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너 허먼의 독살로 읽는 세계사에 대한 리뷰입니다. 우연히 SNS를 통해 접하게 된 책입니다. 누군가가 올린 후기를 아주 잠깐 읽었음에도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결국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제일 먼저 보이는 표지 디자인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책을 구매할 때 표지도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 생각해서 표지는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세계사를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읽기보단 가볍게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었습니다. 내용이 청결하진 않아서 흐린눈을 하게 되는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참 다양한 사람이 독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다는 게, 그 사람들을 독으로 죽일 생각을 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 무섭네요. 나중에 작품을 창작하며 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게 될 때 유용한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독살이 많았길래
「독살로 읽는 세계사」라는 책 제목을 볼 때 들었던 생각이다. 평소 관심을 뒀던 주제는 아니지만, 퍼뜩 든 궁금증은 구매욕을 자극했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 이 책 겉표지에는 “중세 유럽 의문사부터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은밀하고 잔혹한 역사의 뒷골목”이라는 카피가 있다.
김정남 암살 사건에는 큰 흥미가 없었지만(뉴스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므로), 중세 유럽의 의문사에는 관심이 갔다. 그렇게 이 책을 만났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는 ‘호화로운 궁전에 넘쳐나는 독’이라는 제목이 붙은 1부, ‘소문과 과학의 만남, 유럽 왕실 독살 사건’이라는 제목이 붙은 2부, ‘은밀하고 신속하게, 현대의 독살 사건’이라는 제목이 붙은 3부, 이렇게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1부. 1부는 독살과 관련된 중세의 사회 문화적 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5장으로 구성된 1부. 각 장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식탁부터 속옷까지 안전지대는 없다’, ‘신비한 힘을 가진 유니콘의 뿔과 수탉의 똥’, ‘미모의 대가는 크다! 치명적인 화장법’, ‘사람 잡는 의사, 수은 관장과 쥐똥 묘약’, ‘화려한 궁전, 가득한 악취’
나는 2부의 개별 사건보다 중세 사회의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1부가 더 재미있었다. 1부를 읽으며 나는 한 편의 촌극을 읽는 기분이었다. 그렇다, 촌극!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었다. 몇 가지만 옮겨본다.
하인들은 루이 14세가 쓸 식탁보, 냅킨, 컵, 접시, 포크와 숟가락, 이쑤시개 등에 입을 맞추고 그것을 피부에 문질렀다. 때로는 빵을 식기에 문지른 다음 입에 넣었다. 심지어 하인 한 명은 왕이 사용하는 고급 리넨 소재의 냅킨을 물에 적셔 손에 문지른 뒤 접어서 왕의 자리에 올려 두었다. 그래서 왕은 늘 더럽고 축축한 냅킨을 써야 했다.
그러는 동안에 주방 하인들은 음식을 일일이 검식했다. 음식에 이상이 없으면 은제(銀製) 지휘봉을 든 책임자들과 무장한 보초들 옆에서 의기양양한 태도로 줄을 맞춰 섰다. 이들의 행렬은 주방에서 왕의 식탁까지 길게 이어졌다. 주방을 나선 그들은 길을 건너 궁전의 남관으로 들어선 뒤 긴 계단을 오르고 복도 여러 곳을 통과한 다음 왕의 경호병이 머무는 공간을 지나 왕의 사저에 붙어 있는 대기실에 이르렀다. 그쯤 되면 음식은 이미 식어 있었다. 미지근하기라도 하면 다행이었다. 이어서 식탁에서는 하인들이 식사 시간 내내 왕이 먹을 음식을 조금씩 잘라내어 먹었다. (26쪽)
독살을 염려하여 벌어진 촌극이다. 하긴, 우리나라에도 왕의 음식을 먼저 먹고 독이 없나 확인하는 기미상궁이 있었다. 1장이 독살을 다루고 있다면, 2장은 엉터리 해독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3장은 화장품에 든 독 성분, 4장은 엉터리 의료 행위, 5장은 비위생적인 궁전을 다루고 있다.
18세기 전까지 대부분의 왕실은 대략 2주마다 궁을 옮겨 다녔다. 튜더 왕실도 1년에 서른 번은 이동했다. 다양한 경치를 즐기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 궁에서 소변과 배설물을 닦아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왕실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수아 1세의 궁에 있던 보석 세공사 벤베누토 첼리니는 자서전에다 왕실이 정기적으로 수백 대의 마차에 가구를 가득 싣고 1만 8천 마리의 말을 동원해서 다른 성으로 이동했다고 썼다. (94쪽)
사악한 기운은 마른 머리보다 젖은 머리에 잘 침투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머리를 감는 것도 위험한 행위로 여겨졌다. 당시 영국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손은 자주 씻고, 발은 가끔 씻고, 머리는 절대 감지 마라.” 1653년 영국 작가 존 에벌린은 일 년에 한 번만 머리를 감기로 다짐했다. 귀족들은 두피의 기름 혹은 비듬을 천으로 문질러 닦았고 의사나 점성술사가 허락하는 경우에만 몇 달에 한 번씩 허브 향이 나는 찬물에 감았다. (98쪽)
수 세기 전 유럽의 궁전을 지배한 것은 다름 아닌 ‘똥’이었다(90쪽). 똥구덩이 같은 도시 환경(104쪽), 목욕이 죄악이었던 시대(95쪽)였다고 필자는 말한다. 5장은 당시 사회가 얼마나 비위생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중세에 페스트가 창궐한 건 당연한 업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17장으로 된) 2부는 중세 유럽 왕실의 독살 사건을 다루고 있다. 2부는 당시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나서, 뒤에 ‘현대의 부검과 검시’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 거론된 사람들은 모두 독살설의 주인공이지만, (믿을 수 없는) 당대의 부검 결과가 아니라 현대의 부검과 검시 결과로 보면 독살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후자의 경우, 독살설이 떠돈 것은 그만큼 그 당시에 독살이 빈번했기 때문일 것이다.
2부는 1부와 같은 상황에서 벌어진 독살 사건의 구체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데, 개중에는 들어본 이야기도 없지는 않지만, 몰랐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소현세자, 정조 등 왕(혹은 왕족)의 독살설이 있었다. 그러고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권력 주변에는 독살의 가능성이 늘 존재했다고 보인다. 권력이 뭐길래? 그런데도 요즘도 사람들은 권좌에 오르기 위해 후안무치도 불사한다.
3부는 현대의 독살 사건을 다루고 있다. 현대의 독살 사건의 특징은 중세보다 훨씬 은밀하고 신속하다는 것이다. 책 내용에 따르면 현대에 독살과 관련하여 가장 위험한 나라는 러시아다.
(2006년) 11월 23일 리트비넨코가 숨졌을 때 그의 몸에서 방사능이 너무 많이 나와 냉장 보관소로 옮기기 전 이틀 동안 시신을 병원 침대에 그대로 두었다. 의사들은 일주일을 기다렸다가 방호복을 입고 부검했다. 암살자 중 한 명인 안드레이 루고보이도 사건을 저지른 뒤 러시아로 돌아가서 방사능 중독 치료를 받았다.
2007년 5월 영국 정부는 루고보이를 살인죄로 기소하고자 러시아에 공식 송환 요청을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국민을 송환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거절했다. 2007년 하원의원으로 활동 중인 루고보이는 면책 특권까지 누리고 있다. 2016년 1월 영국은 철저히 조사란 결과 루고보이와 콥툰이 리트비넨코를 중독시켰으며 FSB(KGB)와 블라디미르 푸틴의 지시에 따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지만 러시아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319쪽)
리트비넨코는 전직 FSB 요원이다. 영국에 망명한 후 푸틴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와 책을 썼다. 2006년 11월 1일 리트비넨코는 KGB 요원인 루고보이와 콥툰을 만난 후 구토와 설사 증세를 보이다 회복되지 못하고 끝내 죽는다. 푸틴의 지시에 따른 루보보이 등에 의해 리트비넨코는 독살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김형욱 전 중장정보부장 사건이 생각나게 한 사건이었다.
필자는 이 사건에 뒤이어 다음과 같은 글을 더 써놓았다. 놀랍고 쓸쓸한 사실은 2015년 루고보이의 젊은 아내가 모스크바에 찻집을 열었다는 것이다. 과연 손님들이 그곳을 찾을까 싶다(320쪽). 굳이 이 찻집만이 아니라 러시아는 (독살을) 조심해야 하는 나라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는 사건을 통해 역사를 중세에서 현대까지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건이 발생하게 된 사회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한때 가장 강력한 힘을 가졌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이런 유언을 남겼다. "나는 영국의 소수 집권층과 그들이 고용한 살인자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죽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내가 죽으면 시신을 부검하라. 내 위를 샅샅이 조사하고 세부 사항을 정확하게 기록하라. 나는 모든 지배 가문에게 마지막 순간의 공포와 수치를 기록으로 남기겠노라." 그는 대서양에서 러시아까지, 발트해와 이오니아해까지 뻗어 있으며 인구 7천만 명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고 다스렸다. 하지만 죽기 전에 대서양 한가운데 있는 바위 위, 쥐가 들끓고 곰팡이가 핀 두 칸짜리 집이 그가 가진 전부였다. 그가 죽은 뒤 루이 16세의 인기 없는 동생이며 나이 들고 소심한 프랑스의 루이 18세는 불안하게 왕좌를 지키고 있었다. 프랑스 국민 다수는 나폴레용이 혁명 정신과 함께 돌아오길 바랬다. 영국은 엄청난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그를 유배지에 묶어두었다. 그가 섬을 탈출해서 군대를 모으고 영국을 공격할까봐 염려했기 때문이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의 왕들도 그가 이대로 매장되기를 바랬다. 벨기에의 워털루 전투에서 프랑스군이 궤멸하자 루이18세에게 총살을 당할까 봐 그는 영국에 항복했고 유럽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도망칠 엄두가 나지 않는 세인트헬레나섬에 유배되었다. 이 섬은 인도에서 남아프리카로 가는 배들이 식수나 보급품을 얻기 위해 들르는 기항지였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유언대로 위에 문제가 있어 결국 5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검시 기록에 따르면 1인치 크기의 궤양 하나가 유문 부위 위점막을 뚫었고 위의 내벽 거의 전체에 걸쳐 암이 퍼져 있었고 단단한 종양 부위도 암으로 진행 중이었는데 특히 유문 근처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위는 커피 찌꺼기처럼 보이는 액체로 가득 찼다. 그의 유해는 1840년에 발굴되어 프랑스로 옮겨졌다. 그런데 그의 제복은 썩었지만 시신은 완벽하게 보존되어 마치 잠 든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를 비소중독 징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현대의 진단으로 나폴레옹의 머리카락을 검시한 결과 비소 함량이 정상치의 100배까지 나타났다. 포르슈퓌드 박사는 이것이 독살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세계 연구기관에서 나폴레옹이 코르시카에 머물던 시기의 머리카락까지 검사한 결과 모든 표본에서 비소가 대량으로 검출되었다. 첫째 부인 조제핀도 그랬고 둘째 부인에게서 낳은 그의 아들인 나폴레옹 2세도 마찬가지였다. 첫째 부인과 그의 아들이 비소를 처방받아 복용했을 수도 있고 부인은 비소가 들어간 화장품까지 사용했을 수도 있다. 평소 의사를 멀리 했던 나폴레용의 머리카락에서 엄청난 양의 비소가 검출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어렸을 때부터 머릿니를 예방하려고 비소 성분의 물약을 발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인트헬레나섬에 머무는 동안 비소 수치가 높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롭다. 바람이 불 때마다 곰팡이 낀 벽지에 묻어 있던 비소 가루가 날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치명적이고 그러나 매혹적인 역사 비하인드 스토리 중 하나는 바로 암살이다.
정치적 거물이나 예술장인들을 수 많은 배후들이 숨어서 독살이라는 끔직한 수단을 이용해
암살을 하는 사건은 찰리 채플린에 말처럼 "멀이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그 당시에는 충격적이고 그 시대에 인물들에게는 비극적이겠지만 그런 내용들은
후세 우리가 여러 인과 관계를 생각하면서 역사를 훑어보고 이해를 한다면
다빈치 코드를 능가하는 너무나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접할 수 있게 된다.
여러 역사책을 접하면 단순히 황제들의 업적 또는 화려했던 영광만을 쫓느라
실제로 그들의 화려한 생활 속에 숨어있는 어둡고 지금으로서는 이해할수 없는 행동들과
광기를 알아 볼수 가 있는데...
"왕실 의사들은 죽은 새의 효능을 극찬했다. 머리나 다리에서 피가 날 때 나쁜 체액을 빼낼 목적으로 비둘기나 수탉의 몸을 반으로 갈라 상처에 얹었다. 영국 의사들은 이 방법으로 1612년에 헨리 왕세자를, 1685년에는 찰스 2세를 치료했지만 결국 둘 다 죽었다.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의 눈에 의사가 울부짖는 새를 난도질하는 모습이 썩 유쾌하게 보일 리 없었다." p.75
마치 옛날 홍콩 강시 영화에서, 또는 귀신을 쫓기위해 닭피를 사용했던 것처럼 그들도 신박한 방법으로
치료법을 개발하는 모습에 정말 다시 한번 감탄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모짜르트, 카라바조, 나폴레옹도 암살 당했다는
사실을 알면서 만약 그들이 비극스러운 암살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많은 예술 작품들과
역사에 공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눈을 감을 때 나폴레옹에 죽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프랑스, 군대, 조세핀..."을 외치며 생을 마감했던...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한 장군이 이제는
암살이라는 끔찍한 방법으로 너무나 슬프게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사람의 인생이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가는 느낌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지금까지도 유명인사들과 연결된 암살이란 소재가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있어 간만에
즐겁게 독서를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우리는 독으로 죽지는 않지만 사람을 죽인 이유가 시기, 질투, 권력 그리고 돈을 위한 다는 것을 보면 인간은 똑같다.
"만약 왕에게 탈이라도 생기면 하인들은 시뻘겋게 달궈진 쇠붙이로 몸을 지지는 등의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 27p
지금까지 저런 일을 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받아서 인지 아니면 상당히 명예로운 일인지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고통스러운 벌을 받아서 그렇게까지 일을 한다는 사실에 단번에 납득 해버렸다. 왕이 사용하는 식기부터 의자, 냅킨 등 모두 입을 맞추었다고 한다. 왕은 왕대로 신하는 신하대로 불편한 상황인 것 같다. 독 때문에 말이다.
이 책에 치료 방법이랍시고 나오는 수 많은 치료 방법을 보고 기겁했다. 예로 젊어지려면 금을 먹이고 아름다운 피부를 위해 비소가루를 뿌리고 사람의 묘약에 유산한 아기의 뼈를 넣고 등등 말이다. 이번 생은 현대에 살아서 다행인 이유가 나온다. 뭐 치료법으로 더 독한 독을 해결하기 위해 수은으로 치료를 했다고 한다. 워낙 독한 물건이라 원래 독은 해결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수은 중독이라는 다른 고통스런 결과를 내는 것이었다.
이 책에 독 종류를 알려주는데 솔직히 이상한데 쓰이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하기도 했다. 인생이 슬픈 사람이라던가 상당히 짜증나는 사람이 있다거나 이상한데 쓰이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다.
옛날 사람들뿐만 아니라 현대 사람들도 독을 조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꽤 사례가 나온다. 누군가에게 원한을 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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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살로 읽는 세계사>는 왕실의 중독 방지법과 해독법을 살펴보고 치명적인 화장품과 생명을 위협하는
의사들, 끔찍할 만큼 비위생적인 환경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 그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당대에 했던 검시 기록과 오늘날의 진단 결과를 살펴본다.
"왕궁에 사는 이들 모두가 독을 두려워했다." (p.32)
중세 유럽의 왕궁을 바라보면서 옛날의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말도 안 되는 미신들과 수은과 납 등이 들어간 화장품을 바르는 여인들과 탄저병의 치료제로 쓰였던
비소는 1950년대까지도 의약품들의 함유 성분으로 쓰였다.
"독살로 의심되는 사건 중 사실로 판명된 사례는 극소수다." (p.235)
여러 가지의 사례들을 통해서 우리는 의문을 가진다.
과연 그들은 독살을 당했을까? 아니면 그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공포였을까?
수많은 황제들과 과학자 그리고 모차르트까지...
한 사람의 죽음에는 많은 사연들이 있다.
비록 독살이 아닐지라도 그들이 죽지 않았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도시 전체의 학살로 이어질 수가 있다.
그 죽음이 독살에 의한 죽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명분에 따라 독살이 되기도 한다.
"무지에서 비롯된 공포가 퍼뜨린 독살 소문은 과학이 발전할수록 잠잠해졌다." (p.303)
과학이 발전할수록 새로운 독도 발명된다.
김정남을 숨지게 한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신경독인 VX이다.
아직도 어딘가에서는 정치적 독살이 이루어진다.
중세 시대나 지금이나 가장 위험한 독은 바로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독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의 마음에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그런 공포심들은 주변 사람들까지도
위험에 빠지게 한다.
리딩 투데이를 통한 출판사 지원 도서
어릴 적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만화를 보면서 오스칼과 앙드레에게 포옥~ 빠져 살던 때가 있었다. 너무 멋져~ 너무 근사해~ 너무 화려해~ 레이스 치마와 화려한 보석, 그리고 머리장식들에서 눈을 못 뗐고 궁전은 정말 천상의 집으로 보이던 시절이었다. 그때 내 나이 13살 즈음이었을까?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던 시절이라 화려함만 눈으로 좇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알아버렸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를 통해 그곳이 무척 무서운 세계였다는 것을, 어린 시절엔 남장여장이나 호위라는 것에 로망만 품었었는데 이제는 독살의 두려움을 겪었을 그 시절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되어버렸다.
독살하면 궁중암투, 각혈, 권력싸움, 희생양, 첩 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어찌 내 망상 속 천국같은 궁전의 삶과 연결할 수 있겠는가!
독살 스토리로 시작하는 들어가는 말부터~ 17세기 독약으로 활약한 줄리아 토파나의 이야기 권력자들의 독이 든 음식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신 먹어주는 사람을 두게 된 것까지 독살에 관한 내용들이 모두 나온다.
- 왕이 사용하는 모든 식기에 여러 사람이 입을 대다 보니 왕은 독이 아니라 세균 때문에 병들 지경이었다. -
왕이니까 좋은 것들, 새것들만 썼을 거라 생각했는데 남이 먼저 먹어본 음식, 포도주, 옷도 신하가 먼저 입어보고 독이 없는지 확인 후 입을 수 있었다니 이건 뭐 불안해서 살 수 있었을까? 왕족들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체액은 성욕과 생식 능력을 조절한다 믿은 그 시대에 체액을 과도하게 빼내거나 사혈 등은 흔한 처치였고 잠잘 때 쓰는 모자에 구멍을 뚫어서 음탕한 증기를 빼낸다거나 이가 머리에 있으면 나쁜 체액을 이가 먹으니 좋다는 의사들의 진단은 정말 상식 밖이다.
- 당시 의학은 신학의 경계에 있는 철학과 같았다. p.71 -
수은과 납의 후유증과 식인 그리고 흡혈까지 의사들은 성의 없이 의료 행위를 했고 사람의 생명을 살려야 하는 의사가 이 시대에는 오히려 사람을 잡고 있었다. 왕실 의사들의 죽은 새를 이용한 처치와 수은 변비약과 같은 중금속들을 이용한 치료는 16세기식의 화학요법이었다니 정말 모르는 게 독이 된 상황이 아닌가! 정말 더러워서 봐줄 수 없는 지경인데 이 시대에 안 태어난 것을 다행으로 여기게 될 정도다
2장에서는 왕가 관련 사람들의 독살 원인들을 그 시절과 현대의 분석을 비교하여 자세히 이야기해 준다. 열병과 구토, 설사와 같은 증상들은 독살이라 의심이 들었던 귀족과 왕족들 그리고 유명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증상이었다. 잔인하고 무지하다. 그리고 젊음과 미모와 건강과 권력에 대하여 맹목적이다. 장기간 중독이 쌓이거나 약해진 면역력에 쉽게 독과 세균에 쓰러지기도 했으니 역시 건강은 면역력이 정답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왕가가 모두 비슷하다. 왕가뿐만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가진 것만큼 불안을 함께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저런 곳에서 나는 살아남지 못했으리라. 불안에 떨며 권력을 쥐고 있을 강단이 나에겐 없다
독살을 시도했지만 그 대상이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독이 약간의 숟가락만 얹은 경우도 많다. 누가 독살을 시도한 것인지 어떻게 그 독들을 건넨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대에 다시 부검을 하고 진단을 해도 수은이나 비소량이 정상인들보다 많으니 그랬을 것이다~라고 추측에 과학적 사실을 살짝 더하는 것이지 않을까
원하지 않은 배우자와의 결혼, 애인과의 불륜, 이혼, 이성 동성 안 가리는 문란한 성관계, 배우자의 애인도 꼬셔서 잠자리를 갖는 등 정말 상상 그 이상으로 난잡하고 추잡하고 뭐라 더 설명을 해야 할까? 독이든 파이와 잼, 비소가 섞인 소금과 소스, 관장약 대신 황산으로 관장을 하는 등 극악무도하다.
그런데 나는 책을 읽으며 독살을 시도하는 다양한 사람들도 무서웠지만 그 시대의 무지한 의사들의 처방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체액을 빼낸다며 가른 혈관 사이에 완두 콩을 넣어 벌어진 상처 그대로 두기도 했다고 하니 상상하기도 싫어졌다.
의사라기보다 거의 마녀 수준이라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 또한 그는 '박쥐 향유'라는 이름의 약도 자주 사용했다. "큰 뱀 세 마리를 조각낸 것과 살진 젖먹이 강아지 두 마리, 백포도주로 세척한 지렁이 500그램, 기름, 스페인 백포도주, 세이지, 마저럼, 월계수 잎"을 끓여서 돼지기름 1킬로그램과 섞고 강아지와 뱀의 살이 분해되기 시작할 때 기름을 제거한 뒤, "수사슴의 골수, 황소 다리, 미국풍 나무, 버터, 육두구"를 넣고 섞어서 만든 것이다. 마예른은 나쁜 체액을 몸에서 배출하기 위해 관장도 자주 했다. p.242 -
마지막으로 갈수록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책의 끝에 가면 부록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마음에 쏙 드는 독 고르기라든지 독의 전당이라든지 말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김정남의 독살 사건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그의 암살에 쓰였던 독에 대해서도 함께 말이다
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그 시절 살았던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들을 읽는 걸 좋아한다.
이 책은 그런 좋아하는 세계사를 독살이라는 주제에 맞춰 정말 재미있게 이야기해준다. 소문난 입담을 가진 이야기꾼이 이야기하듯 재미있다. 어느새 스르륵 빠져들게 되는 그런 책이다.
내가 다 전하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들이 책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https://cafe.naver.com/readingtoday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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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살로 읽는 세계사
엘리너 허먼 (지음) | 솝희 (옮김) | 현대지성 (펴냄)
조선의 역사는 저주의 역사라고 할 만큼 저주가 넘쳐나던 시대였다는 어느 역사학자의 얘기를 본 적이 있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를 읽고나니 세계사는 독살의 의혹과 시도로 얼룩진 역사다.
독살의 이유는 다양하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술수로써 혹은 질투심에 눈멀어 연적을 제거하거나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이유로 복수심에 불타서, 그리고 내연남(녀)에게 가기 위해 배우자를 중독시키는 등 그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그야말로 '가설'일뿐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것은 드물다. 정황상 그러했으리라고 짐작할 뿐.
수천 년 동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들은 독살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기미 상궁이 있었던 것처럼 다른 나라의 왕들에게도 독 감별사가 있어 먼저 왕의 음식을 맛보았다. 음식 뿐 아니라 왕이 사용하는 모든 식기와 냅킨 등을 피부에 문지르고 입을 대어 보았다하니 왕은 독이 아니라 세균 때문에 병이 들 지경이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듯 싶다.
독의 효과가 곧바로 치명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어 사망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통도 길어지게 만들었으니 죽음보다 고통이 목적이었다면 그 효과는 최고였다할 만하다. 음식뿐이 아니라 피부로 독이 흡수될 수도 있었으니 만지는 것조차도 함부로 맘 편히 할 수 없었던 권력의 자리가 허망하다.
르네상스 시대 의사의 처방은 지금보면 위험하거나 어이없는 경우가 많다. 유명한 음악가들의 초상화를 보면 얼굴이 유난히 하얗다. 그것이 치료를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채혈로 인한 빈혈때문이었다는 것을 어느 티비 강연에서 보았다. 거의 모든 질환에 쓰였던 수은과 비소. 이렇게 구하기 쉽고 흔했던 중금속이었던가? 어쩌면 우리가 질병사라고 알고있는 위인들의 죽음이 질병사가 아닌 중독사나 부작용으로 인한 죽음일 수도 있겠다.
비소와 수은의 사용이 보편화 되던 시대에 그런 중금속의 중독은 피할 수 없었으니 오랜시간이 흐른 지금 부검해보아도 중독의 자세한 경로와 방법은 알 수 없다.
129. 우리가 이제껏 경험했던 것처럼 수수께끼 하나가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새로운 의문이 그 자리를 냉큼 차지할 것이다.
과거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의 발전이 지금과 같지 않았을 때의 의문사는 그대로 묻혀버리거나 억울한 죽음을 재생산했을 것이다. 현대는 시체로 부터 약간의 표본만 검취할 수 있다면 사인을 밝혀낼 수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그 죽음이 인위적인 살인이었다면 그 이유는 또다시 미스터리로 남는다.
얽히고 섥힌 그들의 스토리는 베일에 싸인 역사의 일부가 된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며 여러 연구와 발명,발견들 덕분에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되면서 무지로 인한 중독사는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음의 공포에서 비롯된 독살의 소문들도 잠잠해졌다. 그러나 독살의 시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독은 좀 더 교묘하게 발달해 무취, 무미해서 감별하기 어려워졌고 정치적으로 정적을 제거하는데도 사용되었다.
현대의 과학으로도 밝히지 못한 독살로 의심받는 죽음들은 언젠가는 속시원히 밝혀질 수 있을까?
이 리뷰는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출간된 엘리너 허먼 작가님의 독살로 읽는 세계사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으므로 민감하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친구가 추천해줘서 읽었어요. 역사 책은 잘 안 읽는데 스토리형식이고 에피소드 형태로 있어서 잘 읽었어요. 독살 당했다~ 이런 건 많이 봤는데 어떻게 당햇는지 알게 되어 흥미로웠어요
주로 역사속의 유명인물, 한자리 하는 사람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야기를 쭉 들어보면 지금도 더러운 공기속 유해물질들과 질낮은 음식에 들어있는 식품첨가물, 발암물질 가득한 화장품, 물건등등 일상생활에서 항상 끔찍할만큼 수많은 독을 접하고있어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더 위험하고 자기가 독살 당하는지도 모르고 독살당하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