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메이플 스토리가 내게 남긴 교훈 중 가장 찬란하고 희망적인 교훈이 아닐까 한다. / p.241
요즈음 SF 장르를 이끌고 있는 많은 작가님들의 추천 도서를 보거나 들을 때가 많다. 대표작이라고 불릴 수 있는 소설들을 섭렵하고 있는 중이어서 아마 약간 편식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름은 익숙하나, 아직 읽지 못한 소설들도 있다. 그래도 이름으로는 이미 내적 친밀감이 올라갈 정도로 꽤 많이 검색해서 찾는 편이다. 지금 있는 책들을 어느 정도 읽고 나면 도전할 생각이다.
이 책은 SF 장르의 소설을 쓰시는 심너울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얼마 전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를 읽으면서 감탄을 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생활의 터전이자 아무 생각도 없이 지나가는 장소에서의 비범한 상상력으로 아직까지 선명하게 남았다. 물론, 경의중앙선 백마역 근처도 안 갔으며, 서대문구나 마포구 역시도 일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했던 곳이지만 말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서울 길거리를 활보할 일이 생긴다면 이 역시 내적인 고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심너울 작가님의 소설을 하나씩 도장깨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전에 심너울 작가님의 에세이를 알게 되어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ADHD를 가진 작가로서의 삶, 지방에서 올라온 서울살이, 작가로서의 고뇌, 평범한 일상 등 저자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정치적 견해나 사회적인 내용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저자의 독서 취향도 나와 있어, 늘어질 틈이 없었다. 일상생활이 있어 중간에 조금씩 끊어서 읽게 되었지만, 그마저도 싫을 정도로 집중하면서 빠져들었다.
읽으면서 저자의 상상력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이 된다는 사실을 느꼈다. 확진자 밀접 접촉자 통보를 받고 PCR 검사를 하는 이야기를 하나의 소재로 생각하게 되고, 메이플스토리에서 사기를 당한 이야기를 현실 세계와 연관시키고, 별거 아닌 넷플릭스 영화를 그렇게 글자로서 열정적으로 추천하고,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그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로 만드시는지 그 능력에 새삼스럽게 감탄하게 되었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였다면 각 한 줄씩 A4용지 반 장이면 끝날 일이지 않았을까.
감탄과 별개로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청춘으로서 하나하나가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저자가 겪는 일들은 지극히 평범한 일이기에 늘상 있는 일이다. 심지어 일정한 주기로 메이플 스토리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 에세이에서 메이플 스토리가 나오는 것은 생각보다 큰 반가움이었다. 다른 이야기는 뭐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일상을 떠나 저자의 생각과 가치관, 자신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들이 너무나 비슷했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에필로그에 보면 '내 정신에 입주한 수많은 감정들 중 가장 강렬한 것은 더 잘할 수 있었다는 후회, 부족함에 대한 수치심,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 하나가 에세이 전반에 녹여져 있으며, 저자의 가치관뿐 아니라 나에 대한 정의까지도 일맥상통한다고 느껴졌다. 스스로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한 적도 없고, 이미지를 정의한 적도 없으나, 이 에세이를 보면서 깨달았다. 세상은 너무나 불안하고, 우울하고, 답답하다. 저자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가 곧 내 또래 청춘들이 이야기이다.
전반적으로 저자가 가진 특유의 유머가 하나씩 나오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넓게 보면 진짜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우울한 이야기를 웃게 만드는 그러한 매력이 있다. 예를 들면, 엉덩이에 난 낭종을 제거하고자 갔던 병원에서 수술 전 엉덩이에 손을 대고 기도하는 의사 이야기와 악플에 관한 이야기에 나온 '직장과 항문의 고귀한 임무를 구강과 성대에 아웃소싱한 인간이 세상에 한둘인가'라는 문장까지. 주변에 누군가 있었다면 분명히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을 것이다. 진짜 많이 웃었다. 아니, 웃겼다.
에세이의 분위기 자체가 비관적이면서 염세주의적이다. 특히, 저자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그것이 부정적으로만 느끼지 않았던 이유는 무언가를 얻었기 때문이다. 사람과 게임, 물건 등 저자를 이루고 있는 많은 것들에게서 좋은 점을 찾았다. 이를 스스로 느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우울함의 끝을 달리는 저자를 부르는 천선란 작가님과 움직이는 동력을 주었던 애플워치, 자본주의의 끝판왕으로 돈을 벌게 해 주는 월세까지. 다양한 모든 것에서 무언가를 느낀다. 그리고 저자는 스스로를 검열하면서 긍정적으로 행동한다. 처음은 비관의 시작이었으나 끝은 낙관의 시작이었다.
저자의 검열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인상 깊었다. 나도 내 말과 행동에 대해 후회하면서 더 나은 길로 가려고는 하나, 주변에서는 나에게 세상과 사람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아직까지는 비관적이면서 개인주의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내 시선과 생각도 조금은 관심으로 바뀌지 않을까. 에세이를 통해 일상적인 일에서도 행복을 찾고, 용기를 찾고, 열정을 찾기 위해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동력을 얻게 되었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제공되는 제한적 정보를 바탕으로 흐릿하게 한 사람의 윤곽을 그릴 때가 있다
우울증과 범불안장애와 ADHD를 가지고 있고
글을 쓸 때마다 딴 짓을 하고
그런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 딴짓 모니터를 하나 더 설치해 글쓰는 모니터를 없애지 않고
생존을 위해 커피를 마시고
한 해에 2500만원의 돈을 작가 일로 벌지 못하면 다른 살길을 찾아나서겠다고 다짐하고
그렇게 쓴 글이 혹시 타인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고민을 하고
일기같은 글을 신문에 썼다가 비난을 받기도 하고
힐다를 사랑하여 시즌3가 아직 나오지 않아 실망해 힐다 목소리 주인공이 나오는 왕좌의 게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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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게 특별한 경험은 없지만, 일상 속에서 쓸거리를 찾는 한 1994년생의 생각을 조금 읽는 기분이다
좋았던 에피소드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거처를 바꿔가는 월세생활자 이야기와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알고리즘이 바라보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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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심너울 작가의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를 읽고 작성하는 후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에세이를 좋아하지만 에세이만큼 좋은 것 찾기 힘든 장르가 있을까. 커튼 밖으로 '나'를 얼마큼 보여야 상대에게 부담스럽지 않고, 그가 함부로 나를 재단하는 일을 피할 수 있고, 또 내 의도대로 나를 보일 수 있을까. 아무리 고심해도 여전히 답을 알 수 없다. 심너울 작가는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에서 유유히 커튼 밖으로 걸어나온다. 때로 그는 옷을 입지 않은 벌거숭이 왕처럼 보여 술집에서 거하게 취한 뒤 우정을 도모하는 사람들처럼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 깃을 목 끝까지 올린 채 중무장한 모습으로 작가는 이런 일을 준비해야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 작가의 본격 작품을 읽기 전 에세이로 먼저 시작한 작가가 있다. 시인 중에는 문보영. 소설가 중에는 심너울이 있겠다. 심지어 나는 문보영 시인의 시집을 가지고 있는데도 시인의 에세이만 읽어대고 있다. 2022년 1월부터 지금까지의 독서 목록을 보자면 에세이가 압도적이다. 리디 셀렉트에서 빌린 책도 에세이가 압도적을 넘어서 전부다.
심너울의 에세이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는 순전히 제목 때문에 빌렸다. 아무도 읽지 않겠지만 틈틈이 부지런한 척 리뷰를 쓰고 있는데 팔 할이 헛소리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봐야 한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시나 소설로 쓰기에는 재주와 노력이 부족하다. 책을 읽고 떠오르는 기억과 지금의 감정과 기분을 쓴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내가 산 책을 기반으로 추천 도서를 띄워준다. 어느 날 심너울의 작품이 올라왔다. 제목이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였다. 그래 그렇군. 제목이 그렇게 됐군. 나의 장바구니는 터질 것 같고 월급에는 한계라는 게 있고 잘 알지도 못하는 작가의 작품을 사는 건 소심한 나에게는 무리이고. 얼마간의 이용료만 내면 무제한으로 책을 빌릴 수 있는 리디 셀렉트 덕분에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다.
에세이를 즐겨 읽는 이유를 따져보자면 누군가들의 속내를 일상을 과거의 상처를 그에 따른 극복의 서사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야의 특성상 사실적이라고는 하지만 프로끼리는 안다. 잘 포장한 진실이라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하건대 작가들을 만날 일은 없다. 내가 사는 곳에서 서울은 멀다. 너무. 나는 번화가를 읍내라고 부르는데 읍까지 올 작가가 과연 있을까.
만날 일 없는 작가들이 그러나 궁금하기는 하다.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건 에세이.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에서 심너울은 과거뿐인 과거와 현재뿐인 현재를 보여준다. 미래는 모르겠다. 뭐 알아서 잘 살겠지. 우울증과 범불안장애, 에이디에이치디를 앓고 있는 심너울은 웃기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더라. 작품은 좀 팔리냐는 소리를 해대는 삼촌이 밉지만 그 삼촌이 아이패드를 사줬다. 삼촌 쵝오.
택시에서 아이패드를 잃어버린 심너울. 우여곡절 끝에 아이패드를 찾는다. 그런 저런 이야기를 한국일보에 썼나 보다. 욕을 많이 들었단다. 왜 일기를 신문에 쓰냐고. 아직도 나는 IOS와 Window의 차이를 몰라 브이로그에 나오는 맥북이 사고 싶다. 블로그와 한글만 겨우 쓰는 주제에. 그 차이를 심리학과 나온 심너울이 잘 설명해 준다.
반은 알아먹고 반은 못 알아먹은 건 함정. 나 같은 컴맹은 작년에 큰맘 먹고산 그램이나 평생 써야겠다는 것만 알아먹었다. 그가 추천해 준 넷플릭스 시리즈 《힐다》를 봐야겠다. 2022년 4월 18일 현재, 《힐다》의 시즌 3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헛소리를 쓰다 보면 뭐라도 될까. 뭐라도가 뭐냐면 욕심 약간 부리자면 시나 소설이 되어서 작가가 될 수 있냐는 소리다.
헛소리를 계속하면 쓰레기가 되는 건 십중팔구. 헛소리를 계속 쓰면…. 책 이야기에 책 이야기는 없는 리뷰를 쓰다 보면…. 욕심부리지 말자.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잠 잘 자는 나로 살아가자. 심너울은 본명이란다. 리디 셀렉트에 검색하니 심너울의 책이 꽤 있다. 다음 달의 월급이 아껴지겠네요. 감사. 심너울의 헛소리는 책이 되었고 그걸 읽으며 나는 또 헛소리를 쓰고 있고. 인생. 별거 없다는 게 오늘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