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복원이다”p.4
->작가의 글을 다른 언어로 그가 원하는대로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번역이라고 그는 말했다.
“번역서는 단순히 한국의 서점, 도서관, 서재가 아니라 한국어 속에 자리 잡아야한다.”p.65
->그렇기에 한국어를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번역은 말하자면 꾸역꾸역 읽기라고나 할까?” p.102
->꾸역꾸역 한글자 한글자 읽다보면 한권의 책이 끝나는 법~!
"어느 이탈리아 장인은 한 땀 한 땀 추리닝을 만든다지만 번역가는 한 자 한 자 원고를 엮는다. 글자는 번역가의 땀이다. 어떻게 보면 인형에 눈을 붙이는 작업과도 그리 다르지 않다. 200자 원고지 한 매에 4000원을 받는다고 치면 20원짜리 글자를 하나씩 원고지에 붙이는 격이니 말이다.“ p. 129
->장인 정신이 아니고서야 번역도 못할 일이다.
"난 일이란 이층집과 같다고 비슷하다고 생각해. 전체를 받치는 일층은 생활비를 벌기 위한 곳이지. 하지만 그것뿐이면 너무 재미없잖아. 그래서 꿈을 이루기 위한 이층이 필요한 거야. 꿈만 꾸는 집은 무너지지만 밥만 먹는 집은 답답하잖아.“ P. 139
->변두리로켓 일드 중
->가장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한 1층, 꿈을 이루기 위한 2층을 위해 오늘도 잊지 않고 노력해야지~!
“전업 번역가가 번역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 째로 들 수 있는 이유는 번역 속도다. 이건 두말할 필요 없는 전업 번역가의 장점이다.”p.169
->하루 꼬박 혹은 7-8시간을 한 자리에 앉아서 마감날짜를 지키기위해 사명감을 다하는 번역가들을 타직업인들은 따라갈 수 없는 법이다.
"한국어는 영어와 달리 친족 관계를 시시콜콜 구분하고 따로따로 명칭을 붙이기 때문에 번역가는 저자가 밝히지 않은 정보까지 알아내야 제대로 번역할 수 있다.“ p. 178
->그래서 저자에게 일일이 이메일로 물어보아야 하는지라 시간이 배는 더 걸린단다. 우린 왜 이러게 친족에 집작하는 걸까?
"편집자는 첫 독자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 독자는 내가 오역이나 오타를 저지른 것이 없나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볼 뿐 아니라 걸핏하면 내 문장을 자기 멋대로 뜯어 고치는 사람이다.“ p. 239
->편집자와의 그 불편한 그 관계에 대한 정의
"사전 찾는 일의 8할은 수많은 대역어 중에서 가장 알맞은 단어를 고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전에서 마음에 드는 대역어를 찾지 못하면 번역가의 고뇌는 기학급수적으로 늘어난다.“ p. 246
->가장 꼭 맞는 단어를 골라내지 못하면 머리를 싸매고 화장실을 못간 마냥 끙끙 앓는단다.
"슬럼프 대처법
첫 번째 방법은 무작정 밖으로 탈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은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면서 동시에 효과가 큰 방법으로 빚을 지는 것이다. 평소 사고 싶었던 물건을 과감히 지르거나 하고 싶었던 일을 해버리는 것이다.“ p. 263-265
->두번째 방법을 자주 써먹는데 세번째는 화끈하지 않을 수없다.
서평 제목을 알랭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따왔습니다. 산뜻하고 평온해 보이는 표지 느낌과는 다르게 번역가의 치열한 일상과 희로애락이 가감없이 쓰인 책은 과학책 번역하는 남자 노승영씨와 스릴러 번역하는 여자 박산호씨가 1년 반 가까이 온라인 매체에 쓴 칼럼을 엮은 에세이입니다.
저 역시 번역을 밥벌이로 삼고 있어서 그런지 책 제목이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인데 자꾸만 ‘열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 전업 번역가는 말 그대로(literally) 열심히 일해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죠. 보통 직업이 번역가라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영어 잘하시겠네요.”, “시간 여유가 좀 있겠네요.”, “육아하면서도 일하기 좋겠어요.” 등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실제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영어를 잘해야 하지만 영어만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시간은 관리하기 나름이지만 대부분은 직업병을 달고 지내며 바깥 세상과 스스로를 격리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두 저자는 번역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적 고민과 애환, 번역가 지망생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할 만한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가감없이 담았습니다.
완벽한 번역은 없지만 최선을 다하라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저자의 솔직함입니다. 모든 글이 솔직 담백하지만, 그 중에서도 노승영 번역가가 상당히 부끄러울 수 있는 과거의 오역 사례를 소개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과학 전문 번역가로 잘 알려졌고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선정한 ‘2014년 올해의 번역가’로도 뽑힌 베테랑 번역가의 고백은 오역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후배 번역가에게 위로가 되는 동시에 용기도 줍니다.
번역가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성실함, 쪼잔함, 겸손함, 집요함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중요한 것을 꼽자면 ‘강한 멘탈’을 들 수 있다. 번역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오역을 저지를 수밖에 없기에, 편집자나 독자에게 오역을 지적 받을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면 번역가로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51쪽)
하지만 번역가로서 최선을 다했다면, 사전의 마지막 의미까지 찾아보고, 구글 마지막 페이지까지 검색하고 머리가 터질 때까지 고민했다면 자신의 마지막 판단을 믿고 당당하게 선택하기 바란다. (54쪽)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시대 번역가의 운명은?
얼마 전 해외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호기심에 자막을 한국어로 설정해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자동 번역된 문장이 생각보다 자연스럽고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해외여행을 갔을 땐 그 나라 언어를 못해도 스마트폰의 번역기로 바로 소통할 수 있고, 심지어 약국에서 제품명만 사진을 찍으면 텍스트 이미지를 인식해서 번역되는 어플도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앞으로 내 생계가 위협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든 적이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번역가들은 한번쯤 그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박산호 번역가 역시 2017년 네이버의 파파고 서비스를 보고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저자가 나름대로 고민하고 기계번역에 대한 조사를 통해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그나마 문학과 철학 같은 분야는 당분간 기계번역으로 대체하기 힘들다고 본다면, 그때까지라도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실력의 날을 다듬는 수밖에 없다.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번역이란 아마도(?) 기계는 가질 수 없는 풍요로운 정서와 상상력을 갖춘 번역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더욱 더 인간다워지기로 했다. 그러자면 기계적으로 옮기던 습관에서 벗어나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49~50쪽)
번역은 즐거운 고통의 연속
번역에 대한 보상은 노력이 아니라 결과를 기준으로 주어지며 결과는 질보다 양으로 측정된다. 실력보다 속력이 중요하다. 물론 실력이 향상되면 번역료가 어느 정도 인상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초보와 대가가 받는 번역료에는 큰 차이가 없다. (94쪽)
비슷한 실력의 번역가가 있으면 같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을 소화하는 번역가에게 일감을 줄 것입니다. 그래서 속력도 실력이고, 체력도 실력입니다. 다른 분야처럼 연차가 올라가면서 수입이 비례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보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습니다.
가끔씩 작업 진도는 안 나가는데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 이 가성비 낮은 일을 왜 하고 있나 라는 자괴감에 우울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내용을 작업할 때, 아름답고 의미 있는 문장을 옮기고 있을 때,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 남들은 모르는 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록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도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보람도 느낍니다. 이처럼 번역은 즐거운 고통의 연속입니다.
이 일은 끊임없이 텍스트와 대화를 나누며 읽고 또 읽는 생활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또한 옮길 수 없는 텍스트를 옮기는 일에 비애와 슬픔을 느끼겠지만 그마저도 즐길 경지에 오르면 굉장히 강력한 무기가 생기는 셈이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이 모든 괴로움과 슬픔을 음미할 준비가 됐다면, 번역의 세계로 들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9쪽)
번역 잘하는 방법에 관한 책은 꽤 많습니다. 번역에 관한 기술보다는 번역 한 번 해볼까 하는 분들, 번역가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합니다!
외국어 그리고 책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번역가'를 직업으로 삼아볼까? 라는 생각을 안 한 사람은 없었을 것 같다. 아직 우리말로 소개되지 않은 책을 내 손으로 직접 소개할 수도 있고, 왠지 글쓰기보다는 번역이 조금 더 쉬워 보이니까- 그렇지만 같은 이유로 왠지 번역가는 '수동적'일 것 같고 소설가나 책 저술가보다는 조금 더 쉬운 길을 걷는 부류라는 느낌이 드는 것 도 사실이다. 결론은 '번역가가 되기에는 내 외국어 실력이 그정도가 아니었다'와 '원서로 10권 읽는 것보다 번역서로 100권 읽겠다'로 귀결되었지만...
잠깐 꿈꾸었던 그 '직업세계'를 엿보는 것은 그 직업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게 해주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이 바로 그랬다.
번역은 텍스트에서 출발하지만 텍스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한다. 말하자면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의 상태, 인물과 사건과 배경이 존재할 뿐인 무정형의 상태에 언어의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최근 번역이슈로 큰 논란이 되었던 것이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과 (이 부분은 한글->영어로 옮기는 작업) 영화 어벤져스의 오역에 대한 부분이었다. 특히 어벤져스를 번역한 '박지훈'씨는 대놓고 조리돌림을 당하였었는데, 유명한, 사랑받는 작품일수록 번역가의 오역에 대한 '비판'은 굉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에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만을 다루고 있는데 저자는 '2016년 맨부커 국제상 수상작'은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한강이 쓰고 데버러 스미스가 번역한 <The vegetarian>이라고 설명한다. 문학 번역의 성패는 원작의 가치를 얼마나 제대로 번역하냐에 있는데 그 점에서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했다는 이야기이다. 특정 문화권의 작품을 그 문화권을 접하지 못한 다른 문화권의 사람에게 제대로 선보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민과 바뀐 문화와 어법에 맞는 자연스러운 언어가 필요하고 이 점에서 번역가는 '수동적인 도구?'가 아닌 더 큰 뜻을 전하는 '능동적인 작가'로 변화된다는 것이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로 '자연스럽게' 이식하는 것, 그래서 번역을 '아름답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직역·의역 논쟁이 얼마나 복잡한지 보여주는 간단한 예로 관용 표현이 있다. ‘핫 포테이토 hot potato ’라는 표현을 맨 처음 한국어로 번역한 사람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까다로운 문제’로 의역할 것인가, ‘뜨거운 감자’로 직역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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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는 단순한 번역어가 아니라 한국어의 관용표현이 되어 우리말에서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그런데 과연 ‘hot potato’와 ‘뜨거운 감자’는 같은 의미(내포)일까? 이런 의견을 생각해보라. “영어권에서는 감자를 뜨거울 때 먹지 않으니 뜨거운 감자는 기피 대상이고 그래서 이런 관용어가 생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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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인들은 뜨거운 감자를 맛있다고 합니다.” 하긴 한국어 ‘뜨거운 감자’는 호호 불면서 먹는 맛있는 음식이다. 그렇다면 ‘뜨거운 감자’는 잘못된 번역일까?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우리가 ‘뜨거운 감자’를 순수한 한국어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뜨거운 감자’가 영어의 관용 표현임을 아는 사람은(대부분의 사람이 학생 시절 영어 시간에 배워서 알 것이다) ‘뜨거운 감자’의 의미를 한국이 아니라 영어권의 맥락에서 유추해야 함을 안다. 그러니 ‘hot potato’라는 간단한 표현을 직역할지 의역할지조차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단어 하나만을 가지고도 며칠동안 골머리를 썩어야 하는 번역가라는 직업은 '의역/ 직역'의 논란이 되기도 하고 다양한 오역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물론 기계적으로 번역하는 번역가들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겠지만 번역은 '정답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매도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그래도 별 수 없이 사람 일이라, 뜻하지 않게 오역이 발생할 경우 재판 인쇄시 그 부분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한다는데, 초판으로 더이상 판매가 되지 않는 책은 그 부분에 대한 정정이 불가능하여 노승영작가는 별도로 오역알림판을 웹쪽에만들어놨다고 한다. 내 자신의 결과물에 제대로 '책임'을 지는 것이 진정한 직업인의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하루 24시간, 1년 12개월. 인간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균등하다. 하지만 각자가 경험하고 느끼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인들은 같은 시간도 구분해서 불렀따. 시계에 맞춰 균일하게 흐르는 객관적인 시간은 크로노스, '지금 여기서 느끼는 특별한 순간'의 시간은 카이로스라고 했다.
프리랜서 번역가로 느끼는 시간은 대략 크로노스다. 철저히 마감을 중심으로 흐른다. 하던 일이 있어도 급히 번역할 책이 들어오면 그에 맞춰 일정을 조절한다.
번역가, 라고 하면 조금은 느슨하고 자기만의 시간이 넉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단어의 번역에 막혀 며칠을 고생하기도 하고, 집과 일터가 분리되어있지 않아 다른 쪽에 휩쓸리기도 하고, 마감에 쫓기면서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는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번역비를 떼먹는 곳도 있었고, 책이 나오고 난 뒤 오역논쟁에 시달리기도 한다. 역시나 직업인의 삶 중에 녹록한 삶은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한 문장, 한 단락을 어떻게 잘 옮길 수 있는지 고심해보는 게 좋다. 도전해본 후에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다른 길을 찾자. 좌절과 실패는 아프다. 결심을 번복하는 것은 더욱 고통스럽다. 하지만 제대로 깨져야 다른 길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막연한 조바심과 두려움에 저울질만 반복한다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16년차 번역가의 자리에 이른 내가 들려줄 수 있는 화려하지 않은 조언이다.
태어날 때부터 '번역가가 되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저자 노승영씨는 통역사의 길을 택했다가 번역가가 되었다며 자신의 좌절-실패-그리고 번역가로 이어졌던 경험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화려하지 않은 조언이지만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혹은 무언가에 좌절하고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였다.
두 저자가 들려주는 번역가의 삶은 일상적이면서도 다양한 '글'을 다루기에 조금은 특별하다. 책의 중반 이후 부분에는 정말 번역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던 번역료, 번역의 팁과 번역가들과의 관계, 각각의 책을 번역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에 번역가의 장비(키보드 등)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에세이'형식으로 보여져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게 만든다. 번역가란 단순히 번역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기획하기도 하고 제목을 짓기도 하는 책에 관한 '다양한 일'을 소화하는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이 알려준 영어공부 잘하는 법을 간략히 정리한다.
독해: 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문법실력+단어와의 싸움
듣기: 독해실력을 키우고,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낭독->듣기연습의 병행)
말하기: 회화책 한권을 달달 외운다 (베스트셀러보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랄라)/다양한 억양을 고려하라
쓰기: 쓰고자 하는 영역에거 가장 잘 쓴 문장을 외워라. 단어를 외울때에는 문맥상의 단어의 쓰임을 살펴보라.
...
이를 실천하려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세상에 편한 '직업'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대중적인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직업은 더욱 그렇겠지. 그래도 책읽기를 좋아하고,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 이분들의 번역서는 믿고 읽을 수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5일간의 연휴동안 책 읽는 시간이라고는 새벽시간 밖에 없었던 엄마&며느리의 연휴도 끝났다. 책 읽기는 출퇴근시간이 제일 좋다는 것을 깨달은 슬픈 연휴 끝 아침- 전문 번역가라면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아서 더욱 힘들 수 있었겠지...
이제 즐거운 출근시간이다...
[독서후기 – 생계형 번역가의 민낯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
참 재미있게 읽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의 자유로움, 번역이라는 전문성이 갖는 고품격. 특히 나처럼 언어 습득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번역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풍겨오는 아우라를 감당하기 힘들다.
올해 초에 또 다른 번역가의 민낯 책을 읽고 서평을 쓴 기억이 난다. 이 책과 비교해보면 그때 책은 작가도, 글도 너무 날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선 회의 신선함도 좋지만 때로는 어느 정도 숙성이 된 깊은 맛도 필요하다. 이 책은 번역가가 아닌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는 순수한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적당히 숙성이 되어 있다. 만약 당신이 번역가 지망생이라면 이 책은 숙성 정도가 아니라 멘토 도서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노승영, 박산호라는 두 번역가가 그 동안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모으고 추려 번역가의 삶을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펼쳐낸다. 아주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면 보통은 작가의 이름이 아닌 번역가의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나 역시 번역의 소중함을 잘 알면서도, 작가 이름을 외우기도 힘든 두뇌라 번역가 이름까지 뇌 공간을 제공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동안 읽었던 수많은 번역 책의 한국 작가들에게 고마움과 경의를 표합니다.)
그런데 두 저자 가운데 박산호라는 이름이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같았다. 그랬다. 최근에 읽었던 “얼음 속의 소녀들”을 번역한 바로 그 사람이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토니와 수잔”도 그의 작품이었다.
내친 김에 노승영 작가도 찾아보았다. 읽으려고 찜해 둔 책이 상당히 많은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직접 읽은 책은 “누구를 구할 것인가” 한 권이 있었다. 어쨌든 이 책의 저자들이 내가 읽은 책의 번역가였다니, 사실은 내가 이미 만나왔던 사람들이라니 기쁘기 그지없었다.
책은 “번역이라는 작업” “생계형 번역가의 하루” “살펴보고, 톺아보고, 따져보기” “번역가의 친구들” “번역가를 꿈꾸는 당신에게”의 다섯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두 작가가 적당한 순서로 돌아가며 번역이 어떤 일이며, 번역료는 어떻게 계산하고, 어떻게 번역을 하고, 번역가의 친구관계는 어떻게 되고, 번역가가 되려면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등을 친구에게 얘기하듯 술술 풀어놓는다.
책 꼭지 하나하나 참 재미있다. 맛깔난 글솜씨가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러니까 글맛이 있는 특수분야의 이야기. 번역가가 아니면 생각하거나 경험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번역의 일은 혼자와의 싸움을 하는 것이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사투를 벌이는 작업이다. 그래서 그 특수성에 맞는 사람이 이 일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책 한 권을 번역하는 데 보통 두세 달이 걸리고, 그 동안은 수입이 없고, 시간을 자유로이 쓸 수 있으며 책 한 권을 끝냈다고 알아서 책을 또 번역하라고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자유로운 직업은 시간이 자유로운 만큼 일감도 자유롭다는 것. 익히 알고 있는 범주의 정보지만 실제로 그 일을 하고 있는 번역가들에게 그 체감의 깊이는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글 행간에 숨어 있는 틈새에서 발견한다.
번역가에게 영어 실력이 아니라 왜 우리글 쓰는 실력이 중요한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전을 찾는 품을 들여야 하고, 한글 지원 사이트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때로는 원저자에게 그 뜻을 묻는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하는지, 번역이라는 일이 가지는 특수성이 얼마나 다양한지 우리는 번역가들의 글을 통해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제 우리는 번역본 책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다. 번역자의 이름을 살피고 그가 이전에 어떤 책들을 번역해 왔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문학이란 번역가가 없으면 세계로 퍼질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맨부커상을 원저자와 번역가가 왜 함께 수상하는지 우리는 이해하게 될 것이다. 번역가의 문학적인 번역 노력이 없다면, 문화가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르고, 먹는 것이 다르고, 사는 공간이 다른 타국 사람에게 원저자가 생각했던 그 머릿속 느낌을 제대로 전해줄 수가 없다. 그만큼 번역가의 역할은 중요하다.
번역가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이 어떤 과정을 통해 쓰여진 것인지 궁금하다면, 번역일을 해볼까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책이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선택한 당신의 손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생계형 번역가의 삶, 그 민낯을 구수하게 읽어낼 수 있는 참 알차고 쫄깃쫄깃한 책이었다. 그나저나 구글번역기가 맹위를 떨치고 있고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형 로봇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번역가는 어떻게 될까
책을 제법 읽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고민은, 늘 해외작품을 읽을때 나는 그 작가의 작품을 읽고 있는 것인지, 혹은 번역가의 새로운 글을 읽고 있는 것인지 라는 생각이 있었다. 여전히 그 고민은 풀지 못했지만, 역시나 여전히 그 고민은 가끔씩 하고 있다. 이건 뭐 내가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일단 재밌게 읽자. 그렇게 되는거니까. 문제는 그야말로 심각한 망(?!) 번역을 만났을때는 진심 작가가 이따우로 쓴거냐며 책을 던지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사실 어릴때는 번역의 중요성이나 번역에 대해 생각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어서 망 번역을 읽게 되더라도 작가가 그렇겠거니, 라는 생각이 많아서 그 작가책 안 읽으면 되지. 라는 단순한 결론을 내렸었는데 책을 읽는 횟수가 늘어나고, 나이도 늘어감에 따라(?)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되새기는 일이 꽤 벌어졌다. 20대 초반 나름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작가중 한사람인 제인오스틴의 <이성과감성> 번역본을 읽고 진심 책 집어 던질뻔 했다. 으아아악, 이제껏 만난 제인오스틴의 글이 아니었고, 번역을 발로 한 건지 읽다가 무슨 내용인지 도통 감이 안와서 앞장을 다시 읽고 뒤에 내용 다시보고 그래도 짜증나서 내가 다시는 그 번역가의 글을 읽지 않겠노라고 독서기록장에 메모까지 꼼꼼히 해놨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보니 지금도 그 역자의 이름은 기억이 나는군. 이 자리에 대놓고 말은 못하겠지만 그때 이후로 번역의 중요성을 어찌나 뼈저리게 느꼈던지....... 그 후부터 아무래도 책을 사게되거나 읽게 되면 번역가 역시도 다시 보게 되는것 같다. 일단, 개인적으로 나는 뭔가 문장번역이라던지 그런 세세한 부분을 잘 알지 못하는터라 읽으면서 글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번역을 선호한다. 내가 읽으면서 응? 이건 이상해! 라는 고민을 하지 않는경우, 오역이 많다는 역자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읽기 편했다면 나는 그 역자여도 책을 사서 읽는다. 물론, 원작가 명성이 더 큰 몫을 차지 하긴 하지만....... 그건 일단 기본이니까.
이 책에서는 번역가들의 정말 세세한 이야기나 고민,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의역이냐 직역이냐에 대한 고민과 갈등, 책에 대한 애정, 심지어 번역가들의 페이 이야기까지 그동안 우리가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던 번역가의 이야기가 실생활과 맞물려 소개되고 있다. 읽으면서 전혀 내가 예상못했던 문제들이 나올때마다, 새삼 그들의 세계를 다시 이해하게 되고 생각하게 된달까?
겉으로 보기엔 책에 딱 내이름 적혀나오고, 뭔가 굉장한 느낌이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말못할 고충도 있고, 그래도 책에 대한 나름의 깊은 애정도 있고.......
내 주위에 번역하는 언니가 한분 있긴한데 (물론, 전적으로 번역만 해서 먹고 살진 못한다.) 그 분을 보면서도 번역의 세계가 만만치 않음을 간접적으로 느꼈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가니 이분들의 고민도 꽤나 깊구나 싶었다. 겉으로 보기엔 프리랜서니까 자유로운 시간 짜임과 지식인이라는 느낌에 혼자 막 우러러 본달까... 그런 기분이 있었는데 책으로 만나니 책에 대한 애정없이는 정말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분명 힘든길이고 쉽지 않은 길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들이 있어 반갑고, 이들이 있어 고맙다. 그리고, 이들의 고민도 책에 대한 애정에서 오는터라 그 또한 고맙다. 오롯이 번역으로 먹고살기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그런 번역이라는 세계에 있는 그들이 부러운건 어쩔 수 없다. 책과 관련된 모든것들이 언제나 겉에서 보기엔 부러운 책 중독인간이다 보니.....
암튼 번역가의 길을 한번쯤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물론,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어도 역시 그 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하고 재밌는 책이다.
번역가들이 없었다면 해외 고전과 관심이 가는 책들을 읽기 어려웠을 것이다. 에어비앤비 트립을 하면서도 간단한 대화 말고는 번역기를 통해
소통을 하는 내게는... 번역가들의 일상을 담은 책이라 궁금증이 갔다. 내세울 만큼 잘하는 외국어 능력도 없는 내가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아니다 싶은 번역을 만날 때는 원서를 읽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
노력보다는 번역서를 읽는 게 아직까지는 편하다.
제목이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이기에 '모모'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번역가의 글인가 싶었으나 두 번역가의 삶이라 그리 썼음을 알았다. 글을 읽으며 번역 일을 하는 지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
누나가 왜 그리 열심히 운동을 하려 했었는지도 이해가 됐고, 번역은 아니더라도 다른 이들의 글에 개입해 윤문하는 어려움은 알기에 얼마나 집중하도
고된 노동인지 공감할 수 있었다.
번역료와 관련한 에피소드에서는 프리랜서로 일할 때의 급여 문제와 비슷한 상황에
공감을 하게 된다. 입금을 해달라며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던 맘 졸이던 시간을 경험했기에 이해하기 더 수월했다. 지금도 며칠 전 있었던
아르바이트 비용이 언제 들어올지 기다리고 있기에 공감대가 더 높아졌는지도 모르겠다.
3부에 들어서며 번역가들의
번역 에피소드는 흥미로웠다. 잘 모르는 분야이고 관심을 갖지 않던 분야라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서평 블로거를 하며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출판사
편집자들과의 만남 때 간혹 제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는데 그런 내용과 비슷한 상황이 있어 흥미롭게
읽혔다.
번역가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어찌 보면 그들도 출판계 종사자들이라 낯설지 환경임은
책에 비치는 모습들에서 볼 수 있었고, SNS가 많은 것을 변화시켰음도 알게 된다. 마지막 부분에는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두 번역가의
조언들이 담겨 있다.
번역가들의 일상에 대한 궁금증에 책을 읽었다. 그들도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임을 잘 알 수 있었다. 다만 하는 일이 다를 뿐 지금의 시대 보이지 않은 곳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책을 읽다 커피 관련 번역서의 오류를 지적한 기억이 났다. 그 당시 '생두'가 들어갈 자리에 '원두'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음에 꽤 열을 냈다. 차라리 '커피'로 통용했다면 이해를 했을 텐데... 후반부에 '생두'가 나왔기에 더더욱 불만이 있어 커피
업계 종사자로 해당 출판사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편집자에게 돌아온 답은 bean 자체가 원두로도 번역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뭐 통용이야 되겠지만
문맥상에 들어가야 할 내용은 생두였고, 넓게 봐도 커피였다는 점은 지울 수가 없었다. 작지 않은 출판사였기에 업계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으면
더 괜찮은 번역이 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는다.
이 책은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이나 번역서를 잘
읽고 있는 독자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번역가들은 서로에게 경쟁심을 느끼지 않는다. 물론 실력이 뛰어나고 높은 평가를 받는 번역가를 부러워할 수는 있겠지만 상대방을 누르고 올라설 이유가 전혀 없다. 번역은 일한 시간에 비례해 대가를 받는 직업이며 대가의 편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 중략 -
굳이 남보다 잘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다.
과거의 자신보다 뛰어나기만 하면 된다.
번역가들은 '을의 연대'라 이름 붙일 만한 묘한 유대감을 느낀다. 이들은 생계를 온전히 책임지지 못한다는 자괴감, 저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열패감, 언제라도 오역 시비가 제기될 수 있다는 불안감, 마감에 대한 압박감 등을 공유한다. 그래서 잘난 체하는 사람이 없고 다들 겸손하며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번역 경험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치료하는 명약이다.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 번역가의 우정 by 노승영
20년 가까이 영상번역가로 살아오면서, 바로 내가 번역을 좋아하는 이유다.
"상대방을 누르고 올라설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
'을의 연대'도 백만 배 공감.
번역가를 만나면 누가 됐든 간에 진한 동지애가 먼저 느껴진다.
"당신도 잘 버텨 오셨군요."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한다.
원작의 뒤에 조용히 머물러 있는 번역가들.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늘 긴장감이 깃든 낮은 숨소리는 멀리서도 느껴진다.
지난 2016년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터 국제상을 수상하면서, '번역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작가가 쓴 작품을 번역한 번역서가 세계 유명 대회의 상을 수상하자, 해당 작품을 '어떻게' 번역한 것인지, 우리나라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감성을 과연 어떤 단어와 언어로 번역한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도 많아졌다.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은 번역계에서는 손꼽히는 번역가로 알려진 노승영 번역가와 박산호 번역가가 직접 밝히는 번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승영 번역가는 시사IN '2014년 올해의 번역가'로 뽑혔을 정도로 국내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은 번역가이며, 박산호 번역가는 스릴러 소설을 주로 번역해왔다.
“나는 한 문장, 한 문장 마음에 들게 번역이 되었을 때에야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고 번역이 끝난 뒤 원고를 통독하면서 눈에 거슬리는 표현만 다듬는다. 번역 당시에는 어색하던 문장이 해석학적 순환을 거친 뒤에는 자연스럽게 읽히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내 방법이 모든 번역가에게 적합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자신의 방법대로 번역하되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45p)”
각자의 분야에서 저마다 뛰어난 번역가로 자리하고 있는 두 번역가는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번역가의 일상, 번역을 잘하는 노하우, 번역료, 영어 공부법, 참고 도서 목록 등까지 번역가와 관련단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 평소 번역에 관심이 있어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들이나, 번역서가 만들어지는 방법에 대해 궁금했던 독자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는 넓고 언어는 많다. 그만큼 번역되는 책도 많고 아직 번역되지 못한 책들도 무궁무진하다. 그런 면에서 번역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들은 번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그들의 일상은 어떻게 전개되는지, 번역료는 얼마나 받으며 번역을 하며 사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정말 궁금한 것이 많다. 이 책『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은 노승영, 박산호 번역가가 번역의 세계를 들려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번역가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본다.
과학책 번역하는 남자
스릴러 번역하는 여자의
언어로 세우는 세상
이야기
이 책은 노승영, 박산호 공동저서이다. 과학책을 번역해온 노승영 번역가와 환상적인 스릴러 소설을 한국에 소개해온 박산호 번역가가 번역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번역가의 일상까지 이야기를 풀어낸다.
2016년 6월 28일에 '번역의 세계: 번역가 승영 씨의 일일'이라는 제목으로 칼럼 연재가 시작되었다. 2016년 7월 22일에는 박산호 씨가 '번역의 세계: 장르 소설 전문 번역가 박산호의 "책바다에서 헤엄치기"'라는 제목으로 합류하여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글을 올렸다. 그렇게 2017년 11월 9일까지 1년 반 가까이 쓴 칼럼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6쪽_들어가는 말 中)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번역이라는 작업', 2부 '생계형 번역가의 하루', 3부 '살펴보고, 톺아보고, 따져보기', 4부 '번역가의 친구들', 5부 '번역가를 꿈꾸는 당신에게'로 나뉜다. 아름답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 번역, 직역 의역 논쟁, 오역, 정오표, 재번역, 책으로 떠나는 여행, 마감이라는 숙명, 번역가와 시간, 번역가의 직업병, 번역보다 힘든 옮긴이 후기, 번역료, 제목이 반이다, 과학책 번역, 스크린셀러 뒷담화, 저주받은 걸작들, 편집자와 나, 나의 사랑하는 사전, 번역가의 장비, 검토서부터 써보라, 단어 공부, 번역가의 영어 공부, 번역 지침서 추천 등의 내용을 볼 수 있다.
"번역은 복원이다." 번역 강의를 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말이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영어 문장이 실은 한국어 문장이라고 상상해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번역은 영어 원문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원래의 한국어 원문을 복원하는 작업이 된다. 그저 원문을 대하는 태도만 바뀌었을 뿐이지만 번역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4쪽)
이 책을 통해 번역의 세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본다. 번역을 이상하게 했다는 이야기는 쉽게 듣고 말하더라도, 사실 번역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책쓰는 작업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과물에 대해 논하기는 쉬워도 직접 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작업일 것이다. 특히 번역은 '차라리 새로 한 권 쓰고 말지'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책의 처음에 나온 '번역은 복원이다'라는 문장부터 마음에 파고든다. 번역은 영어 원문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원래의 한국어 원문을 복원하는 작업이 된다는 것, 사고방식만 바꾸어도 번역의 매력에 쉽게 빠져들 듯하다.
두 명의 번역가가 들려주는 번역의 세계를 담은 책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돈은 중요하지 않다'는 뜬구름 잡는 말이 아닌, 번역가로 일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실질적인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특히 번역료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경험담을 들을 수 있어서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번역가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나 번역가의 길에 들어서고 싶은 초보자 등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리뷰를 쓴 다른 많은 독자처럼 모모라는 번역가에 대한 내용인 줄 알았더니, 번역가들의 경험담과 삶에 대해 쓴 책이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원어를 익히기도 하고, 자격증도 따보기도 하고, 번역일에도 관심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특히 영화를 보면서 분명 한국말인데 자막 내용이 이해가 안 갈때나, 아무리 봐도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번역된 자막을 볼 때면 내가 해도 이보단 낫겠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번역의 세계에 들어가보면 번역이란게 결코 쉬운일이 아니구나 금세 깨닫게 된다. 그런 경험이 약간 있었던 터라, 책의 내용에서 저자들에게 공감이 가고 와닿는 것이 많았다. 번역일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 하다.
꽤나 치열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어서, 파스텔톤 책 표지에서 풍기는 몽글몽글하고 달달한 느낌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다.(내용도 표지 디자인 만큼 귀여울 줄 알았다.) 원문의 brother를 제대로 번역하기 위해 저자에게 메일을 보내서 형인지 동생인지 물어야 했던 일, korean scientist C.Y. Jung의 한국식 이름을 찾기 위해 그의 논문을 뒤져 이메일 주소를 찾아낸 일, 번역료를 떼인 일, 오역 논란에 마음앓이를 한 일 등등등....아무리 낭만적으로 보이는 직업이라도 가까이 보면 절대 그렇지 않은 법이다.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이라는 제목에 일본 번역가 '모모' 씨의 이야기인가 생각했습니다. 아니 제가 이런 큰 실수를... 읽다 보면 번역가 분들의 애환, 고충에 공감하고 평소 하던 생각을 번역가 분들도 하고 계셔서 놀라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존잘님의 책을 번역하라니 나에겐 무리야...!라던가, 아무리 책 내용이 싫었어도 그렇지 그걸 니가 까면 안 되지...!같이 평소 생각하던 것이나 읽다가 번역가님 이 부분 보시면 멘탈이 괜찮으시려나...? 싶었던 것도 역시나 고민하고 계셨구나 하는 것이요.(정성들인 것이 보이는 책에 있는 오역이나 오.탈자는 읽는 사람도 안타깝게 만듭니다.) 무거운 작법책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가벼운 일상 이야기라 읽기에 부담 없이 번역가의 하루를 슬쩍 본 것 같아요. 재미있었습니다.
생계형 번역가들의 삶을 생생하고 솔직하고 재치 있게 풀어 썼다. 상상보다 훨씬 고된 번역 일에 한번 놀라고 고생한 것에 비해 대우와 보수가 형편없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그리고 영어 초보자도 아는 것도 오역하는 경우가 왜 생기는 지도 알게 되었다. 프린세스 다이어리라는 책을 읽으면서 1교시 2교시 할때의 그 교시를 ‘생리중’으로 번역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period라는 단어였다) 이책에는 번역가가 솔직하게도 더 심한 케이스를 실토 한다. 까마귀처럼 하얀이라고 번역을 했다는 것에 정말 크게 웃었다. free를 공짜가 아닌 자유라고 번역하기도 했다고 한다.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완벽이라는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아무리 밤낮 사전을 뒤지고 저자에게 메일을 수십통 보내도 저 실수 하나 때문에 번역가는 초딩도아는 free의 다른 뜻 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100번의 좋은 번역을 하고 1번의 오역을 해도 그 1번의 실수가 꼬리표처럼 영영 따라붙어 50번의 그저 그런 번역을 하고 오역을 안 하는게 더 욕을 안 먹는다는 슬픈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다고 저 전략을 고수하다간 일거리도 끊기고 밥줄도 끊기겠지만. 맞는 말인지게 생각해보니 프린세스 다이어리에 재치 있는 번역들이 많았던 같다 그래 저 생리중이 너무 크게 각인되어서 나도 그걸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원서를 읽으며 모르는 단어를 검색 하면 동아 프라임 사전에 단어의 쓰임에 대해 쫙 나온다. 이 많은 뜻 중에 고르고 골라 가장 적합한 단어를 선택해 한 땀 한 땀 번역한다고 하니 장난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에 써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관용어같은 경우에는 알 턱이 없다. google it 하는 수 밖에. 하지만 한국어의 유행어? 신조어 를 쓸 때 조금 조심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충대충 책임감없이 하는 번역을 ‘아몰랑번역’이라고 소개 했는데 아몰랑이 여성혐오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여성혐오가 가득한 세상이 끔찍하게 싫어서 책의 세계로 도피했는데 여기서도 여혐을 밟는다는게 아 역시 들숨날숨 여혐 한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남작가의 책을 읽어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한국 여혐에 비해선 애교 수준이다. 그래서 여성작가&여성번역가 콤비의 책을 구매 1순위로 두게 되었다.
번역가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하다 한들 번역서와 그냥 한국어로 적은 책은 다르다. 그래서 한국어로 된 책을 볼 때의 기쁨이 있다. 나는 한국인이니까 한국어 문장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기 떄문이다. 늘 한국어를 다루는 사람들이 쓴 책이어서 그런지 문장도 훌륭해서 오랜만에 그 한국어 문장을 음미하는 재미를 느끼면서 재밌게 책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이유 1순위인 '재미'에 충실한 책이다. 얼마나 재치있고 맛깔나게 글을 쓰는지 보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에세이도 이렇게 잘 쓰는 사람들이라면 번역도 잘하지 않을까? 나만의 근거없는 이상한 논리이지만 이들을 믿고 읽는 번역가 목록에 추가하기로 했다.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번역은 텍스트에서 출발하지만 텍스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한다. 말하자면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의 상태, 인물과 사건과 배경이 존재할 뿐인 무정형의 상태에 언어의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작가를 일종의 번역가로 볼 수도 있고 번역가를 일종의 작가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직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어떤 플롯을 한강은 한국어로 변역했고 스미스는 영어로 번역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어느 시점부터 작가와 번역가는 대등한 존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