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24 파워문화블로그 네트워크데이에서 채지형 작가님을 만나뵙게 되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는 주제로 시작되었던 강연을 들으면서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고 한장 한장 사진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만을 계속 되내이며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점차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마주한 채지형 작가님의 신작인 <안녕 여행>이라는 책은 그래서 내게는 더 의미있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작가분을 먼저 만나뵙고 이렇게 책을 마주하게 되니, 이 안의 이야기들이 더욱 살아있게 느껴지고 친근하게 다가왔으며 그래서 다른 책들보다도 가슴 속에 전해지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늘 생각을 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현실이라는 내가 있는 이 공간 속에서 버려야 할 것은 물론 돌아와서의 그 황망함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니까, 홀연히 떠날 수는 있을 것 같으나 그렇게 돌아와서, 어떻게 다시 직장을 구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과 결혼도 해야 하지 않나, 라는 등등 별의 별 이유들이 발목을 잡고, 아니 내 스스로 나의 생각 속에 잠식되어 떠나지 못하고 그저 스크린이나 사진 속에 보이는 또 다른 세상 들에 대해서 바라보는 것으로 지금은 이정도면 됐다, 라고 스스로 위안하고 있는데 그녀는 내게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가끔 사람들은 착각에 빠진다. TV 리모컨만으로 남금에 다다를 수 있다고. 따끈한 방 안에서 알래스카에 사는 북극곰을 만날 수 있다고. (중략)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바람의 감촉을 느낄 수 없고, 해 질 녁 아카시아 나무 뒤로 넘어가는 해넘이와 감동을 느낄 수 없다. 생명력 넘치는 그 생생한 현장에 녹아드는 경험은 아이맥스 4D 영화관에서도 얻을 수 없다. -본문

세상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그 안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 다분히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을 나와서 취업을 하고 스펙을 쌓아 일을 하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이 한 문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 이 이야기를, 모든 이들처럼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남들과 같이 그들의 행렬에 편승하기 위해서 나는 나 자신을 더 빨리를 외치며 다독이고 있었고 여행이라는 것은 나중에,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선택은 달랐다.
그래서 참 여행하기 전에는 답답했어. 안정적인 생활이 좋지만, 그 안에서 금이라도 밟게 되면? 불안했어. 여행을 하면서 그 불안감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남들과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이 틀린 일은 아니라는 확실은 얻었어. 세상에는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가는 이가 많아. 불안함 속에서도 살아 있는 희열을 순간순간 느끼며 신나게 살아가는 사람들. -본문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매번 발길을 옮긴다는 그녀에게도 두려움은 있다고 한다. 처음 보는 이들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가도 되는 것일까? 라는 망설임을 안고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고 지금까지 그녀의 여행 속에서는 그렇게 마주한 인연들은 다행스럽게도 모두 좋은 인연들이 되었다고 한다. 여행을 할때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그 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여행지에서 마주한 이들에게 매번 새로운 것들을 배우게 되면서 그리하여 그녀의 여행을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고 하는데 그 모든 두려움과 그녀 앞에도 들이 닥쳤을 현실이라는 문제들을 뛰어 넘어서까지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여행의 힘에 대해서 마주하게 되면서 언젠가는 이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게 된다.
여행을 하기 전까지는 숨 쉬고 있고 건강한 것이 이리도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몰랐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이 순간을 즐기는 것 또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몰랐다. 여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곳에서 정말 기분 좋은 순간과 마주할 때가 있다. 길거리에서 연주에 열중하고 있는 뮤지션을 만났을 때일 수도 있고, 시장 한복판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감지하게 된 순간일 수도 있다. -본문
그저 감탄으로 그녀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던 것이 실제 내 안에 들어와 스며드는 기분이다. 그녀라서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리라 마음을 먹고 떠났기에 지금의 그녀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오프라인에서 마주했을 때 당당하면서도 편안함이 우러났던 그녀의 모습이 이 책 속에서 그녀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을 대변해 주고 있었으며 앞으로 나의 삶을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해 주는 이야기였다.
지금으로 충분하다.
길 위에 있을 때는 길 위라서 좋다.
기적처럼 이어진 이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순간에 감사하고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는 일이다. -본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