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있는 공룡의 이름 세 가지만 말해 보시오.’
“이름 세 개쯤이야.”하면서 공룡 이름을 줄줄 나열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거다. 영화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과 함께 등장해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각인된 몇 마리 공룡을 제외하고는 학계에 보고된 1,000종류 이상의 공룡 이름이 낯설 뿐이다.
얼마 전에 아이와 함께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공룡책을 본 적이 있다. 평소에 공룡을 좋아하던 아이가 공룡 영상도 본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책에 나온 공룡들을 검지로 딱딱 가리키며 어설픈 발음으로 이름을 이야기할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 가지 사실에 더 놀랐는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공룡의 이름이 ‘티라노 사우루스’ 하나뿐이었다는 사실.
뿔이 세 개 달린 공룡, 목이 긴 공룡, 골판이 등에 솟아나 있는 공룡, 하늘을 날아다니는 공룡 등 모습은 익숙했지만 정작 그들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나만 모르는 걸까 싶어 지인 몇 명에게 알고 있는 공룡의 이름을 세 개만 말해보라고 했다. 재밌는 건 1번으로 모두 티라노사우루스를 말했다는 점이다. 쥬라기 공원 매니아는 영화에 나온 공룡 이름 몇 개를 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하나, 두 개 이상 공룡의 이름을 말하지 못 했다. 이렇게 공룡을 잘 모르면서도 대단히 익숙한 이유가 뭘까 궁금해졌다. 특별히 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이유도 궁금했다. 아동 심리학에서 이런 심리도 분석한 게 있을까? 아무튼 공룡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책을 골랐다.
저자를 잘 모르고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님의 추천으로 이 책을 선택했는데, <어쩌다 어른>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현해서 공룡이야기를 했었나보다. 직접 방송을 보지는 못 했지만 방송에 나와서 했다는 이야기가 책 내용에 더 자세히 정리돼 있었다. 책에서는 대표적인 공룡 여섯 마리만 다룬다. 그러나 여섯 마리의 공룡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지 않고 그 종에 포함된 다른 공룡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공룡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때는 19세기 초다. 영국의 고생물학자 리처드 오언 경이 이구아노돈, 메갈로사우루스, 힐라이오사우루스의 화석 일부를 발견해 학계에 발표했고 그리스어 ‘데이노스deinos’(무서운)와 ‘사우로스sauros’(도마뱀)를 합쳐 ‘디노사우르dinosaur’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디노사우르가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두려울 공(공)자와 용용(용)자로 번역돼 우리에게 익숙한 ‘공룡’이 탄생했다(좀 더 정확한 정보를 위해 국립국어원에 공룡이 일본에서 넘어 온 단어가 맞는지 물었다. 그러나 한자어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건너왔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는 답을 들었다).
상상만으로 두려움을 안기는 거대한 생명체가 우리가 딛고 있는 땅 위에 살았다는 사실이 신비하다. 그들이 이 땅에서 왜 사라지게 됐는지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지만 ‘공룡이 어떻게 죽었는지 보다 어떻게 살았는지 알고 싶다’는 어느 공룡 학자의 말처럼 우리는 공룡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국민공룡’ 티라노사우루스만 하더라도 <쥬라기공원 1>에서의 모습과 후속편에서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진다. 티라노사우루스가 털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피부가 어떤 색이었는지, 잠을 얼마나 잤는지, 사냥을 했는지 죽은 사체만 먹고 살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발견된 화석을 바탕으로 추측만 할 뿐이다.
현재 공룡학계에서는 공룡이 새로 진화했다는 학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한 연구팀이 닭의 유전자를 조작해 알 속 병아리에게 조그마한 육식공룡처럼 원뿔형 이빨이 생기게 만들었다. 과연, ‘치키노사우루스’가 우리 앞에 등장하는 날을 목격할 수 있을까? 갑자기 손에 든 치킨 한 조각이 다르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