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 못했던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겨울에 빗대어
저자의 관점에서 풀어쓴 회고록.
남편의 맹장수술, 본인의 건강문제로 인한 실직,
아들의 갑작스러운 등교 거부 등으로
작가는 갑작스러운 인생의 깜깜한 터널로 빠진다.
혹독한 시련으로서의 추위와 어둠이 휘몰아친 경험을
윈터링이라 일컬으며 이 인생의 겨울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혹은 그녀는 어떻게 헤쳐나갔는지를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책.
사실 저자의 윈터링은 어떤 시각에서 보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맹장수술이 왜?
건강이 좀 안좋아서 일을 그만두는게 왜?
이런식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계획했던 일들을
자의가 아닌 상황에 의해서 못하게 되고,
그런 무기력함이 작가의 마음을 지배했던
그런 시기를 지나고 쓴 글이 아닌가 생각된다.
작가는 인생의 윈터링을 이겨내거나
피하려고 방법을 찾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면서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게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때마침 남편이 너무 힘들다며 휴직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남편에게도 쉬어가라는 의미로 생각하면서
휴식하곡 잘먹고 그렇게 그 시간을
사랑해 보라고 이야기를 해 줘야 겠다.
돈은 어찌 되것지 뭐;;;;;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라는 다분히 시적인 이 책의 제목에 걸맞게 책의 내용 역시 담백하면서도 유려하게 펼쳐진다. 자신의 인생에 펼쳐진 겨울과도 같은 불행 앞에서 작가는 그저 담담하게, 호들갑스럽거나 유난스럽지 않게 수용하고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이 '인생의 겨울'에 들어섰음을 직시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듯한 '인생의 겨울'을 자신의 삶 속으로 오롯이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진정한 겨울의 의미를 깨닫는 것을 작가는 ‘윈터링(wintering)’, 즉 ‘겨울나기’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겨울을 견디며 달갑지 않은 인생의 교훈을 깨닫는 것. 작가는 자신이 겪었던 인생의 겨울을 아주 담담한 필체로 쓰고 있다.
"그러나 겨울은 죽음이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현대의 안락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잡아챌 듯한 추위가 엄습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그 기나긴 밤의 침묵 속에서, 그리고 그 밤이 가져오는 깊은 어둠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이들이 여전히 실재함을 느낀다. 겨울은 유령들의 계절이다. 그들의 창백한 형태는 밝은 햇살 속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겨울에는 다시 선명해진다." (p.76)
계절의 변화는 이러저러한 작은 징후들, 이를테면 기온이나 습도의 변화, 바람의 세기나 방향의 변화, 낙엽이 지거나 새순이 돋는 것과 같은 자연의 변화 등으로 인해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지만 인생의 겨울은 아무런 기척도 없이 다가오는 까닭에 순간 놀라고 당황할 수밖에 없다. 작가 역시 남편의 맹장염 수술 이후 자신에게 찾아온 원인불명의 건강문제로 인한 실직, 아이의 등교 거부 등 평온했던 일상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이 인생에 있어 새로운 시기에 접어들었음을 직감한 작가는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을 나는 동안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회고록 형식으로 기록하게 되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윈터링의 진실이 놓여 있다. 겨울에는 지혜를 얻게 되며, 겨울이 끝나고 나면 누군가에게 그 지혜를 전해줄 책임이 있다는 것. 마찬가지로, 우리보다 먼저 윈터링을 겪은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도 우리의 책임이다.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 선물 교환과도 같다. 어쩌면 세대에 걸쳐 이어져온, 평생을 지녀온 타성을 깨는 일이 필요하다. 남들의 불행을 지켜부면서 나라면 절대 취하지 않았을 어떤 방식으로 그들이 스스로 화를 초래했으리라 넘겨짚는 습성은 박정한 태도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해롭다." (p.169)
작가는 핀란드인 친구를 만나 겨울을 나는 북유럽인들의 지혜를 듣고 핀란드에 방문하기도 하고, 동화책과 소설 속 배경에 등장하는 겨울의 의미를 자문하기도 하며, 찬물 수영으로 조울증을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겨울 바다에 뛰어들어 보기도 하며, 동면을 하는 겨울잠쥐(dormouse)로부터 잠의 의미를 깨우치기도 한다. 겨울의 혹한 속에서 잎을 떨군 채 생명력을 잃은 듯 보이는 나무도 실은 내년 봄을 위한 잎눈을 품고 있음을 새롭게 깨우치기도 한다. 슬기롭게 겨울을 나는 동식물들이 겨울을 거부하거나 겨울에 저항하려 하지 않는 것처럼 인생의 겨울을 슬기롭게 벗어나는 사람들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겨울나기를 더 잘하려면 우리는 시간에 대한 개념부터 수정해야 한다. 우리는 삶이 직선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시간은 순환적이다. 물론 우리가 점차 늙어간다는 점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살아나가는 동안 우리는 건강한 때와 아플 때, 낙관론과 회의론, 자유와 구속의 국면들을 거쳐간다. 모든 것이 쉬워 보일 때가 있다가도, 모든 것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것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재가 언젠가는 과거가 되고, 우리의 미래가 언젠가는 현재가 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수밖에 없다." (p.306)
우리는 때론 생명력이 넘쳐나는 봄과 여름이 끝없이 이어졌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우리의 인생에서 '불변의 전성기를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시련이 있게 마련이고 혹독한 '인생의 겨울'을 단 한 번은 견뎌내야 한다. 그렇게 '인생의 겨울'을 지나고 나면 휴식과도 같았던 긴 공백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고, 전에는 없었던 분별력과 혜안을 선물처럼 얻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의 겨울'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에게 더 혹독한 겨울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고 작가는 지적한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사회를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인생의 겨울'을 겪는 일이 온전히 그 사람의 불찰이나 부주의 탓인 양 공격하며 그 사람으로부터 등을 돌리려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오직 앞을 향한 쉼 없는 전진과 치열한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요구한다. 그러나 작가는 우리에게도 때로는 후퇴가 필요하고 빛이 있는 만큼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따뜻한 여름이 가치 있는 만큼 추운 겨울도 그 쓸모가 있는 법이라고 말한다. 그런 자연스러운 원리를 외면한 탓에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괴물처럼 변하는 것이 아닌가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사람·동화·자연·여행 등을 통해 자신의 작가의 겨울나기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지금 '인생의 겨울'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그리고 언제가 닥쳐올지도 모르는 '인생의 겨울'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강한 용기와 신념을 귀한 선물처럼 건넨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언젠가 자신이 겪었던 인생의 겨울을 작가처럼 아주 담담하게, 이전보다 더 성숙한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들려줄 날이 오지 않을까.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누구에게나 예전에 겪어보지 못한 인생의 겨울이었지만. 그것이 크든 혹은 작든.
사람이 사는데에는 희로애락이 있고, 길흉화복이 있어 삶에 굴곡은 오르막이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인간이 나고 죽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다가 나이들어 몸이 더이상 생장에 기운을 쏟을 수 없을 때, 우리는 계속적인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모든 걸 내려놓고 영점으로 수렴된다. 삶의 중간에 성장을 위한 인내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한창 끝이 어딘지도 모르고 위로 치고 올라가기만 하다가 어느 순간 모든걸 내려 놓아야만 하는 때도 있는 법이다. 동양의 사고적 말 중에 '새옹지마'란 말이 있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계절상 한 겨울인데, 인생에서도 이시기를 지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인지라 나의 삶이 순탄치 않다면 우리는 좌절하게 된다. 이러한 시절은 겨울 시간이라 하며 '윈터링'이라 겨울나기를 표현하는 책이 있다. 누구도 나의 지난한 겨울 시간을 위로해줄 수 없는, 저자의 말처럼 고독한 시간들, 이러한 추운 계절인 겨울을 살아내는 찬란한 지혜의 '윈터링'을 만나보는 시간,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를 만나는 시간이다. 책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동면의 시기, 윈터링에 대한 지적이고도 서정적인 사색의 풍경을 함꼐 걷다보면 겨울을 견디는 소중한 지혜와 마주하게 된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람의 성향은 다 제각각이겠지만, 느리고 고독감을 느끼는 강도도 다 제각각이겠지만 어떠한 겨울의 시기라도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그 수고로움과 견딜수없는 서러움과 외로움과 괴로움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속담에 함께 나누면 기쁨은 두배가 되고 슬픔은 절반이 된다고 했던가. 말마따나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는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는 법'으로 독자들을 인도해줄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인 캐서린 메이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을 나는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담담히 기록한 회고록이다. 그 시즌 안에서 저자는 다양한 일들을 겪고 있었다. 가까운 사람들을 보내기도 하고 자신의 건강의 악화와 실직도 있었고, 심리적인 위축도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겨울이 저자가 회고한 겨울시즌이기를 바란다. 우리가 한 겨울을 나듯 모두가 날 수 있는 각자의 겨울이기를 바란다. 모두가 용기를 잃지않고 꾿꾿하게 버텨 내며 삶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겨울이기를 기대해 본다. 인간이기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이겨내는 인간이기를 바래본다. 곧 다가올 봄에 겨울을 이겨내고 화사하게 웃을 수 있는 인간이기를 기대해 본다. 코로나19 시기가 길어지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프리랜서, 일일 노동자, 또한 수많은 복지 사각지대에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등등은 모두가 매서운 한파를 온몸으로 마주하며 버텨내고 있다. 그들의 삶은 스스로 버텨내기에는 몹시도 힘이드는 지난하고 고난의 시간들이지만 버텨내고 있다. 물론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그들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기를 바래본다. 더이상 그들의 삶이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에 짓눌린 삶이 아닌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씼기듯 근심이 씻겨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책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는 눈 앞에 닥친 겨울보다는 '얼음이 전부 녹고 난 뒤'를 바라보고 있다. 자신에게 닥친 겨울같은 현실을 직시하며 그 시기를 온전히 삶 속으로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대처하고 헤쳐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저자는 "겨울은 그저 혹독한 계절이 아니고, 한발 물러나 에너지를 신중하게 쓰면 귀중한 지혜를 만나게 되는 충전의 계절이된다"라 말하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책을 만나보니 먼저 눈에 뒤덮힌 표지가 인상적이다.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인 캐서린 메이는 영국 위트스터블의 바닷가 마을에서 생활하며, 캔터베리의 그리이스트처치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하기도 하고 계속 글을 쓰고 있는 분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9월 인디언 서머에서 시작하여 그 다음 해 3월까지를 기록한 것이다.
마흔번 째 생일을 앞두고 남편이 갑자기 몸이 아파서 병원을 찾아가니 맹장염이라고 급하게 수술을 하게 된다.
자신은 건강에 문제가 생겨 실직을 하게되고, 아들은 등교를 거부하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른바 윈터링(Wintering)이라는 인생의 동면기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메이는 핀란드인 친구를 방문하여 겨울을 더 추운 지방인 핀란드에서 보내며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운다.
잠깐의 따뜻함을 위해 기후가 좋은 곳으로 떠나지 않고 추운 곳을 방문하는 것이다.
겨울 바다와 사우나를 경험하고 냉기에도 회복과 치유의 기능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추워서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는 사실 다가올 봄을 위해 자신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북극과 가까운 핀란드에서는 여름부터 겨울을 위해 옷을 준비하고 집을 손보고, 장작을 패서 저장하고, 케이크도 구워서 다가올 겨울을 준비한다.
그렇지만 미리 준비한 겨울은 거기서 더이상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더 이상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계절뿐만이 아닌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다.
불행한 일은 대체로 한꺼번에 오고 나 혼자만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이것을 한 걸음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우친다.
삶은 언제나 순환되는 것이고 이런 경험을 통해 스스로 한 걸음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 항상 즐겁고 행복하면 좋겠지만 때로는 힘들고 절망적이라는 마음으로 견뎌내기도 한다.
마침 날씨마저 추워지는 겨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온 세상이 우울한 시간이다.
마음의 겨울도 잘 이겨내고 보다 나은 시간을 위해 잠시 멈추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일어서기를 바라는 독자의 마바람도 함께 희망을 가지게 하는 귀중한 경험이 된다.
[이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2020년 팬데믹 위기는 우리 모두에겐 겨울 같은 시련이었어요.
아직 그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영국의 작가 캐서린 메이가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자신이 겪은 힘겨운 순간들을 어떻게 지나왔는지를 기록한 내용이에요.
출간되자마자 영미권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는데, 이 책을 읽고나면 그럴 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예요.
"어떤 겨울은 햇살 속에 온다.
9월 초, 마흔 번째 생일을 일주일 앞둔 어느 무더운 날
내게도 이런 겨울이 찾아왔다." (8p)
지금이 아니었다면 이 문장은 누군가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쉽게 잊혀졌을 테고, 다수의 공감을 얻지도 못했을 거예요.
안 좋은 일은 늘 겹쳐서 온다고 하잖아요. 캐서린 메이에게는 남편의 복통이 겨울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것 같아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복통의 원인은 맹장염이었고 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 복막염이 될 때까지 방치된 남편을 보며 덜컥 죽음이 떠올라 두려웠다고 해요. 수술 후에도 고열에 시달리는 남편 곁을 지키며 가슴을 졸여야 했고, 그 시간 동안 아들 버트는 이웃집에 맡겨져 있었어요. 그리고 버트는 등교 거부를 했어요. 여섯 살 나이에 학교라는 곳에 압박감을 느꼈는지 불안 증세가 심각해서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된 거예요. 더 나은 삶을 위해 사직서를 낸 저자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악재들은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기나긴 불면의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밤마다 스스로를 경멸하다가참담한 마음으로 들이킨 위스키는 상황을 더 나쁘게 했어요. 그러다가 술을 완전히 끊었고 집 안에 편안히 머물면서 스스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했어요.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뜨거운 물로 목욕하고, 조용히 산책한 뒤 낮에는 읽고 쓰는 일을 하며 겨울나기를 위한 노력을 했어요. 그 노력의 일환으로 노래 강습을 받았는데, 그때 필립 선생님으로부터 안정감을 찾는 법과 폐로 공기를 들이마시는 법, 목소리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배웠어요.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고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이 뭐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그 겨울에 노래가 준 기쁨은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가족 모두가 함께 노래할 수 있어서, 더 나은 내일을 희망할 수 있었다는 부분이 정말 좋았어요.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라서 가능한 일, 그게 바로 윈터링인 것 같아요.
결국 우리 모두는 이 겨울이 언젠가는 지나가리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러니 이를 악물고 버텨내며 살아야 해요.
나는 한네에게 윈터링을 준비하고 싶은 내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 어머니는 네가 하려는 것을 이렇게 부르시지."
한네는 '탈비텔라트 talvitelat '라고 말한다. 영어에는 여기에 대응하는 단어가 없는데,
살금살금 겨울을 준비한다는 뜻 정도로 번역된다.
...
"핀란드에서는 언제부터 겨울 준비를 시작해?"
"8월."
"8월이라고?"
"사실 거의 7월부터지. 추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모든 걸 준비해두어야 하거든.
추워진 다음에는 아무 데나 마음대로 갈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40-41p)
그 모든 능숙한 준비가 망각하게 한 사실이 있었다.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는 건 쓸모 있는 일이지만, 딱 거기까지 나아가게 할 뿐이라는 것.
겨울에는 몇 발짝 더 멀리 가봤자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 (44p)
추운 겨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공간을 환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121p)
행복이 하나의 기술이라면, 슬픔 역시 그렇다.
아마도 학창 시절을 거치면서, 혹은 힘든 일을 거치면서,
우리는 슬픔을 무시해야 한다고, 책가방 속에 슬픔을 쑤셔 박아놓고는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때때로 그 또렷한 외침에 귀 기울이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윈터링이다.
슬픔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 (165p)
여기에 또 하나의 윈터링의 진실이 놓여 있다.
겨울에는 지혜를 얻게 되며, 겨울이 끝나고 나면 누군가에게 그 지혜를
전해줄 책임이 있다는 것.
마찬가지로, 우리보다 먼저 윈터링을 겪은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도
우리의 책임이다. 아무도 손해보지 않는 선물 교환과도 같다. (169p)
12월은 시작부터 잔인했다.
"멜로디맘은 큰일을 해낼 거예요."
자신의 촉을 믿으라며 용기를 주셨던 선생님의 타계 소식부터 전해졌다.
몇 년 만에 마주한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은 영정 사진이었고, 마지막 인사도 짧기만 했다.
슬픔과 허망함을 미처 달래지도 못한 채 이틀 뒤 첫째 아이의 코로나 확진이 이어졌다.
확진 3일 째 새벽부터 숨소리가 고르지 못하더니 숨을 내쉴때마다 컹컹 소리가 났다.
아이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숨 쉬는 것 조차 버거워했다.
급히 병상을 요청했으나 언제 병상이 날지 모르니 집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눈물은 쏟아지고 초조하게 애만 태우는 사이 아이의 상태가 기적처럼 점차 나아졌다.
해열제만으로 10일을 잘 버텨준 아이, 격리 해제가 되면 바로 병원부터 데려갈 계획이었다.
격리 해제날 함께 격리 생활했던 가족들이 검사를 받았고 남편과 둘째 아이가 확진되었다.
첫째 아이의 격리일이 다시 17일 연장되었다.
고난의 끝은 보이지 않고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여기가 바닥인 줄 알았는데 더 내려갈 바닥이 기다리고 있었다.
연이은 악재 속에 나를 굳건히 붙잡아 준 건 다정한 이웃과 책이었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어려워말고 연락을 달라, 뭐든 부탁해라, 수시로 안부를 물어봐준 나의 다정한 이웃들, 문고리에 몰래 먹거리를 걸어두고 간 이웃들, 어려운 부탁도 선뜻 들어준 이웃들.
다정한 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끝도 없이 절망했을테고 슬픔에만 잠겨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힘든 시기 내 곁에 내내 있어준 책 한 권이 있다.
이 책을 막 읽기 시작한 무렵부터 힘든 일들이 연이어졌다.
마치 나에게 벌어질 일들을 미리 알고 이 책이 나를 찾아와 준 것만 같다.
이 책은 작가가 겨울을 나는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룬 회고록이다.
작가의 건강 문제로 인한 실직, 남편의 맹장염, 아들의 등교 거부 등 연이은 인생의 고난들을 견디고 나는 일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의 담담함에 고난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느껴지다가도 어느새 칼날처럼 첨예하게 다가와 아프게도 했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기에 더 깊이 작가의 지난 겨울에 공감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윈터링 wintering
동물이나 식물 등이 겨울을 견디고 나는 일.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
인생의 휴한기.
첫째 아이는 격리되어 10일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이는 11살에 인생의 겨울을 나는 법을 힘겹게 배우고 있었다.
"엄마, 하루가 5일처럼 느껴져. 하루가 원래 이렇게 길었어?"
아이는 몸의 고통과 싸우면서 남아도는 시간과의 싸움도 해야만 했다.
시간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며 아이는 성큼 성장하고 있었다.
확진 초기 죄책감에 시달리던 아이를 안정시켜 준 건 다정한 친구였다.
섣부른 위로 대신 평소처럼 대해준 친구 덕분에 아이의 회복이 빨라졌다.
아이의 건강 회복만을 바라며 모든 것을 내려 놓았다.
신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이제 달리기를 멈추고 잠시 쉬어가라고, 그리고 삶을 가만히 돌아보라고.
고난은 우리의 삶을 뒤흔들고 위협하지만 살아갈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고난의 심연으로 향할수록 그 가치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내가 잊고 살아왔던 그리고 몰랐던 삶의 가치들이 보였다.
건강 앞에 올 수 있는 가치는 없다.
다정함만이 모두를 살리는 길이다.
스스로의 마음챙김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사계절 중 가장 싫어하는 계절을 꼽으라면 겨울이다. 여름도 좋아히진 않지만 겨울만큼은 아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올해는 가장 따듯한 겨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 겨울은 예년보다 춥다고 한다. 기상청의 전망이 틀릴때가 많은데 이번에도 틀렸으면 하는 겨울인데 이번 전망은 틀리지 않을거라는 것을 보여주는 날씨가 요며칠 계속 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추운 날씨로 인해 바깥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중 만나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나도 그렇지만 누구나 겨울 없는 인생을 살고 싶을 것이다. 여름 같은 인생은 아니더라도 봄, 가을 같은 인생을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살아가다 보면 자의의 의해서든 타의의 의해서든 어디쯤에선가 넘어지게 된다. 그 넘어짐에서 누군가는 일어서고, 누군가는 일어서지 못하기도 한다. 나 역시도 인생을 살면서 지금까지 여러번의 겨울을 만났다. 짧은 적도 있었고, 또 길었던 적도 있다. 지금은 겨울을 지났다고 할 수 있지만, 마지막으로 찾아왔던 겨울은 다시는 없었으면 할 정도로 심한 상실과 무기력 그리고 우울감에 빠져서 벗어나지 못한 나날이 꽤 오래이어졌다. 이러다 큰일 날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정도로 힘들고 혹독했던 겨울을 보냈던 기억이 책을 만나자 떠올랐다.
하루 종일 일만 했다고 할 만큼 정신없이 살아왔던 저자. 마흔 번째 생일을 앞두고 남편이 맹장염에 걸려 병원에 갔지만 늦은 대처로 인해 맹장이 터지고 극심한 고통을 겪는 남편을 간호하게 된다. 그 후 남편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저자에게 찾아온 통증. 죽도록 일만 하다가 스스로를 병들게 하고 만 저자에게 겨울이 왔다. 이렇게 찾아온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지금까지 겨울을 나는 법을 혹독하게 배워왔다는 저자는 겨울나기는 일종의 기술이라면서 자신의 겨울나기와 겨울을 나면서 만난 온몸으로 겨울을 체득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나눔으로 겨울 나기를 들려준다.
겨울은 내 삶을 보다 지속가능한 것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해주고 내가 내 삶을 보다 혼돈을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열린 초대다. 고독과 사색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 순간이라는 저자.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찾아온다는 겨울.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누군가 긍정의 메시지로 응원하지만 그런 메시지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는 저자의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를 만나보라고 하고 싶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지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경제적 사회적 모든 일상에 타격을 받고 있다. 급기야 팬데믹 현상으로 시대의 흐름이 전염병 관리 시대로 흐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고 있고 확진자들 뿐 아니라 중증환자들이 많아지고 사망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심각한 시간이며 극복해야하는 문제다.
이 책은 이런 시기에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캐서린 메이 저자는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글 쓰고 책 만드는 사람들 사이를 떠나지 않고 있는 사람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지은후 반응은 뜨거웠다. ‘인생 최악의 순간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찬사를 받으며 영미권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출간 두 달 만에 미국에서만 1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담담히 글을 쓴 것인데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을 나는 동안 저자 캐서린 메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회고록이라 할 수 있다. 책이 빛나는 순간은 바로 이와같은 순간들을 포착하여 독자들이 가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하고 알 수 없는 그리고 때론 오해했던 순간들을 다시 바르게 알고 그들과 공유하며 공감하고 아파하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책의 위력이자 힘이다.
그래서 나 뿐만 아니라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이런 에세이 분야는 더욱 그렇다. 에세이는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쓴것이고 저자 자신의 인생의 경험과 이야기들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에 위로와 힘과 희망이 된다. 또한 저자 자신이 여성이고 엄마이고 여성으로 살아가는데 힘든 부분들이 있는 것을 알기에 여성의 목소리를 내어 많은 여성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돈버는 사람들은 여전히 지금도 잘벌고 성공한다. 돈에 쪼들리고 회사에서 짤리고 여성으로서 힘든 사람들 그리고 이런 사회속에서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분명한건 지치고 힘든 이들은 이 책을 꼭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는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의 과정이나 불안정한 고백들을 말한 실화나 에세이를 좋아한다. 거기에는 삶과 인생이 있고, 진실이 묻어 나오며, 같은 사람으로서 공감과 아픔을 느낄 수 있고, 깨달음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겨울이다. 마음도 겨울인 분들이 이 겨울을 지나는 동안 이 책이 큰 위로를 전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함박눈이 내리고 소복하게 쌓인 걸 보면 진짜 겨울이 왔다. 첫눈 치고는 제법 풍성하게 내린 날,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이 제목이 내 마음에 쿵 들어오는 걸 보면, 책과 계절과 인생의 어느 순간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무언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서 뭉클하다. 아닌 척해도 문드러진 속을 나조차 외면하고 있었는데, 그렇다. 인생에 언제 햇빛 찬란한 날만 있었던가. 오히려 그런 날은 휙 하니 지나가버리고 말지 않았던가. 괜찮다. 잘 견뎌내면 된다. 겨울이 잘 지나가게 하면 된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고독과 사색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더 메마르고 더 외로운 시간들에 기대어보는 것, 그것이 바로 '윈터링'의 지혜라고 말이다.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는 법을 알고 싶어서 이 책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캐서린 메이.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글 쓰고 책 만드는 사람들 사이를 떠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2020년 팬데믹 위기에 지친 독자들에게 '인생 최악의 순간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찬사를 받으며 영미권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출간 두 달 만에 미국에서 10만 부가 팔렸고, 미셸 오바마의 책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10월, 11월, 12월, 1월, 2월, 3월로 구성된다. 10월에는 겨울 준비, 몸을 덥히다, 핼러윈, 11월에는 당분간 휴식, 겨울잠이 필요해, 12월에는 빛, 동비를 보내다, 버트의 겨울, 1월에는 트롬쇠 여행, 늑대 허기, 2월에는 하얀 마녀 오는 날, 바다 수영, 3월에는 개미와 베짱이 그리고 실비아 플라스, 당신의 목소리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에필로그 3월 말 '얼음이 전부 녹고 난 뒤'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윈터링'은 동물이나 식물 등이 겨울을 견디고 나는 일, 겨울나기, 월동이다.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다. 구체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라는 것이다.
그냥 첫 페이지를 열며 나는 이 책이 그저 그런 책들 중 한 권일지도 모른다는 가벼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읽어나가며, 햐, 어쩜 이렇게 내 마음을 툭툭 건드려주는 건지, 아찔하다.
매일의 세계의 톱니바퀴 사이에는 틈이 있고, 때로 그 톱니바퀴가 열리면 우리는 어딘가 다른 세계로 떨어진다. 그 어딘가 다른 세계는,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금 여기와는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어딘가 다른 세계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현실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언뜻 보일까 말까 한 유령들이 산다. 어딘가 다른 세계는 지연된 시간 위에 존재하기에 현실 세계와 보조를 맞출 수 없다. 아마도 나는 이미 어딘가 다른 세계의 언저리에 위태롭게 서 있다가 마침내 마룻장 사이로 떨어지는 먼지처럼 가뿐하고 조용하게 그곳으로 떨어진 것이리라. 그곳이 내심 집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어 나는 놀랐다.
겨울이 시작되었다. (17쪽)
이 책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작가가 겨울을 나는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룬 회고록으로, 자신에게 이유 없이 찾아온 인생의 힘겨운 순간을 '겨울'에 비유하며 그 시기를 지나는 태도를 담담하고도 투명한 언어로 그린다. 남편의 맹장염, 건강 문제로 인한 실직, 아들의 등교 거부 등 갑작스럽게 닥쳐온 '인생의 겨울' 한가운데에서 동화·자연·예술가들의 생애·여행 등을 통해 휴식과 겨울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아름답고도 시적인 순간들이 매 페이지마다 펼쳐진다. (책날개 발췌)
나는 내가 큰일이 닥쳐도 이성적으로 행동할 줄 알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한없이 흔들리고 무너지고 울며불며 나 자신이 너무도 나약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다. 내 인생의 겨울이었다. 이 책에 의하면 누구나 한 번쯤 겨울을 겪으며, 어떤 이들은 겨울을 겪고 또 겪기를 반복한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겨울은 몸서리쳐지도록 갑작스럽게 온다는 것이다.
혹독한 겨울은 때로는 우리에게 이롭게 작용한다. 따라서 무턱대고 겨울을 무의미하고 신경이 마비되는, 의지박약의 나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 시기를 무시하거나 없애버리려는 시도도 멈춰야 한다. 겨울은 실재하며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겨울을 삶 안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겨울나기의 과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간직하는 법을 배우는 것. 우리는 겨울은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낼지는 선택할 수 있다. (21쪽)
강렬한 도입부에 이어 담담하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맨 첫 장면이 시선을 확 사로잡은 이후에 평범한 일상을 세세하게 보여주는 식이다. 인간의 내면묘사와 함께 말이다.
지금껏 나는 겨울을 어서 지나가야 할 계절이라고만 생각했나 보다. 몸서리쳐지게 추운 계절이어서 그렇다. 차가운 공기와 맞닥뜨리고 보면, 이 지긋지긋한 겨울을 잘 버티고 지나야 봄이 온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겨울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본다. 겨울은 겨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계절도 그렇고, 인생의 겨울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겨울이 우리에게 쉬어갈 수 있는 경계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을 감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공간을 거부한다. 추운 계절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공간을 환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121쪽)
인생의 많은 부분은 언제나 형편없기 마련이다. 한껏 높이 비상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 일어나기조차 버거운 순간들도 있다. 둘 다 정상이다. 사실 둘 다 어느 정도 필요하다. (303쪽)
둘 다 정상이고 둘 다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인데, 아침에 일어나기조차 버거운 순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며 나 자신을 채찍질하기에 바빴다. 그럴 수도 있고, 그래도 된다는 것, 그런 내 모습도 인정하며 나 자신과 화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이 책이 예전에도 있었다면, 그리고 그때 내가 이 책을 만났더라면, 그 시기를 좀 더 슬기롭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네 인생에 어디 햇빛 찬란한 날만 있던가. 숱한 겨울을 건너온 저자는 말한다. 겨울은 그저 혹독한 단절이 아니라고. 한발 물러나 에너지를 신중하게 쓰면 귀중한 지혜를 만나는 충전의 계절이 된다고. 그녀의 이야기를 접하니 곧 닥칠 겨울이 덜 춥게 느껴진다. 당신도 나도, 이 책과 함께 지혜로운 겨울을 보내고 찬란한 봄을 맞이하기를 희망한다.
_최인아(최인아책방 대표, 前 제일기획 부사장)
이 책을 읽으며 계절인 겨울과 우리네 인생에서의 겨울을 한번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조금씩 야금야금 음미하며 사색에 잠기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저자의 삶을 통해 내 인생의 어느 순간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불합리함을 이제야 깨닫기도 하며, 떠오르는 온갖 사념들을 인식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겨울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건네받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인생의 겨울을 버티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윈터링의 지혜를 얻어보기를 권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어둠 속에선 더 빛의 밝음이 선명하고 분명하게 느낀다.
창백하고 쓸쓸한 계절의 독백이 묻어나는 겨울의 시간이
지난 시간 나에게 휘몰아치던 때를 소환하게 만든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우리의 인생을 직선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하나의 긴 행진으로 보고,
힘을 키워나가다가 서서히 젊음의 아름다움을 잃고 그 힘을 내려놓는 과정이라 여긴다.
이것은 잔인한 것이다.
삶은 숲을 통과하는 여정처럼 구불구불하다.
한창 울창해지는 계절이 있는가 하면, 잎이 떨어져 나가서 앙상한 뼈를 드러내는 계절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잎은 다시 자라난다.
p98
겨울을 지나 봄의 에너지로 돌아오는 돌고 도는 순환을
우리 삶에서 생각하고 적용해볼 수 있다하니
삶의 내리막처럼
낙엽이 떨어지고 빈자리가 드문 드문 드러나 보이는 모양새가
초라해보이는 싸늘한 계절을 맞이하고 있나보다 생각이 든다.
나무의 앙상한 뼈대 때문에
잎눈이 더욱 보이지 않는다.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살아있다.
그 겨울의 삶도 풍요롭다는 걸 떠올려보면
변화를 기다리는 계절의 고요한 휴식기가 아닌가 싶다.
내 인생에도 위태롭고 매서운 바람이 불 때만큼은
혹독한 겨울을 지내고 있는 듯하다.
지루한 동면 상태에서 나태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착각에 빠질 때가 있었다.
분명한 건 웅크리고 있는 시간은 우리가 쉬어갈 수 있는 경계의 공간이라는 것.
추운 이 계절을 어떻게 다정하게 지내야 할지 좀 더 고심해보게 된다.
어둠과 고요 속에서 때론 아늑함을 찾기도 하니까.
[나니아 연대기]는 눈의 황홀한 즐거움을 노래한다.
가로등의 노란 불빛은 하얗디하얀 눈의 순수함을 드러내고,
우리는 모든 추악함이 사라진, 최소한 감춰진 세상으로 인도된다.
눈 덕분에 아이들은 난롯가에서 몸을 녹이고 어린이들을 위한 음식을 먹으며
툼누스 씨와 비버 부부의 따스한 배려를 진정으로 느낄 기회를 얻게 된다.
p223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하얀 마녀는 크리스마스 같은 어른인 반면
어른들은 쾌락을 엿보게 하는 존재이다.
반짝이는 새하얀 공간에서
아이들은 더 새로운 기운으로 움트는 듯하다.
꽁꽁 얼어붙을 듯한 매서운 추위는
결코 겨울을 낭만으로 가득 찼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되고보니 힘든 일거리로만 여겨진다.
출근길에 길이 얼지나 않을지
외출했다가 넘어져 크게 다치지 않을지
투덜거림이 일상이 되어버린 탓에
근사한 겨울을 제대로 잘 누리지 못하고 사는 듯하다.
추운 이 계절 덕에 집안에서 가족들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덕분에 매일 해먹는 요리도 제법 실력이 는다.
더 많이 책을 쌓아두며 읽게 되고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가 매일 업데이트되며,
서로의 취향을 제법 잘 알아가는 사이임을
선호하는 영화를 함께 공유하며 서로의 친밀도가 더 높아진다고 봐야할지도.
이번 겨울동안 우린 큰 변화를 맛보았다기보다
각자 자신만의 성에서 빠져나와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보고
더 많이 이야기 나누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계절 중에 썩 좋아하지 못했던 이 겨울이
제법 좋아지려고 하는 걸 보면
나도 많이 깨어지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위기의 순간도 분명 답을 찾아가고
지혜를 모색하는 때를 기다리는 시간이 될거라는 걸
고요한 겨울속에서 삶의 거룩함을 다시 깨달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