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관련 안전문자가 계속 오고 있다.
한동안 좀 나아지는 듯 했는데, 서울과 경기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연기되었던 [그림책수업]이 8월초에 재개되었지만, 고민 끝에 취소한 것이 다행이다 싶다. 겁은 많아서리 바짝 쫄았다.
그리기를 혼자 연습 중인데, 마땅하게 참고할 만한 것이 없어 고민 중에 발견한 책이 바로 ‘거의 모든 것의 드로잉(DRAWING OF ALLMOST EVERYSING)’이다.
초짜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내가 요즘 그리는 그림은 다양하다.
첫째는 몽골여행에서 만난 고양이가 등장한다.
홍고르 엘스의 게르에서 만난 고독한 고양이는 자신을 냉담하게 대했던 내게 밤새 쥐를 잡아 선물했다.
그 일로 타인에게 주었던 ‘선물’이 내 의도와는 달리 받아들여지고 관계를 어떻게 비틀어버렸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2파트 '고양이'와 3파트 '동물'을 참조했다. 고양이 파트가 별도로 있을만큼 다양한 포즈가 있어 마음에 든다.
함께 몽골로 떠났던 친구들과의 많은 에피소드도 그림과 짧은 글로 만들어보고 싶다.
5명의 여자가 열흘 가까이 여행하면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가? 그래도 결론은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거더라.
두 번째는 어린시절의 추억이다. 적지 않은 나이를 살다보니, 가물가물한 옛시절의 조각들을 그러 모아보고 싶어졌다.
그 중에는 이제는 중년의 아저씨가 된 남동생이 수십년 전 바퀴달린 장난감 코끼리를 타고 길을 나서던 장면이 있다. 정작 본인은 기억하지 못한다. 서너살 무렵이었으니 그런 것 같다.
지금도 여행을 좋아하는 동생은 그 시절에도 코끼리장난감을 타고 열심히 동네를 돌아다녔다. 아스팔트 길에 플라스틱 바퀴가 신나게 굴러가던 소리가 때때로 캐리어 바퀴소리에도 불현듯 떠오르고는 했다.
햇살이 가득한 한낮에 길을 떠난 동생이 해질 무렵 황금빛 노을을 등진 채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려보고 싶다. 그 반나절동안 어린 아이가 만났던 세상과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문제는 코끼리장난감이 그리기가 만만찮았는데, ‘거의 모든 것의 드로잉’에서 '바퀴말장난감'을 보고 뭔가 감을 잡았다.


지금은 이리도 없어보이지만,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그 외에도 11파트 '레토르'에는 니이든 나의 감성을 건드리는 샘플이 많아 반가웠다.
세 번째는 틈틈히 이 생각, 저 생각을 쓰는 중인데, 여기게 들어갈 그림이다.
예를 들면 ‘돈’에 나만의 개똥철학에 들어갈 아기돼지다. 그것도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돼지다. 컴 온!
넷째는 그냥 보고 싶은 것들을 막 그려보고 싶었다.
기나긴 장마로 창 밖의 풍경은 우울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뭐? ‘상상력’이다.
명상을 할 때 눈을 감고 떠올려 보고는 한다.
열린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창틀에는 열대의 꽃이 피어 진한 향기가 바다내음에 섞여 밀려온다. 바로 옆에는 고양이가 잠들어 있고, 불면의 밤을 보내는 나는 카모마일 차 한잔을 마시며 그림을 그리는 중이었다.
바다 위에는 거대한 달이 떴고 그 달빛이 바다에 일렁거릴 때 돌고래 모자가 유유히 헤엄을 친다. 어린 아들 돌고래의 점프를 엄마 돌고래가 보고 있다.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참조한 파트는 '고양이', '동물', '식물'이다.
이제 위의 그림들에 색칠을 해야 한다.
나는 그림을 참 못 그린다. 그래도 뭐 어떤가. 나이가 드니 좋은 점은 꼭 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많이 그리다가 보면 언젠가는 내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이 나올 것이다. 그거면 계속할 동기는 충분하다.
게다가 초짜의 못 그린 그림이 나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그림에는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거의 모든 것의 드로잉’은 유용한 책이다.
리뷰에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공룡과 밀리터리 파트도 꽤 마음에 든다. J가 어렸을 때 주구장창 레고놀이만 같이 해줬는데 이런 그림도 그려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뭐, 언젠가 또 기회가 오겠지, 그땐 이야기도 잘 해주고 그림도 멋지게 그려주는 인기많은 할머니가 될 준비를 미리미리 해 두는 것이 좋겠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