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하순 인사발령으로 팀을 옮긴 이후 전 근무자가 남긴 업무와 밀려오는 새 업무를 동시에 하다보니 소위 밥 먹듯이 야근을 했다. 밤하늘에 외로이 떠 있는 달이 마중하는 늦은 퇴근길. 점점 지쳐가던 내게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클래식 음악만이 위로를 해 주었다. 이렇게 회사 업무로 지친 와중에 퇴근을 기다리게 하는 책을 만났으니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김태용이 쓴 [90일 밤의 클래식]이다. "아라비안 라이트(천일 야화)"에서 페르시아 샤흐리아르 왕이 여성에 대한 혐오감으로 매일 아침이 밝으면 새신부를 죽이는 일을 반복하다가 현명한 셰에라자드의 1,001일 동안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에 푹 빠졌듯이 [90일 밤의 클래식]을 읽는 내내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푹 빠져 지냈다.
[90일 밤의 클래식]은 클래식의 역사 흐름에 따라 하루 1곡씩 선곡하여 90일 동안 읽을 수 있게 구성된 책으로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책은 깊은 밤에 읽으면 더 좋은데 어려운 음악 이론으로 잠을 재촉하지 않으니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으며 QR코드로 음악 감상을 할 준비만 하면 된다. 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작곡가와 음악의 숨은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어 언뜻보면 깊이가 없이 음악가들의 신변잡기식 이야기로 느낄 수 있지만 재작년 인기리에 종영한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처럼 알아두면 쓸데는 없지만 신비하게도 클래식 초보자나 입문자들이 클래식과 친근해 질 수 있는 흥미로운 클래식 책이라 하겠다.
○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전에 정한 세 가지 원칙 첫째, 90곡 모두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것. 둘째, 난해한 음악 이론을 가급적 적용하지 않을 것. 셋째,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 - 머리말, p.5 |
머리말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책 속 90곡 모두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음악들로 작곡가의 이야기부터 작곡 배경, 악기, 연주자, 음악에 대한 감상 팁 등을 어렵지 않게 담아내고 있어 클래식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좋아할만한 책이다. 마음 같아서는 리뷰에 90곡 모두 소개하고 싶지만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90일 밤을 위해 몇 가지 이야기만 소개한다.
[day7]
중세시대 세속노래 모음집 <카르미나 부라나>를 시작으로 바로크 시대 쉬츠의 <신성 교향곡>, 코넬리의 <바이올린 소나타 10번>, 헨딜의 오페라 <리날도>, 비발디의 <12개의 협주곡집> 등을 만나다보면 7일째 밤에 바흐의 <6개의 영국 모음곡>을 만나게 된다. <영국 모음곡>은 바흐의 작품 중 '3대 클라비어 춤곡집'으로 유명한 곡인데 이 곡의 연주자로 크로아티아 출신 피아니스트 이보 포고렐리치를 빼놓을 수가 없다. 아직 클래식 입문자 수준이라 다소 생소한 피아니스트인 이보 포고렐리치는 탁월한 음악성으로 이미 어린 나이부터 유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였기에 제10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무난히 파이널 진입을 예상했는데 3차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당시 심사 위원 중 한명이었던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콩쿠르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심사위원직을 사임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이와 함께 사진만 봐도 느끼겠지만 포고렐리치는 수려한 외모로 여성팬들에게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었는데 무려 21살이나 연상인 스승 알리자 케레랏제에게 청혼한 후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해서 당시 충격과 파장이 상당했다고 한다. 스승 알리자는 이혼한 상태였지만 어린 제자의 청혼에 불같이 화를 냈다. 아마도 어린 제자의 미래도 걱정이 되었겠지만 언젠가는 꺼지는 순간의 뜨거운 사랑이라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강고한 포고렐리치의 신념에 점차 마음을 열게되어 제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리자는 포고렐리치와 후회없는 결혼을 했다.
안타깝게도 1996년 알리자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지만 이후 포고렐리치는 아내에 대해 지금도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 아내 알리자보다 더 나은 피아니스트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녀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은 내가 음악을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 p.44
[day17]
클래식에 관심을 가진 이후 유튜브로 클래식 연주 영상을 자주 보는 편인데 3악장까지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잘 진행하다가 마지막 4악장에서 연주 중에 연주자들이 한 명씩 빠지며 나중에는 지휘자만 홀로 남는 재미있는 클래식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이 클래식 영상은 하이든의 <교향곡 45번> '고별'을 포퍼먼스한 연주다. 말년에 '파파'라는 애칭이 불릴 정도로 따뜻한 성품을 가졌던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가에 오랫동안 고용되어 악단을 운영했는데 음악을 좋아했던 에스테르하지가 후작은 여름이면 헝가리 시골에 있는 별궁에서 지낼 때마다 악단과 함께 머물었다고 한다. 보통 6개월 정도 머물고 다시 본궁으로 돌아가던 후작이 1772년 여름에는 본궁으로 돌아갈 생각을 안 하고 8개월이 훌쩍 넘기도록 별궁에 머무르자 가족을 집에 두고 온 단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속출했다. 이때 하이든이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내는데 새로 작곡한 교향곡 4악장 마지막에 단원들을 차례대로 밖으로 내보내는 퍼포먼스를 준비한다. 연주가 한창 무르익었을 4악장에 접어들면 연주자들이 차례대로 자신의 악기를 챙겨 보면대 위 촛불을 끄고 퇴장하게 만들었다. 이 공연을 지켜보던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연주자들이 하나둘 나가는 것을 보고 공연의 의도를 즉시 알아차리고 기쁜 마음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모두 떠났으니 우리도 떠나야겠군!" - p.82
<교향곡 45번> '고별'을 감상할 때 흥미로운 포퍼먼스보다는 하이든이 단원들을 생각한 따뜻한 마음과 함께 위트와 유머가 담겨있는 일화를 생각해 본다면 음악이 조금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day27]
피아니스트 리스트와 작곡가 슈만 등 당시 여러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연주자가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다. 신기에 가까운 바이올린 솜씨로 유명한 파가니니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오명도 입게 되는데 그 계기가 <마녀들의 춤> 공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공연 전까지도 유명세가 대단했던 파가니니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가까운 바이올린 기교를 통해 청중들을 사로잡았는데 <마녀들의 춤> 공연을 통해 그에 대한 관심이 광기로 변해 파가니니의 신들린 연주가 활을 수동적으로 움직인다는 믿음으로 대중에게 퍼지게 되고 교회에서는 파가니니의 연주를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다. 더군다나 파가니니에 대한 루머는 어느새 애인을 죽인 살인마까지 변질되어 그가 죽을 때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여기에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1824년 파가니니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어느 공연에서 신발 속에 뾰족한 이물질이 들어 있다는 걸 알고도 시간 관계상 처리를 못한 채 급히 무대에 올랐는데 신발 속 이물질 때문에 무대로 걸어 나가면서 발을 절뚝거리게 되는 모습을 보고 사탄의 표식인 절뚝거리는 염소의 걸음걸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파가니니를 루시퍼(사탄의 우두머리)의 자식이라 여겼다고 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훗날 그가 죽은 뒤에도 5년동안 떠돌다가 간신히 묘지에 안장되었다.
피나는 연습 끝에 신기에 가까운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쌓고도 도리어 남보다 특출난 그 실력 때문에 사람들에게 악마라는 오해까지 받아야 했던 파기니니의 삶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지만 <마녀들의 춤>을 비롯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등 파가니니의 대표 연주곡들을 후대 바이올린 명연주자들의 연주를 통해 파가니니의 고난도 테크닉을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클래식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으로써 감사한 마음이 든다.
[day45]
오페라 하면 바그너를 빼놓을 수 없는데 <탄호이저>, <로엔그린>, <니벨룽겐의 반지> 등은 오페라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한 두번은 제목을 들어 본 오페라일 것이다.
바그너의 대표곡들 중 독창적인 악극 형식을 갖춘 작품이 <로엔그린>으로 오페라를 시작할 때 등장하는 '서곡'을 배제하고 '전주곡'을 채택해서 유명한 곡인데, 이 악극을 초연할 때 지휘자가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프란츠 리스트였다고 한다. 바그너가 스물네 살 연하인 리스트의 둘째 딸이자 피아니스트인 코지마 리스트와 재혼을 하면서 리스트와 바그너가 친구 같은 장인과 사위가 되는데 재혼 당시 바그너는 쉰일곱, 코지마는 서른 세살이었고, 코지마는 자녀가 2명이나 있는 기혼자였다. 당연히 리스트는 결혼을 반대 했지만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코지마는 바그너와의 재혼을 강행하는데 이 일로 한동안 리스트는 바그너, 코지마 부부와 사이가 멀어졌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리스트는 바그너 부부와 화해를 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한 둘의 결혼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바그너 사후 코지마가 바이로이트 축제를 헌신적으로 지휘한 덕분에 지금까지 매년 바그너의 오페라 공연이 열리는 성공적인 축제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버킷리스트가 너무 많다)가 바이로이트 축제에 가보는 것인데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바이로이트 축제에 참여해 즐기는 내 모습을 꿈꿔본다.
[day82]
베토벤, 안톤 브루크너, 안토닌 드보르자크, 구스타프 말러.
이 작곡가들의 공통점은 교향곡을 9번까지만 작곡하고 세상을 떠난 작곡가들이다. 작곡가들에게는 "9번 교향곡의 저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토벤 이후 많은 작곡가들이 교향곡 '9번'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 징크스가 있었는데 특히 구스타프 말러도 이 악운을 의식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번호를 붙이지 않은 <대지의 노래>를 작곡했다고 한다. 말러는 징크스를 깨기 위해 <교향곡 10번> 작곡에 매진하지만 징크스 때문인지 완성을 끝내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교향곡 10번>은 미완성으로 남게 된다.
러시아의 대표 작곡가 쇼스타코비치 또한 9번 교향곡에 대한 압박이 꽤 있었지만 10번 교향곡을 가뿐히(?) 넘기고는 15곡이나 되는 교향곡 명작들을 남긴다.
쇼스타코비치는 독재 치하의 소련으로부터 미국이나 다른 서방으로 망명길을 택한 다른 음악가들과 달리 소련에 남아 소련 정부의 검열하에 작곡 생활을 했던 음악가로 유명하다. 한창 잘 나가던 젊은 음악가 시절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당시 최고의 실권자인 스탈린의 분노로 인해 당국의 심한 비판을 받으며 음악가로써 위기를 맞지만 <교향곡 5번>을 통해 당국과 청중들을 만족시키며 재기를 한다.
그의 15개의 교향곡 중 <교향곡 9번>은 그의 교향곡 작곡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데 제2차 세계대전 독일과 전쟁에서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쇼스코비치가 만든 곡으로 당시 <교향곡 9번>에 대한 상징성으로 당국과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지만 불과 25분 내외로 끝나는 짧고 간소한 교향곡이라 당국으로부터 자아비판을 강요당할만큼 큰 고초를 겪게 된다. 하지만 <9번 교향곡>은 훗날 큰 사랑을 받게 되는데 쇼스타코비치는 <9번 교향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이 곡은 작은 기쁨입니다. 비평가들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음악가들은 분명 좋아할 것입니다." - p.348
[90일 밤의 클래식]은 한동안 내게 행복한 시간을 전해 준 책이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현명한 여인 셰에라자드가 페르시아 왕에게 전해주던 매일 밤 흥미로운 이야기처럼 내게도 매일 밤 [90일 밤의 클래식]이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책 읽는 매일 밤 전해 주었다. 책 속에는 최근 출판되는 클래식 책이면 빼 놓을 수 없는 QR코드가 있는데, 출판사인 동양북스에서 책 속 음악들을 홈페이지에 별도로 잘 정리해 놓아서 QR코드로 관련 음악들을 함께 들을 수 있는게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이라 하겠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하루 한 곡씩 90일 동안 중세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클래식 이야기에 빠질 수 있는 [90일 밤의 클래식]은 클래식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낮에도 좋지만 창 밖에 귀뚜라미 울음 소리가 정겨운 가을 밤에 [90일 밤의 클래식]과 함께 클래식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동양북스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90일 밤의 클래식 #
[2022.06.30 읽음, 내 책장]
책 표지와 클래식에 꽂혀서 사버린 책이다. 음악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유명한 몇 몇 음악들과 작곡가들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조금은 깊게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읽게 됐다.
Day 1 ~ Day 90 까지 작곡가와 연주곡의 설명이 간단히 되어 있고 설명의 마지막엔 감상 팁과 추천 음반을 소개하고 QR코드로 '동양북스' 자료실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QR로 찍어서 해당 음악이 바로 나오는것 좋았으나 추가 설명이 있듯이 인쇄 판수에 따라 변경된 부분이 있는게 많아져서 순서를 찾아야 되는 부분이 번거로웠다.
'3쇄, 4쇄' 부터 차이가 조금씩 있는데 이렇게 순번에 대한 변화가 있는건 Day 40부분이 지나면서는 너무 잦아서 차라리 유투브에서 직접 검색해서 듣는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최근 소설이지만 음악(클래식)이 자주 등장하는 책을 연속으로 읽게 됐는데 이번에 이 책에서 소개된 음악들도 몇 개 나와있어 낯설지 않았다.
특히 소설 에서 궁금해서 찾아본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음악 '라캄파넬라' 와 '카프리스 24번' 두 곡이 계속 생각났었는데 이번에 읽어본 책에서도 나와있어서 더 좋았다. 작품명으로 되어 있어 직접 들어보기 전까지는 내가 찾아서 들었던 곡이랑 매치가 힘들기는 했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어디선가 들어본 음악 이었는데 작곡가와 이 곡의 설명까지 곁들어 들으니 조금이나마 연주곡들을 이해할 수 있는 느낌?!
'혼례의 합창' 결혼식장에서 들을 수 있는 신부 입장곡이다.
이 곡이 오페라에서 연주됐던 곡이었다니, 바그너의 로엔그린 이라는 오페라의 3막 첫 장에 연주되는 곡이다. 이 오페라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서곡'을 배제하고 '전주곡'을 사용했다는 것
'뮤지컬은 오페라와 닮아있어 서곡과 아리아, 합창으로 구분되는데'
서곡=overture,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제일 처음에 나오는 Overture 부분을 가장 좋아했는데 이 부분이 Phantom of the Opera 곡의 분위기와 제일 맞는 느낌이어서, 이게 말 그대로 극의 시작에 나오는 곡 이었다. 왜 Overture 라고 되어 있나 궁금했는데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피아노 연주곡은 어릴때 잠깐 배웠던 피아노 때문에 알고 있고 익숙하지만 바이올린 연주곡을 들으니 악기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기도 했다.
클래식을 쉽게 접하고 자주 듣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알고 들으면 훨씬 재미있고 흥미롭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구입한 책 입니다. 저처러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사람도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책 구성이 좋고 재미있습니다. 너무 어렵게 이야기 하지 않아 기본 지식이 쌓여짐을 느낄 수 있었고, 큐알코드로 음악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음악과 관련된 사진이나 그림은 지루하지 않게 책을 접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도구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약한 예술 분야 중 하나가 '클래식'일 것이다. 일단 공연 및 음반 자체의
희소성 뿐만 아니라 가성비 면에서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클래식 공연은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거나 같이 보러가자고 초대하기가 쉽지 않다. 한 때 클래식에 호기심이
있어 음반을 거침엇이 구매하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도 책장 구석구석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생각만큼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기본적인 음악사나 작곡가에 대한 부분은
클래식 정통 매니아들이 집필한 도서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평균 이상의 지식 능력은
가지고 있지만, 내용에 대한 이해도는 한참 모자르다.
"90일 밤의 클래식"은 다루고 있는 작품, 작곡가의 폭이 생각보다는 넓다. 이 책은 평소
출퇴근 때 지하절에서 읽기에 너무나 최적화된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한 챕터당 지면도 길지
않아서 긴 지하철 여행에서 쉬엄쉬엄 읽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각 곡마다 QR코드를 통해
음악을 들으면서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클래식'이라는
쟝르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특히 50대를 넘긴 직장 아재들은...
사실 클래식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게 느껴지는 데다가 용어조차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클래식이 좋다고 찬양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오긴 했는데, 나도 취미를 가져보려 했지만 어떤 음악이 좋게 느껴지는지 단순히 몇 번 들어본다고 해서 쉽사리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흥미를 가질만한 좋은 책을 찾아보려다가 최근에 마음에 드는 리뷰를 보고 이 책을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리뷰가 좋아서 더 끌리는 책이다. 클래식에 완전히 문외한이 내가 얼마나 교양을 쌓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책에서 본격적으로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클래식 음악 연대표와 작품 목록 표기가 나오는데 굉장히 유용하다. 이때까지 악보나 곡명에 약어로 쓰여진게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작곡가의 작품 목록에 매겨지는 고유 기호였다. 이로써 단순히 제목이 아니라 약어만 보고 누구의 작품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작곡가가 엄청난 작품을 내놓았으니 이런 작품 목록 표기가 없으면 정말 헷갈릴 것 같다. 하이든의 경우 750곡을, 헨델은 620곡, 쉬츠는 약 500곡, 바그너는 113곡이나 작곡했다. 어떻게 한 평생 이렇게 많은 곡들을 만들 수 있는지 작품 개수만 들어도 놀랍다.
삶이 피곤하고 어지러울 때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선율에 모든 것을 맡기면서 정신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순기능을 극대화하여, 곡에 대한 에세이와 여러가지 상황에 맞는 아름다운 음악을 마치 쥬크박스 혹은 라디오처럼 배치하여 QR코드를 통해 그때그때 접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하여 일일이 음악씨디 혹은 실황영상 등을 찾아 듣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제공하고 간편한 휴식의 방편을 독자에게 제공해 준다. 피곤한 여름밤, 이 책을 따라가며 아름다운 음악들의 기원을 찾고 그 음악의 세계로 떠나보는 것도 코로나 시대에서 가질 수 있는 훌륭한 휴식 여행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