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5일 근무하는 직장인이었다. 평일 퇴근 후 늦은 시간이나 주말에 도서관을 가보면, 흥미로운 인문학 강좌를 예고하는 포스터가 도서관마다 걸려있었다. 단순히 책만 대여하는 곳이 아닌, 근래엔 종합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그곳에 붙은 게시물을 보며 나는 침만 흘려야 했다. ‘왜 내가 듣고 싶은 강의는 평일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하는 것인가! 퇴근하고도 들을 수 있는 강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내 마음을 적확하게 표현한다면 퇴근 시간이 일러졌으면 좋겠다!’
그러던 내가 육아휴직을 하게 됐다. 만삭의 몸으로 출산휴가에 들어간 직후, 그제서야 태교란 걸 제대로 해보자며 도서관에 갔을 때, ‘이젠 이 강의를 들을 수 있겠지?’ 생각했었다. 그러나 웬걸, 아기를 낳고서는 직장에 매어 있지 않는다 뿐 그 시간이 온전히 내 시간은 될 수 없었다.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심리학 저서의 저자가 인근 도서관에 강사로 온다는데도 나는 감히 신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아기띠를 매고 가더라도 울음 소리에 민폐만 끼칠 게 뻔했으니까.
이렇게 육아휴직 중에도 ‘자발적 공부’에 대한 내 욕망은 채워질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발견한 책 <퇴근길 인문학 수업>,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는 제목 아닌가. 육아라는 매일 새롭게 생경하고, 답을 알 수 없는 일이 끝난 하루의 마지막 즉, 아기가 잠든 시간이 되면 나는 소위 ‘육퇴’란 걸 한다. 그 시간에 이 책을 읽으면 이 갈증이 좀 해소될까? 그리고 좀 더 나아간다면 결국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답을 찾는 과정일 텐데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길이 좀 보일까? 이런 기대감을 안고 이 책을 넘겼다.
7쪽. 교과과정처럼 커리큘럼을 정해 매주 한 가지 주제를 읽고 성찰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인생을 항해할 때 멈춤, 전환, 전진이라는 과정을 거치듯 1권은 ‘멈춤’이라는 테미로 바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둘러싼 세계를 마주할 수 있는 내용들로 꾸몄다. 2권의 테마는 ‘전환’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주제들이다. 3권은 ‘전진’이다. 다시 일상의 시간으로 돌아가 세상 밖으로 성큼성큼 나아가자는 의미다. -프롤로그 중
나는 1권 ‘멈춤’을 먼저 읽고 만족스러워 이번 3권도 접하게 되었다. 1권 첫 장의 주제 ‘동성애’에서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역사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깊이 이해해 볼 수 있었다. 대학로에서 가끔씩 연극을 볼 때가 있었는데(육아 중이니 이제 이마저도 사치스러운 일이 되었다.) 연극의 기원에 대한 여러 설도 흥미로웠다. 또한 과학자들의 취업난이 어떻게 금융산업의 발전과 연결되는지 그 과정이 드러난 부분도 눈길을 끈 대목이었다. 가장 매력적이었던 내용은 마지막 장에 ‘고전 비극의 원천’으로 소개된 아트레우스 가문에 대한 이야기였다.
3권 또한 일상의 시간과 세상 밖에 대한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고, 한 가지 이야기에 두 가지 이상의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독자에게 풍부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는 문학, 역사, 철학, 신화, 음악, 영화, 미술, 경제, 과학, 무기, 심리치유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어 있기에 사고의 영역을 넓히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될 책이다. 다양한 필진이 준비한 이 강의의 성찬들을 내가 어느 문화센터, 어느 도서관에서 맛볼 수 있을까
1장 ‘문학과 문장’부터 나는 흠뻑 빠져들어 읽었다. 1강에서 카프카의 <변신>, 소세키의 <마음>처럼 내가 이미 읽은 책들에 대해선 강의를 듣고 더 깊고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박완서의 <나목>,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헤세의 <데미안>처럼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은 읽기의 길잡이와 독서를 추동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또한, 2강의 프랑켄슈타인, 하이드, 드라큘라 등 문학 속 ‘괴물’에 대한 의미, 우리 안에 내재된 괴물성을 들여다볼 때의 놀라움과 깨달음은 혼자 독서할 땐 미처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79쪽. 괴물은 우리의 무의식을 부정적 거울로 판타지의 세계에 투사해 얻은 이미지다. 우리 안의 야수성이나 광기 같은 비이성적 속성을 프랑켄슈타인(기계 인간), 하이드(악인), 드라큘라(유혹자) 같은 존재에게 투사해 외재화하고 그것을 죽이거나 제거해버리면 우리는 더 이상 비이성적 차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셈이 된다. 이질적 존재를 악마화해서 희생함으로써 온전한 자기동일성을 가진 이성적 주체로 거듭나고, 내면의 불화에서도 벗어나는 셈이다.
3강의 저자는 올해 작고하신 분이었다. 마지막까지 ‘말과 글이 삶을 바꾼다’는 신념을 많은 이들에게 전파하고,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준 저자의 노고를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끼면서 글을 읽어 내려갔다.
이외에도 3장 ‘클래식과 의식’을 읽고서는 클래식과 문학의 만남이 빚어내는 향연에 ‘클알못’인 나조차 유튜브에서 음악을 검색하고, 괴테와 셰익스피어, 위고 등 대가들의 작품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마지막 장의 마지막 강의에서 저자는 2016년 11월 12일 촛불혁명을 이야기한다. 100만명이 모인 그 광장에서 나와 남편도 촛불을 들고 ‘하야가’를 부르며 볼이 벌게져 있었다. 저자는 말했다. 촛불의 거시적 배경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그늘에 드리워진 사회적 부조리와 불평등’이라고.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고 말이다. 한 사람이 한 개씩 가지고 있는 촛불을 든 손이, 그 불빛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모습에 눈 감지 않게 해주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겠냐고 묻는 듯하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 시리즈의 묘미는 나를 둘러싼 것들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책은 전진이었다. 인간의 진보성과 관련하여 다양한 발명 및 발견을 이야기하고 이에 내제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읽어나가고 밑줄을 그어가며 정성껏 읽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시리즈로 구매를 하고 계획을 세워 읽어나가니 지식이 한결한결 쌓여가는 것 같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오늘도 조금씩 읽어나가야겠다.
지금 같은 코로나 시국에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온갖 일거리들이 난무한다. 가장 보편적일 만한 독서에서 시작해보자. 소설은 기본적으로 재미용이지만, 수백 년에 걸쳐 전해진 불멸의 명작은 더 깊은 것을 담고 있다. 그런 작가의 의도와 시대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다시 읽어본다면 작품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독서하고 글을 쓰는 건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다.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나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마음을 바로잡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창밖을 보기만 해도, 조금만 밖으로 산책하다 보면 도시의 품속에 여러 공간을 보게 된다. 도시 특유의 삭막함을 지워줄 건축가들의 개성과 철학이 묻은 공간들을 향유할 수 있다. 도시에는 현대 건축과 더불어 옛 궁궐도 자리 잡고 있다. 구석구석 조상들의 지혜가 깃들어 저마다 기능을 가지고 있는 건축의 기능 미와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이 빛난다.
문학작품, 독서와 글쓰기, 건축물과 궁궐, 클래식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가진 유래와 시대적 의미를 보여주면서 점점 어려운 학문도 소개한다. 평상시에는 생각해 보지 않지만 접해보면 신비롭고 기이한 우주와 인간의 기원, 과학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면 외에도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진실에 닿는 걸 도와주는 다양한 역할을 알게 된다.
개인이 필요한 소득을 채우는 데 투자하는 시간 외에 소중한 일상의 시간은 아침 이후 퇴근길에서 시작된다. 일상의 시간에 이 책을 읽으면서 알지 못했던 세계와 역사를 접한다. 여기서 무엇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지는 독자의 몫이다. 짤막하게 여러 가지를 다루면서 다양한 분야로 더 지식과 경험을 확장해 나가도록 독려해 주고 있다. 예전과 같은 일상을 찾으면 더 넓고 깊은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리딩투데이 리포터즈 2기 지원도서
퇴근길 인문학 수업.전진
백상경제연구원 (편저) | 한빛비즈 (펴냄)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즌1의 마지막 주제 "전진"이다.
문학, 건축, 음악, 역사, 미술, 문화, 고전, 과학, 사회 분야의 전문가라 할 지식인들의 강의가 수록되어 있다. 멈춤과 전환의 강의도 좋았지만 문학과 고전에 대한 색다른 해석과 풀이가 있어 '전진'편이 개인적으론 더 좋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더 즐기게 되는 심리랄까.
창의와 혁신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남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해볼 수 있는 정신, 그러나 그 중심에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이 있어야 한다.
건축 분야에서 편리함을 내세운 인터넷 서비스망과 기술에 집중된 설계는 자칫 인간이 배제되기 쉽다. 무채색의 도시에서 자연친화적인 도시로의 회귀를 원하는 추세가 이를 드러낸다.
책 속 PART1에서 소개 되어지는 다수의 작품 중, 반갑고 다행스럽게도 읽어보았던 몇 편이 눈에 띄었다. 그 문학 작품들에 대한 재해석과 해설을 보며, 그저 책이 좋아 즐기는 나의 관점과 다르게 인문학자가 바라보는 관점의 각도와 깊이에는 시야의 폭넓음이 함께했다. 책을 통해서도 배우지만 그 책을 읽는 타인에게서도 배운다는 교훈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또 한번 배운다.
"전진"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선구자, 돌격, 혁명 등의 역동적인 느낌이다.
최초로 평민이 왕의 목을 친 영국혁명은 근대 시민혁명의 시작을 알린 사건이다. 신분 제도를 끝장내 버린 프랑스대혁명과 러시아의 노동자혁명 그리고 무혈로 기록된 펑화적 정귄교체의 대한민국 촛불 혁명에 이르기까지 전진하기 위한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전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첫걸음을 내딛어야 할테지만 나를 아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되야 한다. 나를 모르고서는 첫걸음을 내딛는 방향을 정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방향을 잃은 전진은 혼란이 될 수도 있다. 나를 알아가는 것! 그 시작에 인문학이 있다.
215. 자연의 빛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공간의 안과 밖에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고, 조명을 이용한 인공의 빛은 독특한 공간미를 연출해 건축을 완성한다.
건축을 완성하는 것이 빛이라면 인생에 있어 인문학이 차지하는 자리가 그 빛과 같지 않을까?
인문학의 붐에 이끌려 책의 시리즈 중 관심분야의 주제가 나온 책만 먼저 구입하였다. 아직 책을 다 읽어보지는 못 하였지만 나름 잘 팔리고 있는 책인 만큼 내용에 실망은 없을 듯 하다.
'독서'가 의무가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겐 책의 흥미도도 중요했는데 나의 조건은 충족한 책이다. 너무 길게 끌게 되면 힘드니 하루에 한 챕터만이라도 끝내기 좋을만한 책이다.
퇴근길 인문학 시리즈의 한 권.
난 이미 모든 권의 리뷰를 쓰고
이북 리뷰도 썼는데,
자꾸 선물하다보니 계속 리뷰를 쓰라고 한다 ㅠㅠ
이 책은 사실 이북이나 종이책 리뷰를 진작 남긴 책이다.
아마 해당도서를 검색하면
나의 리뷰가 나올 것이다.
이 책은 시리즈를 모으는 것이기도 하고,
주변에 선물하기도 해서
사실 계속 리뷰를 올리면 도배가 될까봐
이정도로 참으려고 한다.
아무튼 엄청나게 재미있는 책이다.
제발 읽으시기를!!!
여태까지 잘해왔다.
더 잘하면 좋겠지만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이다.
내가 발 디딘 오늘이 온전히 ‘나의 오늘’이 되도록
오늘도 삶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의 운명이다.
기쁜 오늘은 기쁜 내일을 불러온다.
애쓴 오늘은 덜 버거운 내일을 데려온다.
삶이 아무리 비관 속에 진행되더라도
낙관을 향한 의지만은 잃지 않도록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자. (p.131)
이 책은 전자책으로도 사고, 종이책으로도 샀다.
이 시리즈전체를 그렇게 했으니,
나는 이 퇴근길 시리즈를 총 6권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음 시리즈를 계속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언제나 손닿는 곳에 두고 본다.
너무 좋아서 두고두고 읽고 있다.
소설을 읽는 재미를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바쁘기도 하거니와 좀처럼 마음의 여유를 느끼지 못하기도 했다.
인문학이 정서와 지식에 주는 영향은 지대하기에 인문학에 쉽게 접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전부를 읽기 보다는 그 핵심을 정리해 놓은 책에 접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접한 책이 “퇴근길 인문학 수업”이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우리가 쉽게 읽기 어려운 철학책인 카프카의 “변신”, 조금 지루해 보이는 헤르만 해세의 “데미안”과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등을 쉽게 정리하여 내용과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또한 파트 2로 넘어가면 건축에 대한 다양한 역사와 그 면모 그리고 건축을 이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철학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끌어올린다.
서양 건축만이 아니라 우리 건축문화인 궁궐과 그 문화에 대해서도 도시의 변화와 더불어 잘 풀어준다.
책이 다채로운 것은 다양한 전문가들이 그들의 분야에 맞추어 그들의 시각을 가지고 건축과 문화 그리고 문학을 접목하여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고개가 끄덕여지는 논리를 가지고 풀어간다는 것이다.
파트 3인 “클래식과 의식”으로 접어들면 괴테의 “파우스트”, 섹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빅토르 위고의 “리골레토” 등의 클래식과 접목된 문학이야기와 김최은영의 다양한 주제를 통한 문학적인 감상을 쏟아낸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꼭 문학을 통해서 사회를 바라 본다기 보다는 사회를 통해서 문학의 접점을 찾아가는 시각을 보여준다.
영국혁명에서 보여준 시민의 힘이 프랑스 혁명에서 보여준 단두대의 힘이 길게는 한국의 촛불혁명에도 영향을 미쳐서 문학으로써의 표현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표현이 문학적인 감동 이상의 영향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였음을 전달한다.
작가의 경험이나 주변의 이야기가 작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삶이 그리고 한 시대의 움직임이나 혁명이 문학으로 탄생하는 순환적인 형태에서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문학이 주는 영향력 만큼이나 현실에서 만들어지는 문화와 영향력이 인문학 만큼이나 큰 감동을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음을 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사회의 다양한 현상과 문학이 주는 영감으로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인문학 산책이 아니였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