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참고 버티는 사이에
누군가는 자신이 승리할 곳을 찾는다
언제부턴가 ‘존버 정신’을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삭막하고 팍팍한 세상, 실제로 ‘존버 정신’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완벽주의 역시 세상을 장악했다. 자신이 맡은 일에 스스로 매우 높은 기준을 세워두고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힘들어한다. ‘내가 이럴 사람이 아닌데’라고 믿는 자의식 과잉이 나 자신을 공격한다. 건강한 정신으로 굳건히 버티는 행위야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버티는 과정에서 발생하기 마련인 수치심과 분노의 감정은 여지없이 나 자신을 공격한다. 맞지도 않는 일, 내 자존심을 갉아먹는 인간관계 등을 억지로 참고 버티며 다른 삶을 상상하지 못한다.
그러니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건 ‘도망칠 용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위험하며, 최소한 한 방향으로 달아나는 도망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 물론 준비 없이 도망치는 건 또 다른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며 엄청난 타격으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우리에겐 잘 도망치는 기술이 필요한데, 그 핵심은 비겁한 변명을 용감한 명분으로 바꾸는 것이다. 세상과 나 자신을 설득할 명분이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용감하게 도망칠 수 있다. 저자 윤을은 『나는 도망칠 때 가장 용감한 얼굴이 된다』에서 바로 이 명분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자신과의 약속을 정하고 이를 지키기, 부족한 이해력을 의지력과 상상력으로 극복하기, 정답이 없음을 알고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하기, 타인과 세상에 공헌하기 등이 그것이다. 도망칠 용기를 내게 하고 도망에 필요한 섬세한 기술까지 알려주는 이 책이 당신을 생전 발 디딘 적 없는 곳으로 옮겨놓을 것이다.
용감하게 도망치는 순간의 선택이 모여
나만의 삶의 지도가 완성된다
이 책이 말하는 도망은 포기와는 다르다. 포기가 가던 길을 중간에 멈춰 서는 행위라면, 도망은 살기 위해 가던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전력을 다해 뛰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방향만 다를 뿐 에너지는 똑같이 든다. 또한, 이 책은 세상으로부터 도망칠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도망칠 것을 주문한다. 나를 괴롭히는 건 나 자신일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나 바깥의 세상으로 나감으로써 더 나답게 사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도망의 기술인 셈이다.
이처럼 『나는 도망칠 때 가장 용감한 얼굴이 된다』는 독창적이면서도 강한 주장을 펼치는 책이다. 그런데도 책 자체를 읽는 재미가 상당한데, 저자가 실제 겪은 다양한 사례와 소설 속 허구의 인물 이야기가 마구 뒤엉키고, 이를 뒷받침하는 철학의 가르침이 글의 논지를 강화해주기 때문이다. 르네 데카르트와 줄리언 반스에게 의지력을 배우고 가스통 바슐라르와 이언 매큐언에게 상상력을 배우는 식이다. 12년 차 출판 편집자인 저자는 다양한 책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지혜를 실제 독자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명쾌한 언어로 정리했다. 게다가 전 세계 170만 독자의 선택을 받은 김수현 작가의 일러스트와 공감 백배의 메시지가 매 챕터 마지막 부분에 들어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의 진솔한 고백을 따라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오늘을 살아내는 모두에게 훌륭한 삶의 길잡이가 된다”는 소설가 김혜진의 말처럼 이 책은 삶의 지도 역할을 자임한다. 특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을 찾고 그대로 쭉 나아가는 돌파력까지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존버의 시대’를 끝장낼
실존철학 에세이
다양한 철학과 문학 콘텐츠에서 길어 올린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윤을의 글은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낯설게 보게 만든다. 또 이른바 ‘존버’와 ‘손절’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명쾌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의지력을 발휘한 소소한 낙관주의가 일상 구석구석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하되, 나의 긍정적 믿음과는 달리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는 다른 삶을 상상하고 도망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에 ‘책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 작가는 “작가가 풀어낸 깊고 넓은 인생의 정수들이 신선하고 시원한 충격으로 다가온다”고 평했으며, 우리 시대의 살아 있는 지성인 철학자 이진우 교수는 “도망의 기술이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내게 하는 실존철학이 됐다”고 이 책의 출간 의의를 밝혔다. 『나는 도망칠 때 가장 용감한 얼굴이 된다』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2021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인문교양서, 에세이, 자기계발서 등 온갖 분야를 넘나들며 전에 없던 글쓰기를 하는 이 책이 당신에게 묻고 싶은 건 이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나로 살고 싶은가? 무작정 참고 버티는 대신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바라는가? 나라는 견고한 성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 싶은가?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당신이라면, 이 책에서 지도에 없던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