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속이 취소되면 마음속으로 기쁨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입니다.”
가끔은 그게 나라는 인간의 본질인 것 같다. p.15
친구도 좋고 피자도 좋고 노래방도 좋은데 어째서 친구와 피자를 먹고 노래방에 가기로 한 약속이 깨지면 미안할 정도로 기쁜 걸까? 원하는 만큼 충분히 혼자 있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톨이가 되고 싶지는 않은 마음.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 모순이 궁금했다. p.16
날이 궂은 것도 아니고, 만나야 할 사람이 싫은 것도 아닌데 약속이 취소되면 기쁨의 노래를 부른다는 대목을 읽으며 얼마 전 읽은 캐롤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를 떠올렸다.
저녁 약속이 일주일 뒤로 다가온다. 마음 한구석에선 가고 싶으면서도, 나는 빠져나갈 계획을 짠다. p.15
<명랑한 은둔자(캐롤라인 냅)> 중에서
외롭지만 혼자 있고 싶고, 혼자가 좋다 하면서도 사람들의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하지만 왠지 알것만 같은 그 느낌. 캐롤라인 냅의 글에서 나의 모습을 엿보았던 순간이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그리고 문장을 읽는 순간 다시 한번 떠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하현 역시 ‘명랑한 은둔자’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듯 하다(어쩌면 내가 가장 늦게 합류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행복하게 혼자이고 은둔하는데 명랑한, 외톨이가 아닌 채로 혼자일 수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서로 닮았다 한들 모임을 만들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명랑한 은둔자야.
이 말을 다시 들어보라. 산뜻하고 멋지게 들리지 않는가? p.41
행복하게 혼자라고? 은둔하는데 명랑하다고? 그런 모순이 어딨어! 그건 불가능해! 안타깝게도, 이런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p.41
<명랑한 은둔자(캐롤라인 냅)> 중에서
외톨이가 아닌 채로 혼자일 수 있는 사람.
약속이 취소되면 나는 함께라는 가능성을 가진 채로 기쁘게 혼자가 된다..(중략)..친구도 피자도 노래방도 좋지만 그게 조금 더 좋을 때가 있다. 그 안전한 고립감이 너무 달콤해서 들키지 않게 조용히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창밖은 푸르고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어느 맑은 날에. pp.18-19
‘하현’이라는 작가의 이름이 어딘가 눈에 익는다 생각했는데, 몇 해 전 ‘달의 조각’으로 한 차례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글을 읽으며, ‘조금은 과한 감성과 건조함이라는 상반된 느낌’을 준다 적어두었었는데, 다시 만난 그녀는 좀 더 담백하고 편하게 말을 건네온다.
이 책은 내게 조금 과한 듯한 감성과 건조함이라는 다소 상반된 느낌으로 남아있다. 한껏 넘칠 듯한 감정에 오글거리려는 두 손을 꼭 쥐어야 하는가 하면, 어느 순간 냉정한 시선으로 돌아와 유리창 너머로 세상을 보듯 이야기를 건넨다.
<달의 조각>을 읽고 남긴 글 ( http://blog.yes24.com/document/11270440 )
그간 그녀의 글이 바뀐 것인지 내가 변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둘 다 변한 것일 수도) 이왕이면 둘 다 조금은 좋은 쪽으로 단단해져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건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자꾸만 그녀의 글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일거다.
누구나 원하는 만큼 고요해질 수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p.33
이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보다 스스로의 유일무이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 더 두렵다. 내 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든, 그들이 나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든 내가 되어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어떤 아픔과 슬픔은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고, 어떤 문제는 아무도 도와줄 수 없어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p.79
그래서인지 친구를 사귀는 일에 서툴렀다. 필사적인 노력 끝에 어찌어찌 무리에 섞이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지내다 보면 묘하게 겉도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묘하게 겉돈다는 건 무엇인가. 공적인 친분을 사적인 친분으로 확장하는 능력 혹은 의지의 부족.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에서 내가 생각한 ‘겉돌다’의 정의는 그랬다. p.136
비가 많이 내렸던 여름밤, 낯선 곳에서 만난 이 책은 친구와의 대화같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오랜만에 만난, 조금은 변한 모습의 친구와 그간의 일을 가볍게 수다 떨 듯 나눈 기분이었다.
*덧붙이는 글
그렇게 동질감을 느끼던 그녀가 나를 배신(!)한 대목이 있었으니, 바로 ‘믹스커피’를 더 이상 마시지 않는다는 문장이었다. 아니, 왜? (커피는 설탕맛으로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항변ㅎㅎ)
나는 이제 믹스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너무 달고 느끼해서 먹고 나면 입안이 텁텁해지는 느낌이 싫다. 그래도 오늘처럼 어쩌다 한 번씩 마시게 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의 첫 커피가 떠오른다. p.200
*기억에 남는 문장
제 삶은 밑반찬처럼 평범합니다.
같은 곳에 살아도 마음속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각기 다른 세계를 본다. 집을 찾기 시작하면 집만 보이고, 나무를 찾기 시작하면 나무만 보이는 것처럼. 집을 찾는 사람이 나무를 찾는 사람을 만날 때 세계는 조금 낯설어지고, 꼭 그만큼 넓어진다. p.42
그날 그는 내 앞에서 ‘맘충’이라는 단어를 정확히 두 번 사용했다. 그게 몹시 거슬렸지만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왔을 때처럼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서로에게 아무런 기대도 희망도 없는 사이는 이토록 깔끔했다. p.48
10대에는 마음만 먹으면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20대에는 냉정한 현실을 깨달으며 끊임없이 좌절하고 나를 미워했다. 그렇다면 30대는 평범한 나로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시간이지 않을까. p.90
어릴 때는 마냥 무섭기만 했던 어른이 어느 순간 안쓰럽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면 사는 게 덕컥 두려워진다. 나는 아직도 내가 덜 자란 것 같은데 삼촌도 가끔 그런 기분이 들까? p.144
몸에도 마음에도 부스럼 나지 않기를, 좋은 손님만 만나기를, 우리의 밥벌이가 우리를 해치지 않기를. 언니들 틈에 섞여 열심히 땅콩을 까먹는 동안에도 나는 예의 그 희미한 슬픔을 느꼈다. 뒤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앞에서 보니 그건 사랑이었다. 사랑인 줄 모르고 사랑하는 것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을까. 바짓단에 붙은 땅콩 껍질처럼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발견하게 되는 마음이. pp.152-153
걱정은 꼭 솜사탕 같았다. 후 불면 날아갈 만큼 가벼운 것도 계속 손에 쥐고 있으면 끈적하게 녹아 여기저기 들러붙었다. p.161
나는 적당히의 감각이 떨어지는 편이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딱 알맞은 상태. 그 중간 지점에 도달하는 일이 자주 어렵게 느껴진다. p.175
만약 다음 생에 고양이로 다시 태어난다면? 어느 날 갑자기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쌍둥이 언니를 만나게 된다면? 돈을 받고 수명을 팔 수 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을 상상하며 사서 고민하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지만 재미있다. p.188
스스로의 욕망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지금까지 내게 없던 새로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p.226
내가 되고 싶은 건 세상을 구하는 위인이 아니라 나를 구하는 보통의 인간일 뿐이니까. p.226
소리에 예민한 나는 녹음에 금방 재미를 붙였다. 막상 해보니 촬영만큼이나 신경 쓸 부분이 많은 작업이었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재미있었다. 헤드폰을 쓰고 녹음 버튼을 누르면 사람들 틈에 섞여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이상하게 좋았다. p.232
같은 곳에 살아도 마음 속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각기 다른 세계를
본다 -42p
눈코입귀 다 똑같이 생겼는데 다 다르다
이것만큼 신기한 일이 있을까
외계인이 오면 우리 지구인을 보면 놀라서
제 행성으로 도망칠 게 분명하다.
인간군상의 다양함… 그래서 우리도 이제
서로 다양성을 더 인정하는 사회로 가야지
않을까
조상들은 왜 신독이란 말을 만들었을까
솔직히 혼자 있을 때조차도 사회에 속한
자아라는 것을 깨우치게 해 준 걸까
성인에게는 은밀한 사생활이란 없고
늘 거룩한 존재라는 짐을 얹은 채
살아가야 할 운명을 강요한 것 아닐까
내가 조선 시대에 사대부로 다시 태어난다면
퇴계 정암 율곡 고봉 등의 대유로
살 자신도 없다 맘껏 풍류를 즐기면서
한량으로 살아가고 싶다.
계획이란 말 앞에는 “거창함”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내가 갔음 직한 미래를 그려보면서
“드림보드”라고 만들어 본다.
이전의 만든 미래 청사진을 얼마나
현실 속에 구현했는가?
지금의 나는 거창한 미래보다 지금
나를 더 생각하며 산다.
페라리를 나중이 아니라 지금 타고 싶다.
책을 언제 지금 쓰자. 나중에 이기지 말고
Win Now
인생의 반 바퀴를 돌았다고 생각해 보니
미리 좀 더 경험했더라면
그래서 더 나은 선택을 했더라면
다른 나의 모습과 다른 삶의 모습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연인에게 질척거렸던…찌질하게 굴었던…
이불킥 날리고 싶었던 순간들
겪지 않고는 깨달을 수 없는 것이 있다
후회스럽지만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다.
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185쪽
머릿 속에는 머슬매니아 대회 본선에
올라간 내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얼마전 인바디를 비롯한 건강검진을 했다.
난 비만이다 인류 최고의 만성질환.
난 운동해야 한다.
운동습관이 꿈꾸는 나를 만든다.
책은 나를 제대로 올곧이 나 임을 받아들이게 한다.
나의 대단치 않은 인생을 바라보게 만든다.
나를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 가는 과정 그게 인생이 아닐런지…
“모든 삶이 특별하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말 같아요. 모두가 소중할 수는 있어도 모두가 특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버렸거든요.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평범한 나로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 요즘 제가 가장 열심인 일은 바로 이것입니다. 달걀 프라이 옆에서도 기죽지 않는 명랑하고 씩씩한 달래양념장이 되고 싶어요. (...) 평범함 뒤에 숨겨진 노력에 조명을 비춰주는 마음으로. 여기 모인 이야기들은 모두 그렇게 쓰여졌습니다.” - 프롤로그 중
이 책에는 우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끄덕,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나 또한 약속이 갑작스레 취소되면 그 귀찮은 화장과 머리손질과 옷을 골라 입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져서 지금 입고 있는 잠옷 그대로 다시 폭신한 침대로 돌아가는 기분을 알아서 그럴까. 책 제목을 보니 지금 내가 폭신한 이불 속에 들어와 있는 듯이 편안해진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피곤하다. 토, 일 연달아 잡는 건 더더욱 싫다. 꿀 같은 이틀의 주말 중 하루는 반드시 집에서만 뒹굴뒹굴 있고 싶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좀 이상하다. 밥을 사 주는 사람보다 약속을 깨주는 사람이 더 고맙게 느껴질 때가 많다. 급한 일이 생겨 약속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으면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하지만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면 오히려 상대가 서운해할까 봐 적당히 아쉬운 척 대답한다. 어쩔 수 없지 뭐…….(아싸!) 괜찮아, 다음에 보자.(안그래도 나가기 귀찮았는데 고마워!) 그러고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침대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 15p.
아무래도 작가님은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분이시지 않을까 싶다. 어쩜 내 생각을 저렇게 고대로 옮겨 놓으셨는지...!! 저거 완전 나인데..!! 읽으면서 뜨끔했네...ㅎ 모듈형 인간이 되고 싶으시다는 작가님의 글도 너무 와닿았다.
“블록을 조립하듯 마음대로 세상과 연결되고 분리되는 사람. 외톨이가 아닌 채로 혼자일 수 있는 사람. 약속이 취소되면 나는 함께라는 가능성을 가진 채로 기쁘게 혼자가 된다. 친구도 피자도 노래방도 좋지만 그게 조금 더 좋을 때가 있다. 그 안전한 고립감이 너무 달콤해서 들키지 않게 조용히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창밖은 푸르고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어느 맑은 날에.” - 18p.
이 밖에도 책을 읽으면서 내 얘기같이 느껴지는 문장들을 많이 만났다. 누구나 일상을 살면서 느꼈을 법한 평범한 이야기들. 내 마음속에서 꺼내온 듯 익숙하고 편안한 이야기들. 그렇기에 내 얘기같은 이 책에서 위로를 받았다. 약속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해서 근처 커피숍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읽으면 어떨까. ‘함께’도 좋지만, 작가님처럼 안전한 고립감도 좋은 나는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카페에 혼자 앉아 이 책을 읽는 상상을 해본다.
42p.
집을 찾기 시작하면 집만 보이고, 나무를 찾기 시작하면 나무만 보이는 것처럼. 집을 찾는 사람이 나무를 찾는 사람을 만날 때 세계는 조금 낯설어지고, 꼭 그만큼 넓어진다. 나는 앞으로 집 말고 또 무엇을 찾게 될까?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모으는 사람이 될까? 이 질문은 내가 나에게 어떤 세계를 보여줄 것인지 묻는 말이기도 하다. 혼자서는 아주 좁고 얕은 세계밖에 볼 수 없어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찾고 모으는지 곁눈질로 열심히 힐끔거린다. 그렇게 서로를 기웃거리며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 더 먼 곳을 본다.
50p.
그들의 가장 별로인 부분까지도 너그럽게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형편없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뻔뻔해지지도 용감해지지도 못하고 당황한다. 나 역시 그들에게 숱한 실망감과 참담함을 안겨주었을 텐데. 그 서글픈 순간을 그들은 어떻게 견뎌왔을까? 하지만 정말로 물어볼 용기는 없다. 우리는 아직 아주 많은 날을 우리로 살아야 하니까. 그 사실이 가끔은 막막하다.
90p.
10대에는 마음만 먹으면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20대에는 냉정한 현실을 깨달으며 끊임없이 좌절하고 나를 미워했다. 그렇다면 30대는 평범한 나로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시간이지 않을까. 열등감이나 패배감에 잠식되지 않은 건강한 마음으로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사는 사람. 이제 나는 특별한 사람보다 그런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일지 매우 궁금했다. 왜냐하면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었는데 왜 기뻐해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의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저는 약속이 취소되면 마음속으로 기쁨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입니다. 밥을 사 주는 사람보다 약속을 깨주는 사람이 더 고맙게 느껴질 때가 많다. 급한 일이 생겨 약속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으면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하지만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면 오히려 상대가 서운해할까 봐 적당히 아쉬운 척 대답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원하는 만큼 혼자 있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톨이가 되고 싶지는 않은 마음.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 모순이 궁금했다." 저자의 사고가 내 생각과 많이 닮은 것 같다. 나도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떨 때는 약속이 취소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듈형 인간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자유롭게 연결하고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을 모듈형이라고 한다. 모듈형 장난감, 모듈형 소파, 모듈형 서랍장, 모듈형 가방. 나는 모듈형 인간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블록을 조립하듯 마음대로 세상과 연결되고 분리되는 사람. 외톨이가 아닌 채로 혼자일 수 있는 사람. 그래서 약속이 취소되면 저자는 함께라는 가능성을 가진 채로 기쁘게 혼자가 된다고 한다.
저자의 다음 글을 읽고 나는 내가 보는 세계관은 어떤지 한번 돌아보고, 보다 넓은 시각을 찾기 위해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같은 곳에 살아도 마음속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각기 다른 세계를 본다. 집을 찾기 시작하면 집만 보이고, 나무를 찾기 시작하면 나무만 보이는 것처럼, 집을 찾는 사람이 나무를 찾는 사람을 만날 때 세계는 조금 낯설어지고, 꼭 그만큼 넓어진다." 야구를 좋아하는 야구팬의 입장에서 서평이벤트에 참여했다가 꼭 만나고 싶었던 허구연 야구해설위원을 곧 만나게 되어 야구를 이해하는 폭을 넓힐 수 있게 된 것은 내겐 크나큰 행운이 아닌가 싶다.
저자가 오랜 만에 만난 외삼촌과의 대화에서 나오는 질문의 답을 보고 노후에 외롭지 않게 미리 대비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수의 가장 큰 적이 뭔지 아냐?" "글쎄요. 과로? 술? 스트레스?" "그게 아니라 외로움." "외로움이 말이야, 장수의 가장 큰 적이래." 솔직히 나는 장수하고 싶은 마음은 크게 없다. 건강하게 80세 정도까지 살고 가족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깨끗이 떠나고 싶은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이미 아내와 함께 2010년에 장기 및 시신기증 동의서를 제출했다.
나의 부모님은 80세 중반을 전후하여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께서 먼저 돌아가시고 6개월 후 아버지께서도 세상을 떠나셨다. 부모님께서 살아계실 때는 형제자매간에 그렇게 큰 문제없이 잘 지낸 편이었으나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다소 불협화음이 생겨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저자가 가족에 대해 느끼는 생각이 내 생각과 많이 닮은 것 같아 보인다. "가족이란 건 치명적이지 않은 알레르기 같다. 기쁨과 괴로움을 동시에 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모르고 있던 단어이지만 흥미로운 단어를 하나 배우게 되었다. 바로 '룸톤'이라는 단어인데 '모든 공간은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때에도 각각의 고유한 소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 소음을 바로 룸톤이라고 한다.'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같은 공간이라도 시간이나 날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촬영을 마치면 반드시 그날 그곳의 소리를 녹음해두어야 한다. 이렇게 녹음한 룸톤은 이후 편집 과정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방송에 관한 유용한 지식을 하나 배우게 된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행동방식이 나와 유사한 면이 많은 것 같이 느껴져서 책을 편하게 잘 읽은 것 같다. 최근 업무 스트레스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삶을 돌아보고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혼자 있고 싶지만 외톨이가 되고 싶지는 않은 저자처럼 나도 대인관계를 적절히 잘 유지해서 삶의 균형을 바로 잡아나가고 싶다.
전날 마신 술이 남기는 후유증 몇 가지가 있다. 멍한 머리. 떠오르지 않는 생각. 그리고 희미한 전날의 술자리 기억.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세세하게 떠오르지 않을 때 답답함을 느낀다. 특히 중요한 이슈가 있었을 때. 알코올을 머금은 몸은 그렇게 일상의 한 부분을 흐릿하게 만들어버리거나 없었던 일처럼 만들어 버린다. 아니면 그냥 흘려 버려도 되는 말들이 대부분이라 기억에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경험상 취중에 나눈 진담이 다음 날로 이어질거란 기대는 아예 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술을 마신 사람과 깬 사람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일상을 무심하게 살아내고 있을 때도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 내가 한 말, 행동, 마음 가짐을 매순간 챙겨보는 사람은 드물다. 하루 일과를 보내고, 내가 무슨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으며, 어떤 마음으로 살아냈는가를 떠올려보는 것. 이러지 않으면 오늘 하루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 어제와 같은 날이 반복되는 것 같고, 그런 일상은 머릿속에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다. 가끔 어제 점심 때 무얼 먹었는지 떠올리기 힘든 이유도 이런 게 아닐까. 그저 평범했다 퉁쳐버린 일상이라 그런 거다.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의미를 둘 소소한 이야기들이 많을텐데.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 그랬다지만 꼭 그렇진 않은 것 같다. 비극일지 희극일지는 내게 일어나는 일에 대한 해석일 뿐이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의 차이다. 내가 비극으로 보면 비극인 거고, 희극이라 생각하면 희극이다. 삶의 의미는 내가 만드는 것일 뿐. 약간의 생각 전환이 아하!하는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내 생각만 바꾸면 모든 상황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단지 평범하기만 한 내 일상을 다르게 보려 노력만 하면 된다.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 차이를 만들고 기억할 일을 만들어내게 된다.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는 걸 몰랐다. 이 책 제목이 그랬던 순간을 소환해냈다. 별 생각 없이 '그때 한번 봅시다.' 했다가 막상 그때가 되면 왜 그랬을까 후회했던 기억. 그렇다고 모든 약속을 귀찮고 힘들어하는 건 아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더 편하게 여기고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만 같다. 원래 그랬으면서 그런 인간형이라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내 평범한 일상에서도 떠올릴 만한 이야기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된 것 같다. 작가의 이야기에 기대어 내 얘기를 찾고 싶었던 것.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동시에 바다 건너만큼 멀 수도 있었다. 허물없이 장난을 주고받고 귓속말로 비밀을 속삭이다가도 돌아서면 금세 데면데면해졌다. 어른이 된 뒤에도 관계는 여전히 골치 아픈 숙제였다.(137쪽)
관계 때문에 자주 고민에 빠진다. 아니 관계에 너무 몰입하다보니 주된 고민이 된 것 같다. 산다는 게 '함께'의 문제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지만 그런 고민에 젖어지내다 보면 '나'를 돌아볼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관계에서 오는 문제의 해법도 나를 잘 알고 있을 때 찾아질 것 같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 방법,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섬세하게 살피면서 가능해지지 않을까? 이 책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작가가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냈듯이 말이다.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결국 나를 더 큰 사람으로 만드는 건 아무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인 것 같다.(240쪽)
가끔 상상의 세계를 배회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 순간을 감지하면 내가 나한테 그런다. '소설 쓰고 있네'. 상상의 가지가 사방으로 뻗치면 현실과 무관한 세상으로 가버린다. 그럴 때마다 너무 내 안으로 몰입하지 말자 결심한다. 일이든 관계든 내 생각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알기에. 세상은 철저히 나와 다르게 돌아간다. 나와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 나와 같은 마음인 사람은 없다. 그걸 하나씩 경험하고 깨달으면서 나도 조금씩 큰 사람이 되어간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도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여러 이벤트 도서들 중에 제목을 보고 공감이 많이 되어서 이 책을 골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에세이는 자주 읽지 않는 편인데, 실내형 인간이라는 공감대가 있으니 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집순이로서 대체로 에세이의 내용에 동조하면서 읽게 되었지만, 간혹 가다가 어떤 부분에서는 작가님의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고 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생각의 지평을 넓혀 가는 것이 에세이를 읽는 기쁨인 것 같아요.
하현 작가님의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를 읽고 작성하는 후기입니다. 사실 책 제목을 보고 너무 공감이 가서ㅋㅋㅋㅋ 읽어보았습니다. 실내형 인간이라는 표현이 되게 공감이 갔는데 저도 약속이 갑자기 취소되면 매우 기쁜 사람으로서... 가볍게 읽어보기에 좋았습니다. 실내형 인간에게 약간의 위로를 주는 그런 책이었고 무거운 내용은 없었습니다.
완독 후에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비에이블에서 출간된 하현 님의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를 읽었다. 페이백 이벤트를 통해 읽은 거긴 한데, 제목을 보는 순간 어 딱 내 얘기다 싶었다. 내성적인 건 아니지만 내향적인 편이라, 사람들과의 교류보단 홀로 하는 사색이 더 좋은 나라서, 그래서 더욱 더 제목에 공감하게 된 것은 아닐까.. (리뷰를 보니 또 동지들이 많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그런 성향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에세이를 즐기는 편은 아닌데 한 마디 한 마디가 공감가서 재밌게 읽었다.
이 리뷰는 하현 작가님의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딱 나다, 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페이백 행사를 해서 대여해 읽어봤습니다. 오랜만에 잔잔한 에세이를 보며 나와 같은 성향인 사람이게 외롭다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외로움을 느끼긴 하지만 솔직히 홀가분하다는 문구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게 참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느꼈네요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이작품은 제목부터 그냥 너무 완벽한 제목입니다!! 제가 평소에 이런마인드로 살거든여 ㅎㅎ 약속이 취소되면 얼마나 기쁜지 혼자 있을때 혼자 집에서 잇을때 잇는 행복감이 너무 크달까요 밖에나가도 혼자 잇고 싶다고요~~~~ 그래서 이책을 읽는데 정말 공감가는 그런 부분이 많앗어요 읽는 내내 너무너무 힐링되는 글이엇습니다.
[eBook] [100% 페이백][대여]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의 리뷰입니다.
이건 정말.
제목이 다했습니다.
제목. 저도 저런 기쁨 언제나 환영합니다.
나가야하는데 나가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저런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약속장소까지 나갔더라도 약속이 취소되었다면 잠깐은 짜쯩이 나겠지만
그때부터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너무 행복한 하루가 됩니다.
내일도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하현 작가님의 [100% 페이백][대여]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00퍼센트 페이백 이벤트를 통해 무료로 읽어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저 또한 굉장한 내향형 인간이라 약속이 직전에 취소되면 굉장히 기뻤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사람 사는 게 다 비슷비슷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