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숲길(박여진 글, 백홍기 사진)>을 보고 읽었다.
다른 일을 하다가 주말에 같은 길을 걷는 일은 멋지다. 그것도 20년 동안, 그것도 부부가! 20년은 베테랑이란 말이고, 베테랑의 훈수(노하우)는 콕 집어 쉽게 알려준다는 뜻이다.
부부가 적바림(기록)했다는 건 알차게 다녔고 꼼꼼하게 살폈다는 뜻이다. 읽으면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내용은 물론이려니와 책 제목인 ‘토닥토닥, 숲길’도 편안했고, 차례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타박타박 가볍게, 사색하며 깊게, 구석구석 천천히, 느릿느릿 오래’, 마음에 쏙 든다.
동네 산책 나갈 때는 타박타박 가볍게, 산길에 접어들면서는 사색하며 깊게, 이웃 동네 마실을 나가서는 구석구석 천천히, 가까운 관광지라도 간 날엔 느릿느릿 오래, 글 따라 다녀본다.
나도 2026년부터는!! 그러려면 부지런히 보람차게 살아야쥥.
https://blog.naver.com/mate3416
"호수는 나른한 고양이처럼 다가와 내 기억과 감정을 핥는다."
‘활력환’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삼켰었다. 복용시기를 놓칠 것 같으면 불안과 초조와 짜증이 솟아올랐다. 그것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고 확신했었다. 일상을 그 자리에 두고 홀로 떠나는 것, 그것에 활력환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아주 커다란 대한민국 전도全圖를 구해 서재 벽에 붙여두었다. 활력환을 삼켜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대한민국의 그곳에 작은 동그라미 스티커를 붙였다. 포도송이 한 알씩을 받아 채우는 아이처럼 뿌듯했다. 스티커가 붙은 곳은 추억이 있어 좋았고 아직 비어 있는 곳은 기대와 설렘이 있어 좋았다. 어쩌다 지도가 눈에 들어오기만 해도 마냥 좋았다. 감추어지지 않는 웃음 또한 아이와 다르지 않았을 터였다.
지금 나의 활력환 지도는……. 어디에 있긴 있을 것이다. 결혼을 했고 아이들이 태어났고 승진을 했다. 해야 할 일들이 사방에 위협적으로 쌓여갔고 늘 부족한 시간에 허덕였다. 종종 아팠다. 활력환? 그래, 참 깜찍도 했구나, 10년 전에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지던 몇 달 전부터 집도 직장도 비상시국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고, 남편은 코로나 담당자로 차출되었다. 키가 177cm인 그는 밥을 가득 먹고 체중계에 오르면 59kg이었다. 기다란 멸치같군, 싶은 모습마저도 마주칠 일이 없었다. 나는 자가격리자들에게 매일 먹거리와 생필품을 배달했다. 고맙게도 여러 곳에서 기부품이 들어왔고 대상자를 추려 연락을 하고 배부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민과 지역을 살리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서둘러 시행했지만 면사무소를 찾는 사람들은 화가 나 있었다. 마스크가 없어서, 일자리를 잃어서, 여당이 미워서, 시장이 서지 않아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상급기관들로부터 안내 받은 것이 없는 우리는 궁색히 대답했고 비난 받았다. 무능한 주제에 철밥통을 끌어안은 공무원을 향한 노골적인 눈빛에 상처 받았지만 나라 곳곳에서 이 엄청난 사태로부터 국민을 지켜내기 위해 식사도 잠도 안녕도 없을 의료진과 관계자, 공직자 들을 응원했다. 그들이 쓰러지지 않기를, 국민들이 그들을 신뢰해 주기를 바랐다. 또 오죽 어려우면 면사무소에 와서 소리를 지를까를, 사실 그들이 화를 내고 삿대질 할 곳이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를 생각했다. 우리의 하루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각자의 하루를 정리했다.
서둘러 퇴근을 해 아이들을 데려왔다. 온종일 시달리셨을 부모님께 면목이 없었다. 빨래를 하고 아이들을 씻기고 집안을 정리하고 쉼 없이 쫑알거리는 두 녀석에게 대꾸했다.
피곤했다.
‘숲’이라는 한 글자에, 초록 오솔길 사진 한 장에 책을 골라들었다. 번역을 하는 아내와 지방 출장이 많은 남편이 주말마다 다녀왔던 숲여행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소박하고 가볍게, 느리게 구석구석, 오래도록 깊게 이 나라를 산책하고 사색한 글과 사진이다.
나 이렇게 여행 다니는 사람이야, 하는 자랑이 얄미워 여행기 책을 자주 읽지는 않는다. 떠나고 싶어질까봐, 떠나지 못해 속상할까봐 그쪽 서가는 피한다. 분명 그렇게 하고 있는데 연말마다 일 년의 독서를 총정리 하다보면 여행 에세이가 왜 그리 많은지 매년 의아할 뿐이다.
『토닥토닥, 숲길』은 뽐내지 않는 여행기다. 낯선 여행지에 가 발을 디디는 순간 시간은 왜곡되고 늘어나더라고, 일상에는 없는 낯선 감촉과 소리와 냄새가 느린 시간 사이사이를 파고들더라고 가만가만 이야기한다. 겨울을 지나 부드러워진 흙을 헤치고 나온 보리싹들은 봄이 늦도록 푸른 꿈을 꾸다 초여름이 오면 여문 보리가 된다고 말한다.
참 마음 편히 읽었다. 좋았다.
숲은 싱그러웠었고 흙길은 보드랍게 단단했다. 부부가 나란히 걸으며 온전히 소유했던 시간이 예뻤다. 떠나고 싶어졌지만 그러지 못해 속상하지는 않았다.
책을 덮으며 보니 2018년 10월에 초판을, 두 달 뒤 4쇄를 찍었다. 유명인도, 전문 여행가와 사진가도 아닌 이들의 첫 책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좋게 하였나보다.
초록의 색을 지닌, 도톰한 질감을 가진, 깨끗한 숨을 호흡한 독서였다고 후감을 남긴다.
* 책을 빌려온 금요일, 나는 3번 창구에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1만원권의 지역상품권을 배부했다. 2번 창구에 앉은 할머니가 직원에게 말씀하셨다. “고생했는디 이거 한 장 쓰셔.” 아, 할머니!! 저한테 오시지...
할머니 덕에 긴장으로 굳은 얼굴들이 순식간에 해제되었고 2번 창구 직원은 귀까지 빨개졌다. 용돈쾌척을 관철하지 못한 할머니는 결국 요구르트 몇 병을 민원창구에 던지고 가셨다.
대한민국이여, 힘을 내시자.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여행 다니고.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는 게 뭐 대수냐 싶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주5일 근무는 하늘에 뜬 별보다도 먼 이상향처럼 여겨질 터이고, 휴식이 주어지기는 하나 생활비로 사용하기에도 빠듯한 벌이 탓에 방에 콕 박혀서는 어디로도 나아가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왔던가. 나름 빨빨대며 많이 돌아다녔다고 자부함에도 책을 읽는 내내 부러움이 앞섰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의 즐거운 일탈 경험이 없는 건 아니나 운전면허 없는 원시인인 나의 동선은 비좁을 수밖에 없었다. 여행사가 준비한 상품에 의존하다 보니 모두가 밟는 유명 여행지에 국한된 움직임을 보이는 게 전부였다. 이조차도 힘든 이들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나의 욕심은 사치일 터이다. 허나 떠나면 떠날수록 더 떠나고픈 마음이 이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다.
글은 간결했으며, 사진 또한 글을 닮았다. 좀비처럼 마냥 걷기, 암울한 뒷모습과 어둔 이미지를 주로 담아낸 사진이라니. 부부의 글과 사진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보았기 때문인지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를 외치며 손 맞잡아도 괜찮을 법했다. 이를 양산한 이들에겐 마냥 익숙함일 테지만 나와 같은 제3 자에게는 신선함이었다. 같은 장소에 서서 다른 생각을 품고, 같은 장면을 바라보며 다른 사진을 찍고. 인간은 그런 존재이므로 뭐든 괜찮았다. 장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발걸음이 머문 많은 곳을 나 또한 다녀왔다. 적잖이 유명한 장소들도 제법 소개되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다” 혹은 “다녀왔다”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가 없었다. 마치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부분의 장소에서 나는 짧게는 30분, 길어도 2시간 남짓의 시간만을 머물렀다. 그들처럼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지 못했고, 깊이 있는 생각 또한 품을 겨를이 없었다. 책을 읽는 건 간접 경험이라고 했다. 평면에 갇힌 글자와 이미지에는 입체감이 있을 리 없다. 운 좋게도 난 거기에 나의 경험을 입힐 수 있었다. 억지 주장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잠시나마 닿았던 장소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맘껏 반가움을 표했다. 내가 미처 향하지 못했던 장소들이 등장할 때면 나의 짧았던 체류 시간을 아쉬워했고, 조금 더 머물렀을 경우 벌어질 수 있었던 많은 일들을 상상하게 됐다. 동시에 다음에 대한 설렘 또한 책은 나에게 선사했다. 언제라는 구체적인 약속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나에게 다음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실제 다음이 다가왔을 때 실천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원래 삶은 계획하고 손꼽아 기다릴 때의 즐거움이 더욱 크다. 그 땐 저자의 조언을 한껏 따르련다. 편한 옷차림, 가벼운 가방. 여행이 끝나고 돌아온 나를 맞이할 집을 청소하는 일에 대해선 한 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는데, 나쁘진 않을 거 같다. 조금은 귀찮을 수도 있지만 나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한다면 못 할 건 아니다.
책의 마지막이 남해여서 특히 좋았다. 저마다 선호하는 장소가 다를진데, 내 경우엔 남해를 으뜸으로 쳐왔다. 남해하면 뭐니뭐니해도 바다가
우선 보인다. 너른 바다를 정성스레 가꾼 다랭이논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건 다른 지역에선 즐기기 힘든
호사다. 남해에선 바다와 더불어 산도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동네가 남해다. 내 기억 속 남해와 저자들이 기록한 남해는 사뭇 달랐다. 천하마을, 물건마을은 이름조차 낯설었고, 노도는 배만 타면 멀미를 하는지라 가볼 엄두를 못 냈다. 무리해서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행지로 익히 알려진 보리암이면 어떻고, 상주은모래해변일지라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당신이 본 남해와 내가 본 남해는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다며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복이므로 다 괜찮다.
표지만 봐도 속이 뻥~ 뚤리는 책인데, 제목도 너무 잘 지은 것 같아요 ㅎㅎ
등산에는 잼뱅이지만 숲길 걷는 건 취향이거든요. 도저히 몇년을 그자리에 서 있었는지 간음조차 되지 않는 나무들 사이를 조용히 걷다보면 세상 근심이 모두 사라지죠. 게다가 도시에서는 맡을 수 없는 숲속의 청량한 공기는 덤입니다. 정말 심신이 모두 건강해지는 느낌이죠. 그런 이쁜 숲길을 엄선해서 소개해주셨어요. 너무 맘에 드네요~
최근에 쉬는 날마다 산을 오르고 있다.
답답한 고시원 방을 벗어나고, 우울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처음 가보는 동네에 있는 처음 가보는 산을 오르면
힘들기도 하지만 상쾌한 기분을 느낄수 있다.
등산을 두세번밖에 못갔지만,
'아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음에는 산 말고 어디를 가볼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것 저것 검색해보다가
이 책을 찾게 되었다.
책에는 주말에 가볼만한 작은 소도시, 그리고 그곳에 있는 숲과 여행지가 소개되어있다.
천천히 걸으며 여행할만한 코스들을 소개하고, 그곳을 여행했던 작가님의 경험도
쓰여있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작가님 뒤를 따라 슬금슬금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일반적인 가이드북처럼 호텔이나 지역 맛집을 찾는 대신에
지역 시장에서 음식이나 재료를 사고, 가끔은 숲 안에 있는 캠핑장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단순히 눈으로 한번 슥, 훑고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어느 곳으로 가면 훌륭한 경치를 볼수 있는지, 코스를 따라 여행하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또 여행 준비나 여행 이후에 하면 좋은 몇가지 팁들이 소개가 되어있다.
읽으면서 잔잔한 느낌이 들어서 아주 좋은 책이였다.
시간만 된다면 나도 이런 식으로 누군가와 여행을 해보고 싶다.
토닥 토닥 숲길
첫 표지부터 힐링 그 자체였다.
그들의 여행 방식을 통해 나또한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고 싶어졌다
특히 주말을 이용하고 차를 가지고 다님에도 피로가 쌓이지않도록 쉬고오는 그들의 방법은 정말 무릎을 탁!하고 칠 내용들이다.
벌써 한가지는 실행을 하였다
바로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가는 것!
맞았다, 근처에 산책을 하고 기분좋게 돌아와도 집이 난장판이라면 어찌 마음이 여유로울수 있을까?
이 내용을 토대로 조금씩 오전에 일찍 일어나 정리하거나 잠들기전 정리를 하고 출발하면 돌아오는
마음이 그리 사뿐할 수 없다.
하나의 고민이 생겼었다.
먹는 재미는 어쩌지??였다.
여행의 즐거움은 먹거리라 생각한다. 그 지역의 특산물 또는 정말 맛있다는 맛집들 .
하지만 작가의 책에서 답을 찾았다. 바로 시장이다. 시장은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며
동시에 그 지역에서 가장 빠르고 맛있는 음식을 보고 먹을 수 있는 대형 푸트코트였다.
춘천은 닭갈비.. 또는 근처에 남이섬을 가는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춘천의 모습을 새롭게 그려준 느낌이다. 그 외에도 많은 도시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가을 낙엽이 흩날리는 지금같은 시기에 숲길을 향하는 두발의 내용을 읽다보면 머릿속까지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책은 페이지를 넘길때 종이의 질감마저도 좋다 .
마치 그들이 원했던 소리와 느낌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타박타박 걷다보면 어느새 '토닥토닥'해주는 길이 있다면
그리고, 그 길이 나의 생활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면
그래서 언제든, 마음이 내키면 가벼운 마음과 몸으로 훌쩍 떠날 수 있다면
그럴 생각만 해도 뭉쳐있던 어깨의 긴장이 조금 풀리는 사람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 나왔다.
<토닥토닥, 숲길 : 일주일에 단 하루 운동화만 신고 떠나는 주말여행>
번역가 아내와 기자 남편이니 사실 9 to 5에 얽매여 있는 직종은 아니다.
부럽기도 하지만, 그럴 수 있었던 작가들의 노고로
전국에서 가장 걷기 좋은 아름다운 산책길을 62곳이나 알게 되니 좋다.
추천하는 곳이 몇 군데 되지 않는다면 곧 사람들이 북적여
호젓한 산책을 즐기지 못할 지 모른다는 우려는 잠시 넣어두시라.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는 논외다.
늙은 나무의 냄새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오솔길.
잣나무 껍질이 눈처럼 내리는 숲길.
동네 강아지랑 인사할 수 있는 시골의 골목길.
시간을 잘 맞추어 가면 홀로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성곽길.
가슴이 탁 트이고,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간다면 감동까지 얻는 바닷가 길.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펴도, 당장 떠나고 싶은 길들이 소개된다.
좋은 여행지로 가기 위한 준비는 거창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간촐할 수록 더 좋다.
비용, 계획, 일정에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간결하게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커피가 담긴 보온병, 플란넬 (혹은 편의점) 돗자리, 책을 들고
타박타박 가볍게(1부), 사색하며 깊게(2부),
구석구석 천천히(3부), 느릿느릿 오래(4부)를 걸으면 좋겠다. ^^
특히 미리 다녀온 사람으로서 주는 꿀팁 12가지는
꼭 숲길이 아니더라도, 여행을 계획할 때 완벽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볶는 스타일의 사람들(aka 나;)이 염두에 둬야할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일상이 여행이 되게 만드는 마법같은 순간의 사진.
사진으로 찍었지만 곰곰히 뜯어보면 특별할 것 없는 동네 길이다.
아무렇지도 않고 어쩌면 지겨울 정도로 매일 왔다갔다 했을 길.
그러나, 이 길을 걸을 때의 마음과, 함께 걷는 사람 혹은 음악이
그 길을 걷는 '순간'을 여행으로 탈바꿈 시켜주지 않을까?
이 사진을 본 순간,
매일 지나치는 출근길과 퇴근길, 장보러 나가는 길, 카페에 가는 길을
머리속에 떠올려 보게 되었다.
어쩌면 여행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그래서 내 마음이 시끄러울 때 토닥여줄 수 있는 공간이 있음을
책을 보며 다시 깨닫게 된다.
다만 저자처럼 주말마다 가볍게 떠날 시간, 돈, 부지런함, 여유가 내겐 없다. 종종 없는 것들로 인해 상실감을 깊이 느끼지만 이 책은 내게 없어서 가지 못하는 여행의 아쉬움을 글과 사진으로 채워주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숲을 걷고 산을 오르며 시장을 탐방하는 시간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졌다. 작가의 뛰어난 표현력은 날 그때 그곳으로 데려다주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읽으며 나도 작가와 함께 그곳을 걷고 이야기하고 먹고 쉬었다. 지금 당장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글로 달래주었다. 이야기로 찾아온 각각의 지역은 언젠가 내게 시간이 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이 된다. 그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책을 통해 인연이 생겼으니까.
걷기가 몸에 좋은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의 올레길을 비롯하여 여러 둘레길이 많이 생기고 있다. 제주도 올레길을 걸어본 적이 있는데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전국의 걷기 좋은 길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서 알고 싶었다.
책에는 ‘쉼표가 필요한 날 훌쩍 떠나기 좋은 길, 걸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숲길, 옛 정취에 취해 이야기가 길어지는 길,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는 산책길’이란 4가지 테마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말에 걷기 좋은 전국의 16개 소도시 62곳을 소개하면서 우리를 산책의 길로 안내한다. 각 지역의 풍경을 사진에 담고 그 곳의 정서를 에세이로 남겨서 보고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덧붙여서 가는 길, 걷기 수준, 소요시간, 준비물, 추천일정, 먹거리, 함께 둘러보기 등의 정보도 있어서 여행안내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강화 교동도, 춘천, 파주, 횡성, 영월, 태백, 정선, 하동, 공주, 안동, 괴산, 남해...지역 등의 걷기 좋은 길이 잘 소개되어 있었다. 이 곳 중에서 파주의 반구정은 가본 적이 있었고 반구정에 관한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 수 있었다. 반구정은 조선시대의 황희 정승이 여생을 보낸 곳이라고 한다. 이 곳에는 임진강이 내다보이는 정자가 있고, 6.25전쟁 때 소실됐지만 후손들이 복구했다. 반면에 강남 압구정은 한명회가 관직에서 물러나 여생을 보낸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내 시멘트 길에 작은 흔적만 표시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두 분이지만 흔적이 보전되고 없어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 밖에도 반구정 뿐만 아니라 파주에는 자운서원, 파주 삼릉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횡성의 풍수원 성당과 하동의 박경리 토지길, 괴산의 산막이옛길도 가보고 싶은 곳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걷기 좋은 길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고, 기회가 되면 꼭 가보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여행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들여 멀고 먼 나라를 향해 떠나가는 것을 생각
하는 경우가 많고 보면 국내의 여행지는 소외된 느낌을 갖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 책의 저자들처럼 주말을 이용해 가깝고 먼
여행지를 선책하고 운동화 하나에 몸을 싣고 훌쩍 떠나는 가벼운? 여행길도 어쩌면
모든걸 준비하고 떠나는 완벽한? 여행보다는 마음가는대로 자신들만의 속도로 갈 수
있는 여행길을 가는 것도 꽤나 매력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책 " 토닥토닥, 숲길" 은 그들이 다녀 온 우리나라 전국의 대표적인 숲길로 걷기 좋은
산책길 62곳의 여정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젊은 이들과는 다르게 느림의 미학을 자체보증하는 체력들의 소유자로 선선한 바람과
그 곳만의 풍광이 어우러진 숲길과 산책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들을 소개하는 여정이
그들에게는 정말 좋은 사랑과 행복의 여행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책 속에 소개되는 수 많은 사진들을 보면 아름다운 풍광들이지만 혼자서 가거나 볼면
외로움을 느낄 수 있을 법도 한 장소이자 여행지도 많지만 늘 나와 함께 하는 그대, 남편이
있어 더욱 뿌듯하고 즐겁고 의지가 되는 슬로 여행이 되지 않았나 싶다.
여행을 떠난다면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말을 이용해 떠나는 슬로 여행은 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으며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무방하며 비용도 크게 무리하지 않으며 젊은이들 마냥 체력이 크게 필요한 부분도
아니기에 부부사이라면 저자들 처럼 운동화에 등산복 차림이라도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는
여행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욱 운치있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느림의 미학이 주는 의미를 여행을 통해서도 살릴 수 있는 자신만의 여행스타일을 만들어
지속적인 행보를 함께 한다면 함께 하는 그 사람과 어깨를 마주하고 토닥토닥 북돋우며
아름다운 삶의 여행을 함께 해 보는 시간을 권해 보고 싶다.
일상의 삶에 찌들어 자신과 가정을 잃어버리지 말고 쉼을 통해 스스로에게 위안과 힐링의
기쁨을 선사하는 기회를 맛보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