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범죄에 매혹된다. 그 잔인함에 질색을 하고 자신의 안전함에 안심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스스로의 선함을 상기하며. 게다가 연쇄살인을 저질러 별칭까지 붙여진 인물은 뭔가 다른 것 같아 그의 성공에 궁금증을 가진다. 하지만... 닥터 위어의 클래스에서처럼, 우리가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그의 피해자들이다(최근엔 잭 더 리퍼의 피해자들에 관한 책들도 나왔는데.
).
...그들은 지루하고 평범한 실패자들이예요...흑마술사가 아니예요... 사람들은 그들이 잡혔기 떄문에 우리가 그 이름들을 안다는 사실을 잊는 것 같아요. 사실 그들에게서 주목할 유일한 부분은 그들이 세상에서 앗아간 것들이죠. 그 희생자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건 그들의 이름이에요.....p.293
낫씽맨, 20여년전 아일랜드의 인구 50만의 도시 코크에서 5건의 폭행, 강간, 살인을 저지른, 아무 증거도 남기지 않은 범죄자. 칼에서 권총으로, 폭행에서 강간으로 거기서 살인으로 에스칼레이트되었지만 어느날 범죄를 그만둔 인물. 이제 그의 생존자가 돌아왔다. 이브 블랙. 그녀는 뛰어난 글솜씨와 외모로 다시 한번 사람들의 관심을 갖게되고, 낫씽맨은 불안하고 화가 난다.
이야기 초반부터 낫씽맨의 정체가 60대의 전직 경찰 현 마트 경비원 짐 도일임을 밝히고 있다. 그는 자신의 범죄사실이 자세하게 나열된 고발서적 [낫씽맨]을 읽으면서 자신의 기억과 어긋나는 점을 찾아내 의아해 하고 또 또 하나의 거짓말 생략으로 감춰진 진실을 작가과 자신만 알고 있다는 점에 분노를 느낀다. 책속의 책, [낫씽맨]은 계속 그의 독서의 진도에 따라 흘러가며 과거를 돌이키게 하고, 지금은 무력한, 짐 도일은 자신의 범죄를 되씹으며 자신의 특별함, 힘을 음미하게 된다.
...나는 낫씽맨에게서 살아남은 그 여자애였다.
이제 나는 낫씽맨을 잡을 그 여자다.....란 문장을 실고있는 그 책은 결국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낫씽맨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 최고조의 긴장감을 가져오며 대단원을 이룬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잔잔하게 사건들과 심정을 기술하는 책속의 책과 또다른 흐름으로 흐르는듯한 격정적인 짐 도일의 심리. 책 속과 책 밖에서 이 둘을 지켜보면서 색다른 스토리텔링에 매혹되었다. 책 속의 행간에 숨은 생략된 것들이 무지인가 아니면 시험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심리스릴러였고, 과거의 사건 속 피해자들이 이야기가 이제까지 읽어왔던 범죄소설 중에서 비중이 높아 읽으면서 보다 피해자들의 시선 (이제까지 읽었던 중에 오리하라 이치의 한 소설은 거의 범죄자의 시선으로 사건이 기술되어서 읽는 내내 너무 불편했던 적이 있다. 그의 시선을 따라 읽으며 나는 관음자에 폭행범이 되어 그 잔인한 쾌락을 비간접적으로 느끼게 되어서)으로 이뤄져서 그들의 고통에, 살아남은 이브의 고통에 보다 더 공감을 하게 되며 마음이 아팠고, 그래서 오히려 책 읽는 속도가 느려졌다. 이건 오락이 아닌데 말이다...이러면서.
여하간, 독특한 스토리텔링에 확고한 시선이 매력적인 이 작품은 페이지 터너이고, 또 범죄사건의 피해자에 대해 다시한번 상기하고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는 계기도 주었다.
경찰 퇴직 후 현재 쇼핑센터 보안요원으로 근무 중인 63살의 짐 도일은 어느 날 한 고객이 들고 있는 책 ‘낫씽맨 : 살아남은 자의 진실 탐구’를 보곤 충격에 빠집니다. 20여 년 전 아일랜드 코크 시티에서 연쇄강간살인을 저지른 뒤 유유히 사라져버린 미제 사건의 범인 낫씽맨이 바로 짐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 책을 쓴 사람이 그의 마지막 범행인 일가족 살인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당시 12살 소녀 이브 블랙이란 점 때문에, 또 그녀가 책을 통해 선언한 “나는 낫씽맨에게서 살아남은 그 여자애였다. 이제 나는 낫씽맨을 잡을 그 여자다.”라는 일성 때문에 짐은 걷잡을 수 없는 공포와 혼란에 빠집니다.
이 작품에 대한 여러 매체의 리뷰 가운데 ‘영리한 스릴러’라는 문구가 여러 번 눈에 뜨입니다. 낫씽맨에게 가족을 잃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온 이브가 쓴 책 내용이 ‘책속의 책’으로 전개되고, 그 책을 읽으며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는 완전범죄 연쇄살인마 짐 도일의 심리적 동요가 교차로 전개되는데, 사실 과거의 사건들은 거의 ‘기록’ 수준으로 묘사돼서 큰 긴장감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고, 심신이 노쇠한 초라한 60대 짐 도일은 중후반부까지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독자를 들었다 놓았다 할 만한 사건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의 완급을 ‘영리하게’ 조절함으로써 심리스릴러와 연쇄살인스릴러의 미덕을 잘 살려놓았습니다.
범죄로 가족을 잃은 이브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처가 피부에 와 닿게 그려지고, 범인을 잡겠다는 의지 하나로 고통스런 글쓰기를 감행한 그녀의 절실함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떠올리고 싶지도 않지만 툭툭 끊겨 불완전할 뿐인 본인의 기억과 함께 당시 피해자나 관련자들과의 만남, 그리고 방대한 수사자료에 의지하여 완성한 이브의 책은 대체로 기록 수준에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입장에서 쓰인 범죄 다큐멘터리로서의 탄탄함과 진정성이 잘 녹아있어서 흥미로우면서도 아프고 간절하게 읽힙니다.
그에 못잖게 독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소시오패스 연쇄살인마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시각인데,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재미있게도 이 작품의 제목인 ‘낫씽맨’입니다. 애초 짐은 물적 증거는 물론 지문이나 모발 등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아서 낫씽맨이란 별명을 얻었던 건데, 작가는 이브와 그녀의 파트너인 형사 에드의 입을 통해 “오히려 잡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Nothing) 남자일 것”이라는, 즉 연쇄살인마란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악마적 존재 같은 게 아니라 주차 딱지 때문에 체포된 희대의 살인마 ‘샘의 아들’처럼 실은 별 것 아닌 초라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피력합니다. 그리고 그에 동조하듯 ‘진짜 아무 것도 아닌 남자’ 짐 도일의 과거와 현재, 또 이브의 책을 읽으면서 겪는 그의 공포가 디테일하게 그려집니다. 피해자인 이브는 물론 연쇄살인마 짐 도일에게까지 감정이입이 가능했던 건 아마도 이런 흥미로운 설정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이브가 쓴 ‘책속의 책’은 긴장감 넘치는 범죄기록이긴 하지만 너무 정직하고 디테일한데다 속도감도 조금 떨어졌고, 그걸 읽는 짐 도일의 심리묘사도 다소 장황하거나 간혹 동어반복처럼 읽힌 경우가 있어서 그리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읽는 도중 살짝 느슨함이 느껴진 건 사실이지만 밀도나 긴장감 등 전체적인 완성도는 무척 높은 작품입니다. 특히 막판에 연이어 터지는 중형급 반전들은 이 작품의 ‘영리함’을 다시 한 번 만끽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목들이라 그 앞까지의 느슨함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생각입니다.
올해 읽은 스릴러 가운데 꽤 기억에 남을 작품일 것 같은데, 캐서린 라이언 하워드가 ‘낫씽맨’ 이전에 발표한 세 작품 모두 나름 성공을 거뒀다는 출판사의 소개글을 보면 조만간 그녀의 새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난해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문장들 속에 촘촘하게 설계된 그녀의 스릴러를 꼭 한 번은 다시 만나보고 싶은 바람입니다.
- 짐은 순찰 중이었다. 고개는 들고 눈은 주변을 훑으며 엄지손가락은 허리 벨트에 걸었다. 벨트에 걸린 물건들-그의 휴대전화, 무전기, 큼지막한 손전등-의 무게 때문에 벨트 가죽이 엉덩이까지 처졌고, 그 무게감이 그를 걷는다기보다 성큼성큼 활보하게 했다. 그는 그 무게가 좋았다. 하루가 끝나 집에 돌아가서 벨트를 벗어야할 때면 그 느낌이 그리울 정도였다.
1.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더 고착화되곤 한다.. 나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그렇다.. 어떠한 시기에 형성된 자아의 성향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세상의 외면과 내면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단단하게 형성된 판단의 영역은 타의든 자의든 고쳐지기가 쉽지않다.. 그렇기에 타인의 생각과 판단에 답을 주려하면 참 고달프다.. 나 자신도 고치지 못하는 생각을 남에게 일종의 조언라는 개념으로 전달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고 힘들다.. 그 아무리 올바른 일이라고 할지라도.... 그러니 잊거나 포기하거나 무시하거나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때가 많다.. 나의 삶에, 나의 주변에, 나의 가족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2. 사실 '네버모어출판사'라는 곳에서 출간된 작품들의 면면을 볼작시면 참 매력적인 영미쪽 스릴러의 감성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느낌이 좋은 작품들로 이어져오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작품들의 면면이 국내 독자들에게 생각만큼 어필하진 않은 듯 합니다.. 아쉬운 것이 너무 장르소설의 취향이 일본문학쪽으로 치우친 면도 없지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좀 다양한 영역의 매력적 스릴러의 저변이 확장되면 좋을텐데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이거슨 물론 출판사와의 인연때문에 조금 대놓고 홍보하는 면도 있습니다이.. 자, 그럼 이번에 출간된 작품은 출판사가 좋아라하는 아일랜드의 스릴러소설입니다.. 이쪽 느낌은 일반적인 영미쪽 대중스릴러와는 조금 감성이 다른면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좀 침울하고 어두운 경향이 짙죠, 날씨가 그래서 그런가, 여하튼 이번 작품은 연쇄살인범의 이야기입니다.. 한 살인마가 살인을 저지르고 세월이 흐른 다음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한명이 생존하고 그 기억을 책으로 출간한 이야기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죠,
3. 쇼핑몰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짐 도일은 보안요원입니다.. 그는 순찰도중 한 여성의 손에 들린 책을 보고 충격을 받게 되죠, '낫씽맨'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과거 그의 살인과 관련된 이야기임을 직감하고 그는 저자를 파악하고 그 책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저자인 이브 블랙은 과거 그가 저질렀던 연쇄살인과 관련된 생존자였던 거죠, 그녀는 짐의 살해과정에서 살아남은 12살의 여자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세월은 20년이 흘렀습니다.. 짐은 그 이후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고 사건은 미해결된 체 이어져오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브가 자신의 기억속의 연쇄살인을 파헤쳐서 책을 출간한 것입니다.. 짐이 저지른 사건을 중심으로 이브 블랙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작품속 이야기가 교차되며 짐이 알고있는 자신의 살인의 진실과 책속의 이야기가 조금씩 교집합으로 뭉쳐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살인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피해자의 소설속에서 기억해내며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범인의 이야기에 스스로 궁금증에 휩싸이며 과거의 기억이 스멀스멀 되살아나기 시작하는데......
4. 줄거리에서 보시다시피 이 작품은 시작점부터 연쇄살인마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곤 소설속의 또다른 액자식 소설의 형식으로 그의 과거의 행적과 살인의 과정이 묘사되죠, 이는 그의 영역이 아니라 피해자인 한 생존자의 기억과 정황속에서 그려집니다.. 그 과정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살인마의 관점과 피해사실을 바라보는 생존자의 시선속에서의 범죄과정의 농밀한 심리적 대치가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사실 연쇄살인마에 대한 소설적 전형은 많이 진부한 소재이긴 하죠,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전형적인 경찰이나 피해자의 대치적 서스펜스를 자극하는 서사의 형식이 아니라 현재는 일어나지 않는 과거의 정황과 팩트를 중심으로 살아남은 자의 진실 탐구가 주제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밝혀지지 않은 진실과 그 범인이 드러나길 바라는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이야기라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작품속의 또다른 다큐멘터리적 소설의 서사에서 작가인 이브 블랙은 분명히 숨은 체 살아가는 살인마가 작품을 접할 것으로 보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짐은 그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여들어가죠, 그리고 연쇄살인마의 전형적인 실패적 인생을 논합니다.. 자신이 대단한 줄 알고 스스로 괴물인체하는 그들 역시 알고보면 아무것도 볼품없는 빌어먹을 실패자들인 '낫씽맨'이라는거죠, 물론 범인을 모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5. 우리가 익히 보아온 그러한 연쇄살인자들의 모습이 이 작품과 또다른 작품속 소설의 이야기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이 빌어먹을 범죄자들은 자신의 욕구와 본능에만 충실한 세상의 낙오자이자 하찮은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려내며 이에 흔한 사회적 이슈의 저변에 그들의 영역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으로 작가의 대체자인 이브 블랙을 통해 의도를 이끌어내고 있죠, 후반부의 이야기와 내용들이 조금은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주는 즐거움는 그렇게 줄어들진 않습니다.. 조금 더 스릴감 넘치는 긴장감을 그려내어 독자들의 장르적 감성에 맞춰주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안타까움은 있습니다.. 소설의 구성적인 면이나 이야기의 서사들이 상당히 영리하게 이끌어져 나가기 때문에 읽는 재미는 상당히 좋습니다.. 딱히 속도감 넘치는 작품은 아니지만 정적이지만 그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범죄적 심리와 생존자와의 활자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적 대치의 감성을 이끌어내는 영리한 스토리라인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마도 연쇄살인마들의 볼품없음을 현실적 묘사 그대로 그려내기 위한 방법으로 결말을 이용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서 과장되고 오버스럽지않은 마무리라는 생각도 들긴 하네요, 전형성에서 벗어난 매력적인 범죄소설 한편 즐기시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보셔도 무방하지 싶습니다.. |
연쇄살인범으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가 아무도 잡지 못했던 범인을 잡기 위해 책을 썼다.
그리고 그 책을 통해 범인을 계속 도발한다.
당신이 단 하나의 단서조차 남기지 않아서 낫씽맨이 아니라 그저 아무것도 아닌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 낫씽맨이라고...
이렇게 이 책은 연쇄살인범대 생존자라는 다소 특이한 조합에다 책 속의 책이라는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있다.
실제로 자신이 겪은 일을 책으로 낸 이브 블랙의 소설과 그 소설을 읽는 낫씽맨 짐의 현재 시점으로 나눠져 두 사람의 심리와 심경의 변화가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그런 이유로 낫씽맨의 범행 장면은 이브의 시점이나 당시 범죄 피해자의 증언을 통한 재구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한 단계 필터를 거쳤다고 볼 수 있다.
마치 사건을 재구성한 범죄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할지... 그럼에도 엄청난 몰입감을 보여준다.
이런 몰입감의 이유로는 시작부터 아무도 몰랐던 낫씽맨의 정체를 밝히고 그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고발하는 책 낫씽맨을 발견한 시점으로 시작하는 도입부의 강렬함도 한몫하는 듯하다.
여기에다 범죄를 그만둔지 오래되고 이제는 작은 마트에서 평범한 보안요원으로서 별 볼일 없는 나날을 보내던 짐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기록한 책을 읽으면서 한때 아일랜드 코크 시티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자신의 과거를 그리워하며 조금씩 살인마로서의 본능이 깨어나는 과정이 더더욱 몰입하게 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생존자이자 책의 저자인 이브가 장담한 것처럼 자신의 정체가 드러났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던 그저 그렇게 한물 간 늙은이에 불과했던 짐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변해가는 모습이 아주 흥미롭다.
책을 읽으면서 몇 건이나 되는 범죄와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단 하나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던 그를 이브는 어떻게 잡을 수 있다고 했을까?
책 속에는 사건 현장을 재구성한 이야기나 작은 단서들뿐이어서 왜 그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어야만 했는지나 어떻게 그 집으로 침입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있어도 범인을 특성 지을 만한 단서는 찾을 수 없었기에 궁금증이 커질 무렵 짐 역시 그녀가 자신에 대한 쓴 글을 보며 점점 분노한다.
그가 그녀에게 분노하는 이유는 뭘까?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진 책에다 자신을 잡겠다고 호언장담한 때문일까? 아니면 한때 아일랜드 전역을 들썩이게 한 자신을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 칭한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녀의 말처럼 지금 별볼일 없는 자신의 처지때문일까?
아무런 증거도 없이 단지 글로써 오랫동안 숨어있던 범죄자를 끄집어 내서 모두에게 범죄를 증명해 내가는 이브의 대담한 시도와 연쇄살인마 짐과의 절체절명의 대결이 흥미롭게 그려진 낫씽맨
연쇄살인마의 범죄 심리뿐만 아니라 범죄의 피해자이자 생존자가 가지는 죄책감과 마음의 고통에 대해서도 이브를 통해 세심하게 그려낸 낫씽맨은 아주 흥미로운 책이었다.
최근 CCTV와 수사 기법의 진화 등으로 인해 범죄 검거율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강력 범죄들은 매일 아침 우리가 보는 뉴스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끔찍한 범죄 수법 등을 다루고 있는 기사들을 읽으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그런 흉악 범죄의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분노에 대한 내용은 쉽게 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부분은 비단 현실에서만이 아니라 여러 범죄 사건들을 소재로 삼고 있는 스릴러 장르 작품들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스릴러 소설들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대부분 범죄 사건들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형사, 탐정, 수사요원들이거나 때때로 가해자나 목격자들이다. 어쩌면 스릴러 소설을 즐겨 읽는 나 자신조차 피해자들의 입장이나 고통보다 사건이 주는 스릴과 서스펜스에 더 집중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021년 한 여름에 만나게 된 캐서린 라이언 하워드의 이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더더욱 특별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의 네 번째 소설인 《낫씽맨》은 ‘낫씽맨’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범죄자의 마지막 범행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이브 블랙이라는 한 피해자에게 온전히 집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쇼핑센터에서 보안 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짐 도일은 순찰을 돌던 중 한 여성의 손에 들린 책 한 권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그 책의 제목인 ‘낫씽맨’은 오래 전 코크시티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범죄자 자신에게 언론이 붙여준 별명이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던 그는 곧바로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고 허겁지겁 읽기 시작한다. 첫 장에서 범죄자의 정체를 공개하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시작한 이 책은 피해자 이브 블랙이 쓴 책을 책 속의 책으로 삽입해서 두 번째로 독자를 놀라게 만든다. 독자들은 이브 블랙의 회고록과 그 책을 읽는 짐 도일의 이야기를 번갈아 읽으면서 끔찍한 범죄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피해자의 심경을 이해하게 된다. 이브 블랙이 쓴 책에는 본인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그 날 범행으로 목숨을 잃은 자신의 가족들과 낫씽맨의 또 다른 피해자들의 이야기 역시 기록을 하였다. 마치 다큐멘터리 기록과도 같은 이브 블랙의 책을 읽으면서 짐 도일은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불안해하기도 한다. 미해결 사건의 가해자인 그는 현재 아내와 딸과 한 집에 살며 멀쩡하게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범행을 세밀하게 다룬 책을 읽은 짐 도일과 그 책을 쓴 이브 블랙의 거리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좁혀지면서 이야기의 끝으로 달려간다.
이 책에서도 그랬지만 현실에서 언론들이 범죄자들에게 독특한 별명이나 수식어를 붙여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서양의 경우에는 끔직한 연쇄살인마들이 미디어의 조명을 받으며 마치 스타 취급을 받기도 한다. 죽은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범죄자의 입으로만 전해지는 사건의 진상이 그대로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그것을 거름망 없이 받아들여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일부 대중들의 황당한 행태도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에서 목격한 적도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묵직하다. 수사기관과 미디어는 물론이고 대중 역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의 고통을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지지 않는 이상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이 당하는 고통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범죄 사건을 마치 오락거리처럼 소비하는 자세만이라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낫씽맨’은 범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서 만들어진 별명이지만 이브 블랙에게는 그녀의 남은 생을 해할 수 없는 무가치한 존재라는 의미를 담은 별명으로 느껴졌다. 현실 속 흉악 범죄자들 역시 자신보다 신체적으로 약한 존재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비겁하고 아무 것도 아닌 존재들일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그리 큰 건 아니었다.
어차피 추리, 스릴러를 좋아하니 이런책 출간되면 얼씨구 좋구나. 이런 기분으로 책을 드는데 책 소개에서 살인사건에서 생존한 생존자가 책을 내고 범인을 찾는다는 특이한 구성이 관심을 끌긴 했었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작가라 그리 큰 기대를 안 했던 것도 사실.
그런데 이상하게 책을 받자마자 왜 그리도 이 책이 읽고 싶던지.....
다른책이 내 손길을 기다리는데 이 책을 무조건 먼저 들고 싶다는 생각에 에라이~ 라는 심정으로 이 책을 먼저 펼쳤다.
오~
진도 팍팍 나가며 가독성 죽인다. 그리고 허얼~ 이건 뭐임?
범인이 이렇게 첨 부터 다 까발려저도 괜찮아? 진심 그래도 괜찮다는 거야? 그 정도로 이 자신있다는 거야? 라는 중얼거림.
진짜 첨 부터 나 범인. 그리고 너 생존자.
와...
이 와중에 뒷 얘기 궁금해서 잠 못 자는 나. 심지어 범인이 뒷 얘기 궁금해서 생존자 작가의 책 들고 몰래 창고로 들어가서 읽는거나 차 안에서 읽는 거 막 이해된다. 이 작가의 이야기 자체가 책을 손에서 놓치 못하게 만드는 구만.
일단 나는 범인이 이렇게나 가까이 있을 줄 몰랐고 이렇게 치밀하거나 대범 할 줄 몰랐네.
하긴 연쇄살인범들 잡고 보면 너무나 평범해서.. 심지어 너무 대단치(?) 않은 인물이어서 허무할 정도라는 그 말의 의미를 알거 같기도 하다.
서너건의 성폭행으로 시작된 일이 이제는 대범하게 살인으로 발전하고 심지어 연쇄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집 네 가족이 그 마지막 범행대상이었다. 그리고 나는 살았다. 몰래 마신 쥬스로 화장실로 가기 위해 깼고 그 사이 우리집에 침입한 범인은 엄마를 성폭행하고 엄마, 아빠, 동생 애나를 죽였다.
분명 나를 죽일 수 있는 범인은 나를 죽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고 그 고통속에서 살아 남은 나는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은 그 범인을 잡기위해 우연찮은 기회에 글을 쓰게 됐고 책을 출간하게 됐다.
자, 그러니까 이 책은 지금의 범인 나의 이야기와 과거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 조사를 마친 생존자 나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이어진다. 평범한 일상을 살고있는 범인 나. 그런 나의 범행들이 책 속에 고스란히 낱낱히 나타나 있다. 심지어 범인인 나 역시 궁금해서 책을 덮지 못한다. 그리고 생존자 에블린 나의 이야기는 오롯한 고통속에서 살아온 이십여년간의 아픔이 글 속에 묻어있다.
이제껏 뭐랄까. 이런 추리 스릴러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늘 범인을 잡는 경찰들에 감정이입하고 범인을 추리하고 그 스릴을 느끼는 맛으로 책을 읽어왔었던 것 같다. 대부분 그렇치 않았을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그 범행이 있고 난 후의 피해자들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TV뉴스에서나 다큐등에서 간혹은 나오지만 텍스트로 만나는 그 고통이 더 깊이 박히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어째서 나는 한번도 그들의 고통을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가.
심지어 나 역시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를 지고 있으면서 말이다.
참 할 말도 많은 책이고 재미도 있는 책이고 특이한 구성력 또한 멋진 책이다.
그래서 오~오~ 감탄사 연발에 가독성도 짱이어서 다 읽고 얼른 리뷰써야지.. 라는 맘이 들었던 책.
물론 바빠서 이제서야 리뷰쓰는 건 안 비밀.
그나저나 다시 연쇄살인범에게 미끼(?)가 되기로 한 에블린.
범인 잡혔냐고?
이제는 범죄생활(?!)을 접고 건실하게 살아가는 범인이.... 다시 시작했냐고?
에블린의 삶은 여전히 고통이냐고?
책 읽어 봅시다.
작가에게 뒷통수 제대로 또 한번 맞을 테니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낫씽맨.
아무것도 아닌 낫씽맨.
그래서 그 삶도 낫씽, 아무것도 아니다.
2003년에 개봉된 '살인의 추억'은 당시 우리나라 3대 미제사건이였던 '화성연쇄살인'을 다룬 영화였습니다.
'봉준호'감독의 작품으로 흥행과 비평, 두마리의 토끼를 잡은 작품이였는데요.
사실 '화성연쇄살인'사건 말고도 다른 2개의 사건인
'개구리소년사건'과 '이형호유괴사건'도 영화화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 진것을 보면 문득 '범인'도 이 작품들을 봤을까가 궁금해지는데요.
그런데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가 2020년에 체포되었습니다.
'봉준호'감독은 '이춘재'가 '살인의 추억'을 봤을까? 궁금했는데..
'이춘재'의 대답은 '재미가 없었다'였는데요..
본 사람들이 대부분 '명작'이라고 하던 작품을..
왜 그만 '재미'가 없었을까요?
아무래도 '영화'를 다른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낫씽맨'은 '짐 도일'일이라는 '보안요원'의 모습으로 시작이 됩니다..
'쇼핑센터'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던 그는..
한 여자가 서점에서 쭈그리고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발견하는데요
그녀는 '짐 도일'에게 발견되자, '책'을 들고 나가는데..
그 '책'을 본 '짐 도일'은 놀랍니다.
평소대로라면 그 '여자'가 '계산'을 하고 나가는지 지켜봐야 할 그였지만..
그는 '책'에 온 '정신'이 팔려있는데요...
책 제목은 '낫씽맨: 살아남은 자의 진실탐구'였는데요..
저자는 '이브 블랙'
'낫씽맨'의 마지막 '살인'의 유일한 '생존자'였습니다.
책을 읽는 '짐 도일'은 '이브'란 이름을 보며, 그녀의 '얼굴'을 기억해냅니다..
'짐 도일'이 바로 '낫씽맨'이였기 때문이지요..
'짐 도일'은 '이브 블랙'이 자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남겼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그래서 책을 펼치기 시작하는데요..
그리고 '이브 블랙'의 책 '낫씽맨: 살아남은 자의 진실탐구'가 시작이 되는데요
'낫씽맨'은 '액자소설'의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브 블랙'은 자신이 당한일뿐만 아니라..
'낫씽맨'이 벌인 사건의 '희생자'들을 찾아다닙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자신의 '업적'을 탐독하던 '짐 도일'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분노하기 시작하고..
이에 마지막 '살인'에서 해결하지 못한 '이브 블랙'을 새로운 '표적'으로 삼는데요
그런데 후반부에 '반전'이 있었습니다..
'이브 블랙'이 이 작품을 쓴 이유..
그리고 이 작품이 독특했던것은 그동안 '살인자'와 '생존자'의 '싸움'에만 주목한게 아니라
'피해자'들과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을 다루었다는 것입니다.
'사건'자체가...수십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이고..
수많은 세월동안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왔는데..
'언론'은 '살인마'에게만 주목하고..
'살인마'들은 도리어 그 '관심'을 누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당연히 '피해자'를 지키고 보호해야 할 '인권위'는 ..
왜 '살인자'의 '인권'지키기에만 그렇게 갈급하는지..ㅠㅠ
'판사'는 '피해자'나 '유족'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으로 '양형'을 해주고....
정말 세상에 '정의'가 있는건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낫씽맨'은 '가독성'도 좋고 재미있는 '스릴러'소설이지만
생각해볼만한 '주제'도 던져주는듯 싶었던
괜찮았던 작품이였어요...
오래전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고
마지막에 " 그냥 평범해요."라는 여자아이의 말,
그때의 송강호의 표정이... 잊을 수 없는 강한 여운으로 남았다.
지금은 실제 범인이 잡혔지만 영화를 보면서
잡히지 않은 살인범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그들도 분명 누군가의 가족, 친구, 이웃이겠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었는데.
그리고 낫씽맨을 만났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누군가에는 끔찍한 고통이 될 이야기를 읽으면서 <살인의 추억>의 그 장면이 다시 생각이 났다.
여기 '짐 도일'이 있다.
그는 아내 노린과 딸 케이티가 있는 평범한 가족의 가장으로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은퇴한 후 지금 쇼핑몰의 경비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던 어느 날,
그는 서점 코너에서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발견한다.
<낫씽맨: 살아남은 자의 진실 탐구>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아 아직까지 잡히지 않은 연쇄살인범, 낫씽맨!!!
낫씽맨 최악의, 최후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브 블랙'이 그에 대해 쓴 책이었다.
짐은 그 책이 무엇으로 채워졌는지 알아야 한다.
짐 도일... 그가 바로 낫씽맨이니까.
책을 쓴 이브 vs 책을 읽는 짐
18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사람들의 기억에서는 서서히 잊혀질지 몰라도 서로 다른 이유로 결코 잊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책을 통해 다시 이어지게 된다.
연쇄살인범 vs 생존자, 책을 읽기전부터 이 설정에 혹했는데 역시나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브의 책 '낫씽맨: 살아남은 자의 진실 탐구'는 낫씽맨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들을 보여준다.
피해자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지만 이브가 쓴 '그날 밤'의 세세한 이야기는
이미 과거에 일어난 일임에도 결국 예정된 결과로 향하는 잔인한 운명에 소름 끼치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어서 집에서 나와!!! 나의 외침을 그들은 들을 수 없으니까.
낫씽맨 이후 평범한 삶을 살아온 짐은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이제 와서 잡힐까 봐 하는 두려움과 한편으로는 자신의 화려했던 지난날들을 음미하며 묘한 감정과 흥분감에 휩싸이게 된다.
끔찍한 범죄를 멈추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또 다른 자신의 일상으로 살아가는 연쇄살인범이라니,
(잡히지 않는 그들의 삶이 어땠는지 알 수는 없었으니)
색다른 모습이라고나 할까.
책을 읽으면서 잠깐잠깐 현실로 돌아오는 짐,
그가 어떤 생각을 할지, 그의 반응이 궁금해서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이브가 쓴 책에서 드러나는 과거의 범죄,
지금 그 책을 읽는 진짜 낫씽맨 '짐'의 현재,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배가 되는 흡인력으로 그 어느 쪽도 눈을 뗄 수가 없게 된다.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자와 잃을 것이 없는 자~
책을 읽는 동안 그들만의 보이지 않는 힘이 움직이는 듯,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전세 역전될 수 있을지,
짐만큼이나 책의 내용이 궁금하기에 끝까지 멈출 수 없다.
<낫씽맨>은 흔히 보던 연쇄살인범을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면서
정통 스릴러와 심리 스릴러의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다.
현역이 아닌 이제는 은퇴(?) 한 연쇄살인범이지만
과거 그의 업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지금의 '짐 도일' 만으로도 충분한 긴장감이 전해진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어떤 내용이 있을지,
이브는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책을 내려놓지 못하는 짐,
동시에 그와는 다른 바람으로 역시 책을 내려놓지 못하는 나.
분명 나쁜 놈인데 잡혀야 하는데 왜 이 상황에서 조마조마한 것인지 모르겠다.
마침내 짐과 이브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대면하는 순간,
그 고요한 외침과도 같은 전율이란!!!
마치 둘만의 세상에 내가 끼여있는 것처럼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 에너지가 넘치는 연쇄살인범과 이에 맞서는 프로파일러급 수사관도 없고 심지어 처음부터 짐의 정체를 알고 있음에도!!!
보란 듯이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칼보다 강한 펜의 힘이 '짐'에게로 향하면서 더욱더 탄력을 받게 된다.
끝나지 않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결말로 이어지는 플롯도 뛰어나지만 작은 것 하나, 그것이 사람이든 미묘한 분위기든
놓쳐서 안될 작가의 세심함에 더욱 놀라게 된다.
<낫씽맨> 이 남긴 것...
우리는 연쇄살인범들을 전설처럼 기억하지만
이들에게 삶을 빼앗긴 피해자들은 자연스레 잊게 된다.
그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낫씽맨' 은 제목 그대로의 '의미'를 남기게 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들은 결코 낫씽맨들이 아님을,
자기 삶을 사랑했던, 가질 수 없던... 소중한 미래를 꿈꾸던 사람들임을.
범죄소설을 읽으면서 정작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가져야 할 모든 것을 가진 스릴러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다른 작품 역시 기대해보며
웰메이드 스릴러 소설로 추천한다.
☆ 출판사 이벤트에서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