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다른 두 직선이 단 한 번 마주친다”히가시노 게이고만의 압도적인 밀도감과 예측할 수 없는 파격적 전개미스터리 거장의 걸작!“딸이 살해당했다”죽어 마땅한 자들이 있을까?속죄와 형벌에 대한 첨예한 질문들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나카하라와 그의 부인이었던 사요코. 20년 전, 사랑하는 외동딸 마나미가 강도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그 후 그들의 목표는 오직 범인의 사형뿐. 하지만 범행 동기가 우발적이었다는 이유로 1심에서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목숨을 걸 각오까지 한 부부의 집념으로 범인은 결국 사형을 당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것은 허탈감과 깨진 가정뿐이다. 부부는 서로 아픔만 껴안은 채 결국 이별을 선택한다.실제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달라지기는커녕 상실감만 더해질 뿐이었다. 그때까지는 범인의 사형 판결을 받는다는 목적으로 살아왔지만, 그것이 이루어진 지금 무슨 목적으로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84~85쪽)딸을 잃은 지 11년 후, 한 형사가 나카하라를 찾아온다. 전 부인 사요코가 길거리에서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그녀를 죽인 범인은 ‘사요코’의 가족은 물론 ‘나카하라’도 본 적 없는 노인이다. 이번에도 역시 범인은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선다. 나카하라는 형사로부터 “길거리에서 한 여자를 살해하고 돈을 빼앗았다. 이 정도의 ‘가벼운 죄’로는 사형을 받지 않”(118쪽)을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듣고 또 한 번 무력감을 느낀다.이 소설은 범인에게 ‘어떤 형벌’을 내려야 마땅한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지만 이는 표면에 불과하다. 이 소설은 ‘속죄’에 관한 이야기다. 나카하라는 이혼 후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반려동물 장례사로 생활하는 동안, 전부인 사요코가 잡지에 글을 쓰며 최근까지 도벽증 환자들을 취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피해자 유족의 감정에 대해선 무신경한 채 범죄자의 갱생에만 매달리고 있는 일본 사법제도에 강한 반감을 품고, 그런 자신의 생각을 알리기 위해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나카하라는 사요코의 족적을 따라가던 중 취재 상대였던 사오리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과연 ‘형벌’이 ‘속죄’가 될 수 있을까, 라는 궁극적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교도소에서 반성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과 제 남편처럼 현실 속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면서 사는 것, 무엇이 진정한 속죄라고 생각하세요? (394쪽)흔히 죄를 지은 사람은 평생 십자가를 등에 지고 산다고 한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진다. “사람을 죽인 사람의 반성은 어차피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한데” “살인자를 그런 공허한 십자가로 묶어두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고.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속죄’는 무엇인지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