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게일리의 <일회용 아내 (The Echo Wife)>는 '남편이 자신의 복제인간과 바람을 피운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SF 작품이다. 'Echo Wife'는 얼핏 '친환경적인 아내'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eco가 아닌 'echo' - 메아리치다 혹은 비슷한 것을 반복 상기시킨다는 뜻으로 '자신을 완벽히 복제한 아내'를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다. 클론이 일상화될 미래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클론이 어딘가에 존재해서 나의 생활 영역 안에 들어오고 그것도 모자라 나의 존재를 대체하는 상황을 가정해보는 섬뜩한 이야기다. 남편이 아내의 클론과 외도를 하고, 아내는 클론을 상대하는 막장 드라마가 벌어진다면.
극중 에벌린 콜드웰이라는 여성은 복제인간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은 뛰어난 과학자로 등장하는데, 그녀는 외도를 한 남편 네이선에게서 이혼 통보를 받는다. 상대는 에벌린의 복제인간 마르틴. 왜 남편은 자신과 똑같은 클론에게 바람이 난 것이었을까. 자신의 클론인 마르틴이 자신에게는 없는 남편에 대한 순종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에벌린은 남편 네이선과 클론 마르틴에 대한 혐오를 폭발시킨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존재를 두고 '초안'이라는 개념이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목업 디자인을 하듯, 어떤 '목적'에 따라 초안과 ver2.0, 3.0을 계속 만들어내는 클론의 세계. 초안에서 부족한 점을 또 다른 클론의 존재를 만들면서 업그레이드하고 이전의 삶을 '조건화'하는 과정은 과연 미래에 일상화될 수 있을까. 에벌린은 아이를 원치 않았지만, 네이선은 아이를 원했고 결국 마르틴이라는 클론을 통해 아이를 갖게 된다. 단지 특정한 인간의 목적에 의해서 클론은 기능적으로 탄생하게 되지만, 클론은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고 그대로 인간에게 대응한다.
그러던 어느날 네이선에게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에벌린과 마르틴은 또 다른 네이선을 만들어야 할 상황을 마주한다. 나와 클론이 함께 연대하게 되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에벌린이 자신의 클론인 마르틴과 끊임없이 맞붙고 논쟁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나와 클론이 남편에 대한 존재와 가족을 구성한다는 상황을 두고 불꽃튀게 논쟁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얼마나 소름끼치는 기이한 상황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본래의 자신은 클론에게 느끼는 감정은 우선적으로 태생적인 우월의식이다. 클론이 '감히' 자신의 남편에게 한 행동에 대해 질투와 혐오의 감정이 끓어오를 것이며, 클론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 절대로 동화시켜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에벌린은 클론인 마르틴이 '감히' 자신의 행위를 판단하고 지적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실제로 아내와의 관계를 뒤흔들고 클론과 외도를 한 것은 남편이지만, 그녀는 사라진 남편보다는 클론에게 더 큰 혐오를 갖게 된다. '인간도 아닌 것'이 인간다운 접근을 해올 때 겪는 불쾌한 골짜기와 같은 혐오의 마음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인간들 사이 관계의 틈이고, 클론은 그 문제를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인간들의 문제를 클론이라는 과학적 도구로 보충할 때, 윤리적인 정당성을 초월하는 엉뚱한 일이 또한 발생하게 된다. 클론은 말 그대로 사람을 '복제'하는 일이지만, 모든 정신과 사고방식을 그대로 복제할 수는 없다. 어떤 특정한 목적은 그의 좋은 면만을, 아주 '일부' 만을 복제하고 싶어한다. 자신에 대한 관심과 기분과 요구를 맞춰줄 수 있는 존재로서 기능하는 인간을.
특정 목적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한 폐기되는 클론들을 인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에벌린은 마르틴과 함께 '새로운' 네이선을 만들었지만, 그들이 모르는 네이선은 수많은 복제 아내를 만든다. 새로운 버전을 만들 때마다 초안을 개선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새롭게 프로그래밍한다. 거듭된 '시험체들' 중의 하나로 아내의 클론을 만드는 남편의 본심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더 나은 존재를 창조해보고 싶은 과도한 시험정신이었을지, 아니면 잘못된 관계를 인간적으로 풀지 못하는 무력감이었을지. 굳이 클론을 만들어야 될 정도까지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스스로는 복원할 수 없는 것일까. 물론 이는 픽션일 뿐이지만.
마르틴은 프로그램에 따라 반응하는 존재로 탄생했지만, 자신의 의사를 가지고 문제를 결정하려고 한다. '용감한 클론'이 되기 위한 마르틴은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한 애착을 갖고, 복제된 네이선을 향해 더욱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려고 한다. 많은 시험체를 만든 네이선이라는 존재의 클론을 응징하자는 마르틴과, 복제 인간이라도 살인을 해서는 안된다는 에벌린은 인간의 윤리를 주제로 논쟁을 하게 되는 기묘한 상황을 맞는다. 사라진 사람을 복제하여 살려내고, 진짜 사람의 악의를 복제된 사람에게 복수하는 건 정당한 것인가? 인간보다 더 논리적인 복제 인간에 맞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은 분노 뿐이다. 나보다 더 논리적인 클론에 대해 분노하지 않으면 그를 인정하는게 될테니까.
분노의 대상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클론에 대한 두려움이다. '어떻게 감히 내게 이럴 수 있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 또한 같은 생각을 더 많이 해왔기 때문에 복제인간은 또 다른 나의 모습 그 자체가 된다. 나와 복제인간이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렇게 자신의 복제인간 또한 자신의 감정을 성숙시켜 가며 발전한다. 자신이 만들어진 목적을 떠나 진정한 존재의 이유를 고민하고, 사람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클론의 목적은 관계의 결핍을 벗어나기 위해 태어난 것이지만, 마르틴의 존재 이유는 인간의 부조리함을 극복하는데서 새롭게 발견된다. 클론과 인간이 역설적으로 인간의 부조리함을 깨닫는 와중에 서로의 필요에 의해 공존하게 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진짜의 인간이나, 인간을 복제한 클론은 서로의 망가짐을 공감하고 인간의 부조리함을 어떻게든 극복하려 한다. 에벌린은 마르틴에게 자립심을 주고, 자신은 또한 과학자로서의 필요에 의해 원하는 것을 성취하게 된다. 이들의 결말은 어찌되었든 적정한 공존의 대안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일회용 아내>는 인간을 복제한다는 것에 대한 과학의 윤리적인 문제 이면에,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지속가능한 관계라는 것은 상대의 불완전함을, 마치 버그를 치료하듯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의 연속은 아닐 것이다. 진짜 아내를 놔두고 복제인간과 외도를 하는 인간의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불완전함을 더욱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관계의 시작임을 말해준다. 불완전함을 더욱 이해하는 것으로 일회용이 아닌 지속가능한 삶을 꾸리고 싶다면, '그래도 괜찮아'의 생각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괜찮은 삶'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을까.
작가 생활 시작 6년 만에 총 7작품이 휴고상 및 네뷸러 상, 로커스 상의 최종 후보에 드는 놀라운 재능을 증명한 저자의 SF 신작 <일회용 아내>를 보겠습니다.
나 에벌린 콜드웰은 성인을 복제하고 신경 체계로 성격을 집어넣은 과정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과학상을 수상합니다. 그것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에 남편이 어디 있는지를 묻는 불유쾌한 질문을 받지만, 외도를 한 네이선에게서 이혼 통보를 받은 충격을 감추고 의연히 대처합니다. 그동안 연구에 매달리며 그곳에만 집중하느라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집 곳곳엔 외도의 흔적이 있었고, 남편도 수상한 행동을 종종 했습니다. 남편의 바람 상대는 나로 만든 복제인간 마르틴이었고, 모습은 똑같지만 나와는 다르게 순종적인 성격입니다. 이미 마르틴과는 1년 넘게 다른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 집 문을 두드리며 그녀를 확인한 순간, 네이선이 자신의 조수 세예드의 도움을 받아 몰래 마르틴을 만들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임신을 했습니다. 결혼 전 임신을 알았을 때 연구성과 때문에 혼자 병원에 가서 아이를 지웠고, 그도 같은 연구자로 자신을 이해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무엇이라고 이해할 거라 생각했으나 마르틴의 임신을 보고 그건 나만의 착각임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마르틴은 임신이 불가능해야 했습니다. 내 연구를 합법적이고 윤리적으로 만들어주는 몇 가지 사항 중 하나로 모든 클론은 섬과 같은 고립된 존재로, 생식이 불가능하며, 궁극적으로 일회용입니다. 쓰임이 다하면 버려져야 하는 시험체일뿐입니다. 그들은 대역이자 장기이식을 위한 농장, 혹은 연구 소재일 뿐입니다. 잠깐만 살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생물의학 폐기물이 됩니다. 그런데 네이선은 클론 복제 체계에 내제된 불임 요소를 피했고 마르틴은 임신을 했습니다.
마르틴은 자신이 클론인 줄 몰랐고 나를 만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네이선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읽을 만한 책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렇게 탑에 가뒀고, 마르틴을 무지 속에 빠뜨려 헤어 나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네이선의 말대로 살다가 나를 만나고 느끼고 생각하게 된 마르틴이 갑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전화를 합니다. 갔더니 남편 네이선이 주방에 죽은 채로 있습니다. 자신이 아이를 가지기 싫다면 어쩔 거냐고 질문을 하자 네이선은 실패했다며 화를 내면서 칼을 들고 달려들었답니다. 그렇게 일이 벌어졌고 난 그를 집 정원에 묻었습니다. 그렇게 연구실로 돌아와 다시 연구를 하는데, 마르틴에게서 사람들이 네이선을 찾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다시 마르틴을 만나 함께 고민을 합니다. 마르틴은 네이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살아 있는 네이선을 구하기 위해 두 여자는 어떤 행동을 할까요. <일회용 아내>에서 확인하세요.
지금 사귀는 사람을, 결혼한 사람에게 100% 만족하나요? 누구도 그럴 순 없습니다. 상대방의 모든 것이 다 내 마음에 들 수는 없지요. <일회용 아내>의 남편 네이선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완벽한 아내를 만들었습니다. 아내 에벌린과 모습은 똑같지만 성격은 다른 복제인간 마르틴을요. 마르틴은 자신의 말에 순종적이며 가정을 잘 돌보는 아내로 네이선이 바라는 여성입니다. 복제인간에 대한 반감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사람을 창조하며, 그것도 그냥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바람대로 만들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기 힘듭니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은 복제인간을 일회용처럼 쓰고 버릴 수도 있습니다. 누가 복제인간인지 사람인지 겉으로 봐선 알 수 없다면, 도대체 사람의 존재는 어떻게 되나요. <일회용 아내>에서 제시하는 복제인간이란 소재에 젠더 문제, 인간관계, 나아가 자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서평_일회용 아내_세라 게일리_한스미디어
참, 잘 쓴 SF 소설이다. 상 받을 만하다.
이미 주제부터가 독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아, 읽어보고 싶다, 마음이 들게 만드는 마력의 소설이랄까.
적어도 이 시대의 현대인들이 관심 가질만한 소재를 절묘하게 SF와 섞어서 쓴 작품이다. 어이없는 개연성으로 털어 재끼는 재미없는 SF 소설에 실망했는데 오랜만에 잘 읽었다.
일단 막연한 우주 판타지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을 다룬다. 그 속에서 복제인간이라는 흥미로운 과학 소재를 절묘하게 버무렸으며 과학과 미스터리 스릴러를 고루 맛볼 수 있는 마치 종합 선물 세트를 보는 듯한 쾌감을 준다.
거기다 시점이 일관적이고 갑작스러운 장의 바뀜도 없어서 읽기도 편하다.
그리고 섬세하게 묘사된 배경과 캐릭터의 표현만 봐도 작가의 필력과 안목이 보통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가장 공감이 간 건 작가 마음 가는 대로 막 쓴 게 아니라 대중이 흥미를 가질만한 상업적인 것이 무엇인지 잘 아시는 분 같다.
그동안 하도 어이없는 SF 소설을 읽어오며 적지 않게 실망을 했다. 결국 장르 자체에 회의감이 들었는데 덕분에 잘 읽을 수 있었고 소설이 주는 즐거움을 느껴서 좋았다.
얼핏 보면 불륜 소재에 복제인간에 미스터리 스릴러의 조합이 단순해 보일 수 있으나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절묘한 반전을 중간에 끼워 넣어서 아이러니의 쇼킹함을 주었다.
거기다 1인칭 시점으로 쓰인 점은 이 소설이 마치 실제 있었던 일처럼 현실감을 느끼게 했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도록 만들어 주었다.
최소한의 등장인물은 혼란스러움을 줄였으며 그 빈 공간은 부가적인 이야기와 회상으로 채워 넣어서 더 공감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역시 작가님의 필력 파워가 보였고 그간 휴고상 최종 후보까지 갔던 아쉬움을 이 작품으로 끝내버린 건 같다. 각색을 잘 해서 드라마나 영화화가 된다면 충분히 주목받는 소설이다.
물론 SF는 허구이며 진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점이 있지만 그것도 그럴싸하게 잘 포장할 줄 알아야 독자들이 이야기에 따라갈 수 있다고 본다.
'일회용 아내'는 그 점에서 충분했다. 앞으로 작가님의 행보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탁월한 SF 소설에 다양한 재미를 기대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참 소설이다.
p52
여주인공이 남편 네이선의 코트에서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근데 유전자 검사 결과 '살아있음'이라고 나오는데 이해가 안 됨. 머리카락은 죽은 세포 아닌가?
p77
법적으로 따지자면 클론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권리라는 게 없다. 그들은 그저 시험제일 뿐이다. 그들은 대역이자 장기이식을 위한 농장, 혹은 연구 소재일 뿐이다. 잠깐만 살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생물의학 폐기물이 된다. 그들은 일회용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일회용아내 #세라게일리 #한스미디어
절대 사과하지 마.
절대 뒤돌아보지 마.
앞만 봐, 에벌린, 앞만. 그게 살 길이야.
절박한 이 메시지는 스릴러에서나 볼 것 같은 문장이다.
SF 스릴러 장르가 있다면 이 일회용 아내가 꼭 포함될 것이다.
한스미디어의 SF 소설들은 독특한 소재를 다루는데 이 일회용 아내 역시 그 범주에 속한다.
복제인간, 클론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영화나 소설에서 잘 쓰여 온 소재이다.
자기 자신을 복제해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시키며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영화도 있었고
아내들의 머리에 칩을 심어서 말 잘 듣고 순종적인 여자로 변모시켜 사는 남자들도 있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를 합쳐놓은 거 같은 이야기 일회용 아내.
제목에서부터 기분이 묘했는데 다 읽고 난 지금은 다른 이유로 기분이 묘하다.
나는 세상이 미래로 나아가기 전에 인류가 기계 세상에서 인류의 존재에 대한 연구를 좀 더 했으면 좋겠다.
인륜적인 것에 대한 생각 없이 기술을 발전시키거나, 옳지 않은 개념으로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그것으로 파생된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미리 생각해두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괴물들을 세상에 내어 놓을지 모른다.
마르틴이 이런 일을 혼자 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그렇게 프로그래밍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포기할 수도, 신고할 수도 없었다. 만약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내 경력이 처참히 무너질 테니까. 이 모든 게 그가 만든 난장판인데 청소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기든 그 결과는 내가 감당해야 했다.
클론 연구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에벌린. 그러나 그녀의 가정은 파탄 났다. 남편이 바람이 나서 이혼 중이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그녀에게 이혼을 요구한 남편의 내연녀는 바로 나다. 아니, 나와 똑같은 모습의 클론이다. 나를 복제한 클론과 남편은 같이 산다. 그리고 그녀는 임신까지 한다.
복제인간이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을 남편 네이선은 무시했다.
그리고, 내 복제 인간 마르틴이 남편 네이선을 죽였다!
아내의 연구를 훔쳐서 아내와 똑같지만 다른 복제인간을 만든 남편 네이선.
그는 자신이 원하는 아내를 만들 때까지 몇 번의 실패를 경험했을까?
순종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마르틴.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마르틴.
그런 그녀가 왜 네이선을 죽인 걸까?
네이선의 죽음 앞에서 에벌린은 자신이 몰랐던 사실들과 계속 마주친다.
그리고 그녀가 내리는 결정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 포장되었지만..
물론 그것을 합리화할 만큼의 잘못이 네이선에게 있었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까지 용인되어야 하는지 계속 의문이 남는다.
게다가 단순한 복제인간인 줄 알았던 마르틴은 점점 생각이 진화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네이선의 부재를 감추기 위해 그들은 또 다른 네이선을 만들어 낸다.
거기서 끝나길 바랐지만 이 이야기는 멈출 기미를 안 보인다.
에벌린의 현재와 과거의 회상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며 나는 에벌린과 네이선 중에 누가 더 옳지 못한 짓을 한 사람인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정신적 학대의 방어기제는 에벌린이 벗어나고 싶어 했던 사람의 성격을 고스란히 닮은 사람에게 끌리게 했다.
그리고 그것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에벌린은 자신의 일로 더욱 숨어들어갔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발전하고 그 일로부터 내려지는 에벌린의 결정들은 네이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계속 의문점을 남긴다.
어떤 것이 옳은 결정인가에 대한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돌아다닌다.
게다가 마르틴을 대하는 에벌린의 모습은 네이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배자로서의 권위의 맛을 본 에벌린에게 마르틴의 존재는 어떤 걸까?
"네이선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이 아이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내가 그를 견딜 수 있었던 건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생각을 하는 클론은 인간인 걸까 인간이 아닌 걸까?
인간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클론은 인간인 걸까 인간이 아닌 걸까?
인간은 어떤 걸 기준으로 인간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할 거 같다.
그런 점에서 에벌린이 마르틴을 이용해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연구로 자신의 진로를 바꾼 것이 미덥지 않다.
모든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 해도 클론을 만들어 내는 인간에게 클론은 그저 클론일 뿐이니까.
그 이면을 들여 다보 고민하는 건 다른 사람의 몫이다.
우리 같은 사람...
복제인간은 인간의 정체성을 얼만큼이나 가지고 있을까요?
클론과 사랑에 빠지고 클론이 임신을 하고 나를 대신한다..?
소설이니까 가능한 이야기겠죠.
'남편이 나를 닮은 복제인간과 바람을 피웠다'는 자극적인 소재가 흥미를 유발시킵니다.
남편이 아내를 두고 클론을 만들었다는건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될테고, 하지만 클론을 아내와 똑같이 만들었다는건 그래도 아내를 사랑하는 구석이 조금은 남아있다는 건데요.
이건 사랑일까요 집착일까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에벌린 콜드웰 박사는 복제인간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염원하던 과학상을 수상합니다.
학계에선 인정받는 과학자였지만 남편에게는 이혼을 통보받은 상태였죠.
상대는 바로 자신을 닮은 복제인간인 마르틴.
심지어 마르틴은 임신까지 한 상태입니다.
다음날 남편 네이선이 마르틴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에벌린은 마르틴과 일을 수습하기 위해 기묘한 동행을 시작합니다.
이 작품이 여타의 SF소설과 다른 점은 클론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윤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음과 동시에 가정폭력이나 가스라이팅 등 '순종적인 여성성'을 지향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거기에 복제당한 사람과 복제한 사람이 이루는 기묘한 지배-피지배 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마르틴은 네이선에 의해 완벽히 순종적인 와이프로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생각이나 철학 없이 남편을 내조하고 네이선이 바라는 완벽한 아내로 만들어진거죠.
에벌린이 아이를 원하지 않았기에 더더욱 임신이 가능한 클론을 만들어 냈던거죠.
아이러니하게도 에벌린은 자신의 복제인간인 마르틴을 만나고 나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더 깊이 돌아보게 되고 마르틴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연구성과 역시도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루게 되죠.
마르틴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발성을 띠게 됩니다.
스릴러적인 측면에서도 에벌린이 새로운 클론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긴장감, 그리고 후반부 네이선의 놀랄만한 진실을 발견했을 때 오는 충격 등 재미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중간에 클론을 만드는 과정이나 윤리적, 법적 문제는 대충 넘어가기도 하는데요, 전체적인 흐름으로 봤을때는 크게 거슬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한국판 제목인 <일회용 아내>보다 원제인 <ECHO WIFE>가 더 와 닿는데요, echo는 울리다, 메아리치다의 뜻도 있지만 다른 비슷한 생각 등을 상기시킨다는 뜻도 있습니다.
컴퓨터에서는 화면이나 파일로 상황을 알리는 문자열을 출력할 때 사용되는 명령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ECHO WIFE는 마치 거울을 보듯이 나를 떠올리게 만드는 완벽한 복제인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말도 결말이지만 작가의 말에 나오는 고백을 통해 작품의 무게감이 훨씬 더 느껴지네요.
그냥 가볍게 읽을 수 만은 없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같지만 서로 다른 두 여인이 서로를 이해하기까지의 긴 여정을 SF와 스릴러라는 장르를 통해 잘 표현해 낸 작품인 것 같습니다.
신선한 소재와 재미로 가득한 작품이니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에벌린은 저명한 과학자이다. 이번에 연구한 복제인간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아 과학상까지 받은 참이었다. 한없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야 할 그 날에 에벌린은 불편하고 초조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바로 자신의 남편 네이선이 자신이 만든 복제인간과 바람을 폈기 때문이다. 마르틴, 그 복제인간은 자신의 이름도 갖고 있다. 에벌린에서 밝고 좋은 부분만 골라 만든 것 같은 마르틴은 에벌린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네이선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범인은 마르틴이다. '일회용 아내'는 누가 네이선을 죽였는지, 왜, 어떻게 죽였는지 찾는 과정이 아니다. 처음부터 왜,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명확하며 그 이후 어떻게 진행될 지 흥미진진하게 따라가게 된다. 보통 이런 소설은 마르틴과 에벌린의 대립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그렇지않고 둘이 협력하여 문제 해결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 무척 신선했다. 마르틴과 에벌린, 이 둘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까? 네이선의 죽음에 대해 말한다면 사람들이 어떤 선입견으로 자신들을 볼 지 에벌린은 똑똑히 인지하고 있다. 과연 네이선의 죽음을 끝까지 숨길 수 있을까?
또 에벌린과 네이선의 캐릭터가 굉장히 촘촘하고 그 관계가 긴밀하게 짜여져 있다. 네이선은 에벌린의 남편이지만, 아이를 가지고 싶어한다. 그에 반해 에벌린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 이에 네이선은 두 번 다시 입밖에 내지 않았지만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에벌린과 똑같이 생긴 복제인간 마르틴을 통해 아이를 가지게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아이때문에 죽음에 다다른다. 내가 생각하기에 네이선이 원한 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주는 아내의 모습을 원했던 것 같다. 마르틴은 단지 자신이 아이를 원하지 않으면 어떨 것 같냐고 물은 것 뿐이다. 임신에 자신의 의견도 함께 고려한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네이선은 불같이 화를 냈다. 네이선이 원하는 것이 오직 아이였으면, 이미 마르틴이 임신을 한 상태에서 화를 낼 필요가 없었다. 네이선은 마르틴이 어떤 의견도 없이 자신의 말대로 인형처럼 있어주길 원한 것이다.
'일회용 아내'는 에벌린이 얼마나 네이선에 의해 갉아먹혀 왔는지 잘 보여준다. 흔히 가스라이팅이라고 한다. 네이선이 얼마나 얍삽하고 치졸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볼수록 화가 날 지경이다. 그리고 이는 소설 속 이야기에 국한된 것이 아닌, 실제로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편에 귀속되어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이 책 속의 에벌린처럼, 직업과 명예를 갖고 있는 여자 역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가정주부는 더더욱 이런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 이들이 에벌린과 마르틴처럼 서로 닮은 자기 자신이 있었으면 더 의지하고 위로가 되었을텐데. 같은 사람이라고 남편을 두고 싸우기보다 서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이 책 '일회용 아내'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비단 가정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너무 치우친 관계를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음 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릅니다!!부부 사이가 나빠 이혼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내의 모습만을 골라 프로그래밍해 '클론'으로 만들어 그녀와 재혼하다니요!!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란 말입니꽈!! 아마도 수많은 여성독자들의 가슴을 울분으로 울렁이게 만들 충격적인 소재의 [일회용 아내]는 바로 그 있을 수 없는 일을 맞닥뜨린 에벌린과 그녀의 클론 마르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복제 인간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염원하던 과학상까지 수상한 에벌린이지만, 남편 네이선과의 관계는 이미 파탄에 이르렀죠. 게다가 그는 에벌린과 얼굴만 같고 무척이나 순종적인 성격의 복제인간 마르틴을 만들어냈어요. 그러던 그가 살해당했다는 연락을 받게 되는 에벌린. 이건 치정이다!! 다분히 스릴러의 냄새를 맡고 읽기 시작했는데, 에벌린과 마르틴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면서 머리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클론 제작과정은 무척 놀라워요. 제 머리는 굉장히 문과적이라 읽고 따라가는 것조차도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할까요.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만도 대단한데, 유전자와 뇌지도를 프로그래밍해서 원하는 존재를 창조해낸다는 게 말이에요. 굉장하다고 여겨지는 한편, 저는 조금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를 정말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런 존재도 '인격'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실제로 작품 속에서 마르틴은 에벌린에게 줄곧 '도구'라는 표현으로 나타내집니다.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도구, 그 도구가 임신까지 할 리 없다!! -며 마르틴의 존재를 줄곧 부정하죠.
네이선이 죽지 않았다면 두 여성은 서로를 이해할 시간을 갖지 못했을텐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죽음을 통해 두 여성은, 적어도 에벌린은 마르틴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독자들에게도 이것이 가장 큰 의문이었을 거에요. 과연 마르틴을 한 '인간'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사실 초반에 등장한 마르틴의 모습은 너무나 순종적이고 감정의 폭이 크지 않아서 마치 로봇처럼 다가옵니다. 소름이 끼치기도 했어요. 그러나 에벌린의 시각에서 제한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생활하고 모종의 일을 도모해나가면서 에벌린은 과거의 상처와 당당히 맞서고, 마르틴은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아를 깨닫게 되죠.
과연 이 작품이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조마조마했습니다. 순간 다시 스릴러로 끝을 맺나 싶었지만 너무나 멋지고 깔끔한 결말에 박수를 치고 싶었을 정도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 때문에 저는 이 작품을 더 사랑하게 됐어요. 복제인간의 정체성이라는 SF적인 요소에,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훌륭한' 아내로서의 역할 등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멋진 작품!! 강추강추!!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한스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