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믿지 말라, 그것은 삶이 네게 보내는 조소에 불과하다
16년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남편과 이혼한 후, 형사로 복직하게 된 피아 키르히호프 형사. 타우누스 강력반으로 발령받은 그녀는 오자마자 첫 번째 사건을 만난다. 대쪽 같은 성품으로 인기를 모으던 하르덴바흐 부장검사가 자살한 것이다. 피아는 강력반 반장인 보덴슈타인과 함께 사건 현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이어 미모의 젊은 여성이 전망대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세상이 부장검사의 자살로 시끄러운 와중에,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두 번째 희생자인 이자벨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그러던 중 보덴슈타인은 수의사인 이자벨의 남편에 대해 조사하다가 첫사랑과 재회하게 된다. 변하지 않은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보덴슈타인은 지운 줄 알았던 과거의 감정이 되살아남을 느끼며 혼란에 빠진다.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이자벨의 죽음 뒤에 얽힌 검은 음모가 차츰 드러나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삐걱거리면서도 힘을 합쳐 조금씩 사건의 진상을 향해 다가간다. 승마 클럽과 제약회사, 다수의 정재계 인사들까지 이자벨의 죽음에 관련되었음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기만 하고, 단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범인을 쫓는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놀라운 진실을 만나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도 넬레 노이하우스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사실적인 인물들은 읽는 이에게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비극에 짓눌리는 듯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에 다른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극악하고 기괴한 범인이나 사이코패스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 이기적이고 조금 잔인한 사람, 그저 조금 불행했을 뿐인 인물들만이 등장한다. 우리의 가족이나 이웃, 혹은 우리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 인물들이 사소한 실수나 오해 때문에 거대한 비극으로 빠져드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넬레 노이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이다.《사랑받지 못한 여자》에서 근는 우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늘 욕망하고 추구했던 사랑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까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