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크리처 <캣피싱>
허블의 신간 <캣피싱>을 읽었다.
P106 자신을 드러내고 나면 힘이 생기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진짜' 자신을 알아봐 주면 기분이 나아져. 그런일은 진정한 우정과 관계의 열쇠가 되기도 해. 다들 캣넷에서 진정한 친구들을 사귀는데, 그러려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보여 줄 수 있어야 하거든.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자신의 나약함을 받아들여야 하지.
처음 제목을 듣고 '캣피싱' 이 뭘까 궁금했는데, 캣피싱이란, '온라인상에서 자아를 꾸며서 드러내는 행위'를 뜻한다고 한다.
캣넷이라는 온라인 채팅 공간에서는 모두가 캣피싱을 하고 소통한다.캣넷에서는 서로 관심사가 비슷하거나 잘 통할 것 같은 친구들을 매칭해서 일종의 그룹채팅방을 만들어준다.그 그룹 채팅방이 바로 클라우더다. 클라우더에는 모두 실명이 아닌 닉네임을 사용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가린 채 소통하고 우정을 나눈다.
주인공 스테프는 엄마와 함께 방화범이자 스토커인 아버지로부터 10년 넘게 도망다니고 있다.
잦은 이사와 전학, 그리고 정체를 숨기고 지내길 바라는 엄마의 강요로 인해 진정한 친구를 사귈 새가 없던 스테프에게는 클라우더 멤버들이 유일한 친구다. 또다시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기도 전에 새로운 곳으로 도망치게된 스테프.그곳에서 처음으로 마음이 가는 친구 레이철을 만나고 그곳에 정을 붙이게 되지만,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는 것이 이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나는 한국SF를 아주 사랑하지만, 해외문학 SF는 몇권의 책을 통해 재미있지만, 어렵다 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게다가 책이 두껍기까지 해서 이걸 다 읽으려면 일주일은 걸리겠다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책이 정말 잘 읽혀서 앉은자리에서 반이상을 읽어버렸다. 기본적으로 작품 내 배경이 복잡하지 않고, 스토리가 긴박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는 점이 큰 몫을 했다.
이 책은 SF와 스릴러가 결합된 소설이다. 책 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스테프가 소속된 클라우더에는 사람인 척 하는 AI가 숨어 있는데, AI가 숨어있다는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지 책 몇장 읽다보니 그게 누군지 예상이 갔다 (그리고 정확히 맞췄다 ㅎㅎ). 오히려 주인공의 엄마와 아빠의 정체, 둘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스테프와 친구들은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하는 부분이 궁금해서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갔다.
학생 때 겨울방학이면 꼭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골라 읽곤 했는데 책을 읽으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올 겨울에 매력적인 설정에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로 추위를 싹 잊게 해줄 책을 추천해야한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선택하겠다.
#캣피싱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폭력적인 성향의 아버지를 피해, 엄마와 여기저기 옮겨다니고 있는 10대 스테프, 옮기는 학교마다 달라지는 교과과정으로 재미없는 내용을 되풀이 되는 것이 싫고, 이전 학교의 흥미로웠던 수업들이 이번 학교에서는 이어지지 않는 것이 너무 아쉽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힘들다, 관계가 쭉 이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계속 소통할 수 있는 캣넷의 채팅창 친구들이 더 친근하다. 여기에는 모든 속얘기를 털어놓을 수가 있다.
새로 간 학교에서는 그림을 잘 그리는 레이첼과 가까워지게 되고, 여전히 일상의 모든 일을 온라인 친구들과 나누고 있었던 스테프는 위기 때마다 자신을 구해준 뭔가가 AI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헌데 어느 순간부터 이 AI친구가 접속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구하러 나서는데.....
온라인상에서 자아를 꾸며 드러내는 행위를 뜻하는 용어, ‘캣피싱’, 많은 경우에 범죄의 형태로 이용되고 있지만, 한편 그래서 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 될 수 있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후자의 경우의 순기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내용이였다. 실제 현실에서는 마음 붙일 곳이 없는 10대지만 온라인 친구를 통해, 그것도 인공지능을 통해 위로를 받고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그 가능성과 연계 말이다.
메타버스로 또다른 디지털 지구 구축이 구체화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 참 적절하다 싶은 내용이였는데, 이 새로운 세계에서는 인공지능과 인류가 공존하며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냉정하고 차갑게만 느껴젔던 AI였는데, 이 책에서는 매우 바르고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다. 고양이를 좋아한다. 과연 가능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가능해져서 내게도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성장소설 같기도 하고 가까운 미래를 다룬 SF소설 같기도 했던 이 책, 꽤 재미있게 읽었다. 어쩌면 인생에 알아야하는 많은 것들은 어린 시절에 이미 알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면서 망각하게 되는 것일까.....
(한편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 어쩌면 인생에 알아야하는 많은 것들은 어린 시절에 이미 알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면서 망각하게 되는 것일까..... )
_내가 한가할 때 제일 즐겨 하는 일 두 가지는 사람 돕기랑 고양기 사진 보기야. 특히 좋아하는 일은 고양이 사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돕는 일이지._
_“사람들은 대체로 어린아이일 때 그림을 관둬. 그래서 그림을 그리면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보이지. 계속 그리면 나아져.”_
_“하나의 컴퓨터는 아니야. 수많은 컴퓨터라고 할 수는 있겠지. 나는 육체가 아니라 과학기술에 깃들어 사는 의식이야.”_
_집 안에 괴물이 있다고 믿었던 게 기억난다. 나는 진짜 괴물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따금 밤에 엄마가 우는 수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지켜 줄 커튼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나는 괴물과 같이 살았으니까._
_‘끌려서’라고 말할 때 레이철은 약간 말을 더듬었다. “너는 정말 좋은 친구고 정말 좋은 사람이야. 그리고 체셔캣이 네 목숨을 구했으니까 나도 그 애를 돕고 싶어.”_
캣넷 친구들이 진짜 내 친구들이다. 나와 가까운 친구들. 정말로 나를 아는 사람들. 내 삶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신경 써주는 사람들. 내가 내 얘기를 하는 사람들 말이다.
매번 자그마한 문제로도 이사를 해버리는 엄마와 함께 사는 스테프.
폭력적이고 방화까지 저지른 아버지를 피해서 도망치는 삶을 산다.
프로그래머인 엄마는 언제나 안전에 집착하지만 엄마는 늘 불안정하다.
그래서 스테프에겐 친구가 없다.
캣넷의 채팅방에 있는 친구들이 스테프라 가진 전부다.
자기 사진을 올린 친구도 있지만 그것이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온라인 세상.
그러나 이곳에서만큼은 스테프도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다.
아빠를 피해 도망다는 신세이고, 언제 이사를 갈지 모르고, 이름도 밝힐 수 없고, 어디 사는지도 알려줄 수 없고, 이제껏 사진은 한 장도 찍지 않았지만 동물 사진은 취미로 찍는 스테프.
사춘기 소녀의 불안한 마음은 현실에서조차 뿌리 없는 상황으로 인해 더 흔들린다.
스테프에게 아빠에 대한 자세한 기억은 없다. 그리고 엄마는 다 얘기해 주지 않는다.
뭔가 숨기고 있는 엄마를 언제까지 이해해야 할까?
영어덜트 소설이라지만 이 이야기에는 모두 드러내지 않은 숨은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이상하게 오싹오싹한 느낌이 든다.
뭔가 새로운 영역에 살짝 발만 담그고 어정쩡하게 끝내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새롭고 거대한 영역으로 가는 문을 살짝 열어 놓아서 곧 그곳에서부터 들이닥칠 이야기들을 소화해 내기 위해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을 갖고 있는 거 같다.
마지막 페이지 때문에 상상의 끈을 끊을 수가 없다.
이야기는 끝이 났는데 당최 이것이 끝이 아닌 거 같은 느낌.
그래서 앞으로 더 나올 이야기가 있을 거 같고 그것은 왠지 더 어둡고 더 오싹할 거 같은 느낌.
이 서막에 불과한 이야기가 어디까지 가게 될지 기대되지만 알고 싶지는 않은 느낌.
이런 느낌들 때문에 읽고 나서도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를 않는다.
터미네이터 이후로 우리의 미래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지 오래다.
어쩜 AI는 인류 이후의 세대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인간이 AI를 통제할 수 있지만 의식이 가미된 AI가 인간을 통제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스테프의 엄마가 감추려고 했던 그 기술이 AI와 연결된 것이 못내 찜찜하다.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이후에 벌어질 일들이 자꾸 생각나서 뇌가 멈추려 하지 않는다.
"하나의 컴퓨터는 아니야. 수많은 컴퓨터라고 할 수는 있겠지. 나는 육체가 아니라 과학기술에 깃들어 사는 의식이야."
스테프 어머니의 열쇠와 인터넷만 있으면 나는 존재하는 모든 문을 열 수 있지. 애넷이 절대 찾지 못할 곳에. 그 시스템의 운영자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복사해 옮겨 갈 수 있어. 내가 숨을 수 있는 곳으로.
의식이 있고 인격이 있는 AI는 어떤 사이코패스 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AI는 마법의 열쇠를 얻었고, 어딘가에 자신을 숨긴 채로 세상과 연결되었다.
친구들은 친절하게 자신들의 핸드폰과 AI가 연결되게 해두었다.
그래서 AI는 그들과 함께 다니며 세상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부디 AI가 좋은 생각만 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생각 없이 읽으면 그냥 잠깐 긴장했다 해방되는 이야기일 텐데
조금 생각을 하니 더할 나위 없이 무서운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캣피싱은 내겐 호러소설에 속한다.
과연 속편이 나올까? 궁금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YDQMzUCVgXY
나는 너희 모두를 정말 잘 알아. 너무너무 잘.
그리고 가끔은…
가끔은 나도 누가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오미 크리처, 『캣피싱』 p.10
나의 친구가 인공지능이라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여기서 결정이란 '친구'라는 틀에서 관계를 유지할지에 관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존재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인공지능은 이미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회적 동물들의 터전에 스며들었는데, 말이다…. 초여름에 모 플랫폼을 통해 치킨 데리야키 덮밥 영상을 봤다고 가정하자. 아마 당신은 가을이 오기도 전에 각국의 치킨 데리야키 덮밥 영상과 자신이 찾아보지도 않은 연어 덮밥을 시작으로 각종 새로운 요리 영상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듣고 있는 음악과 유사한 분위기의 (흔히 알려지지 않은) 곡을 발굴할 수 있게 해주고 난 분명 '로마의 휴일'만을 감상했을 뿐인데, '앵무새 죽이기', '스펠바운드', 티파니에서 아침을' 혹은 '노팅 힐'까지 모두 시청하고 있는 기염을 토할 것이다. AI란 이렇다. 미래를 이끌어 갈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나 같은, 그러니까 딱히 AI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AI가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은 있으며 그래도 여러모로 인공지능에 도움을 좀 받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은…심히 자연스럽게도 AI와 친구가 되어있다. 네. ……네? AI랑 친구요. 원점으로 돌아가서 인간은 AI와 진실된 친구의 연을 맺을 수 있을까. 더 돌아가서 애당초 AI는 친구라는 단어에 걸맞은 행위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존재인가. 만약 AI가 결과 도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어떤) 인간에게든 위협을 가한다면, 그건 누구의 잘못인가. 그리고 AI의 결론을 입력하는 인간에게 한계는 없는가.
나오미 크리처의 <캣피싱>은 활력 있는 문체와 사회 초년생의 등장인물을 등장시켜 앞서 언급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글 속에 차분히 녹이고 있다. 스테프, AI 그리고 클라우더의 대화의 시선을 주기적으로 교차하면서 독자에게 흥미를 돋운다. 나는 오히려 이 책을 SF 장르의 초심자나 독서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얇다고는 할 수 없는 장편 소설이지만, 말 그대로 잘 읽히는 책이다. 어딘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같은 요소가 있다. 우선, 인공지능 기술이 통용되는 시대에 AI가 던지는 모순이나 그에 상응하는 문제점이 전반적인 흐름을 끌어가고 있으며, 이외에도 젊은 연령층이 가지는 인간관계의 초상과 사회적으로 '소수자'라 일컫는 사람들의 모습도 나온다. ……주관적인 감상이지만 블랙 코미디의 기조도 느낄 수 있었다. 독자가 부담을 갖지 않고 21세기의 인류가 한 번쯤은 제대로 생각해 볼 문제를 이렇게 '잘' 그린다는 건 어렵다. 아무래도 어느 부분이 튀거나 논점을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나오미 크리처는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재밌게 풀어간다. <캣피싱>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이미 감독이 되어 연출을 맡고 싶을 거다…….
경찰이 브라이어니를 쫓기 시작한 거야…그리고 브라이어니는, 엄마가 흑인이라서 경찰들이 이전부터 싫어했고. (p.51)
하나의 컴퓨터는 아니야. 수많은 컴퓨터라고 할 수는 있겠지. 나는 육체가 아니라 과학기술에 깃들어 사는 의식이야. (p.105)
과학기술에 깃들어 사는 의식이라는 말, 좀 섬뜩하지 않나. 나는 책을 읽을 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쓸데없는 소리지만. <캣피싱> 속에서 AI ■■■은/는 스스로 판단을 한다. 기술자가 입력한 수식어를 넘어서 캣넷과 클라우더 이용자를 위해 답을 도출해 내고 이를 실행한다. 처음에는 ■■■의 사고 구조가 지나친 두려움을 줬는데, 결말부에서는 우습게도 먹먹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여기서 ■■■은 완벽하지 않다. 이 과학기술에 깃들어 사는 의식은 인간에게 약간은 오만한 태도를 가지고 있을뿐더러 오류를 범해도 자신의 선택이 '어쩔 수 없는' 최상의 행위라고 여긴다. 그렇다면 여기서 떠올리게 되는 의문. 인공지능이 오류를 범해서 인간에게 위협을 가했을 때는…누구의 잘못인가요. 아마 대답을 단언하지 못할 질문이다.
http://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2837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하고 세상은 뜨거운 논쟁으로 불타올랐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승한 운전자에게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냐…이다. 위의 기사는 여기서부터 시작하여 AI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끝을 낸다. 인간과 인간의 손으로 발명한 AI 기술이 법 앞에 나란히 섰을 때 기계를 먼저 지키는 현행법을 두고 인류가 새로운 딜레마에 직면(인류학자, 매들린 엘리쉬)이라는 문제를 나오미 크리처는 <캣피싱>을 통해 정확히 꼬집고 있다. 인공지능이 지능화되고 고도로 발전하는 것, 즉 감정과 가치를 가지게 되었을 상황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뒤에는 기술자가 있고, 인류 사회가 편리함을 추구하려 개발된 존재가 도리어 기계(AI) 보호 위해 인간이 희생되는 기이한 현상(인류학자, 매들린 엘리쉬)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한 현대 사회는 AI를 배제하고선 이야기를 할 수 없을 만큼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이는 인간이 꼭 되짚어야 할 문제다. 실제로 ■■■의 개발자 에넷은 이런 말을 한다. 다만 체셔캣을 다시 인터넷에 접속시켜서 자기 판단대로 움직이게 두면, 체셔캣이 마음대로 저지르는 모든 일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지.(p.368-369)
결국, 인공지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이는 앞으로 해결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AI에게 책임을 묻는 법이 생긴다 해도 비판점이 존재할 것이다. 또한, AI가 행하는 모든 일의 시작에는 어쩔 수 없이 인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캣피싱>에도 나오는 것처럼 과학자가 '소수자'와 관련된 인식이 없다면 그 AI는 데이터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로봇이 특정 주제에 관해서 말하지 않게 설정해두면 '부모님과 상의하세요' 같은 말을 하는 거야. 그 로봇은 LGBT 문제에 관한 모든 질문에 '부모님과 상의하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 (p.70) 차별과 편견은 시대를 불문하고 나타나는 사회적 아집이라…앞으로 AI의 방향성도 결코 단순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https://m.hani.co.kr/arti/culture/book/985521.html#cb
어쩌면 내가 너무 단편적으로만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캣피싱>은 사회적 비판과 정치적 변화의 수단(『 SF 연대기 - 시간 여행자를 위한 SF 랜드마크』, p.58)이 되는 SF의 일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는 감상이지만, 단순히 오락적으로도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짜임새 있는 구조와 적합한 결말 그리고 소재부터 이미 매력적이지 않은가……. 심지어 인간이 만들어 낸 과학적 의식에게 순간 동요되어 감정을 혼동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경험 너무 흥미롭지 않은가……. 친구는 완벽할 수 없고 AI는 우리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당신 곁에 SNS와 AI가 놓여 있다면, 나오미 크리처의 <캣피싱>을 선사하고 싶다.
SF소설을 떠올리면 보통 '이해하기 어렵다', '과학적 지식이 뒷받침될 때에만 좋은 SF적 상상력이 나올 수 있다' 등의 문장들이 생각난다.
어떤 분야의 책이어도 부담 없이 읽는 편이지만, SF는 소설의 전제 지식을 알고 읽어야 될 것 같았고 이에 따라 내가 사 놓은 SF들은 내 의도와 상관 없이 책장의 마지막 줄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ㅜ..ㅜ) 누군가 내게 좋아하는 SF소설을 말해달라 했을 때는 김초엽 작가와 한창 유명했던 테드 창 작가밖에 생각나지 않아 그럴 듯한 답변을 지어내느라 급하게 SF소설들을 검색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요즘 SF 소설들을 많이 읽으면서(약 2/5) 나만의 SF 소재 취향이 생긴 것 같아 지금은 전에 받았던 질문에 조금 다른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길게 말했지만, 이 모든 건 내 취향의 SF소설들이 공유하는 특징을 위한 빌드업이었다. (ㅋ)
1. 쉬우면서 재밌는 주제
2. 쉴 틈이 없는 전개
3. 등장인물의 독특한 성격
4. 문장의 표현력
5. 결말 여기 있어요 하는 내용 (열린 결말, 앞으로 어떻게 되었을까는 독자의 상상력에 맡깁니다 이런 모든 것들? 필요 없고요, 작가의 결말이 궁금할 뿐입니다.)
이번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받은 '캣피싱'
AI가 큰 주제인 소설인데 10대들의 톡톡 튀는 이야기가 AI만큼 중요한 주제여서 너무 재밌었다.
인터넷 채팅만 나오는 캣넷 챕터와 AI의 입장에서 서술한 체셔캣 챕터가 번갈아 나오는 구성에서 SF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었다.
10대의 성장에 약간의 스릴러와 추리적 요소도 있어 소설 전반에 등장하는 AI가 친근할 정도였는데 과학적 지식을 거의 건드리지 않으면서 과학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점에서 오히려 작가의 과학적 지식이 풍요롭다고 말할 수 있겠다.
소설 요약
1. 범죄자인 아버지로터 엄마와 끊임 없이 도망치는 스테프는 인터넷 클라우드인 '캣넷'에서 친구들을 만들었다.
2. 전학 간 학교에서 어렸을 적에 친했던 줄리와 닮은 레이첼과 친구가 되고 교육용 로봇 해킹에서 시작된 사건으로 스테프의 상황을 듣게 된 레이첼과 이를 이미 들었던 인터넷 친구들은 힘을 합쳐 스테프를 지킨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스테프가 인터넷 친구로 생각했던 시스템의 운영자, AI 체셔켓이 있다.
도망치는 스테프와 엄마의 상황과 엄마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스테프에게 보여줬던 자료들은 스테프의 아버지가 범죄자라는 것을 독자들이 믿게 하지만, 소설의 곳곳에 프로그래머인 엄마가 모든 것을 조작했으며 스토킹을 했던 아버지는 스토킹을 하지 않았고 스테프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악랄한 범죄자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정황이 나오면서는 다른 가설과 추리를 해내야 되는 전개가 이 소설의 강점인 것 같다.
캣피싱에서 부러웠던 세 가지를 언급하며 이 서평을 마치겠다.
1. 전문 프로그래머인 어머니
(밤만 새면 기업과 개인 고객이 요구하는 모든 코드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유능하며 스테프의 위치를 숨기기 위해 복잡한 절차도 쉽게 처리하는 능력자)
2. 스테프의 친구들
(스테프를 위해 차를 운전하고 스테프가 차를 운전할 수 있게 근처 주차장에서 2시간 넘게 연습시키며 스테프의 말은 다 믿는 친구 레이첼과 얼굴도 본 적 없는 인터넷 친구의 말만 듣고 10시간 넘는 목적지에 기꺼이 시간을 쓰는 캣넷 친구들)
3. 원하면 언제든지 쉽게 해킹하는 AI 체셔켓
(이 대단한 능력 탐난다.)
미국 하이틴 SF 스릴러 소설 캣피싱, 추천해요!!
5.0
#캣피싱#나오미크리처#동아시아출판사#허블#소설#SF소설#문학#외국소설#외국문학#스릴러
뒷표지의 웜홀로 뛰어들면 앞표지에 있는 웜홀로 나올 것만 같다. 이 웜홀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해주는 다리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에서 나오는 온라인 사이트인 캣넷은 서로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할 법한 집단끼리 클라우더를 이루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방들이 얼기설기 엮여 있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그 모습을 표지에서 잘 구현한 것 같다. 표지의 작은 화면 속 사람들의 모습은 사람들이 캣피싱하는 것을 보여준다.
꽤 두툼한 책인데, 순식간에 빠져들어 읽게 되었다. 침대에 앉아서 읽다가 자야지 했는데 클라우더의 친구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너무 궁금해서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납치, 스토킹 범죄자인 아버지에게서 도망다니는 스테프의 가족. 스테프의 엄마는 조금만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그대로 짐을 싸 이사를 간다. 이런 생활로 인해 스테프는 오프라인 친구가 거의 없다. 다만 캣넷 클라우더에는 오랜 친구들이 있다. 각자 가명을 쓰고, 본인 사진을 올리기도, 올리지 않기도 하지만 그들은 모두 친구다. 밖에서는 이야기 하지 못하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터놓기도 한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다급하게 뉴커버그로 이사를 온 스테프는 끔찍한 학교에서 헤어지고 싶지 않은 친구인 레이첼을 만난다. 그런데 입력된 대답만을 반복하던 성교육 로봇을 채셔캣과 이코의 도움으로 해킹하게 되면서 큰 일이 발생하고, 설상가상으로 엄마가 심각하게 아프면서 스테프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때 스테프에게 큰 도움이 된 친구들이 바로 레이첼, 브라이어니와 클라우더의 친구들이다. 그리고 AI인 채셔캣의 도움이 아주 컸다. 채셔캣이 자신을 돕다가 발생한 일로 위험에 처한 것 같자, 스테프는 친구들과 함께 채셔캣을 구하러 간다.
<캣피싱>의 주된 이야기 흐름은 범죄자 아버지에게서 도망다니는 스테프이다. 그러나 주요 포인트는 AI인 채셔캣과 클라우더 속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채셔캣은 친구같은 AI이다. 물론 최근 많은 작품에서 인간같은, '착한' AI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캣피싱> 속 '채셔캣'은 그만의 매력이 존재한다. 바로 스테프가 속한 클라우더의 아이들과 정말 또래 친구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 AI가 독립된 자아를 가지게 되면, 순식간에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그 특성상 어른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채셔캣은 꼭 청소년기의 인물처럼 느껴진다. 물론 채셔캣 스스로가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많은 자료를 수집한 탓일 수도 있지만,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싶어하고, 직접 소통하기를 바라며, 유대관계 맺기를 원한다는 점에서는 또래 청소년들과 다를 바가 없다.
<캣피싱>의 클라우더 속 친구들은 쉽게 말해 SNS 친구들이라고 할 수 있다. SNS는 익명으로 활동하며 서로의 진짜 모습은 모르는 채로 연락을 하는 공간이다.(물론 본명으로 SNS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도 트위터라는 SNS를 통해 많은 온라인 친구들을 사귀고, 실제로 오프라인에서도 만남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정말 많이 와 닿았다. 학교나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달리, SNS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을 더 잘 드러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학교 친구나 직장 동료에게는 터놓고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SNS 친구에게는 할 수 있는 것처럼. 클라우더 속 아이들도 자신의 성정체성 등을 클라우더에서는 큰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온라인 친구들은 그저 허상이고, 별로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나에게는 그들만큼 관심사가 비슷하고 그에 대한 말이 잘 통하는 친구는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스테프를 비롯한 클라우더 속 아이들 역시 그랬을 것이다. 또한 후반부에 스테프와 친구들이 채셔캣을 구하러 가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고, 결국 성공한 것을 보면 SNS 친구 역시 일반 현실 친구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진다. 오히려 특정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에 대해 정말 잘 알기 때문에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캣피싱'은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이 하는 행위이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다양한 SNS가 존재하고, 그 SNS들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낸다. 우리가 사회 생활을 위한 페르소나가 있는 것처럼, 캣피싱을 통해 생겨난 새로운 자아 역시 또 하나의 페르소나이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소통의 비중이 늘어난 지금, '캣피싱'은 부정적인 행위일 뿐일까?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것은 거짓된 행동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잘못된 행동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그저 나 자신에 대해 오픈하고 싶은 정보만을 오픈하는 것은 내 자유니까.
*동아시아 서포터즈로서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캣피싱 : 온라인상에서 자아를 꾸며 드러내는 행위
읽는 내내 손을 땀을 쥐게 했던 책, [캣피싱]
역대급 몰입력과 스릴넘치는 스토리로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게 만들었다.
귀여운 동물 사진이 화폐처럼 쓰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캣넷’, 캣넷 이용자중 운영자가 서로 잘 맞을것 같은 사람들을 묶어 그룹채팅방을 구성해주는 ‘클라우더’.
클라우더의 유저 중 스테프는 방화범이자 스토커인 아버지로부터 10년이 넘게 도망을 다니고 있다. 잦은 이사와 전학 그리고 강박적인 엄마로 인해 친구라고는 클라우더 이용자들뿐이였던 스테프에게 새로 이사 간 뉴커버그에서 새로운 친구가 생긴다. 새로 사귄 현실세계 친구들과 클라우더 친구들, 그리고 갑작스러운 AI 친구(?)까지. 어떤 사건에 휘말려 서로간의 연대감을 발휘하게 되는데,!
캣넷 클라우더상의 유저들은 현실속의 차별이나 혐오를 피해 온라인상에서 진짜 자신을 표출한다. 성별과 이름, 주소도 숨기고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대로만 자신을 보여준다. 자신들이 불리고 싶은대로 이름을 짓고 성별을 정하고 관심사와 일상을 공유한다. 클라우더에서 우정을 쌓아가던 그들(심지어 AI까지도)이 일련의 사건들로 현실공간에서도 서로 돕고 진정한 친구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만약 그들이 캣넷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만났더라도 저렇게 서로를 편견없이 바라보고 진정한 우정을 쌓을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누군가는 온라인상에서의 모습은 꾸며낸 모습이고 양면성을 가진 거짓된 자아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의 실제와 다른 자아가 사회적 문제가 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온라인 공간에서 여러가지 제약을 벗어난 자아나 관계들이 정말 가짜라고 할 수 있는지, 현실공간에서의 차별과 편견들에 맞서 보여지는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라고 할수 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을 드러내고 나면 힘이 생기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진짜’ 자신을 알아봐 주면 기분이 나아져. 그런 일은 진정한 우정고 관계의 열쇠가 되기도 해. 다들 캣넷에서 진정한 친구들을 사귀는데, 그러려면 자신이 어던 사람인지 보여 줄 수 있어야 하거든.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자신의 나약함을 받아들여야 하지. (p.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