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면 일교차가 커지는 계절이 다가오면
섬뜩하고도 오싹함을 느끼고 싶어지는데, 그 때 마침 읽게 된 이야기였다.
알고보니 절절한 러브스토리이지만, 주인공들의 과거가 섬뜩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다양한 사건들이 어울려 지면서 마지막에 모든사건의 떡밥이 풀리는 과정에서도 감정 몰입이 되어서 좋았다.
사실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반영이 되어있어 불편감이 컸고, 우리나라 소설을 읽다보면 그 불편감이 더욱 커져서 읽다가 지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의 절절한 멜로가 그 불편감을 다소 감소시켜주어 밸런스가 좋았다.
어쩌다보니 이 불편감을 자아내는 섬뜩한 소설들을 잘 골라내서 읽고 있는데 만족스러운 독서가 연속으로 이어지니 더 읽고 싶어진다.
인생에서 첫 단추가 잘 끼워졌다면, 그 다음의 삶은 평탄하고 한이 없을까? 편안하고 안온해 보이는 일상, 하지만 그 일상에는 과거의 일들이 투영되지 않았다. 누군가를 잡기 위해 내 인연의 끈을 억지로 이어 가는 것. 그 인생이 과연 행복했을까? 모두에게 상처로만 남은 인생. 그리고 마지막에 꼬인 인생을 펼치고 싶었던 시그널은 아니었을까
해심은 여성 아동 범죄부 소속 검사다. 그녀는 직장상사와 부하직원의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요양원에 있는 아빠가 요양원 좁은 욕조 안에서 어떤 할머니를 범하려고 했다는 것. 요양원으로 가 사건을 알아보던 중, 해심은 이 사건이 단순 사건이 아님을 직감한다. 그래서 이 사건의 감춰진 진실을 알아보기로 한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수십 년이 지난 역사를 간직한 남해 한 바다다. 마을에는 ‘그것’에 미쳐 배를 타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의 뒤틀린 욕망으로 한 여자의 가슴에는 지울 수 없는 비밀이 생긴다. 여자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남자. 그 남자와 이뤄지지 못하고 자신이 원한 삶도 살지 못한 여자. 더러운 세 치 혀가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면 이들의 사랑은 이뤄졌을까
얼마나 사랑했으면, 혹은 얼마나 한이 서렸으면 늙어서도 그를 향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던 것일까? 치매나 파킨슨병으로도 감출 수 없는 마음. 아버지 정민식과 그녀 고해심. 딸은 아버지의 사건을 파헤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기만 아는 엄마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을까? 껍데기와 사는 엄마의 그 쓸쓸한 마음을? 아니면 죽어버린 그 남자의 거짓과 질투가 부른 비극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 입었는지. 누군가를 죽인다는 건 얼마나 악의가 있어야 가능할까? 세상 착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반전 과거.
‘야미’라는 책을 시작으로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을 통해 류현재라는 작가의 다른 책을 검색했다, 그래서 알게 된 ‘네 번째 여름’. 책을 잡고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해 새벽에 다 읽었다. 책을 내려놓을 수 없는 흡인력이 좋았다. 다음에는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볼 예정이다. ‘아내를 위해서 월요일에 죽기로 했다.’ 이 책까지 읽으면 작가의 책은 다 읽게 된다. 다작하는 작가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아쉽지만,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남아 있어 기대된다.
아직도 곳곳에선 다양한 성범죄들이 일어난다. 그로 인해 누군가는 평생 상처가 된다. 한 사람으로 끝나는 비극이 아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피해입은 여성도, 피해입는 남성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시대는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성범죄 사건이 있다는 것이 씁쓸했다.
"첫 번째 여름에 내 아버지가 죽었고,
두 분째 여름에 그 남자의 아버지가 죽었고,
세 번째 여름에 내 남편이 죽었고,
네 번째 여름에는 내가 죽을 것이다.
그전에 그들의 무덤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검사 정해심은 검사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대단해 보이지만 검찰청에서는 일개의 검사라는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 강제추행으로 검찰에 송치된 피의자에게 벌금 500만 원을 물린 사건으로 '황금 엉덩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그녀는 성범죄자에게 중형을 때린다는 소문까지 얻게 되었고 엄마의 소개로 만남을 가지게 자리에서조차 이 사건으로 곤욕 치르게 되었다. 어느 날 친구분과 해외여행을 가시는 엄마를 공항까지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급한 전화를 받게 된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계신 요양원에서 걸려 온 전화인데 아버지가 다른 할머니를 성폭행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치매에 걸리셨지만 평소 아버지 성품으로는 봐서는 의심스로운 일이라 판단한 딸 해심은 직업 정신이 발휘하여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범죄자의 딸로 낙인찍히고 심지어 황금 엉덩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그녀이기에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을 염려하여 조용히 자신이 사건을 처리하고 싶었다. 놀라운 일은 피해자 할머니는 파킨슨병으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그 할머니의 이름 또한 자신의 이름과 같은 해심이라는 것, 아버지와 같은 같은 고향 남해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피해자 할머니는 이 일로 병원에 실려갔다. 혼수상태라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고 그대로 깨어나지 못한 채 죽을 수도 있는 위독한 상황에 할머니의 가족들이 등장한다. 아들이라는 사람은 어머니의 걱정보다는 합의금에 더 관심을 가지는 듯하고 반면 멀리 남해에서 올라온 딸은 그냥 합의금 없이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소설은 자연스럽게 해심의 아버지 정만선과 피해자 할머니 고해심의 과거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과연 그들은 어떤 사이였으며 왜 현재 정만선이 고해심과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 그 미스터리한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스토리는 더 탄탄해지고 운명처럼 숙명처럼 얽힌 오해와 질투의 사건으로 그들의 파란만장했던 삶으로 스며들게 된다. 탄탄한 스토리만큼 차분하지만 속도감 있는 작가의 필력에 매료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몰입감이 좋은 소설을 만났다. 작가의 다음 작이 너무나 기대된다.
성범죄자에게 유독 중형을 내리는 검사 정해심은 치매로 입원한 아버지 정만선이 계신 요양원의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가 파킨슨병으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할머니를 욕조에서 범하려다가 들켰다는 것이었다. 해심은 30년 넘게 곁에서 봐온 아버지가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치매라는 병이 성정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급히 요양원으로 향한 해심은 보호사들에게서 두드려 맞아 얼굴이 엉망인 아버지를 보게 된다. 그들이 아무리 말리려 해도 아버지가 할머니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피해자 할머니는 아들 하영석이 데리고 가 병원에 입원시켰다는 말을 전했다.
해심은 성범죄에 특히 엄격하지만 막상 아버지의 일이라고 생각하니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 결국 CCTV를 보여달라고 청하는데, 안타깝게도 방과 복도 등에만 설치되어 있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CCTV를 보다 보니 아버지와 피해자 할머니 고해심 씨가 최근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혹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확인해 보려는 해심에게 할머니의 아들 영석이 나타나 합의금으로 1억을 불러 난감해졌다.
살아오는 동안 수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질문이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세상에 옳은 일이라는 게 있을까? 누군가에게 옳다면 누군가에게는 옳지 않을 수도 있는데. p.142
아버지로 인해 해심이 곤란해진 이유는 '황금엉덩이'라는 별명을 가진 검사였기 때문이다. 고소인의 엉덩이를 1초 스쳤다는 피고소인에게 중형을 때린 이후 생긴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해심은 성범죄에 유난히 예민했다. 그런 그녀에게 아버지의 강간 미수 사건이 일어났으니 곤혹스러워지는 건 당연했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목격한 상황으로 인해 아버지가 저지른 일이 사실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녀는 CCTV라도 확인해 보려고 했지만 욕실에는 CCTV가 없어 자세한 정황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 피해자 할머니의 아들 하영석이 합의금을 어마어마하게 높게 부른 게 그녀의 오기를 발동시켰다. 진실이 무엇이든 그녀는 혼자서 사건을 파헤치려고 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었던 건 피해자 할머니의 이름이 해심과 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할머니가 남해의 같은 고향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되었다.
이후 시점이 바뀌어 해심은 알지 못하는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해심의 아버지와 만선의 아버지, 그리고 해심이 거의 키우다시피 한 덕자와 덕자의 아버지 하용범까지 지독하게 얽힌 관계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소설이 거의 끝에 다다랐을 때 그들 사이의 진실이 밝혀졌지만, 그 이전의 이야기를 통해 이 모든 건 하용범 때문에 벌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욕심이 많으면서도 비굴한 인간이었고, 그 무엇이든 남의 것만 탐하려 드는 탐욕이 가득했다. 오죽하면 하용범의 딸 덕자가 아빠보다 자신을 키워준 해심 언니를 더 따랐을까 싶다.
해심과 만선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시대로 인해 자신들의 감정을 마음껏 드러낼 수가 없었다. 결국 '꽃섬'이라는 작은 섬에서 두 사람은 만나 사랑을 꽃피웠고, 그 모습을 덕자만이 지켜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과거가 바깥으로 드러날 수 없었던 건 만선 아버지의 배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 이면에 숨은 또 다른 비밀 때문이었다. 그리고 질투심 많은 누군가의 거짓말과 탐욕이 그들을 갈라놓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그따위 짓을 저지른 인물은 하나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예상했던 것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펼쳐졌을 때 더욱 당황스러웠다. 그럴 줄은 몰랐다는 마음에 배신감이 내게도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게 사랑이라면, 평생 외롭고 쓸쓸히 살아가며 원망하는 게 사랑이라면요. 차라리 저는 사랑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요."
"사랑하지 않아도 외롭고 쓸쓸한 건 마찬가진데 저라면 사랑하면서 외롭고 쓸쓸한 쪽을 선택할 거 같은데요." p.255~256
이 소설에는 해심과 만선의 사랑, 만선과 해심을 지켜보는 덕자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만선의 아내 문희의 사랑 또한 담겨 있었다. 하지만 문희의 사랑은 평범을 뛰어넘어 삐뚤어진 것이라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자신을 향해 있지 않은 사랑을 구걸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칠순이 넘은 할머니가 되었어도 그 삐뚤어진 마음을 놓지 못하던 문희가 마지막엔 가엽기도 했다.
스릴러로 시작되어 여러 사랑으로 끝을 맺었던 소설이다. 젊은이들의 사랑만이 사랑은 아니었다. 누군가를 향해 오랫동안 마음에 품은 감정들이 변하지 않거나 혹은 변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성범죄자에게 중형을 구형하기로 소문난 서울 남부지검 검사 정해심은 어느 날 충격적인 연락을 받습니다. 치매로 인해 요양원에 입원중인 아버지 정만선이 파킨슨병 환자인 할머니 고해심을 욕조 안에서 성폭행하려다가 붙잡혔다는 것입니다. 피해자 가족의 터무니없는 합의금 요구도 황당했지만, 아무리 치매라고 해도 평생 ‘식물’처럼 살아온 아버지가 성욕을 발산했다는 것 자체를 믿을 수 없던 정해심은 요양원의 CCTV를 살피던 중 아버지와 할머니 고해심이 예전부터 서로 알던 사이였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돼 두 사람의 관계가 수십 년 전 남해도 앵강만(灣)의 한 어촌에서 시작됐으며, 두 사람이 같은 요양원에 머물게 된 것도, 자신과 할머니의 이름이 똑같은 점도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아냅니다.
‘네 번째 여름’은 표면적으로는 아버지의 무고함을 입증하려는 딸 정해심의 진실 찾기가 핵심인 미스터리지만, 실은 더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웠으나 탐욕과 오해와 질투가 빚어낸 겹겹의 악의들로 인해 결국 산산이 부서지고 만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에 더 가깝습니다. 그 사랑은 “나는 물귀신 같은 그녀에게로 빠져들고 또 빠져들고 매일매일 그녀 속에서 죽었다 깨어난다. 그 여자, 내 무덤.”이라는 절절한 시어를 낳기도 했지만, “첫 번째 여름에 내 아버지가 죽었고, 두 번째 여름에 그 남자의 아버지가 죽었고, 세 번째 여름에는 내 남편이 죽었고...”라는 프롤로그대로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그 비극적인 사랑의 당사자와 주변인들이 깊숙이 봉인해놓은 비밀들이 50년이란 시간을 건너뛴 현재 하나둘씩 해제되는 과정을 때론 격정적으로, 때론 내밀하고 담담한 문장들을 통해 그려냅니다.
애초 정해심의 목적은 아버지 정만선과 할머니 고해심이 과거부터 알던 관계였으며 욕조 안에서 벌어진 일은 성폭행이 아니라 일종의 ‘합의된 관계’라는 점을 입증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해심은 고해심의 가족들의 진술과 검찰 수사관이 챙겨온 정보를 통해 짧게는 50년 전, 길게는 70년도 넘은 과거에 벌어진 앵강만에서의 피할 수 없었던 참혹한 사건들과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비밀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탐욕이 어떻게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돌이킬 수 없는 오해와 질투를 심었는지, 또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몇 사람의 목숨을 거두거나 몇 사람의 인생항로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는지를 하나둘씩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이런 구도 덕분에 미스터리는 미스터리대로, 사랑과 운명이란 주제는 또 그 나름대로의 힘을 탄탄하게 발휘했고, 그 결과 짧은 분량임에도 몰입감과 속도감이 한껏 고조됐다는 생각입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여러 화자의 입을 통해 조금씩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은 조바심을 나게 할 정도로 긴장감 넘쳤고, 어쩔 수 없는 운명이 몰고 온 사랑의 파국은 어떤 멜로 스토리보다 애절하게 느껴졌습니다.
덧붙여 남해도 앵강만 어촌마을에 대한 지극히 사실적이고 매력적인 묘사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살아 움직이는 검은 뻘과 바다, 코끝을 찌르는 달큰한 무화과 향기, 펄떡거리는 병어 비린내, 그리고 백중사리 때맞춰 올라오는 늦태풍” 등 시각과 후각을 맹렬히 자극하는 문장들이 실제로 남해로 귀어한 작가의 산물이란 사실은 놀라우면서도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자칫 단순한 미스터리 멜로가 될 수도 있었던 소재를 복잡하지만 빈틈없이 정교하게 설계한 작가의 힘은 최근 읽은 그 어떤 한국 장르물보다 빼어났는데, 그래선지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되는 나머지 작품들에도 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한 편은 블랙코미디이고 또 다른 한 편은 사건성이 곁들여진 풍자극으로 보이는데 ‘네 번째 여름’만큼의 필력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기분과 여운을 전해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은 많이 있지만 내용이 오싹한 책을 읽는 것도 한 방법일것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표지부터가 좀 음산하고 공포적인 데다가 제목이 네번째 여름인데 독자로 하여금 네번째 여름에 도데체 무슨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수상작"이라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배가 된다.
작가는 류현재 작가 방송작가로서 오랜시간동안 많은 대본을 쓰고 책도 집필하였다. 특이한것은 지금은 귀어해 어부로 살고 있다. 이 책의 주배경도 남해바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등장인물은 황금엉덩이 검사라고 불리는 정해심 검사, 그리고 요양원에 있는 그의 아버지 정만선, 그 요양원에 있는 고해심 할머니, 그의 딸 하덕자, 그의 아들 하영석, 정만선의 아내이자 기자출신 박문희, 그리고 과거의 동정호의 선주이자 정만선 아버지 정세표, 덕자의 아버지 하용범, 어로장이자 고해심의 아버지 고봉주.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이 여럿 등장하니 조금 내용을 술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던것 같다. 그래서 등장인물 표를 그려놓고 책을 읽으니 내용이 더 잘 이해가 되었다.
이야기는 한 사건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평상시 성폭행 사건 전담 검사인 정해심은 요양원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되고 이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다. 그 전화의 내용은 아버지가 어떤 할머니를 욕조로 데리고가 나쁜짓을 했다는것이다. 그런데 CCTV를 확인해보니 강제추행같지 않아 정해심은 아버지의 범죄를 상세히 조사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파헤치는중 할머니와 아버지가 초면이 아니라는것을 알게 되고 하덕자라는 고해심의 딸을 만나면서 과거의 한 남해 마을에 있었던 일을 듣게 된다.
중간부분부터는 소설의 이야기가 미스터리 스릴러물에 걸맞게 뒷이야기가 궁금해 손을 떼지 못하였다. 어느 바닷가 마을의 한 소년과 한소녀의 사랑이야기, 그의 아버지들의 얽히고 설킨 비밀스러운 관계들로 소설은 마치 영화를 보듯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어떻게 이렇게 퍼즐을 맞추듯 마지막장에 가셔야 처음부터 궁금해했던 "문어무덤"의 비밀이 풀리는지 다시 한번 류현재 작가님의 스토리텔링에 감탄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 열대야가 지속되는 밤~ 이 소설로 속부터 겉까지 오싹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기에 충분하다.
#대한민국콘텐츠대상스토리부분 #한국콘텐츠진흥원 #네번째여름 #쌤앤퍼커스 #류현재작가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정해심은 일개 검사로 성범죄관련 사건을 맡고 있는 중이다. 갑자기 아버지가 있는 요양원에서 할머니를 성추행했다고 연락이 온다. 그리고 그사건을 접하면서 사건 이면에 아버지의 숨겨진 과거가 있다.
인간의 욕심이 욕망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삶도 파멸하게 만든다는걸 여실이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랑도 이기지 못하는 인간의 복수심, 사랑이라는 감적의 추악한 질투와 집착이라는 감정을 세여인의 모습과 삶을 통해 여실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책커버 띠지에 비극은 '그것'에 미쳐 있던 남자의 광기에서 시작되었다! 라는 글이 있다.
#네번째여름은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얼키고 설키게 만든 광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빠르고 쉽게 속도감 있게 읽히며서 사건속 인물들이 자신의 과거에 숨긴 비밀들이 들어나면서 성추문이라 생각했던 사건이 얼마나 슬프고 아픈 과거의 기억들이 보여주는 상처인지 여실이 들어난다.
여름에 뜨겁고 더운 공기만큼 끈적이는 인간의 욕망을 만날수 있는 미스테리 소설이라 추천한다.
이 책을 어떻게 북클럽에 담았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여러 책을 동시에 읽기도 하는데 경쟁자는 무려 태백산맥 1권이었다.
그런데 선택은 쉬웠다.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태백산맥은 작위적으로 만든 문장이 무거운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아 힘들었다.
이 책은 크게 두 개로 구조를 발라낼 수 있는데 과거와 현재다. 과거는 사건위주다. 극적이라 문장이 작위적이다. 아름답다. 미려하다. 꾸몄다. 그런데 어색하지 않다. 현재는 건조하다. 대화가 많다. 글쓴이가 부러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몰입감이 좋다는 평이 많은데 그대로다. 벌써 이만큼 읽었어라는 걸 느낀다.
단점은 이야기가 단순한 듯 복잡하다. 세 가족, 하씨, 정씨, 구씨 집안 사이의 일인데 정리하지 않으면 헛갈린다.
처음에는 읽으면서 글쓴이가 지방으로 내려간 혹은 토박이 남자인 줄 알았다. 어업에 대한, 지역색에 대한 조사가 탄탄했다고 느꼈다. 그런데 귀향한 여성작가란다.
하얀 안개는 연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도넛 모양의 검은 흔적을 걸레질하듯 지워버렸다.
그래서 문 앞에 주저앉아 녹아버린 뼈를 말로 토해낸다.
해심은 입에 쩍 들러붙는 달콤한 진액을 맛보려고 벌어진 무화과 꽁무니로 개미 떼처럼 파고드는 머리를 손으로 밀어냈다.
성관계를 아름답게 묘사해서 읽는데 감칠맛이 난다.
그리고 만선의 목구멍 속으로 깊숙이 말을 밀어 넣었다.
해심의 입술부터 가슴, 머리부터 발끝,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과 웃음까지도 짭쪼름하고 달짝지근했다.
역시나... 우마미.
진짜?
이런 표현은 작가가 진짜 경상도 사람이란 증거.
어디 구석진 방도 아니고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에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것들이 서로를 먹고 마시고 삼키고 내뱉고, 네 몸 내 몸 구분할 수 없는 지경이 되도록 사랑을 했댄다. 바닷물 속에 사는 여자한테는 사람 냄새가 아니라 물귀신 냄새가 났는데 남자는 그게 또 좋았댄다.
자신을 밀어내지 않고 온전히 품어주는 바다가 고맙다. 발 디딜 곳 하나 마련하기 위해 악다구니를 써야 했던 육지에서의 시간들이 떠올라 몸이 울컥해진다. 잠결에 파고들었던 엄마 품 같아서, 그 품에 안겼던 마지막 순간이 떠올라서 숨이 가빠진다.
그들이 했던 말은 해심의 기억 속 가장 깊은 바다, 수초들이 우거지고 문어들이 숨는 작은 바위틈에 가라앉았다.
말을 의인화.
그 말은 돌 틈 사이, 모래 틈 사이에 붙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따개비처럼 해심의 기억 속에 뿌리내렸다. 하루하루 새까많게 번져 일대를 전부 따개비 밭으로 만드는 그것들처럼, 해심의 바닥을 조금씩 조금씩 점령해갔다.
마찬가지
숫자를 세고 있는 목소리가 떨릴수록, 핏줄을 타고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 같은 간질간질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해심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황홀감을 느꼈다. 커다란 용이 트림을 하듯 바닷물이 굽이치고, 그 위에 비단옷을 입듯 연초록 플라크톤들이 반짝거렸다.
묵으로 그린 매화처럼 검은 새들이 하늘과 바다 사이에 점점이 피다 어부 그물에 걸려 올라올 때까지, 그 죽은 새가 다시 갯장어의 먹이가 되고 갯장어를 피해 수면으로 도망친 전어를 갈매기들이 잡아채 하늘로 날아오를 떄까지, 해심은 만선이 쓴 시를 읽고 또 읽었다.
앵강만에 장작불로 푹 곤 장어탕처럼 진득하고 뿌연 안개가 낀 날, 해심이 하용범과 배를 탔다.
만선도 해심만큼이나 늙었고 기억은 데구리배가 쓸고 나간 바다처럼 텅비어 있었다. 그 빈 바다에 작은 물고기부터 하나하나 채워 넣었다. 병어와 갈치, 갑오징어와 서대를 헤어치게 하는 것 어렵지 않았다.
바다가 얼굴색을 바꾸고, 구름과 안개 베일을 두르면 그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는 바다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사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사람은 알 수 없다. 그저 시간이 지나 바다가 밀어낸 죽음의 형상으로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은 그 풍경을 글로 옮긴 것이다.
글 그대로 감정을 풍경으로, 풍경을 감정으로 치환했다.
한편,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려고 쓴 글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사건도 많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 짯다.
여자 배우로 누가 좋을까?
주인공이 선을 보러다닐 나이니까 삼십대? 검사? 기자출신 엄마와 싸우는 쎈 성격? 그렇다면 한지민, 윤진서.
조연으로 주인공 엄마는 적어도 오십대 중반, 육십대니까 박정수, 덕자는 김혜옥...
남자 배우로
루저는 김희원, 정재영
조사관은 성동일
아버지는 안성기 말고 누구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