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독특해서 무슨 내용일지 짐작도 가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제목처럼 만두가게 앞에 생긴 싱크홀을 보고 드는 생각에 대해 얘기하는 아주 짧은 단편소설입니다.
극중 화자는 어느 날 갑자기 집근처 만두가게 앞에 생긴 싱크홀을 보고 그 안에서 생전 처음 만나보는 어둠을 좋아하며 계속 보고싶어합니다. 죽음, 긴장, 그리고 불안이 동시에 느껴지는 어둠이였고 그것을 볼 때 오히려 살아있다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싱크홀을 바라보며 만두가게 주인의 시선을 받기도 하는데 약간의 눈치를 보며 맘껏 싱크홀을 보지 못함에 안타까움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가게 안에서만 보던 만두가게 주인이 싱크홀을 보러온 화자에게 오늘은 일찍 영업을 마감하니 편하게 보시라고 하며 말을 겁니다. 몇 마디 나눠본 뒤 주인은 돌아가고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이라 느끼며 다시 싱크홀을 보는 것에 몰입합니다. 저라면 두려움에 근처도 잘 가지 않을 것 같은데..싱크홀이 생겨났다는 자체를 좋아하는데 이런 말을 합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인생을 뒤바꿀 만한 엄청난 일은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어난다. 이 구절이 기억에 남네요. 종종 저도 드는 생각인데 좋은 쪽보단 나쁜 쪽으로 이런 생각이 들때가 더 많아서 두려움을 느낄 때도 많은 것 같습니다.
또 다시 싱크홀을 찾아간 밤, 만두가게 주인은 오늘은 이곳에 계시면 안된다며 영업에 방해되니 오늘은 일찍 돌아가달라 요청하지만 거절하니 언성이 높아질 찰라 갑자기 싱크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곧이어 눈앞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싱크홀 안에서 수많은 쥐들이 몰려나오는데 모두 만두가게로 들이닥칩니다. 얼떨떨하게 쥐가 맞냐는 물음에 주인은 두더지라고 답하며 얼마전부터 이렇게 많은 두더지들이 만두가게로 몰려오다가 싱크홀이 생겨났다고 듣게 됩니다. 하지만 곧 싱크홀은 사라질 것이고 두더지들이 싱크홀을 통해 만두를 먹으러 오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이야기에 그럼 앞으로는 두더지들은 어떡하냐는 말에 주인은 다른 길로 돌아서 올 것이라고 전합니다.
그렇게 만두가게를 나와 다시 바라본 싱크홀은 이전의 아우라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냥 만두가게를 향한 두더지들의 지름길이라고 느낀 탓인데요. 그럼에도 나름 집으로 가는 길 아래 두더지들이 만두를 먹으러 오가는 길이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괜찮아졌습니다.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기대되는 작가님 눈여겨 보겠습니다.
한때는 여러 문학상 수상집도 챙겨 읽고 한국 소설에 관심이 많았는데 바빠서 그런지 요즘에는 신인작가들 작품을 많이 읽지 못했네요. 임선우 작가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짧은 분량이라 부담없이 읽기 좋으면서도 인상에 남는 내용이었습니다. 평범해서 지루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일상에 갑자기 생긴 싱크홀이 가져온 독특한 만남. 두더지와 만두의 조합이 신선했어요.
아파트 정문 근처에 싱크홀이 생겼다는 안내 방송을 들은 나가 집을 나서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뉴스에서 처음 싱크홀에 대한 소리를 들은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심상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고 물론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아직까지 실제로 본 적은 없어서 그런지 싱크홀 앞에 쪼그려 앉아 심장이 뛰는 나의 반응이 이해갔다. 이어지는 전개는 환상이 가미되는데 어색하지 않아 재밌게 읽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임선우 작가님의 만두 가게 앞에는 싱크홀이 있다 리뷰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싱크홀에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싱크홀이란 지반이 갑자기 무너져내리는 현상으로 해외에서는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해 종종 화제가 되기도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도심 한가운데 길을 걷던 행인의 발이 푹 빠지는 싱크홀 영상이 퍼져 충격을 주기도 했죠. 옛 고사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 두려워한다는 사람을 한심하다고 여긴 기우라는 말이 있지만 이 기우가 실제로 발생할수도 있다는 말이니 내가 딛고 있는 땅바닥조차 믿을수 없는 이 각박한 세상을 상징하는 현상이라고 볼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싱크홀은 그런 무시무시한 이미지와는 약간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어느날 만두가게 근처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싱크홀. 보통 사람이라면 혹시나 사고에 말려들까 가까이 가지도 않을테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에게 이 싱크홀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날 짜릿한 무언가를 선사해주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게다가 그 싱크홀이 인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가늠할수 없는 존재에의해 이루어졌다면 그 짜릿함이 더 배가 되겠죠. 전쟁이나 급변 사태가 아니라면 우리는 언제나의 일상을 평생동안 반복해야할지도 모릅니다. 그 일상조차 제대로 못누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사치인가 싶겠지만 문명이 점점 발전하고 사람들의 생활이 안정될수록 그 활동반경은 점점 좁아지는 것만 같고 그것이 마치 보이지않는 감옥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그러한 숨조차 쉬기힘든 그러나 풍요로운 아이러니한 그 일상 속에서 문명의 흐름과는 다른 섭리와 질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답답함을 약간이나마 벗어던질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본래라면 인간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공포를 느껴야 하는 것이지만 그 비일상적인 돌발상황에 짜릿함을 느끼고 오히려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은 이제 우리 앞에 놓인 숙제는 이전의 인류가 겪어왔던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볼수 있겠습니다. 여러모로 읽는 독자들에게 여러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 만두가게 앞 싱크홀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그 기묘함을 단순한 지루한 일상에 다가온 짜릿한 에피타이저로 여길 것인지 아니면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일 것인지, 그 모든 논쟁과 해석은 모두 이책을 읽는 여러분 앞에 놓여진 권리입니다.
아파트 앞에 싱크홀이 생겼다. 싱크홀 바로 옆에는 만두 가게가 있다. 화자인 '나'는 이상하게도 그 싱크홀에 빠져들게 된다. 뭐지? 그러면서 매일 싱크홀을 보러 간다. 오다 가다, 싱크홀을 들여다보고 그 어두컴컴한 속을 궁금해한다. 뭘까. 뭐가 있을까.
'나'는 싱크홀을 보러 가면서 만두 가게 주인과 몇 번 마주친다. 그 만두 가게 이상하다. 오랫동안 영업하는데도 맛이 없어서 손님이 없다. 응? 맛도 없고 손님도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오래 영업을 할 수가 있지? 싱크홀을 가운데 두고 만두 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기도 하면서, 만두 가게 주인은 '나'에게 싱크홀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자리도 양보한다. 그렇게 '나'는 싱크홀의 원인을 알게 된다. 그 이유는? 음, 그건 이 소설의 반전이기도 하고, 스포일러이기도 하니까 말을 아끼겠다. 다만, 그 싱크홀이 생긴 이유와 맛이 없어서 손님도 없는 만두 가게가 어떤 이에게는 최고의 맛집일 수도 있다는 게 코믹스럽다. 혹시나 잘 못 안 게 아닐까 싶어서 다시 맛봐도, 역시 맛은 없는데 맛집 소문은 어디에서 난 걸까. ㅎㅎ 그저 웃을 뿐...
보통은 개발에 빠져들어서 싱크홀이 생기고, 바닥의 구멍은 점점 커지기도 하면서 위험의 순간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 소설 속 싱크홀은 맛집 찾아다니는 존재들 때문에 생기기도 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상상력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우리가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되는 이야기다. 임선우 작가의 책을 완독한 건 처음이었는데, 이 작품 아주 짧으면서도 아주 재밌다. 뭔가, 세상의 비밀을 엿본 기분이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