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보고 글도 좀 쓰다보니 짧은 밤이 후딱 지나간 모양이다. 새벽 5시인데 주변의 사물이 인식되기 시작했고 먼동이 기지개를 키려고 준비중이었다. 슬슬 잘까 했다가 출출해서 둘러보다 아무 것도 없음을 알고는 문득 이 시간에 밖에 나가볼까 하는, 좀처럼 하지 않았던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하루를 열기엔 이른 시간이었지만 지난 겨울 첫눈을 제일 먼저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처럼 그 여름 주말 새벽 문을 나섰다.
점점 날이 밝아 왔지만 간간히 지나는 자동차 말고는 인적은 없었다. 그러던 중 길건너 작은 단지의 아파트 입구에 있는 편의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있다는 건 알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다. 슬슬 걸어가보니 그곳엔 벌써 아침이 시작된 모양이다. 규모가 상당한 탑차에서 부려놓은 박스들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기를 대기하고 있고 푸른 색 조끼를 입은 남자 혼자 안팎을 오고가며 물품 체크에 열심이다. 그 좁은 사이를 마치 지뢰를 피하듯 들어가보았다. 예상보다 좁은 편의점이었다. 이렇게 좁아도 장사를 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였다. 가게 안에는 나 말고 한 명이 더 있었다. 컵 라면을 고르는 중이었다. 나 역시 딱히 살 것도 없어서 공장에서 만들어 내보낸 빵 하나와 1+1 한다는 봉지 라면을 하나 집었다. 계산을 해야 하는데 점주인지 알바인지는 여전히 물품을 체크하느라 바빠보였다. 안으로 들어오면 계산 해달라고 해야지 하며 잠시 진열대에 놓인 신상 도시락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잠깐 사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매장 안에서 라면 드시면 안됩니다" 깜짝 놀라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나 역시 움찔 했다.
밖에 있다 안으로 들어서던 점주 혹은 알바가 나보다 먼저 들어온 사람이 컵라면에 젓가락을 넣고 휘젓는 모습을 보고 한 소리였다.
그런데 그 사람은 역시 아직 계산을 안한 상태였는데...
"여기서 안 먹어요 물만 붓고 가지고 나갈거예요. 계산이나 해주세요"
아니었다, 내가 보기엔 이미 한 젓갈 입에 가져다 댄 듯 했다.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리고 있다 얼른 올리는 걸 보았다. 코로나 환자가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때였던 지라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을텐데.... 아마 너무 배가 고팠던 걸까? 이미 한 젓가락 한 컵라면을 카운터에 올리고 계산을 하는 두 사람의 표정이 사뭇 냉랭했다. 저 사람은 어디로 가서 남은 컵라면을 먹을까
새벽부터 부산스러웠던 편의점을 나서며 뒤돌아 편의점 간판을 바라다 보았다. 아파트 단지에 불이 켜진 곳도 많지 않았던 그 새벽, 장사를 하기 위해 부산을 떨고 한 편으로는 매장내 취식불가라는 규칙을 고객에서 준수시키려는 점주 혹은 알바생. 그렇게 또 하루의 날이 밝아왔다.
중국가서 박사 공부까지 하고 돌아와 한국에서 편의점을 하는 중년의 여성인 저자, 남편과 함께 몇 명의 알바생들과 편의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손님들과의 에피소드를 쉴 새없이 쏟아 놓았다. 나도 직접 경험한 내용도 있고 저런 상황도 있을까 싶은 것들도 있고, 편의점도 극한의 감정노동이구나 멘탈 약한 사람은 절대 못할 일이구나 싶은 상황에 긴장이 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진상 손님이 많다는 건 어떻게 해코지 할 지 모르는 상황이 잠재해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할 거 없으면 시골가서 농사짓지 다음으로 많은게 하던 일 그만두고 편의점이나 하지 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한때 편의점 운영과 관련해 좋지 않은 뉴스도 있었던 만큼 손님뿐 아니라 점주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일인 건 틀림없어 보인다. 사장님 소리 들어도 그게 뭔 대수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정이 오고가는 단골들과의 이야기엔 인간이 왜 인간이겠어 하는 마음도 든다.
개인적으로 나더러 장사를 하라고 하면 대기업 체인점 형태의 편의점은 못할 것 같다. 보통 24시간 열어 운영해야 하고 본사의 운영 방침과 위배되는 행동에 제약을 받는 것도 싫고 편의점 가격이 왜 우리 동네 마트 보다 비싸냐는 불평도 들을 자신이 없다. 또 이상한 알바생이나 취객과 감정싸움을 하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편의점 공화국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동네에 몇 개씩 있는 게 편의점이고 없으면 또 아쉬운 게 편의점이다.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과는 또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엮어 놓은 이 책을 보면서 세상엔 참 많은 인간 군상들이 사는 구나 싶어 재미있게 보았다. 내가 찾아갔던 그날 그 손님은 점주 혹은 알바에게 어떤 손님으로 기억될까
내 의지가 아닌 것처럼 시작하게 된 장사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잘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믿게 됐다. 앞으로 뭘하고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 지금하고 있는 이 일을 잘하자는 생각으로 산다. 지금의 나에게 만족하지만 가끔은 지금보다는 조금만 더 도덕적이고 조금만 덜 영악하게 살자는 생각을 하며 산다 p 285
인문학을 전공한 박사 학위 있는 아줌마,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동네 점방’의 주인이 되다.
친절하려고 애쓰진 않지만 양심에 아무 거리낄 것 없이 심플하게, 장사하고 산다.
매력 넘치는 장사꾼 규옥 씨의 동네 편의점 24시 이야기.
*
일단은 저 제목을 보고 헉! 읽어야돼! 싶어서 구매한 책이다 ㅋ
이 책을 알고 구매한건 아니고
이것 저것 책을 골라담고 있는데 예스24에서
다른 사람은 이런 책을 샀다고 하단에 추천해주는 목록이 있는데
거기에 있길래 덜컥 집어서 장바구니에 담았음ㅋㅋ
나는 좀 더 세심한 느낌으로
( 좋아하는 도서와 비슷한 계열로다가? ) 추천해주는 줄 알았는데
그냥 진짜 다른 사람이 담은 목록 보여주는거 아닌가 싶은 추천도서들이 많긴했음..^^
뭐 암튼 생각했던 거 보다 하루 늦게 받아서 ( 요새 대한통운 배송이 늦어진대영 ㅠ )
조금 슬펐지만.. 궁금해서 호다닥 읽어보게 된 책이다.
역시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예상대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넘 좋았음.
역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그 와중에 재밌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
( 근데 그와 비례하게 진상도 있다는게 함정이여 ㅠㅠㅠㅠㅠㅠㅠ )
예를 들면 이런 할아부지 ㅋㅋㅋㅋㅋ 아니 ㅠ 600원짜리 생수 사시면 되잖아요...
그냥 동전 처리하려고 하는데 50원 없어서 슬쩍 넘어가려는거 같은데..
막 가격 깎지 마시라고요 ㅠㅠㅋㅋㅋ통신사 할인을 쓰시던가요..
그나마 점주분이 응대했으니 50원 깎자 한건 어르신이라고 말씀드리지
알바분들이였으면 안된다고 계속 안절부절해하면서 응대했을거 아니냐구 ㅠ
근데 결국엔 카드 있었던게 함정이다 징짜 ㅋㅋㅋㅋ
아니 근데 이거 너무 웃긴거 아니냐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이 부분 읽고 한참 웃었네 진짜 ㅠ ㅠㅋㅋㅋㅋㅋㅋㅋㅋ
아메리카노 마신다면서 커피를 안 내리고 가면 어뜨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붙들려 온거 너무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가요오옼!!! 커피 내리고 가야지!!! 이러면서 붙잡으셨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커피 기계한테까지 수줍으시면 어떡하나요 총각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너무 친절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알바생들이 말을 안 듣는댘ㅋㅋㅋㅋㅋ
사장부부만 원칙에 충실해서 손님한테 욕 먹는대서 너무 웃겼음 ㅠㅠㅋㅋㅋㅋㅋㅋ
원칙이 손님 답지 않은 손님에게 친절하지 말자 약간 이런 마인드임ㅋㅋㅋ
또라이같은 손님에게는 막 그냥 싸우고 따지는 점주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이건 부부가 알바생들에게 잘 해주셔서 그럴 거임..
사장님이 잘해주면 당연히 나도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게 되기 마련!!!
나도 가맹점에서 일할때 잘해주는 사장님네서는
1분1초도 허투루 일하지 않았음ㅋ 막 아무도 안 닦는 전구나 진열대 닦고 ㅋ
그래서 더 예뻐해주셨는지도 모르겠지만 ㅋㅋ
그래도 매번 본사에서 친절도 검사를 몰래 나오는데
매번 친절한 매장으로 나왔다고 하니 전체적으로 친절한 매장같다고 생각함 ㅋ
아 이것도 상상하니 넘 웃겼음ㅋㅋㅋㅋㅋ
마치 다른걸 사려다 막걸리를 발견한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진열된 곳이 아예 다를텐데 ㅋㅋㅋㅋㅋ
연기하는거 들 킨것도 약간 부끄러움.. 공감성 수치랄까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이렇게 편의점에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 같다!
조만간 또 다른 편의점 점주님의 에세이 리뷰 들고 오겠습니당ㅎㅎㅎㅎ
추천추천 합니다+_+
p.34
새로 이사한 가게는 밤이 되면 뒤쪽 산에서 오피스텔 마당으로 나무 냄새가 내려온다. 이전 가게에서는 해가 지는지, 계절이 바뀌는지 몰랐었다. 이곳에서는 넓은 통창으로 밖을 내다볼 수도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작은 것들이 매일 같은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하다.
공감! 이전에 일하던 카페에서 가장 좋은 점이 바다가 보인다는 거였다. 매일 같은 일상에 매일 비슷한 류의 손님들을 상대하는 나를 환기해주는 것은 매일 같은 듯 다른 바다였다. 매일 봐도 매일 달라보이는 그 신비함이 바다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임에도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오늘 바다는 또 이렇게 다르구나.. 그렇게. 매일이 그렇게 달라졌다.
p.81
우리 남편 이사장은 내가 손님과 문제가 생기면 앞뒤 사정을 묻지도 않고 내 편을 든다. 나를 죽도록 사랑해서 그런 것인가 생각하면 오해다. 그저 합리적으로 추론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내가 장사를 잘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 찾아오는 손님에게 먼저 불친절할 리가 없을 것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소리가 났다면 당연히 상대가 무리한 요구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장사를 시작한 이상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이다. 가식적으로라도 친절하다.
...
"늘 있는 자연스러운 것을 굳이 팔라고 하면 되겠어요? 나는 친절을 팔지 않아요. 그냥 줍니다."
작가님 남편 이사장님, 참 현명하신 분인 것 같다. 보통은 서비스업에서 손님과 문제가 생기면 손님이 문제였더라도 일단은 내 직원 보고 참으라고 하는 사장님들을 참~ 많이 봤었는데.. 이사장님 참 세상 현명하고 든든하신 분이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굳이 부러 먼저 불친절하려고 하는 일은 드물다. (뭐.. 아예 없지는 않다..ㅡㅡ;;ㅋ) 그럼에도 큰소리가 났다면 당연히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손님의 억지가 있지 않았을까, 라는 게 나의 경험담이다. 내 돈 들여 연 가게는 아니지만 내 돈 벌러 출근하는 가게에서 매출이 높아야 내 월급도 높아지니까 가식적으로라도 친절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친절하려고 한다.ㅎ
p.87
좋아하는 고객이 있는 만큼 미워하는 고객도 심삼치 않게 있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라 크게 미운 짓을 하지는 않지만 만날 때마다 나도 저 얄미운 손님한테 언젠가 한번 골탕 좀 먹여줘야지 벼르기도 한다. 그러나 번번이 나의 패배로 끝난다.
점심 시간 즈음에는 보통 식후땡으로 커피를 드시러 오는 손님들이 붐빈다. 그래서 전화 주문은 원래도 안 받지만 그때는 더더욱 받을 겨를이 없는데 우리 가게 옆에 옆에 옆에 또 옆에서 장사하는 어떤 단골은 배달앱 통해서 포장 주문할 줄 알면서도 하루에 한번씩은 주문되느냐고 전화로 물어본다. 거의 매번 안 된다고 얘기를 하는데도 꼭 한번씩은 전화를 한다. 이 무슨 심보인가~ 얄미워서 가끔은 완전히 한가해도 전화 주문을 받지 않기도 했다. 그치만 요즘은 그냥 받는다. 참으로 번거롭고 또 가끔은 짜증이 나지만 매일 결제하는 사람이 달라서 그렇다고 하니까 어쩌겠나~ 싶었다. 그래도 매일 주문해주시는 단골님이신데~ 내가 기꺼이 져야지~^;;;ㅎ
p.124
가게에 오는 손님들 중에 우리 셋이 굳이 말 안 해도 공동으로 싫어하는 손님 무리가 있다. 최근 이 동네에 이사 온 목사와 그 추종자들인데, 세 개 있는 파라솔 두 개를 차지하고 선교를 하는지, 누구 뒷담화를 하는지 하루 종일 죽치고 있다. 6명이 커피 세 잔을 사서 나눠 마시게 종이컵을 달라느니, 과자 하나 사면서 이것은 2+1 행사를 안 하느냐고 따진다. 점잖은 체하며 주로 뒷담화를 하는 모임을 끝내고 해가 지면 한두 명씩 빠져나가면서 쓰레기도 잘 안 치운다. 어쩌다 치우는 것 같아서 보면 재활용통에 잡쓰레기를 던져놔서 일만 만들어놓는다.
이런 비슷한 손님들이 우리 가게 단골 중에도 있는데.. 참 싫은데 거의 이틀에 한번씩 오는 단골이다. 다행히 위의 손님처럼 세 잔 사서 6명이서 나눠 마시지는 않지만 제일 저렴한 아메리카노 각 1잔에 전용 물통과 얼음컵을 항상 요청하시고, 그리고 기본 두세 시간을 4명이서 두 테이블을 차지해서 앉아 시간을 때우는 건 좀.. 목소리도 작지도 않으셔서.. 가끔 쫌 난감하다.^;;
예전에 편의점에서 한 달여 넘게 알바를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시급 2,500원이였는데.. 지금은 거의 만 원이니.. 시간이 참 많이 흘렀는데도.. 편의점에 오는 손님들은 여전한 것 같으다. 그때 내가 만났던 손님들이나 이 책에 등장하는 손님들, 또 지금 일하는 가게에 등장하는 손님들도 별반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 손님이 등장할 때면 괜히 반가웠고, 진상 손님을 볼 때면 여기도 또 이런 손님이 있네~ 하며 인상 찌푸리고..ㅎㅎ 공감대가 많아서 그런지 재밌게 읽었다. 너무 재밌게 읽어서 이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편의점에 놀러가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는...^;;;ㅋ
장사꾼으로 산 지 어연 8년, 나는 사연 있는 외로운 손님에게는 따뜻한 눈길이라도 한번 보내주고, 너무 착해서 애처로워 보이는 손님에게는 위로의 말이라도 한마디 해주는 친절한 이웃집 아줌마가 되었다. 하지만 고객과 장사꾼이라는 선을 넘지는 않는다. 오지랖 넓고 세상사 관심많은 성격이다 보니 손님들과 가까워질 기회도 많지만 장사꾼은 손님과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속 편하고 적당히 친절해야 스트레스가 없다. (-12-)
게다가 어쩌다가 앳된 아가씨들이 매일 아침마다 술을 사게 됐을까 의아했다. 그러나 나도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고, 같은 처지에서 그들을 지켜보니 특이한 식습관이 이해가 됐다. 말하자면 저 손님들에게 아침은 , 보통 직장인들의 저녁시간과 같은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저녁 먹듯 아침으로 삼각 김밥,반주로 캔 맥주 하나.아마 주변 사람들의 편견이 없었다면 몇 캔 더 사지 않을까? 귀엽고 앙증맞은 소비를 하는 그녀들을 나는 가장 좋아한다. (-86-)
나에게 손바닥만 한 가게에서 평생 알바나 하고 살라는 악담을 하고 간 강원도 손님은 그것도 모자라 본사 여업 담당에게 하으이 전화를 했다. 우리 매장 담당이라는 본사 최 과장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앞뒤 얘기는 생략하고 내가 자기들에게 욕을 했다는 얘기만 한 것이다. (-167-)
엄마의 '욱'하는 성질 덕분에 아들은 한국인이 한 명도 안 사는 동네에 외국인 원생은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던 유치원의 첫 외국인 입학생이 되었다. 그래도 중국어 환경에 노출된 채 동네 사람들의 따스한 보살핌으로 유쾌하게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남편이 원하던 바대로 된 것이다. (-235-)
가게에 드나드는 외국인 여자가 있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 늘 운동복을 입고 ,레게 머리를 하고 왔는데 처음에는 물건을 팔면서도 남자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술을 사면서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아서 자세히 봤더니 여성이었다. 한번 인사를 나눈 뒤로는 드나들면 매번 인사를 했다. (-280-)
서민들의 일상, 그들에게 편의점은 복합적인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때로는 함께 살아가고, 때로는 힘이 되어 주는 곳, 서로 도모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사람, 인연, 공감과 이해, 배려이다. 편의점 점주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살아간다. 배우지 못해서, 학벌이 낮아서, 겨우 풀칠을 하는 이들이 편의점 점장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저자는 중국어 유학을 다녀와 박사학위를 딴 재원이다. 편의점 점주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놓여지고 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자기 스스소 오지랖의 근원이 된다. 매일 매일 아침이면 술을 사가는 어린 간호원들, 키가 큰 여자 농구선수, 바코드 찍는 것이 일상인 편의점 점주에게,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나와 타인 간에 보이지 않는 끈, 그 끈이 우리 사회를 따스하게 만들어 주고 있으며, 우리가 놓치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친절하게 고객을 마주하지만, 때로는 억지스러운 요구를 하는 진상고객과 마주할 때마다 자괴감이 들지만, 살아가면서,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 본다면, 나의 삶의 나침반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있으며,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 판단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정이 많고, 오지랖 넓고,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정을 그리워하는 저자의 소소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지는 책, 24시간 돌아가는 편의점 일상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계속 경제경영 또는 자기계발에 관한 책들만 읽다가 이번에는 조금 더 편하고 느슨한 느낌의 에세이가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나 보다. 이 책은 분당에서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으로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로 기록했다.
편의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쩐지 내 일이 아닌데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매우 친한 동생도 편의점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고 서울에서 슈퍼바이저로 한동안 일하다 지금은 서울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 슈퍼바이저로 근무할 때 평가가 좋았기 때문에 열심히 뛰어다니며 겪은 일들을 내게도 알려 주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나 역시 군대를 제대하고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기 전 취업할 곳을 알아 보았는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취업이 힘들 때 였음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업계에서는 서류가 합격했으니 면접 보러 오라고 해서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해병대 장교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영업/관리에 두각을 나타낼 거라고 생각했는가 보다.
저자인 박규옥 님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국어 논술을 가르치다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고 한다. 그동안 남편분은 한국에서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박규옥 님은 중문학 석사를 거쳐 문예학 박사 학위까지 마치고 귀국한다. 회사를 운영하며 컴퓨터를 들여다 보는 일이 바코드 찍는 일보다 체면치레는 될지 몰라도 적성에 맞는 일이 아니라는데 생각이 미쳐서 하던 일을 과감하게 접었다는 표현이 재밌다. 분당도 잘 아는 동네이다 보니 책을 조금만 읽다 보면 정확히 어디에 있는 편의점을 운영하고 계신건지 금방 찾을 수 있는데 뭔가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지는 재미있는 아주머니 같은 느낌일것 같다.
책은 크개 5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자유로이 써내려간 수필 느낌의 형식이다 보니 각 장의 목차나 구성에 일관성이 있는 것은 아닌것 같다. 에세이에 있어 목차와 구성이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그리고 결론부터 미리 던지자면 이 책은 매우 재미있다. 역시 논술을 가르치고 박사까지 마친 분이셔서 그런지 문장이 상당히 깔끔하다. 뭐가 됐든 책을 계속 써내려 가시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rologue 첫 페이지에 쓴 문장부터 심상치 않다.
"인문학은 전공한 40~50대는 치킨집, 피자집, 편의점 말고는 할 게 없다는,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편의점을 하게 됐다."
사람들에게 담백하게 장사를 시작했다고 알리지 못하고 시대가 본인을 자영업으로 등 떠민것 처럼 썼다고 하는데 이건 뭐 틀린말도 아니지 않은가. 주변에 자영업자는 정말 많아졌고 그 중에서도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내 주변에도 몇명씩 있고 또 편의점업을 하는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친구들도 많다. 사람냄새 풍기는 장사꾼이 세상의 축소판인 편의점에 대해 쓴글에 세상 모든 주제가 다 담겨 있다.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내 주변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라는 느낌으로 가볍게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싶거나 타인의 생활을 통해 활력소를 얻고자 하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한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나는 그다지 심사숙고하지 않는다. 단순한 생각으로 짧게 고민한 뒤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그래 놓고 오래 버틴다. [16p]
그런데 이런 내가 싫지 않다. 쓰는 언어가 단순해지는 만큼 사람들과의 단순한 교류가 좋아지는 것을 보니 나는 진정한 '편의점 인간'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74p]
편의점 계산대에 서 있으면 세상은 생각보다 밝고 맑고 아름답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그런 걸 깨닫게 해주는 손님들을 만나는 게 편의점 점주의 일상 즐거움 중 하나다. [98p]
단순히 장사꾼과 손님 이상의 관계를 넘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이런 손님들을 만나게 된 후부터다. 우리 부부는 가게에서 만나는 사람은 그저 손님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장사 시작한 지 7년여만에, 헤어지면서 아쉬워하는 손님들을 보며 장사도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110p]
'펀미팅 진행 순서'라는 다소 어려운 제목의 근무자 친절 대응 가이드 앞에서 오늘도 나는 생각한다. 나는 그냥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 [119p]
출근하는 시간에 라디오를 틀어놓고 운전을 하다 보면 같은 시그널이 울리는 시간에 늘 같은 신호등에 걸려 서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인식하지 못하지만 사람들은 놀라울 만큼 패턴대로 움직인다. 편의점에 드나드는 손님들 상황도 비슷하다. 현금 인출기에서 돈 세는 소리가 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손님이 있기도 하고, 커피 머신 자동 세척 기능이 작동을 하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도 있다. [206p]
그러나 아동 학대 신고를 도와주는 것과 노인을 돕는 것돠는 문제가 다르다. 학대 받는 아동들은 신고를 통해 다급한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지만 노인 문제는 보통 외로움에서 오기 때문에 벗어나게 해줄 수가 없다. 눈을 감기 전까지 노동에서 소외도지 않는 시골 노인들의 말년이 더 행복한 것은 아닌지, 오피스텔 노인들을 보며 건강한 노년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하게 된다.
* 이 책은 몽스북으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직접 읽고 느낀 점에 대해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 쿨하고 소심한 편의점 사장님 박규옥님의 에세이다.이웃집 아줌마에서 편의점 사장님으로 변신한지 8년차란다.이전에는 골목마다 구멍가게가 있었다면 요즘은 편의점이 골목을 평정하고 있다.편의점의 애환을 진솔하게 말하고 있는 저자의 경험에서 사람사는 냄새를 느낀다.라면땅,뽀빠이,자야라니 연륜이 묻어나는 우리만 아는? 단어가 친숙하게 여겨진다.
장사는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저자는 자신의 생활을 위해 힘든 시기에서 터득한 일들을 경험 삼아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이곳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에세이로 풀어주고 있다.서로에게 맛없는 음식을 주고받는 이야기는 어쩌면 안쓰럽지만 웃음이 난다.나이들면서 늘어나는 것은 주름살과 넉살이라나 편의점을 하면서 사람의 심리까지 파악이 되는 우리네 인생살이다.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 편의점을 하면서 사람의 심리까지 파악이 잘 되는 점주이기에 사람을 보면 각자의 삶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그만큼 힘이 든다.막걸리 맛도 모르면서 30년을 마셨다니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민낯을 보면서 심층 연구가 필요한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천태만상 진상 손님들의 백태를 이야기하는 점주 나같은 사람은 그냥 받아버린다.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 쿨하고 매력이 넘치는 편의점 사장님 박규옥님의 에세이다.김씨네 편의점도 등장하고 시계 바늘처럼 움직이는 현대 생활속에 우리는 그렇게 하루를 바삐 움직이고 있다.저자가 책 속에서 전해주는 소식들은 다 나의 이웃이고 그들의 삶의 바퀴속에 함께 굴러가고 있는 책이다.나름의 법칙으로 움직이고 있다.마치 편의점 안은 작은 대한민국의 모습이고 지구촌의 어느 부분인듯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이토록 쿨한 편의점 사장님 매력 넘치는 장사꾼 규옥 씨 이야기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때로는 톡쏘는 매력으로 손님들을 대하고 편의점이라는 작은 공간에서의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 가는 삶이다.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 박규옥님의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