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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

유진목 | 아침달 | 2023년 3월 1일 리뷰 총점 9.1 (20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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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파일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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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늘하고 기묘한 공간으로의 초대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시 세계로 발표와 동시에 문단의 주목과 독자의 사랑을 받은 유진목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식물원』이 아침달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첫 번째 시집 『연애의 책』으로 “한국 최고의 연애 시다.(황현산 평론가)”라는 찬사와 “시 한 편 한 편이 생활의 날로 새로운 문법이고 시집은 그 건축물이다.”라는 평가를 받은 시인은 『식물원』에서도 그만의 방식으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며 낯설고 기묘한 시적 체험을 선사한다.

목차

서문 09
1 11
2 13
3 15
4 17
5 19
6 21
7 23
8 25
9 27
10 29
11 31
12 33
13 35
14 37
15 39
16 41
17 43
18 45
19 47
20 49
21 51
22 53
23 55
24 56
25 57
26 59
27 60
28 62
29 63
30 64
31 65
32 67
33 68
34 69
35 71
36 73
37 74
38 75
39 76
40 77
0 78

저자 소개 (1명)

저 : 유진목
1981년 서울 동대문에서 태어났다. 2015년까지 영화 현장에 있으면서 장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일곱 작품에 참여하였고, 1인 프로덕션 ‘목년사’에서 단편 극영화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있다. 2016년 시집『연애와 책』이 출간된 뒤로는 글 쓰는 일로 원고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017년 산문집『디스옥타비아』, 2018년 시집『식물원』을 썼다. 부산 영도에서 서점 ‘손목서가’를 운영하고 있다. 1981년 서울 동대문에서 태어났다. 2015년까지 영화 현장에 있으면서 장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일곱 작품에 참여하였고, 1인 프로덕션 ‘목년사’에서 단편 극영화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있다. 2016년 시집『연애와 책』이 출간된 뒤로는 글 쓰는 일로 원고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017년 산문집『디스옥타비아』, 2018년 시집『식물원』을 썼다. 부산 영도에서 서점 ‘손목서가’를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서늘하고 기묘한 공간으로의 초대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시 세계로 발표와 동시에 문단의 주목과 독자의 사랑을 받은 유진목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식물원』이 아침달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첫 번째 시집 『연애의 책』으로 “한국 최고의 연애 시다.(황현산 평론가)”라는 찬사와 “시 한 편 한 편이 생활의 날로 새로운 문법이고 시집은 그 건축물이다.”라는 평가를 받은 시인은 『식물원』에서도 그만의 방식으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며 낯설고 기묘한 시적 체험을 선사한다.

식물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입장료는 1만 원이며
제한시간은 없습니다.

입구와 출구가 다른 곳에 있으니
이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시인의 말

독자에게 가장 먼저 건네는 말이다. 얼핏 읽으면 엉뚱하고도 유머가 담겨 있는 환영 인사말 같지만 주의 있게 보면 『식물원』의 ‘입구와 출구가 다른 곳에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 ‘차례’와 ‘서문’이라는 글자를 제외하고는 온통 숫자로 이뤄진 차례 페이지가 등장한다. 마치 식물원의 문을 열 수 있는 암호 해독서처럼, 입구에 세워진 식물원의 거대한 조감도처럼 읽힌다. 그리고 식물원에 발을 들여놓은 한 사람의 행방을 서문으로 전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른 아침 그는 식물원으로 들어갔다.

해질녁 그가 식물원에서 나왔을 때는
전 생애가 지나버린 뒤였다.
―9쪽, 서문

다음으로 이어지는 페이지에는 글자가 아닌 흑백 사진이 보인다. 공원의 등나무 아래 비둘기처럼 앉아서 프레임 바깥은 응시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식물원』은 전체 페이지의 절반이 흑백으로 재가공 된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교복을 입은 한 무리의 여학생들, 안쪽의 글씨가 희미하게 비치는 접힌 편지, 할머니의 손을 잡고 서 있는 여자아이, 고전적인 손글씨로 ‘사랑하는 당신!’이라고 쓰인 항공우편물, 철로 위에 있는 단정한 옷차림의 여자들, 빛나는 순간들을 기록한 기념사진, 창가에 서서 뒤를 돌아보며 웃고 있는 사람, 초록의 기운이 창문 안쪽까지 뿜어져 오는 해변의 야자수…. 삶의 기념적인 순간들과 생경하면서도 어딘지 익숙한 얼굴의 표정들이 이어진다. 마치 죽음 직전 사람의 눈앞에 찰나에 펼쳐진다는 생의 기록물처럼. 그러나 이 페이지들을 부디 천천히 넘기길 바란다. 바래진 사진 속 공간은 우리가 현재 숨 쉬고 있는 이곳과 불과 몇 장의 페이지로 감춰져 있지만, 우리가 기억하고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의 가장 먼 뒷모습이다. 한 시절이 점점이 멀어져 마침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는 듯한 시적 체험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은 시인 개인의 기록물로 직접 고르고 배열한 이미지이다. 시인이 통과해왔으며 우리의 과거와도 닿아있는 사진이 전하는 이야기에 식물원의 입구에서 한참을 걸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사람의 몸으로 기억하는 나무의 시간

식물의 생애를 상상해본다. 씨앗이었다가, 새싹이었다가, 울창을 이루며 푸르렀다가 마침내 열매를 이루고 때가 되면 가지를 떨구며 다시 흙 속으로 섞여드는, 거듭되는 삶.

『식물원』에는 나무로 살아온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이 내생에서 마주치는 생의 감정을 식물의 언어로 들려주는 듯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쩌면 사람의 몸에 갇힌 채 나무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시인의 일기일지도 모른다.

종려나무가 있었다.

그는 이 땅에 살면서 많은 일을 겪었고, 그중에 어떤 시간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시간에 그는 자주 고개를 숙였고, 남몰래 주먹을 쥐었고, 그러다 하품을 하였고, 이대로 끝이 난다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그는 지루함을 견디며 종려나무 사이를 옮겨 다녔다.
―51쪽, 「21. 종려나무」

그만 죽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왔어요. 그는 목을 매달아도 부러지지 않을 만큼 가벼웠다. 어째서 죽었으면 하는지 신나무의 종자는 모르는 것 같았다. 살아가는 일은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그만하고 싶어요.
―59쪽, 「26. 신나무」

시는 제목 없이 숫자로 이어지며 하나의 서사를 이룬다. 시인은 저마다의 식물에 깃들어 있는 생의 사건들을 마치 목격담처럼 진술한다.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리워하다, 한 시절의 슬픔을 담담하게 전해주기도 하며, 불쑥 ‘그만 죽었으면’ 한다고 고백한다.

이건 다른 집에 있어? 아니 이건 다른 집에 없어. 왜 없어? 아빠가 너한테만 준 거니까. 그는 그것을 베개 아래 넣고 잤다. 있는 걸 너무 귀하게 여기면 못 써. 왜 못 써? 없이 사는 게 보이니까.
―55쪽, 「23. 염리동」

때론 시의 장르를 빌려 쓴 시나리오와 같은 문법으로 한 사람의 삶 속에 있었던 중요한 순간을 전달한다. 나무의 이름으로 살아온 생을 기록하듯 시 말미마다 종려나무, 남천나무, 벤자민, 삼나무, 장미나무와 같이 나무의 이름이 주석처럼 달려 있다.

시인은 식물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언어로 기묘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가 떠나온 곳은 그곳이며, 마치 후생을 예언하듯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그러니 안심하라고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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