 할 수도 없었다.
한니발 시리즈로 큰 인기를 끌었던 토머스 해리스의 13년 만의 소설인데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를 주진 않았다. 책 뒤편과 띠지에 쓰인 찬사가 무색하게 별 재미를 못 느꼈다. 그냥 읽었을 뿐이었다.
한니발 렉터를 넘어서는 괴물이라니, 말도 안 된다. 한스 피터는 별 볼일 없는 사이코패스였고(근데 무모증이란 설정은 왜 필요했을까?) 카리 모라는 뭐 여전사까진 아니고 그냥 강한 여자 정도였을 뿐이었다.
작가가 너무 오랜만에 돌아와서 그런가 요즘 인기를 끄는 스릴러 소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쉽다.
「양들의 침묵」의 기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읽을, 토머스 해리스 작가님의 신작입니다. 양들의 침묵이 거의 30년전 소설이니, 중간에 한니발, 한니발 라이징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정말 오래간만에 소설을 내셨습니다.
한니발 렉터를 넘어서는 괴물이 탄생했다. 스릴러 문학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토머스 해리스의 또 하나의 걸작!
- 전 세계 27개국 출간
- 2019 아마존 베스트 셀러
- 2019 아마존 이달의 책
- 2019 뉴욕타임즈 베스트 셀러
화려합니다. 그리고, 책에 장식된 짧은 서평 글 중에 마음에 걸리는 게 또 하나 있습니다.
「양들의 침묵」에서 클라리스 스탈링을 탄생시킨 토머스 해리스가 또 하나의 인상적인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이보다 더 넷플릭스 드라마 같을 순 없는 강력한 캐릭터! 빠르고 시원하다
- 이다혜, <씨네21>기자, <아무튼 스릴러>저자
확실히 카리 모라는 빠르고 시원합니다. 그런데, 이런 대작가님의 소설인데, 왠지 자꾸 소설 안에 카메라 앵글이 돌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카메라 앵글이 돌아가야 하니, 소설의 제목이자, 주인공이여야 하는 카리 모라의 분량이 줄어듭니다. 장면의 묘사나 부연설명의 재미보다, 진행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장면장면이 넘어가는 속도는 빨라지지만, 글로써 읽어 내려가야 하니, 마치 시나리오를 읽는 기분이 됩니다. 카리 모라가 100을 꽉 채우고, 나머지 캐릭터들이 30~50%정도의 비중으로 끌고 가야 할 듯한 소설인데, 모든 캐릭터들이 60%씩 골고루 나눠가진 듯 합니다. 그런데, 이다혜 기자님의 말씀처럼 '이보다 더 넷플릭스 드라마(왜 넷플릭스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을 수는 없다고 하면, 살짝 이해는 갑니다. 영화가 아니고, 드라마입니다. 캐릭터들이 어느 정도 지분을 나눠 갖는 편이 드라마를 오래 끌고 가기에 유리합니다. 영화와는 분명 다릅니다.
이 소설이 어떻게 발전할까요. 개인적으로 소설만으로 평가하기에는 좀 아쉽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된다고 하면 달라집니다. 드라마 감독의 역량에 따라, 카라 모리란 대 스타가 한 명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음~ 보고싶네요. 카리 모라 드라마....
아주 오래 전 ‘양들의 침묵’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이 떠오른다. ‘한니발 렉터’라는 창의적(?)이면서도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악인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작가 토머스 해리스에게 경외감마저 생겼더랬다. 그렇기에 오랜 만에 나온 그의 새 책 ‘카리 모라(토머스 해리스 글, 박산호 옮김, 나무의철학 펴냄)’에 대한 기대는 컸다.
‘카리 모라’는 책 속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책 이름이니 주인공은 확실한데 그녀의 지분은 그리 크지 않다. 2500만 달러어치의 금괴를 차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피와 살이 튀기는 싸움’(이 표현이 몹시 적절하다)이 주요 내용이다. ‘카리 모라’를 굳이 책 제목으로 쓴 이유가 시종일관 궁금하고, 무한히 반복되는 배신과 살인에 텍스트를 읽던 나까지 지친다. 분명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게 있었을 텐데 나에겐 닿지 않았다.
토마스 해리스의 신작이 나왔다.
[양들의 침묵]이나 [한니발] 등 흥미진진한 작품을 써 온 그의 오랜만의 작품.
게다가 선전 문구에 '한니발 렉터를 넘어서는 괴물'이 등장한다니!
읽고 나니..
선전 문구에 의구심이 들었다.
이 문구 누가 만들었을까.
한니발 시리즈는 읽어 본걸까.
괴물이라 부를만한 사람은 피터 정도인데...
그냥 변태 싸이코패스 정도로 밖에 보이질 않는데
어떻게 한니발 렉터를 넘어선다는 건지...
나름 스릴러 장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지만
카리의 이름을 달고 나온 것치고
카리의 활약이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캐릭터들도 뭔가 할 것처럼 등장해서 허무하게 사라진다.
좀 실망스럽네..
역시 #토머스해리스 인가!
처음 읽을 때는 솔찍히 좀 지루했다.
인물들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초반 어느 정도를 넘기고 나니
진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처럼 훅훅 지나갔다.
챕터별로 되어 있어서
영화의 한 씬을 연상하게 한다고 할까?
그리고 정말 스케일이 남다르다는 느낌!
예전 멕시코에 갔을 때
가이드가 저녁에는 밖에 나오지 말라고 했던 그런 느낌이 들면서 오싹한,
그러나 우리의 카리 모라의 활약으로
'사이다'를 마신 느낌으로 신나게 읽었다.
그러나 내 상상력의 한계인가...
빨리 영화로 보고 싶을 뿐!
과연 이 영화의 카리 모라 역은 누가 맡게 될까...? ^^
작가는 천재임이 틀림없다... 얼굴은 할아버지인데 ㅋㅋㅋ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악한 이들 가운데 빛나시는 우리의 레이디 : Our Lady of Charity
a.k.a 누에스뜨라 세뇨라 델 라 카리다드 델 코브레 Nuestra Senora de la Caridad del Cobre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카리 모라Cari Mora].
[ 레드 드래곤], [양들의 침묵], [한니발], [한니발 라이징]에서 너무나 강렬한 캐릭터 한니발 렉터 박사를 창조해 낸 토마스 해리스. 그의 얼마만의 신작인가. 다른 이유 없이 이것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나 생소한 이름.
신작에서 렉터 박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만으로도 기사가 났던 그가 무려 [한니발]처럼 이름이 곧 타이틀이다의 급으로 창조한 캐릭터. 바로 콜롬비아에서 어린 군인으로 자라났지만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도망친 현재 이십대의 ‘너무 예쁜’ 여성, 카리 모라이다.
처음 한 번 주루룩 읽고 나서는 (흡인력이 최고이다!) 이게 뭔가… 하며 다른 분들의 감상과 같은 생각을 했다. 퇴고를 덜 했나?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대충 쓰셨나? 그래도 한 번은 더 읽어야지, 하고 다시 읽었더니 와, 되게 탄탄하고 좋았다.
배경이 마이애미이지만 콜롬비아에서 온 카리를 비롯해 이민자로 넘어 온 사람들의 이름과 스페인어 등이 바로 박히지 않아 A가 B를 했는지 C에 있었는지가 구분이 잘 안 되어서 이름 좇아가느라 바빴던 것 같다.
그게 어느정도 체화가 되고 나서 다시 사건을 따라갔더니 모든 인물들에게 사건이 진행되는데 필요한 만큼 씬이 간결하게 분배되어 다양한 악인들-
한스 피터나 임란 씨 같은 정말 개작두를 당장 대령했는데 하늘이 벼락으로 직접 처벌할 것 같은 악인부터 다소 소소한 악행들, 개인적으로 유럽의 소매치기에 학을 뗐는데 매우 무해해보이는 정원사 할아버지도 한가닥하는 소매치기 팀 일원이셨던 등- 이 다양한 욕망을 드러내는 와중에서도 이야기가 분해되지 않고 흘러간다. 오랜만에 책 읽다가 트위터를 안 했다(폐인의 간증)
책 뒷편에는 ‘한니발 렉터를 넘어서는 괴물이 탄생했다’ 라고 한스 피터를 소개하지만 아니라고 단언하고 싶다. 렉터가 괴물인 건 그렇게 지적이기에 오히려 인간을 벌레같이 생각하고 조종하는 면이 사람을 압도했던 거니까. 지적으로 어마무시한 외계인이 지구에 오면 인간을 저렇게 벌레처럼 생각할까 같은 두려움인거지.
한스 피터는 그에 비하면 뭐랄까, [밀레니엄]에 나왔던 방예르 씨와 사이좋게 환담을 나눌만한 정도랄까. 렉터에 비할 순 없다.
그렇기에 나는 [카리 모라]가 제목이라는 것은 작가 분이 나이가 드시고 오히려 희망을 얘기하고 싶으신 게 아니었을까 하는거다.
작품 내에 중요한 사건인 금괴를 가득 품고 있는 비밀금고(금고..?;) 전면에 새겨진 누에스뜨라 세뇨라 델 라 카리다드 델 코브레(이거 각주 좀 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따로 찾아봤다.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의 이미지와 더불어.
카리가 자신이 새를 구해냈던 쓰레기 섬에서 마지막에 한스 피터를 ‘거꾸로 매달린 성 베드로의 십자가’ 밑에 숨겨진 단도로 처치하는 건 의미심장하다. 겁나 비주얼적이여… 데스메탈의 기운이 느껴진다.. 같은 헛소리가 절로 타이핑된다.
2019년의 우리의 레이디. 두목부터 새끼까지 다양한 쓰레기로 가득 찬 이 곳에서 새를 구해내고, 인간을 구해내고, 스스로의 날개를 써서 자기 자신을 구해낸.
숨가쁘게 다양한 인물이 오고 가고 음모와 죽음과 총질과 돈이 오간 이 사건에서 그녀가 세상에 등장했으니 후속편이 분명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요양원이며 돈이며를 약속해놓고 카리에게만 함흥차사인 돈 에르네스토는 돈을 떼어먹을 것인가
돌아올 것인가? 형사 테리 로블레스는 이렇게 존재감없이 사라지진 않을 것 같고 어떻게 돌아올 것인가? 분명 영화 혹은 드라마화 될 것인데 넷플릭스일까
디즈니일까? 배우는 누가 좋을까? 상상은 뻗어나간다.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쥔 이가 굳이 오랜만에 침묵을 깨고 발표한 작품의 새 캐릭터. 그녀를 소개해줘서 고마워요. 후속편이 얼른 나오길 기대한다. 거 [한니발 라이징]처럼 5년만에 발표하고 그러지 맙시다.
** [리뷰어 클럽]에서 책을 받고 열심히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하지만 받았다고 해서 찬양하지 않습니다! 다른 거 읽어보심 아시겠지만 깔 건 깝니다.. 물론 제가 눈이 낮을 순 있죠..
책은 물론 영화화 되어 전 세계를 강타한 스릴러물인 양들의 침묵이 주었던 전율을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까?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 남과 여, 구속과 욕망, 해방과 구속, 광기를 넘어선 인간 본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스릴러의 교과서라 할 양들의 침묵으로 한 세대를 풍미한 작가 토마스 해리스가 장시간의 공백을 딛고 2019년 펴낸 카리모라.
엄청난 이야기를 그렸다.
상상 이상의 이야기, 극한의 혐오를 불러 일으킬 만한...
여자를 고급해주며 자신의 변태적 욕망을 채워나가는 자(한스 피터)와 비밀스런 저택을 관리하는 스물 다섯의 여자, 카리모라.
쓸모없는-용도 폐기된-여자를 와벽하게 녹여 없애는 시설이 있는 창고가 주는 음산하고 공포스런 분위기와 한스 피터에 의해 포착된 여자, 카리모라...
둘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미드 덕후라면 한 번쯤 정주행 했을 CSI 시리즈 중 'CSI 마이애미'란 드라마가 있다.
마이애미의 강렬한 태양, 그림같은 해변,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과 구리빛의 근육들.
마이애미가 주된 무대인 이 책 '카리 모라'에는 그런 환상은 없다.
강도, 살인, 마약, 매춘으로 뒤덮힌 남미 이민자들의 힘겨운 하루하루만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빛살처럼 펼쳐진다.
주인공이자 책 제목인 카리 모라는 콜롬비아 출신의 25살의 이민자(혹은 불법 이민자)이다.
어려운 생계를 위해 닥치는대로 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악명 높았던 콜롬비아의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소유로 알려진 마이매미 저택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마약왕은 죽고 없고 주인이 없다시피한 그 저택은 비어 있거나 가끔 단기 임대로 사용되는데, 광고 촬영이나 포르노 영화 촬영 장소로 이용되곤 했다.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한스 피터 슈나이더는 장기 밀매나 여성 납치로 부를 축적하는 사이코패스이다.
슈나이더가 '액화 화장 기계'를 사용해 마치 세탁기처럼 시체를 집어 넣어 흐물흐물하게 녹인 다음 변기로 흘려 보내는 장면은, 저자의 전작에서 느낄 수 있는 기괴함과 오싹함을 보여준다.
카리는 파블로의 숨겨진 금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촬영을 핑계로 저택을 임대하게 되는 한스 피터와 그 딜당들을 마주하게 된다.
금고를 차지하기 위한 세력들간의 암투와 살인 속에서 카리의 목숨을 건 사투가 펼쳐진다.
카리가 열한 살 때 그녀가 살던 마을에 FARC(콜롬비아무장혁명군)가 쳐들어와 총구를 들이대고 어린 그녀를 강제로 끌고 갔다...
그들은 카리의 팔뚝 위쪽에 경막하 피임약을 주사하고, 써먹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실컷 써먹었다.
남미 출신의 아름다운 카리 모라는 이미 나이 12살 때부터 인생의 밑바닥 밀림 속 반군 캠프에서 치열한 생존 게임을 겪으며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이데올로기와 마약, 술, 살인, 강간이 일상인 삶이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사람을 믿지 못하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녀를 짝사랑하던 안토니오의 비참한 죽음 앞에서도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는 강인함을 속으로 갈무리한다.
자신과 늙고 병든 이모네 식구만이 유일한 가족이다.
그 이상은 그녀의 가슴속에는 없다.
카리의 정체성은 11살 피비린내 나는 콜롬비아의 정글에서 형성되기 시작했고, 마이애미는 죽고 죽이는 또 하나의 미국판 정글이라고 볼 수 있다.
임란 씨는 식염수에 푹 잠긴 핑크색 신장 두 개를 가지고 그곳에서 나왔다. 어차피 신장 수령자는 신장 할 개만으로도 살 수 있고, 환부에는 절개 자국이 두 개 생길 테니 차이를 모를 거라고 생각해, 차 안에서 신장 하나를 먹어치웠다.
그의 눈썹이 홱 올라갔다. "양고기 맛이군!"
마치 <양들의 침묵>에서 간수를 물어 뜯어 버린 한니발 박사의 피로 물든 입가를 생각나게 하는 오마주같다.
책 페이지 내내 살인과 피, 음모와 배신이 반복되기에 읽다보면 이러한 전통적인 악에 개념에 무감각해질 정도이다.
그 유명한 <양들의 침묵> 시리즈의 작가 토마스 해리스의 최신작이지만 전반적으로 구성이 탄탄하지 못하고 산만한 느낌이 진하다.
교묘하게 감춰진 복선이나 충격적인 반전도 강하다고 보기 힘들어 아쉬움을 느낀다.
배경은 미국인데도 그 흔한 '백인'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콜롬비아, 파라과이, 멕시코, 아이티 등등 온통 남미 계열 군상들이 들실하다.
이미 마이애미가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면 살기 힘들 정도로 스페니쉬의 천국?이 되어버린 현실은 오래되었지만, 그럼에도 그들만의 리그는 결코 아니었다.
불법체류와 가난에 찌든 삶, 하류인생들의 치열한 삶만 가득한 미국을 보여준다.
살아남기 위해, 실낱같은 소중한 가족이라는 끈을 위해 양손에 칼과 총을 들고 죽음을 넘나드는 여전사 카리 모라를 보게 된다.
마이애미의 반짝이는 태양과 그림같은 해변은 없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