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가 보여 주는 역사의 뒤통수
역사를 사람 머리에 비유하면 교과서는 얼굴에 해당한다. 그럼, 뒤통수는? 저자는 뒤통수를 보아야 비로소 머리통 전체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항일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던 '시일야방성대곡'이 사실은 단재 신채호의 작품이라는 소문을 들어 보았는가? 이 소문은 사실일까 거짓일까? 이런 소문이 떠돈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들은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시일야방성대곡에 얽힌 괴소문을 소개하며 그 안에 일제시대 지식인들의 분노와 저항, 실천, 그리고 이후 장지연의 모호한 행적에 대한 실망감이 담겨 있음을 보여 준다.
저자는 줄거리와 사론史論 위주로 서술된 교과서의 틈새를 다양한 에피소드로 채움으로써, 사람이 살아 있는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를 훌륭하게 재구성하여 보여 주고 있다.
역사, 삐딱하게 바라보며 즐기자!
물론 역사의 뒤통수 이야기는 대학 입시나 시험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창의적 사고, 입체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데 역사 분석만큼 좋은 훈련은 없다. 한 가지 사건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고, 때로는 깊이 들여다보며 상상하고,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다. ‘삐딱하게 바라보기’가 필요한 이유다.
“윤봉길 의사가 홍커우 공원에서 도시락 폭탄을 던졌다는데, 어떻게 폭탄을 갖고 들어갔을까? 그때는 금속탐지기가 없었으니까 적당히 위장해서 들고 갔겠지? 아냐, 그전에 이봉창 의사도 도시락 폭탄을 던졌다던데 일본 경찰이 그렇게 허술했을까? 어떤 일본 여자가 폭탄을 공원 안까지 날라다 줬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정말일까?”
학문으로서 배우고 외우는 역사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하나씩 궁금증을 풀어 나가며 즐기는 역사도 있다. ‘즐기는 역사’를 체험하는 데, 이 책만큼 훌륭한 ‘교과서’는 없을 것이다.
책의 구성 - 교과서에서 출발한 즐겁고 가벼운 역사
이 책은 교과서에서 출발한 즐겁고 가벼운 역사를 지향한다. 그래서 먼저 교과서에 담긴 해당 사건에 관한 서술을 간단히 요약하여 글 서두에 싣고,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서술하였다. 핵심만을 간추린 교과서의 짧은 글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생각, 사건과 사람이 존재하는지 보여 주기 위해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 설명이 필요한 내용은 별도의 박스에 담았고, 세계사의 큰 흐름 속에서 사건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책 뒤에는 간단한 연표를 붙였다. 펼처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