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가독성 ★★★★☆
소장가치 ★☆☆☆☆
전체평점 ★☆☆☆☆
미스터리 추리 단편집. 있을 법한 일의 미스터리함이나 알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판타지 미스터리에 가깝다. 특이한 소재를 미스터리 소설의 방식을 빌려 썼는데, 그래선지 선뜻 이해하고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중편 분량에 해당하는 '우울의 중점'이라는 작품은 책의 가장 마지막에 실려있다. 솔직히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매년 생일 때마다 다른 사람을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생명체와 그 생명체를 사랑한 남자. 하지만 자신의 팔이 그녀에게 뜯겨 먹히고, 근육 파열로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그렇지만 그런 그에게도 계속해서 여자가 생기지만 이상하게도 1년 쯤 사귀게 되면 헤어진다.
1년 징크스를 깨보기 위해 노력하지만 마지막 만나는 여자와도 1년 째에 이별을 선고당하고, 남자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이러쿵저러쿵 서로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우울해서 그랬다는 식으로 이야기의 방향이 틀어지는데, 대체 뭐가? 어떤 부분이? 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 진행이었다.
게다가 왜 글을 오른쪽 정렬로 해서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불편과 짜증을 유발하는지. 책 제목이 불쾌의 중점이었으면 책을 읽는 내내 그랬으니까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책 내용도 불쾌하고 오른쪽 정렬로 읽는 이를 빡치게 하는 것도 불쾌한 그런 책이었다.
원래 책 구입 선택폭이 좁지 않아요.
새롭게 도전하지 않고
기성작가나 대중매체를 뚫고 나온 그런 네임드 쪽 책을 일단 보는 편이에요
근데 넵이었나 어디서 홍보 프모를 본거 같은데
이거 겉표지가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취향 상 안 살 수가 없게 만드는
그래서 진짜 고민하다가 샀어요
글고
홍보해주시는 수식어 또한 전부 너무 맘에 들어서
걍 넘어갔어요
첫번째 단편부터
2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계속 반복하긴 했어요
아니 계속 읽고는 있는데 그 상황이 전혀 머리속에 안그려져서 ㅋㅋㅋ
뭐야 어떻게 갇혔다는 거야 상상이 전혀 안되자나
진짜
1편 넘기니까
아
하면서 이제 수루룩 잘 읽을수 있게 되었어요
이런 장르를 뭐라고 하지
암튼 상상문학인지 뭔지는 잘 모르지만
''의자''랑 '조우랑 윤재' 이야기는
정말 잘 읽었어요
특히 의자는 심지어 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자 자체의 속성이 나중에는 미친 안쓰럽고 감동하고 있더라구요
작가님이 의도한 바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후회 없는
구입이었습니다.
책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다 했더니 양장본이었다.
소설집인지 모르고, 디어텔로스 이야기만 포함된 줄 알고 샀는데
너무도 독특한 주제, 너무도 독특한 내용
소설 하나하나가 정말 특이해서 놀랐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작가가 되는 건가 싶기도 했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과, 굳이 책이 아니더라도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은영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티저북에 이어 출간된 책을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3편의 단편소설을 더 읽을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책표지가 마음에 드는데 자세히 보면 섬뜩한 표지이다. '우울의 중점'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앞서 '폭풍, 그 속에 갇히다', '졸린 여자의 쇼크'는 티저북으로 읽어서 건너뛰고 '의자는 사형되어야 한다'를 폈다. 한 여자가 면접을 대기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근데 이거 먼가 이상하다. 나무 의자가 갑자기 나타난다. 내 것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내 의자다. 그 뒤로 여자는 면접관이 보는 앞에서 의자 위로 올라가 목을 맨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의자의 여행기?에 가까운 내용이 이어진다. 무려 백년정도를 거슬러 올라 독일에서 시작한다. 한 여자아이가 잘못을 할 때마다 '침묵의 의자'에 앉고 가족에 대한 미움으로 놀래줄 생각으로 창가에 서있다 바람이 불어 아래로 추락한다. 자살을 도운 의자일까. 그 후 1995년, 집에서 기이한 경험을 하고 난 후, 오빠의 친구라는 사람이 의자를 가져왔다. 그녀는 의자 속으로 빨려들 듯한 경험을 한다. 오빠와 나는 이 의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치우고 버리려고 했지만, 끝내 거울 속에서 내가 의자가 되는 모습을 본다. 오빠는 내가 의자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결국 의자가 된 나는 옥상에서 훌쩍 뛰어내린다.
'그가 기울졌다'는 이별을 한 여자가 지진을 계기로 아랫집에 사는 여자와 대화를 하게 된다. 자신의 방에서는 지진이 일어나는데 아랫집에서는 못느낀다는 이상한 현상. 헤어진 남자로부터 택배가 여러번 온다. 여자는 밤에 세탁기 돌리는 소음과 물이 새는 현상 등을 이야기하지만 번번이 외면당한다. 그리고 아랫집 여자가 사라진다. 그녀의 남편이 찾아와 하소연하지만 찾을 수 없다. 그 남자는 자꾸 바람이 분다고 한다. 윗집 여자처럼 과거의 추억 속으로 들어왔던 것인지 여자는 지진을 느끼고, 남자는 폭풍을 느낀다. 그리고 이제 현실을 받아들인다.
'우울의 중점'은 이 책 제목임과 동시에 또다른 단편소설이다. 윤의라는 남자는 어릴 적 조우라는 관심있던 애에게 팔을 심하게 물어뜯긴다. 어릴적 윤의는 밝고 명랑했으나 늘 혼자였던 조우에게 관심이 생기면서 결국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조우는 디어텔로스였다. 돌연변이 인간종으로 수명이 1년밖에 되지 않아, 나이를 먹기 위해서는 인간의 신체 부위를 먹어야만 하는 존재. 인간에게 정체를 숨겨야만 한다. 인간의 2차 성징 시기 열한 살부터는 체내 복제력이 발현되어 그 인간으로 변한다. 여기에서 도플갱어를 떠올렸지만, 체내 복제력이라 생각하니 복제인간이 되는건가 싶기도 했다. 조우는 윤의가 되고 싶어했고, 결국 윤의의 세번의 연애 또한 변신한 조우였다. 윤의는 조우의 고백에 믿기지 않아했지만 결국 다시 둘은 같은 모습으로 마주보게 된다.
이 책에서 해설이 있는 건 나처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인 듯 싶다. 내가 앞에서 본 두 편의 소설도 아 이렇게 끝나버린건가 싶었던 맺음과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환상의 세계. 아직 어리둥절 했던 이야기 전개. 출간된 책에서 읽은 세 편의 소설들은 한번에 이해하기가 어려워 여러번 읽었다. 의자가 되어버린 사람과 지진과 바람을 겪는 남녀들, 그리고 인간을 먹고 그 인간이 되는 디어텔로스. 문득, 감독이 열린 결말로 끝내버린 영화를 두고 설왕설래 하는 관객들이 오버랩되었다. 아, 환상소설은 두고 해석이 분분하겠구나하는. 내가 생각했던 '졸린 여자의 쇼크'의 결말과 이해가 문학평론가의 해석을 보면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나는 살인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그 자신은 지윤이고, 스스로 속이기 위한 연극을 한 것이란 것. 즉 회피하며 살아온 자신의 과거 모습이며, 과거를 마주한 것이다.
'우울의 중점'은 문학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나 자신을 마주본다는 점에서 네 편의 소설들과는 달랐던 것 같다. 네 편은 조금 당황스럽게 끝을 맺지만 조우와 윤의가 같은 모습의 서로를 바라본다는 것은 나 자신과 공존해야 하는 또다른 자아를 받아들인다는 것인지.
나 자신과 또다른 타인(또 다른 나)와의 공존에서 작가는 미스터리한 시공간을 활용한다. 그것이 오컬트적인 초자연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판타지의 세계가 된다. 처음엔 미스터리라고 하긴 했는데 평행세계에 기면증에 살인을 하는 사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작가의 공상의 세계는. 하고 생각했지만 주인공들의 판타지, 비현실적인 세계는 다 자신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는 시공간이었다. 신기한 구성이었고, 결말이었다.
나도 나름 공상을 많이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상상과 환상의 세계를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고 이어지게 이야기를 짓는 작가의 글을 보며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역시 이야기 마술사란 타이틀이 괜히 나온게 아니였구나 하는 존경을 보낸다.
앞으로도 새로운 문학의 지평을 열고 또 놀라운 환상소설을 쓸 작가의 다음 소설을 기대해본다.
* 이 책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평_우울의 중점_이은영_나비클럽
특별한 소설이었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초현실적인 현상들.
과연 작가가 그린 환상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상황이 주는 애매함은 정답이 없이 다양한 생각들을 떠올리게 했다. 흔히 예상할 악당도 없고 선인도 없다. 그저 여주인공으로 시작되는 전 남자친구와의 만남에 메시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난 시간들이 현실 속에선 미스터리한 투명 큐브에 갇힌 채 드러난 듯하다.
카페가 주는 안락함은 심적인 안정을 주고 마음을 열리게 한다.
그 속에서 편안하게 마시는 커피와 특유의 향내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밖은 흐릿하며 비가 주르륵 내리고 있고 습하고 비릿함까지 더하면 나름 운치가 있지만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선 그것이 우울할 수도 있겠다.
주인공 전 남자친구의 기이한 행동은 은근히 피어나는 불안감을 조성하더니 결국 두 사람을 투명한 사각 공간 안에 가둬 버렸다. 나갈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미스터리한 공간.
그 안은 경찰도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우연에서 비롯된 평행 세계와의 연결고리는 마치 삶의 양면성을 상징하듯 보였다.
그 현상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마치 철창에 갇힌 동물을 보는 것처럼 이슈거리가 되어버렸다.
결국은 비가 폭풍으로 발전하는 광경은 장엄하면서도 거친 자연의 모습이었다.
폭풍과 평화로운 일상.
현실과 비현실의 애매한 경계면에서 나는 주인공의 움직임에 따라가게 되지만 첫 느낌은 혼란스러웠다.
'폭풍, 그 속에 갇히다.'
소설이 내게 주는 초현실적인 느낌을 한마디로 정의할 순 없었다.
일단 이 책의 제목이라 할 수 있는 '우울의 중점'이라고 하고 싶다. 그렇다고 우울을 찬양하거나 염세주의가 깃든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작가가 그려 낸 낯설면서도 환상적인 공간을 만끽하면 되는 것이다. 이 놀랍도록 심오하고 특별했던 소설은, 다 읽고 나서도 묘한 여운을 주었다.
내가 떠올렸던 색은 화이트였다.
하얀 도화지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지만 내 상상은 그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는 것. 바로 이 소설이 그런 느낌이었다.
소설의 첫 장에서 봤던 문장이 유독 떠오른다.
'그럼, 이 낯선 세계를 마음껏 즐겨주시길.'
그랬다.
마음껏 채우고 마음껏 비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까, 우울의 중점에서 삶의 방점을 찍었다.
아름답게.
이은영 작가님의 첫 작품은 계간 미스터리에 실렸던 '졸린 여자의 쇼크'를 읽으면서였다. 이 단편 소설은 신인상 수상에 빛나는 보석이었다. 물론 심사위원분들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티저 북의 단편 소설을 읽으며 느낀 건 앞으로도 작가님이 얼마나 더 훌륭해지고 성장할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미스터리 문학의 불모지인 국내 여건 상 쉽지 않겠지만 한국에 이런 작가님이 계신다는 게 한편으론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에서 더 확장시켜서 장편 소설도 쓰셨으면 좋겠다.
섬세한 문장과 적절히 배합된 기가 막힌 단어의 조합도 훌륭했으며 머릿속에 그려지는 배경 장소는 군더더기 없었다.
일부러 멋 내는 표현들은 독자가 금방 안다. 억지스럽게 욱여넣은 것도 귀신같이 찾아내는 게 독자다. 그래서 독자가 무섭다는데 이 소설은 빈틈없이 탁월했다.
다음은 어떤 소설로 재미를 줄지, 작가님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우울의중점 #이은영 #나비클럽
혼란과 의문이 들 때는 시작점으로 돌아가 보는 것,
그걸 알아보는 것이 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 역시 그렇다.
첫 사랑의 이야기를 알아야 이전과 이후의 모든 서사가 이해가 된다.
“나는 이 이름을 평생 잊을 수 없다.
본명은 혜정이었지만 그는 내게 조우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 어떤 이유도 밝히지 않고.”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첫 사랑이다. 신비롭고 아름다웠다고 기억하는...
“난 네가 되고 싶어.”
9월 16일, 열세 번째 생일, 조우와 나는 생일이 같다.
언제 선명해지나 기대하며 즐겁게 읽다가,
무슨 일이 있었는 지를 읽게 되었을 때...
딱! 하고 주변의 공기 흐름이 멈춘 듯... 놀랐다...
멈추고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고 싶어졌다.
Dear Telos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목적인(目的因)...
논리와 설득으로 존재를 설명해보려는 노력...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 때 그냥 먹는 게 아니야.
자신이 원하는 인간상이 있어.
다들 그 인간상이 되려고 갖은 애를 쓰면서 노력해.”
단년의 삶으로 응축된 그 포화된 에너지가 내뿜을 수밖에 없는 폭발과 수축.
동물의 습성을 따르는 편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고,
살육에 죄의식이 없는 포식자처럼 나이를 먹어야만 덜 고통스럽다,
는 이야기는 디어탈로스만의 삶이 아니라서...
새삼 오싹하다.
1년이라는 시간은 봄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던 시절을 기억나게 한다.
새 학기 새 반 새 담임... 그리고 새 학교...
새로운 낯선 것들, 이들을 거듭 만나는 형식이 힘들었다.
나는... 친구란 무엇이고 어떻게 사귀는 것인가, 고민을 꽤 오래 해서
누가 “친구야~”라고 부르면 깜짝 놀라기도 했다.
동창, 동기, 동료, 지인...
모두가 친구라고 부르고 불리기도 하고
모두가 그저 타인이기도 했다.
이 작품 속 인물은 여러 명으로 복제되기도 하지만
결국엔 두 명인 듯한 단 한 명인 건가 싶어...
왈칵 외롭고 쓸쓸했다...
타인으로 불러 낸 자신을 마주 보며 의식이 흐릿해지는 장면은... 서러웠다...
! 스포를 피하려 할 말은 다 썼지만 내용 전달은 부족한... 거의 없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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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고 진동하는 지진이 ‘느껴지는’ 방에서 나는 침대 위에 놓인 소포를 바라본다. 시작부터 시점이 기묘하다. 혼란스러운 풍경에 마음을 더 단단히 하고 읽어 본다.
이별을 겪고 대면 접촉을 기피한 나는 아랫집 여자의 수다에 휘말려 그 집에서 오랜 시간 남편과의 불화를 듣고 만다. 침 대 위 소포 상자는 아직 열지 않았다.
“그나저나 상자 위치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면 어제의 나는 어디서 잠을 잔 것일까. 아마 잠을 자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새벽에 세탁기를 돌리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깬다. ‘나’는 오래된 연인과의 이별로, 이별 후의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는 설명이 계속 등장하는데 나는 관계도 이별도 몹시 수상해하며 의심하는 중이다.
진동처럼 허상일까, 희뿌연 안개처럼 다른 것을 가리는 장치일까... 이토록 희부연하게 부유하는 이야기의 결말이 조바심나게 궁금하다.
“안개를 대신하는 것? 사람의 입김?”
이제 지진은 본격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했고, 아랫집 여자와의 시도 때도 없는 만남과 빠짐없이 듣게 되는 결혼생활로 피곤하다.
이제 집에는 물이 흥건하다. 내 집에만 물이 새어 들어온다. 나는 무언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는 중이고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듯한 시간의 흐름 속에 더욱 동요하고 있다. 헤어진 그에게선 그가 무작위로 넣은 물건이 담긴 택배가 계속 도착한다.
열흘이 지난 아랫집 남자가 나를 찾아와 아내가 사라졌다고 전한다. 나는 남편이 못 마땅하고 딱히 열심히 그의 아내를 찾으려는 생각도 없지만 아랫집을 방문했다. 별 대화는 없었고 일주일이 지나자 아랫집 여자에게서 편지가 오기 시작했다.
“당신을 만나서 8년간 이야기를 나눈 것보다 한 달간 은효씨랑 얘기한 게 더 많아. 내가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당신에게 가 닿지 않고 내 머릿속에서만 시작되고 끝이 났어. (...)”
몇 달이 지나고 나의 방은 몇 초도 않아 있을 수 없는 강진이 일어나고, 온 사방에서 나타난 그의 그림자는 나와 모든 것을 함께 한다. 택배 상자는 아직 열지 않았다. 아랫집 남자의 간절한 연락에 내려가 보니 남자는 내가 지진을 느끼듯 찬바람을 맞으며 엉망으로 살고 있었다.
얘기를 나누던 중 남자는 소용돌이 바람을 나는 최강도의 지진을 느끼기 시작한다. 과거의 기억들은 다시 한 번 휘몰아치고 후회는 짙고 할 수 있는 일은 도망도 못 가고 그 자리에서 우는 것뿐.
열지 않은 택배 상자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혹은 무엇이 들지 않았을까...
‘기울어진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절망감을 안추르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놈은 오늘도 나를 따라왔다. 아니, 남들이 봤을 땐 내가 들고 온 것이었다.”
면접 대기 장소의 냉막한 풍경도 대단한데, 의자가 따라 온 면접자가 등장한다. 의자라는 사물이 인간을 향한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공포의 소재로 사용되는 작품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그 낯설음이 선뜩했다. 제목의 ‘사형을 당해야 할 의자’는 이 의자임에 틀림없다.
분명 면접을 보러 간 여자는 잠시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문장들 속에 머물더니 ‘면접관이 보는 앞에서 의자에 올라가 목을 맸다’고 하여 멍하니 놀랐다. 인간을 죽이는 의자구나... ‘사형’이란 조금은 불편한 표현을 선택한 이유를 알겠다. 이 사건을 밝히는 내용인가 싶었는데 중점은 재빠르게 옮겨 간다.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알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삶 속에 내버려진 의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인간이 의자에게 칠한 마음의 독성 물질이 어디까지 퍼질 수 있는지.”
저자가 모아둔 풍경 속의 의자들은 내가 가졌던 이미지와 아주 다르면서도 나도 이미 알던 것들이었다. 단지 인간의 의지와 행동만이 보였을 뿐, 그 의자에 앉았던 인간의 감정과 행동이 의자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상상을 하지 못했다.
의자에 앉아 반성하는 벌을 받던 이들의 마음, 의자 위에 올라가 목을 맨 어쩌면 수많은 이들, 그리고 그로 인한 원망을 받아 내는 의자들. 의자에게도 복수심이 생겨날 수 있을까.
“의자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 그걸 자살 도구로 이용한 건 인간이잖아. 애초에 의자를 만든 것도 인간이라고.”
“의자를 발명하도록 인간의 상상을 유도한 건 의자가 가진 본질이자 심상이야. 인간의 지각을 뒤흔드는 생산적인 자극이 있었다는 거지.”
의자와 같은 무생물이 자신을 지켜보는 느낌을 받으면 공황발작이 일어나는 오빠, 언제부터인가 의자에 대해 경고하며 곁에 머무는 석희(席犧 자리 석 희생 희), 그리고 집 안의 의자들이 모두 이상해진다는 걸 깨닫기 시작하는 나.
인물들을 차례로 의심해보다 어느 의자가 살의를 가진 의자일까 고민해보다, 뜻밖의 전개에 소름이 싸악 끼쳤다.
“여은아 (...) 넌 말이야... (...) 의자에서 태어났어.”
의자에서 태어난 동생은 아무리 유기해도 집에 돌아왔고, 마물의 존재라고 생각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긴다. 죽여도 죽지 않고, 자신이 싫어하게 된 주변인은 죽거나 크게 다치게 된다. 그런 사건이 일어날 때는 언제나 주변에 의자들이 많았다.
20년 마다 오빠가 위험해진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까...
의자인 동생은...혹은 의자라고 믿고 있는, 의자에 갇힌 동생은 누가 사형을 시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